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의 집 ②

MINIMAL LIFE

애착이 없는 것부터 버리기.
무료 샘플이나 사은품을 무턱대고 받아 오지 말 것.
환경을 위해 소창 행주, 천연 수세미, 천연 세제, 스테인리스 스틸 빨대 사용하기.
식탁, 싱크대 위 등 표면부터 정리하기.
묶음 상품 지양.

조금씩 비우기

수년 전만 해도 양수나는 예쁜 물건을 보면 사야 직성이 풀렸다. 그만큼 충동구매도 잦았다. 가족 구성원 중 유일한 맥시멀리스트였던 그녀는 현재 미니멀 라이프 1년 차다. 옷장에 꽉 찬 옷들을 보며 여느때처럼 ‘입을 옷이 없다’고 고민하던 그녀에게안 입는 옷을 정리하는게 어떻겠느냐는 남편의 한마디가 그날 따라 가슴에 와 닿았다. 곧장 옷 정리를 시작했다. 즐겨 입는 옷만 남겨 여유 공간이 넉넉히 생긴 옷장을 보는 기분은 기대 이상으로 후련했다. 옷장처럼 다른 공간들도 비우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때부터 관련 서적을 읽으며 본격적인 미니멀 라이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막연히 비우는 것이 미니멀 라이프라고 생각했어요. 물건이 적어야 미니멀 라이프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비운다고 무조건 행복해질까’라고 자문해봤어요. 미니멀 라이프는 행복한 삶을 위한 수단일 뿐이잖아요.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니라 내게 맞는 기준을 정해 불필요한 것은 없애고 행복하게 생활하는 것이 미니멀 라이프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지치지 않고 즐겁게 실천해나갈 수 있어요.”

미니멀 라이프는 삶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눈에 띄는 부분은 생활비가 크게 줄었다는 것. 식구가 넷이라 대형 마트에 가면 버릇처럼 필요 이상으로 식품을 구입해 냉장고를 꽉 채워놓곤 했다. 며칠 후 시들어버린 채소를 먹고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들을 버리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필요한 것을 메모해 그것만 구입하는 지금은 식비가 그때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다. 생활용품도 마찬가지. 쇼핑하는 순간이 행복해서 사서 쓰다가 금방 새로운 무언가를 찾는 생활에서 벗어난 지금은 가진 물건을 아껴서 사용하며 삶 자체를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됐다. “냉장고에 보관만 하다가 버려지는 음식물이 없고 물건을 관리하느라 들이는 시간과 돈이 현저히 절약되고 있다는 걸 느낄 때마다 미니멀 라이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쉴 수 있는 여유 공간이 늘었고 물건 하나를 신중하게 구입해 오래 쓰니 환경에도 이롭죠.” 미니멀 라이프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양수나는 ‘미련이 없는 것부터 버릴 것’을 추천한다.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 옷부터 버리려고 하면 힘들 거예요. 당장 정리해도 아쉽지 않은 공간이나 품목을 정해 하나씩 비워보세요. 눈에 띄는 공간의 위쪽부터 정리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책상이나 선반, 식탁, 싱크대 위 같은 곳을 정리하면 바로 깔끔해진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거예요.” 무료 샘플이나 사은품을 받을 때도 두 번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필요하지 않은데 그냥 주니까 가져오는 것들이 하나 둘 쌓이다 보면 집 한구석을 차지하는 고물이 되거든요. 대량 구매를 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물건을 구입하는 습관도 필요해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는 있어도 쓰다 보면 유효기간이 지나 결국 버리게 되더라고요.” 무작정 비우기보다 자신의 소비 패턴을 냉정하게 파악해 필요한 것만을 남기는 것. 물질만능주의 아래 누군가에겐 엄두도 낼 수 없는 도전이지만 한 번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정리해야 하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시간을 앞당길 기회이기도 하다.

셰어하우스 이야기_도쿄편

여행자를 기다리는 셰어하우스
LOCALIFE

도쿄의 셰어하우스 로컬라이프(LocaLife)는 입주자와 여행자가 함께 지내는 곳이다. 숙소를 무료로 제공하는 현지인과 여행자를 연결하는 여행자 네트워크인 카우치 서핑(www.couchsurfing.com)을 통해 여행자가 로컬라이프에 오게 되고 로컬라이프 입주자들이 호스트 역할을 한다. 입주자들이 게스트의 숙박 일정을 캘린더로 공유하는데 매달 다섯 팀 정도 머문다. 이 과정에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고 관계를 맺으며 인생의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는 곳. 컨셉트 셰어하우스의 기획과 운영을 맡는 회사인 콜리시(Colish)의 겐타로 대표는 단순히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집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인생관을 바꿀 기회를 주는 셰어하우스를 만들고 싶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면 삶이 더욱 풍족하고 즐거워진다는 것이 겐타로의 생각이다. “삶의 방식을 더 다양하게 만들고 싶었다. 일이나 학업은 어떻게 살고 싶으냐에 따라 선택하는데 집은 그렇지 않다. 보통 직장이나 학교에 맞춰 선택한다. 나는 집을 더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정 장소가 무의미한 공간이 될지, 무언가 탄생하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될지는 생각의 주제에 따라 달라진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그 주제를 공유하며 보다 재미난 일을 벌이면 좋겠다. 그리고 로컬라이프가 그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겐타로) 로컬라이프에 새로운 입주자가 들어오면 ‘요로시쿠(잘 부탁해) 파티’를 연다. 새로 온 입주자가 자신을 프레젠테이션하는 자리인데, 이를 통해 서로 인생의 대해 알아가며 자연스레 가까워진다. 새 입주자가 하우스메이트들에게 밥을 지어 대접하는데 프레젠테이션의 형식은 정해져 있지 않다.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이 만든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기도 하며, 파워포인트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기도 한다. 로컬라이프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문화와 생각을 공유하고 교류하며 새로운 선택을 위한 힘을 얻는다. 로컬라이프를 운영하는 겐타로와 입주자 메구미, 코타가 로컬라이프에서 사는 삶에 대해 들려주었다.

LOCALIFE
웹사이트 http://localife.strikingly.com/

로컬라이프는 다른 셰어하우스와 어떤 점에서 다른가? 겐타로 일본인뿐 아니라 일본을 찾은 여행자들이 함께 산다는 점이 다르다. 셰어하우스 내에는 거주자가 생활하는 개인 방과 게스트룸이 있는데, 게스트룸에는 카우치서핑이라는 인터넷 여행자 커뮤니티 웹사이트에서 신청한 여행자들이 무료로 숙박할 수 있다. 이때 거주자들이 여행자를 호스팅한다. 여행자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숙박 일정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로컬라이프는 최대 6명까지 거주할 수 있다. 지금은 스페인에서 온루이스, 오스트리아에서 온 율리안 그리고 이 자리에 동석한 메구미가 같이 살고 있다.

셰어하우스의 운영자는 어떤 역할을 하나? 겐타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람을 뽑는 것이다. 입주 신청을 받으면 이곳을 함께 설립한 유타가 직접 인터뷰를 한다.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 질문을 주고받는다. 가끔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이유로 오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목적을 가진 사람은 로컬라이프와 맞지 않는다. 이곳에서 영어는 소통 수단의 하나일 뿐이다.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교류하며 다양한 것을 배우는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입주하길 바란다. 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이 ‘당신을 표현하는 키워드 3개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여행에 대한 질문을 하며 이를 중심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로컬라이프는 셰어하우스를 열기 전에 입주자를 먼저 모았다. 로컬라이프가 채 완성되기 전에 입주를 결정한 사람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집을 고를 때 ‘어디에서 얼마에 살지’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로컬라이프는 ‘누구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선택의 기준이 되는 곳이다. 이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살기로 했다.

왜 로컬라이프를 선택했나? 메구미 도쿄에 있는 회사로 이직하며 셰어하우스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주말에 투어 가이드를 할 생각도 했는데, 여행자와 함께 사는 로컬라이프의 방식이 좋았다. 처음 이 집을 보러 왔을 때 하우스메이트 중 한 명이 배를 깎아 줬는데, 그 모습을 본 순간 이곳에 살고 싶어졌다.(웃음) 배가 아주 맛있었다. 일본인들을 대할 때 가끔 벽이 느껴지는데, 그 친구는 그 벽을 쉽게 넘어오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이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 메구미 거실. 거실에서 하우스메이트들과 함께 있으면 서로 대화를 할 때도 있고 대화가 전혀 없을 때도 있다. 자유롭다. 나고야에서도 셰어하우스에 산 적 있는데, 그곳 거실이 각자 시간을 보내고 장소만 공유하는 느낌이었다면 이곳은 같이 사는 기분이 든다. 아주 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겐타로 거실은 가구까지 신경 쓴 공간이다. 거실이 교류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이닝 공간을 만들지 않았다. 마주 보고 앉을 때 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50cm 정도 된다. 이보다 더 가까우면 피로감이 들고 오래 앉아 있지 못했을 것이다. 로컬라이프의 로고도 거실 공간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거실은 이곳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다. 테이블도 사람들이 앉는 자리가 어느 한쪽에 몰리지 않도록 정사각형으로 만들었다.

셰어하우스에서 사는 즐거움은 뭘까? 메구미 집에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기분이다. 누군가 내가 돌아오기를 고대하는 느낌.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어서 와”라고 말을 건네는 사람들이 늘 있다. 로컬라이프 입주자들은 이상하게 비슷하다. 코타 ‘다녀올게’, ‘어서 와’라는 말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다. 냉장고가 너무 작다는 점? 냉장고 관리가 잘되지 않아 가끔 냉장고에서 형체가 변한 음식물이 나오기도 한다.(웃음) 그래도 그렇게 더러워진 냉장고를 다 같이 청소하는 일도 즐겁다. 장소만 공유했다면 서로 다른 점이나 불편한 점이 스트레스로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에는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고 사소한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끼리 느끼는 감성이 있다. 그리고 여행자들이 드나들기 때문에 늘 신선한 바람이 부는 기분이다. 늘 같은 사람만 만나면 대화 내용도 천편일률적일 텐데 여행자들이 머물면 화제가 보다 풍부하다.

로컬라이프에서 보내는 평일과 주말의 일과가 궁금하다. 메구미 오후 8시쯤 돌아와 밥을 먹는다. 10시까지 거실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하우스메이트들과 목욕탕에 가기도 한다. 보통 밤 12시쯤 잔다. 토요일이나 공휴일에는 쓰키지 시장에 가서 투어 가이드를 한다. 오후에 돌아오면 피곤해서 거실 소파에 누워 낮잠을 잔다. 나는 5년 전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외국인 친구가 일본에 와서 이곳저곳 안내해줬는데 무척 즐거웠다. 그래서 주말에 투어 가이드를 하게 됐다.

자신의 방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물건은 뭔가? 메구미 기모노, 포르투갈 관련 책, 안경. 기모노는 이곳에 이사 온 후부터 모으고 있다. 나고야에 살 때 친구 어머니가 가끔씩 입혀주셨고 단골 바에서 기모노 를 입고 술을 즐기는 이벤트가 있어서 좋아하게 됐다. 도쿄에 이사 온 후 내가 산 기모노를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키지 시장에 갈 때 기모노를 입으면 여행자들이 좋아한다.

이곳에 살며 배운 것이 있다면? 메구미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이토록 좋은 관계를 맺게 될 줄 몰랐다. 함께 사는 사람 모두 내게 하우스메이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존재다. 함께 살기 전에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겐타로 이곳에 살며 결혼이나 동거로 이어진 커플이 꽤 많다. 아마도 로컬라이프가 인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집이란 어떤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겐타로 로컬라이프가 이상적인 집의 형태라고 생각한다. 한 공간에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들이 모여 있고, 그들 모두 내게 없는 세상을 가지고 있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산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언젠가 내 아이가 생긴다면 세계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살면 좋겠다. 메구미 내게 집은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고, 나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곳이다. 전에 살았던 나고야의 셰어하우스는 특별히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었다. 공간을 공유하지만 독립적이었고 행동도 자유로웠다. 대신 서로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내가 집에 오기를 기다려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더 ‘집’처럼 느껴진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홈과 하우스의 차이가 아닐까. 나는 홈에 살고 싶다. 겐타로 깊이 공감 가는 말이다. 나도 홈을 만들고 싶었다. 나중에 인생을 돌이켜봤을 때 ‘이곳에 살아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한다. 각자 이곳에서 인생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얻으면 좋겠다. 하버드 대학에서 ‘행복의 조건’을 연구한 리포트를 좋아한다. 75년 넘게 지속된, ‘무엇이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가’를 주제로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연구다. 연구의 결론은 ‘좋은 관계가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거다. 친구가 얼마나 많은가, 결혼했는가가 아니라 타인과 얼마나 깊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지가 중요하다. 이곳 로컬라이프가 사람들에게 그런 관계를 만들어주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미니멀리스트의 집 ①

STEP TO MINIMAL LIFE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은 수납 바구니에 넣어두기.
음식은 한 끼 먹을 만큼만 만들기.
쓰레기 분리배출 철저히 하기.
한눈에 들어오게 정리하고 나머지는 처분하기.
자신의 소비 패턴을 냉정하게 파악해 필요한 것만을 남기기.

가진 것만으로 생활하기

눈에 거슬리는 것 하나 없이 깨끗한 집에서 전민정은 남편과 고요하고 충만한 매일을 산다. 5년 넘게 미니멀 라이프를 지속하고 있는 그녀의 집은 갓 이사 온 듯 단출한데, 유지하기 결코 쉽지 않아 보이는 이 간소함을 전민정은 어려울 게 없다는 듯 말한다. “남편과 저의 힘으로 신혼집을 꾸며야 해서 물건을 구입할 때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군요. 일단 안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필요한 것만 사고 그 외에는 살면서 필요하면 채우자고요.” 원래도 물건을 쌓아두는 타입은 아니었다지만 책과 컨버스만은 컬렉터처럼 수집했다고 한다. 벽 한 면을 채울 정도의 책과 포장을 뜯지도 않은 채 모셔두었던 색색의 컨버스는 이 집으로 이사 오던 2년 전 모두 정리했다. 계기라면 이사다. 그리고 우연히 접한 다큐멘터리.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다큐멘터리였어요. 아이 방이 나왔는데 작은 바구니에 장난감 몇 개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아이 엄마는 ‘바구니에 담을 수 있을 만큼의 장난감만 사준다’고 했어요. 그걸 보니 제 책과 신발이 쓸데없이 너무 많게 느껴지더군요. 다신을 것도 읽을 것도 아니면 정리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은 중고 서점과 국립도서관에, 신발과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옷은 아름다운가게에 기증했다.

미니멀 라이프는 단순히 소비 패턴을 바꾸는 게 아니라 삶에 대한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일이기에 남편을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끊임없이 대화로 조율해나가고 있어요. 요즘 환경에도 관심이 생기면서 쓰레기 분리배출을 열심히 하는데 이 과정이 꽤 복잡다단해요. 남편이 귀찮아하면 그냥 제가 해요. 미니멀 라이프도, 환경을 생각하는 것도, 본인이 직접 느끼지 못한 채 남이 얘기하면 그냥 잔소리고 강요거든요. 엄마가 물건을 많이 쟁여두는 스타일인데 가끔 친정집에 가면 잔소리하면서 제가 정리해요. 그런데 문득 이게 엄마의 라이프스타일이고 내가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엄마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미니멀 라이프는 그냥 내 삶인거고 다른 이의 취향과 삶의 방식도 존중하려 해요.”

전민정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때’ 무언가를 산다. “버릴 때보다 집으로 뭔가를 들일 때 더 고민해요. 그러니까, 잘 안 사요. 원래 성향이 그런 편이긴 한데 조금씩 더 이런 삶의 방식에 확신이 생기고 있는 거죠.” 사지 않는 것에서 비롯되는 미니멀 라이프는 자연스레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물건을 구입할 때 어떻게 버릴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요. 플라스틱이나 비닐도 재활용이 잘 될 것인가도 늘 고민하고요. 망가져서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그나마 처분하기 쉬운데, 사용하지 않으면 집에 쌓아뒀다가 누군가에게 주거나 그냥 버려야 해요. 근데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그 물건을 누군가가 쉽게 가져간다고 치면 또 쉽게 버릴 가능성이 높아요. 결국은 쓰레기가 되는거예요. 쓰레기가 되면 환경에도 문제가 되겠죠. 화학물질과 썩지 않는 쓰레기가 매립된 땅에서 나고 자란 것을 먹게 되고요.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분리배출을 열심히 하고 포장 음식은 용기를 가져가서 받아오는 등 환경보호를 위한 몇 가지 행동을 실천하고 있지만 저는 완벽 주의자도 아니고 그렇게 될 수도 없으니 살면서 조율해가야 해요. 얼마만큼 실천하고 지속할 수 있는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전민정의 냉장고는 빈 공간이 대부분이다. 음식은 한 끼 먹을 만큼만 하고, 반찬은 다 먹을 때까지 다른 반찬을 만들지 않는다. 다 먹지 못해서 버려지는 음식과 식재료는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다. “얼마 전 아파트 전체에 전기가 나갔어요. 정전이 길어지면서 다른 집들은 난리가 났죠. 냉장고 안에 있는 것들을 다 버리게 생겼으니까요. 그런데 우리 집 냉장고에는 아이스크림 3개밖에 없었어요. 그때 이렇게 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치열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현관문을 열면 평온하고 여유로운 여백이 그를 반긴다. 집안일이라는 또 다른 일거리에 매몰될 필요 없이 이 풍경과 하나가 되면 그만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전민정은 우선 사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미니멀 라이프를 하겠다고 다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버리면서 시작해요. 버리는 건 정말 쉬워요. 그리고 또 사죠. 이런 누를 범하지 않으려면 내가 뭘 자주 사용하는지부터 알아야 해요. 저 역시 이 방법을 따르는데, 수납공간에 빈 박스를 두고 사용하지 않는 것들을 넣어둬요. 그럼 어떤 것들을 잘 사용하는지 혹은 사용하지 않는지 파악할 수 있고, 그렇게 소비 패턴을 알고 나면 뭔가를 재구매할 때도 도움이 돼요. 또 하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정리하세요. 한 예로 뒤편에 수납해둔 옷은 다시 꺼내지 않을 확률이 높아요. 꺼내기 쉬운 곳에, 한눈에 들어올 만큼만 두고 살아도 충분해요. 한 번에 되지 않을 거예요. 조금씩 습관으로 만드는 게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