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여름을 위한 P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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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VC 소재의 가장 큰 매력은 속이 훤히 비친다는 것. 덕분에 PVC 슈즈는 사방이 막혀 있어도 전혀 답답해보이지 않고, PVC 백은 한여름에 들어도 더워보이지 않는다. 여름이면 유독 돋보이는 이 장점과 독특한 디자인을 갖추고 새 시즌 트렌드로 돌아온 PVC 아이템 6.

 

1 가장자리를 블랙 컬러로 마무리한 빅 토트 백, 발렌티노.

2 컬러 블록이 돋보이는 PVC와 아크릴 소재의 샌들 힐, 크리스챤 루부탱.

3 부드러운 실루엣이 매력적인 옥스포트 슈즈, 마크 제이콥스.

4 레트로 무드의 디자인과 로고 장식이 돋보이는 뮬, 샤넬.

5 커다란 리본을 장식한 글램 무드의 뮬, 미우미우.

6 PVC 소재에 로고플레이 패턴을 더한 드로스트링 백, 펜디.

 

환상 속의 토모 코이즈미

지난 뉴욕 패션위크 기간에 토모 코이즈미 쇼가 끝난 후 SNS는 곧 거대한 드레스 세상이 되었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나는 도쿄에서 활동하고 있는 드레스 디자이너다. 셀러브리티나 광고 촬영을 위한 의상을 제작하는 디자이너로 7년 동안 일했다. 스물세 살 때 코스튬 드레스 레이블을 론칭했고, 지금은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대학에서 미술 교육을 전공하고 있다. 열네 살 때 잡지에서 존 갈리아노의 디올 쿠튀르 드레스를 본 뒤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했다. 나는 언제나 꿈을 좇는다.

스타일리스트 케이티 그랜드가 자일스 디컨의 소개로 당신을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했다고 들었다. 그녀에게 연락이 왔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나는 케이티 그랜드가 창간한 <러브> 매거진과 그녀의 수많은 작업을 오랫동안 흠모해온 팬이다. 지난 1월 초 그녀에게서 DM을 받고, 내 눈을 의심했다. “내가 수년 동안 본 컬렉션 중 가장 좋았다”라는 그녀의 메시지를 본 게 새벽 3시였는데, 마치 꿈을 꾼 듯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릴 뻔했다.

마크 제이콥스가 당신에게 자신의 스튜디오뿐 아니라 매장까지 내어주었다. 그가 당신에게 해준 말 중 가장 인상적인 말은 무언가? 그에게 “당신의 모든 재능을 이곳으로 가지고 와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무척 감동했다. 나는 쇼 5일 전에야 뉴욕에 도착했고, 케이티가 구성해둔 완벽한 팀을 비롯해 마크 제이콥스, 패션 에이전시 KCD의 도움으로 쇼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

2019 F/W 컬렉션에 대해 소개해주기 바란다. 케이티에게 연락을 받은 당시 나는 쇼를 열 계획이 없었고, 뉴욕으로 가야 하는 날짜가 3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컬렉션의 반은 나의 아카이브에서 선별하고, 나머지는 새로 디자인했다. 자연의 색채와 추상화 그리고 애니메이션<세일러문>에서 영감을 받았고, 실루엣은 디올,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쿠튀르 드레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왜 이토록 초현실적인 드레스를 만들기 시작했나? 사람들이 아직 보지 못한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고 싶었다. 패션을 통해 사람들에게 환상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옷을 만들 때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드레스를 디자인한다. 그것이 다른 컬렉션과 구별되는 차이를 만들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드레스 한 벌을 완성하는 데 평균적으로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드레스를 만드는 과정이 궁금하다. 보통 5일에서 7일 걸린다. 나카메구로에 있는 나의 작은 스튜디오에 있는 수많은 화려한 색의 러플을 어울리는 색으로 조합해 드레스를 만든다. 컬러의 경우 요즘에는 옛날 인형이나 왕족의 의상 등 일본의 전통문화에서 영감을 얻는다.

전 세계 패션계의 이목이 당신에게 집중돼 있다.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지난 쇼 이후 커머셜 피스나 숍 오픈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고 있다. 나는 상업적인 디자인은 잘못한다. 만약 내가 기성복을 디자인한다면 티셔츠처럼 지금 만드는 드레스와는 완전히 다른 아이템을 선택해야 할 것같다. 숍을 열 계획은 없지만 맞춤복 고객을 위한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싶다. 투자를 받기보다 상업적인 브랜드와 협업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다음 시즌엔 무지개 컬러에서 벗어나 좀 더 그래픽적인 작업을 하고 싶다. 유럽의 패션위크에서 새로운 컬렉션을 소개하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동네 패션 바이브

4대 패션위크 출장에서 돌아온 에디터에게는 종종 이런 질문이 쏟아진다. “다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주인공들처럼 차려입어?” 톱 셀러브리티부터 인플루언서까지 한자리에 모여 스타일링 감각을 뽐내는 자리이니 당연히 궁금할밖에. 그러나 지난 시즌 기억을 떠올려보면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하이힐에 맥시 스커트를 입고 치맛자락을 곱게 들어 올린 채 종종걸음을 하던 게 어느새 까마득한 예전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대신 최근 하이패션계에는 ‘동네 패션’ 바람이 불었다. 영향력 있는 패션 인사이더만 앉을 수 있는 프런트 로에서는 플립플롭과 슬리퍼가 심심찮게 포착된다. 트랙 팬츠나 슬리브리스 톱, 심지어 이 둘을 매치해 입는 경우도 흔하다. 패션계는 이런 트렌드를 ‘원 마일 웨어(One Mile Wear)’라고 부르기로 했다. 집에서 1마일 이내의 거리를 다닐 때나 입는 옷이라는 뜻이다. 원 마일 웨어는 몇 시즌 전부터 시작된 스포티즘과 애슬레저 무드의 유행에 여성복을 실용적으로 만들어 젠더리스 패션을 이룩하고자 했던 여러 패션 하우스의 노력이 더해지고, 지지하디드나 켄달 제너 등 톱 모델들의 ‘레깅스 패션’이 필라테스 붐과 맞닿으며 서서히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어려운 용어를 갖다 붙이니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상 그것들은 ‘쪼리, 쓰레빠, 츄리닝,메리야스, 동네 패션’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릴 정도로 친근한 생김새를 가졌다. 셀러브리티의 SNS에 이런 옷차림이 연일 업로드되고, 명품 브랜드에서 앞다투어 상품화하다 보니 이제 실생활에서도 ‘동네 패션’이 하나의 스타일이 되었음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박물관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트랙 팬츠를 입은 이들이 적잖이 목격되고, 어른들의 눈총쯤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대다수가 됐다. 물론 TPO에 관한 지적에 반기를 들기는 쉽지 않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봐도, 앞서 언급한 아이템들이 정돈된 느낌을 주지는 않는 게 사실이니까. 그러나 패션을 자기 표현의 수단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원 마일 웨어 트렌드는 전혀 이상할 게 없다. 게다가 젠더 구분이 비교적 덜하고, 활동성까지 확장된다고 생각하면 이 유행이 고맙고 반갑게 느껴질 정도다. 지금까지 나열한 장점에 귀가 솔깃한다면 당신도 동네 패션을 트렌드로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얘기다. 무언가를 새로 살 필요도 없다. 그냥 깨끗한 티셔츠와 헐렁한 조거 팬츠에 스니커즈를 신고 거리로 나가보길. 그때 느껴지는, 정형화된 아름다움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이야말로 원 마일 웨어가 지닌 진짜 매력이니까!

1 스텔라 매카트니의 집업 재킷. 2 ‘아빠 샌들’ 같은 구찌의 샌들. 3,4 알렉산더 왕이 출시한 슬리브리스 톱과 조거 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