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미드 영드, 정주행 해볼까?

<오펀블랙>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중독성으로 넷플릭스 매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미드. 배우 타티아니 마슬라니가 복제인간으로 등장해 무려 1인 7역을 맡으며 연기력으로 시리즈를 하드캐리한다. 자신과 얼굴이 똑같은 사람을 발견한 주인공이 신분세탁으로 새 삶을 살아보려하지만, 계속해서 자신과 얼굴이 같은 사람들을 맞딱뜨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도무지 같은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변화를 거듭하는 것이 이 드라마의 묘미다. 현재 시즌6까지 나와있고, 다행히 시즌을 거듭하면서 급격히 흥미가 떨어지는 미드 부작용 현상은 이 시리즈에 아직 없다.

<리버>

2015년에 방영된 총 6부작 BBC 드라마로 죽을 사람들을 보는 형사의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뻔한 소재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각각의 에피소드와 사회적인 이야기를 적절하게 배합하면서도 재미까지 놓치지 않은 수작이다. 영국 드라마 특유의 음울하게 가라앉은 분위기가 오히려 이 드라마의 매력을 상승시키고, 주인공 스텔란 스카스가드의 선 굵은 연기가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보디가드>

BBC가 제작하고 넷플릭스에도 올라와 있는 드라마 보디가드는 영드 매니아 사이에서 ‘<셜록> 이래 제일 재미있다’는 평으로 더 알려진 작품이다. 6화짜리 짧은 드라마지만, 파병을 갔다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고생하는 주인공이 경호원으로 취업해 경호를 맡게 된 내무부 장관이 자신의 파병과 엮어있는 사이라는 점을 알게 되면서 극이 더 빠르게 전개된다. 정치와 로맨스가 적절히 버무러져 있고, 뒤로 갈수록 더 재미있다는 평이 많다.

 

<마인드헌터>

데이빗 핀처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미드다. 시즌 1이 종영된 지 1년이 훌쩍 넘어, 시즌2를 기다리는 팬들의 목이 거의 다 빠질 지경인데 올해 상반기에 방영될 예정라는 소식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1960~70년대 FBI 수사관으로 현대의 프로파일링 기법이 발달하지 않았던 그 시절, 주인공이 연쇄 살인마들을 취조하면서 수사 기법을 하나씩 발전시켜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뻔한 범죄수사물과는 완전히 다른, 세련된 편집 기법과 촬영 스타일이 정주행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2019년 설 연휴 특선 한국 영화, 뭐 볼까?

KBS2 <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

2015년작 영화가 다시 ‘설 연휴 영화 리스트’에 올랐지만, 지겹다기보단 반갑다는 반응이 여전한 더 많다. 2013년의 <신세계>와, 2018년의 <독전>과 비교하면서 다시 봐도 재미있을 듯 하다. 밤 11시 15분부터 감독판으로 장장 3시간 동안 상영될 예정이니 연휴 첫날 밤을 길고 진득하게 보낼 수 있는 최적의 한국 영화이기도 하다. 2월 1일 금요일, 23:15분 시작.

 

채널 CGV <소공녀>

집과 돈은 없어도 취향과 신념이 있는 요즘 여자가 등장하는 요즘 영화. 독특하고 급진적인 이야기를 구성해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선포한 2018년의 화제작이다. 배우 이솜의 서늘하면서 당돌한 연기가 짜맞춘 듯이 어울리고, <족구왕>을 떠오르게 만드는 안재홍의 얼굴도 오랜만에 편안하다. 끊임없이 위스키를 홀짝이는 장면이 등장하니 낮술 한잔하면서 즐겨도 좋을 듯 하다. 2월 2일 토요일, 12:40분 시작.

 

OCN  <아가씨> <리틀 포레스트>

김태리의 변화무쌍한 매력을 감상할 수 있는 영화 두 편이 같은 날 방영된다. 솔직하면서도 야망에 가득한 고양이 같은 숙희, 느릿느릿 천천히 원하는 걸 찾아가는 강아지 같은 혜원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이 두 편에 비하면 김태리가 덜 빛나지만, 5일에는 JTBC에서 <1987>까지 방영되니 김태리에 푹 빠졌다면 이번 연휴에는 그 팬심에 불을 더 지필 수 있다. 2월 3일 일요일, 2:50분과 12:20분에 각각 시작.

 

SBS <너의 결혼식>

설 특선으로 편성된 영화 중 몇 안되는 로맨스 영화 중 하나다. 아직까지 박보영의 연기가 한번도 파워풀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 왜 그녀가 국내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멜로 연기자인지, 단번에 확인할 수 있다. 뻔한 스토리이지만, 오히려 큰 부담없이 관람할 수 있어 설 연휴를 편안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이다. 2월 6일 수요일, 20:45분 시작.

 

 

JTBC  <명당>

두루두루 어르신들과 모여 앉아 보기 좋은 영화다. 이제는 한국 영화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어버린 자극적인 장면은 많이 등장하지 않고, 풍수지리설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로부터 시작하는 안정적인 스토리 전개가 영화의 맛을 살린다. 백윤식의 서슬퍼런 연기와 김성균의 악역 연기가 쾌감을 선사한다. 2월 5일 화요일, 20:50분 시작.

 

SBS <아이 캔 스피크>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로 활동했던 김복동 할머니의 별세 소식에 잠깐 잊고 있었던 역사의 참상을 떠올린 이들이 많다. 이 영화는 너무 무겁지도 않고, 너무 신파로 흐르지도 않아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감정에 오히려 더 흠뻑 젖어들 수 있는 영화다. 이제훈의 편안한 연기와 나문희의 노련한 연기가 멋진 조화를 이룬다. 2월 4일 월요일, 17:50분 시작.

작가별로 챙겨보는 정주행 드라마 추천 리스트 

김은희 작가

tvN <시그널>

타임리프 소재의 드라마가 늘 그렇듯, <시그널>도 단숨에 첫 화부터 마지막화까지 달려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제훈, 김혜수, 조진중의 연기 앙상블은 물론이고, 등장하는 단역까지도 탄탄한 연기로 몰입을 돕는다. 미제사건 전담팀 프로파일러 박해영과 과거의 형사 박해영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무전으로 교신하면서 사건을 해결하고, 이 둘의 시간에 공통적으로 걸쳐있는 자수현 형사가 스토리의 연결고리를 담당한다.

 

Netflix <킹덤>

김은희 작가의 최신작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전편이 한꺼번에 공개됐다. 피도 눈물도 없이 잔혹한 조선시대의 좀비물이라, 예고편부터 놀랄 정도로 섬뜩하고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시그널>을 통해 한국 드라마의 틀을 깨버렸던 김은희 작가답게 넷플릭스의 시즌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스토리를 풀어나갔으며 총 6편의 드라마에 다음 시즌을 위한 떡밥을 여기저기 흩뿌려두었다. 세자로 등장하는 주지훈과 의녀로 등장하는 배두나의 사극연기는 약간 이질감이 있다는 평이 많지만, 류승룡과 허준호의 존재감 넘치는 연기가 무게 중심을 맞추고 있다.

 

송재정 작가

 

tvN < 나인 : 아홉번의 시간 여행 >

독특한 소재를 포착해 복잡한 스토리 라인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게 특기인 송재정 작가의 2013년작 드라마다. 한 남자가 우연히 얻게 된 9개의 향으로 20년전으로 아홉 번 시간여행을 하게 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백 투더 퓨처>처럼 과거로 돌아가 바꾼 작은 일이 현재에 다시 영향을 미치는 얽히고 설키는 전개에서 재미가 시작된다. 미드처럼 회차마다 몰입감과 궁금증이 넘치는 편이라 한번 시작하면 정주행을 하게되는 웰메이드 한국 드라마의 고전이다.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송재정 작가의 단점으로 시청자들은 ‘아쉬운 뒷 마무리’를 꼽는데, 최근작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도 같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명쾌하고 장엄한 마무리로 드라마의 쾌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독특한 소재가 주는 설정 그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시청자들도 꽤 많다. 이 드라마는 출시예정인 증강현실 게임이 현실과 혼동되는 에러가 생기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다. 게임개발회사의 사장인 유진우가 게임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장면들과 그의 주변 인물들이 NPC로 등장하는 장면들이 신선한 재미를 준다.

 

이수연 작가

<비밀의 숲>

‘정주행’을 한다면 이만한 드라마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살인 사건을 파헤쳐나가는 구조라서 회차마다 끈끈하게 이어진 그 고리를 끊어서 시청하기가 매우 힘들다. 조승우가 감정 없지만 대쪽 같은 검사 역으로, 배두나가 자기 일은 제대로 해내는 부드러운 형사로 등장한다. 그간 스릴러 드라마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직업군의 캐릭터를 뒤집는 설정부터가 흥미롭다. 뒤통수를 치는 반전의 재미도, 다소 연설적이지만 전하고자 하는 사회적인 메시지도 있는 드라마다.

 

JTBC <라이프>

<비밀의 숲>에서 한 발짝 더 사회적인 드라마로 나아간 것이 <라이프>다. 머리를 쥐어짜게 만드는 사건도 등장하지 않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도 하나 나오지 않지만 현실에 정말 있을 법한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는 드라마다. 사립 대학 병원에 재벌그룹 임원 출신의 사장이 부임하면서 생기는 불협화음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일종의 ‘청년 운동가’ 역할을 하는 의사 이동욱이 극 중 초반에 보여준 차갑게 절제된 연기가 새롭다. 모든 캐릭터에 매력을 불어넣는 조승우의 연기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