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 이야기_도쿄편

여행자를 기다리는 셰어하우스
LOCALIFE

도쿄의 셰어하우스 로컬라이프(LocaLife)는 입주자와 여행자가 함께 지내는 곳이다. 숙소를 무료로 제공하는 현지인과 여행자를 연결하는 여행자 네트워크인 카우치 서핑(www.couchsurfing.com)을 통해 여행자가 로컬라이프에 오게 되고 로컬라이프 입주자들이 호스트 역할을 한다. 입주자들이 게스트의 숙박 일정을 캘린더로 공유하는데 매달 다섯 팀 정도 머문다. 이 과정에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고 관계를 맺으며 인생의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는 곳. 컨셉트 셰어하우스의 기획과 운영을 맡는 회사인 콜리시(Colish)의 겐타로 대표는 단순히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집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인생관을 바꿀 기회를 주는 셰어하우스를 만들고 싶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면 삶이 더욱 풍족하고 즐거워진다는 것이 겐타로의 생각이다. “삶의 방식을 더 다양하게 만들고 싶었다. 일이나 학업은 어떻게 살고 싶으냐에 따라 선택하는데 집은 그렇지 않다. 보통 직장이나 학교에 맞춰 선택한다. 나는 집을 더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정 장소가 무의미한 공간이 될지, 무언가 탄생하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될지는 생각의 주제에 따라 달라진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그 주제를 공유하며 보다 재미난 일을 벌이면 좋겠다. 그리고 로컬라이프가 그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겐타로) 로컬라이프에 새로운 입주자가 들어오면 ‘요로시쿠(잘 부탁해) 파티’를 연다. 새로 온 입주자가 자신을 프레젠테이션하는 자리인데, 이를 통해 서로 인생의 대해 알아가며 자연스레 가까워진다. 새 입주자가 하우스메이트들에게 밥을 지어 대접하는데 프레젠테이션의 형식은 정해져 있지 않다.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이 만든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기도 하며, 파워포인트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기도 한다. 로컬라이프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문화와 생각을 공유하고 교류하며 새로운 선택을 위한 힘을 얻는다. 로컬라이프를 운영하는 겐타로와 입주자 메구미, 코타가 로컬라이프에서 사는 삶에 대해 들려주었다.

LOCALIFE
웹사이트 http://localife.strikingly.com/

로컬라이프는 다른 셰어하우스와 어떤 점에서 다른가? 겐타로 일본인뿐 아니라 일본을 찾은 여행자들이 함께 산다는 점이 다르다. 셰어하우스 내에는 거주자가 생활하는 개인 방과 게스트룸이 있는데, 게스트룸에는 카우치서핑이라는 인터넷 여행자 커뮤니티 웹사이트에서 신청한 여행자들이 무료로 숙박할 수 있다. 이때 거주자들이 여행자를 호스팅한다. 여행자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숙박 일정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로컬라이프는 최대 6명까지 거주할 수 있다. 지금은 스페인에서 온루이스, 오스트리아에서 온 율리안 그리고 이 자리에 동석한 메구미가 같이 살고 있다.

셰어하우스의 운영자는 어떤 역할을 하나? 겐타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람을 뽑는 것이다. 입주 신청을 받으면 이곳을 함께 설립한 유타가 직접 인터뷰를 한다.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 질문을 주고받는다. 가끔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이유로 오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목적을 가진 사람은 로컬라이프와 맞지 않는다. 이곳에서 영어는 소통 수단의 하나일 뿐이다.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교류하며 다양한 것을 배우는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입주하길 바란다. 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이 ‘당신을 표현하는 키워드 3개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여행에 대한 질문을 하며 이를 중심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로컬라이프는 셰어하우스를 열기 전에 입주자를 먼저 모았다. 로컬라이프가 채 완성되기 전에 입주를 결정한 사람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집을 고를 때 ‘어디에서 얼마에 살지’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로컬라이프는 ‘누구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선택의 기준이 되는 곳이다. 이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살기로 했다.

왜 로컬라이프를 선택했나? 메구미 도쿄에 있는 회사로 이직하며 셰어하우스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주말에 투어 가이드를 할 생각도 했는데, 여행자와 함께 사는 로컬라이프의 방식이 좋았다. 처음 이 집을 보러 왔을 때 하우스메이트 중 한 명이 배를 깎아 줬는데, 그 모습을 본 순간 이곳에 살고 싶어졌다.(웃음) 배가 아주 맛있었다. 일본인들을 대할 때 가끔 벽이 느껴지는데, 그 친구는 그 벽을 쉽게 넘어오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이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 메구미 거실. 거실에서 하우스메이트들과 함께 있으면 서로 대화를 할 때도 있고 대화가 전혀 없을 때도 있다. 자유롭다. 나고야에서도 셰어하우스에 산 적 있는데, 그곳 거실이 각자 시간을 보내고 장소만 공유하는 느낌이었다면 이곳은 같이 사는 기분이 든다. 아주 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겐타로 거실은 가구까지 신경 쓴 공간이다. 거실이 교류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이닝 공간을 만들지 않았다. 마주 보고 앉을 때 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50cm 정도 된다. 이보다 더 가까우면 피로감이 들고 오래 앉아 있지 못했을 것이다. 로컬라이프의 로고도 거실 공간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거실은 이곳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다. 테이블도 사람들이 앉는 자리가 어느 한쪽에 몰리지 않도록 정사각형으로 만들었다.

셰어하우스에서 사는 즐거움은 뭘까? 메구미 집에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기분이다. 누군가 내가 돌아오기를 고대하는 느낌.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어서 와”라고 말을 건네는 사람들이 늘 있다. 로컬라이프 입주자들은 이상하게 비슷하다. 코타 ‘다녀올게’, ‘어서 와’라는 말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다. 냉장고가 너무 작다는 점? 냉장고 관리가 잘되지 않아 가끔 냉장고에서 형체가 변한 음식물이 나오기도 한다.(웃음) 그래도 그렇게 더러워진 냉장고를 다 같이 청소하는 일도 즐겁다. 장소만 공유했다면 서로 다른 점이나 불편한 점이 스트레스로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에는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고 사소한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끼리 느끼는 감성이 있다. 그리고 여행자들이 드나들기 때문에 늘 신선한 바람이 부는 기분이다. 늘 같은 사람만 만나면 대화 내용도 천편일률적일 텐데 여행자들이 머물면 화제가 보다 풍부하다.

로컬라이프에서 보내는 평일과 주말의 일과가 궁금하다. 메구미 오후 8시쯤 돌아와 밥을 먹는다. 10시까지 거실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하우스메이트들과 목욕탕에 가기도 한다. 보통 밤 12시쯤 잔다. 토요일이나 공휴일에는 쓰키지 시장에 가서 투어 가이드를 한다. 오후에 돌아오면 피곤해서 거실 소파에 누워 낮잠을 잔다. 나는 5년 전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외국인 친구가 일본에 와서 이곳저곳 안내해줬는데 무척 즐거웠다. 그래서 주말에 투어 가이드를 하게 됐다.

자신의 방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물건은 뭔가? 메구미 기모노, 포르투갈 관련 책, 안경. 기모노는 이곳에 이사 온 후부터 모으고 있다. 나고야에 살 때 친구 어머니가 가끔씩 입혀주셨고 단골 바에서 기모노 를 입고 술을 즐기는 이벤트가 있어서 좋아하게 됐다. 도쿄에 이사 온 후 내가 산 기모노를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키지 시장에 갈 때 기모노를 입으면 여행자들이 좋아한다.

이곳에 살며 배운 것이 있다면? 메구미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이토록 좋은 관계를 맺게 될 줄 몰랐다. 함께 사는 사람 모두 내게 하우스메이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존재다. 함께 살기 전에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겐타로 이곳에 살며 결혼이나 동거로 이어진 커플이 꽤 많다. 아마도 로컬라이프가 인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집이란 어떤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겐타로 로컬라이프가 이상적인 집의 형태라고 생각한다. 한 공간에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들이 모여 있고, 그들 모두 내게 없는 세상을 가지고 있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산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언젠가 내 아이가 생긴다면 세계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살면 좋겠다. 메구미 내게 집은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고, 나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곳이다. 전에 살았던 나고야의 셰어하우스는 특별히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었다. 공간을 공유하지만 독립적이었고 행동도 자유로웠다. 대신 서로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내가 집에 오기를 기다려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더 ‘집’처럼 느껴진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홈과 하우스의 차이가 아닐까. 나는 홈에 살고 싶다. 겐타로 깊이 공감 가는 말이다. 나도 홈을 만들고 싶었다. 나중에 인생을 돌이켜봤을 때 ‘이곳에 살아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한다. 각자 이곳에서 인생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얻으면 좋겠다. 하버드 대학에서 ‘행복의 조건’을 연구한 리포트를 좋아한다. 75년 넘게 지속된, ‘무엇이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가’를 주제로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연구다. 연구의 결론은 ‘좋은 관계가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거다. 친구가 얼마나 많은가, 결혼했는가가 아니라 타인과 얼마나 깊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지가 중요하다. 이곳 로컬라이프가 사람들에게 그런 관계를 만들어주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미니멀리스트의 집 ①

STEP TO MINIMAL LIFE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은 수납 바구니에 넣어두기.
음식은 한 끼 먹을 만큼만 만들기.
쓰레기 분리배출 철저히 하기.
한눈에 들어오게 정리하고 나머지는 처분하기.
자신의 소비 패턴을 냉정하게 파악해 필요한 것만을 남기기.

가진 것만으로 생활하기

눈에 거슬리는 것 하나 없이 깨끗한 집에서 전민정은 남편과 고요하고 충만한 매일을 산다. 5년 넘게 미니멀 라이프를 지속하고 있는 그녀의 집은 갓 이사 온 듯 단출한데, 유지하기 결코 쉽지 않아 보이는 이 간소함을 전민정은 어려울 게 없다는 듯 말한다. “남편과 저의 힘으로 신혼집을 꾸며야 해서 물건을 구입할 때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군요. 일단 안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필요한 것만 사고 그 외에는 살면서 필요하면 채우자고요.” 원래도 물건을 쌓아두는 타입은 아니었다지만 책과 컨버스만은 컬렉터처럼 수집했다고 한다. 벽 한 면을 채울 정도의 책과 포장을 뜯지도 않은 채 모셔두었던 색색의 컨버스는 이 집으로 이사 오던 2년 전 모두 정리했다. 계기라면 이사다. 그리고 우연히 접한 다큐멘터리.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다큐멘터리였어요. 아이 방이 나왔는데 작은 바구니에 장난감 몇 개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아이 엄마는 ‘바구니에 담을 수 있을 만큼의 장난감만 사준다’고 했어요. 그걸 보니 제 책과 신발이 쓸데없이 너무 많게 느껴지더군요. 다신을 것도 읽을 것도 아니면 정리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은 중고 서점과 국립도서관에, 신발과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옷은 아름다운가게에 기증했다.

미니멀 라이프는 단순히 소비 패턴을 바꾸는 게 아니라 삶에 대한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일이기에 남편을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끊임없이 대화로 조율해나가고 있어요. 요즘 환경에도 관심이 생기면서 쓰레기 분리배출을 열심히 하는데 이 과정이 꽤 복잡다단해요. 남편이 귀찮아하면 그냥 제가 해요. 미니멀 라이프도, 환경을 생각하는 것도, 본인이 직접 느끼지 못한 채 남이 얘기하면 그냥 잔소리고 강요거든요. 엄마가 물건을 많이 쟁여두는 스타일인데 가끔 친정집에 가면 잔소리하면서 제가 정리해요. 그런데 문득 이게 엄마의 라이프스타일이고 내가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엄마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미니멀 라이프는 그냥 내 삶인거고 다른 이의 취향과 삶의 방식도 존중하려 해요.”

전민정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때’ 무언가를 산다. “버릴 때보다 집으로 뭔가를 들일 때 더 고민해요. 그러니까, 잘 안 사요. 원래 성향이 그런 편이긴 한데 조금씩 더 이런 삶의 방식에 확신이 생기고 있는 거죠.” 사지 않는 것에서 비롯되는 미니멀 라이프는 자연스레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물건을 구입할 때 어떻게 버릴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요. 플라스틱이나 비닐도 재활용이 잘 될 것인가도 늘 고민하고요. 망가져서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그나마 처분하기 쉬운데, 사용하지 않으면 집에 쌓아뒀다가 누군가에게 주거나 그냥 버려야 해요. 근데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그 물건을 누군가가 쉽게 가져간다고 치면 또 쉽게 버릴 가능성이 높아요. 결국은 쓰레기가 되는거예요. 쓰레기가 되면 환경에도 문제가 되겠죠. 화학물질과 썩지 않는 쓰레기가 매립된 땅에서 나고 자란 것을 먹게 되고요.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분리배출을 열심히 하고 포장 음식은 용기를 가져가서 받아오는 등 환경보호를 위한 몇 가지 행동을 실천하고 있지만 저는 완벽 주의자도 아니고 그렇게 될 수도 없으니 살면서 조율해가야 해요. 얼마만큼 실천하고 지속할 수 있는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전민정의 냉장고는 빈 공간이 대부분이다. 음식은 한 끼 먹을 만큼만 하고, 반찬은 다 먹을 때까지 다른 반찬을 만들지 않는다. 다 먹지 못해서 버려지는 음식과 식재료는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다. “얼마 전 아파트 전체에 전기가 나갔어요. 정전이 길어지면서 다른 집들은 난리가 났죠. 냉장고 안에 있는 것들을 다 버리게 생겼으니까요. 그런데 우리 집 냉장고에는 아이스크림 3개밖에 없었어요. 그때 이렇게 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치열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현관문을 열면 평온하고 여유로운 여백이 그를 반긴다. 집안일이라는 또 다른 일거리에 매몰될 필요 없이 이 풍경과 하나가 되면 그만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전민정은 우선 사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미니멀 라이프를 하겠다고 다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버리면서 시작해요. 버리는 건 정말 쉬워요. 그리고 또 사죠. 이런 누를 범하지 않으려면 내가 뭘 자주 사용하는지부터 알아야 해요. 저 역시 이 방법을 따르는데, 수납공간에 빈 박스를 두고 사용하지 않는 것들을 넣어둬요. 그럼 어떤 것들을 잘 사용하는지 혹은 사용하지 않는지 파악할 수 있고, 그렇게 소비 패턴을 알고 나면 뭔가를 재구매할 때도 도움이 돼요. 또 하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정리하세요. 한 예로 뒤편에 수납해둔 옷은 다시 꺼내지 않을 확률이 높아요. 꺼내기 쉬운 곳에, 한눈에 들어올 만큼만 두고 살아도 충분해요. 한 번에 되지 않을 거예요. 조금씩 습관으로 만드는 게 중요해요.”

셰어하우스 이야기_하베아편

디지털 노마드의 함께 살기
SUN AND CO.

인터넷만 가능하면 이곳저곳 떠돌며 어디에서든지 일하고 돈을 벌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여행하듯 일하며 사는 이들은 우리가 열광해 마지않는 사무실을 탈출한 삶, ‘로케이션 인디펜던트(Location Independent)’ 의 대표적인모습이다. 이들에게 코리빙(co-living), 주거 공유, 공동 삶터, 셰어하우스 등으로 불리는 공유의 삶은 원격 근무의 외로움을 덜고 생활에 인간적인 온기를 불어넣어준다. 함께 나눌 수 있는 건 그뿐이 아니다. 지식, 업무 노하우, 인생을 대하는 관점 등 무궁무진하다. 스페인 동부 도시 발렌시아와 알리칸테 사이의 해안 도시 하베아에 있는 선앤코(Sun and Co.)는 이러한 디지털 노마드와 프리랜서들이 주축인 주거 공간이다. 4층짜리 빌라에서 공동 거주자들은 주방과 커뮤니티 룸, 사무실을 함께 쓰면서 생활한다. 각자 업무를 보는 시간 외에는 마음 맞는 사람끼리 여가를 즐기거나 서로의 전문 분야에 대해 정보를 나눈다. 선앤코의 창업자 존과 뉴욕에서 하베아로 삶의 공간을 바꾼 시에나가 디지털 노마드의 함께 살기에 대해 말했다.

SUN AND CO.
주소 Carrer Príncep d’Astúries, 40, 03730 Xàbia, Alacant, SPAIN
웹사이트 www.sun-and-co.com

선앤코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존 에두(Edu)와 나는 2015년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스페인 코워킹(co-working) 컨퍼런스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나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공유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었고 에두는 숙박과 여행업에 종사한 경력이 있어서 숙박업의 트렌드와 공유경제의 미래에 대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선앤코를 기획했다. 처음에는 잠재적으로 우리 공간에 올 만한 사람들의 니즈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의 코리빙×코워킹 서비스의 윤곽을 잡는 데 기여할 첫 게스트는 말할 수 없이 중요했다. 우리는 처음 선앤코를 찾은이들이 단순히 게스트가 아닌 선앤코의 일부가 되길 원했다. 초기 게스트 중 한 명인 페테르는 프로그래머이자 디지털 노마드로 지난 3년 동안 열 번이나 선앤코에 머물다 갔다. 여기에서 형성된 유대 관계는 게스트들이 떠난 후에도 공고히 이어지고 있다.

하베아라는 도시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존 하베아는 1년 내내 맑은 날이 이어지는 안락하면서도 젊은 분위기의 동네다. 하베아 시내에 있는 에두의 조부모님 집이 마침 비어 있어 타이밍이 좋았다. 19세기에 지은 역사가 오래된 이 집을 미래의 주거X사무 형태로 부상하고 있는 코리빙 코워킹의 허브로 쓴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시에나 하베아의 일상은 단순하지만 단조롭지 않다. 대도시의 삶에서 잠시 멀어질 의향만 있다면 불필요한 선택지를 줄임으로써 현재에 충실하고 주변의 것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알찬 일과를 보낼 수 있다.

주거 공유 트렌드는 스페인에서 얼마나 알려져 있나? 시에나 아직까지는 생소한 컨셉트다. 하지만 근무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업무 형태는 유럽과 미국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기 때문에, 스페인 회사들도 점차 그 흐름을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앤코는 스페인에서는 아직 낯선 코리빙과 코워킹 라이프스타일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선앤코에는 이제까지 몇 명이 머물다 갔나? 존 40개국에서 온 5백 명 넘는 사람들이 이용했다.

선앤코에서는 어떤 사교 활동과 여가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나? 시에나 매주 정기적으로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는데 친목을 위한 활동도 있지만 커리어 계발에 도움이 될 전문 지식이나 트렌드 공유도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다만 스케줄은 하루에 두 가지 정도로 제한해 거주자들의 업무 생산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여가 시간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한다. 해안가 하이킹이나 패들보딩, 타파스 맛집 탐방 등은 언제나 인기가 좋다. 또 공동 주방에서 요리를 많이 해 먹는데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공유할 수 있어 좋다. 커뮤니티 룸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가벼운 수다부터 진중한 대화까지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항상 볼 수 있다. 이런저런 사람들과 한 지붕 아래 함께 살면서 일하는 것은 특별히 계획하지 않아도 언제든 사적으로나 업무적으로 미처 생각지 못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선앤코는 다른 셰어하우스와 비교했을 때, 공동체 생활의 장점에 더해 실제적인 커리어 계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 다른것 같다. 주기적으로 마스터 마인드와 스킬 셰어 세션을 연다는 점이 그렇다. 선앤코가 생각하는 거주자들을 위한 주된 목표는 무엇인가? 시에나 우리의 모토는 ‘현명하게 일하고 더 나은 삶을 살자’다. 그러므로 선앤코의 주된 목표는 공동 거주자들이 이러한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돕는 것이다. 거주자들은 마스터 마인드와 스킬 셰어 세션을 통해 각자의 전문 지식을 공유하며, 새로운 기술과 지식, 인맥을 갖고 선앤코를 떠나게 된다. 우리는 원격 근무를 하는 거주자들이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할 뿐 아니라, 서로 다른 분야일지언정 비슷한 형태로 일하는 타인과 교류하며 새로운 형태의 삶을 경험하기를 바란다. 다양한 전문 지식을 공유하는 동안 선앤코 커뮤니티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친구이자 고객, 사업 파트너로서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마스터 마인드와 스킬 셰어 세션에 대해 좀 더 설명해줄 수 없나. 시에나 선앤코에서는 매주 초 패밀리 미팅을 연다. 반상회 같은 건데, 새로운 멤버를 소개하고 커뮤니티의 현안을 업데이트하는 동시에 서로 어떤 스킬이나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지, 특별히 배우고자 하는 분야가 있는지 의견을 나눈다. 콜라보레이션은 선앤코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누가 거주하고 있느냐에 따라 주제는 매우 다양하다. 모두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의 전문 지식을 기꺼이 공유한다. 스킬 셰어에서는 SNS 마케팅, 부동산 투자와 같은 실용 지식부터 미니멀리즘, 자각몽에 이르기까지 어떤 종류의 기술이나 지적 관심사도 제한 없이 다룰 수 있다. 한편 마스터 마인드에서는 구성원들이 모여 사업을 구상하거나 자원 활동을 모의하고, 커리어를 전환하는 방법을 함께 고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말하자면 도전과 극복이 필요한 모든 과제가 대상이다. 패밀리 미팅에서 그 주의 활동 주제가 정해지면, 그에 맞게 리더를 뽑아 모임을 주도하게 한다.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국적을 주로 어떤가? 존 독일, 네덜란드, 영국 혹은 북유럽 나라와 미국에서 많이 오는 편이다.

선앤코에서 지냈던 구성원을 소개해주기 바란다. 존 첫 게스트였던 페테르는 덴마크 사람인데 지난 3년간 열 번이나 방문할 정도로 선앤코를 자신의 또 다른 집으로 여긴다. 독일에서 온 토비아스는 지난 2월 3개월 일정으로 이곳에 왔는데, 넉 달째 살고 있다. 기업 웹사이트 구축을 주로 하는 그의 직업은 이곳과 안성맞춤이다. 이 밖에도 검색 엔진 덕덕고(DuckDuckGo)를 위해 일하는 알리는 3년째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살고 있는데, 선앤코는 그녀의 스페인 거처라 할 수 있다.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다.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프랑스인 일러스트레이터인 로랑도 지중해의 영감이 필요할 때면 이곳을 찾는다. 한 번 올 때마다 몇 주씩 머물며 다른 거주자에게 새로운 스킬을 배우고 개인 작업에 집중하는 동시에 번잡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곳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직업적 배경이나 전문 분야, 나이, 관심사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서로 비슷한 삶의 가치를 추구하고, 그래서 많은 영감을 주고받는 것 같다.

선앤코에는 현재 몇 명이 거주하고 있나? 존 현재는 16명이 살고있다. 최대 스무 명까지 지낼 수 있는데 보통 지금 정도의 구성원 수가최적의 밸런스를 보여주는 것 같다. 한 집에서 서로 교류하면서도 너무 복잡하거나 시끌시끌하지 않아 적당하다.

원격 근무를 하는 디지털 노마드 이외에, 어떤 이들에게 선앤코를 추천하고 싶은가? 시에나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거주지에 구애받지않는 라이프스타일을 시도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 여기서 머무는 이들 중에는 단순히 코리빙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찾아온 사람들도 있다. 한편으로는 꼭 유랑이 목적인 아니라, 다른 이들과 생활하며 신선한 영감과 활력을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을 원해 방문하는 사람도 많다. 이들에게 선앤코는 단순한 별장이나 휴가지가 아니라 제2의 집인 셈이다.

커뮤니티를 이끌면서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존 1년전이었다. 선앤코에 머물던 커플이 있었는데 어느 날 저녁 다 함께 식사 자리에서 다음 날 결혼을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집에는 온 지 일주일도 안 된 사람도 있었고, 나를 포함해 이들을 잘 아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모두가 합심해서 결혼식을 준비했다. 24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그렇게 아름다운 결혼식을 준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구성원들이 서로 아낌없이 베푸는 이타적인 면모를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일구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선앤코가 추구하는 코리빙×코워킹 라이프스타일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존 선앤코를 운영하면서 나는 열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구성원들이 서로 돕고 가르치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느끼는 것이 많다. 대가 없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람들의 선한 면을 볼 수 있어 기쁘다. 시에나 코리빙은 내게 인생에 대해 아주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뉴욕에서 온 나는 때로는 느리게 사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또 일에만 매달리지 않고 한발 물러서 새로운 경험과 교류에 초점을 맞출 때 삶이 풍성해질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