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주얼 샌들 4

주얼샌들 샌들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스트랩에 크리스털을 세팅한 뮬 1백29만원 지미추(Jimmy Choo), 깅엄 체크 뮬 34만8천원 슈콤마보니(Suecomma Bonnie), 새틴 소재의 주얼 장식 슬링백 슈즈 29만8천원 렉켄(Rekken), 버클 디테일이 돋보이는 스웨이드 뮬 가격 미정 마놀로 블라닉(Manolo Blahnik).

구찌가 그리는 가을

구찌 2019F/W
Photo by Kevin Tachman @kevintachman    

지난 5월, 아시아의 새로운 패션 도시로 주목받는 방콕이 아시아 각국에서 온 패션 관계자들로 들썩였다. 구찌의 2019 F/W컬렉션을 공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이 열렸기 때문이다. 방콕의한 공원 속 햇볕이 잘 드는 아름다운 온실이 구찌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장소로 탈바꿈했다. 구찌의 2019 F/W 컬렉션의 테마는 ‘마스크’였는데, 높은 빌딩 숲 사이에 숨은 이 고즈넉한 공간은 보여주기와 감추기라는 모순적인 두 가지 의미의 테마를 설명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었다.

직업상 매년 수많은 런웨이를 직접 보게 되지만, 찰나로 느껴지는 짧은 시간에 끝나버리는 쇼가 못내 아쉬워 더 자세히 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컬렉션이 있다. 구찌가 바로 그중 하나다. 이번 프레젠테이션은 지난 밀라노 컬렉션에서 이미 공개한 옷을 다시 보는 이벤트임에도 눈앞을 스쳐 지나갈 때 언뜻 본 레이어드 스타일링이나 가까이에서 보지 않으면 도무지 알 수 없는 액세서리의 디테일 등 모든 쇼피스를 자세히 살펴볼 생각을 하니, 쇼를 관람하기 전보다 기대감이 차올랐다. 행사장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예상대로 한눈에 마음을 빼앗길 만큼 화려한 컬렉션이 반겼다. 하지만 이번 컬렉션의 진면모는 단지 화려함만은 아니다. 선택적으로 자신을 내보이거나 은폐하는 이중적 의미를 가지는 마스크라는 오브제를 미켈레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결과, 숨은 매력을 가진 레디투웨어가 탄생한 것이다. 마스크를 컬렉션의 테마로 선정한 것은 상반되는 아이템을 위트 있게 매치하는 것이 주특기인 미켈레다운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뜨거운 여름이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올가을 입고 싶은 충동이 드는 ‘반전이 있는 젠더리스’ 컬렉션이 펼쳐졌다.

남성복의 목 부분에 레이스를 장식하거나 주얼리를 과감하게 매치하고, 채도 높은 컬러 팔레트로 기존보다 한층 더 여성복에 가깝게 완성했다. 반면 여성복은 극도로 러블리한 이너웨어를 오버사이즈 케이프나 투박한 재킷으로 가리거나 부분적으로 비닐 소재를 가미하는 등 반전을 이루는 디테일을 더했다. 옷만 얼핏 보고는 남성복인지 여성복인지 알 수 없도록 성별 구분을 파괴한 컬렉션이 탄생한 것이다. 실제로 여성인 내가 컬렉션을 둘러보며 당장 사 입고 싶다고 생각한 옷은 대부분 남성복이었다. 이뿐 아니다. 새롭게 선보이는 무아레 패턴의 소재나 퀼팅 기법 등 퀄리티 면에서도 유서 깊은 하우스 브랜드의 진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이번 컬렉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는 바로 액세서리다. 컬렉션의 메인 테마인 마스크는 물론 다채로운 컬러의 볼드한 주얼리, 발목을 묶는 새로운 디자인의 샌들,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새로운 실비 백과 GG 토르숑 로고가 돋보이는 백까지. 다양한 액세서리가 컬렉션을 한층 더 풍요롭게 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 하나도 빼놓지 않고 ‘구찌스럽다’라고 평가하고 싶은 이번 컬렉션을 구입할 생각이 있다면 꼭 매장을 직접 찾아가 둘러보길 권한다. 화려한 첫인상에 가려져 알지 못했던 반전 매력을 느낄 수 있을 테니.

 

 

2019 F/W 펜디 오트 쿠튀르 컬렉션

펜디의 쿠튀르 컬렉션은 단순히 ‘장인이 만든 아름다운 옷을 보여주는 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로마를 대표하는 하우스 브랜드로 헤리티지와 장인정신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펜디가 문화유산 복원을 후원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상징적인 행사이기도 하다. 수년전 트레비 분수 복원을 기념한 컬렉션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던 펜디의 다음 목표는 콜로세움이 정면으로 보이는 팔라티노 언덕이었다. 2019-20 F/W 쿠튀르 컬렉션은 팔라티노 언덕의 ‘비너스와 로마 신전’ 복원 작업을 후원한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공표함과 동시에 올해 초 타계한 칼 라거펠트에게 헌정하는 의미를 담았다. 로마와 팔라티노 언덕이 펜디 쿠튀르 컬렉션의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이자 쇼를 하기에 가장 완벽한 장소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이번 쿠튀르 컬렉션의 주제는 로마의 대리석이었다. 모든 룩에 황수정, 로즈 쿼츠, 칼세도니 등 원석 컬러 팔레트를 중심으로 돌 무늬가 연상되는 패턴을 더했다. 총 54벌로 구성된 컬렉션은 칼 라거펠트가 펜디 하우스에 몸담았던 54년의 시간을 뜻하며, 그가 생전에 그린 스케치와 동일한 실루엣으로 선보여 쇼를 더욱 뜻깊게 만들었다. 돌, 땅 등 자칫 무거워 보일 수 있는 자연의 요소를 튈, 실크 무아레, 얇은 가자르 소재로 표현해 완성한 룩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가벼워 보였다. 펜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퍼 장인들의 작품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였다. 마블 페인팅을 한 밍크, 마치 정교하게 수놓은 듯한 퍼 트리밍 등 모든 요소가 하나하나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노을이 질 무렵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런웨이를 사뿐하게 걷는 모델의 모습 역시 시공을 초월한 대지의 여신처럼 우아해 보였다. “로마와 이탈리아를 너머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을 이어가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펜디 회장 겸 CEO 세르주 브륀슈위그의 말이다. 펜디는 이번 컬렉션을 시작으로 다시금 로마 문화와 역사에 기록될 큰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됐다. 그 의미를 알고 나니 이번 컬렉션이 더욱 경이롭게 느껴졌다. ‘전통과 노하우, 창조성, 이탈리아다움’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펜디는 ‘영원의 도시’라고 불리는 로마에 끊임없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