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나 김대명

김대명 김대명화보
블랙 재킷 디그낙(D.GNAK), 셔츠 준지(Juun.J), 와이드 팬츠 엑스페리먼트(XPERIMNT), 첼시 부츠 유니페어(Unipair),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대명 김대명화보
화이트 터틀넥 톱 엑스페리먼트(XPERIMNT).
김대명 김대명화보
레드 수트 송지오 옴므(Songzio Homme), 블랙 티셔츠 엑스페리먼트(XPERIMNT), 블랙 더비 슈즈 앤더슨 벨(Andersson Bell).
김대명 김대명화보
화이트 리본 블라우스 코치 1941(Coach 1941), 와이드 팬츠 블랑드누아(Blanc de Noirs), 첼시 부츠 앤더슨 벨(Andersson Bell).

김대명의 연기에는 애씀의 그림자가 느껴지지 않는다. 대본 위 하나의 문장을 목소리와 표정, 동작으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배우로서 결단해야 할 엄격한 이해의 과정이 분명 있었을 텐데 김대명은 그 지난한 여정을 티 내지 않고 태연히 카메라 앞에 선다. 특유의 애쓰지 않은 듯한, 무던한 듯한 자연스러움이 대체 불가능한 재능이 돼 어느 순간부터 그는 작품 안에서 ‘누구든’ 될 수 있었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에서 차분해서 더 섬뜩한 테러범으로, 그를 널리 알린 드라마 <미생>에서는 사람 좋고 넉넉한 김‘ 동식’ 대리로, 영화 <해빙>에서는 의뭉스럽고 속을 알 수 없는 정육 식당 주인 성‘ 근’으로, 영화 <마약왕>에서는 말 잘 듣는 사촌 동생이었다가 마약중독자가 된 이‘ 두환’까지 역할마다 선과 악을 오가며 차분히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다.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만날 수 있는 그의 새 영화는 총 3편이다. <패키지>에서는 사기꾼 ‘황만철’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돌멩이>에서는 지적장애인 석‘ 구’를, 얼마 전 촬영을 마친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에서는 형사 ‘이동혁’을 맡았다. 그에게 꾸준히 연기하는 힘, 그 기쁨을 물었다. “작업하면서 한두 사람씩 제게 마음을 열게 되고, 저 역시 마음을 내어주는 사람이 생기는 일이 가장 행복해요. 최근 작품을 하면서도 친구들이 몇 생겼어요. 좋은 사람이 한두 사람씩 곁에 생기는 것이 가장 기쁘더라고요. 결국 그게 제 삶이 되겠죠.” 연기가 삶과의 끊임없는 친밀한 접촉이라면, 그가 인터뷰 중에 한 말대로 그 삶을 흡수하고 소화해 살을 붙여가는 것이 배우의 일이라면 김대명은 자신의 연기와 삶, 사람을 분리하지 않은 채 무엇도 쉽게 놓지 않으며 그 모두에 충실하고자 한다.

인터뷰는 오랜만이죠? 영화 <마약왕>개봉할 때 인터뷰를 따로 안 했으니까요. 맞아요. 오랜만이에요.

과거 인터뷰나 평소 일상의 모습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별로 없더라고요. 뒷조사가 쉽지 않았습니다. 작품 말고는 아무 흔적이 없어요. (뒷조사) 할 것도 없어요.(웃음) 성격도 그렇고… 심심한 사람이라.

몇 번의 재수 끝에 연극영화과에 입학하고 이후 연극 무대에 오르며 20, 30대를 보냈죠. 배우 김대명에게 연기는 오랜 생각거리였겠구나 싶었습니다. 입시 준비를 포함해 지금까지 20년 동안 연기를 해왔으니 연기를 빼면 다른 이야깃거리가 많지 않은 사람이긴 해요. 그렇다고 주야장천 연기에만 빠져서 앞도 뒤도 안 보고 매진하거나 골방에 틀어박혀 골몰한 건 아니고요. 결과적으로 배우라는 직업이 여러 삶을 끌어다 살을 붙여서 사람들에게 내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연기에 제 삶도 같이 묻어온 것 같아요.

배우의 길을 일찌감치 선택해 한눈팔지 않고 걸어오는 과정에서 ‘나는 어떤 부류의 배우일까’, ‘어떤 길을 가야 할까’ 하는 고민은 없었나요? 잘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있었으면 그 일을 했을 텐데 그게 없었던 것이 큰 이유 중 하나일 것 같아요. 더 행복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요. 제빵이나 요리, 그림 등 연기보다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할 것 같거든요. 제게 인생에서 행복이 중요한 화두거든요. 연기보다 나를 더 행복하게 하는 일은 없었던 것 같아요.

배우 이전에 시인이 되고 싶었다고요.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종이와 펜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잖아요. 그때는 휴대폰도 없었고, 제가 멍하니 생각하는 것도 좋아하니까 글을 쓰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반응을 듣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글을 쓰는 것과 연기를 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요. 고민해서 결국 표현해낸다는 점에서요.

글과 달리 연기는 나라는 사람을 재료로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다르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하죠? 그렇죠. 얼굴을 드러내고, 몸을 이용해서… 아, 이건 너무 거창한데 (인터뷰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거죠?(웃음)

김대명의 연기에 대해 많은 이들이 동의하는 부분이 작품 안에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죠. 영화 <마약왕>에서 말 잘 듣는 착한 사촌 동생도 김대명 같은데, 극 후반 독기에 찬 마약중독자의 모습도 낯설지 않아요. 감사하죠. 저는 관객들, 저를 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길 원하거든요. 어떤 역할에 대해 ‘아, 이상할 것 같아’ 하고 쉽게 짐작하기보다 ‘김대명이 저걸 어떻게 할까?’ 하고 궁금해하셨으면 좋겠어요. 한데 그 궁금증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때 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질감을 줄여가려고 노력하는 편인가요? 글로만 읽었을 때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을 수 있잖아요. 마약을 한다거나 하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낯설게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배우로서 그 이유를 수십, 수백 가지 찾으려고 노력하는 거죠. 100% 맞지 않더라도 80~90%는 맞을 만한 답을 계속 고민해야겠죠. 관객이 설득당할 만한 이야기를 준비해야 이질감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다행히 이 과정을 힘들어하는 편은 아니에요. 오히려 재미있어요. 고민하고 답을 찾기 위해 어디 가서 멍하니 잡생각도 많이 하고요. 어릴 때부터 엉뚱한 생각 하는 걸 좋아했어요.

현장에 가기 싫을 때도 있어요? 싫다기보다 두려울 때가 있죠. 누가 봐도 이 신은 내가 잘해야 하는 신이고, 감정적으로든 혹은 영화 전체적으로든 매우 중요한 신을 찍는 날에는 저뿐 아니라 모든 스태프가 텐션이 한껏 올라간 상태로 현장에 와요. ‘오늘 쟤가 잘해줘야 할 텐데’ 하겠죠.(웃음) 저만 바라보는거죠. 연기는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고, 영화 제작 역시 많은 사람이 같이 만들어가는 일이지만 어느 순간에는 오롯이 내가 절대적으로 잘 표현해야 하는 때가 있어요. 내가 해야 할 할당량을 누군가 대신 해주지 않으니까요.

현장에 없는 김대명, 한 사람의 생활자로 살아가는 김대명은 평소에 주로 뭘 해요? 뭐 없죠.(웃음) 촬영이 없을 때는 에너지를 크게 쓰지 않는 편이에요. 일을 하면 할수록 삶과 생활의 중심이 확실히 촬영에 맞춰지더라고요. 익스트림 스포츠나 몸이 다칠 만한 일도 하지 않게 되고요. 스키를 타거나 다른 운동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러다 내가 다치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거든요. 촬영이 없을 때는 다음 촬영을 위한 준비를 하는 과정인 거죠.

주변 친구들은 뭐라고 해요? 재미없게 산다고 그러죠. 배우가 되면 화려하게 살 줄 알았는데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고 좋게 말해주기도 하는데, 이제는 ‘너 왜 이렇게 재미없게 사냐’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근데 저는 되게 재미있는데? 재미있어요. 여행 다니고, 걷는 것 좋아하고.

배우에게는 많은 경험이 재료가 돼 연기에 도움을 준다고 하잖아요.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한다는 말도 하고요. 간접경험이라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다큐멘터리도 많이 보고, 밖에 나가서 사람들 보는 거 좋아해요. 별일 없어도 지방에도 많이 다녀요. 시골 장날 찾아다니고, 장터에 앉아서 사람들도 관찰하고요. 시장에 앉아 있으면 제가 누군지 다들 모르세요. 영화 <돌멩이>를 촬영하는 중에도 시골 마을을 많이 돌아다녔거든요. 마을 사람들 이야기도 듣고요. 배우인지도 모르니까 나중에는 저한테 일도 시키더라고요. 저는 그게 너무 좋아요.

그렇죠.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가 다를 뿐이죠. 여행 가도 관광지보다는 오래된 가게에 가서 주인아저씨 이야기를 듣거나 그곳 사람들과 막걸리 나눠 마시면서 제 안에 쌓이는 것이 분명히 있어요. 굉장히 많이요. 그런 데서 연기적으로도 배우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도 많이 배우게 돼요.

경험을 기록하는 편인가요? 전에는 어떤 순간이 좋아서 최대한 느끼려고 했다면, 지금은 단어로라도 써서 남겨두려고 해요. 왜 요즘은 다 신용카드를 사용하잖아요. 카드 내역서 보면 지난 시간이 떠오르긴 하더라고요. 이게 일기 아닌 일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세금 신고할 때 1년 치 명세서를 모아 1월1일부터 보고 있으면 이때 뭘 했고, 누구를 만났고, 무슨 작업을 하던 때라는게 다 보이더라고요. 어느 식당에서 결제했는지 알면 그 식당에서 들었던 노래, 주인아저씨가 했던 이야기도 생각나고요.

학전이라는 좋은 극단에서 연극을 하며 연기 경력을 쌓아왔죠. 연극배우로 산 경험이 지금의 김대명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좋은 연출선생님들, 선배와 동료들을 만나며 많이 배웠어요.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죠. 작품 할 때도 그렇지만 평상시에도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또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아요. 부모님께 어릴 때부터 많이 들은 말이고요. 좋은 사람이 저를 얼마만큼 이끌어갈지, 그 중요성을 점점 더 깊이 체감하는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람이 내게 돈을 내어주고 기회를 주는 것보다 주위의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의 마음이 저를 더 크게 키워준다는 것을요.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요. 결국 내가 좋은 사람이어야만 그런 사람들이 내게 오더라고요. 내가 나쁜 사람이라면 오지 않겠죠. 노력은 하는데 잘되고 있는지….(웃음)

배우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좋은 배우가 되려면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말에 동의해요? 깊이 동의하는 편이에요. 좋은 배우가 되는 것보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배우 해서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게 아니라 행복하려고 하는 건데,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뭐가 좋을까? 물욕도 그렇게 많지 않은데…. 식구들 아플 때 병원 갈 수 있고, 먹고 싶은 것 먹을 수 있는 정도만 돼도 행복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보다 현장에서든 어디서든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더 중요한 일 같아요. 안 되면 좋은 사람인 척이라도 해야 한다고요.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내가 줄 수 있는 건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돈을 줄 수는 없잖아요.(웃음)

좋은 연기를 줄 수 있죠. 그건 제가 혼자서 고민하고 여러 사람과 많이 회의하고 하면 되지만, 어떻게 보면 한 작품을 하면 보통 3~5개월 길면 1년까지 동고동락하는데 내가 나쁜 사람으로 곁에 있으면 주위 사람들이 얼마나 불행하겠어요. 그게 너무 싫더라고요. 저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노력하려고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겠죠. 작업하면서 한두 사람씩 제게 마음을 열게 되고, 저 역시 마음을 내어주는 사람이 생기는 일이 가장 행복해요. 최근 작품을 하면서도 친구들이 몇 생겼어요. 좋은 사람이 한두 사람씩 곁에 생기는 것이 가장 기쁘더라고요. 결국 그게 제 삶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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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한 박민영 화보

박민영 박민영화보
원피스 블루걸(Blugirl), 이어링 비올리나(Viollina), 슈즈 락포트(ROCK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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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우스와 스커트 모두 바네사브루노(Vanessabruno), 이어링 블랭크(Blank), 가방 조이 그라이슨(JOY GRY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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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립 원피스 제니 박(Jenny Park), 선글라스 베디베로(Vedi V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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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우스와 스커트 모두 니나 리치(Nina Ricci), 이어링 쥬얼카운티(Jewel County), 슈즈 지안비토 로씨(Gianvito Rossi), 가방 조이 그라이슨(JOY GRY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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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 에스제이와이피(SJYP), 네크리스 비올리나(Viollina), 슈즈 슈츠(Schutz), 가방 조이 그라이슨(JOY GRYSON), 선글라스 베디베로(Vedi V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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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블리다(Vleeda), 이어링 케이트앤켈리(KatenKelly), 슈즈 락포트(ROCK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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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산드로(Sandro), 이어링과 링 모두 비올리나(Viollina), 슈즈 지안비토 로씨(Gianvito Ros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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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브리스 톱 유어네임히얼(Your Name Here), 팬츠 니나 리치(Nina Ricci), 이어링 블랙뮤즈(Black Muse), 가방 조이 그라이슨(JOY GRY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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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셔츠 3.1 필립 림(3.1 Phillip Lim), 이어링 비터스윗(Bittersweet), 네크리스 비올리나(Viollina), 슈즈 락포트(ROCKPORT), 슬립 원피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라마 <그녀의 사생활>을 끝내고 LA로 화보 촬영을 떠났어요. ‘덕미’를 잘 보내고 왔나요? LA 카운티 미술관(LACMA) 안에 앉아서도 큐레이터로 열심히 일하던 덕미가 자꾸 생각나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완벽하게 보내준 것 같지는 않아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번에는 급하지 않게 천천히 보내주려고 해요.

LA는 어땠나요? 드라마를 준비할 때부터 촬영을 마칠 때까지 몇 달 동안 3시간 이상 숙면을 취한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LA에서 이틀째 되던 날, 무려 11시간이나 자고 일어났죠. 충분한 수면을 취한 뒤 저절로 눈뜨는 기분을 아세요? 파란 하늘과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하며 새소리를 들은 그 순간이 참 행복했어요.

드라마가 끝나고 긴장이 풀렸나 봐요.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싶었고, 드라마 전체의 균형도 잘 잡고 싶은 마음에 에너지를 많이 썼어요.

LA의 화창한 날씨도 컨디션 회복에 영향을 미쳤을 테고요. 맞아요. 햇빛 쬐는 걸 좋아하거든요. 드라마를 촬영할 때도 해가 나는 날이면 스크립터 언니가 “덕미 오늘 기분 좋겠네” 하셨어요.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에는 기분도 답답하고, 비 오는 날은 감성적으로 변하죠. 다행히 여행을 떠나거나 야외 촬영 스케줄이 있을 때 날씨 복은 따르는 편이에요. 이번 LA 여행의 첫날도 올해 들어 날씨가 가장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LA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도 궁금해요. ‘루스 크리스 스테이크 하우스’의 안심 스테이크 첫 조각? 스테이크는 세 점까지가 맛있는 것 같아요.(웃음)

평소 여행을 즐기는 걸로 알고 있어요. 여행하며 가장 큰 깨달음을 얻은 때는 언제였나요? 여행의 즐거움과 의미를 빨리 깨우친 편인 것 같아요. 이제는 확실한 제 삶의 일부이자 원동력이 됐어요. 어릴 때 처음 미국에 가서 뉴욕 타임스스퀘어도 보고,그랜드캐니언에도 갔어요. 그곳에서 전 광활한 자연과 화려한 도시 사이에 서 있는 작은 아이에 불과했어요. ‘아,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열심히 해서 멋진 사람이 돼야겠다’ 하고 다짐했죠.(웃음)

여행지에서 꼭 사 오는 기념품이 있나요? 따로 모으는 건 없어요. 가족이 모두 그림을 좋아해서 유럽에 가면 현지 유명 작가나 길거리 화가들의 작품 중 현지 분위기가 잘 녹아 있는 작품을 사곤 하죠. 집에 걸어놓고 오며 가며 여행의 추억을 떠올려요.

요즘 덕미처럼 꽂혀서 몰두하는 일이 있나요? 요즘엔 한치의 망설임 없이 ‘일 덕후’라고 할 수 있어요.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좋아서 열심히 하는 거니 ‘덕후’라는 표현이 꼭 맞네요. 밀려오는 거대한 스트레스마저 사랑해요.

사실 많은 팬들이 민영 씨의 드라마와 기사를 챙겨 보며 ‘덕질’을 하고 있죠. 늘 보내주시는 응원과 사랑을 느껴요. 지난해 첫 팬미팅을 준비하며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지’라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제가 되레 팬들의 애정 넘치는 눈빛에 감동을 받았어요. 제가 ‘주는’ 게 아니라 ‘받은’ 날이었어요. 그러지 않아도 스태프들이 팬미팅 때 우는 것 아니냐며 놀렸는데, 좀 위험했죠. 제가 잘 지켜주고 싶어요. 잘할 거예요.

연기 경력이 벌써 14년 차예요. 작품을 고를 때 이전과 다른 기준이 생겼다면 무언가요? 최근 들어 생긴 명확한 기준은 지‘ 금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을 해야겠다는 거예요. 인생은 한 번이니까. 나이 들어가며 그런 것들이 종종 생기더라고요.

결정을 내릴 때 가장 많이 영향을 미치는 건 무언가요? 첫인상 그리고 잔상. 작품을 고를 때는 소속사 분들과 충분히 의논하고 최종 결정은 제가 하는 편이에요.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지를 가장 많이 고려하죠.

드라마에서는 누구보다 인정받는 배우인데 반해 영화에서는 좀 뜸해요. 혹시 이런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 시나리오가 있으면 참 좋겠다 싶은 게 있나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연기자가 신나게 연기하려면, 주체적이고 생생한 캐릭터를 만나는 게 중요해요. 재미있고 신나게 연기하는 게 제 목표니까요.

최근 본 작품 중 인상 깊은 작품이나 캐릭터 혹은 감탄한 배우가 있나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을 인상 깊게 봤어요.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이죠. 할머니의 연금과 훔친 물건으로 살아가는 가족이 우연히 길에서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데려와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어요. 배우 안도 사쿠라가 속 깊은 엄마 역을 맡아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쳤죠. 좋은 자극을 받았어요.

일할 때 완벽주의 성향이 나온다고 말한 걸 한 인터뷰에서 봤어요. 스스로 만족할 수준의 연기가 안 나올 수도 있는데, 그럴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 궁금해요. 포기하지는 않아요. 끊임없이 연구해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해요. <그녀의 사생활>을 찍으면서도 잠을 거의 자지 않고, 좀 더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힘들긴 했지만 많이 배운 작품이죠.

힘들 때 어떤 말이 힘을 주나요? ‘믿고 보는 배우, 박민영이어서 좋았다’ 같은 말을 들으면 나태해질 수가 없어요. 이런 평가는 제게 기분 좋은 부담을 안겨줘요.

그래도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는 게 삶이죠. 간혹 후회하는 순간이 있다면? 많죠. 그렇지만 제 속에 담아두지 않으려고 해요. 일할 때 철저하게 하려는 모습과 달리 평소에는 허점투성이라 일일이 신경 쓰고 후회하면 큰일나요.

<범인은 바로 너> 등 예능 프로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사랑받고있어요. 예능 프로를 두려워하는 배우도 많죠. 적응하기 힘들지는 않았나요? 어느 순간부터 제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두려움이 없어지는 듯해요. 편한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함께 출연하는 유재석, 이승기, EXO 세훈 등 많은 분들에게 커피차를 선물 받았더라고요. 정말 감사하죠. 다 너무 좋은 분들이에요. 본격적인 예능 프로에 처음 도전해 긴장했는데, 재석 오빠가 많이 도와주셨어요. 다른 친구들도 이 프로를 하며 돈독해졌고요.

드라마에서 항상 상대 배역과 ‘케미’가 좋아요. 시청자들이 실제 연애를 바랄 정도로요. 그 비결이 무엇인가요? 작품을 시작하면 일단 제 눈에 상대가 멋있어 보여야 이 작품을 보는 분들도 똑같이 사랑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설렘을 느끼는 포인트, 제스처, 대사 등을 함께 상의하죠. 제 눈을 통해 러브 스토리를 이어가는, 화자 역할에 충실하려고 해요.

여러 인터뷰를 보면, 어머니와 무척 가깝게 지내는 것 같아요. 엄마는 저의 가장 좋은 친구이자 인생의 동반자죠. 제 걸 사려고 쇼핑할 때보다 엄마 걸 살 때 더 행복해요. 엄마의 러블리한 매력을 닮고 싶어요.

드라마를 할 때마다 박민영 패션이 인기죠. 평소 패션도 궁금해요. 클래식한 아이템을 즐겨 입어요. 드라마 속 패션이나 공항 패션, 그 외 행사장에서 보여주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이 제 평소 스타일을 보면 안전지상주의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박민영만의 소확행은 무엇인가요? 술 한 잔의 행복, 레옹이와의 교감, 숙면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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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신세경의 만남

네이비 수트 맨온더분(Man on the BOON),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신세경 화이트 롱 드레스와 벨트 모두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버건디 벨벳 뮬 지방시(Givenchy), 이어링 존 하디(John Hardy).
베르베르 블랙 재킷과 팬츠, 스트라이프 셔츠 모두 유니버셜 프로덕트 바이 원엘디케이 서울(Universal Products by 1 LDK SEOUL), 블랙 로퍼 유니페어(Unipair).

신세경(이하 S) 소설 <죽음>은 자신의 죽음을 파헤쳐가는 주인공의 이야기 입니다. 죽은 작가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가 궁금해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이하 W) 사람이 죽은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항상 궁금했어요. 죽은 후에도 영혼이 남아 이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 하면 무척 흥미롭겠다는 생각을 했죠. 죽음에 관해 동양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데, 죽음은 비극적이거나 공포스러운 대상이 아니라 인생의 마지막 잠이 라고 생각합니다. 살아 있는 동안에 어떻게 죽을 것인지, 죽은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의문을 품는 것은 마치 소설을 읽으며 결말을 궁금해하는 것 과 비슷한 거죠. 죽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면 삶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됩니 다. 그리고 매 순간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죠. 삶이 언제든지 멈출 수 있 으니까요. 세경 씨는 본인의 마지막이 어떨지 상상해본 적 있나요?

S 상상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마치 유니콘 같은 환상의 동물을 생각하 듯이 피부에 와 닿은 적은 아직 없어요. 상상은 해보지만 아직은 두렵고 먼 존 재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죽음이 삶의 한 형태라는 베르나르 씨의 말에 동의합 니다. 하루하루를 온전히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기는 힘들죠. 오늘부터 하 루를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W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를 비롯한 작품에서 죽는 역할을 맡은 적 있나요?

S 있어요. 충격적인 결말이었죠. 극 중에서는 제가 죽는다는 사실보다 시청자들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그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더 중 요한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전 자연인으로서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는 않았지만 제가 연기한 인물의 삶이 끝나는 것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해봤 어요. 캐릭터의 죽음이 시청자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고, 때론 분노를 사기도 하는 걸 보며 캐릭터의 죽음을 좀 더 신중히 대해야겠다고 생각했죠.

W 저는 환생을 믿습니다. 인생이 한 편의 영화처럼 죽음을 맞으며 완전 히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시리즈가 이어지는 시리즈물이라고 생각해요. 죽음으로써 삶이 영원히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다음 페이지가 계속 이어지는 거죠. 세경 씨도 환생을 믿나요?

S 환생보다는 사후 세계를 믿습니다. 만약에 베르나르 씨가 환생한다면 무엇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지 궁금해요.

W 한국에서 배우로 환생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경 씨가 다음 생에 작 가로 환생한다면 역할이 바뀐 채로 우리가 다시 만날 수도 있겠죠. 사후 세계 는 환생하기 바로 전 단계이기 때문에 사후 세계와 환생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봅니다. 세경 씨는 지금까지 살면서 영매를 만난 적 있나요?

S 아니요. 베르나르 씨는 만난 적 있나요?

W 네. 영매들과의 만남이 <죽음>이라는 소설을 쓴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매들이 제 전생에 관해 들려주었죠. 그 이야기를 들으며 진실인지 거짓인 지 판단하기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였습니다. 중요한 건 전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여지를 갖는 거죠. 실제로 죽기 전에는 사후 세계가 어떤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영매를 통해 전생에 관해 들으며 죽음 이후를 가정해볼 수 있죠.

S 베르나르 씨는 전생에 어떤 존재였나요?

W 일본의 사무라이, 이집트 왕실의 여인, 1200년대 영국 군인이었던 적 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바로 직전 전생에서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사 는 의사였다더군요. 하지만 그 모든 삶 중 가장 즐거운 건 지금의 삶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거 사람들에 비해 운이 매우 좋습니다. 많은 정 보에 접근할 수 있고 흑사병 같은 무서운 질병에 노출돼 있지도 않죠. 여러 나 라를 여행할 수도 있고요. 세경 씨도 현생에 만족하나요?

S 네, 저는 전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 없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아오신 시대와 비교해봐도 지금 제가 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 다. 현생에 만족하고 행복합니다.

W 전쟁을 겪은 한국은 지금 젊은 세대가 부모님 세대의 덕을 굉장히 많이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부모님, 조부모님 세대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경제 상황을 이루었고 국민들의 지적 수준도 매우 높아졌으니까요.

S 예전에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만났을 때 영화 <남한산성>을 재미있게 봤다고 하셨죠? 한국의 역사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W 한국 분들만큼 한국 역사를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국 이 6·25전쟁을 겪고,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당했으며, 예전에 중국에게 억압 받았다는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남한산성>을 보면서 한국 역사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어요. 부당한 과거죠.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금 한국이 자신 들의 문화를 지켜낸 것은 기적 같은 일입니다.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침략과 지배의 피해를 입은 역사를 가졌지만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루었고, 예술적으로도 훌륭한 면모가 많습니다. 저는 일곱 살 때부 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 세경 씨는 아홉 살 때부터 아역 배우로 활동했다고 들 었습니다. 우리 둘 다 아주 이른 나이에 지금의 일을 시작한 셈인데 혹시 다른 직업을 꿈꿔본 적 있나요?

S 어릴 때 일을 시작해서 한 우물만 판 터라 다른 재능을 발견하기가 힘 들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연기가 아닌 다른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것이 없었어요. 아주 어릴 때는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꼭 소설가를 꿈꿨다기보다는 글을 쓰는 작 업 자체를 좋아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소설가는 베르나르 씨처럼 재능 있 는 사람이 하는 일이죠.

W 소설가와 배우 모두 사람들을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준다고 생각합니 다. 일상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창문을 열어주며 세상에는 일상 외에 다른 것 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우리의 직업인 셈이죠. 세경 씨가 출연한 많은 작품 도 사람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하지 않을까요? 저는 작가이기 때문에 글을 쓰면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세경 씨는 배우니까 본인이 맡은 인물을 표현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하죠. 우 리 둘이 하는 일이 어떻게 보면 근본적으로 같아요. 차이점이라면 우리 둘 다 어린 나이에 각자의 일을 시작했지만, 세경 씨는 어릴 때 유명해졌고 저는 스 물다섯이 지나서야 조금씩 유명해졌죠. 세경 씨는 어린 나이에 프로의 세계 에 들어섰으니 압박감도 있었을 것 같아요.

S 처음으로 뭔가 제대로 촬영해본 건 아홉 살 때지만 저 역시 사람들에 게 알려진 건 스무 살 무렵이에요.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큰 기대를 어깨에 짊 어지기 시작한 시기는 우리 둘 다 비슷할 것 같아요.

W 부모님이 많이 도와주셨겠죠? 응원도 해주셨을 테고요.

S 물론 그렇죠. 부모님의 도움과 지지가 없었다면 혼자서는 힘들었을 거 예요. 저도 궁금한 점이 있어요. 배우에게도 창의력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소 설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잖아요. 세계도 그렇고 인물도 그렇고. 창작 을 위한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요?

W 한국에 와서 이렇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영감의 원천입니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큼 많은 영감을 주는 건 없죠. 사람뿐 아니라 사물이 든 현상이든 무언가를 처음 접하면 소설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 생각합 니다. 어쩌면 지금 이렇게 저와 세경 씨가 서로 인터뷰하는 이 멋진 상황을 제 다음 작품에 쓸 수도 있겠죠. 세경 씨도 배우니까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만 약에 저런 역할을 하게 되면 나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런 걸 끊임없이 생각 할 것 같습니다.

원피스 로우클래식(Low Classic).

S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건 같은 상황에서 남다른 넓은 시야를 가 지고 특별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창 작의 고통은 없었나요?

W 없었습니다. 제게 창작은 늘 즐거운 일입니다. 세경 씨에게 창작은 어 떤 의미인가요?

S 배우는 상상하기보다는 상상을 발현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발현을 위한 고민은 대단히 즐거운 일이고요. 베르나르 씨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독자들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 중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적 있나요?

W 항상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그것이 독자들의 마음에 들기를 바 랍니다. 세경 씨도 배우로서 본인이 하고 싶은 연기와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 는 연기 사이에서 고민할 때가 있을 테죠?

S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여쭤본 거기도 하고요. 저는 촬영할 때 항상 테이크를 두 번 갑니다. 디렉터나 대중이 원하는 방향과 여러 시선에서 벗어 나 표현하고 싶은 방향, 두 가지를 해보는 거죠.

W 결국 어떤 테이크로 결정하게 되나요?

S 제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테이크가 있으면 디렉터에게 말하는 편이 에요. 다만 편집할 때 저보다는 좀 더 넓은 시야에서 작품을 볼 수 있기 때문 에 그런 여러 흐름에 어울리는 테이크를 선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베르나 르 씨는 소설가가 된 걸 후회한 적 있나요?

W 소설가가 된 걸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소설가가 되기 전에는 과학 기자였는데, 기자의 삶을 후회한 적은 있어도 소설가가 되고 나서는 후 회한 적 없습니다. 세경 씨는 배우 외에 예능 프로그램이나 광고 모델로도 활 동하는데, 그런 다른 활동을 하는 것도 즐겁나요?

S 연기자가 되고 싶은 열망이 강했고, 그 와중에 다양한 일을 하며 때론 스트레스가 됐던 적이 있지만 그런 조각조각이 있기에 현재를 누릴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베르나르 씨는 작가로서 하루 일과를 어떻게 보내시는지 궁금해요.

W 작가는 무척 고독한 직업입니다. 자신이 그리는 인물을 구현하기 위 해서 컴퓨터 앞에 홀로 몇 시간씩 앉아 있어야 하니까요. 배우라는 직업도 어 떤 면에서는 외로울 것 같습니다.

S 외로울 때가 굉장히 많습니다. 연기할 때 카메라가 돌고 레디, 액션 사 인이 떨어지는데, 카메라에 빨간불이 들어온 다음부터는 카메라 앞에서 아 무도 저를 도울 수 없고 저 혼자 오롯이 책임져야 하죠. 그럴 때 외롭습니다. 내가 지금 표현하고 있는 이 인물을 나 말고는 아무도 대변해줄 사람이 없다 고 느낄 때, 나 혼자 변호해줄 수 있다고 느낄 때 그렇습니다.

W 제가 이번에 한국에 온 이유는 신간 홍보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 작품 을 드라마화하는 일 때문이기도 합니다. 계획대로 된다면 글을 영상으로 바 꾸는 작업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드라마로 만들어질 제 작품에 세경 씨가 출 연해준다면 큰 영광일 것 같아요. 소설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기까지 굉장히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지만 반드시 실현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와 관 련한 소식을 자주 전하겠습니다. 세경 씨가 맡은 새 작품의 배경이 19세기라 고 알고 있습니다. 다른 시대의 인물을 표현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 가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도 궁금합니다.

S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의 시대 배경이 현재가 아니기 때문에 과 거 기록을 많이 참고하고 역사 자료도 찾아봤습니다. 제가 이번에 맡은 역할 은 역사를 기록하는 인물인데, 사실 당시에는 여자가 정부기관에서 일할 수 없었습니다. 완전한 픽션이죠. 당시 여성이 할 수 없던 일을 상상을 바탕으로리고 앞으로 맡아보고 싶은 캐릭터는 베르나르 씨 소설을 만들어진 드라마나 영화 속 한 인물입니다.

W 19세기면 국가와 상관없이 모든 여성의 지위가 상당히 낮았던 때입니 다. 저는 최면을 통해 과거 여성의 삶을 체험해보았는데, 과거 여성들은 교육 받을 기회가 없었고 여러 사회적 차별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현재는 세계적 으로 여성의 삶에 큰 혁신과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진 정한 남녀평등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죠.

S 이번 드라마에서 제가 맡은 캐릭터는 불평등에 순응하고 받아들이며 살 수밖에 없는 시대에 태어났지만 그런 상황에 결코 길들지 않는 용감한 여 성이에요. 그런 점 때문에 작품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베르나르 씨의 소설 <죽음>의 주인공은 추리소설 작가인데, 본인의 모습을 투영했을 것 같 습니다.

W 지금까지 제가 쓴 소설 속 인물 중 저와 가장 많이 닮은 인물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작가라는 제 직업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었습니다. 왜냐하 면 대중은 공인인 제 모습만 알기 때문에 작품을 통해 진짜 제 모습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세경 씨에게 질문이 있는데, 지금까지 맡은 역할 중 자신을 완전 히 바꿔놓은 인물이 있나요?

S 어릴 때는 캐릭터나 작품의 성향에 영향을 받았어요. 그런데 배우로 오래 살다 보니 제 삶과 일의 영역이 온전히 분리되지 않으면 제가 굉장히 불 행해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제 삶을 배우의 삶과 분리해 지 켜내려고 해요. 베르나르 씨에게 가장 소중한 작품은 뭔가요?

W <죽음>을 꼽고 싶습니다. ‘사람이 인생을 살다 가면서 이 세상에 무 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죠. 우리는 태어나면서 뭔가 를 받기도 하고 세상을 떠나며 남기기도 합니다. 인간이 남길 유산이 무엇이 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책이기 때문에 매우 잘 쓴 작품이라고 자부합니 다.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는 주어지는 미션이 있습니다. 우리가 세 상에 태어난 건 뭔가를 하기 위해서죠. 사람에 따라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역할 에 걸맞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행복할 테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해 배회하는 사람이라면 불행하겠죠. 다 행히 우린 둘 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길을 택한 것 같습니다. 저도 작가로서의 제 삶에 만족하며 제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세경 씨도 자기 길을 훌륭하게 걷 고 있으니까요. 물론 아직 젊으니까 언젠가 직업을 바꿀 수도 있겠죠. 어쨌든 삶의 시작은 썩 훌륭한 것 같습니다. 올바르지 않은 길을 갈 때는 내면에서 어 떤 신호가 옵니다. ‘이건 나의 길이 아니다’라고 깨닫는 거죠. 전 기자로 일할 때 ‘이 길은 너의 길이 아니다’라는 울림을 받았습니다. 반면 우리가 올바른 길 을 택하면 인생이 우리에게 그 선택에 대해 보상해주며 ‘올바른 길을 가고 있 는 거야’라는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세경 씨는 배우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게 즐겁죠?

S 아주 즐겁습니다. 물론 이 즐거움을 지키기 위해 가끔 어떤 슬픔과 외 로움을 떠안아야 할 때가 있지만, 그건 어느 직업을 가진 사람이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현재에 감사하며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W 세경 씨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참 기쁩니다. 서로 다른 문화 권에 속한 우리가 만났고, 서로 다른 영혼을 가진 우리 두 사람이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이 영광스럽고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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