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을 잇는 플랫폼_경계 없는 작업실 문주호

문주호 건축가 설계 인테리어

이상과 현실을 잇는 플랫폼

경계 없는 작업실
문주호

대학 동기였던 조성현, 임지환, 문주호가 2013년 창업한 경계 없는 작업실은 후암동 복합 주거 공간과 테트리스 하우스 등 필지에 최적화된 활용도 높은 건축물을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식물관PH를 건축했고, 2018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했다.

경계 없는 작업실 지금은 3명의 파트너 각자가 주력하는 영역을 두어 좀 더 세분화했다. 평소 산업과 기술의 가치를 탐구한 조성현 소장은 현재 스페이스워크라는 랜드북 서비스를 제공하며 공간 가치 최적화 기술에 도전하고 있다. 임지환 소장은 제로투엔이라는 별도의 회사를 이끌며 시행부터 시공까지 프로젝트를 만들어가고 있다. 나는 경계 없는 작업실의 디자이너, 기획자로서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스페이스워크와 경계 없는 작업실은 긴밀하게 결속되어 있다.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 한 기업의 사무동 기획과 디자인 프로젝트를 리브랜딩 개념으로 접근해서 진행하고 있고, 서대문구의 작은 주상 복합 건물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최근 완료한 프로젝트는 수서동에 자리한 ‘식물관PH’. 커피를 마시며 식물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건축주가 직접 기획한 브랜드에 초점을 맞춰서 우리는 토지 구매부터 건물 완공까지 작업했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협업해서 진행했다.

기억에 남는 작업 역시나 첫 작업인 테트리스 하우스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이례적으로 우리가 토지 검토부터 함께했는데 건축주의 예산이 굉장히 적었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예산이 한정된 젊은 사람들이 선호할 만한 원룸 구성과 독특하고 위트있는 디자인을 고민했고, 더 나아가 브랜딩 작업까지 결합해서 완성했다. 그 과정에서 경계 없이 작업하는 것의 실제적인 가치도 경험할 수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나의 공간 후암동 복합 주거 공간. 건축주와 친해서 날씨 좋을 때는 옥상에서 같이 술도 마신다. 남산 아래에 위치해 풍경도 멋있고 공간 구석구석에 우리가 반영하고자 했던 부분이 드러난 것을 볼 수 있어서 좋아한다. 1층 길부터2층까지 사람들의 동선을 연결하는 데 현실적인 제약 조건이 많았는데 그것들을 해냈다는 점에서 재밌어 하는 면도 있다.

균형 찾기 하나의 관점에 쏠리지 않는 것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특히 협소 주택처럼 작은 필지는 예산과 토지의 제약 조건이 굉장히 많아 어렵다. 따라서 건축주도 만족스럽고 사용자나 건축가도 만족스러운 균형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제일 중요시한다. 좋은 디자인에 몰입하면 디자인 자체에 매몰될 수도 있고, 사업성 때문에 디자인을 등한시할 수도 있다. 특히 소규모 작업에서는 어느 하나의 균형추가 무너지면 건물을 완성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정된 에너지를 분배해서 구도와 집중력과 협업을 계속 모색한다. 그래서 ‘이건 경계 없는 작업실이 한 디자인이네’라고 눈에 보이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우리가 추구하는 공간의 가치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중요하지만 단순하게 디자인적인 취향을 고집해서 프로젝트의 목표와는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을 지양한다. 프로젝트 자체에 집중해서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었을 때 최적의 모습을 갖게 하려고 노력한다. 공간을 완성했을 때 어떤 분은 거기서 돈을 벌어야 하고, 어떤 분은 거기서 생활해야 하고, 어떤 분은 무언가를 운영해야 한다.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면서 만드는 것이고, 만든 후에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주기 때문에 건물 목적에 따라 균형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건축에서 ‘나’를 빼기 물론 내 이름이 알려지길 욕망하는데, 그건 과정이자 결과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공간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 경계 없는 작업실의 구성원들이 아이덴티티를 자유롭게 표출하면서 우리가 가진 기술과 기회 안에서 작업을 계속 이어나가게 하고 싶은 욕망이 더 크다. 그래서 디자인은 직급과 상관없이 열려 있다. 인턴의 프로젝트가 끝까지 살아남은 경우도 있다. 서버에 각자가 작업한 것들을 공유하고 누구든지 그것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다. 팀원들을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렵다. 서로 정말 이게 좋은 것인지를 놓고 양보 없는 토론을 해나간다. 그래서 이게 누가 만든 것인지는 중요하지않다. 이 아이디어가 이 공간을 지을 때 최선이라는 결론만을 믿고 작업한다.

공간을 완성하는 마지막 하나 사람이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쓰는 게 결국에는 우리가 제일 바라는 모습이니까.

근래의 고민 땅부터 자본, 디자인과 콘텐츠까지 무수한 영역을 결합해서 하나의 작업이 완성되는데 이 연결지점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다. 같은 한국어를 쓰고 있지만 건축주, 건축가, 디자이너, 공간 기획자의 언어가 다 다르다. 의견을 조율하며 설계하는 시간에 따라 프로젝트 전체의 기간이 줄어들거나 늘어나기도 한다. 보다 효율적으로 더 많은 이야기가 서로 오가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한다. 예를 들면 ‘모던하면서 클래식한 것’을 도대체 어떻게 만드느냐?(웃음) 그래서 코디네이션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된다.

나쁜 건축 사용되지 않는 건축? 건축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건축의 다원성을 지향하는데, 의미 있고 다양한 공간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경험의 다양성을 확보해주는 건축을 좋아한다.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 동대문 근처 통일시장. 대학교 다닐 때 리서치 프로젝트가 있어서 거길 다녔는데 통일시장이 굉장히 재밌는 게 스무 채 가까운 건물이 시간이 흐르면서 결합됐다. 옆집과 연결하기 위해서 이상한 자리에 복도를 내고, 길이 너무 복잡해서 통일시장 안에서도 물건을 배송하는 분이 따로 있을 정도다. 건물과 건물 사이 세 개 층 정도를 합친 공간에 뚜껑을 덮어서 성당으로 쓰는 모습도 재밌다. ‘발견’의 재미다. 건축 디자이너로서 기획자로서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고 새로움의 가치를 신봉하는데 그 새로움은 발견을 통해 조합되어 만들어지곤 하니까.

서울시의 도시계획 건축 공간을 판단할 때 경험을 가치로 생각하는 점에 있어서 열렬히 지지하는 편이다. 예전의 뉴타운이 건물을 다 부수고 새로 아파트들을 짓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가로주택’이라는 제도가 있다. 작은 규모의 재개발인데 최소한의 길은 남겨두고 그 안에서 오래된 건물들을 재건축하라는 취지다. 스페이스워크에서 가로주택 정비 사업에 쓰는 설계 자동화 프로세스를 만들었고, 그걸 통해서 경계 없는 작업실과 서울시에 건축 자문을 해나가고 있다. 그곳에 살게 될 분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그들에겐 새 건물이 필요하다. 그것을 가로로 만드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에서 시간의 흐름과 연속성, 도시에서 우리의 삶과 문화, 그 변화의 과정이 단순한 논리로 파괴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맞는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로주택 프로젝트가 최선은 못 돼도 차악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 가치를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좋은 가치를 품은 공간이 현실적인 조건과 이어지게 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건축가의 중요한 사명이다.

젊은 건축가상 작년에 나, 임지환, 조성현 3명이 같이 젊은 건축가상을 받았다. 작업의 완성도가 높아서 받았다기보다는 우리가 도전하는 방향을 응원해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방향이 그래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도 확인할 수 있었고.

서울에서 건축가로 사는 일 우리가 만든 공간을 쓰는 사람들과 공간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 SNS를 하듯이 좀 더 공간으로서 우리가 함께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게 재밌다. 공간이 어떤 거창한 의미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재미가 있으면 좋겠다. 그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고. 나 역시 한 명의 시민으로서 뛰어난 공간 디자이너나 건축가들이 만든 곳을 경험하는 게 너무 재밌으니까.

언젠가 내가 해보고 싶은 건축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야구를 좋아해서 야구장을 만들고 싶기도 하고, 큰 상업시설에도 관심이 많다. 상업 건물이 준공공적인 성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카페도 쇼핑몰도. 한발 더 나아가서는 도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어디서 자고, 학교는 이런 곳에 가고, 이런 길을 거닐며 여기로 데이트하러 가고. 가끔 삶의 여러 가지 이야기가 총체적으로 결합된 도시를 만드는 상상을 한다.

 

전에 없던 건물 _ 더시스템랩 김찬중

 

폴스미스플래그십스토어 래미안갤러리 더시스템랩 건축가 건축 김찬중
전에 없던 건물 더시스템랩 김찬중

폴 스미스 플래그십 스토어, 한남동 오피스, 래미안 갤러리, 한강 보행자 터널 리모델링, 울릉도 힐링 스테이 코스모스 그리고 더시스템랩 사무실이 자리 잡은 성수동의 우란문화재단까지. 더시스템랩 김찬중 대표가 지은 건물은 전에 없던 시도와 살을 깎는 고민의 결과물들이다.

건축은 예술이 아니다 건축을 위해선 큰 자본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 자본은 내 돈이 아니다. 의뢰인이 자본을 투입하는 건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 투자 목적이다. 자신이 죽을 때까지 살 집을 제외한 모든 건물은 결국 투자 개념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용적률이라는 의미에서 한 평이라도 더 찾아내는 게 수익으로 연결됐다면 이제는 얼마나 좋은 건물인지, 사람들이 어떻게 인지하는지가 가치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예술은 하고 싶은 대로 표현하면 되는 영역이지만 건축은 그렇지 않다. 시작점부터 다르다. 예술적인 표현과 감성을 담아 건물을 지었더라도 비가 새고 금이 가면 무슨 소용인가.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을 모두 뛰어넘을 수 는 없다.

설계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 어쩔 수 없다. 예산의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지만 예산에 따라 실현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을 생각하지 않고 일을 시작하는 건 오히려 위선 아닌가. 그다음은 ‘어떤 가치를 찾을 것인가’ 이다. 프로젝트마다 창출할 수 있는 가치가 모두 다른데 이 가치는 클라이언트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하나의 건축물이 완성되기까지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클라이언트뿐만 아니라 이 작업을 실제로 수행할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꼬물꼬물 만드는게 좋아 이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이 일을 시작하고 보니 작업 시간의 절반가량을 커뮤니케이션에 쏟아야 하더라. 내성적인 성격인데 말을 계속해야 하니 한때 고민스러운 지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했다. 커뮤니케이션이 충분해야 결과물이 좋다는 것도 알았다.

건축가로서의 기쁨 돌아다니다 순간순간 내가 설계한 건축물을 만난다는 건 큰 기쁨이다. 친한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 건물을 반기는 사람들이 그 안에 있다는 것도 기쁨이다. 내가 창조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생활한다는 것도 그렇고. 가끔 내가 설계한 건물에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지나가다 안부가 궁금해 잠깐 들를 때도 있다. ‘안녕, 잘 있네’ 뭐 이런 안부를 마음속으로 건넨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곳에 내가 지은 건축물이 생긴다는 것도 보람이고 기쁨이다. 건축가의 즐거움이란 게 대단할 건 없다.

사람 사는 세상에게 영감을 받는다 세상이 영감을 준다. 세상을 이루는 많은 모습들. 가령 어떤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보며 구현하고 싶은 건축물을 떠올리기도 한다. 활주로에 비행기가 내리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뭔가를 느낄 때도 있다. 드라마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는다. 세상만사를 직접 경험할 수는 없지만 드라마에는 다양한 삶의 모습과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가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작가와 감독은 자신 의 상상만으로 드라마를 만들지 않고 실제의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본 끝에 만들어낸다. 그들이 그렇게 고생해서 만든 드라마에는 메시지가 녹아 있을 수밖에 없다. 쇼핑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는다. 말하자면 사람들을 관찰하는 건데, 쇼핑하는 사람들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혹은 혼자 쇼핑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그들이 어떤 사람일지 예측해본다. 물론 맞는지 틀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의 목적은 하나지만 쇼핑의 목적은 굉장히 다양하다. 저마다 취향도 다르고. 쇼핑하는 커플을 보며 저 둘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구나, 여자가 남자한테 별로 관심이 없네, 저 남자는 다른 여자가 있는 것 같아 하는 식으로 추론한다. 건축은 결국 사람이 이용하는 곳이다. 건축은 인문학적 속성이 강하다. 사람을 이해할 수 있어야 건물을 설계할 수 있다.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 체부동. 누군가 이곳에서 만나자고 하면 전날부터 설렌다. 체부동 전집 골목도 너무 좋고. 어렸을 때 이곳에 있는 성결교회에 다녔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교회가 엄청 크게 느껴졌다. 그런데 커서 가보니 기억에 남아 있는 것보다 훨씬 작더라. 오래된 교회가 아직 있고, 많은 세월이 지났어도 크게 변하지 않은 동네의 모습이 좋다.

동네, 성수동 성수동이라는 동네는 스케일이 서로 다른 건물이 혼재한다. 새 건물 대부분은 지식산업센터 같은 큰 건물이고, 또 한편에는 구두 가게나 식당처럼 작은 건물들이 있다. ‘더 시스템랩’ 사무실을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건물로 옮긴 것도 이 동네의 매력 때문이다. 성수동에 이 건물을 설계하는 과제가 주어졌을 때 이 동네에 5천2백 평 정도의 큰 건물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동네의 풍경을 해치지 않고 주변과 잘 섞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존재하는 섬처럼 만들 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하나의 자기 완결적인 건물로 완성하지 않고 틈을 많이 주려 했다. 1층만 보더라도 한 층 전체를 쓰지 않고 골목길을 하나 만들어 사람들이 일종의 지름길처럼 지날 수 있도록 했다. 건물 안 골목길을 지나면 비슷한 너비의 동네 골목길을 만나게 된다. 외관도 성수동의 특징을 살렸다. 여러 덩어리들이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주변 건물의 덩어리들과 유사한 비율로 쪼개놓은 것이다.

지금 떠오르는 나의 건축물 기억에 남는 작업물을 딱 하나 고르긴 어렵다. 내가 대단히 오래 일한 사람도 아니고.(웃음) 모든 건물이 생생히 기억난다. 저마다 다른 고유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쉽게 지은 건물이 없다. 울릉도의 힐링 스테이 코스모스 리조트도 그렇고 삼성동 KEB하나은행 건물인 플레이스 원도 지을 때 고생을 많이 했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짓지 않았기에 몇 배의 노력이 들어간다. 검증된 방법 대신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 가다 보니 노동 강도도 굉장히 세다. 새롭지만 건물 자체는 잘 구축되어야 하고, 물론 안전해야 한다.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 설계가 끝나고 구축해갈 때. 하다 보면 도저히 구현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럼 무척 고통스럽다.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다 보면 ‘이건 정말 완성 할 수 없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잠도 못 자고 사람이 반쪽이 된다. 정말 고통스럽지만 그때마다 결심한다. ‘내가 다시는 새로운 걸 하나 봐라’라고. 팀원들과도 우리 이제 다시는 이 런 거 하지 말고 편하게 가자고 맹세하는데 이상하게 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더시스템랩에서 함께 일하는 친구들 모두 혁신적인 것에 큰 가치를 느낀다. 조금이라도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건축 말이다.

새로움을 지향하는 것 결국은 ‘똘기’가 있어야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다. 인류가 지금까지 기존에 했던 대로만 살아왔다면 문명은 정지되었겠지. 어느 구석에서 누군가 계속 ‘돌아이’ 짓을 하니까 변화가 생기는 것 아 닐까. 분야를 막론하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 나는 건 불안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틀에서 벗어나 혁신을 이루고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 건축학과 교수로 일할 때는 학생들에게 열정을 쏟는 일이 나의 운명이라 여겼다. 그런데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학교교육은 이 상향을 향해 있고 아름답고 바른 것을 가르치며 가야 할 지점에 대한 이야기는 들려주지만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구체적인 방법은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교수실 한쪽에 작은 작업실을 두었다. 그렇게 대학원생 조교와 만든 작업실이 이제는 43명의 직원과 함께하는 회사가 되었다.

 

진부한 것들로부터 멀리 달아나기_푸하하프렌즈

푸하하하프렌즈 한승재 한양규 윤한진

진부한 것들로부터 멀리 달아나기

푸하하하프렌즈
한승재ㆍ한양규ㆍ윤한진

한승재, 한양규, 윤한진은 건축사무소 푸하하하프렌즈를 운영하는 3명의 소장이자 친구들이다. 유머와 위트를 지닌 집념의 세 친구는 성수연방, 수르기, 옹느세자매, 대충 유원지 등의 개성 있는 건축물과 살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이는 매력적인 집을 짓고 있다.

푸하하하프렌즈 한양규 우리는 한 대형 설계사무소에서 만났다. 나는 2기였고 승재와 한진이는 3기였다. 어느 날 승재가 오더니 회사를 그만둬야겠고 나랑 말을 터야겠다고 했다. 그 후 3년을 더 다니고 한진이와 승재가 퇴사한 후 나도 나갈 준비를 하던 중에 승재가 글을 하나 써서 내게 보여줬다. 회사 이름을 FHHH로 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요지였는데 원래 설계를 하고 싶던 나의 초심을 자극하는, 마음에 깊이 와 닿는 이야기였다. 회사 이름은 승재가 지었다. 왜 FHHH인지 물었더니 푸‘ 하하하’ 의 줄임말이라고 했다. 듣자마자 기분이 좋아서 오케이 했다. 한승재 임시로 쓰려고 했는데 회사를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다. F는 뭔지 모르겠지만 3명 다 이름에 ‘한’ 자가 들어가서 H 3개가 의미 있기도 하고, 폰트가 다 직각인 게 완결성 있어 보이기도해서 계속 쓰게 됐다.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 한양규 소장 1명당 팀원 2명씩, 3팀이 있다. 말랑말랑한 기본 설계, 구체화하는 실질 설계, 납품 이후 감리하는 현장, 이렇게 세 개의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된다. 몇개의 주택을 감리 중이거나 설계 중이고 근린생활시설과 게스트하우스도 설계 중이다. 팀원 1명당 1개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셈이며, 감리는 다 같이 돌아가면서 확인한다. 그 이상이 되면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크고 욕심나는 프로젝트가 들어와도 원칙을 지키려 하는 편이다. 매년 국제 현상 설계 공모에 참가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광화문광장 현상 설계에서 가작을 받았고, 여의나루 국제 현상 설계는 4등했다. 하하.

근래의 화두 한양규 건축은 트렌드라는 단어가 좀 어색한 분야다. 오래될수록 좋아지는 게 건축이니 어떤 흐름이나 유행에 빠져 건물을 만들면 문득 없애버리고 싶은 충동이 느껴질 거다. 건축은 속도전이 아니다. 클라이언트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직업이므로 건축가에겐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평소 관심 갖고 있던 것들을 잘 쌓아뒀다가 조금씩 써먹는다. 땅, 프로그램, 사람이 항상 다르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게 나오는 건 사실이지만 충동적으로 이‘ 걸 해봐야지’라고 해서 작업하기보다 오랫동안 쌓아온 경험과 자라온 환경에서 비롯된 것들을 차용해 쓴다. 요즘엔 필로티에 관해 생각한다. 원래 필로티는 건물을 수평으로 만들거나 지하를 공공화할 때 쓰기 좋은데 우리나라는 주차 공간을 넣어야 되고 그 공간을 면적에서 공제받고 그걸 인센티브 삼아 건물 높이를 더 올려야 하는 이상한 공식에 말려 건물이 전부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금 우리가 설계하고 있는 주택도 법적인 시각에서 용적률을 꽉 채우면 그런 형태밖에 나올 수 없는데 아예 처음으로 돌아가서 건물이 옆집과 어떤 관계가 있으면 좋을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보통 창이 다 길을 향해 나 있지 않나. 하지만 어긋나게 두면 또 다른 시야와 공간이 생긴다. 그래서 아예 형태를 분리해 나눴다. 그러면서 필로티가 되기도 하니까 어색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런 걸 해봤다. 한승재 요즘은 건물 자체보다 땅과 건물이 만나는 부분에 더 관심이 있다. 원래는 건물이 중심이고 땅은 부대적인 거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건물 주변의 땅에 초점을 두고 싶다. 설계를 잘한 건물들을 보면 건물 자체는 못생겼어도 땅과의 관계가 좋다. 지금까지 했던 작업 중에 그런 부분이 아쉽기도 했고.

가장 좋아하는 나의 작업 한승재 우리가 했던 곳이 상업 공간과 주택이 많아서 딱히 정하기는 어렵다. 가볼 수 없거나 가보더라도 다른 손님이 많아서. 오‘ 프레’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이 있다. 클라이언트도 나도 모두 날 세우고 까다롭게 작업해서 기억에 남기도 하고, 아무래도 식당이니까 즐길 수 있는 무언가(요리)가 있어서 좋다. 양규는 다 뜯어놓고 난 상태를 좋아한다. 보기 싫은 것들을 철거했을 때.

기억에 남는 클라이언트 한승재 양규는 최근 제주도 삼양동에 주택을 지었다. 클라이언트와 미팅도 꼼꼼하게 하고 내려가서 소주도 마셨는데 최근 그분이 ‘왜 소장님이 그렇게 하셨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라고 했단다. 최근에 그 말을 많이 한 걸로 봐서 그분이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건축가의 자질 한승재 설계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꼼꼼하다. 필요한 게 많은데 공공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한양규 푸하하하! 거짓말이다, 갑자기 공공이라니.(웃음) 한승재 그럼 다른 걸 하겠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짧게 하는 일이 아니니까. 클라이언트와 씨름하는 데도 끈기가 필요하다. 한양규 진짜배기.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진짜배기인 줄 아는데 안 그런 사람들이 많다. 포트폴리오만 봐도 보인다. 프로젝트에 임하는 자세도. 순간적으로 빠르게 해내는 사람에겐 흥미가 안 생긴다. 트렌드가 반영되거나 너무 빠른 속도가 느껴지는 설계도 마찬가지다. 그게 정말로 대단한 생각이면 ‘천재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 텐데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물다.

공간의 완성 한승재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식. 고리타분한 얘기 하긴 싫지만 시간으로 완성되기도 한다. 건축은 시간이 지나봐야 안다. 한양규 나는 사람의 표정으로 하겠다. 내가 설계한 건물에 가서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곤 하는데 좋으면 나도 기분이 너무 좋다.

쉼 한승재 한 명(윤한진)이 지금 휴직한 것처럼 쉴 수 있는 시간을 길게 가지려고 한다. 2~3년에 6개월 정도씩. 직원들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사장들끼리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알아서 많이 쉰다. 한양규 난 못 쉰다. 나는 회사에서 경영본부도 맡고 있기 때문에 내가 쉬면 월급도 못 나가고 회사가 마비된다. 리프레시 안 하고 그냥 계속 일한다. 그게 좋다.

변화가 빠른 도시, 서울 한승재 현실적으로는 엄청난 기회가 있는 곳. 우리가 설계한 건물이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도록 하는 게 목표 가운데 하나다. 건축설계는 짧으면 1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인테리어는 시공까지 합쳐서 6~8개월 소요되는데 그게 1~2년 후에 없어질 거라면 그렇게 공을 들이고 싶지 않다. 애초에 오래 있을 것을 전제로 설계하기 때문에 사실 서울과 맞지 않는 방식이긴 하다. 그래서 이런 유의 일을 제안하는 클라이언트와는 일하지 않으려고 한다.

언젠가는 해보고 싶은 건축 한양규 우리 집. 못 하고 죽을 것 같다. 한승재 아주 유용한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은데 안될 것 같다. 날아다니는 집이라든지, 뚝딱뚝딱 하면 집이 된다든지. 누군가가 콘크리트를 발명한 것처럼 대단한 시스템이 발견돼서 편해지면 좋겠지만 안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