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스토킹 리포트

35세의 작가 자라는 남자친구 게리가 자신을 조종하려 든다는 사실을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알게 됐다. “올려도 되는 사진과 안 되는 사진을 정해줬어요. 본인이 느끼기에 ‘허세 셀카’ 같거나 야해 보이면 못 올리게 했죠.” 자라가 올린 게시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게리는 곧바로 ‘가식적’이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친구들과 밤에 외출한 사진이라도 올리면 왓츠앱(WhatsApp)으로 비난 메시지를 보냈다. 헤어진 후, 외국으로 떠난 게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라를 계속 스토킹했다. “지난해 끔찍한 일이 있었어요. 게리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등 온갖 채널을 통해 폭언의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심지어 제가 만난 남자에게도 메시지를 보냈고요. 유령 계정을 만들어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훔쳐보기도 했죠. 이후 너무 불안한 나머지 베타 차단제(β-아드레날린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물)를 복용해야 잠들 수 있었고 그가 온라인상에서 나를 쫓아다니며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상상하면 상상할수록 끝없는 불안에 시달려야 했어요.

”어떤 형태로든 한 해 스토킹을 경험하는 사람만 5백만 명에 이르고, 이 중 73퍼센트가 디지털 스토킹을 경험한다.* 그리고 피해자의 80퍼센트가 여성이다. “오늘날 우리는 온라인 안에서 생활하죠. 그 세계에서 한 일이나 방문한 곳의 흔적이 모두 남아요.” 디지털 폭력 피해자를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안티 스토킹 단체인 팔라딘(Paladins)의 설립자 로라 리처드는 말한다. “스토커가 피해자의 행적을 추적할 수 있고 이를 제지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어려운 문제입니다.” 또 자선단체 수지 램플로 트러스트(Suzy Lamplugh Trust)에 따르면 디지털 폭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도, 피해자 중 단 9퍼센트의 사람만이 이를 범죄로 인식해 경찰에 신고한다고. 즉, 밝혀지지 않는 디지털 스토킹 피해가 더 많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디지털 스토커 역시 여타 성범죄자처럼 스토커 등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과거 남자친구였던 스티브와 주고받은 사소한 말싸움으로 심각한 상황까지 겪어야 했던 32세의 클로이는 누구보다 스토커 등록제를 환영한다. 2년 전, 처음 데이팅 앱 오케이큐피드(OKCupid)를 통해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만 해도 스티브는 매력적인 남자였다. 그는 의대생이었고 둘은 매주 주말을 함께 보냈다. 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그는 클로이를 통제하려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때때로 복종에 대한 보상을 주기도 했어요.” 연애 초기, 두 사람이 멕시코로 휴가를 떠날 계획을 세우던 당시를 떠올리며 클로이는 말했다. 클로이가 비키니 왁싱을 하라는 그의 요구를 거부하자 스티브는 클로이의 “모든 것이 의심스러워졌다”며 클로이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졸라대는 통에 클로이가 결국 정기적으로 왁싱을 받기로 하자 스티브는 고마움의 표시로 애정 공세를 퍼부었다. “나를 데리러 와서 키스 해대던 일이 생각나네요. 그때는 좋았으니까 그런 스티브의 잘못된 행동을 어떻게든 합리화했죠.” 스티브가 클로이에게 성형수술 위시 리스트를 보내면서 마침내 일이 터지고 말았다. “가슴 성형, 뱃살 제거, 다이어트, 레이저 제모가 차례로 적혀 있고, 그걸 하면 내가 더 매력적일 것 같다고 하더군요. 스티브가 전부터 다이어트로 압박을 준 탓에 자존감이 산산조각 난 상태였고 거식증까지 생겼어요.” 클로이는 스티브와 헤어진 후 소셜 미디어에서 그를 차단했다. 그때부터 디지털 스토킹이 시작됐다. “피트니스 앱 스트라바(Strava)에서 내 활동을 팔로하더니 제가 데이팅 앱 해픈(Happn)에 가입했더니 거기서도 날 찾아냈어요.”

스토커들은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 없이 홀로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이유로 보통 연휴 기간에 이들의 범죄가 더 악화되기도 한다. 웨스트 미들랜드 경찰에 따르면 스토킹 신고 건수는 2017년 12월에 4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가해자들이 인터넷에 연결된 잠금장치, 스피커, 자동 온도 조절기, 전구, 카메라 등을 이용해 피해자를 괴롭히고 감시하거나 복수 및 제어의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기사를 다뤘고, 이는 스마트 홈 기술의 발전이 또 다른 패턴의 가정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리처드는 자신을 보호하고 싶다면 스마트폰이나 휴대 기기의 GPS 기능을 꺼두라고 조언한다. 수동으로 위치 정보 시스템을 끄지 않으면 많은 경우 애플리케이션이 자동으로 우리의 위치를 추적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처드는 스토커들이 심지어 가정 내 와이파이 망, 휴대전화 결제 시스템, 포인트 카드를 해킹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2018년 초, 수지 램플로 트러스트는 아마존이나 이베이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도청 장치를 이용해 피해자의 집을 도청하는 스토커들을 경고하기도 했다.

 

나 차단했어?

디지털 스토킹 피해자의 절반은 강제적으로 회사를 그만 둘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스토커의 75퍼센트가 피해자의 직장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클로이의 경우 역시 그랬다. 어느 날 밖에 찾아온 스티브 때문에 클로이는 자정까지 사무실에 남아 있어야 했다. “해픈 앱에서 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했어요. 그러더니 근처 공중전화기로 내게 전화를 걸었죠.” 결국 그녀는 스티브의 모친에게 전화를 할 수밖에 없었고 스티브는 모친의 설득 끝에 돌아갔다. “그 후로 혼자 집에 가는 게 죽을 만큼 무서워졌어요.” 스티브는 클로이의 구글 캘린더와 이메일을 해킹해 그녀의 연락처에 있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보냈다. 그리고 지난 크리스마스에 그녀는 스티브로부터 무시무시한 메시지를 받았다. ‘파리까지 가서 자전거를 타다니 대단한걸’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클로이는 스티브에게 이에 대해 이야기한 적도 없고, SNS는 전혀 하지 않으며 온라인에 올리는 내용을 신중하게 걸렀다. “마치 스티브가 ‘나는 늘 널 지켜보고 있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요.”

 

당장 답해

2018년 11월, 영국의 하원의원 사라 울러스턴은 국회에 스토킹 방지 법안을 제출했다. 경찰에게 더 막강한 힘을 부여해 스토킹 피해자들을 보호하려는 법이다. 울러스턴은 스토커는 소셜 미디어나 이메일을 이용해 피해자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피해자의 친구, 가족, 동료 등 주변인까지 타깃으로 삼는다고 주장하며 이 법안이 스토커들의 인터넷 사용을 감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리처드는 접근 금지 명령 등의 조치는 금세 허점이 생길 것이고, 가해자들은 쉽게 단념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제정한 강제성이 약한 법안은 종잇조각에 불과해요. 집착적인 사람들은 이런 종이 따위에 연연하지 않죠.” 현재로서는 스토커 등록만이 경찰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해 사전에 범죄를 예방하고, 처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리고 이 제도는 잉글랜드와 웨일즈 여성두 명을 살릴 수 있는 길이기도 했다. 우려했던 끔찍한 일이 17세이던 제이든 파킨슨의 가족에게도 현실로 일어나고 말았다. 2013년 12월 파킨슨은 자신의 전 남자친구 벤블레이클리에게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말한 후 살해당했다. 살인을 벌이기 전 블레이클리는 그녀에게 인터넷상에 리벤지 포르노를 올리겠다고 협박하며 자살하라고 비웃었다. 파킨슨은 블레이클리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블레이클리가 다리에서 파킨슨을 던져버리겠다고 협박한사실이 명백함에도 사건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직전에 딸의 시체를 확인해야 했죠. 그 모습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파킨슨의 어머니 사만타 슈루즈버리는 말했다. “블레이클리는 그날 밤 세 번이나 아이의 목을 졸랐다가 다시 깨어날 때까지 방치하는 일을 반복 했죠. 그런데 단 한 번도 딸에게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았어요. 부모라면 절대 보고 싶지 않은 모습입니다.”스토커 등록은 성범죄자를 감시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쇄 스토커를 추적하고 감시할 수 있게 해줄 것이며 이들의 미래 연인들에게 위험을 경고해줄 것이다. 결론적으로 스토커 등록은 파킨슨과 같은 여성들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죽음 이후 블레이클리가 과거 연인들을 학대하고 심각한 협박을 일삼은 연쇄 스토커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경찰은 데이터가 없는 까닭에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대부분의 스토커는 연쇄 학대범이므로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들을 감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여성 웹사이트 브로들리(Broadly)가 팔라딘과 협력해 언팔로 미(Unfollow Me)라는 캠페인을 시작한 후, 15만7천 명이 스토커 등록법 도입 청원에 지지하는 서명을 했다.

 

증거 수집

만일 전 연인이나 낯선 사람이 자신을 스토킹하는 것 같다면 사건 일지를 작성한다. 전화는 녹취하고 메시지와 이메일은 저장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기록한다. 이 모든 것이 경찰에게 귀중한 증거가 될 것이다.

 

신고하기

가족, 친구, 동료와 경찰에 알려라. 소셜 미디어에서 스토커를 차단하고 스토킹 방지 단체에 연락해 도움을 구하자.

 

정보 차단

온라인상의 비밀번호를 자주 바꾸고 타인이 나에 대한 어떤 정보를 볼 수 있는지 검색해보자. 절대 일정을 온라인상에 공유하지 말자.

 

본능을 믿어라

위험에 처한 것 같다면 곧바로 112를 누르자.

 

위기 대처하기

만일 연인이 소셜 미디어를 통제하려 든다면 연인이 모르는 계정을 만들고 비밀번호를 바꾼다. 그리고 위치 정보를 끄자. 가해자들이 모르도록 현금으로 지불한 휴대전화를 장만한다.

인재 예측 보고서 #아트

회화 김세은

김세은은 2017년 영국 왕립예술학교(RCA) 졸업 이후 런던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회화 작가다. 최근 전시 <하루 한 번>에서 보여준 작품은 2018년 8월 런던 말보로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Potholing>에서 처음 소개한 작품 3점 외에는 모두 신작이다. 김세은은 자신이 과거에 직접 본 이미지를 재료로 그림을 완성한다. 이런 이미지는 도시와 부도심에 거주하면서 본 실제 풍경이기도 하고, 실제로 일어난 사건의 인상을 포착한 것이기도 하다.

입체·설치 정지현

정지현은 작가 이주요와 함께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프로젝트 <Dawn Breaks>를 이어왔다. 이 프로젝트는 뉴욕 퀸즈 미술관, 광주비엔날레, 런던의 쇼룸에서 소개됐는데, 이후 솔로로 작품을 소개하기는 오랜만이다. 정지현은 버려져 특정한 쓰임이 사라진 산업 자재를 재료로 조각 작품의 실마리를 얻고 작품을 제작한다. 이 과정에서 사물의 기능이 아닌 재료 자체의 특성이 스스로 의미를 갖게 된다. 정지현은 새해 3월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입체·설치 최하늘

조각보다는 설치가 더 익숙한 동시대 미술 현장에서 최하늘은 ‘조각’을 다시 고민하기 시작하는 듯하다. 삼차원 공간을 점유한다는 필연적인 조건에서 출발한 그의 조각은 전통 조각의 물성과 존재 양태, 원본과 복제의 문제를 모색하고 대범하게 이차원과 접속을 시도한다. 디지털 시대에 ‘덩어리’를 인식하는 방식, 나아가 그것을 경험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이 청년 작가의 실험은 여전히 낯설고 난해하지만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상 김희천

데뷔작 <바벨(Lifting Barbell)>(2015)부터 최근작 <메셔(Every Smooth Thing through Mesher)>(2018)에 이르기까지 김희천의 작업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매개로 세상의 이편과 저편 그리고 그 경계를 거침없이 가로지른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인 그의 영상이 더욱 탁월한 것은, 존재와 세계에 대한 근원적인 질
문, 이미 용도 폐기되었다고 간주되던 오래된 그 질문들을 아직 존재하지 않은 방식으로 변주해내기 때문이다.

회화 박정혜

모든 화가에게 캔버스 화면은 어쩌면 또 하나의, 자신만의 완벽한 세계다. 그래서 모더니스트 화가들은 그 화면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버렸을까? 그러나 박정혜는 캔버스를 통해 지금, 여기의 세상을 갈망한다. 종이를 오리고 접으며 차원의 전이를 시도하고, 패턴을 분할하며, 소실점을 조정하는 등 부단한 실험으로 축적된 막대한 분량의 작업은 전시장 공간을 점유하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감각하며 현실로의 잠입을 시도하는 듯하다.

 

인재 예측 보고서 #비디오&웹 드라마

감독 이상덕

이상덕 감독은 2016년 영화 <여자들>을 발표했다. 그는 자신의 첫 장편에서 한 남자가 네 명의 여자를 만나 겪는 사건을 위트 있게 연출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따라 올라가면 단편영화 <블루먼데이의 여자>, 뮤직비디오로는 선우정아의 ‘봄처녀’와 키썸의 ‘Love Talk’이 있다. 감성을 간지럽히는 이미지가 그의 주특기. 일상의 평범한 순간을 아름답게 묘사하는 재주도 탁월하다.

감독 정진수

누군가는 정진수를 K-팝 신에서 가장 핫한 감독이라고 말한다. 그의 대표작은 밴드 혁오의 ‘위잉위잉’과 ‘공드리’ 뮤직비디오다. 설원을 달리는 자동차의 몽환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은 그의 역량이다. 홍대 인디 밴드의 뮤직비디오를 만들며 입지를 다졌고, 수지, 지코 등 아이돌 뮤직비디오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작가 방유정  PD 백민희

요즘 대세는 단연 여자가 말하는 여자 이야기. 방유정 작가와 백민희 연출가가 의기투합해 만든 드라마 <한입만>은 2018년 3월 단 2회의 파일럿 영상만으로 3개월간 1천4백만뷰를 넘기며 정규 편성된 웹 드라마다. ‘20대 여자들의 우정과 사랑’을 ‘먹방’과 엮어 주목받은 작품으로 작가와 감독의 재기발랄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시너지를 확인할 수 있다. 올해 3월, 시즌 2로 돌아오는 이들의 <한입만>이 또 어떤 웃음을 줄지 기대해도 좋다.

작가 김사라  PD 한수지

요즘 10대를 알고 싶다면? 웹 드라마 <에이틴>을 볼 것. 김사라 작가가 쓰고 한수지 연출가가 만든 웹 드라마 <에이틴>은 2018년 총 조회 수 1억5천만 뷰를 기록하며 10대들 사이에서 ‘도하나’ 열풍을 일으켰다. 몇 달에 걸쳐 사전 조사를 하고 학생들을 심층 인터뷰해 요즘 10대의 생활과 고민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청소년들의 뜨거운 공감과 지지를 받았다. 주연인 도하나 역할을 맡았던 배우 신예은이 이 작품 이후 각종 CF와 드라마의 러브콜을 받으며 주목받았을 정도로 10대들 사이에서는 <에이틴>이 <꽃보다 남자>를 뛰어넘는 인기라고. 이들이 준비 중이라는 <에이틴> 시즌 2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