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어들이 사랑하는 캐나다의 휘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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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러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 나는 갑작스레 들리는 시끌벅적한 소리에 눈을 떴다. 오전 7시 30분, 호텔 밖으로는 수백 명의 스키어가 초보자용 스키 코스를 가득 메우고 있었고, 캘빈 해리스(Calvin Harris)의 노래가 터져 나오는 한 세트의 스피커 위로 이따금 “와!” 하는 소리가 솟아올랐다. 산으로 올라가는 위저드 익스프레스가 운행하려면 아직 한 시간도 더 남았는데, 벌써 길게 줄지어 늘어선 스키들은 커피와 도넛을 가지러 간 주인의 빈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늘은 눈이 30센티는 쌓인 것 같은데요.” 우리가 스키 부츠를 신는 동안 휘슬러의 지역주민이자 나의 호스트인 사라(Sarah)가 설명해주었다. 휘슬러에 살고 있고 하룻밤 사이에 눈이 30센티 넘게 쌓인 다음날에는 열 일을 제쳐두고 스키 타러 가는 게 이곳에서는 흔한 일이다. 시즌 중 눈이 30센티나 쌓인 날이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운인가! 한데 정작 사라 당신은 왜 출근했죠? 나도 영국으로 돌아가면 어느 화창한 날에 하루 정도는 쉬자고 상사에게 말해봐야겠다.

서른두 살인 나는 다섯 살 때 처음 스키를 접했지만 휘슬러에 오기 전까지 알프스를 벗어나서 스키를 탄 적은 없었다. 유럽에서도 즐길 수 있는데 굳이 런던에서 밴쿠버까지 9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오는 건 쓸데없는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휘슬러는 알프스 2.0과 다르며, 공항에서 2시간 동안 이동하는 길에 펼쳐지는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휘슬러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밴쿠버 국제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라이언 스베이(Lions Bay)에 비친 산맥을 내다보며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했다. 여름이면 먹이를 찾아오는 범고래 떼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곧이어 소나무 숲을 관통해 내륙을 가로지르면 휘슬러가 자리한 코스트산맥 (Coast Mountains)의 퍼시픽레인지(Pacific Ranges)에 도달한다.

우리는 블랙콤(Blackcomb) 산기슭의 프라임 스키인/아웃 지점에 위치한 웅장한 모조 고딕 양식의 럭셔리한 호텔인 페어몬트 샤토 휘슬러(Fairmont Chateau Whistler)에 묵었다. 이곳은 부티크 호텔이 아니다. 5백 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치형 로비는 작은 성당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크다. 이 같은 초대형 비율을 지닌 한편, 우리가 있는 페어몬트 골드 라운지 위층에는 아침 식사를 위한 아담한 식당이 있고 방 안에는 가스난로와 훼손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잘 보존돼 있는 숲을 내려다볼 수 있는 커다란 유리창이 있어 개인 샬레처럼 아늑하다.

8시간 시차의 큰 장점은 다음 날 아침 리프트 첫 운행 시간에 맞춰 완전히 깨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팬케이크를 먹을 수 있는 아침 식사는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호텔의 아래쪽 로비에 있는 스키 렌털 숍으로 향했다. 이 길은 멀린(Merlin) 스키런으로 곧장 연결돼 있어 스키 부츠를 신고 존 웨인처럼 걸으면 거리가 10미터나 단축된다. 우리는 블랙콤 스노 스쿨의 영국인 강사 올리(Olly)와 하루를 보내게 되었는데, 그는 20년 전 이곳으로 거주지를 옮겼다고 한다. 그는 우리에게 주어진 2백 킬로의 트레일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휘슬러의 스키 시즌은 11월에서 이듬해 5월까지 이어질만큼 길다. 휘슬러는 최고 적설량 기록을 보유한 지역이기도 하다. 나는 풍부한 적설량이 보장된 시즌의 한가운데인 2월에 이곳에 왔다. 우리는 스키 레그를 찾기 위해서 비교적 조용한 초보자 코스를 탐색하며 아침을 보냈다. 그러고 나서 올리는 우리를 모글 필드로 데려가 나무를 통과하는 오프피스트 트렉(off-piste trek)을 시도하기 전에 ‘플랜트, 턴, 플랜트, 턴’ 페이스를 맞춰보게 했다. 점심을 먹으러 크리스틴즈 온 블랙콤(Christine’s on Blackcomb)으로 갈 때는 구름이 잔뜩 몰려왔다. 리조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슬로프 사이드 레스토랑 중 한 곳인 이곳의 메뉴는 스키 디너에서 우리가 주로 먹는 휴대용칩과 고기를 덩어리째 올린 라자냐다. 산 정상에서 오리 바비큐 샐러드와 생선 카레를 먹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휘슬러의 스키 지형은 우리가 아침에 시간을 보낸 블랙콤과 휘슬러, 이 두 개의 산에 펼쳐져 있다. 휘슬러산은 사람들이 오후 3시인 리프트 마감 시간 전에 서둘러 스키를 타러 향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 도착하기 위해 우리는 현기증을 수반한 세계에서 가장 긴 연속 리프트 시스템인 피크 2 피크 곤돌라를 탔다. 그 아래로 흑곰, 독수리, 사슴의 풍요로운 서식지인 계곡이 펼쳐진다.

호텔로 돌아와 스시 빌리지(Sushi Village)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 전에 페어몬트의 야외 온수풀에서 욱신거리는 종아리 통증을 달랬다. 많은 사람이 스키를 탄 후에 즐기는 아프레스키 파티 하면 타르티플레트와 녹아내리는 그뤼에르를 떠올리겠지만, 휘슬러가 태평양 연안과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일본계 캐나다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과 인접해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보면 스시가 가득한 장면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스시 빌리지(1980년대부터 있었다) 복도에는 이곳의 대표 메뉴인 사케 마가리타와 연어 마키를 즐기러 온 매트 르블랑, 윌리엄 샤트너, 클라우디아 시퍼 같은 셀러브리티의 사인을 끼운 액자들이 가득하다.

휘슬러의 8천 에이커에 달하는 활강 코스는 이곳을 북미 최고의 스키 여행지 중 한 곳으로 만들어주었지만, 스키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캐나디안 와일더니스 어드벤처(Canadian Wilderness Adventures)는 스노슈 하이킹과 개썰매를 포함한 탐험 프로그램을 운영하 는데, 다음 날 우리는 캘러헌 밸리(Callaghan Valley) 인근으로 스노모빌링을 하러 갔다. 강사와 함께 몇 번 시범적으로 서킷을 돌아본 다음 자연 상태의 숲이 펼쳐지는 나니아(Narnia) 황야를 일렬로 관통해 지
나갔다. 이곳의 절충 경로는 약 1미터 깊이의 눈을 가로질러 스프롯(Sproatt)산맥을 따라서 급경사가 나 있다. 트랙이 끝나는 숲속 높은 곳에 자리한 통나무집에서 우리는 스크램블드에그와 양파, 감자, 피망, 베이컨을 김이 나는 팬케이크 위에 얹어놓은 캐나다 전통 스타일의 아침 식사를 했다.

오후에는 휘슬러 스칸디나브 스파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했다. 리조트 북쪽에 있는 한적한 삼나무 터인 이곳 스파는 몸 속의 독소를 제거하고 혈액순환을 개선해주는 북유럽식 야외 온천과 냉탕이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뒤로는 몸을 뜨겁게 달궈주는 사우나와 커다란 화덕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선했던 건 스파를 하는 동안 침묵해야 하는 규정이었다. 그러고 보니 휴대폰 없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두 시간을 보낸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이곳에서 수도 생활을 했다면 진작에 깨달음을 얻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날 저녁 식사는 스파에서 보낸 시간과 사뭇 달랐다. 베어풋 비스트로(Bearfoot Bistro)는 레스토랑 오너이자 샴페인 세이버링 대회 챔피언인 앙드레 생자크(André Saint-Jacques)가 오너인 곳으로 아프레스키 파티 분위기 속에서 훌륭한 디너를 맛볼 수 있다. 이곳에는 라이브 음악과 함께 보드카를 시음할 수 있는 아이스 룸도 있다. 식사 전에는 샴페인 세이버링에 대한 식전 레슨도 준비돼 있다. 우리는 가리비와 오리 가슴살로 만든 요리로 구성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와 눈보라 속으로 들어갔다. 리조트 건너편 어딘가에서 희미하게 “와!”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일도 많은 사람이 일을 쉬고 이곳 휘슬러의 스키장을 활강할 것 같다.

 

HOW TO GO
인천-휘슬러간 비행편이 없다. 밴쿠버에서 셔틀 버스나 렌터카를 이용하면 휘슬러에 갈 수 있다.

RESERVATION
휘슬러 블랙콤 스노 스쿨의 독점 가이드 마운틴 경험을 원한다면 whistlerblackcomb.com, 캐나디언 와일더니스 어드벤처의 스노모빌 투어는 canadi-anwilderness.com를 참조

SKI
스키 에픽패스(epicpass.com)는 프랑스의 레 트루아 발레(Les 3 Vallées), 파라디스키(Paradiski), 틴발 디제르(Tignes-Val D’Isere), 오스트리아의 아를베르크(Arlberg), 스위스의 4 발레(4 Vallées), 이탈리아의 스키라마 돌로미티(Skirama Dolomiti)에 대한 제한된 액세스를 포함해 8개국 61개 산악 리조트에 세계적인 액세스를 제공한다. 2019 시즌 판매가는 9백49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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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해외여행

달콤했던 연말을 까맣게 잊을 정도로 바쁜 1월을 살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이 다가왔다.
구정 연휴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주말까지 끼면 탈한국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먼 곳은 부담스럽지만 새로운 곳을 탐방하고 싶다면
아래의 목록을 참고하자.
총 비행시간 5시간 미만의
꽤나 매력적인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을 거다.

팔라우

인천에서 직항으로 5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신들의 바다 정원’ 팔라우
남태평양에 있는 2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제도다.
자연 생태계가 보존된 깨끗한 바다가 매력적인 곳으로
물이 맑고 어종이 풍부해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 좋다.
젤리피시 호수에서는 해파리와 함께 수영을 할 수 있으며
드넓게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 롱 비치를 거닐거나
밀키웨이에서 화이트 머드 체험을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대부분의 리조트가 바다와 맞닿아 있으니
어디에 묵어도 최고의 뷰를 만끽할 수 있다.
팔라우의 전경을 내려다보며 만찬을 즐기고 싶다면
엘릴라이 레스토랑을 방문해볼 것.

일본 마쓰야마

일본 하면 도쿄나 오사카 정도가 떠오르겠지만
소도시 역시 매력적이다.
인천에서 1시간 남짓 걸리는 마쓰야마 같은 곳 말이다.
마쓰야마의 자랑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도고 온천.
도고 온천의 본관인 3층짜리 목조 건물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에도 시대 이전에 건축된 마쓰야마 성,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에 등장하고
지금도 당시의 모습 그대로 시내를 달리는
봇짱 열차도 이곳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담고 있다.
레스토랑 고시키에서는 마쓰야마 특산물인 도미를 올린
도미 소면과 도미 밥도 맛볼 수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천에서 직항 노선으로 2~3시간이면
가장 가까운 유럽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상점이 들어선
아르바트 거리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고
전사와 호랑이 동상이 있는 혁명 광장에서
주말마다 열리는 재래시장도 훌륭한 볼거리다.
알록달록한 관람차가 특징인 해양 공원,
시베리아 횡단의 시작을 알리는 블라디보스토크역,
포크롭스키 대성당 등 웬만한 곳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것도 장점.
가성비 좋은 호텔이 많고 물가까지 저렴하니
부담 없이 다녀오기 좋다.
블라디보스토크의 특산물, 킹크랩과 곰새우도 꼭 먹고 오자.

 

대만 가오슝

가오슝은 대만 남서부에 있는 항구도시다.
아이허 강을 중심으로 빌딩들이 높이 솟아 있어
야경이 훌륭하고 고급 호텔도 많다.
대표 관광지로 꼽히는 호수인 연지담 근처에는
꼭 닮은 탑 2개가 돌다리로 이어진 용호탑이 있는데,
출입구가 각각 용과 호랑이 모양으로 건축됐다.
용의 입으로 들어오면 행운을 얻고
호랑이의 입으로 나가면 불행을 면한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
정자와 탑이 여럿 세워진 인공 호수 징청호,
거리 곳곳에 예술 작품이 놓여 있는 보얼예술특구
뚜벅이 여행을 즐기기 제격이다.
대만 전통 음식을 길거리에서 맛볼 수 있는 류허 야시장도 들러볼 것.
인천에서 비행시간은 약 3시간.

중국 하이난

하와이에 가고 싶지만 시간이 촉박할 땐
인천에서 5시간 거리에 있는 중국 하이난으로 향해보자.
연중 20도의 날씨를 유지하는 이곳에는
패러 세일링을 즐길 수 있는 야롱 베이
백사장이 드넓게 펼쳐진 대동해 
휴양을 즐기기 좋은 바다가 가까이에 있다.
열대 과일을 맛보며 야자수 숲을 돌아볼 수 있는 야노다 열대 우림,
하이난 원주민의 전통문화가 보존된 빈랑 빌리지도 이색 명소.
해변을 따라 최신식 리조트가 마련돼 있으며
쇼핑을 하고 싶다면 ‘하이난의 명동’ 푸싱지에를 찾아가면 된다.

러시아의 새로운 풍경

생각 없이 방문을 열었는데 그 안에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풍경이 펼쳐질 때의 당혹스러움. 앗, 죄송합니다 하고 문을 닫기보다 넋 놓고 그 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힘. 사진작가 프랭크 헤어포트(Frank Herfort/@frank_herfort)의 사진은 그렇게 보는 이를 기습적으로 매료시킨다. 베를린과 모스크바를 오가며 활동하는 그는 ‘요즘 러시아’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 ‘러시안 페어리 테일(Russian Fairy Tales)’을 통해 러시아의 초현실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담는다. 구소련(소비에트연방)의 어둡고 무거운 시대적 잔재와 현대 러시아가 만들어낸 신흥 부자들의 밝고 화려한 면면을 버무려 세계 어디에도 없는 풍경을 직조해내는 것. 특히 헤어포트는 대리석이나 어두운 목재에서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우울한 분위기와 화려한 색이 대조를 이루게 해 고립과 정체 등에서 오는 감정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이를 위해 그는 2년 전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공공장소의 미학적 측면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서유럽은 모든 것이 깔끔하고 정확하게 정돈돼 있다. 대기실은 대기실이고, 사무실은 여지없이 사무실이다. 반면 러시아의 공간은 해석 하기 나름의,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나는 많은 사람이 그저 거기에 그냥 앉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들이 하나같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아 보인다고 할까. 주로 이들을 사진에 담으려고 했다.” 작가의 깊은 사색과 관조, 예리한 통찰로 포착한 인물들이 모두 ‘대기 중’ 인 듯 느껴지는 까닭이다. 이들은 마치 잠에 빠진 듯 혹은 마비된 듯 보인다. 공간과 그 안에 있는 사람의 관계에 주목하는 그의 작업은 개개인의 감정 상태에 집중하는 전형적인 인물 사진과는 거리가 멀다.

프로젝트 ‘러시안 페어리 테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이 프로젝트의 기본 구상은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독일에서 사진 공부를 마칠 때쯤이다. 졸업 작품으로 시작한 셈이다. 처음에는 프로젝트 이름도 없이 그저 모스크바 공공장소의 사람들을 찍었을 뿐이다. 이후 몇 년 동안 이어온 작업을 한데 모아놓고 보니 어떤 방식으로든 이 풍경들이 연결돼 있다는 걸 느꼈다. 그 후 ‘러시안 페어리 테일’이라 이름 붙였고 지금까지도 이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인의 현재와 과거 삶을 대조하며 동화적 순간을 발견한 셈인데 당신이 느끼는 ‘러시아의 오늘’은 어떤 모습인가?
난 스스로 정치와 거리가 먼 사진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유명 매거진에 작품을 싣는 데 종종 어려움이 따랐다. 이들 대부분은 친러시아 혹은 반러시아라는 분명한 정치적 입장이 담긴 보도사진을 기대한 것 같다. 하지만 극단적인 감상을 표현하는 건나와 맞지 않는다. 내게 러시아는 아름다운 곳이다. 세계에 얼마 남지 않은 건강하고 진실된 나라다. 내가 보는 오늘날의 러시아는 때로 유럽보다 훨씬 현대적이고, 앞선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소비에트연방 시대의 잔재가 섞여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곳이다.

작가로서 이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인가?
지난 5년간 러시아가 변화해온 과정은 무척 인상적이다. 특히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의 대도시들은 완벽한 변신을 이뤄냈다. 인간 생활에 편리한 환경을 갖추게 됐고, 사랑스러운 도시로 변모했다. 최근 세워지거나 재정비된 현대 도시의 대부분이 개발 과정에서 본래 지니고 있던 자신의 ‘마법’을 잃은 것과 달리 모스크바는 여전히 러시아의 영혼을 느낄 수 있다. 이 점이 내게 큰영감을 줬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이제야 그들 나라의 진가를 알기 시작했다. 전통과 현대의 것이 조화를 이뤄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계속 탐색하고 싶은 나라다.

당신의 작업은 리얼리티를 극단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그 풍경을 판타지처럼 느끼게 만든다. 이를 당신의 작업 전체를 아우르는 작품 스타일이라고 정의해도 될까?
모든 아티스트는 작품으로 자신을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쩌면 아이러니하고 극단적인 모습으로 가득한 사람일 수 있고, 판타지와 리얼리티를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나는 러시아의 낯선 장소와 사람들을 탐색할 때 편안함을 느낀다. 이 같은 작업 방식을 다른 나라에도 적용해봤지만 결과물이 러시아에서 얻은 것과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내 작품에는 숨겨진 의미가 별로 없다.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아무도 이해할 필요 없는 마법 같은 이야기나 환상적인 시각적 표현에 매우 진지하게 접근한다. 그뿐이다.

인물과 공간, 나아가 사회를 다루지만 역동적이고 생기가 느껴지기보다는 초상화에 가까울 정도로 정적이다. 특유의 분위기를 만든 이유가 있는가?
사진을 매우 천천히 찍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촬영을 위해 뛰어다니지 않는다. 대부분 삼각대를 이용하고, 오랫동안 구도를 구상한다. 가끔은 모든 세팅을 철수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도 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섭외할 때도 굉장히 공들이는 편이다. 적어도 나는 찰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 그 사람과 장소의 분위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미사여구를 거두고 말한다면, 당신의 사진은 아름답다. 당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 세계의 모든 것은 아름답다. 다만 우리의 관점, 인식, 기대, 의식에 따라 달리 보일 뿐이다. 그럼에도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나는 진실된 모든 것을 아름답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