권유리는 오늘,

유리 유리화보 김서룡 블랙뮤즈
수트 김서룡(Kimseoryong), 액세서리 블랙뮤즈(Black Muse).
유리 유리화보 로에베 이자벨마랑 레이첼콕스
케이프 스타일의 트렌치코트 로에베(Loewe), 원피스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슈즈 레이첼 콕스(Rachel Cox).
유리 유리화보 겐조 겐조원피스
화이트 니트 원피스 겐조(Kenzo).
유리 유리화보 권유리 니나리치 블랙뮤즈
수트 니나 리치(Nina Ricci), 이어링 블랙뮤즈(Black Muse).

드라마 <대장금이 보고 있다>를 촬영하고 있죠? 12월 3일에는 시즌1에 이어 시트콤 <마음의 소리 리부트 2>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됩니다. 캐릭터 톤이 한결 가볍고 밝아졌어요. 사전 제작한 <마음의 소리 리부트> 시즌1과 시즌2가 연달아 공개됐어요. 전부터 코미디 장르를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었고, 욕심도 있었어요.

소녀시대의 유리가 ‘애봉이’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어요. 머리를 단발로 잘랐는데 사전 제작 작품이라 드라마가 공개되지 않으니 주변 사람들이 많이 의아해했어요. ‘왜 갑자기?’ 하는 분위기였죠. 대부분의 연기자가 그렇듯 저 역시 애봉이라는 캐릭터에 최대한 밀접하게 가까워지길 바랐어요. 옷차림이나 메이크업, 헤어는 물론이고요. 옆집에 있는 친구 같았으면 해서 친근해 보이는 스타일로 커트를 하고, 체중도 7킬로 정도 늘렸어요. 주변에서는 괜찮겠느냐며 묻기도 했는데, 지금 돌이켜봐도 재미있고, 즐기며 작품에 임했어요.

배우에게 체중 증량이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심지어 드라마 <대장금이 보고 있다>에서는 미식의 세계를 알아가는 인물 ‘복승아’를 연기하고 있어요. 오늘 밤(인터뷰 당일) 첫 회를 방영하는 예능 프로 <지붕 위의 막걸리>에서는 요리도 해요. 시기적으로는 솔로 앨범도 준비해야 했고요. 뮤직비디오 찍고 크롭트 티도 입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이런 활동이 평소 제 모습과 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다행이었어요. 스트레스로 느꼈다면 못 견뎠을 텐데 스스로 좋아하고, 찾아보는 관심사라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드라마와 예능 프로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면 만나는 사람의 폭이 넓어진다는 걸 느끼죠? 영향을 주는 분들은 늘 비슷하지만, 활동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영역은 퍽 다양해지고 있다고 느껴요. 예능 프로를 많이 하려고 하는 이유도 권유리라는 사람으로서는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을 접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에요. 그 속에서 인연을 맺는 게 즐겁고 재미있어요. 다양한 형태로 연결된 인연들과 오래 함께하다 보면 저 역시 배우는 게 많고, 더 넓어지고요. 배우 중에서는 지성 오빠, (이)보영 언니와 친해져 지금도 연락 자주 하고, 언니랑 오빠가 조언도 해주세요. 얼마 전에는 연습실에서 보아 언니를 마주친 거예요. 제게 언니는 아이돌이거든요. 언니랑 같은 연습실을 쓰고, 언니가 내 무대를 봐준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영향을 미치는 좋은 사람인데 같이 수다 떨고, 이야기를 나누니 더 좋죠. 특정한 활동을 하기 전 후의 변화라기보다 나이 들어가고, 경험을 쌓으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도 더 열리게 돼요.

연예계 생활을 오래 하면 폐쇄적으로 변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반대네요. 폐쇄적으로 변하는 건 쉬운 길 같아요. 쉽게 폐쇄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오픈 마인드를 타고났다기보다는 폐쇄적으로 변하는 걸 최대한 경계하는 편이에요. 일할 때 빼고는 제 원래 모습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요. ‘내 원래 모습’이 어떤 건지는 저도 잘 모르지만 계속 찾으려고 하는 거죠.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것,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들을.

현실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소녀시대의 유리라면 큰 영광에 갇혀 지낼 수도 있잖아요. 그렇죠. 쉽지 않은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영광에 갇혀 살기에 세상은 넓고 다양하잖아요. 그에 비하면 나는 티끌처럼 작은 존재고. 재미있는 것이 여전히 많다는 생각도 들고요.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써요. 그래야 지금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잃지 않을것 같아요. 그걸 놓지 않으려고 해요.

연예인뿐만 아니라 누구나 한 분야에 오래 몸담다 보면 자신만의 매뉴얼을 고수한다거나 관성이 생기기 쉽잖아요. 맞아요. 어떻게든 그런 것을 최대한 경계하려고 해요. 그런 점이 가끔 저를 지치고 힘들게 만들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관성에 젖지 않으려는 태도를 몸에 배게 하려고 해요. 지름길로 편하게 가려는 나를 누르고, 추구하는 방향에 맞게 가자고 스스로 다독이고요. 그런 제 방식이 또 아집이 되면 안 되니까 소신 있게 살되, 스스로에게 정직하려고 노력하고.

매 순간 각성하려면, 매 순간 정신 차리고 있어야 하는데 그게 참 힘들어요. 맞아요. 그래서 저는 자주, 잘 놀아요. 논다는 의미가 일할 때도 노는 편이에요. 사진이 이상하게 나와도 약간은 ‘내 알 바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한 컷 한 컷 집착하지 않고. 집착하면 피곤해져요. 한 장 남기기 위해 1백 장을 찍는데 그 컷을 다 신경 쓰면 피곤해서 못 살아요. 그렇게 모든 컷에 관여하면 매번 똑같은 표정만 나오니까 재미도 없고요. 본인이 규정한 특정 모습만 바라고, 다른 시도를 두려워하면 들어오는 인풋도 딱 그만큼 걸러서 받는 것 같아요. 그럼 연쇄 작용처럼 또 똑같은 아웃풋만 나오고. 내게 새로운 영향과 영감을 주는 일과 사람이라면 나도 신나서 같이 하고, 그사이 조금씩 반 바퀴라도 변화할 수 있다면 좋죠. 잘 변화할 수 있다는 것. 그 마음 하나는 자부할 수 있어요. 어떤 색을 입혀놔도 잘 흡수하고 섞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작품에서도요.

이 대답에 도달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과정이 있었겠다 싶어요. 있어요. 수도 없이.(웃음) 물론 시행착오는 여전히 겪고 있어요. 아직도 멤버들과 ‘아, 언제쯤이면’이라는 말을 종종 해요. ‘이쯤 되면 우리도 쉽게 쉽게 할 때도 되지 않았냐’ 하면서요. 생각해보면 저는 지금 이 시간을 살아본 적이 없잖아요. 비슷한 경험은 해봤겠지만, 서른 살의 유리로서 오늘 이 자리에서 사진을 찍는 건 처음이잖아요. 오늘 같은 기회도 감사하죠. 생각과 가치관이 표현하는 것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생각을 조심하려고 해요. 결국 그 생각이 은연중에 표정으로, 눈빛으로 나오니까요. 못되고 나쁜 생각을 하면 그게 묻어난다는 생각에 조심하려고 하죠.

부침이 심한 연예계에서 대체 불가한 아이돌로 살고, 배우로 계속 대중과 만나온 데는 자신의 어떤 면이 크게 도움이 된 것 같나요? 음··· 유쾌함 아닐까요? 흔들리기 참 쉽죠. 대신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써요. 예를 들어 소녀시대로 활동할 때 멤버들과 1년 중 대중과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은 날 수를 세본 적이 있어요. 어떤 사진이나 기록으로도 남겨지지 않은 날이 17일밖에 되지 않더라고요. 그 많은 날 중 이런 옷을 입은 날도 있고, 어떤 날은 조금 귀찮았고, 또 어떤 날은 실수도 했는데 그걸 일일이 신경 쓰면 못 살겠더라고요. 그러면서 무언가에 일희일비하면 안 되겠구나 싶었어요. 과하게 즐거워하거나 크게 좌절하지 않으려 했어요. 그러다 보니 소소한 일들에 행복해지더라고요. 점점 매일같이 공개되는 일상이나 유명세 또한 감사하게 여기게 됐고, 감사하니 즐기게 되고 더 솔직해지더라고요. 자꾸 어떻게 보이려고 노력하니까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늘 예쁘고 완벽해 보이려 하기보다 그냥 나는 이렇구나, 인정하는 성향. 그런 유쾌함이 나를 만들지 않았을까요···.

오늘의 유리는 ‘작게’ 행복한가요? 오늘의 유리··· 행복했어요. 이미 많은 작업을 했음에도 권유리라는 사람의 결을 캐듯이, 파헤치듯이 재미있는 것을 찾아내주려 하는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좋은 스태프들과 함께해서 더욱 좋았고요.

오늘을 어떻게 마무리할 생각인가요? 4시간 남았네요. 맛있는 음식과 함께 깔끔하게 딱 한 잔 하고 자는 게 요즘의 행복이라. 오늘은 달걀을 반숙한 다음 노른자 위에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를 섞어 톡 하고 올릴 거예요. 막걸리 아니면 아주 작은 미니 캔 맥주를 한 모금 할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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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iday

오연서 오연서화보 랑콤 랑콤향수 포츠1961
셔츠와 스웨터 모두 포츠 1961

활기찬 아침, 젖은 장미를 떠올리며 만든 향수 파르페 드 로즈 메종 랑콤 오뜨 퍼퓨머리 파리

삼박 자스민과 그랜디플로럼 자스민의 엉킨 숨결처럼 달콤한 향수 자스민 마지팬 메종 랑콤 오뜨 퍼퓨머리 파리

오연서 오연서화보 랑콤 랑콤향수 빠흐 미우미우 프라다

오연서 오연서화보 랑콤 랑콤향수 빠흐 미우미우 프라다
핑크 스웨트셔츠 빠흐, 스커트, 오간자 드레스 모두 프라다, 가죽 코트 미우미우

자극적인 비터오렌지와 스리랑카 실론 티의 공모라 부르고 싶은 향수 오렌지 비가라드 메종 랑콤 오뜨 퍼퓨머리 파리

오연서 오연서화보 랑콤 랑콤향수 준지 빠흐
검은색 스웨트셔츠 빠흐, 셔츠와 스커트 모두 준지

추억을 더듬는 나무, 매캐한 가죽 향, 풍요로운 파촐리가 어우러져 강렬한 아름다움을 발하는 향수 우드 앙브루아지 메종 랑콤 오뜨 퍼퓨머리 파리

오연서 오연서화보 랑콤 랑콤향수 미우미우
재킷, 스커트, 삭스, 슈즈 모두 미우미우
오연서 오연서화보 랑콤 랑콤향수 프라다
스웨터와 오간자 드레스 모두 프라다
오연서 오연서화보 랑콤 랑콤향수 빠흐 비이커 준지
회색 후드 스웨트셔츠와 미니 컨버스 백 모두 빠흐, 스커트 준지, 베이스볼 캡 홀리데이 부알로 바이 비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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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단언들

서강준 서강준화보

서강준 서강준화보 르메르 아크네스튜디오
티셔츠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니트 베스트 마르지엘라 바이 분더샵(Margiela by BoonTheShop), 팬츠 르메르 바이 10꼬르소 꼬모(Lemaire by 10 Corso Como),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서강준 서강준화보 랑방 아크네스튜디오
니트 베스트 랑방(Lanvin), 티셔츠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서강준 서강준화보 김서룡옴므 르메르
코트, 슬리브리스 톱 모두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팬츠 르메르 바이 10꼬르소 꼬모(Lemaire by 10 Corso Como).
서강준 서강준화보 아크네스튜디오 마르지엘라
티셔츠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니트 베스트 마르지엘라 바이 분더샵(Margiela by BoonTheShop).

인터뷰를 할수록 인터뷰라는 형식의 의사소통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어떤 날은 서로 다른 질문과 답을 주고 받는 불통의 대잔치가 열리기도 하고, 어쩌다 마음이 맞아 물꼬가 트이면 대화는 즐겁지만 이 경우 지면에 옮길 수 없는 말이 많아 혼자만의 추억만 쌓고 돌아오기 일쑤다. 그러니 ‘기사’가 되게 하려면 안전한 질문을 해야 하고, 예의 정해진 답을 들어야 한다. ‘사전 질문지’라는 암묵적 시나리오가 있는 날에는 인터뷰가 건조한 연극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배우 서강준과 마주 않은 날도 그렇게 흘러갈 듯했다. 초반에는. 한데 돌연 예상 경로를 벗어나 방향을 튼 건 답을 이어가던 그가 “근데, 지금 무슨 생각 하세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라고 인터뷰어에게 질문을 던진 순간이었다. 그가 앞에 앉은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자신의 말을 듣는지 궁금해하는 시점부터 질의응답의 공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매사에 진심을 담으려 하고, 진심을 다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다는 그의 명료한 성정이 이후 짧은 시간의 대화에 담겨 있다. 그리고 이 대화를 토대로 배우 서강준을 유추해보면 삶을 운영하고, 배우 커리어를 쌓는 과정에서 우왕좌왕 헤매는 것은 그에게 어울리는 일 같지 않다. 누구보다 자신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으며, 그저 더 좋은 연기를 하고 싶은 배우. 그리고 지나간 시간에 얽매이지 않으며 다음 행보를 걷는 사람. 그 차분한 단언들이 아래 인터뷰에 이어진다.

서강준 서강준화보 아크네스튜디오 마르지엘라 르메르
티셔츠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니트 베스트 마르지엘라 바이 분더샵(Margiela by BoonTheShop), 팬츠 르메르 바이 10꼬르소 꼬모(Lemaire by 10 Corso Como),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서강준 서강준화보 우영미 아크네스튜디오
재킷 우영미(WooYoungMi), 티셔츠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팬츠와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라마 <제3의 매력>을 촬영 중이다. 어제 촬영한 신은 어떤 신인가? 지난주 영재(이솜)와 헤어지는 장면까지 방영됐고, 어제는 수재(양동근)와 이별하는 신을 촬영했다.

그렇게 모두와 정리하고 포르투갈로 떠난다. 극 중 역할인 준영에게는 큰 전환점인 셈인데, 서강준 인생에도 그런 전환의 순간이 있었나? 연기 학원 갈 때. 고등학교 3학년 때였는데 모델 생활을 했었다. 키가 크지도 않은데 3년 동안 연습하고, 고3이 돼서야 쇼에 두 번 섰다. 그리고 그날 바로 그만뒀다.

자의로? 더 하고 싶지 않더라. 모델 일에 마음이 크게 가지 않기도 했는데 오디션에서 계속 떨어지니까 그만두더라도 한 번은 쇼에 서야겠다고 생각했다. 연습만 하다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3년 만에 쇼에 두 번 서고 그날로 그만둔 거다. 연기 학원을 갔는데 문 앞에 서 있다가 돌아왔다. 너무 무서워서. 들어가는 게 되게 어렵더라. 그러곤 며칠 후 다시 갔다. 그때는 아무생각 하지 않고 그냥 훅 들어가버렸다.

드라마 <제3의 매력>의 키워드는 ‘현실 연애’다. 그 현실감이 이번 작품을 선택하 는 큰 이유가 됐나? 현실적이라서 좋다기보다 현실적이지 않은 게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의 이야기니까 더 와 닿았다. 작품에서 남자 주인공은 으레 멋있게 그려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 ‘멋짐’이 내게는 크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종종 그런 멋진 장면들을 촬영할 때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 이게 무슨 상황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번 작품은 그런 의구심이 없어서 좋았다. 이해되는 멋있음이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극 중 온준영을 이해했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 온준영은 몸을 던져 사랑할 수 있는 친구고, 또 몸을 던지지만 상대가 원치 않으면, 그리고 자신의 이런 행동으로 상대가 괴롭다면 멈추는 사람이다. 그로 인한 고통은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멋있다. 연기를 하면서 온준영은 아팠어도 후회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응원하게 된다.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사랑한다는 점에서 온준영은 행복한 사람이다. 반면 현실은 사랑이 어려운 숙제같이 느껴지는 시절이다. 무조건적 사랑이 판타지로 느껴지기도 하고. 찰리 채플린의 유명한 말 중에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데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극 중에서 나이가 변해가니까, 극 후반부 서른두 살이 되면 이 친구에게는 인생이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보일 것 같다. 지독하게 아팠지만 아름다웠고, 나를 뜨겁게 만들고 모든 걸 던질 수 있게 한 영재에게 고마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근데, 지금 무슨 생각 하세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 (웃음) 방금 대답을 들으면서 서강준이라는 사람이 준영과 같은 사랑을 해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사한 감정을 느껴본 사람의 말 같아서. 그런 사랑을 해봤느냐고 물어볼까 말까 고민하는 중이었다. 맞다. 나 역시 작품을 하면서 나를 돌아보게 됐다. 준영이만큼 사랑에 나를 던져본 적 있었나. 준영이만큼은 아니어도 아프지만 예쁜 사랑을 하기는 해봤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지나고 보니 한 가지 부럽더라. 나는 뭐가 그렇게 자존심 상하는 게 많았을까 하고. 만약 내가 준영이처럼 사랑해봤다면 작품은 또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예전에는 그다지 와 닿지 않았던 ‘배우는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기도 했다.

어느 때보다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겠다. ‘위함’이더라. 사소하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오늘 하루 힘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당황스럽거나 걱정 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것. 그런 조마조마한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그런 위함이 나보다 상대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는 거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나아가서는 나보다 상대가 더 행복했으면, 힘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커지는 것 같다. 이 작품을 하기 전에는 많이 생각해보지 않은 것들이다.

배우는 작품으로 성장한다는 말이 새삼 와 닿는다. 작품을 하나하나 해나면서 느끼는 점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작품 속 성숙해가는 캐릭터만큼 나도 성숙하는 건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다. 그럼 반대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작품을 하면서 느끼는 점이 없어서 성숙하지 못하는 걸까? 그건 아닐 텐데. 그럼 나는 어떻게 될까? 작품이나 캐릭터와 상관없이 ‘나는 나’ 하게 될까, 아니면 영향을 주고받으며 나아가게 될까? 하는 생각도 했다.

서강준은 후자인 건가. 지금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건 다른 사람이 판단해줘야 할 것 같다.

서강준의 제3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진심으로 대한다. 모두.

인생의 모든 것을 진심으로 대하는 게 가능한가? 진심으로 대한다는 말이 애써서 열심히 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내가 진심이 생기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는 쪽에 가깝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음이 가지 않으면 안 만나고, 작품 역시 그렇다. 물론 최소의 선의와 예의는 지키지만 그보다는 내 마음에 더 귀 기울이고, 타협하지 않으려는 편이다. 이 일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작업이니 싫어도 처세라는 게 필요하기도 한데 잘 안 된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준영이처럼 사회성이 부족하기도 하다.

마음을 허투루 쓰지 않는 건데, 어렵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는 상황이 내겐 더 어렵다. 진심이 아닌 순간이 나를 더 갉아먹는 것 같다. 인간관계에서 기본적인 예의는 당연히 갖춰야 하는 거고, 그 예의를 다하면 털고 일어난다. 상대가 누가 됐건.

진심으로 마음이 푹 가는 이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솔직한 사람. 본인의 고민을 털어놓는 등 특정 행동이나 말을 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이야기하다 보면 솔직함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진심으로 나를 대하고 있다는 걸 직감으로 느낀다. 그저 나를 한 사람으로 대하는 진심. 진실한 대화를 깊게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진실되게 마주하 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나에 대한 객관화는 잘되는 편인가? 많이 한다.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흔들리지 않는다. 객관화하면 적어도 일희일비하지 않으니까.

자기 기준이 확실한 사람 같다. 중요한 것의 우선순위가 있다. 그중 하나는 마음이 가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원하는 방향성이 있고, 그렇게 가야 한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지만 무엇이건 억지로는 안 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것으로 사랑받고 싶고, 그렇게 해서 큰 사랑을 못 얻는다면 그만큼의 사랑만 받아도 괜찮을 것 같다.

삶에서 더 채워지길 바라는 게 있나? 사랑. 연인과의 사랑이라기보다 작품 하면서 바쁘니까 어느 순간 캐릭터는 채워져 있지만 내가 많이 비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작품을 하는 중이니 집중해야 하고, 작품이 끝나면 친구와 가족을 만나 사랑을 나누고 싶다. 그런 사랑들이 살고 있는 나를 더 뛰게 하고, 가치 있게 만드는 것 같다. 삶의 원동력까지는 아니지만 의미 있는 삶으로 만들어주니까.

올해를 단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긴다면? 햇빛이 쨍한 날, 파란 바다가 떠오른다. 하늘도 새파랗고 쨍하고 뜨겁지만 아주 고요하고 적막한 바다. 올 한 해 부지런하게 촬영하고 바쁘게 활동하는 와중에도 고요하고 적막했다. 유독 겨울만 되면 이런저런 소란함이 가라앉고 멎어드는 것 같다. 그렇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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