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GOOD AS IT GETS

샌드라오 화보
셔츠 막스 마라(MaxMara), 브레이슬릿 불가리(Bulgari), 이어링 에바 페런(Eva Fehren), 링 티파니(Tiffany&CO.).
샌드라오 화보
재킷과 보디수트, 팬츠 모두 구찌(Gucci), 이어링 마리아 타쉬(Maria Tash).
샌드라오 화보
드레스 발렌티노(Valentino), 링 레이디 그레이(Lady Grey).

“ 모든 피부색의 젊은이들, 체형과 재능이 다른 모든 사람에게 제 수상 소감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상황이 또 나쁘게 바뀔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순간만은 우리 함께해요. 신의은총으로 제가 그 변화의 무대에 서 있으니까요.”

2019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끝난 지 이틀 후, 샌드라 오(Sandra Oh)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승리감과 함께 마라톤 경기처럼 긴 여정을 막 끝낸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스카이프 너머의 샌드라 오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당시의 기분을 전했다. “정말 깜짝 놀랐어요. 시상식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긴장도 했지만, 일요일 밤 끝 무렵엔 기쁨에 들뜨게 됐죠.”

샌드라 오는 앤디 샘버그(Andy Samberg)와 함께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진행했고, 시청자들을 열광시킨 BBC 아메리카 TV 시리즈 <킬링 이브(Killing Eve)>에서 영국 첩보기관 MI6의 첩보원 이브 폴라스트리를 연기 해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결말 아닌가. 2006년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데 이어 시상식을 진행한 첫 아시아인이 되었다. 얼마 전에는 크리틱스 초이스 영화상과 미국배우조합상도 수상했다.

이 모든 순간이 샌드라 오에게는 대단한 것이었다. 이 한국계 캐나다 배우는 수상 소감을 말할 때 아시아 공동체에 속한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의미있는 머리를 숙이는 행동(이는 가장 큰 존경의 표시다)으로 부모님께 존경을 표했고, 한국어로 “사랑한다”고 말했다. 오프닝 멘트에서는 시상식을 진행하는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저는 여러분을 직접 뵙고 변화의 순간을 지켜보고 싶었습니다.”

나와의 인터뷰에서는 할리우드에서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변화에 대해서도 말했다. “분명히 그 무대에 오를 수 없던 모든 피부색의 젊은이들, 체형이 다르고 재능이 다른 모든 사람에게 제 수상 소감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상황이 또 나쁘게 바뀔 수도 있어요. 변화는 더디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이 순간만은 우리 함께해요. 신의 은총으로 제가 그 변화의 무대에 서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나이 마흔일곱에 상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전 이런 상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알 만큼 많은 일을 해왔어요. 그래서 제게 더 큰 의미가 있고요”

샌드라 오에 대한 내 첫 기억은 2004년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은 영화 <사이드웨이(Sideways)>였는데, 이 영화에서 자신의 애인이 다른 여자와 약혼한 것을 알고는 오토바이 헬멧으로 애인의 코뼈를 부러뜨리는 스테파니를 연기했다. 뒤이어 HBO의 스포츠 에이전트를 주인공으로 한 코미디 드라마 <알리스(Arli$$)>에 일곱 시즌 동안 출연했지만, 10년간 무명이었던 샌드라 오가 이름을 알리게 된 건 메디컬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크리스티나 양 역을 맡으면서부터다. <킬링 이브>에서 연기한 이브는 고집불통인데다 자신의 인생 전부를 걸고 암살범을 잡는 데 혈안이 된 인물이다.

캐나다 오타와에서 태어나 자랐고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샌드라 오의 가족은 모두 배우와는 거리가 먼 직업을 가졌다. 샌드라 오는 그런 자신을 평화유지군이라 부르는데, 아버지는 경제학자이고 어머니는 생화학자이며 언니는 변호사, 남동생은 유전학 박사다. 그 역시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야심 찬 인물이었지만, 학문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꿈을 추구했다. 10세 때 연기를 시작해 일찍이 자신의 천직을 발견했으며, 캐나다 몬트리올의 국립연극학교(National Theater School)에 자신이 등록금을 내고 들어가기 위해 일반 4년제 대학에 들어가길 바라는 부모님의 뜻을 거슬렀다. 그렇게 연기를 배운 후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캐나다에서 몇몇 작품의 주인공을 맡으며 승승장구하다가 LA로 이주했다. 그리고 1995년, 담당 에이전트로부터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말을 듣는다. “당신에게 거짓말하고 싶지 않아요.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캐나다로 돌아가 유명해진 다음 다시 도전해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왜냐하면 회사에 이미 아시아 여성 배우가 한 명 있는데, 3개월 동안 오디션을 단 한 차례도 보지 못했어요. 더 이상 당신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빛이 보이지 않던 시간을 뒤로하고 <킬링 이브>를 만났다.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에이전트와 나눈 대화가 여전히 생생하다. “‘제 역할이 뭐죠?’라고 묻자 에이전트가 ‘세상에, 당신이 이브예요’라고 대답했어요. 이브 역할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주연이 된다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었죠. 심장이 뛰어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어요. 연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열심히 배우로 살아왔지만 배우에게는 스스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남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중요해요. 생각했던 것만큼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나 자신을 붙잡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죠.”

오래전부터 불교의 철학과 가르침을 따르며 마음을 다스려온 샌드라 오는 매 순간 삶에 집중한다. <킬링 이브>의 배우일 뿐만 아니라 공동 제작자이기도 한 그는 요즘 다정하고 헌신적인 남자와 사랑에 빠져 있는 듯하다(샌드라 오의 사생활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데, 홍보 담당자는 샌드라 오가 몇년간 남자친구와 사귀고 있다는 사실만을 확인해주었다). 가족을 꾸리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샌드라 오는 이렇게 답했다. “30대 중ㆍ후반부터 마흔이 될 때까지는 ‘지금도 충분히 근사하게 살고 있고 혼자서도 얼마든지 멋지게 살 수 있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조카들뿐 아니라 친구 아이들의 이모나 고모로서 매우 충만한 삶을 살고 있어요.”

할리우드에서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한 샌드라 오는 이제 여러 작품을 제안받고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투자할 만한 작품을 까다롭게 고르게 되었다. 하지만 당장은 잠시 쉬려 한다. “연기하는 시간만큼 잘 쉬는 것도 중요해요. 성과가 대단하더라도 쉬지 않으면 균형이 깨질 것이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건 매우 어리석은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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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윤의 실험

황소윤 황소윤화보
블랙 티셔츠 헬무트 랭 바이 비이커(Helmut Lang by BEAKER), 팬츠 마르케스 알메이다(Marques′ Almeida), 슈즈 자라(ZARA), 반지 쿠시코크(KUSIKOHC), 귀고리 에보니문로 (Ebonnymunro), 선글라스 젠틀몬스터 (Gentle Monster).

So!YoON!과 새소년의 음악은 어떻게 다른가? 음악뿐 아니라 많은 부분이 다르다. 크게는 음악, 의상 컨셉트, 애티튜드. 제일 눈에 띄는 건 새소년의 황소윤이 보여준 밴드 사운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앨범 <So!YoON!>은 애초에 밴드 사운드를 고려하지 않았다. 밴드를 하기 전부터 다양한 장르에 관심이 지대했고, 그런 부분을 언젠가는 나의 다른 캐릭터로 풀어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적기가 된 것이다. 이 앨범은 곡마다 작업자가 달라서 다양한 장르로 구성됐다. 컴필레이션 앨범처럼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준다는 의미가 더 크다. 일렉트로닉이나 정통 소울도 있고 힙합 피처링이 포함된 곡도 있는데, 이렇게 다른 음악들 사이에서 황소윤의 목소리가 축을 이루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가사의 느낌도 많이 다르다. 새소년이 추상적이고 시적이며 감성적인 언어를 많이 사용했다면, So!YoON!의 앨범에서는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언어를 많이 썼고 사회를 보는 냉소적이거나 염세적인 시각도 많다. So!YoON!이 곧 황소윤이아니라 새로운 자아로 존재하길 바랐다. So!YoON!이라는 캐릭터에 나를 투영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며 색다른 시도를 많이 했는데, 헤어스타일을 비롯한 외적인 변화도 크다. 앨범 재킷은 홍콩의 스타일리스트 크루와 함께 작업했다. 새 소년과 어떻게 다르게 만들지 고민하며 그들에게 내가 새롭게 만든 상징, 캐릭터의 의도 등에 대해 설명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며 작업했다. 새소년과 정반대의 어떤 것이지만 내가 관심을 갖고 있던 다른 부분을 풀어나가는 과정이었다.

피처링을 맡은 뮤지션의 면면이 화려하다. 함께하는 작업자가 누구인지가 중요했을 텐데. 앨범 구상과 동시에 함께 작업하고 싶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알고 지내던 음악가도, 처음 만나는 음악가도 있었는데 제일 중요한 건 황소윤이 얼마나 존경하고 존중하는가 하는 점이었다. 작업자 본인의 아이덴티티와 개성이 뚜렷한 것도 무척 중요했다. 결론적으로 내가 존중하는 팬인 사람들과 작업했다. 수민, 프로듀서 태림, 공중도둑, 선우정아, 나잠수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색이 강한 뮤지션인데, 그들의 트랙이 나의 트랙 위에서 어떻게 혼합될 수 있는지 보는 게 작업하는 동안 굉장히 즐거웠고,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건강한 작업이었다.

곡 작업을 오롯이 혼자 해야 했던 새소년 때와는 확실히 다른 자극이었을 듯하다. 협업 자체가 처음 하는 경험이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어떻게 음악이 탄생하는지 경험했는데, 샘 김과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5시간 정도 잼을 했다. 같이 기타 치고 노래하면서 워밍업 과정을 거쳤고 곡을 완성했다.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서로의 작업 스타일을 배우기도 했다. 그런 과정이 제일 즐거웠다. 다른 프로듀서들도 마찬가지로 서로 존중하니까 무슨 이야기를 해도 다 가능했다. 새소년 곡을 만들 땐 혼자 작은 방 안에서 연주하고 노랫말을 쓰는 데 집중하며 온전히 나의 감정을 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가 살면서 느끼는, 새소년이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과 방식을 최대한 끌어내려고 했다. 반면 So!YoON!은 이 곡의 작업자와 내 트랙에서 느껴지는 감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황소윤 황소윤화보
크림색 재킷 마린 세레 바이 분더샵(Marine Serre by BoonTheShop), 안에 입은 톱 코스(COS), 체크 롱 팬츠 마르케스 알메이다 바이 분더샵(Marques′ Almeidaby BoonTheShop), 블랙 선글라스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특별히 기억에 남는 파트너가 있다면? 공중도둑. 실제로 팬인데 솔로 앨범을 구상하며 공중도둑을 생각하던 중 그에게서 트랙을 주고 싶다고 먼저 연락이 왔다.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고 혼자 음악 하는 공중도둑을 그때 처음 만났는데 작업실에 가서 이야기한 후 보내준 트랙을 받아 들으면서 떠오르는 시각적인 것에 집중했다. 트랙을 받아 이 사람은 왜 이걸 만들고, 만들면서 어떤 걸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간파하고 고심하는 과정이 어렵기도 했지만 나를 좀 더 깨워주는 역할을 했다.

지금의 나이, 이 시점의 커리어에 적절한 영양소로 보인다. 어떤 사람은 변화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이 시점의 황소윤은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어떻게 변하든 변화에 열려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그래서 이 작업을 시작한 건데 새소년 작업에도 도움이 됐고, 음악을 떠나 황소윤이라는 사람 자체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이 앨범에 흐르는 정서를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두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채로움, 분열. 다채로움은 시작할 때 든 생각이고, 분열은 막바지에 든 생각인데 내가 가진 색깔이 꽤 많다. 누구나 그렇지. 그런데 보통은 하나의 색깔을 지정한다. 좋아하는 색깔을 물었을 때 ‘파란색’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파란색만 좋아하지는 않거든. 내가 좋아하는 많은 것을 제쳐두고 왜 하나만 이야기해야 할까? 내가 가진 색깔을 최대한 많이 표출하고 표현하려고 한다. 어떤 옷을 입어도 나답게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시작한 실험이다. So!YoON!이라는 프로젝트 자체가 실험과 도전이 기반이 되는 작업이다. 앨범이 완성된 지금 생각나는 단어는 분열이다. 황소윤이라는 사람 안에 황소윤이 있고 새소년이 있고 So!YoON!이 있다고 나누는 과정에서 스스로 역할 놀이에 어떻게 심취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거다. So!YoON!이라는 캐릭터를 처음으로 보여주는 과정인데 얼마나 잘 분리하고 균형을 맞추며 내 안에서 어떤 색깔을 정리해나갈지가 이 시점의 관건이다.

포문을 연 티저 곡 ‘ H o l i d a y’와 메인 타이틀 곡 ‘zZ’City’는 각각 그 역할로 곡을 선정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Holyday’를 제일 먼저 선보인 건 어떤 곡이 기존 황소윤을 다 지우고 백팔십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어떤 곡이 제일 팝 스타일이고 다른 스타일을 던져서 논란의 여지를 줄 수 있을까(웃음) 등 다양한 점을 고려한 결과다. 개인적으로는 새소년을 하기 전 새소년 앨범에 실린 곡 중 몇 곡이 들어 있는 데모 앨범을 만들었는데, 미성년자 때 만든 그 앨범에 ‘Holiday’도 포함돼 있었다. ‘긴 꿈’이나 ‘나는 새롭게 떠오른 외로움을 봐요’와 같이 있던 곡이었는데, 그 안에서 어떤 곡은 밴드 음악이 되고 어떤 곡은 솔로 곡이 되는, 재밌는 가지가 생겼다는 게 의미 깊다. ‘zZ’City’는 내가 가장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했다. 언어적 표현이나 음악적 표현 모두 ‘이번 So!YoON!은 이런 겁니다’라고 제시할 수 있는 곡이기도 하고. 서브타이틀로 지정된 샘 김과 함께한 ‘Forever Dumb’, 수민과 함께한 ‘Noon Walk’도 다른 스타일이지만 이런 데도 나를 녹여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곡이다.

많은 곡이 궁금한데, 특히 수민과의 조화가 기대된다. 수민 그 자체다. 듣자마자 ‘어, 수민인데!’ 할 텐데 거기서 황소윤의 목소리가 나와 새롭게 들릴 거다. 수민의 곡은 지극히 차갑고 이성적이다. 그런데 나는 야성적이며 감성적이고 따뜻한 느낌이다. 차가움과 따듯함이 만났을 때의 묘함, 재밌는 구석들? 그 위에 자이언티가 코러스를 올려주면서 완성됐다. 나도 기대된다. 샘 김과는 스물셋, 스물둘 나이에 할 수 있는 것을 해서 재밌었다. 그도 많지 않은 나이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공인, 가수로서 해야 하는 역할이 있고,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 고충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인간적인 이야기를 많이 표출해낼 수 있었다.

며칠 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생애 최초로 만든 곡을 공개했다. 그럼 두 번째로 쓴 곡은 무언지 기억하나? 하하하. 그건 생각해본 적 없네. 내가 기억하기론 처음으로 감성적인 언어를 사용한 곡이었던 것 같다. 내가 영감으로 삼는 중요한 원동력이 외로움이나 우울한 부분에서 오는, 배척당하는 감정이거든. 그런 마음을 처음으로 꺼내본 곡이었고 제목이… 막 이것저것 많이 써서 기억은 잘 안 난다. 황소윤의 감정과 언어를 사용해볼 수 있는 곡이었고 그때부터 새소년의 곡이 차곡차곡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를 꺼내는 시작점이 된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황소윤 음악성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건 뭔가? 나는 음악을 들을 때 항상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곡을 따라간다. 테크노가 될 수도 클래식이 될 수도 있는데, 몸을 움직이는 곡은 대개 그 안에 진정성 담긴 본능이 숨어 있는 곡이었던 것 같다. 이성적인 음악, 계산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본능적이고 감성적인 것에 끌린다. 내 안 깊은 곳에 숨어있는 본능을 깨우는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고, 실제로 공연할 때도 그런 본능을 최대한 끌어내려고 한다.

미발표 곡을 포함해서 지금까지 만든 노래 중 제일 좋아하는 곡은 뭔가? 아, 너무 어렵다. 기억에 남는 곡은 있다. 미발표 곡이고 아주 오래전 쓴 곡이다. 나는 남을 위해 쓰기보다는 나 자신을 위로하려고 쓴 곡이 많다. 앨범에 실리진 않았지만 새소년의 ‘난춘’이란 곡이 그렇고, 내가 쓴 다른 미발표 곡도 결국 들어주는 모든 분에게 드리는 선물이지만, 그 곡이 탄생할 땐 보통 내가 나를 위로할 때 많이 쓰거든.

그게 실제로 자신을 위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되나? 그런 것 같다. 아직 발매되지 않은, 꼭 꺼내 보이고 싶은 곡이 있는데, 나를 위로하려고 썼지만 몇년 지나 지금 보니 다른 사람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그 곡을 꺼내 보이고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서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필요한 곡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치관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는 시기인가 보다. 다들 그렇듯 본인이 남기는 작품이나 기록은 당시 본인의 삶의 방식이나 가치관을 대변하잖아. 그래서 아티스트는 변화가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똑같다. 예술 활동을 시작한 이유가 재미있고 내가 즐기려는 의지가 커서 방 안에서 시작했다면 이제 문밖을 나왔고, 내 삶의 방식도 조금 더 사람들과 공존하며 이 사회 안에서 살다 보니 주변의 힘들어하는 사람, 뭔가를 필요로 하는 사람,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제는 그들과 영향을 주고받는 일이 자연스럽고,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달 전 쓴 글에 ‘사랑과 삶은 격정적인 만큼 재밌다는 주의’라고 했다. 여기에 세 가지 키워드가 있다. 사랑, 삶, 생의 재미. 그 세 가지가 내게 중요해서 쓴 글이다.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을 쓰면서 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아도 표현하거나 남기지 않으면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나는 잘 모르더라고. 이 문장은 요즘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다. 내가 생각보다 삶의 재미를 많이 추구하는 사람이고 재밌게 살아야 한다,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있다. 그 안에서 사랑이 너무나 중요한데 제일 큰 건 삶의 재미다. 삶이 재밌으려면 사랑도 재밌어야 하고 음악도 재밌게 해야 하잖아. 결국 다 이어져 있는 것 같다.

나는 의외로 OOOO. 이 문장을 완성한다면? 황소윤이 가진 의외의 지점을 찾아보고 싶다. 나는 의외로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운다. 다들 놀란다.(웃음) 조용히 집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생각보다 되게 멋없다. 지질하다는 말이 더 잘 맞겠다. 실제의 황소윤은 화장도 안 하고 다니고 시답잖게 웃기도 하고 꼬마 같은 면도 있다.

하루 중 꼭 필요한 시간은 뭘 하는 시간인가? 책 읽는 시간. 요즘은 여유를 느끼고 시간을 내 뭘 할 수가 없다. 책을 아주 좋아하는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책을 거의 못 읽었다. 그러니까 이상하게 삶이 공허하더라. 붕 떠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얼마 전부터 아주 짧은 시간, 이동할 때나 자기 직전에 짬을 내 책을 읽는데 그것만으로도 삶이 편안해지더라. 운동도 하고 일찍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어보려고도 했는데 내게는 그보다 책 읽는 시간이 중요하다.

무슨 책을 읽고 있나? <수전 손택의 말>. 수전 손택이라는 작가이자 평론가를 인터뷰한 내용을 실은 얇은 인터뷰 집이다. 요즘 수전 손택이라는 인물이 흥미롭다. 그녀가 쓴 많은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이런 사람이고 이런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서 이런 책을 썼구나 알고 싶어서 읽고 있는데 참 재밌다.

글을 쓰는 많은 사람이 새소년의 노랫말을 좋아한다. 새소년의 가사를 사람들이 좋아해주기까지 나는 글과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책을 좋아하고 일기를 쓰는데도? 이것도 의외의 면으로 볼 수 있는데 일기를 한 번도 길게 써본 적 없다. 삶의 모든 것을 일기로 기록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글을 유려하게 잘 쓰는 편도 아니었는데 사람들이 내 가사를 흥미롭게 생각하면서부터 이런 글이 사람들에게 재밌게 다가가는구나 하고 알게 됐고, 그때부터 문학적인 부분에 흥미를 갖게 됐다. 그래서 요즘 잘 쓴 글이 뭔지, 나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글 쓰는 것도 재밌는 작업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쓴 가사는 전부 적어도 진심에서 나온다. ‘아, 뭘 쓰지?’ 하고 억지로 쓰려고 고민한 적 없다. 나는 가사가 나올 때 곡을 쓰거든. 어떤 감정이 확 일었을 때.

가사가 떠오른 후 멜로디를 붙이나? 멜로디와 가사가 동시에 만들어진다. 어떤 심상으로 노래를 부르다 보면 특정 단어가 튀어나온다.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감정이 중요하고 가사는 그걸 대변해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앨범에서 이 노래만은 꼭 들어줬으면 하는 곡을 꼽아보자. 인트로. 다른 곡은 다 개별적인 곡인데 인트로는 So!YoON!이라는 캐릭터를 구상하며 만든 곡이다. 밴드 사운드에 트랩 비트가 올라간다. 묘할 수도 있다. 그게 이번 앨범을 설명하는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나는 밴드도 하고 솔로도 하는 사람인데 그 사이에서 어떻게 이것들을 섞어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 So!YoON!이라는 인물이 이번 앨범에서 들려주려는 음악을 잘 설명해주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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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LOOK SO COOL

이동욱 이동욱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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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젤 텍스처의 블루 드 샤넬 쉐이빙 크림을 바르고 면도를 한 뒤 피부에 산뜻하게 흡수되는 블루 드 샤넬 2-IN-1 모이스춰라이져를 바른다.

이동욱 이동욱화보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보이 드 샤넬 립 밤, 보이 드 샤넬 아이브로우 펜슬, 보이 드 샤넬 파운데이션, 제품은 모두 샤넬

이동욱 이동욱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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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셔츠, 블랙 수트 모두 바톤 권오수, 블랙 타이 휴고 보스, 블랙 스트랩 시계 샤넬 워치 이동욱이 뿌리는 블루 드 샤넬 빠르펭 향수 샤넬

배우 이동욱이 국민 프로듀서 대표라니. 제안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 같다. 열흘 가까이 고민했다. 우선 내가 가수가 아니다 보니 그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그다지 성공을 거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아이들을 이끌 자격이 과연 있는지 모르겠더라. 국민 프로듀서 대표라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멘토여야 하고 성공을 거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나이에 10대, 20대 초반 아이들과 호흡하는 일에 확신도 없었고. 여러 고민에도 불구하고 제안을 받아들인 건 국민 프로듀서 대표가 누군가를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기도 하고 뭔가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평가는 선생님들의 몫이고 나는 시청자들이 좀 더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하는 역할 정도라면 할 수 있겠다 싶었다.지난 시즌 국민 프로듀서 대표가 큰 성공을 거둔 대단한 분들이라면 나는 실패한 경험이 더 많은 사람이다. 인생이란 게 마냥 성공할 수 만은 없고, <프로듀스×101>에서도 탈락하는 사람들이 생길 테니 내 실패 경험을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왜 자신을 성공하지 못한 배우라고 생각하는가? 그냥 나만의 기준 같은 거다. 욕심이 많아서라기보다는 내가 그렇게 대단하거나 큰 성공을 거둔 게 아니니까. 그렇기 때문에 더 노력해야 하고 그래야 더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생긴다. 언젠가 연기하는 나도, 내 연기를 보는 사람들도 더 편해지기를 기대한다. 앞으로 내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지, 어떤 장르를 연기할지, 어떤 상대 배우를 만날지 아무도 모르지만 보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두 편하게 느끼는 배우가 되고 싶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역할뿐 아니라 아이들이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돼야 할 것 같다. 아이들에게 자꾸 감정이입하게 된다. 예쁘고 귀엽고 막냇동생이나 조카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아이들이 만날 때마다 무척 좋아해준다. 환호해주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특성상 어쩔수 없긴 하지만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홀로 싸우기에는 아직은 어린 나이의 연습생들이 그 무게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많다. 자신의 능력에 의문을 가지고 벽에 부딪히며 고민하는 친구들을 보면 내 모습을 반추해보기도 하고 공감도 되고 안타깝다. 굉장히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래도 오히려 아이들에게 힘을 얻는 나 자신을 보며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배우 이동욱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도전이기도 하고.

이동욱 이동욱화보
블랙 셔츠 우영미
이동욱 이동욱화보
보이 드 샤넬 파운데이션 #N20 라이트로 피부 톤을 자연스럽게 정돈한다. 보이 드 샤넬 아이브로우 펜슬 #206 딥 브라운으로 눈썹 모양을 또렷 하고 깔끔하게 정리한 다음 매트한 텍스처의 보이 드 샤넬 립 밤으로 마무리한다. 블랙 재킷 바톤 권오수

지난주에 첫 회를 방송했다. 등급 평가에서 코멘트할 때마다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저는 잘 모르지만’이었던 것 같다. 얼마나 조심스레 접근하고 있는지 느껴졌다. 옆에 전문가들이 있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나도 모르게 ‘저는 잘 모르지만’, ‘제가 가수는 아니지만’, ‘저는 춤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런 말을 하게 되더라. 그런 자세로 접근해야 아이들에게도 설득력이 생기지 않을까. 분위기를 좀 더 부드럽게 이끌어가고 싶기도 하고. 그런데 막상 코멘트할 때는 이런저런 생각을 다 떠나 솔직하게 말하게 된다. 20년간 이 업계에 있으면서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이 있으니.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다른 분야이니 만나는 사람의 영역이 넓어질 테고 그로 인한 즐거움이 있을 것 같다. 그렇다. 내가 몰랐던 세계를 접하는 것도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고 신기한 것도 많다. 미션을 공지하고 평가하기까지 4~5일의 시간을 주는데 아이들이 그 안에 춤과 노래를 마스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나는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아이들이 해내는 걸 보면 신기하다. 음악 프로그램이나 대형 예능 프로그램 특유의 촬영 시스템도 흥미롭고. 연기할 때는 접할 수 없는 일을 경험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도전자들은 막 새로운 세계에 첫발을 내딛는 친구들이다. 그 친구들에게 가장 먼저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첫 번째 경연 녹화가 끝나고 아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해준 말이 있다. “오늘 느낀 감정을 오래 기억했으면 좋겠다. 옆에 있는 친구들 얼굴을 꼭 오래 기억해라.” 잘했는지, 못했는지, 실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자신의 무대에 대해 누구보다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 자신에 대해 평가하다 보면 수많은 감정이 들 테고, 7~8명이 한 조를 짜서 팀워크를 맞추는 것도 처음 겪는 일이었을 것이다. 무대에 대한 평가는 나중 문제고, 이 경험만으로도 소중하고 앞으로 살아가는 데 좋은 재산이 될 테니 무대에서 느낀 감정과 함께한 친구들, 노력을 기울인 시간을 오래 간직했으면 한다. 지금은 이 얘기가 크게 와 닿지 않을지 모르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아이들 중 한 명이라도 이 얘길 기억해주면 좋겠다.

데뷔를 위해 훈련하는 아이들을 보면 20년 전 자신이 데뷔하던 때가 떠오르겠다. 데뷔작을 찍은 때가 고등학교 3학년 가을이었는데 그때는 하루하루가 버거웠다. 매니저나 스타일리스트도 없었고, 촬영 스태프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촬영하러 다녔다. 모든 게 낯선 환경에서 나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고3이면 사실 사회 경험 없는 꼬마인데 연기는 해야겠고, 낯선 사람들만 있는 촬영장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외롭기도 했고. 그때만 해도 촬영장 분위기가 굉장히 엄격했다. 단막극을 한 달 가까이 걸려 찍고 분량도 많았으니. 촬영장이 무섭고 외로웠다. 겁도 나고 울컥할 때도 있고 그랬는데, 그런 시간 속에서 많은 것을 깨쳤다. 그렇게 3년 정도 매니저 없이 일했는데 그때 경험이 이후 도움이 많이 됐다. 혼자 해내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없었거든. 어떤 상황이든 빨리 깨우쳐야 했다.

과거의 나를 떠올릴 때 가장 칭찬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도망가지 않은 것. 단막극을 촬영할 때 맡은 역할이 고등학생 반항아였는데, 촬영을 위해 오토바이를 타야 해서 스턴트맨 형에게 오토바이 타는 법을 배웠다. 그러다 무릎을 크게 다쳐 걷기도 힘들었는데 그 와중에 지각해서 막 뛰는 장면을 찍어야 했다. 무릎이 심하게 아프고 상처가 터져 피가 나는데도 이를 악물고 버티며 뛰었다. 아프다고 말하면 될 텐데 이상하게 그럴 수 없었다. 버텼다. 그렇게 힘들었는데 이상하게 재미있었다. 참 신기한 일이지. 단막극이 방송된 날짜가 11월 5일인데 내 생일이 11월 6일이다. 뭔가 날짜가 더 의미 있게 다가오기도 하고 선물 같기도 하고 그랬다.

그렇게 첫 작품을 하고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는 동안 많은 작품을 해왔다. 그중에는 신드롬에 가까운 반응을 얻은 작품도 있고, 냉담한 반응에 그친 작품도 있다. 그런 부침에 흔들리지 않기는 쉽지 않다. 흔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 흔들리던 시절이 있었다. 분명. 그런데 언제부턴가 흔들리는 것이 큰 의미 없고 인기라는 것이 밀물과 썰물 같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체득하게 되더라. 드라마 <도깨비>처럼 뜨거운 인기를 끌 수도 있고, 성적이 그에 못 미치는 작품을 하면 인기도 좀 잔잔해지고. 그런 사이클은 반복되며 영원한 것은 없다. 20년 가까이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며 어떤 커다란 계획을 짜고 일을 시작한 게 아니다 보니 아쉬운 결정을 내린 적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틀린 길을 간 적은 없다. 지금까지는 잘 흘러온 듯하다.

그 시간 동안 해소하지 못한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면? 많다. 못 해본 장르나 캐릭터도 너무 많고. 지난해까지 계속 ‘난 뭘 잘하는 걸까’ 하고 고민했다. 찾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했는데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찾아보려한다. 이제는 잘할 것 같은 역할만 하지 않고 그렇지 않은 역할도 선택하려고 한다. 그래서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를 선택하기도 했고.

<타인은 지옥이다>는 그간 선택해온 작품과 결이 많이 다르다. 새롭다는 것은 안전하지 않은 선택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만 할 수는 없다. 나는 지금 로맨틱 코미디와 어른 멜로 사이 어디쯤에 자리한 배우같다. 멜로는 10년 후에도 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그 전에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다. 물론 새로운 것을 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안전하고 뻔한 길은 재미없으니까.

지나온 시간에서 도전과도 같은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 작품으로만 보면 드라마 <달콤한 인생>. 드라마 <아이언맨>도 도전이었다. 허무맹랑한 도전이랄까. <아이언맨>은 비판을 많이 받았고. 하지만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감독님과 작가님 그리고 상대 배우 (신)세경 씨와 그 인물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많이 고민했다. 돌이켜보면 도대체 그때 왜 했을까 싶기도 하고, 허무맹랑한 도전이 아니었나 싶을 때도 있다. 그러다 다시 내가 아니면 또 누가 이걸 했겠나 싶다. <달콤한 인생>은 스물일곱 무렵 한 작품인데, 지금 다시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다. 감정 소모도 컸고. 그때는 뭘 잘 모르는 나이여서 막 덤벼들었던 것 같다.

앞으로 20년을 상상해본 적 있나? 그럼. 계속 연기하고 싶고, 잘 나이 들고 싶다. 외적인 거 말고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 내가 워낙 여유롭지 못한 성격이어서 그런 걸 바랄 수도 있고. 20년 후면 예순에 가까운 나이니까 자연스레 그렇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올해는 유독 바쁘게 보내는 것 같다. 드라마 <진심이 닿다>가 끝나고 딱 2주 쉬었다. 몇 가지 스케줄을 끝내면 <타인은 지옥이다> 촬영에 들어간다. 좋은 일이지. 사람들이 작품을 또 하느냐며 의아해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이렇게 말해준다. “가만있으면 늙어. 일이나 해야지.”(웃음)

바쁜 와중에 보이 드 샤넬 덕분에 오늘의 인터뷰를 하게 됐다. 보이 드 샤넬 제품 중 평소에 늘 쓰는 제품이 있다면? 립밤을 매일 쓴다. 입술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자기 전에 보이 드 샤넬 립 밤을 듬뿍 바른다. 번들거리지 않고 매트해서 메이크업에 익숙하지 않은 남성들이 쓰기에도 좋다. 케이스도 멋지고. 보이 드 샤넬 파운데이션은 커버력도 자연스럽고 선블록 기능이 있어 햇빛이 점점 강해지는 요즘 같은 때는 꼭 챙겨 바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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