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소시지,베이컨 육가공품 가게 5

소금집 델리

성산동 ‘소금집 공방’의 수제 육가공품을 판매하고 이를 활용한 요리도 선보이는 망원동 ‘소금집 델리’. 쇼케이스를 가득 채우고 천장에 달린 고리에도 진열돼 있는 각종 육가공품은 치즈와 과일을 올린 샤퀴테리보드, 구운 감자와 채소를 함께 넣은 플래터 등으로 제공된다.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후 훈연하거나 수비드 방식으로 조리하는 델리 미트는 샌드위치와 잘 어울린다. 바게트를 갈라 버터를 두껍게 바르고 돼지 뒷다리 살로 만든 잠봉을 여러 겹 끼운 ‘잠봉 베르’가 인기 메뉴. 맥주에 곁들일 안주를 찾는다면 돼지 목살에 레드 페퍼를 입혀 매콤한 향이 느껴지는 카피콜라를 권한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19길 14
영업시간 금·토요일 11:00~23:00, 일~목요일 11:00~22:00
문의 02-336-2617

에피세리81

직접 만든 샤퀴테리를 요리에 사용하는 동교동 레스토랑 ‘랑빠스81’의 샤퀴테리를 파는 ‘에피세리81’이 지난 5월 랑빠스81 아래층에 오픈했다. 프랑스 정통 방식을 따르는 40여 가지 제품이 이곳에서 숙성되는데, 고기와 내장, 채소, 향신료 등을 갈아 오븐에 구운 뒤 식힌 파테는 비닐이 아닌 병에 담겨 있어 보관하기 편하다. 빵 위에 바르고 피클을 올리면 맛을 돋워주고, 특히 ‘피스타치오 파테’는 레드 와인과 마리아주가 훌륭하다. 햄과 소시지는 종류별로 50g부터 구매할 수 있으며 테라스에 앉아 샤퀴테리 보드로 맛봐도 좋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30길 17-1 지하 1층
영업시간 12:00~22:00
문의 070-8813-8181

배익헌씨

올해 3월 신월동에서 연희동으로 공방을 이전한 ‘배익헌씨’. ‘Mr. Bacon’의 발음을 한국식으로 표기한 상호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의 육가공품은 베이컨에서 출발했다. 염지부터 훈연까지 약 2주가 걸리는데, 다른 제품에 비해 염분이 3분의 1 정도로 낮고 여섯 가지 이상의 천연 향신료를 사용한다. 로즈메리를 듬뿍 올린 ‘한 덩이 베이컨’은 기호나 상황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조리할 수 있다. 밥반찬이나 캠핑 음식으로도 제격이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 각종 채소와 함께 내놓으면 식감이 좋을 뿐 아니라 보기에도 예쁘다. 훈제 치즈, 육포 등도 판매하며 곧 소시지 2종도 출시할 예정.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홍연길 24
영업시간 화~금요일 10:00~21:00, 토·일요일 11:00~20:00, 월요일 휴업
문의 070-7746-6666

써스데이 스터핑

연희동에 자리한 ‘써스데이 스터핑’은 국내산 돼지고기와 채소, 전통 재료로 육가공품을 만든다. 이곳의 별미는 된장을 넣어 특유한 향이 올라오는 ‘살라미 소프레사’. 살라미만 먹어도 좋지만, 오렌지 콩포트를 얹으면 ‘단짠’의 조화까지 맛볼 수 있다.홀 안쪽으로 넓게 마련된 작업 공간에서는 꾸준히 신메뉴를 개발하는데, 최근에 출시한 구안치알레와 헤드치즈는 머리 고기를 활용했다. 여러 부위의 돼지고기와 채소 등을 함께 갈아 틀 안에서 익힌 후 무거운 것으로 눌러 만든 파테는 레드 어니언 피클, 치즈와 함께 ‘파테 샌드위치’로 즐겨볼 것.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연희로15안길 6-4
영업시간 수~일요일 11:00~19:00, 월·화요일 휴업
문의 02-322-2359

세스크 멘슬

햄이나 소시지를 사러 정육점을 찾는 유럽의 식문화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성수동 인근의 ‘세스크 멘슬’은 어떨까? 생활 밀착형 육가공품 전문점을 지향하는 곳으로 유럽 3개국에서 10년간 쌓은 요리 경력을 바탕으로 매장 지하의 작업 공간에서 제품을 만든다. 우둔살과 돈육을 함께 갈고 에멘탈 치즈를 더해 만든 소시지 ‘케제 크라이너’ 등 해외 육가공 대회 수상자에게서 배운 레시피도 활용한다. 손님이 가공육을 부담 없이 맛보도록 얇게 썬 햄을 끼운 ‘슁켄 샌드위치’, 소시지와 함께 양파와 머스터드 등을 넣은 ‘보스나 샌드위치’, 소시지에 커리 소스를 올린 ‘커리 부어스트’도 판매한다. 모두 유럽에서 대중적으로 먹는 음식이다.

주소 서울시 성동구 성수이로14길 7
영업시간 11:00~20:00, 월요일 휴업
문의 02-6082-0393

고작 이거라니요!

그분이 난 아니래?

소개팅에서 만나 정식으로 사귀기로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K는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내게 몇 시에 태어났느냐 고 물었다. 그런 것에 관심 없어서 잘 모른다고 했더니 엄마한테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지 않느냐고 해서 굳이 엄마 에게 전화해서 물어본 게 기억난다. 몇 달 후 우리가 조금씩 서로의 일상에 자리 잡아갈 때쯤 K가 뜬금없이 이별을 선언했다. 전날만 해도 꿀 떨어지는 저녁을 보내고 헤어졌기에 나로선 황당하기 이를 데 없었다. 혹시 나도 모르게 K를 기분 나쁘게 만든 행동이나 말을 했는지 기억을 찬찬히 더듬어봤지만 짚이는 일이 없었다. 일단 만나서 이야기 하자고 K를 달랬다. 퇴근 후 집 앞에서 만난 K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K의 집안은 할머니 때부터 다니는 용한 점집이 있단다. 할아버지의 병세, 아버지의 사업 등이 모두 그 점쟁이 덕분에 호전됐다고 믿는 K의 집안에서는 자녀들의 결혼 상대도 모두 그 점쟁이 말에 따랐다. K의 두 언니 모두 점쟁이가 궁합이 좋다고 말한 남자들과 결혼했다고 한다. K는 내게서 태어난 시간을 알아간 후 엄마에게 전했고, K의 엄마는 그 점쟁이를 찾아가 나의 사주와 우리의 궁합을 본 것이다. 그 결과 내가 주변에 여자가 많고 무엇보다 자식운이 없다는 점괘가 나왔단다.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은 K는 미안하다며 울기만 했다. 나 몰래 내 사주를 본 것부터도 기분이 몹시 나빴지만 그냥 돌아섰다. 이 정도 만나고 헤어진 게 천운이라는 생각이 들어 본 적도 없는 점쟁이에게 고마울 지경이었다. M(변호사, 33세)

하지 말랬지!

나는 <왕좌의 게임>의 골수팬이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즌 1 이 끝나자마자 원작 소설을 찾아 읽기 시작했고, 여행 갈 때마다 하나씩 사 모은 철왕좌, 킹스핸드 등의 굿즈는 이미 선반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마지막 시즌을 방영하는 올봄을 내가 겨우내 얼마나 기다렸는지 A도 너무나 잘 안다. 연애 초 A에게도 <왕좌의 게임> 영업을 시도했지만 시즌 1을 세 달에 걸쳐 보더니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고 했다. 대망의 시즌 8이 시작하고 얼마 후 <왕좌의 게임>을 보는 친구들과 우리 집에 모여 마지막 회를 함께 보 기로 약속했다. 문제는 그중 한 명이 계속 바빠 종영하고도 몇 주 를 더 기다려야 했다는 것. 내가 속한 모든 커뮤니티는 마지막 회 가 끝나자마자 관련 ‘짤방’으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행여 스포일러 에 노출될까 봐 커뮤니티에 아예 접속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2 주를 보내고 상영회 전날. 친구들 맞을 준비를 하기 위해 마트에 서 장을 보며 여느 때처럼 A와 메시지를 주고받는데 A가 내일 내 가 <왕좌의 게임> 볼 동안 자기는 뭐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심심하면 너도 오라고 했더니 A가 느닷없이 ‘근데 나 오늘 인터넷에서 누가 7왕국 왕이 됐는지 알았다’라고 했다. 나는 침착하게 말 하지 말라고, 3주 동안 기다린 것 알지 않느냐고 했다. A는 ㅋㅋ 웃 으며 ‘래! 메롱~’이라고 답장을 했다. 두 눈을 의심했다.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이후 이어지는 A의 연락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다음 날 A가 집 앞으로 찾아왔다. ‘아직도 화나 있어?’ 하며 웃는 데 옥수수를 털어버리고 싶었다. 웃어? 나는 그 자리에서 그만 만나자고 말했다. 돌아선 순간부터 전화기는 불이 났다. ‘고작 이런 걸로 헤어지는 게 말이 되냐, 친구들한테 뭐라고 말하냐.’ 문자메시지와 전화가 끊임없이 왔다. 휴대폰에서 A를 차단하고 나는 친구들과 즐거운 <왕좌의 게임>의 밤을 보냈다. 그 자리의 모든 친구들은 나의 선택을 이해했다. D(디자이너, 31세)

너 없인 살아도

나는 어릴 때부터 꾸준히 아이돌을 덕질했다. 대상은 수년에 한 번씩 바뀌었지만 덕질을 끊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직장인이 된 이후에는 ‘최애’ J를 위해 마음껏 돈을 쓰는 짜릿함에 더 적극적으로 덕질을 하고 있다. 팬미팅에 가기 위해 월차를 내는 건 당연한 일이고, 홍콩이나 일본에서 하는 콘서트를 보기 위해 휴가 삼아 친구들과 해외 원정을 가기도 한다. B가 내 행동에 기함한 건 새로 나온 앨범을 50장 샀을 때다. 똑같은 앨범을 왜 그렇게 많이 사느냐는거다. 나는 나도 모르게 “사인회에 가려면 이것도 부족해, 나보다 훨씬 많이 사는 사람 들도 있다니까!”라고 말했다. 이후 내 덕질에 대한 B의 간섭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일찍 퇴근한 날에는 “너 집 에 가면 보나마나 유튜브로 J만 볼 거 아냐. 차라리 나랑 대화하는 게 훨씬 너한테 득이지” 하며 전화를 안 끊 거나 같이 있을 때 브이앱 라이브가 뜨면 하던 일을 멈추고 바로 집중해서 보는 나를 향해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기도 했다. 급기야 한 달에 J에게 돈을 얼마나 쓰느냐, 우리도 슬슬 결혼 자금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따지듯 묻는 게 아닌가. 하마터면 진지하게 B와 J의 중요도를 고민할 뻔했다. “J를 좋아한 지 6년째인데 고작 1년 만난 네가 내 인생에서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있어”라고 일갈한 후 B와 헤어졌다. 나도 모르게 주눅 들고 B의 눈치를 본 날들이 너무 억울하다. N(바리스타, 27세)

이건 LP로 들어야해!

<AOR GLOBAL SOUNDS VOL. 4> VARIOUS

시티팝 이전에 AOR이 있었다. ‘Adult Oriented Rock’ 혹은 ‘Album Oriented Rock’으로 불리며 소울과 펑크의 기운이 가미된 부드러운 록을 말한다. 요트록, 혹은 웨스트코스트 사운드라 칭하기도 한다. <AOR Global Sounds>는 그 본산인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 전 세계의 AOR을 모은 컴필레이션 음반이다. 벌써 네번째 시리즈를 맞았고, 여지없이 여름을 앞둔 시기에 발매됐다. 이제 집에서도 이탈리아, 벨기에, 멕시코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레코드 앞뒤를 뒤집을 때는 중간 어디쯤 내려 경유하는 기분으로.

<SECRET RAVE 04> VARIOUS

1990년대를 강타한 브레이크비트가 돌아왔다. 직역하면 분절된 리듬이란 뜻이지만 브레이크비트란 말 자체가 장르처럼 쓰이기도 한다. 넓게 보면 브레이크비트 리듬을 사용한 모든 음악을 브레이크비트라 부를 수 있다. 레이브 또한 그렇다. 특정 장르를 칭하기보다 파티의 형태와 태도에 더 방점이 찍히는 용어다. <Secret Rave 04>는 레이브란 이름으로 브레이크비트를 담았다. 고속 BPM으로 미친 듯 달리기도, 저음으로 전신을 울리기도 한다. 열린 맘으로 광활한 초원에서 비밀 파티를 즐기던 레이브가 이런게 아닐까. 창고와 숲속의 파티가 심심찮게 열리는 지금, 서울의 비밀스러운 레이브는 이제 시작이다.

<빛과 소금 VOL. 1 (2019 REMASTERED)> 빛과 소금

빛과 소금의 첫 음반엔 3곡의 연주곡이 포함돼 있다. 유명한 노래라면 ‘샴푸의 요정’과 ‘그대 떠난 뒤’일 테지만, 레코드를 틀면 가장 먼저 만나는 A면과 B면의 첫 곡은 모두 연주곡이다. 그들은 연주를 들려주길 원했다(고믿는다). 레코드로 음악을 들어서 좋은 점이라면, 어떤 곡이든 피하기 어렵다는 것. 일단 턴테이블에 올려놓으면 듣게 된다. 그러다 뜻밖의 명곡을 발견한다. 그들의 연주에 꼭 어울리는 느슨한 목소리와 장기호가 쓴 곡의 독창적 멜로디 또한 중요하지만, 빛과 소금이 이 음반에서 선보인 과감한 편곡이야말로 들국화와 김현식 이후 새로운 세대의 시작을 알린 것이 분명하다.

<JAPANESE GIRL> YANO AKIKO

충격적인 데뷔 음반. ‘일본 소녀’라는 이름을 내걸고 등장한 야노아키코는 재즈와 일본 팝의 만남을 너무 간단하다는 듯 구현해버린다. 피아노와 기타로 천진하게 첫 곡을 시작해 다이코(북)과 시노부에(피리)로 보란 듯이 앨범을 마무리한다. 그는 이후 (실제로 결혼 생활을 했던)사카모토 류이치를 비롯한 YMO 사단과 협업을 이어가며 조금 더 ‘전자적’으로 변해가지만, 역설적으로 이 덕분에 자유롭고 사이키델릭한 데뷔작은 유일하게 남았다. 꼭 처음부터 순서대로 들을 것. 영국 레이블 위원트사운즈(Wewantsounds)에서 LP와 CD로 동시에 재발매했다.

<PILGRIM> MOGWAA

모과는 영등포에 산다. 영등포에서 음악을 만든다. 서울에서도 변방인 동네지만, 세계는 그를 진작에 발견했다. 그의 다섯 번째 음반 <Pilgrim>은 샌프란시스코의 레이블 스피링 시어리(Spring Theory)를 통해 나왔다. 그가 20대 초반을 보낸 페루와 베트남에서 쌓은 경험을 담았다. 모과의 음반 중 따지자면 가장 하우스에 가깝지만, 강렬한 경험이 그리 단순하지 않듯 풍성한 신시사이저와 정교한 드럼머신 소리 가운데 무엇을 기준 삼아 들어도 좋다. 온통 파랗고 하얗다는 튀니지의 시디부사이드를 담은 어떤 그림에서 비롯된 음반 커버 또한 모호하고 노스탤직한 음악과 잘 어울린다. 레코드를 사면 더 크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