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 여자사람 ④

90년생 여자 페미니즘 메이크업아티스트 젠더이슈

이정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1995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사회에서 원하는 모습과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 달라 항상 괴롭다. 직업이 메이크업 아티스트라 보여주는 게 ‘스펙’이라 늘 화장을 해야 하는데, ‘코르셋’을 내려놓지 못하는 상황이 부끄럽다. 코르셋이 필수가 아닌 선택인 날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아닐까.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정체성이 각인된 순간 초등학교 4학년때 여자 반장과 남자 반장을 따로 뽑았는데, 반 친구들이 여자 반장은 무조건 부반장이라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에도 이 말은 내게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누가 그 어린아이에게 여성 혐오적 생각을 주입했을까.

듣고 싶지 않은 말 주짓수나 무에타이 등 격한 운동을 자주 하는데, 주위 친구들로부터 ‘너는 여자애가 그런 운동을 좋아해서 시집이나 가겠어?’라는 말을 듣는다. ‘시집 안 간다’ 하고 맞받아치면 ‘그런 말 하는 애들이 제일 일찍 간다’라고 말하는 게 보통이다. 격한 운동을 좋아하든 시집을 안 가든, 한 사람이 신중히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을 비아냥거려선 안 된다. 앞으로는 ‘그런 말 하는 사람이 제일 사회생활 못하더라’고 응수할 것이다.

일상 속 실천 마음이 맞는 여성 포토그래퍼와 남성을 대상화한 사진을 찍으러 다닌다. 졸업 전시회 때는 ‘미러링’이란 주제로 작품을 내기도 했는데, 다른 이들이 (기존의 여성처럼) 예쁘게 치장한 무력하고 나약한 남성의 모습을 보고 많은 걸 느끼게 하고 싶었다.

나는 여성들에게 어떻게 화장하면 더 예뻐 보일 수 있는지 조언 하지 않습니다.

주목하는 젠더 이슈 버닝썬 클럽 성폭행 사건. 영상을 찾으려고 난리인 남자들만 봐도 지금 이 사회가 여성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알 수 있다.

나의 위대한 여성 내게 페미니즘을 알려준 친구. 페미니즘을 접하면서 느끼는 괴리감에 힘들 때마다 해답을 안겨준 은인이다. 그 친구는 여성 군인이다. 남성 집단에서 여성이 받는 차별을 누구보다 잘 알 텐데, 그럼에도 버텨서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자기 부하들은 상관의 성차별과 성범죄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군대 내 성차별과 성범죄를 지워가겠다는 강한 사람이다.

 

90년생 여자 페미니즘 변호사 여자변호사 페미니즘

김수빈 변호사 1992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 성폭력 사건에 대한 최근 판결. 기존의 판결은 피해자가 얼마나 피해자다운지를 따졌다.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저항했는지, 그 이후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는지 등 전형적인 피해자의 모습을 갖출 것을 요구했다. 최근 판결은 피해자답지 못하다고 타박하지 않고, 명시적인 동의가 있었는지 판단했다.

페미니즘? 여성으로 대변되는 소수자의 시각에서 세상을 보는 철학. 단순히 생물학적 여성에 한정되는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성스럽다 당당하다. 시선의 대상이 아닌 삶의 주체가 된다.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끊임없이 불안을 상기시켜야 하는 일. 여성이라는 사실, 특히 젊은 여성이라는 사실만으로 아직도 많은 언어적, 물리적 폭력에 노출된다. 매일매일 불안에 떠는 일상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건 사고 뉴스만 봐도, 한 사건을 채 잊기도 전에 다른 사건이 터진다. 누군가는 스토킹을 당하고, 누군가는 납치를 당하고, 누군가는 강간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계속 상기된다.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정체성이 각인된 순간 최초의 사건은 아니지만, 가장 강력하게 영향을 미친 순간은 미국에서 1년간 교환학생으로 지낸 시기였다. ‘여성’과 ‘아시안’의 정체성이 교차되면서 더 큰 진폭의 차별을 경험했던 것 같다. 칭찬을 빙자한, 심지어 정말 악의가 없기도 한 표현들이 캣콜링이며 성희롱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당시에는 내가 처한 상황과 그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을 스스로 언어화 할 수 없어서 더 답답하고, 큰 상처로 남은 것 같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조심해’. 밤늦게 택시를 타거나, 혼자 여행을 하거나(심지어 연인과 여행을 갈 때도), ‘야한’ 옷을 입을 때도 누군가는 애정을 담아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조심하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듣다 보니, 어떤 일이 생기면 모두 충분히 조심하지 않은 나의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상 속 실천 페미니즘은 단순히 여성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 평등한 공동체를 위한 철학이자 시선이다.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말(여자는, 남자가)이나 성소수자, 장애인, 질병에 대한 혐오 발언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가까운 사람들이 무심코 그런 발언을 하면 주의를 환기하지만, 모든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항의하지는 못하고 있다. 어려운 자리에서도 그런 발언들에 대해 유쾌하고 센스 있게 지적하는 연습을 하려 한다.

가장 아름다운 나 타인의 시선에 얽매지 않고자 하는 모습, 내면의 단단함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나의 위대한 여성 서지현, 김지은, 심석희를 비롯한 모든 미투 고발자들.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론화하는 것은 정말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일임을 잘 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을 구체적으로 떠올려 이를 ‘증명’해야 하고, 평소 행실을 지적하는 2차 가해가 이어진다. 특히 자신이 속한 집단의 상급자를 고발하는 것은 더더욱 엄청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일일 텐데, 이를 앞서서 말한 것은 자신뿐 아니라 그와 같은 피해를 입은 다른 피해자들을 모두 대변하고 위로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침묵을 깨는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한편으로는 존경스럽고 감사하다.

#GirlsCanDoAnything 그 ‘어떤 것’을 해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런 말도 들을 필요가 없는 사회가 되기를.

 

조은경 대학생 1996

여성스럽다 ‘곧게 생각하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됐으면 한다.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젊은 여성. 대다수 사람은 ‘젊은 남성’보다 이 단어를 통해 싱그러움을 느낀다. 내 주변의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미지 속에서 뭣 모르는 20대 여성으로, 그것도 온순하거나 여리지 않은 여성으로 사는 건 분명 힘든 일이다. 그들의 기대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순하지 않은 여성인 내 모습 그대로 내 또래 여성에게 용기를 줄 것이라 믿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갈 생각이다.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정체성이 각인된 순간 수능시험 이후. 수능시험이 끝나고 나니 주변에서는 성형수술을 하고, 화장을 하고, 다이어트를 하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와 더불어 나도 진짜 여자가 돼야지 하는 생각에 쇼핑을 했는데, 사야 할 것이 워낙 많아 그때 일기에 ‘진정한 여자가 되기는 어려운 일이구나. 하지만 나도 곧 예쁜 여대생이 되겠지’라고 쓸 만큼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한겨울에 치마를 입고 구두를 신고 작은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임에도 나는 그것이 스무 살이 된 여대생이라면 기꺼이 해야 하는 과정이라 여겼다. 그때 여성이라면 힘들어도 예뻐야 한다는 성 정체성이 각인됐던 것 같다.

듣고 싶지 않은 말 ‘여자의 평생 숙제는 다이어트다’. 원체 마른 체형인 터라 늘 친구들에게 부럽다는 이야기를 들었었고, 내게 ‘예쁜 여자’라는 지위를 주는 것 같아서 우쭐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제 날씬한 외형이 여성에게 씌워진 사회적 이미지라는 것을 알게 됐기에 그 말을 더이상 듣고 싶지 않다.

사회가 요구하는 성 역할에서 해방됐던 계기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내가 생각하기에 완벽한 여대생이 되었다고 느꼈던 때, 지하철역에서 몰카 범죄를 당했다. 당시 범인을 직접 잡아 경찰서에 가서 가해자의 범행 횟수가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까지 밝혀냈는데도 경찰은 가해자에게 ‘재수생이라서 힘들었나 보다’라며 다독여주는 상황을 겪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완벽한 여대생’, 즉 흔히 말하는 여성스러운 사람이 된 것이 내게 하나도 이롭지 않고 외려 해롭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일을 겪은 뒤 나는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성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일상 속 실천 의식 있는 소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항상 각 분야 광고나 제품, 도서 등을 소비할 일이 생길 때 그 기업이나 업체에서 성차별적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지 살핀다. 만약 그 기업이나 업체가 성차별적 표현을 썼거나,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면 당연히 그들의 상품을 소비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려 소비를 지양하게 한다.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 지난해 미투 시위에 참가한 적이 있다. 참가자의 대부분은 여성이었다. 시위 내내 내가 본 남성은 두 명 정도였다. 하지만 시위 도중 지나가는 차 안에서 남성들이 ‘미투’ ‘위드 유’를 외쳐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두 달 정도 후에 다시 미투 시위에 참가했는데, 그 시위 참가자의 30%가 남성이었다.

가장 아름다운 나 내가 느끼는 문제의식을 주변인에게 공유하고, 함께 개선할 방법을 찾을 때. 그리고 내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때 아름답다. 앞으로 살아갈 사회의 모습을 내 손으로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위대한 여성 ‘비혼 롤모델’ 김애순 씨. 그분은 올해 78세이고, 비혼주의자다. ‘아이 낳고, 남편 사랑받는 것이 나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며 오로지 본인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살아가는 그분의 모습을 보며 삶의 목표 중 결혼이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90년생 여자 페미니즘 조서린 탈코르셋

조서린 스타일리스트 1993

페미니즘? 여성이 억압받는 성차별적인 사회제도나 관념을 반대하고 비판하며,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고 실현함을 목표로 삼는다. 여러 사회적, 정치적 운동과 이론을 포괄하는 용어다.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단지 20대 젊은 여성이기에 특별히 힘든 건 없다. 다만 늦은 밤에 누군가에게 해코지를 당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을 안고 귀가해야 하는 것. 하지만 이 또한 20대 젊은 여성뿐 아니라 모든 연령의 여성이 우려하는 바가 아닐까. 20대 청년으로 미래의 내 집 마련을 걱정하고, 커리어적인 성공과 생계를 고민한다.

일상 속 실천 성평등을 의식하며 행동한 적은 없다. 성평등을 위해 ‘노브라’를 실천하는 여성들이 있다고 들었다. 나 역시 평소 브래지어를 잘 착용하지 않는 이유는 편해서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다고 여성으로서 해방감을 느끼거나 남성과 평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목하는 젠더 이슈 성범죄 사건과 미투 운동. 반드시 사라져야 할 범죄라고 생각한다.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 다양한 대중매체에서 성평등과 페미니즘을 주제로 다룰 때.

가장 아름다운 나 나답게 치장하고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꾸밈없는 표정을 짓고 원하는 일을 하는 모습, 그리고 남이 아닌 내가 만족하는 나의 모습.

나의 위대한 여성 어머니. 평소 페미니즘에 관해 깊이 인식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어머니께서 어머니 세대에 있었던 성차별에 대해 종종 이야기해주셨기에 성장 과정에서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여성이라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라는 인식이 당연히 자리 잡은 것 같다. 내가 조금은 독립적인 여성의 모습을 갖췄다면 어머니 교육의 힘이 크다.

#탈코르셋 탈코르셋 운동을 존중하지만 내게는 여전히 생각할 문제다. 사회가 불평등하고 성차별이 만연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인식하지만 외모를 가꾸는 일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하고 있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UTO(우토) 타투 아티스트 1999

페미니즘? ‘I can’t believe I am still protesting this shit.’

여성스럽다 성별로 어떤 것을 정의하는 일은 없어졌으면 한다. 또 여성스러움이라는 이미지 자체가 사라지길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여성스럽다’는 말을 칭찬 또는 폄하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복잡하다.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하는 다양한 여성 대상 범죄와 성차별을 시작으로 가부장제의 억압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살아온 이전 세대 여성들, 젊은 세대를 포함한 모든 남성들, 그 외 또래 여성들과의 의견 차이로 인한 갈등 등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정체성이 각인된 순간 내 이름은 지킬 수(守)에 곧을 정(貞)이라는 한자를 쓰는데, 이 중 ‘정’은 ‘여자의 깨끗하고 곧은 절개’라는 의미를 지닌 정조(貞操)에서 따온 글자다. 여자로서 정조를 지키며 살아가라는 의미의 이름이라니.

듣고 싶지 않은 말 ‘너는 머리를 기르면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 같다’는 식의 남성에게 잘 보이기 위한 스타일이나 행동을 지적하는 말.

일상 속 실천 페미니즘을 접하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목소리를 낼 줄 알게 됐다. 성차별적 발언을 하는 사람을 지적해 알려주면서 주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젠더 감수성을 공유하게 됐다. 동시에 내 발언과 행동도 더 조심하게 됐다.

나는 공부하는 것을 멈추지 않습니다. 어떤 사회적 운동이든 지식은 큰 힘이라고 생각해 늘 관심 가지려고 한다.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 지난 설 명절에 가족과 나눈 대화의 60% 이상이 젠더 이슈에 관한 내용이었고,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성평등에 무지했던 가족 구성원 대부분이 관심을 보이게 되었다는 점, 성평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대화가 마무리되었다는 점에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직 한참 멀었지만.

나의 위대한 여성 프리다 칼로. 프리다 칼로는 사랑할 줄 아는 여인이었고, 강하고 직설적인 사람이었다. 그녀의 글은 강렬하고 아름다워서 자꾸만 곱씹게 한다.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속 눈을 가만히 보기만 해도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세계 아름다운 도시와 그 호텔들 ①

FRANCE
LES BERGERIES DE PALOMBAGGIA in 코르시카

이토록 아름다운 섬이 또 있을까. 많은 프랑스 사람들은 코르시카를 하늘 아래 천상의 섬이라 말한다. 이 섬 남동쪽 끝자락에 자리한 레 베르주리 드 팔롱바기아 호텔은 이 모든 걸 누릴 수 있는 곳이다. 테라스에 앉아 푸른 빛깔의 숲과 지중해를 바라보고 있으면 몸과 마음이 절로 편안해질 것이다. 유럽의 시골집을 닮았지만 럭셔리 부티크 호텔 연합인 를레&샤또(Relais&Châteaux)의 멤버라는 사실이 이 호텔의 진가를 느끼게 한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은 외관은 주변 풍경과 잘 어우러진다. 호텔의 레스토랑 ‘라 타블레 드 미나(La Table de Mina)’는 2018년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되기도 했다. 안락한 분위기에서 평화로운 휴식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커플에게 완벽한 호텔이다. 4월부터 10월까지만 영업한다.

주소 Route de Palombaggia, 20137 Porto-Vecchio, France
웹사이트 hotel-palombaggia.com

ITALY
PUNTA TRAGARA in 카프리

이탈리아 남부 소렌토 지역의 아름다운 섬 카프리. 깎아지른 절벽과 지중해를 내려다보며 서 있는 건물, 그리고 오랜 세월 수없이 많은 사람이 지나다녔을 골목길이 카프리의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카프리섬의 야트막한 산 중턱에 위치한 푼타 트라가라는 1920년에 지어진 건물을 개조한 호텔로 이곳에서는 카프리섬을 대표하는 파랄리오니 기암절벽(Faraglioni Rocks)과 그림 같은 해안선, 아나카프리가 내려다보인다. 이 호텔에는 소금물로 채운 두 개의 수영장이 있는데 수영장 주변에선인장과 소나무가 자라는 정원이 있어 지중해만큼이나 아름답다. 캔들라이트 디너와 마사지, 샴페인과 꽃 등이 포함된 신혼 부부를 위한 허니문 패키지가 준비돼 있다.

주소 Via Tragara, 57, 80073 Capri NA, Italy
웹사이트 www.hoteltragara.com

ITALY
VILLA CORA in 피렌체

유럽에서 네 번째로 큰 성당인 두오모와 우피치 미술관, 아르노강을 가로지르는 로마시대부터 자리를 지켜온 베키오 다리까지 피렌체는 눈길이 닿는 모든 곳이 로맨틱하다. 이 아름다운 도시의 구시가지 길목 언덕에 있는 빌라 코라는 1870년 건축가 바론 오펜하이머(Baron Oppenheimer)가 아내를 위해 설계한 별장이었던 곳으로 지금은 작정하고 화려하게 꾸민 듯 럭셔리한 호텔이 되었다. 장미 정원을 비롯해 넓은 정원이 있어 산책하기도 그만이다. 객실 또한 인상적인데 클래식, 딜럭스, 패밀리, 듀플렉스 주니어 스위트, 익스클루시브 스위트 등 전체 객실 수에 비해 객실 유형이 다양해서 선택의 폭이 넓으며, 각 객실에는 대리석으로 꾸민 욕실이 딸려 있다. 호텔의 레스토랑 ‘르 비스트로(Le Bistro)’에서는 정통 이탈리아 음식에 셰프의 창의적인 시도를 더한 새로운 이탈리아식 정찬을 맛볼 수 있다.

주소 Viale Machiavelli, 18, 50125 Firenze FI, Italy
웹사이트 www.villacora.it

90년생 여자사람 ③

에디터 패션에디터 이세희

이세희 패션 매거진 에디터 1990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가부장적 기성세대와 열린 생각을 하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어떤 것을 받아들이고 어떤 것에 얼만큼 의견을 밝혀야 일이 유연하게 흐를지 가늠하는 생각과 판단의 연속. (내가 남자라면 이런 걱정도 안 할 테지.)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정체성이 각인된 순간 어릴 때 엄마가 나를 수영 학원을 보내려 했더니 아빠가 여자아이가 어깨 넓어지면 못쓴다고 해서 여자는 어깨가 넓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듣고 싶지 않은  계집애들이, 계집애같이.

사회가 요구하는 성 역할에서 해방됐던 계기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왜 남녀 사이에 임금 격차가 있고, 왜 여자는 아이를 낳으면 복직하기 힘든지, 왜 여자는 경력 단절을 겪어야 하는지 많이 생각했다. 이후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운좋게도 여자가 90퍼센트 이상인 업계에서 일하며 성 역할에서 해방됐다. 유리 천장은 없고 여자라서 안되는 일도 없다. 맨스플레인도 당연히 없다. 일할 때 단 한 번도 성 역할에 구애받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느낀 것은 성 역할은 결국 주변 환경이 만든 것이고,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

나는 패션 기자로서 ‘여성스럽다’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 합니다.

주목하는 젠더 이슈 패션과 뷰티에 관련한 일을 하다 보니 페미니즘과 탈코르셋의 영향과 결과에 관심이 간다. 색조 화장품의 판매량이 떨어지거나 성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는 옷차림이 유행하고, 패션 브랜드에서 남성과 여성 컬렉션을 통합하며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등장하고 보디 포지티브 운동이 벌어지는 등 변화를 코앞에서 지켜보니 흥미롭다.

나의 위대한 여성 이화여대 김혜숙 총장. 2017년 한일간지에 실린 김혜숙 총장의 인터뷰를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여대의 최종 목표는 자기 소멸’이라는 말. “이화여대가 자기 목적을 달성한 순간엔 여자 대학이 있을 필요 없는 그런 세상이 되는 거니까요. 그러니 여자들이 진짜 성과를 낼 때까지 몸을 태워서 달려가야 해요.” (기사 발췌)

#백래시 나의 선택과 자기표현은 쇼핑몰에서 쇼핑하는 권리에 그치지 않는다. 남이 허락해준 당당함에 만족하지 말 것.

 

홍정은 방송 PD 1991

‘여성스럽다’를 정의하자니, 그렇다면 ‘남성스럽다’는 무엇으로 정의해야 하는가

페미니즘? 모든 성이 사회적으로 평등해지기 위한 사상 혹은 가치관, 그에 따른 행동. 여기에는 남성, 여성뿐만 아니라 LGBT 등 다양한 성 정체성이 포함된다.

여성스럽다 ‘여성스럽다’라는 단어는 ‘섬세하다’ ‘배려심이 많다’처럼 떠오르는 이미지가 한정적이다. 여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그러하고, 내가 아직도 그 단어의 틀에 갇혀 있기 때문인 듯하다. ‘여성스럽다’를 정의하자니, 그렇다면 ‘남성스럽다’는 무엇으로 정의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점이 남아 차마 정의 내리지 못하겠다.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옷, 화장등 스스로 가꾸고자 하면 꾸밀 것도 많고, 클럽과 술등 음주가무를 즐기고자 하면 놀 것도 많고, 여행이나 영화, 책 등 배우고자 하면 배울 것도 많아 즐기기엔 더없이 좋지만 여기에는,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뒤따라오는 걱정과 우려, 질타가 있다.

일상 속 실천 무거운 물건 함께 들기. 웬만하면 ‘남자가’ 혹은 ‘여자가’처럼 성별에 따라 고착화된 특징이나 성격 등을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주목하는 젠더 이슈 은행권과 공공기관에서 문제가 되는 성차별 채용 비리. 서류, 면접 점수 등을 조작해 뽑혀야 할 여성 지원자가 탈락하고 남성 지원자가 뽑히는 채용 비리가 있었다. 블라인드 채용을 하고 있다지만 한국 기업에는 아직 남성을 우대하는 관행이 남아 있는 듯하다. 취업준비생으로서 보고 느낀 것이 있어 그 문제에 가장 공감하고 관심이 갔다.

나의 위대한 여성 엄마. ‘대단하다’ ‘멋지다’라고 느낀 사람은 몇몇 있지만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존경을 표할 사람은 엄마밖에 없었다. 나보다 힘든 상황에서 나고 자라 많이 교육받지 못했지만, 3남매를 흠 없이 키워낸 점이 대단하다고 느낀다. 여자가 능력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요즘 세상에’ 결혼, 출산이 무슨 대수냐고 말할 때면 든든함(?)까지 느낀다.

#탈코르셋 여기서 코르셋은 어떠해야 한다고 틀을 만들고 규정지은 사회적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코르셋이라는 말은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에게도 적용될 것이다. 남자, 여자 혹은 제3의 성이라는 이유로 어떠해야 한다고 규정할 수 없다. 하지만 탈코르셋을 위해 모든 것을 코르셋으로 정의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화장하는 걸 진짜 좋아해서 매일 공들여 화장하는 여자가 있을 수 있고, 땀 흘리는 게 좋아서 매일 근육운동을 하는 남자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코르셋이란 개인에 따라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미디어아티스트 뮤지션 최영

최영 미디어 아티스트·뮤지션 1990

가장 아름다운 나 몸과 마음 모두 편안하고 유연한 상태에 있을 때 아닐까? 좋아하고 욕심 내는 일에 몰입한 순간이나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순간을 떠올려봤다.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을 자신에게 적용하는 일은 어색하지만 즐겁다. 유한한 삶의 매 순간, 스스로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느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셀카를 한 장 찍어보겠습니다.

페미니즘? 여성에게 질문하고 그 대답을 경청하는 일.

여성스럽다 매력적이다, 멋지다라는 말로 폭넓게 사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자신과의 싸움을 멈출 수가 없다. 다양한 강박과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기가 왜 이렇게 힘든가?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정체성이 각인된 순간 미성년자 신분으로 성폭행당했을 때. 당시 ‘이것은 나의 책임이고 수치스러운 일이며 비밀이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친구와 가족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평소 잘 따르던 여자 선생님께 찾아가 크게울고 나서 겨우 한마디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병원에 좀 같이 가달라고.

듣고 싶지 않은 말 몇 살이냐는 질문. 그리고 그 질문 뒤에 따라오는 멘트로는 ‘의외로 많네?’ ‘적네?’ ‘큰일이네?’ 등으로 다양하다.

일상 속 실천 눈치 보지 않는 것. 나는 이것이 단순하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젠더 이슈를 넉넉히 품는 삶의 태도 역시 중요하다. 좌우명처럼 늘 마음에 새기려고 한다.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 안희정 비서 성폭행 사건의 2심 유죄 판결.

나의 위대한 여성 아직도 나는 서지현 검사의 TV 인터뷰를 보던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개인의 용기가 얼마나 뜨겁고 밝게 빛날 수 있는지 확인한 사건이다. 정말 멋지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소설가 우다영

우다영 소설가 1990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가 사랑하게 될 사람들이 모두 어쩔 수 없이 잘못된 젠더 가치관을 세습받은 불행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시간. 물론 불행한 사람에는 나 자신도 포함된다. 그런 스스로와 주변의 모두를 미워하거나 혐오하지 않고 함께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정체성이 각인된 순간 남자가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한 어른이 나를 혼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나는 화가 나기보다 왜 그게 나의 역할인지 궁금했다. 오히려 화가 난 사람은 그 어른이었고 끝까지 내가 설거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때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들었는지 알 것 같다. 스무 살 이전에 나는 보호받아야 하는 ‘어린아이’에 속해 있다가 성인이 되면서 설거지를 해야 하는 ‘여자’가 된 거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살면서 여성스럽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냥 나다운 건데 그들끼리 지레짐작하고 흡족해하다가 내가 자신들의 예상을 벗어나면 깜짝 놀라곤 한다. 때로는 순수한 호의로 그런 말을 한다고 느껴지는 사람도 있다. 단지 내 특징들을 칭찬하는 의미로. 그럴 때는 그 사람과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는데, 그런 모습을 조용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여자라는 듯이. 왜 여성스럽다는 말이 이토록 불쾌한 말이 되었을까?

일상 속 실천 조금 사소하면서도 용기가 필요한 규칙인데, 나는 잘못된 성 인식의 발언을 한 사람에게 그 발언을 그대로 돌려준다. ‘걔 여자친구 싹싹하고 괜찮더라.’ 그래도 상대가 눈치를 못 채면 이번에는 성을 바꿔서 다시 말한다. ‘걔 남자 친구 싹싹하고 괜찮더라.’ 친구의 여자친구가 싹싹하게 굴어야 한다고 생각한 스스로의 인식을 깨닫고 그게 옳은지 다시 생각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조금이라도 이전과는 달라지도록, 그 사람이 영원히 무뢰한 사람으로 남지 않도록 말이다. 더 이상 이런 시도도 하지 않고 사람에게 실망하고 포기하게 될까 두렵다.

주목하는 젠더 이슈 젠더 갈등. 젠더 갈등은 특정 대상이나 경험에 대한 분노를 일정 젠더 집단에게 보복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너무 단순하게도 여자는 남자를, 남자는 여자를 적으로 간주하는 거다. 하지만 진짜 우리가 싸워야 할 적은 형체도 무게도 없이 압력을 행사하는 뿌리 깊은 부당함이고, 그 부당함은 남성이나 여성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역사 안에서 작용하며 우리의 눈을 가리고 우리의 행동을 제약한다. 그 분명한 사실을 잊지 않고 분노에 현혹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위대한 여성 리베카 솔닛의 모든 글을 좋아한다. 솔닛은 여자들이 여성에 대해 하고 싶어 하는 말을 거의 다 했고, 우리가 어렴풋이 마음속에 품고 있었으나 언어화하지 못했던 많은 의혹들을 정확하고 아름답게 이야기했다. 한 여자의 딸로서, 또한 글을 쓰는 한 명의 여자로서 살아가는 작가의 에세이 <멀고도 가까운>을 추천하고 싶다.

#가스라이팅 남자가 여자에게, 여자가 스스로에게, 그리고 엄마가 딸에게 물려주는 지겨운 연쇄를 끊어낼 때까지.

#노브라 한 아이돌의 노브라 사진에 달린 ‘한두 번이어야 봐주지 적당히를 모른다’는 댓글을 봤는데, 이 세상 어디에도 타인의 허락이 필요한 가슴은 없음.

#GirlsCanDoAnything 여자는 물론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이. 남자가 비난받지 않고 그런 의지를 품듯이.

 

이영경 재무회계팀 인턴 1995

낙태 합법화 운동. 이 이슈는 개인이 아닌 사회가 공유하는 성차별적 인식의 집합체다.

페미니즘? ‘Just the way you are’. 브루노 마스의 노래 제목을 빌려서 말하고 싶다. 사회적으로 정의되는 모습이 아니라 우리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 물질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 또한 중요한 목표다. 마치 영화 <히든 피겨스>에서 화장실을 얻어냈듯이.

여성스럽다 70억 인구의 모든 변수를 무시하고 생각의 편리를 위해 이분하는 방식.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혼란스럽다. 내 주위 남자들은 그러지 않을 거라 믿으면서도 여자인 친구들이 겪은 데이트 폭력, 학교나 직장 내 성희롱, 유리 천장 등에 관해 들을 때. 누굴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그 속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정체성이 각인된 순간 남자가 한 손으로 여자인 내 두 손목을 너무나 쉽게 제압할 때. 2차 성징이 일어나는 중학생 때, 남자인 친구와 장난치다가 처음 제압당했을 때 굉장히 당황했다. 물리적인 힘 앞에서 무력함을 느꼈달까. 지금도 가끔 애인과 장난치다가 제압당할 때면 속으로 조금 놀란다.

나는 성별을 앞세운 칭찬을 하지 않습니다. 여성스럽다, 남자답다기보다 강인하다, 주체적이다, 섬세하다 등 개인이 지닌 장점을 칭찬하려고 노력한다.

주목하는 젠더 이슈 낙태 합법화 운동. 이 이슈는 개인이 아닌 사회가 공유하는 성차별적 인식의 집합체다. 해당 여성은 물론 의사도 책임을 지는 임신과 출산에서 오직 남성만 배제돼 있다. 여성의 정신적, 금전적 상황은 무시하고 임신과 출산을 여성의 숙명으로 강요하는 등 문제가 많다. 성취할 것이 많아진 여성들의 요구에 사회는 적극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가장 아름다운 나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달성하는 모습에서 스스로 자존감을 올린다. 요즘 새벽 운동 후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근처 카페에서 공부를 하다가 귀가하는데 야근의 고비에도 두 달 가까이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나의 위대한 여성 (외)할머니. 내가 여성 차별적 인식에 불편함을 느끼고, 개인적 성취를 추구할 수 있는 것은 그 시절에도 아들딸 차별 없이 기르신 할머니의 깨어 있는 생각 덕분이다. 자식들의 출가 후, 면학하신 것도 정말 멋지다. 이런 할머니 아래서 자란 어머니도 나를 차별 없이 키웠고, 할머니 역시 손주들을 차별 없이 대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