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아름다운 도시와 그 호텔들 ②

MOROCCO
ROYAL MANSOUR in 마라케시

북아프리카 서북쪽 끝자락에 있는 모로코는 지리적으로는 아프리카에 있지만 이슬람 문화가 생활 전반을 지배하는 곳이다. 모로코의 붉은 도시라 불리는 마라케시에 위치한 로열 만수르 호텔은 국왕 무함마드 6세가 외빈을 맞이할 때 자주 이용하는 곳이자 그가 소유한 호텔이다. 높다란 담장과 내부 정원 등에서 볼 수 있는 모로코 전통 건축양식이 특유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품고 있는 곳. 1천5백 명이 넘는 장인이 4년에 걸쳐 만든 호텔이라고 한다. 늘 사람들로 붐비는 전통시장의 골목길을 따라가면 로열 만수르의 입구가 나오는데, 이곳에 들어서면 높은 담장 덕에 외부의 소란스러움에서 완전히 멀어진다. 로열 만수르에는 미슐랭 3 스타 셰프가 이끄는 레스토랑이 있어 프렌치와 모로코 다이닝을 즐길 수 있다.

주소 Rue Abou Abbas El Sebti, 40000, Morocco
웹사이트 www.royalmansour.com

 

ITALY
BELMOND HOTEL CARUSO in 라벨로

이탈리아의 휴양지 아말피 근처에 있는 지방자치 도시, 라벨로. 이곳의 해발 1천 피트 높이 절벽에 자리 잡은 벨몬드 호텔 카루소는 11세기에 세워진 건물이다. 숙련된 장인들이 호텔 내부의 대리석에 그림을 입히고 그려 넣어 아름다운 호텔이 완성되었다. 이 호텔의 인피니티 풀은 건축학적으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라벨로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일 만큼 높은 곳에 있어 마치 바다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서비스도 특별한데, 컨시어지에게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미리 알려주면 음악을 준비해주는 세심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라벨로에서 가까운 폼페이, 카프리, 포시타노에 갈 수 있는 배를 무료로 제공해 하루 일정으로 근처 도시에 편하게 다녀오기에도 좋다.

주소 Piazza S. Giovanni del Toro, 2, 84010 Ravello SA, Italy
웹사이트 www.belmond.com/hotels/europe/italy/amalfi-coast/belmond-hotel-caruso

 

ITALY
CAPO D’ORSO in 사르데냐

로마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사르데냐섬. 이탈리아에서는 장수 마을로 유명하다. 이 섬 북쪽에 위치한 카포 도르소 호텔에서 바라보는 지중해는 바다라기보다 호수로 느껴질 만큼 고요하다. 정원에 올리브나무가 가득한 이 호텔은 스파로 특히 유명한 곳. 야외에는 따뜻한 온도로 유지되는 해수 스파가 있어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의 여독을 풀기 좋다. 전문 테라피스트에게 마사지를 받을 수도 있는데 마사지에 사용하는 제품은 모두 화학 성분을 철저히 배제한 천연 제품이다.  호텔 가까이에 칼라카프라(Cala Capra) 해변이 있어 원하면 언제든지 바다에 갈 수 있다.

주소 Indirizzo: Localita’ Cala Capra Palau (OT), Sardegna, Italy
웹사이트 www.hotelcapodorso.com

90년생 여자사람 ⑤

대학생 진소연

진소연 대학생 1997

#백래시 변화를 바라는 사람이 조용함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늘 경계해야 하지만 그 자체를 두려워하고 무서워한다면 세상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여성스럽다 페미니즘 담론이 양산되면서 자연스럽게 도태될 단어.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정체성이 각인된 순간 고등학교 3학년, 열여덟 나이에 갑작스레 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했다. 당시 종양 제거 수술 후 항암 치료 계획을 짰는데 항암제로 인한 불임 가능성이 높았다. 병원에서는 불임 확률을 낮추는 치료로 두 가지 방법이 있다며 어떤 것을 택할지 정하라고 했다. 그중 하나를 고르긴 했는데 많이 아프고 비용도 높았으며 어느 약물이나 그렇듯 부작용이 전혀 없지도 않았다. 암 환자의 불임을 예방하는 치료 기술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나는 불임 예방 치료를 받을지 말지를 묻는 질문을 받은 적 없었다. 싫다고 우겼다면 피할 수 있었겠으나 그런 생각을 하기에 나는 너무 어렸고 불안했고 무서웠던 것 같다. 생명이 위협 받는 중대한 병 앞에서도 어린 여성에게는 출산 능력을 유지할 의무가 당연시된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여성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던 순간이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조심해라’. 가까운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인데 어떻게 더 조심하며 살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공중화장실에서는 습관적으로 나사 구멍을 노려보고, 혼자 걸을 때 뒤에서 인기척만 느껴도 빨리 걷고, 술자리 후 데려다줄 정도로 친한 남성에게도 집 호수를 알려주지 않는 등 유별날 정도로 일상에서 긴장하고 주의한다. 그런데도 자꾸만 조심하라고 한다. 이 말이 싫은 것을 넘어 들을 필요가 없는 사회를 강렬히 원한다.

나는 무작정 참지 않습니다. 평소 여성에 대한 무시나 편견으로 비롯된 발언을 들을 때마다 싸우지는 못한다. 나 역시 웃으며 넘기고 견디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전처럼 무작정 참지는 않는다. 상대에게 그 말이 왜 불편한지 설명하거나 약간 정색하거나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거나, 때론 역으로 농담처럼 비꼬기도 한다. 한마디로 타인의 사고방식과 인성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나한테만큼은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게끔 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과정이 쌓여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임을 믿는다.

주목하는 젠더 이슈 현재 재학 중인 부산대 여학생 기숙사에서 일어난 침입, 성폭행 시도 사건. 가해자가 같은 학교 학생인 데다 기숙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처음이 아니며, 이후 학내 남학생들은 ‘모든 남자를 잠재적 가해자라 일반화하지 마라’는 말까지 할 정도로 사건 반응에서 큰 온도 차를 보인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 젠더 이슈의 현 주소가 명확히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 남성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사람들을 접할 때. 나의 위대한 여성 CEO SUITE의 김은미 대표님. 비즈니스를 배우는 학생이어서인지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생존하고 성장한 여성 기업인에게 자연스레 존경심이 든다. 중학생 시절 <글로벌 성공시대>라는 KBS 다큐멘터리로 처음 접한 분인데, 우연한 기회로 인연이 닿아 직접 뵌 적 있고 감사하게도 멘티라 불러주는 사이가 됐다. 아시아 각지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리더의 모습, 끊임없이 여성 후배들을 위해 기회와 자원을 베푸는 선배의 모습, 일과 취미와 자기계발을 병행하는 법,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 가정을 돌보는 방식까지 보여주는 분이라 궤적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영감을 얻는다.

이지수 미디어아티스트 큐레이터

이지수 미디어 아티스트·큐레이터 1995

페미니즘?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갖게 되는 것. 그리고 그 자유를 지키기 위해 나와 반대되는 생각을 하는 사람과도 함께 싸우는 것.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여자라서’ 겪는 모든 일을 버티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노력해도 결국에는 ‘여자라서’ 안 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는 것.

듣고 싶지 않은 말 위험하니까 네가 조심했어야지.

사회가 요구하는 성 역할에서 해방됐던 계기 완전한 해방이 가능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일부 해방됐다고 느낀 순간은 3개월간 20kg을 감량했을 때 주변 사람 누구도 내 몸의 변화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았을 때다. 이 사람들에게는 내가 마르거나 뚱뚱한 게 아무 의미가 없음을 느끼고 다이어트를 그만뒀다. 나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시간과 돈, 마음을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됐기에 그만둘 수 있었다.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 언론의 보도 방식이 피해자 중심에서 점점 가해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을 때. 이번 조재범 성폭행 사건에서 처음에는 피해자 중심으로 헤드라인을 뽑던 기자들이 대중의 반응이 부정적이자 코치와 빙상연맹을 중심으로 보도 방식을 바꿨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가장 아름다운 나 이틀간의 야근과 밤샘을 버티고 집에 오자마자 인터뷰를 작성하는, 머리가 산발인 채 추리닝을 입은, 현재를 열심히 사는 나.

나의 위대한 여성 양혜규 작가. 중학생 때 그의 도록을 읽고 처음으로 나를 표현하고 정의해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한국인으로서, 여성으로서, 같은 작가로서 매번 자극받는다. 감사하다.

#맨스플레인 조용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듣고 받아들이고 반성해야지, 반박하고 가르치려 들지 말자.

#노브라 내 젖입니다. 넌 네 젖을 신경 쓰길.

#젠더뉴트럴 젠더를 정의할 필요 없이, 모두가 각자의 젠더로 살 수 있는 날까지.

 

한정은(가명) 취업준비생 1996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물리적 위험은 물론 가스라이팅과 맨스플레인으로 정신적 위험까지 노출된 삶.

듣고 싶지 않은 말 남자친구 만나라. 골반이 좁아서 애기 낳을 때 힘들겠다. 여자가 팔자걸음으로 걸으면 보기 좋지 않다. 남자 잘 만나서 남편 돈 받고 사는 게 제일 좋다. 커피는 여자가 갖다줘야지.

일상 속 실천 여성복이라 칭하는 것, 색조 화장품을 소비하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고 느끼는 순간 바로 수정한다.

주목하는 젠더 이슈 비수술 트랜스젠더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을 듣고 싶다. 내 생각이 한정적이고 틀에 박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던 (오히려 거부감을 보이던) 친구가 페미니즘에 관해 질문했을 때. 꾸준히 여성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 누구라도 한 번씩 찾아보고 관심 갖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의 나눔을 요청하는 것이 진보의 조짐이라 느꼈다.

#맨스플레인 오면 #가스라이팅 오고 #가스라이팅 오면 #맨스플레인 오는. #맨스플레인과 #가스라이팅은 마치 바퀴벌레 한 쌍.

정다운 다큐멘터리감독

정다운 다큐멘터리 감독 1993

나의 위대한 여성 홍형숙 감독. 그의 다큐멘터리 <경계도시>를 가장 좋아한다. 보통 다큐멘터리를 찍으면 감독은 뒤에 숨어 연출을 하기 마련이지만 홍형숙 감독은 카메라 앞에 몇 번 나서기도 한다. 그게 참 멋있다고 느꼈다(아마도 그 장면들에서 그가 여성 감독으로서 일선에 나서서 자신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상을 받은 것 같다.) 나도 내 다큐멘터리에서 직접 카메라를 들고 말하거나, 카메라 앞에 서는 등 존재감을 드러낸다. 나의 롤모델.

페미니즘? 스물일곱 살이 되도록 페미니즘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부끄럽지만, 페미니즘에 대해 딱히 생각해본 적 없는 이유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성차별을 당한 적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 아닐까. 자기주장을 강하게 어필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여성이라는 성을 가진 스물일곱 살의 정다운이 열심히 살고 있다가 아닐까? 이렇다 대단할 것도 억지스러운 것도 없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 이 시대 여성들 모두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

여성스럽다 자연스러운 것.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여성으로서 힘든 점을 말해야 하나. 그냥 다 똑같다. 밥 벌어먹고 살기 힘들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 듣고 싶지 않은 말 ‘여자라면’ ‘여자면’으로 시작하는 대부분의 말.

일상 속 실천 직업 특성상 장비를 여기저기 옮기고 들고 다닐 때 ‘내 장비는 내가 챙긴다’는 마음으로 무거운 것들을 끝까지 나 혼자 들고 다닐 때. 남자인 친구들에게 들어달라고 절대 하지 않는 것.

주목하는 젠더 이슈 끝없는 가사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 아직까지 고쳐지지 않는 여성들의 가사 노동 문제에 큰 공감을 느끼고 있다. 왜 내가 다 해야 해? 너는 왜 도와준다는 표현을 써? 뭘 도와줘? 응?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 여성 감독이나 여성 촬영감독 등 일하고 있는 영역 안에서 여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가장 아름다운 나 카메라를 들고 있을 때.

#맨스플레인은 X 같은 게 확실하다.

#가스라이팅도 X 같다.

#노브라는 좋다.

 

이윤서 대학생 1996

남성만 성욕의 주체로 , 여성은 성욕이 없다 여겨지면서도 남성 성욕을 해소하는 대상으로 섹시함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 섹시하다는 말이 칭찬과 불쾌함에서 줄타기하는 것은 ‘내가 너를 따먹고 싶고, 따먹을 수도 있어’라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 아닐까.

페미니즘? 지금, 여기서, 누가 말을 못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찾아내는 작업이자 그것을 찾아내는 시각.

섹시하다 누군가를 보고 섹시하다고 느끼는 것, 섹시함이 매력의 요소가 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다만 ‘섹시하다’고 생각한 다음 ‘섹스하고 싶다’ 최종적으로 지금까지 ‘실제로 추행’이 너무 자연스럽게 벌어진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듣고 싶지 않은 말 ‘예쁘다’는 말. 예쁘다는 말을 좋아하는 나도 싫고. 나는 외모에 열등감이 심한 편인데 ‘얼평’이 문화고, 칭찬이니까 그 예쁘다는 말을 듣기 위해 꾸미고 그 말을 못 들으면 자존감 떨어지고. 떨어진 자존감 주워 담는 방법이라고는 외모를 신경 쓰지 않는 게 아니라 나보다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며 우월감을 느끼는 것뿐이니까.

일상 속 실천 오빠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관계가 쌓이고 말을 놓을 시점이 오면 상대방에게 ‘나는 오빠라는 말 안 해’라고 밝힌다. 그때 상대방이 싫다고 하면 말을 안 놓고 그 사람과는 천천히 멀어진다.(웃음) 오빠라는 말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너무 성애화돼있고 오빠라고 부르는 순간 나의 의견과 말이 힘을 잃는다.

주목하는 젠더 이슈 ‘그냥’ 헐벗고 나오는 남자 아이돌이 많아진 것을 보며 새삼스러워하고있다. 이전의 남자 아이돌이 ‘짐승돌’ 컨셉트로 본인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벗었다면 지금의 남자 아이돌은 잘 보이기 위해, 니즈에 맞춰 야한 모션을 취하는 것을 보며 여성의 욕망이 대중문화 산업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게 맞는 방향인지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여성의 입김과 주관성이 강화된 결과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생각한다.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 내가 속한 단체에서는 매년 여름마다 1박2일 캠프를 간다. 4년 전만 해도 술자리에서 새내기들에게 ‘여자, 남자 외모 1위 뽑아봐라’ ‘절대 사귀고 싶지 않은 선배 뽑아봐라’ 같은 질문을 필수로 했다.그게 재작년에 바뀌었다. 어떤 선배가 여자 후배에게 “너 남자친구 있어?”라고 물었는데 그 후배가 “요즘에 애인 있느냐고 묻지 남자친구 있느냐고 물으면 대자보 붙어요”라고 답하더라. 지금까지는 피곤하다고 자리를 피했는데 그 후배를 보며 앞으로 이런 식의 놀이 문화가 용인되지 않음을 느꼈다. 너무 기분 좋았다!

90년생 여자사람 ④

90년생 여자 페미니즘 메이크업아티스트 젠더이슈

이정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1995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사회에서 원하는 모습과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 달라 항상 괴롭다. 직업이 메이크업 아티스트라 보여주는 게 ‘스펙’이라 늘 화장을 해야 하는데, ‘코르셋’을 내려놓지 못하는 상황이 부끄럽다. 코르셋이 필수가 아닌 선택인 날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아닐까.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정체성이 각인된 순간 초등학교 4학년때 여자 반장과 남자 반장을 따로 뽑았는데, 반 친구들이 여자 반장은 무조건 부반장이라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에도 이 말은 내게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누가 그 어린아이에게 여성 혐오적 생각을 주입했을까.

듣고 싶지 않은 말 주짓수나 무에타이 등 격한 운동을 자주 하는데, 주위 친구들로부터 ‘너는 여자애가 그런 운동을 좋아해서 시집이나 가겠어?’라는 말을 듣는다. ‘시집 안 간다’ 하고 맞받아치면 ‘그런 말 하는 애들이 제일 일찍 간다’라고 말하는 게 보통이다. 격한 운동을 좋아하든 시집을 안 가든, 한 사람이 신중히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을 비아냥거려선 안 된다. 앞으로는 ‘그런 말 하는 사람이 제일 사회생활 못하더라’고 응수할 것이다.

일상 속 실천 마음이 맞는 여성 포토그래퍼와 남성을 대상화한 사진을 찍으러 다닌다. 졸업 전시회 때는 ‘미러링’이란 주제로 작품을 내기도 했는데, 다른 이들이 (기존의 여성처럼) 예쁘게 치장한 무력하고 나약한 남성의 모습을 보고 많은 걸 느끼게 하고 싶었다.

나는 여성들에게 어떻게 화장하면 더 예뻐 보일 수 있는지 조언 하지 않습니다.

주목하는 젠더 이슈 버닝썬 클럽 성폭행 사건. 영상을 찾으려고 난리인 남자들만 봐도 지금 이 사회가 여성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알 수 있다.

나의 위대한 여성 내게 페미니즘을 알려준 친구. 페미니즘을 접하면서 느끼는 괴리감에 힘들 때마다 해답을 안겨준 은인이다. 그 친구는 여성 군인이다. 남성 집단에서 여성이 받는 차별을 누구보다 잘 알 텐데, 그럼에도 버텨서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자기 부하들은 상관의 성차별과 성범죄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군대 내 성차별과 성범죄를 지워가겠다는 강한 사람이다.

 

90년생 여자 페미니즘 변호사 여자변호사 페미니즘

김수빈 변호사 1992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 성폭력 사건에 대한 최근 판결. 기존의 판결은 피해자가 얼마나 피해자다운지를 따졌다.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저항했는지, 그 이후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는지 등 전형적인 피해자의 모습을 갖출 것을 요구했다. 최근 판결은 피해자답지 못하다고 타박하지 않고, 명시적인 동의가 있었는지 판단했다.

페미니즘? 여성으로 대변되는 소수자의 시각에서 세상을 보는 철학. 단순히 생물학적 여성에 한정되는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성스럽다 당당하다. 시선의 대상이 아닌 삶의 주체가 된다.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끊임없이 불안을 상기시켜야 하는 일. 여성이라는 사실, 특히 젊은 여성이라는 사실만으로 아직도 많은 언어적, 물리적 폭력에 노출된다. 매일매일 불안에 떠는 일상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건 사고 뉴스만 봐도, 한 사건을 채 잊기도 전에 다른 사건이 터진다. 누군가는 스토킹을 당하고, 누군가는 납치를 당하고, 누군가는 강간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계속 상기된다.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정체성이 각인된 순간 최초의 사건은 아니지만, 가장 강력하게 영향을 미친 순간은 미국에서 1년간 교환학생으로 지낸 시기였다. ‘여성’과 ‘아시안’의 정체성이 교차되면서 더 큰 진폭의 차별을 경험했던 것 같다. 칭찬을 빙자한, 심지어 정말 악의가 없기도 한 표현들이 캣콜링이며 성희롱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당시에는 내가 처한 상황과 그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을 스스로 언어화 할 수 없어서 더 답답하고, 큰 상처로 남은 것 같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조심해’. 밤늦게 택시를 타거나, 혼자 여행을 하거나(심지어 연인과 여행을 갈 때도), ‘야한’ 옷을 입을 때도 누군가는 애정을 담아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조심하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듣다 보니, 어떤 일이 생기면 모두 충분히 조심하지 않은 나의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상 속 실천 페미니즘은 단순히 여성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 평등한 공동체를 위한 철학이자 시선이다.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말(여자는, 남자가)이나 성소수자, 장애인, 질병에 대한 혐오 발언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가까운 사람들이 무심코 그런 발언을 하면 주의를 환기하지만, 모든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항의하지는 못하고 있다. 어려운 자리에서도 그런 발언들에 대해 유쾌하고 센스 있게 지적하는 연습을 하려 한다.

가장 아름다운 나 타인의 시선에 얽매지 않고자 하는 모습, 내면의 단단함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나의 위대한 여성 서지현, 김지은, 심석희를 비롯한 모든 미투 고발자들.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론화하는 것은 정말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일임을 잘 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을 구체적으로 떠올려 이를 ‘증명’해야 하고, 평소 행실을 지적하는 2차 가해가 이어진다. 특히 자신이 속한 집단의 상급자를 고발하는 것은 더더욱 엄청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일일 텐데, 이를 앞서서 말한 것은 자신뿐 아니라 그와 같은 피해를 입은 다른 피해자들을 모두 대변하고 위로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침묵을 깨는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한편으로는 존경스럽고 감사하다.

#GirlsCanDoAnything 그 ‘어떤 것’을 해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런 말도 들을 필요가 없는 사회가 되기를.

 

조은경 대학생 1996

여성스럽다 ‘곧게 생각하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됐으면 한다.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젊은 여성. 대다수 사람은 ‘젊은 남성’보다 이 단어를 통해 싱그러움을 느낀다. 내 주변의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미지 속에서 뭣 모르는 20대 여성으로, 그것도 온순하거나 여리지 않은 여성으로 사는 건 분명 힘든 일이다. 그들의 기대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순하지 않은 여성인 내 모습 그대로 내 또래 여성에게 용기를 줄 것이라 믿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갈 생각이다.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정체성이 각인된 순간 수능시험 이후. 수능시험이 끝나고 나니 주변에서는 성형수술을 하고, 화장을 하고, 다이어트를 하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와 더불어 나도 진짜 여자가 돼야지 하는 생각에 쇼핑을 했는데, 사야 할 것이 워낙 많아 그때 일기에 ‘진정한 여자가 되기는 어려운 일이구나. 하지만 나도 곧 예쁜 여대생이 되겠지’라고 쓸 만큼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한겨울에 치마를 입고 구두를 신고 작은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임에도 나는 그것이 스무 살이 된 여대생이라면 기꺼이 해야 하는 과정이라 여겼다. 그때 여성이라면 힘들어도 예뻐야 한다는 성 정체성이 각인됐던 것 같다.

듣고 싶지 않은 말 ‘여자의 평생 숙제는 다이어트다’. 원체 마른 체형인 터라 늘 친구들에게 부럽다는 이야기를 들었었고, 내게 ‘예쁜 여자’라는 지위를 주는 것 같아서 우쭐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제 날씬한 외형이 여성에게 씌워진 사회적 이미지라는 것을 알게 됐기에 그 말을 더이상 듣고 싶지 않다.

사회가 요구하는 성 역할에서 해방됐던 계기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내가 생각하기에 완벽한 여대생이 되었다고 느꼈던 때, 지하철역에서 몰카 범죄를 당했다. 당시 범인을 직접 잡아 경찰서에 가서 가해자의 범행 횟수가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까지 밝혀냈는데도 경찰은 가해자에게 ‘재수생이라서 힘들었나 보다’라며 다독여주는 상황을 겪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완벽한 여대생’, 즉 흔히 말하는 여성스러운 사람이 된 것이 내게 하나도 이롭지 않고 외려 해롭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일을 겪은 뒤 나는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성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일상 속 실천 의식 있는 소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항상 각 분야 광고나 제품, 도서 등을 소비할 일이 생길 때 그 기업이나 업체에서 성차별적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지 살핀다. 만약 그 기업이나 업체가 성차별적 표현을 썼거나,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면 당연히 그들의 상품을 소비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려 소비를 지양하게 한다.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 지난해 미투 시위에 참가한 적이 있다. 참가자의 대부분은 여성이었다. 시위 내내 내가 본 남성은 두 명 정도였다. 하지만 시위 도중 지나가는 차 안에서 남성들이 ‘미투’ ‘위드 유’를 외쳐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두 달 정도 후에 다시 미투 시위에 참가했는데, 그 시위 참가자의 30%가 남성이었다.

가장 아름다운 나 내가 느끼는 문제의식을 주변인에게 공유하고, 함께 개선할 방법을 찾을 때. 그리고 내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때 아름답다. 앞으로 살아갈 사회의 모습을 내 손으로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위대한 여성 ‘비혼 롤모델’ 김애순 씨. 그분은 올해 78세이고, 비혼주의자다. ‘아이 낳고, 남편 사랑받는 것이 나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며 오로지 본인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살아가는 그분의 모습을 보며 삶의 목표 중 결혼이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90년생 여자 페미니즘 조서린 탈코르셋

조서린 스타일리스트 1993

페미니즘? 여성이 억압받는 성차별적인 사회제도나 관념을 반대하고 비판하며,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고 실현함을 목표로 삼는다. 여러 사회적, 정치적 운동과 이론을 포괄하는 용어다.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단지 20대 젊은 여성이기에 특별히 힘든 건 없다. 다만 늦은 밤에 누군가에게 해코지를 당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을 안고 귀가해야 하는 것. 하지만 이 또한 20대 젊은 여성뿐 아니라 모든 연령의 여성이 우려하는 바가 아닐까. 20대 청년으로 미래의 내 집 마련을 걱정하고, 커리어적인 성공과 생계를 고민한다.

일상 속 실천 성평등을 의식하며 행동한 적은 없다. 성평등을 위해 ‘노브라’를 실천하는 여성들이 있다고 들었다. 나 역시 평소 브래지어를 잘 착용하지 않는 이유는 편해서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다고 여성으로서 해방감을 느끼거나 남성과 평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목하는 젠더 이슈 성범죄 사건과 미투 운동. 반드시 사라져야 할 범죄라고 생각한다.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 다양한 대중매체에서 성평등과 페미니즘을 주제로 다룰 때.

가장 아름다운 나 나답게 치장하고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꾸밈없는 표정을 짓고 원하는 일을 하는 모습, 그리고 남이 아닌 내가 만족하는 나의 모습.

나의 위대한 여성 어머니. 평소 페미니즘에 관해 깊이 인식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어머니께서 어머니 세대에 있었던 성차별에 대해 종종 이야기해주셨기에 성장 과정에서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여성이라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라는 인식이 당연히 자리 잡은 것 같다. 내가 조금은 독립적인 여성의 모습을 갖췄다면 어머니 교육의 힘이 크다.

#탈코르셋 탈코르셋 운동을 존중하지만 내게는 여전히 생각할 문제다. 사회가 불평등하고 성차별이 만연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인식하지만 외모를 가꾸는 일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하고 있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UTO(우토) 타투 아티스트 1999

페미니즘? ‘I can’t believe I am still protesting this shit.’

여성스럽다 성별로 어떤 것을 정의하는 일은 없어졌으면 한다. 또 여성스러움이라는 이미지 자체가 사라지길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여성스럽다’는 말을 칭찬 또는 폄하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복잡하다.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하는 다양한 여성 대상 범죄와 성차별을 시작으로 가부장제의 억압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살아온 이전 세대 여성들, 젊은 세대를 포함한 모든 남성들, 그 외 또래 여성들과의 의견 차이로 인한 갈등 등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정체성이 각인된 순간 내 이름은 지킬 수(守)에 곧을 정(貞)이라는 한자를 쓰는데, 이 중 ‘정’은 ‘여자의 깨끗하고 곧은 절개’라는 의미를 지닌 정조(貞操)에서 따온 글자다. 여자로서 정조를 지키며 살아가라는 의미의 이름이라니.

듣고 싶지 않은 말 ‘너는 머리를 기르면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 같다’는 식의 남성에게 잘 보이기 위한 스타일이나 행동을 지적하는 말.

일상 속 실천 페미니즘을 접하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목소리를 낼 줄 알게 됐다. 성차별적 발언을 하는 사람을 지적해 알려주면서 주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젠더 감수성을 공유하게 됐다. 동시에 내 발언과 행동도 더 조심하게 됐다.

나는 공부하는 것을 멈추지 않습니다. 어떤 사회적 운동이든 지식은 큰 힘이라고 생각해 늘 관심 가지려고 한다.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 지난 설 명절에 가족과 나눈 대화의 60% 이상이 젠더 이슈에 관한 내용이었고,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성평등에 무지했던 가족 구성원 대부분이 관심을 보이게 되었다는 점, 성평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대화가 마무리되었다는 점에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직 한참 멀었지만.

나의 위대한 여성 프리다 칼로. 프리다 칼로는 사랑할 줄 아는 여인이었고, 강하고 직설적인 사람이었다. 그녀의 글은 강렬하고 아름다워서 자꾸만 곱씹게 한다.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속 눈을 가만히 보기만 해도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