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의 어디쯤

연우진 연우진화보 이세이미야케맨 헬렌카민스키
셔츠 이세이 미야케 맨(lssey Miyake Men), 페도라 헬렌 카민스키(Helen Kaminski).
연우진 연우진화보 릭 오웬스 메종마르지엘라
오버사이즈 코트 릭 오웬스(Rick Owens), 와이드 팬츠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연우진 연우진화보 유니페어 발렌티노 프라다 맨온더분
셔츠 프라다(Prada), 팬츠 맨온더분(Man on the Boon), 코트 발렌티노(Valentine), 구두 유니페어(Unipair).
연우진 연우진화보 프라다 문초이 포츠1961
브이넥 니트 스웨터 포츠 1961(Ports 1961), 로브와 팬츠 모두 문초이(Moon Choi), 앵클부츠 프라다(Prada).
연우진 연우진화보 포츠1961
브이넥 니트 스웨터 포츠 1961(Ports 1961).
연우진 연우진화보 알렉산더왕 꼼데가르송 메종마르지엘라
니트 터틀넥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재킷, 검정 앞치마 모두 꼼데가르송(Comme des Garcons), 팬츠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
연우진 연우진화보 준지 김서룡옴므 유니페어
화이트 셔츠 준지(Juun.J) , 수트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구두 유니페어(Unipair).

드라마 <프리스트> 방영을 앞두고 배우 연우진을 1년 반 만에 다시 만났다. 연우진은 한편으론 여전했고, 또 한편으론 여전하지 않았다. 몰입해 있는 캐릭터가 바뀌었을 뿐 여전히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에 빠져 있었고, 그에 따르는 고민과 질문을 거듭하며 그에 대한 답을 찾는 중이었다. 자신이나 연기에 대한 생각과 철학이 쌓여갈 때 행복을 느낀다는 그는 여전히 눈에 띄지 않을 만큼 평범한 옷을 입고 지난번처럼 스튜디오에 약속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다. 지난 인터뷰와 오늘의 인터뷰 사이 서너 달간 그는 배우로서 공백의 시기를 보냈다. 내년 데뷔 10주년을 앞두고, 가장 오랫동안 쉬며 미래, 목표, 성취 같은 목적 의식에 쫓기기보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금 가는 길을 무탈하게 잘 완주하겠다는 유연한 마음이 생겼다.

<프리스트>는 오컬트 장르다. 1년 전 인터뷰에서 로맨스 작품 속 연우진을 많은 분들이 좋아하지만 그 틀 안에 자신을 가두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의미 있는 선택이겠다. 지난 1년간 해온 작품을 돌아보면 변화를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 그렇다고 작품을 선택할 때 기존과 다른 캐릭터나 장르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지는 않는다. 다만 변주를 위해 노력은 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작품을 만나고 그로 인해 사람들과 함께 작업한다는 사실이 굉장히 운명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은 어떤 면에서 운명적인가? 데뷔 이래 늘 바쁘게 지내다 올해 처음으로 서너 달 정도 쉬었다. 쉴 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다 몽골에서 단편영화 <아노와 호이가>를 촬영하고 잠시 기분 좋은 이완의 시간을 보냈다. 단편영화로 데뷔한 터라 그때 생각도 많이 났고. 독립영화에도 여전히 관심을 열어두고 있다. 내년에 데뷔 10주년을 앞둔 내게 필요한 휴식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단편영화를 작업하며 연기를 시작했을 때가 생각났고, 지금껏 별 탈 없이 건강하게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해온 건 운이 좋은 거라고 깨닫게 됐다. 몇 달간의 휴식 끝에 만난 <프리스트>는 오컬트 장르를 표방하지만 결국 인간의 신념과 의지에 관한 이야기다. 대본을 보며 지금까지 내가 내 신념과 의지대로 살아왔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나를 비롯해 주변 사람을 돌아보게 됐다. 그런 나 자신의 고민과 작품이 맞아떨어져 선택하는 데 망설이지 않았다.

쉬면서 무슨 생각을 가장 많이 했나? 고민하고 반성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시간이었다. 연기는 늘 고민의 대상이다. 평상시에도 가만히 있다가 문득 고민하는 시간이 내게 꼭 필요하다. 그 또한 운명이고. 그런 시간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고 그 덕분에 잘 굴러왔다. 아직 지치지도 않는다. 물론 작품을 통해 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는 건 아니다. 대신 생각의 범주가 넓어지고 성숙해지며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완주의 과정에는 연기만 있는 걸까? 그건 분명 아니다. 앞으로 10년이 어떻게 굴러갈지는 잘 모르겠다. 지난 시간에 감사하며 살고 싶다. 지금 종교와 관련된 작품을 하고 있어서 그런 마음이 더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전에는 앞으로 이루고 싶은 일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면 요즘은 내가 그 사람에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그때 그 사람이 내게 이렇게 해서 참 고마웠는데 잘 지내나, 생각한다. 주변을 살피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그래서 마음이 편안하다. 앞으로의 시간은 장담 할 수 없지만 지금처럼 고민하고 순간의 행복과 소중함을 알아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고민하거나 사색하는 대신 마음 편히 즐긴 시간은 없었나? 골프. 막 입문했는데 연습하느라 손에 굳은살이 생길 만큼 깊이 빠졌다. 골프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고 몸에 힘이 빠졌을 때 여러 지점이 맞아떨어져야 좋은 스윙이 나온다.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좋고 내 성향과 잘 맞다. 무엇보다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더 행복하다.

작품을 하지 않는 동안 가끔 지난 작품을 찾아서 볼 때가 있나? 며칠 전 <이판사판>의 이광영 감독님과 통화하다 문득 그 팀이 생각나 짧은 클립 영상을 찾아서 봤다. 영상을 보며 그 시간에 향수를 느꼈다. 짤막한 공기의 흐름을 느꼈달까. 아, 그땐 추웠고 감독님, 배우들이랑 이런 농담을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 혼자 웃게 되더라. 그런데 사실 일을 위해 과거 작품을 찾아서 보지는 않는다.

<프리스트>는 종방 이후를 얘기하기에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보통 한 작품을 끝내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건 무언가? 함께한 스태프와 배우들 그리고 그때 현장의 공기. 여름에는 <7일의 왕비>가 생각난다. 인물들의 열정처럼 뜨거운 여름이었다. 가을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작품도 있고. 그렇게 지나간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과 쌓은 추억도 떠오른다. 내가 계절을 많이 타는 것 같다.

지나온 시간을 함께한 캐릭터 중에 유독 마음에 남는 인물이 있는지 궁금하다. 모든 캐릭터를 준비할 때 그 캐릭터에서 연민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찾는다. 악역을 할 때도 묘하게 느껴지는 연민을 찾아내려 하거든. 지난 작품의 모든 캐릭터가 아련하지만 그중에서도 <보통의 연애>의 ‘한재광’이 애틋하다. 그 친구에게 위로의 말은 못 해주겠지만 적어도 그가 느낀 공허함을 이해해주고 싶다. 아, 나도 다른 배우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다. 내일 정유미 씨에게 물어봐야겠다.

시간을 늘 꼼꼼하게 채우는 편인 연우진과 <프리스트>의 ‘오수민’의 닮은 점이 있다면 무언가? 오컬트의 특성상 <프리스트>가 무채색에 가깝다면 오수민은 그 장르에 색을 입히는 캐릭터다. 사과 같은 상큼함이라고 해야 하나. 아, 상큼함은 없는 것 같다.(웃음) 인생의 답이 천주에게 있다는 믿음을 가진 인물로 굉장히 큰 신념과 의지, 에너지와 열정을 가졌다. 행동하는 데 과감하기도 하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데 그 점에서 나와 많이 다르다. 나는 감성적이지만 감정을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성적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데 오수민은 그게 안 된다. 자신의 감정을 곧이곧대로 표현한다. 드라마에 중요한 색을 입혀가는 과정이 부담이자 즐거움이다. 오수민에 대해 설명설수록 아무래도 나와 다른 점이 훨씬 많은 것 같다.(웃음)

대본을 보며 캐릭터를 이해하고 해답을 찾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아 답답할 때도 있을 것 같다. 모든 장면에는 이유가 있다. 그 장면에서 내가 표현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려고 노력한다. 애드리브를 할 때도 상대 배우나 감독님의 동의를 구하고 한다. 이전에 로맨틱 코미디 작품을 할 때는 극 분위기의 흐름에 취해 나만 발산하는 연기를 한 적도 있다. 그러다 보면 캐릭터와 흐름에 상관없이 애드리브를 하게 될 때가 있다. 이제는 대본 전체를 보려고 한다. 내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도 극의 전체적인 흐름상 어떻게 흘러가는지 본다. 쉬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것도 이런 부분이다. 주위 사람들을 믿고 감독님에게 의지하면 현장 에서 내 연기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앞으로 좀 달라지고 싶은 점이 있다면 무언가? 달라지고 싶다기보다 늘 매순간 무언가를 깨닫고 싶다. 지금 당장 궁극적인 해답을 얻지는 못하더라도 해답을 얻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만의 수영 영법으로 완벽하게 헤엄치기보다 는 완주하는 게 목표다.

10년 후 자신의 어떤 모습이 기대되나? 가까운 사람들을 지킬 수 있을 만한 어떤 힘이 있으면 좋겠다. 늘 그런 생각을 했는데,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받는 에너지가 크다는 점을 요즘 부쩍 느끼고 있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에너지를 주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배우로서 무탈하게 늘 내 생각과 의지를 가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귀 기울이며 무탈하게.

오늘 인터뷰에서는 유독 무탈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웃음) 종교와 관련된 드라마를 촬영하는 중이어서 모든 관심사가 은연중에 드라마와 관련된 것에 맞춰져 있다. 요즘 잠도 깊이 못 잔다. 악몽도 자주 꾼다. 악령과 싸우거나 빌딩에서 떨어지거나 하는 악몽. 꿈이라는 걸 인지하면서도 깨어나지 못하고 그런다. 개운하게 잔 지 좀 됐다.

올해 마지막 날에는 촬영장에서 보내겠다. 2019년의 연우진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 것 같은가? 연기를 시작하고 거의 매년 촬영장에서 연말을 보냈다. 올해도 연기를 하며 좋은 사람들과 새해를 맞이할 것 같다. 한 해가 지나갈 때면 쓸쓸한 마음이 드는데 그래서 혼자 있기보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에 있는 편이 좋다. 평범하게 일하며 잘 보내고 싶다. 아, 그리고 집에 꼭 연락드려야지. 전에는 혼자 있는 편이 좋았는데 이제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게 훨씬 더 큰 위안이 된다. 내년에는 드라마를 잘 마친 후 좋아하는 사람들과 딱 각 잡고 술도 한잔하고 싶다. 제대로 마신 지가 꽤 됐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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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HOL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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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_ 루시가 입은 블랙 톱과 블레이저, 팬츠 모두 해프닝. 루아가 입은 드레이프 장식 드레스, 벨트, 웨스턴 부츠 모두 이자벨 마랑, 이어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수연이 입은 비즈 장식 드레스 마쥬. 세이가 신은 블랙 앵클 부츠 레이첼 콕스, 실버 드레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유정이 입은 블랙 톱 알렉산더 왕, 메탈 스커트 엘리든 스튜디오. 도연이 입은 벨벳 드레스 미우미우, 메탈 장식 부츠 레이첼 콕스. 리나가 입은 메탈 펀칭 장식 톱과 스커트, 슈즈 모두 엠포리오 아르마니. 엘리가 입은 러플 장식 드레스 엠에스지엠 바이 육스닷컴, 프린지 장식 부츠 마이클 마이클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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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_ 루시가 입은 옐로 퍼 코트와 시퀸 톱, 시퀸 스커트 모두 마이클 마이클 코어스, 세이가 입은 시어링 퍼 무스탕 코트 참스, 드레스 문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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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이 입은 핑크 퍼 코트 막스마라, 안에 입은 드레스와 장갑 모두 기준, 볼드 이어링 빈티지 헐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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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_ 루아가 입은 드레스 모스키노, 세이가 입은 벨벳 원피스 엠포리오 아르마니, 네크리스 에스실. 도연이 입은 코트와 레깅스 모두 와이씨에이치,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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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_ 리나가 입은 시퀸 미니드레스와 수연이 입은 시퀸 드레스 모두 네타포르테. 후프이어링 모두 엘리든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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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가 입은 드레스 프라다, 하트 모양 이어링 빈티지 헐리우드, 헤어피스 큐밀리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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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리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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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 김서룡(Kimseoryong), 액세서리 블랙뮤즈(Black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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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 스타일의 트렌치코트 로에베(Loewe), 원피스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슈즈 레이첼 콕스(Rachel C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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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니트 원피스 겐조(Ken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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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 니나 리치(Nina Ricci), 이어링 블랙뮤즈(Black Muse).

드라마 <대장금이 보고 있다>를 촬영하고 있죠? 12월 3일에는 시즌1에 이어 시트콤 <마음의 소리 리부트 2>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됩니다. 캐릭터 톤이 한결 가볍고 밝아졌어요. 사전 제작한 <마음의 소리 리부트> 시즌1과 시즌2가 연달아 공개됐어요. 전부터 코미디 장르를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었고, 욕심도 있었어요.

소녀시대의 유리가 ‘애봉이’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어요. 머리를 단발로 잘랐는데 사전 제작 작품이라 드라마가 공개되지 않으니 주변 사람들이 많이 의아해했어요. ‘왜 갑자기?’ 하는 분위기였죠. 대부분의 연기자가 그렇듯 저 역시 애봉이라는 캐릭터에 최대한 밀접하게 가까워지길 바랐어요. 옷차림이나 메이크업, 헤어는 물론이고요. 옆집에 있는 친구 같았으면 해서 친근해 보이는 스타일로 커트를 하고, 체중도 7킬로 정도 늘렸어요. 주변에서는 괜찮겠느냐며 묻기도 했는데, 지금 돌이켜봐도 재미있고, 즐기며 작품에 임했어요.

배우에게 체중 증량이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심지어 드라마 <대장금이 보고 있다>에서는 미식의 세계를 알아가는 인물 ‘복승아’를 연기하고 있어요. 오늘 밤(인터뷰 당일) 첫 회를 방영하는 예능 프로 <지붕 위의 막걸리>에서는 요리도 해요. 시기적으로는 솔로 앨범도 준비해야 했고요. 뮤직비디오 찍고 크롭트 티도 입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이런 활동이 평소 제 모습과 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다행이었어요. 스트레스로 느꼈다면 못 견뎠을 텐데 스스로 좋아하고, 찾아보는 관심사라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드라마와 예능 프로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면 만나는 사람의 폭이 넓어진다는 걸 느끼죠? 영향을 주는 분들은 늘 비슷하지만, 활동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영역은 퍽 다양해지고 있다고 느껴요. 예능 프로를 많이 하려고 하는 이유도 권유리라는 사람으로서는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을 접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에요. 그 속에서 인연을 맺는 게 즐겁고 재미있어요. 다양한 형태로 연결된 인연들과 오래 함께하다 보면 저 역시 배우는 게 많고, 더 넓어지고요. 배우 중에서는 지성 오빠, (이)보영 언니와 친해져 지금도 연락 자주 하고, 언니랑 오빠가 조언도 해주세요. 얼마 전에는 연습실에서 보아 언니를 마주친 거예요. 제게 언니는 아이돌이거든요. 언니랑 같은 연습실을 쓰고, 언니가 내 무대를 봐준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영향을 미치는 좋은 사람인데 같이 수다 떨고, 이야기를 나누니 더 좋죠. 특정한 활동을 하기 전 후의 변화라기보다 나이 들어가고, 경험을 쌓으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도 더 열리게 돼요.

연예계 생활을 오래 하면 폐쇄적으로 변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반대네요. 폐쇄적으로 변하는 건 쉬운 길 같아요. 쉽게 폐쇄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오픈 마인드를 타고났다기보다는 폐쇄적으로 변하는 걸 최대한 경계하는 편이에요. 일할 때 빼고는 제 원래 모습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요. ‘내 원래 모습’이 어떤 건지는 저도 잘 모르지만 계속 찾으려고 하는 거죠.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것,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들을.

현실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소녀시대의 유리라면 큰 영광에 갇혀 지낼 수도 있잖아요. 그렇죠. 쉽지 않은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영광에 갇혀 살기에 세상은 넓고 다양하잖아요. 그에 비하면 나는 티끌처럼 작은 존재고. 재미있는 것이 여전히 많다는 생각도 들고요.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써요. 그래야 지금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잃지 않을것 같아요. 그걸 놓지 않으려고 해요.

연예인뿐만 아니라 누구나 한 분야에 오래 몸담다 보면 자신만의 매뉴얼을 고수한다거나 관성이 생기기 쉽잖아요. 맞아요. 어떻게든 그런 것을 최대한 경계하려고 해요. 그런 점이 가끔 저를 지치고 힘들게 만들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관성에 젖지 않으려는 태도를 몸에 배게 하려고 해요. 지름길로 편하게 가려는 나를 누르고, 추구하는 방향에 맞게 가자고 스스로 다독이고요. 그런 제 방식이 또 아집이 되면 안 되니까 소신 있게 살되, 스스로에게 정직하려고 노력하고.

매 순간 각성하려면, 매 순간 정신 차리고 있어야 하는데 그게 참 힘들어요. 맞아요. 그래서 저는 자주, 잘 놀아요. 논다는 의미가 일할 때도 노는 편이에요. 사진이 이상하게 나와도 약간은 ‘내 알 바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한 컷 한 컷 집착하지 않고. 집착하면 피곤해져요. 한 장 남기기 위해 1백 장을 찍는데 그 컷을 다 신경 쓰면 피곤해서 못 살아요. 그렇게 모든 컷에 관여하면 매번 똑같은 표정만 나오니까 재미도 없고요. 본인이 규정한 특정 모습만 바라고, 다른 시도를 두려워하면 들어오는 인풋도 딱 그만큼 걸러서 받는 것 같아요. 그럼 연쇄 작용처럼 또 똑같은 아웃풋만 나오고. 내게 새로운 영향과 영감을 주는 일과 사람이라면 나도 신나서 같이 하고, 그사이 조금씩 반 바퀴라도 변화할 수 있다면 좋죠. 잘 변화할 수 있다는 것. 그 마음 하나는 자부할 수 있어요. 어떤 색을 입혀놔도 잘 흡수하고 섞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작품에서도요.

이 대답에 도달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과정이 있었겠다 싶어요. 있어요. 수도 없이.(웃음) 물론 시행착오는 여전히 겪고 있어요. 아직도 멤버들과 ‘아, 언제쯤이면’이라는 말을 종종 해요. ‘이쯤 되면 우리도 쉽게 쉽게 할 때도 되지 않았냐’ 하면서요. 생각해보면 저는 지금 이 시간을 살아본 적이 없잖아요. 비슷한 경험은 해봤겠지만, 서른 살의 유리로서 오늘 이 자리에서 사진을 찍는 건 처음이잖아요. 오늘 같은 기회도 감사하죠. 생각과 가치관이 표현하는 것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생각을 조심하려고 해요. 결국 그 생각이 은연중에 표정으로, 눈빛으로 나오니까요. 못되고 나쁜 생각을 하면 그게 묻어난다는 생각에 조심하려고 하죠.

부침이 심한 연예계에서 대체 불가한 아이돌로 살고, 배우로 계속 대중과 만나온 데는 자신의 어떤 면이 크게 도움이 된 것 같나요? 음··· 유쾌함 아닐까요? 흔들리기 참 쉽죠. 대신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써요. 예를 들어 소녀시대로 활동할 때 멤버들과 1년 중 대중과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은 날 수를 세본 적이 있어요. 어떤 사진이나 기록으로도 남겨지지 않은 날이 17일밖에 되지 않더라고요. 그 많은 날 중 이런 옷을 입은 날도 있고, 어떤 날은 조금 귀찮았고, 또 어떤 날은 실수도 했는데 그걸 일일이 신경 쓰면 못 살겠더라고요. 그러면서 무언가에 일희일비하면 안 되겠구나 싶었어요. 과하게 즐거워하거나 크게 좌절하지 않으려 했어요. 그러다 보니 소소한 일들에 행복해지더라고요. 점점 매일같이 공개되는 일상이나 유명세 또한 감사하게 여기게 됐고, 감사하니 즐기게 되고 더 솔직해지더라고요. 자꾸 어떻게 보이려고 노력하니까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늘 예쁘고 완벽해 보이려 하기보다 그냥 나는 이렇구나, 인정하는 성향. 그런 유쾌함이 나를 만들지 않았을까요···.

오늘의 유리는 ‘작게’ 행복한가요? 오늘의 유리··· 행복했어요. 이미 많은 작업을 했음에도 권유리라는 사람의 결을 캐듯이, 파헤치듯이 재미있는 것을 찾아내주려 하는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좋은 스태프들과 함께해서 더욱 좋았고요.

오늘을 어떻게 마무리할 생각인가요? 4시간 남았네요. 맛있는 음식과 함께 깔끔하게 딱 한 잔 하고 자는 게 요즘의 행복이라. 오늘은 달걀을 반숙한 다음 노른자 위에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를 섞어 톡 하고 올릴 거예요. 막걸리 아니면 아주 작은 미니 캔 맥주를 한 모금 할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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