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통영 ①

 

통영 오월 김현정 셰프

“혹시 통영 음악당에서 바다 본 적 있어요? 눈앞으로 화도와 한산도 등 크고 작은 섬이 능선을 이루거든요. 그 풍경을 가만히 보는데 순간적으로 이런 곳에서 일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당시 통영음악당 측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아 찾아갔었거든요. 그 풍경을 보고 나서 조건 같은 건내가 다 맞추겠다 하고 바로 통영으로 내려왔어요.” 파리의 르코르동 블루를 졸업하고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 부암동에서 레스토랑 ‘오월’을 운영하던 김현정 셰프는 치솟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5년 동안 홀로 일궈낸 식당을 문닫아야 했다. 허탈한 마음과 ‘서울에서 살기에는 내가 좀 부족한 사람인가’ 라는 생각이 들 때 통영음악당으로 부터 총괄 셰프 자리를 제안받았다. 그렇게 그는 단 한 번도 와보지 않은, 연고도 없는 통영에 단숨에 내려오게 됐고 4년째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원 테이블 레스토랑 통영 오월을 오픈했다. 통영에 사는 기쁨은 매 순간 숨 쉬듯 느끼는 계절감이다. “서울 식당에는 시금치가 1년 내내 기본 반찬으로 나오잖아요. 지금 통영은 시금치 철이 끝나가요. 그러니 여름에 시금치가 상에 오르면 통영 사람들은 ‘뭐지 이 근본 없는 반찬은?’ 하는 거죠. 각종 해초와 나물 등 식재료가 풍부하니까 계절마다 먹어야 할 것이 넘치죠. 통영 사람들은 살아 있는 생선이 아니면 회로 먹지 않아요. ‘죽은 걸 왜 먹어? 서울 사람들 너무 불쌍하다’그래요. 구이도 살아 있는 걸 잡아 구우니까요. 이곳에 와서 여름 농어의 참맛을 알았어요. 특정 계절의 식재료가 어떤 맛이라는 걸 통영에 와서 새로 배우는 거죠”. 통영의 흔한 동네 식당이 그러하듯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통영 오월 역시 계절이 선사하는 식재료의 순환을 충실히 따른다. 매일 아침 통영 서호시장을 향하는 것으로 그의 일과는 시작된다.

My Favorite

4월 초에 봉수골에서 벚꽃 축제를 해요. 나무가 울창해서 벚꽃이 만개할 때가 되면 터널처럼 빽빽하게 꽃이 펴요. 이때가 통영 사람들이 1년에 한 번 봉수골 가는 날이죠. 레스토랑 가까이 있는 통영중학교 교정도 참 예뻐요. 관리가 잘돼 있고, 늘 열려 있는데 한 여름 밤에 학교 잔디밭에 누워서 별을 보는 것도 좋아하는 일 중 하나예요. 서호시장에 장 보러 갔다가 횟집에서 밀치 한 마리 썰어서 년우식당 가고요. 특별한 맛집이라기보다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좋아서 자주 들르는 백반집이에요.

통영 오월

100% 예약제 레스토랑으로 매일 점심과 저녁 단 한 테이블씩 예약을 받는다. 로컬 프렌치 이탤리언 레스토랑으로 정해진 메뉴는 없다. 예약 시 셰프와 함께 메뉴와 식재료를 상의할 수 있는데 특히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모든 코스에 해물을 ‘융단 폭격’ 하듯이 최대한 꾹꾹 담아 낸다. 우리가 찾은 날은 가리비 키슈와 명란 부르스케타, 토마토 살사와 초고추장 양념을 올린 참숭어(밀치)를 한 입 크기로 담은 애피타이저, 방풍나물 등 쌉쌀한 봄철 채소를 올리브 오일과 소금만으로 간한 샐러드, 로즈메리와 마늘을 넣고 한 마리를 통째로 튀긴 돔 요리, 멍게와 미나리 오일 파스타, 녹차 가루를 넣어 반죽한 다쿠아즈와 딸기와 붉은 베리 셔벗을 선보였다. 가격은 3만원에서 5만원대.

주소 경남 통영시 데메3길 64-12
문의 010-3005-4418

소목장 강동석

미술을 전공하고 9년간 가구를 비롯한 소목 작업을 해온 강동석 씨는 대구와 부산, 서울 등 대도시에 머물다 고향인 통영으로 다시 돌아왔다. 나고 자란 통영은 그에게 특별할 것 없는 익숙한 곳이지만 작업을 위한 최적의 환경임은 분명하다. “조용해서 좋아요. 바깥에 사람들 지나다니면 나도 나가서 놀고 싶다 아닙니까. 술도 마시고 싶고. 그런 방해 요소가 없으니까. 그리고 작업실이 외진 곳에 있다 보니 친구들이 잘 안 와요. 자연스럽게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게 되고. 목작업을 하면 그런 느낌이 들거든요. 수도승이 겪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어요. 많이 정화되죠. 좀 차분해지고 다 별거 아닌 것 같고. 그러니까 목작업을 하겠죠. 미친놈도 아니고 집을 왜 혼자서 짓겠습니까.”(웃음) 통영 시내에서 차로 20여 분 떨어진 연명예술촌에서 작업을 이어오던 그는 지난해 새해 첫날, 내 손으로 내 집을 지어야겠다고 결심한다. ‘집도 큰 가구’라는 생각으로 설계를 시작했고, 통영 안팎에서 1년여간 모은 옛 폐선이나 뗏목 나무들을 집의 주재료로 사용했다. “바닷물에 잠겼던 나무는 잘 안 썩어요. 익을 대로 익은 나무죠. 썩지 않고 튼튼하니까 집 재료로도 쓸 수 있겠다 싶더군요. 바닷물에 1년 정도 더 담그고 6개월 정도 건조하며 집을 지을 계획을 짜나갔습니다.” 단 하루도 제대로 쉬지 않고, 공사에 꼬박 1년을 쏟았다. 나무만으로 마감하고, 과거 배 갑판으로 사용하던 귀한 나무는 작은 화장실 바닥에 깔았다. 바다를 늘 마주할 수 있는 통영이니만큼 집 뒤편 대나무 숲을 향해 길게 창을 냈다. 45도의 뾰족한 지붕부터 작은 전기 스위치와 손잡이까지 자신이 그렸던 모습 그대로다. 현재 사소한 마무리 작업만을 남겨두고 있으며 집을 완성한 후 다음 작업 목표는 배다.

My favorite

척포에서 해 지는 풍경을 보는 걸 좋아합니다. 혼자 작업하는 사람은 동료가 없으니까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지 않습니까. 일출을 보는 생활 패턴은 또 아니라서.(웃음) 항남동에 있는 카페이자 바인 바이사이드도 가끔 가서 술 한잔하고요. 지난여름에는 지인의 요트를 타고 가까운 바다에 나간 적이 있어요. 선상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했는데 좋더라고요. 낙원 비슷하게.”

통영식당

통영에 와서 알았다. 통영 사람들이 도다리가 아니라 쑥을 먹기 위해 도다리쑥국을 먹는다는 사실을. 쑥이 돋아날 무렵 때 맞춰 제주도 근처에서 겨울 산란기를 보낸 도다리가 통영 앞바다로 올라온다. 살이 잔뜩 오른 담백한 도다리와 한산도와 육지도, 비진도 등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쑥과 쑥 향을 해치지 않을 만큼 아주 적은 양의 된장을 풀어 따뜻한 국 한 그릇을 끓인다. 봄이 되면 너도나도 도다리쑥국을 내놓지만 통영 현지 사람들이 유독 이곳 통영식당을 찾는 이유는 미세한 손맛 차이 때문이다. 국물을 처음 한술 뜨는 순간 직감했다. 이 한 그릇 때문에 매년 봄이면 통영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고. 도다리쑥국을 주문하면 봄에 특히 고소한 봄멸치에 각종 채소를 넣어 직접 만든 초장으로 양념한 멸치회, 주인이 직접 담근 대구알젓, 매일 바뀌는 생선구이, 지금 먹어야 가장 맛있는 방풍나물과 냉이 무침 등이 상 가득 반찬으로 나온다.

주소 경남 통영시 통영해안로 213
문의 055-647-0188

멍게가

멍게가는 양념하지 않은 멍게를 한 번 살짝 데쳐 비린내를 잡고 ‘합자국’이라고 부르는 홍합 삶은 진국과 어간장만을 더하고, 세모가사리와 무순, 새싹, 김과 해초를 올려 멍게비빔밥을 완성한다. 신선한 멍게와 채소, 최소한의 양념이 어우러진 깔끔한 감칠맛과 짭조롬함과 단맛이 번갈아 치고 올라오는 진짜 ‘바다 향’을 느낄 수 있다. 이미 몇몇 방송에 소개돼 북적이지만 통영 현지인들이 발을 끊을 수 없는 맛이기도 하다. 곁들여 나오는 미역국마저 예사 맛이 아니다.

주소 경남 통영시 동충4길 25
문의 055-644-7774

봄의 전시

‘Hello My Name is Paul Smith’ 전

폴 스미스의 모든 것을 감각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폴 스미스가 디자인한 옷뿐만 아니라 페인팅, 오브제, 그가 찍은 사진, 폴 스미스가 수십년간 수집한 명화, 폴 스미스의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공간까지 DDP 디자인 박물관에서 국내 최대 규모로 만나볼 수 있다. 6월 6일 ~ 8월 25일까지.

데이비드 호크니 전

올 봄 모두가 기대해온 전시는 단연 데이비드 호크니 전일 것. 아시아 최대 규모로 열리는 이 전시는 영국 테이트 미술관과 공동 기획해 데이비드 호크니의 시기별 주요작 133점을 선보인다.’더 큰 첨벙’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8월 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토비 지글러 <이성(理性)의 속살> 전

영국 현대 미술작가 토비 지글러의 전시. 과거 예술품의 이미지에 현재의 재료를 섞어 한 작품에서 다양한 의미와 층위를 선보여온 토비 지글러는 이번 전시에서 역사적 미술품 속 신체 이미지의 한 부분으로부터 기인한 회화, 조각, 영상 등 신작 10여 점을 공개한다. pkm 갤러리에서 4월 20일까지 열린다.

WHAT THE FXXX IS THIS

음악 음악추천 인디뮤직 프랭크 김심야
KIM XIMYA 맥코트 라이풀미니멀가먼츠 (Liful Minimal Garments), 베스트와 슈즈 모두 나이키(Nike), 팬츠 아미(Ami)

2016년 첫 ep <KYOMI>로 한국 힙합씬에 충격적으로 새롭고 완전한 수작을 던진 XXX. 프랭크의 종잡을 수 없는 비트와 김심야가 한국 사회를 향해 던지는 뾰족한 단어들은 유행이 극도로 선명한 국내 음악계를 환기시키는 필요한 재능이다. 작년 말 발매한 첫 정규 앨범 <LANGUAGE>는 뉴욕 타임즈, 빌보드 등에 소개됐고 한국 힙합 음악사상 최초로 권위 있는 음악 평론 매체 ‘피치포크’에 리뷰 되었다.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감상 평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편인가?  FRNK  앨범 발매된 당일만.

이번에 발표한 <SECOND LANGUAGE>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첫 정규 앨범 <LANGAUGE>와 2CD 더블 앨범을 이루는 나머지 하나다. <LANGUAGE>에 비해 듣기 편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김심야  맞다. 의도하고 작업한 거다.

<LANGUAGE>와 <SECOND LANGUAGE>에 수록한 곡은 어떤 기준으로 각각의 앨범에 실었나? FRNK  <LANGUAGE>에는 감정을 많이 담았고 <SECOND LANGUAGE>에는 감정을 많이 담지 않았다.

<SECOND LANGUAGE>는 대중적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곡으로 추렸다는 말인가?  FRNK  맞다.  김심야  <LANGUAGE> 를 완성하고 발매 시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다 쏟아낸 후 허탈한 기분으로 쓴 곡을 <SECOND LANGUAGE>에 실었다. 듣기에 훨씬 더 부드러울 거다.

<SECOND LANGUAGE>가 멜론 차트 1위를 겨냥한 앨범이라고 했는데 경과를 보니 어떤 것 같나? 김심야  처참하게 실패했다.

<SECOND LANGUAGE>를 발매하면서 이광호 작가와 협업 전시를 진행했다. 그 전에 안드레 바토가 작업한 ‘간주곡’ 뮤직비디오도 공개했다. 이러한 협업 과정에 두 사람의 의견은 얼마나 반영되나?  FRNK  어떤 아티스트와 작 업할지 회사에서 먼저 제안하고, 협업이 성사되면 우리가 담기 바라는 것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간주곡’ 뮤직 비디오에는 ‘자연’과 ‘기계’라는 키워드를 담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음악에서도 그게 보이거든. 내가 생각 한 것보다 더 멋있게 완성됐다. 김심야  앨범을 만들면서 항상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회사가 보내주는 것이 워낙 뛰어나니까 믿고 간다.

여러 인터뷰에서 ‘담고 싶은 걸 담아도 사람들이 알아봐주지 않아 회의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 회의감이 이 번 앨범을 작업하는 데 영향을 미쳤나?  김심야  첫 EP 앨 범은 이렇게 쓰면 알아봐주겠지, 이런 걸 찾아보겠지 하는 마음으로 작업했다면 이번 앨범은 뭘 바라지 않고 찾 을 것도 없이 읽으면 무슨 이야기인지 아는 내용이다.  FRNK  <LANGAUGE>를 작업할 때는 비트에 뭔가를 더 담으려고 했다. 회의적인 감정. 감정을 많이 보여줬다. 이전에 사운드의 기술적인 부분을 정해놓고 했다면, 이번에는 룰에 어긋나더라도 내가 이렇게 하는 게 감정 표현이 더 잘된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그렇게 했다.

XXX는 하고 싶은 음악만 하는, 그게 멋으로 느껴지는 팀인데 왜 대중성을 고민하게 됐나?  김심야  우리가 그런 음악을 만드는 건 대중적인 걸 싫어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취향이 그렇기 때문이다. 나는 진수 형(프랭크)이 추천하는 음악들로 음악을 깊이 듣기 시작했고 그렇게 취향을 쌓았다.  둘이 듣는 음악이 대부분 비주류 음악이고 그걸 기반으로 취향을 쌓아왔기 때문에 작업물도 당연히 그렇게 나온다.  FRNK  듣기 편한 음악에 대해 고민하게 된 데는 경제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김심야  음악은 팔려야 하니까.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아는데 그걸 만들기가 어렵다. FRNK  하기싫은 건 아닌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김심야  나는 진수 형과 달리 작사 활동을 했었고, 아이돌 음악 저작권으로 수입이 있는 편이다.

음악 음악추천 4월음악추천 김심야 프랭크
FRNK 재킷 산드 로 옴므(Sandro Homme), 니트 톱 코스(COS), 팬츠 라이풀미니멀가먼츠
(Liful Minimal Garments)

아이돌 노래를 작사했다고?  김심야  레드벨벳, 샤이니, 엑소 등의 랩 가사를 주로 썼다.  FRNK  ‘덤덤’. 김심야  그런 데서 수입이 어느 정도 있고 아껴 쓰면 안정적이다.  하지만 XXX의 수입은 진수 형의 수입을 보면 알 수 있는데 한마디로 최악의 상황이다.

누군가에게 비트를 팔진 않나?  FRNK  그런 적 없다. 우리가 남들이 좋아하는 걸 만들기 어렵다는 사실을 그런 시도를 하면서 느낀 거다. 잘 안 된다.

레드불 라디오, 비츠원 라디오에도 출연했다. 이런 활동은 둘에게 어떤 의미인가?  김심야  피치포크로 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그런 일을 한 번씩 경험할 땐 크게 와 닿거나 우리가 성공했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그런 일을 함으로써 피치포크까지 갔다. 개인적으로는 피치포크가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다.

지켜보니 두 사람의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어떤 점이 통하나? 음악 취향이 같다는 것과 한 팀이라는 건 다른 얘기다 FRNK  서로의 음악을 되게 좋아한다.  그리고 삶의 일부 까지 항상 함께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 좋지 않나.

일종의 비즈니스 파트너인가? (일동 폭소) FRNK  너무 정 없어 보인다. 며칠 전에도 같이 놀긴 했다. 계속 팀으로 활동하는 게 아니고 따로 하는 일이 있으니까 각자의 욕구를 충족하면서 서로 맞는 지점에서 만나는 게 가능한 사이다. 그래서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프랭크가 비트를 주면 김심야가 랩 메이킹을 해서 돌려주는 방식으로 작업하나?  김심야  맞다. 그렇게 주면 진수 형이 편곡해서 돌려준다.

완전히 다른 결과물로 돌아올 때도 있나? FRNK  작업 할 때는 거의 매일 붙어 있는데 그러면서 나누는 이야기가 항상 가사에 묻어난다. 편곡할 땐 그 가사에 감정을 담아 덧 붙이기도 하고 심야가 한 이야기에 대한 내 생각을 담기도 한다. 김심야  내가 처음에 받았던 노래와 완전히 다른 노래가 올 때도 있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느낌이다.  ‘천재인가?’라는 말에는 뭐라고 답하고 싶나? 김심야  진수 형이 천재에 가깝지 않나 싶다.  FRNK  나는 천재라기보다 오타쿠에 가깝다. 뭔가 하나를 계획하고 잡으면 계속 파고드는 성향이 있다.  김심야  나는 수박 겉핥기 스타일이다. 판단을 빨리빨리 내린다. 좋은 예로 화가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와 전시를 보러 가면 작가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을 해준다. 나는 그 말이 안 들리고 내 시선에서 ‘이건 멋있고 이건 멋없다’ 이렇게 판단하고 끝낸다. 그럴 때 누가 ‘근데 이 멋없는 것도 이러면 멋있는 거야’ 한다고 해도 ‘음, 그거 아니야’ 이러는 편이라 하나를 깊게 파진 않는다.

가사를 쓸 땐 어떻게 작업하나? 김심야  글을 쓸 때는 큰 고민 없이 쓰기 시작해 단어를 지워가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전부 썼다가 다 지우고 다시 쓰는 방식을 버린 지 오래됐다.  뭘 판단할 때 그 자체의 역사를 보기보다 내 눈을 믿는 편이고, 그 감각을 계속 날 세우기 위한 자기 성찰을 너무 많이 하니까 내가 잘못 판단한 거라고 해도 의견을 굽히기 힘들다. 내가 멋없다고 판단한 물건을 그에 대해 많이 공부한 누군가가 멋있다고 했을 때 그 사람은 그 물건의 여러 특성을 종합해 이야기한 거지만 내가 멋없다고 했을 땐 그 물건이 아니라 내 감각을 이야기한 것이니 이 뜻을 굽히면 물건에 대한 오류가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오류를 인정하는 거라서 잘 안 된다. 때로 오해이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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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를 받아들이는 게 힘든가?  김심야  그렇다.

평생 단 한 곡만 들어야 한다면 어떤 노래를 듣겠나?  FRNK  아무것도 안 듣겠다. 한 곡만 듣는 게 더 아쉬울 것 같다.  김심야  나는 프랭크 오션의 ‘Bad Religion’.

3월에 미국 활동을 시작한다고. 하지만 한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인정받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김심야  역수입이라는 방법 자체가 달갑지 않다. 나는 유연하지 않은 편이다. 한국 사람이 잘되고 싶으면 한국 사람들과 일하고 한국 사람들을 이겨내고 한국에서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국에서 화제가 된 것을 내세워 한국에서 유명해지는 모양새는 내가 생각하기에 정정당당하게 싸운 느낌이 아니다. 회사는 나와 의견이 다르겠지만.  FRNK  난 해외에 나가는 게 피곤하다. 이 문제로 딱히 고민해본 적 없긴 하지만 한국에서 먼저 성공하고 싶긴 하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 음식 먹고 한국 음악 들으며 자란 사람이니까.

나는 두 사람이 XXX의 행보를 자랑스러워할 줄 알았다. 인정받을 가치가 있는 곳에서 내 작업물을 알아봐주는 건 흔치 않은 기회니까.  FRNK  당연히 좋고 기쁘다. 그에 비해 한국 내 반응은 미지근할 때가 있으니까, 물론 해외에서의 긍정적인 반응도 감사하고 좋은데 한국에서 먼저 잘됐으면 좋겠다. 미국에서 활동할 기회가 생기는 건 정말 좋다. 다만 나는 외국에 가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 인터뷰를 마치면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 간다.  ‘

최우수 랩 & 힙합 노래’ 부문에 후보로 올랐는데 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가?  FRNK  인터뷰니까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겠다.  김심야  ‘ 받아야 합니다’가 좋은 표현인 것 같다. FRNK  떨린다.

그 상을 받는다는 게 김심야가 말하는 ‘한국에서 인정 받았다’는 말 뒤에 붙는 느낌표가 될 수 있을까?  김심야  그건 아닌데 피치포크까지 가기 위해서 비츠원과 레드불 라디오를 했듯이 한국 대중음악상도 내가 원하는 한국에서의 성공을 위한 발판의 하나다. 중요한 발판이긴 하다.  FRNK  나는 엄마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상을 받고 싶은 마음도 40% 정도 된다. 주변 사람들은 확인할 수 있는 게 상 아니면 돈 아닌가. 그런데 돈으로 보여준 게 없으니까 이거 하나는 챙겼다 하는 느낌으로. 김심야 우리가 늘 하는 말이 있는데 우리가 왜 잘되고 있는지 더 이상 설명하기 싫다. 그냥  ‘우리 이거 했어’ 하면 사람들이 ‘진짜?’ 했으면 좋겠는데 ‘우리 이거 했어’ 하면 ‘그게 뭔데?’ 하는 답변이 돌아오고 우린 ‘이게 뭐냐면’ 하고 설명한다. 이런 건 그만하고 싶다.  FRNK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충정로에 어머니가 카페를 오픈했다.

카페 이름이 뭔가. 혹시 프랭크인가?  FRNK  맞다. 스펠링도 똑같다.(그리고 늦은밤 XXX가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했다는 뉴스가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