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사장님의 술집

에디터의 와일드덕칸틴

내추럴 와인을 마시고 싶을 때는 무조건 이곳으로 간다. 주종이 다양하고 가격도 적장한 데다 런던 어딘가의 캐주얼한 펍에 와 있는듯한 기분까지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날의 기분이나 마시고 싶은 술을 두루뭉술하게 얘기해도 매번 찰떡같이 알아듣고 어딘가에서 만족스러운 와인을 꺼내주는 사장님이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 33
문의 010-9964-3357

와일드덕칸틴 옥타

내게 좋은 술집의 기준은 맛있는 음식이 있느냐 없느냐다. 그래서 연남동의 옥타에 간다. 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곳이지만 인기가 많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갈 때마다 꼭 시키는 나만의 세트가 있는데, 두유소주나 와인에 스지찜이나 야키소바를 먹는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26길 42
문의 02-325-8056

옥타 기노

기노에서는 어떤 메뉴를 시켜도 실패하지 않는다. 믿고 먹을 수 있을만큼 실력이 출중한 셰프가 든든하게 주방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일식 메뉴는 물론이고 파스타도 꽤 훌륭하다. 제철 재료로 만든 그날의 메뉴가 있다는 점도 좋다. 나는 주로 과일 향이 감도는 사케를 마신다. 음식이 맛깔스러워 술이 절로 넘어가는 곳이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삼개로3길 6-1
문의 02-6489-0053

기노 쿠시무라

제대로 된 야키토리를 내는 곳이다. 여러 곳을 찾아가봤지만 이 집보다 나은 곳을 찾지 못했다. 오랜 시간 수련하듯 야키토리에 집중한 사장님의 내공이 돋보여 좋아하는 곳이다. 재료가 떨어져 문을 빨리 닫는 날이면 방앗간 찾는 참새처럼 쿠시무라에 들러 술과 야키토리를 즐긴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3길 13
문의 02-333-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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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페어링은 음악

콤팩트 레코드 바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9월. 작열하던 태양 아래 늘어져 있던 몸을 일으켜 경쾌한 발걸음을 내딛을 때가 왔다. 미국의 전설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램지 루이스의 연주부터 색소폰, 트럼펫, 트럼본 브라스 섹션을 기반으로 한 밴드 애브스트랙트 오케스트라가 재해석한 힙합까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곡들이다. 미처 가시지 못한 열기가 남아 있으니 맥주나 위스키 한 잔 마시며 가볍게 몸을 움직여보는 건 어떨까. 야외보다는 소리를 꽉 채울 수 있는 공간을 추천한다. 그곳이 콤팩트 레코드 바라면 더 좋고!”

Today Herbie Mann
Operation Lifesaver Abstract Orchestra
You are the reason Ramsey Lewis
Stick with it Ray Bryant
Na Ta Ka Blue Mitchell

 

락페이퍼시저

“의식하지 않으면 느껴지지 않는 공간처럼 무의식의 범주에 머무르는 앰비언트 뮤직을 테마로 삼았다. 앰비언트 뮤직은 소리의 질감을 강조해 공간감을 조성하는 것이 특징으로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고요하고도 잔잔하게 사람들 사이를 흐른다. 한층 차분해지는 이 계절, 락페이퍼시저에서 무거운 침묵을 채우는 음악을 들으며 자연스레 서로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거나 휴식과 사색의 시간을 경험해보기를 바란다.”

20:17 Ólafur Arnalds & Nils Frahm
Awake Tourist
Deeper Leisure
(Dream) Salvia Path
Photo with Grey Sky, White Clouds Jonny Nash & Suzanne Kraft

 

디스코 서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이 서서히 저물어가는 것을 느낄 때면 여름날의 태양만큼이나 빛나던 마음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선선해진 가을바람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계절과 계절의 길목에서 지나가는 여름을 추억하거나 다가올 가을을 기대하며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했다. 여름날의 달뜬 마음과 가을의 정취 사이에서 술 한 잔과 함께 다시금 새로운 것을 맞이할 준비를 해보자.”

Cajun Moon Herbie Mann
Last Summer in Rio Azymuth
Close to You Jacob Collier
추억으로 달리는 버스 박성신
City Lights William Pi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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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살아요

사랑 연애

더 설레는 연애를 위해

한순간이었다. ‘사귀자’는 말 한마디로 우리는 20년지기 친구에서 연인이 되었다. 직업적 고민부터 가정사와 연애사까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그와의 연애는 이해시킬 일이 없어서 편했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어떨 때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 원하는 것을 잘 알아서 수월했다. 다만 새로 알아가는 재미가 없다는 사실이 함정이었다. 서로에게서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게 연애를 설레고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인데, 우린 그게 없었다. 그래서 동거를 시작했다. 밥먹기, 영화 보기, 술 마시기, 여행 등 다 같이 해봤지만 같이 살아본 적은 없으니까. 결론적으로 우리의 선택은 꽤 성공적이다. 그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속옷까지 색깔별로 정리하는 깔끔한 습관이나 아침에 일어나서 부스스한 얼굴로 안경부터 찾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다. 게다가 잠들기 전 잘 자라고 인사하거나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마주치는 사소한 순간마다 묘하게 설렌다. 다른 사람들에겐 동거가 서로 익숙해지기 위한 방식이라면, 우리에게 동거는 서로에게서 생경한 모습을 발견하기 위한 방식이었다. 동거 세 달 차, 우리에게는 여전히 매일 새롭고 설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C(브랜드 디렉터, 34세)

 

동거라서 차라리 다행이야

프러포즈를 받은 순간부터 시작된 우리의 결혼 준비는 거칠 것이 없었다. 각자의 부모님에게 축복받으며 결혼 허락을 받았고, 상견례도 큰 의견 충돌 없이 즐겁게 치렀다. 웨딩 사진은 친구에게 부탁해 간단하게 찍었고, 마음에 드는 식장도 어렵지 않게 구했다. 모든 것이 수월했는데, 그중 가장 간단했던 일은 의외로 집 마련이었다. 결혼을 준비하는 시기에 운 좋게 내가 아파트를 분양받았기 때문이다. 각자 월세를 내며 원룸에서 살던 터라 조금 서둘러 살림을 차렸다. 정확히 말하면 동거지만, 어차피 결혼할 사이니까 신혼생활을 미리 하는 거라며 부모님도 어렵지 않게 설득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산다는 생각만으로 마냥 꿈에 부풀어 있던 우리의 동거 생활은 정확히 일주일이 지나면서 악몽으로 변했다. 연애할 때부터 결혼 준비 기간까지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는 우리였는데, 같이 살기 시작하기가 무섭게 몰랐던 문제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독립한 지 5년이 넘은 그는 제 손으로 밥 한 번, 청소 한 번 하지 않았고, 내가 하루라도 집을 비우는 날이면 지저분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집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모든 집안일은 내 몫이 되었고, 심지어 장을 볼 때도 그는 은근히 돈을 내는 일을 나에게 미뤘다. 어른스럽고 남자다운 모습에 반해서 결혼을 결심했는데, 알고 보니 그는 집안일은 여자 몫이라고 생각하는 한남 중의 한남이었다. 남들 시선을 신경 쓰는 탓에 살면서 단 한 번도 일탈을 감행해본 적 없지만, 이번만큼은 결심을 해야 했다. 거실 곳곳에 뒤집어진 채 널브러져 있는 그의 양말을 본 그날, 나는 그에게 선언했다. 우리의 동거도, 결혼도 오늘로 끝이라고. 내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동거는 그렇게 상처와 큰 교훈을 남겼다. K(은행원, 30세)

 

비밀이야

우리는 6년째 연애 중이자 3년째 비밀 동거 중이다. 우리의 동거가 비밀이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결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오래 사귄 여자친구와 동거를 시작한다고 하면 누구나 으레 곧 결혼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동거 기간이 길어지면 왜 결혼하지 않느냐고, 이제 그만 식을 올리라고 재촉한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부모님이나 친구들 말에 떠밀리듯 ‘결혼을 해야 하나?’ 하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동거는 우리만 아는 사실이 되었다. 솔직히 조금 불편하긴 하다. 친구들과 다 같이 놀다가 헤어질 때면 각자 방향이 다른 척 택시를 탔다가 집에서 만났고, 간혹 부모님의 급작스러운 방문을 막는 일은 해도 해도 뻔뻔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친한 친구한테만 털어놓고 싶은 충동을 가라앉히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연예인도 아니면서 공개할지 말지를 놓고 심도 깊은 토론을 벌인다. 그리고 현재까지 결론은 비밀을 유지하는 쪽이다. 어떤 틀에도, 말에도 얽매이지 않고 우리만의 공간에서 연애를 하는 것이 비밀을 털어놓지 못하고 지내는 걸 감수할 만큼 충분히 행복하기 때문이다. 3년 동안 같이 살면서 서로의 생활 방식에 적응하느라 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그러면서 우리만의 룰을 정했고, 이제야 익숙함 속에서 즐거움을 찾기 시작했는데 솔직하려다 괜히 이렇게 완벽한 동거를 망치고 싶지 않다. 언젠간 들키겠지만, 일단 오늘까지는 무사히 즐겁게 같이 사는 중이다. P(작가, 38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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