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잇>의 킬러와 형사, 장기용과 나나

장기용 나나 장기용나나 킬잇 장기용킬잇 나나킬잇 드라마킬잇 장기용나나화보
장기용 셔츠 리스(Reiss), 팬츠 디올 옴므(Dior Homme).
나나 블라우스와 실크 스커트 모두 니나리치(Nina Ricci), 이어링 아이노(Aino).

쫓는 나나

드라마 <킬잇>에서 형사를 연기한다. 과거를 쫓는 형사 ‘도현진’이라는 인물이다. 연쇄 살인 사건을 파헤치면서 ‘김수현(장기용)’을 만난다. 굉장히 냉정하고 예리하며 똑똑한 인물로 심리학을 전공해 범죄 현장에서 냉정과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반면 약한 존재에게 정을 많이 주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굉장히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이다. 강인하기도 하고. 그런 점을 잘 보여주고 싶다.

시나리오로 현진을 만났을 때 첫인상이 어땠나? 단편적이지 않고 다양한 성향을 가진 인물이라 재미있었고 그래서 해보고 싶었다.

배우로서 도전일 것 같다. 도전이다. 대본에 적혀 있는 인물의 다양한 성격을 내가 연기로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우선 극 중 인물의 관계를 깊이 들여다보려고 한다. <킬잇>에서 가장 많은 인물을 만나는 사람이 현진이고,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그때마다 감정의 변화가 일어난다. 어떤 상황에서 누구를 만나고 그래서 어떤 감정이 생기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드라마 <굿와이프>는 배우 나나를 각인한 작품이다. 장르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드라마와 통하는 지점도 있고. 그때의 경험이 이번 작품에 도움이 될 것 같다. 평소 장르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굿와이프>를 촬영하면서 다른 장르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굿와이프>에는 정보를 전달하는 대사가 굉장히 많다. 그래서 어려운 전문용어가 섞인 대사를 잘 소화하는 게 일종의 미션이었다. 그 경험 덕인지 이번에 형사로서 어떤 사건을 말로 설명할 때 좀 더 수월하게 머릿속에 들어오고 대사도 더 자연스럽게 연기하게 된다.

아마 이전 작품을 하며 배우로서 배짱이 조금은 생긴 게 아니겠나. 작품을 많이 하지 않아서 배짱이 생겼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연기를 향한 열정은 점점 커지고 있다. 연기는 할수록 매력적이다. 다른 인물의 삶을 사는 것도 그렇고 그동안 내가 대중에게 보여줄 수 없던 모습을 보여줄 기회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연기는 내게 큰 도전이었고 그만큼 두려움도 컸다. 그래서 두려움이 큰 만큼 열심히 하려고 했다. <굿와이프>와 영화 <꾼>에서 많은 선배들과 촬영했는데, 현장에서 지켜본 선배들의 노력에 비하면 내가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보다 더 노력해 열심히 하고 많이 고민하려고 한다.

반면 이번 작품은 젊은 배우끼리 극을 끌고 가야 한다. 그래서 부담감도 느낀다. 이전 작품에서는 내가 주인공의 조력자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중심이 돼 사건을 풀어가야 한다. 사건을 파헤치다 새로운 인물을 만났을 때 합을 잘 이루고 그 인물과 만들어가는 스토리에서도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하는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현장에서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나눈다. 감독님은 카메라 너머로 늘 나를 주목하니 나를 가장 잘 아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고민에 대한 답을 찾곤 하겠다. 첫 촬영을 앞두고 많이 긴장했다. 그런데 막상 촬영장에 가니 분위기가 참 편했다. 아마 감독님 덕분인 것 같다. 촬영장은 일하는 곳이 아니라 모두 신나고 즐겁게 노는 것처럼 지내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 그리고 리허설 할 때 감독님이 먼저 의견을 말하는 법이 없다. 우선 배우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게 둔다. 다 맞춰볼 테니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연기하라고 하고 그렇게 유도한다. 첫 촬영장이 이렇게 즐거운데 앞으로 얼마나 더 즐거울지 기대될 정도였다.

몇 분 안에 무대를 만들어야 하는 가수와 긴 호흡으로 작품을 완성해야 하는 배우는 결이 완전히 다른 영역인 것 같다. 가수는 3분여 동안 정확한 컨셉트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집중력이 중요하다. 그렇게 키운 집중력이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가수일 때는 그룹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다른 멤버에게 의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 혼자 다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문득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본인의 현재 상태에서 덜어내고 싶은 것과 채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뭔가? 자신감을 채우고 싶고 집착을 덜고 싶다. 인상 때문인지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자신감 넘치고 당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대본에 집착한다. 대본 전체를 외우지 않으면 무척 불안하다. 감정으로 대사를 외우는 배우도 있지만 나는 대본을 받자마자 달달 외우고 그다음에 감정을 덜어내거나 채운다. 그런데 한번 나온 대본이 수정될 때도 많거든. 비효율적인 방식인데 그래야 안심하고 잠이 든다.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생긴 습관인가? 그렇다. 현장에서 대본을 들여다볼 필요가 없을 만큼 외운다.

앞으로 배우로서 계속 활동할 텐데 끝까지 잃고 싶지 않거나 변하고 싶지 않은 점이 있다면 뭔가? 연기에 대한 열정 그리고 재미. <킬잇>을 만나기까지 공백기가 있었다. 그러다 이번 드라마 들어가며 대본을 보는데 너무 행복했다. 살아 있다는 걸 새삼 실감할 만큼.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날지 짐작할 수 없지만 늘 지금의 즐거움을 잃고 싶지 않다.


쫓기는 장기용

동물을 살리는 수의사이자 킬러인 인물을 연기한다. 상황이 독특하다. 동물을 대할 때는 세상 누구보다 따듯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킬러일 때는 차갑고 냉소적인 인물이다. 한 인물이 양극단의 성향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끌렸다. 해내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고.

한 인물이 양극단의 성향을 모두 가졌다는 건 연기하는 배우로서 잘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할 것이다. 현장에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시도해보며 만들어가는 타입인데 그런 점이 나와 잘 맞는다. 액션 장면도 고민이 많다. 내가 출연한 작품 중에 개봉을 앞둔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의 액션은 무자비하다. 마구잡이로 달려들어 싸우는데 <킬잇>의 액션은 보다 절도 있다. 와이어도 타고 위험한 장면이 꽤 있는데 그래서 성취감도 크다.

숙제를 잘 마치고 <킬잇>으로 배우로서 어떤 점을 강하게 보여주고 싶은가? 부침 없이 지금처럼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어느 하나에 목표를 두기보다는 작품마다 조금이라도 다른 느낌을 만들고 표현하고 싶다. 보는 사람들이 장기용한테 저런 면이 있었네, 이런 것도 가능하네, 하면 된 거다. 그리고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는 한 작품에 들어가면 첫 촬영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흔들리지 않고 캐릭터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중간에 연기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해 답답한 순간이 올 수도 있고.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낄 때는 어떻게 이겨내는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한강변을 걷는다. 걸을 때면 의식적으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사실 오래된 습관은 아니다. 하정우 선배를 무척 좋아하는데 얼마 전 선배의 걷기에 대한 에세이(<걷는사람, 하정우>, 문학동네)를 읽고 시작했다. 걷고 있으면 치열했던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할 때와 다른 즐거움이 있다. 이제는 쉴 때면 집에 있기보다 나가서 걷는다. 집에 있으면 잡생각이 많아지거든. 걷기는 특별하지 않은 게 매력이다. 대단한 기술을 요하는 것도 아니고 비싼 장비가 필요한 일도 아니지 않나. 자신의 속도에 맞게 걷는 건 누구나 할 수 있고 언제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올해 행보가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것 같다. <킬잇> 이후 차기작이 결정됐고 <나쁜 녀석들: 더 무비>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잘해낼 수 있을지 걱 정되진 않나? 쉬지 않고 작품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기회가 생긴 만큼 잘해내고 싶다는생각이 강렬하다. 걱정보다 설렘의 감정이 훨씬 크다. 그 설렘을 동력 삼아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지만 힘든 만큼 더 잘해내고 좋은 결과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배우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공백기가 생기기도 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이렇게 바쁘게 활동하기 전까지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하진 않았다. 그런 시기에 불안한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 모델 일을 할 때도 일이 없는 시기가 있었다. 컬렉션 기간에 부지런히 패션쇼 무대에 서야 하는데 고작 한두 개 쇼에 오르고 끝날 때도 있거든. 그럴 때면 자연스레 잡생각이 많아진다. 그래서 일을 하지 않을 때면 당장 눈앞의 현실에 조급해하지 않고 큰 그림을 그려보려 애쓰곤 했다. 이를테면 패션쇼 영상을 보며 연구하거나 운동해서 몸 관리를 하는 식이다. 일이 없다고 좌절하고 가만히 머물러 있기보다 뭐든 내게 도움 되는 일을 하며 그 시간을 보냈다. 좋은 생각으로, 긍정적인 마음으로.

연기를 시작할 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배우라는 직업을 대하는 태도에 달라진 점이 있나? 우선 처음보다는 편해졌다. 전에는 긴장을 지나치게 많이 한 나머지 뭐든 먹으면 체했다. 지금은 체하진 않는다.(웃음) 그때에 비하면 조금이나마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현장에서 스태프나 배우와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물론 촬영장은 여전히 긴장되는 곳이다. 아마 내가 고민을 많이 하는 성향이라서 그런 것 같다. ‘아, 연기란 이런 거구나’ 하고 느낀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은 우선 쉬지 않고 카메라 앞에 서고 촬영장에 있고 싶다.

연기란 도대체 뭘까. 어떤 즐거움이 있기에 모든 배우가 연기하는 순간을 사랑하는 건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겁다. 내가 욕심내던 캐릭터를 만난 지금은 더더욱 그렇고. 일이 없을 때를 생각하면 액션 연기를 하다가 다치고 촬영 스케줄 때문에 잠잘 시간도 없는 상황은 아무것도 아니다. 앞으로도 쉬지 않고 싶다. 언제든 지 기회만 생긴다면 열심히 하고 잘해내고 싶다. 난 아직도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너무 많다. 어떤 배우로 성장해갈지 나 스스로도 기대된다.

오늘 이 자리는 <마리끌레르> 3월호를 위한 인터뷰다. 아직 겨울이지만 봄을 위한 책인 셈이다. 지금의 장기용은 어느 계절을 향해 가고 있는 것 같나? 봄. 봄으로 가고 있다. 추웠던 겨울을 춥게만 보내지 않았고 따듯한 이불과 함께 잘 버틴 후 봄을 향해 가는 중이다. 추운 겨울에 촬영을 시작하는 <킬잇>도 열심히 임해서 좋은 결과물로 따듯하게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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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가 기다리고 있어

안다 가수안다 안다화보 안다키스
PVC 재킷 프롬마크(FROMMARK), 옐로 티셔츠 오프화이트(Off-White™), 스커트 푸시버튼(pushBUTTON), 귀고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안다 가수안다 안다화보 안다키스
저지 뷔스티에, 데님 팬츠 모두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 파이톤 가죽 앵클부츠 스튜어트 와이츠먼(Stuart Weitzman), 초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안다’라는 사람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은가요? 음악 하는 사람. 어떤 음악이든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2012년에 데뷔해 그간 보여준 장르가 다양해요. 그중 자신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하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프라이머리 오빠와 합작한 <Do worry Be happy>. 저의 색깔을 제일 잘 드러낸 앨범이었던 것 같아요. 작사 작곡에 전부 참여했거든요.

가장 최근에 한 작업이기도 하죠. 하면서 어땠나요? 프라이머리 오빠의 앨범에 참여했을 때 앨범을 같이 만들어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먼저 제안하더라고요. 자유롭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해보라고 해서 정말 마음대로 했어요. 작업 방식이 너무 편하고 자유로워서 지금까지 가수로 활동하면서 가장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어떤 이야기가 담아지던가요? 당시 스물일곱이었는데, 스물한 살부터 기획사라는 시스템 안에 있다가 딱 벗어난 시기였어요. 그래서인지 청춘의 자유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최근에 작업한 곡은 어때요? 사실 요즘에는 곡이 잘 안 써져요. 압박적인 상황에서는 잘하던 것도 못하는 성격이거든요. 최근 신곡을 발표하면서 활동 준비에 집중하다 보니 부담감이 커서 곡 쓰는 일은 잠시 미뤄놨어요.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아야 소스도 쌓이죠. 요즘 하루는 어떻게 보내요? 체력 관리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어요.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바로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그래서 운동이 일상이 됐어요.

신곡 ‘뭘 기다리고 있어’는 어떤 곡인가요? YG 더블랙레이블 소속 프로듀서인 알티가 트랙을 썼고 저는 노래를 불렀어요. 무척 신나고 멋있는 EDM이에요. 비주얼적으로는 여성스럽지만 음악 자체는 터프해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거예요.

많은 아티스트와 협업 작업을 하죠. 최근 안다의 레이더에 들어온 뮤지션은 누구인가요? 송민호 씨와 작업해보고 싶다고 전부터 생각했어요. 기회가 된다면 꼭 같이 해보고 싶어요.

작년에 승리와 함께 ‘셋 셀 테니’ 무대에 섰죠. 다소 색다른 롤이었는데 그 경험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요? 팬층이 워낙 넓으니까 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그동안 음악 활동을 했어도 인지도는 낮은 편이었거든요. SNS 팔로어 수도 많이 늘었고요.

올해는 어떻게 보낼 생각인가요? 신곡 ‘뭘 기다리고 있어’로 열심히 활동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다음 앨범을 낼 수 있도록 계속 작업해야죠.

안다 가수안다 안다화보 안다키스
레터링 플레이 드레스 베트멍 바이 육스(Vetements by YOOX), PVC 사이하이 부츠 카이(KYE), 귀고리 블링스타(Bling Star), 블랙 글러브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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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서형의 일본 이시가키 화보

김서형 스카이캐슬김서형 김서형화보 김서형마리끌레르 김서형인터뷰
패턴 셔츠와 스커트 모두 닥스(Daks), 이어링 해수엘(Haesool).
김서형 스카이캐슬김서형 김서형화보 김서형마리끌레르 김서형인터뷰
터틀넥 톱과 화이트 팬츠, 체크 코트 모두 닥스(Daks), 볼드한 스니커즈 아쉬(Ash),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서형 스카이캐슬김서형 김서형화보 김서형마리끌레르 김서형인터뷰
진주 장식 트렌치코트 맥앤로건(Mag & Logan), 이어링 젤라시(Jealousy).

브라운 톤의 아이섀도를 펴바르고 아이라이너로 점막을 채워주어 깊이 있는 눈매를 연출했다. 헤라 센슈얼 인텐스 벨벳 #339호 레드시에나를 입술에 깔끔하게 채워 발라 포인트를 주었다. 제품은 모두 헤라(Hera).

김서형 스카이캐슬김서형 김서형화보 김서형마리끌레르 김서형인터뷰
셔츠 원피스, 와이드 팬츠 모두 닥스(Daks), 이어링 에스바이실(S_S.il).
김서형 스카이캐슬김서형 김서형화보 김서형마리끌레르 김서형인터뷰
베이지 재킷과 언밸런스한 체크 플리츠스커트 모두 닥스(Daks), 앵클부츠 레이첼 콕스(Rachel Cox), 이어링 넘버(Numbering).

 

일본 이시가키에서의 화보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배우 김서형을 서울의 한 광고 촬영장에서 만났다. 요즘의 요동을 증명하듯 TV 연예 프로그램 카메라와 리포터가 그의 광고 촬영 현장을 중계했고, 수십 명의 스태프가 그를 켜켜이 둘러싸고 있었다. 잠시 짬을 내 그와 분장실에서 마주 앉았다. 김서형은 바깥의 소음을 털어내듯 몇 차례 움직이더니 차분하고 또렷한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요즘 그에게 인터뷰란 진력난 숙제 같은 것은 아닐까 염려했지만 외려 오랜 시간 기다렸던 질문을 받은 사람처럼 자신의 생각과 해야 할 말을 선명하게 풀어냈다. 인터뷰 내내 지금의 성취는 이전 작품들과 그 시간을 돌파해온 노력의 총합이라고 강조했고, ‘김주영’을 만나기까지 보내온 지난 10년에 고마움을 전하듯 이전 작품과 캐릭터를 하나씩 소환해 호명하기도 했다. ‘배우로서 계속 인정받고 살아남아야 하니까’ ‘자신이 있었거든’ ‘지난 10년의 시간을 잘 보내왔으니까’ ‘눈치는 안 봐요’ 등의 말에서 짐작건대 김서형은 탁월한 배우가 되는 것이 인생의 소명인 듯, 이 순간 끌어안고 있는 작품이 유일한 목표인 듯 엄격하게 몰입해온 사람이다. 그리고 그 소명은 지금의, 앞으로의 김서형에게도 크게 달라질 것 없다고 말한다.

TV 드라마 한 편의 힘을 새삼 느끼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콘텐츠가 지닌 힘을 느끼고 있어요.

유튜브, 웹 드라마 등 채널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특정 콘텐츠에 대중이 크게 반응한다는 사실도요. 채널이 많고 다양해진 만큼 관심의 간극이 커진 걸 느껴요. 하나가 아주 크게 터지는 대신에 나머지는 전혀 주목받지 못하기도 하고요. <SKY캐슬>이 하나의 사례를 만든 것 같아요. 흔히 사박자라고 하잖아요. 작가와 연출가, 스태프, 배우까지 어느 한 요소에 기대지 않고, 힘이 고르게 모여 잘 맞아떨어졌어요.

내 몫만 잘한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배우 역시 불확실함의 굴곡을 품고 가야 하는 직업입니다. 배우만이 아니라 매사가 그런 것 같아요. 앞서 말한 사박자 중 두 박자만 맞아도 그 안에서 또 그대로 흘러가는 것이 있어요. 때로는 두 박자가 맞는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도 하고, 설령 그 박자가 완전히 어긋나더라도 좌절하고 방황할 필요는 없어요. 시청률로 결과를 판단하고 평가받는 일이니만큼 수치에 초연할 수는 없지만, 이 작품 하나로 배우 일을 끝내는 건 아니니까요. 항상 다음, 그다음, 앞을 보고 가야죠.

최근 연예 프로그램에서 인터뷰를 하다가 과거 드라마 <아내의 유혹>으로 큰 관심과 주목을 받았는데도 이후 한동안 작품을 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보였어요. <아내의 유혹>은 당시 시청률이 40퍼센트 가까이 나왔는데 그다음 작품을 만나는 데 1년이 넘게 걸렸어요. 공백기가 생긴 이유가 작품 제안이 전무해서는 아니에요. 주변 분들로부터 너무 강한 캐릭터를 연기했으니 시간을 두고 다음 역할을 기다려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고, 실제로 제안받은 역할이 ‘신애리’에서 파생된 캐릭터가 많았어요. 배우로서 갇힌 기분이 들었죠. 그 이상으로 잘해낼 자신이 없고, 재탕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이전 작품과 새 작품 모두에 도움이 안 되는 선택이라고 판단해 출연하지 않은 작품들이 있어요. 그 과정에서 배우로서 갈증이 생긴 거예요. 그 목마름을 가지고 안 해본 것을 찾으며 10년을 보내면서 나 나름의 매력과 카리 스마를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을 꾸준히 연기해왔다고 자부해요. 당시 인터뷰 중에 지금이 전성기라는 맥락의 이야기를 하면서 다음 작품은 뭐냐고 묻는데 갑자기 다시 까마득해지더라고요. 새삼 ‘다음은 뭘까?’라는 물음표가 생기고, 그래서 갑자기 울어버린 거예요, 아유.

지금 받는 대중의 관심과 인기에 침착한 태도를 잃지 않겠다는 듯 보이기도 했고요. 10년 전에는 내가 이슈가 된다는 사실이 설레고 반가웠죠. 만약 그 상황을 겪지 못했다면 지금 여기서 방방 뛰고 있을 거예요. 배우들은 그래요. 마냥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니까요. 대중에게 잊히기 싫고, 연기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굳어버리니까 꾸준히 카메라 앞에 서야 해요. 계속 일을 해야 하죠. 그런 이유로 지난 10년간 영화 <봄> <악녀>도 그렇고, 작은 영화든 뭐든 내가 드라마에서 찾지 못한 연기적 지점을 영화로 가서 찾아보기도 하면서 많이 굴러다녔어요. 당시 인터뷰 중에 지난 과정을 생각하면서 나에 대한 연민 같은 감정이 작용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인터뷰하다 말고 갑자기 울었나? 지금 상황을 즐기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지난 10년을 생각하니 그 시간을 견디며 힘들었던 과정의 여파처럼 감정이 올라왔어요.

특정 시절을 이야기하다 보면 당시의 감정이 생생히 느껴질 때가 있죠. 적어도 인터뷰를 하는 시간에는 나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 거니까요. 가식으로 하고 싶지 않고, 무엇보다 인터뷰하는 동안 스스로에게 심취해 이야기하다 보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인터뷰에서 지킬 건 지키고, 보는 분들도 즐겁게 해줘야 하는데 저는 그런 능력이 좀 부족한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심취하면 상황이 잘 보이지 않나 봐요.(웃음)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던걸요. 이제 안 그러려고요. 연예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나 혼자 너무 진지했나 싶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전에 어쩌다 한 번 나가서 운 적이 있거든요. 그게 좀 꼴불견이어서.

그래서 이번에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교복 바지 입고 춤을 아주 확실히 추셨군요. 모든 게스트가 일단 춤은 한 번씩 다 추잖아요. 안 하려고 해도 하라고 하고. 판 깔아주면 또 하죠, 뭐.

드라마 <SKY캐슬> 출연을 처음에는 고사했다고 들었어요. <SKY캐슬>을 포함해 1년 동안 네 작품을 했어요.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에서 잠깐이지만 감정과 체력을 크게 썼던 터라 힘을 끌어올려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어요. 겁부터 먹은 거죠. 놓치면 아까울 걸 알면서도 그 시점에는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으니까. 경력이 비슷한 배우들로 이미 잘 꾸려져 있는데 나 혼자 처지면 어떡하나 싶어 염려하는 맘이 컸어요.

연기를 오래 해도 내성이나 맷집은 생기지 않나 봅니다. 맷집을 믿고 시작했는데 초반 한 달 넘게 감기를 달고 살았어요. 링거를 계속 맞고 항생제 맞으면서 연기했어요. 약을 많이 먹어서 탈이 날 정도로요. 7, 8회까지 제가 계속 코맹맹이 소리를 내는데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다고 하는데도 내가 보면 티가 나요. 그렇게 한 달 내내 약을 먹으니까 몸 상태가 더 좋지 않았죠.

힘을 완전히 다 쓰고 몰입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말로 들립니다. 모든 배우가 그렇지는 않겠죠. 힘을 쓰는 건 다 비슷할 수도 있어요. 나중에 어떻게 말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나는 인터뷰를 하면 가감 없이 표현하는 사람인 것 같고. 다른 분들은 ‘아, 그냥 힘들었죠’라고 하거나 ‘내성이 생겨서’라고 답할 수 있겠죠. 모르겠어요. 인터뷰를 할 때 내 감정을 숨기기보다 나는 어땠다고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내성이 생겼지만 힘든 건 힘든 거니까. 힘들었지만 어쨌든 끝냈고, 다음 작품 끝내고 인터뷰할 때도 또 ‘힘들었어요’ 라고 말할 수 있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연기에 대한 집념도 크게 작용하나요? 극 초반에는 현장에서 감독님이 2백 퍼센트 나왔다고 하는데도 내가 확인을 못했으니까 좀 더 밀어붙이기도 했어요. 첫 방송 이후에 모니터하고 안심했죠. 그런 믿음이 생기니까 더 완벽하게 하고 싶은 거예요. 뭐가 좀 더 있을까, 뭘 더 잘해볼 수 있을까 나 자신과 캐릭터에게 더 묻게 됐죠. 그리고 거기에 다른 배우가 아닌 김서형에게 김주영 역할을 맡긴 데 대한 책임감 등등 혼자 뭐 이상한 걸  다 가져다 씌우는 거죠. 그럴 때는 힘들고 스트레스가 되는 동시에 이상한 즐거움을 느껴요. 그 스트레스가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하니까요. ‘힘들어도 배우가 그런 거 아니겠어’라고 생각하는 거죠.

좀 가학적인 즐거움인데요. 잠 못 자고, 살은 더 빠지는데도 희열을 느끼고 얼굴은 더 좋아져요. 그 과정에서 나를 만드는 거니까. 힘들어도 그게 좋아요. 그래 놓고는 또 어디 가서 힘들다고 울고.

욕망에 충실한 기자(<이리와 안아줘>)와 수완이 탁월한 사업가(<위대한 유혹자>), 로펌 대표(<굿와이프>), 당 대변인이자 비례대표 초선의원(<어셈블리>), 정치력이 뛰어난 황태후(<기황후>) 등 주로 강인한 인물을 맡아왔습니다. 공통점이라면 극의 긴장을 만드는 특유의 장기가 발휘되는 역할들이죠. 수트가 잘 어울리는 외모나 목소리도 한몫한 것 같고요. 카리스마가 있든 기품이 있든 기본적으로 대본에 매력적으로 그려져 있었어요. 특히 <자이언트>의 ‘유경옥’은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지닌 인물로 그 인생 자체가 매력적이에요. 대본을 따라 표출해내면서 힘을 실은 거죠. 중요한 건 이전 작품의 캐릭터 역시 김주영만큼 노력했다는 거예요. 그 전작들의 힘이 쌓여 김주영 역할을 할 수 있게 했다고 봐요. 김주영을 보고 있으면 지난 10년간 내가 연기해온 인물들이 다 떠오르더라고요. 김주영을 준비할 때 끌어다 쓸 요소가 많아요. 제스처와 행동, 태도 등 복합적으로 지난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어요.

지난 캐릭터들이 좋은 재료가 된 셈이네요. 김주영을 만날지 모르고 만들었던 재료들이죠. 배우로서 계속 인정받고 살아남아야 하니까 열심히 했죠. 지난 10년의 시간을 잘 보내왔으니까요. 지금이 전성기냐는 질문에 굳이 그렇다고 말하고 싶지 않은 이유이기도 해요. 드라마 자체, 출연한 모든 배우가 함께 빛을 보고 있으니까요. 전성기를 맞았다는 말을 듣는 건 좋지만 연기하는 동안은 늘 열심히 했으니 늘 전성기였다고 생각해요. 특별 출연이었던 <이리와 안아줘>에서도 연기하는 동안에는 불면증으로 잠을 제대로 못 잤으니까요. 모든 작품에서 전 똑같았어요.

한정적인 여성 배우의 역할에서 비교적 다양한 연기를 해왔습니다. 특정 상황에서 답답함을 느낀 적도 있습니까? 역할의 한계는 있죠. 그래도 전 남성적인 지점을 갖고 있는 여성 캐릭터를 많이 했다고 생각해요. 젊은 나이인데도 카리스마 있는 역할을 많이 했어요. 신애리도 그 정도면 장난 아니고, 신애리 이후 서른여섯 살 때인가 이덕화 선생님의 첫사랑 역할을 했어요. 그리고 나중에 처가 되는 역할이었죠. 내가 서른여섯이면 이덕화 선생님은 그때 몇살이셨겠어요. 그 과정에서 내가 안아야 할 지점이 컸던 거지. 그 과정을 거치면서 신애리 이후에 연기 폭이 넓어졌어요. 물론 여자 배우가 할 수 있는 건 지금도 적어요. 근데 왜 여자 배우 몫은 이렇게 적어요 하고 우리만 항상 인터뷰 하면서 그런 얘기를 묻고 답하는 것에 대해서도 나는 잘 모르겠어요.

본인을 두고 ‘예쁜 배우는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여성 배우에게 ‘예쁘다’라는 수식은 늘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 같습니다. 예쁘다, 예쁘지 않다로 굳이 표현해야 한다면 난 예쁘지 않은 쪽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매력 있다 그러지. 나는 매력이 있어요. 근데 예쁜지 예쁘지 않은지가 뭐가 중요해요. 어차피 오래 할 건데. 연기를 못하냐 잘하냐 하는 프레임 안에 나를 가둔 적은 있어요. 근데 어떤 역할을 했을 때 예쁘지 않아도 예뻐 보이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건 왜겠어요? 자기 할당량을 잘해냈을 때라고 생각해요. 나는 미스코리아로 시작했고, 떨어졌지만(웃음) 미스 강원에 나간 건 스스로 예쁘다고 여겨서 그런 건 아니에요. 자신이 있었을 뿐이야. 근데 떨어졌어요. 우리 집에 돈도 없고 안 되나 보다 하고 빨리 포기했어요. 내가 못 해낼 일에서는 포기가 빨라요. 근데 반대로 내가 이걸 잘할 자신이 있고, 선택했고 선택당했잖아요? 그럼 난 책임감 있게 맡은 걸 해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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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치코트, 화이트 팬츠 모두 닥스(Daks), 이어링은 뚜아후아(Troisro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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