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기용

장기용 BIFF
가죽 재킷 랩101(Lab 101), 블랙 와이드 팬츠 코스(COS), 블랙 레이스업 슈즈 토즈(Tod’s), 블랙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장기용 BIFF

장기용 BIFF
화이트 터틀넥 지이크 파렌하이트(Sieg Fahrenheit), 화이트 니트 스웨터 알렌느(Haleine), 와이드 팬츠 메종 마르지엘라 바이 베리나인(Maison Margiela by Verynine) 스니커즈 부테로(Buttero).
장기용 BIFF
화이트 셔츠 코스(COS).
장기용 BIFF
블랙 터틀넥 지이크 파렌하이트(Sieg Fahrenheit), 와이드 팬츠 코스(COS), 블랙 샤인 로브 코트 잔키(Jaan Kee), 로퍼 토즈(Tod’s).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 오늘 개봉했습니다. 첫 영화 개봉인 만큼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신기했어요. 어릴 때 영화관에 가서 그 큰 스크린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신처럼 대단해 보이잖아요. 그런 큰 사람들만 영화에 나온다고 생각했거든요. 서울로 올라와 모델을 하고 드라마를  찍고 그러다 영화까지 참여하게 됐다는 것이, 그 스크린에 제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묘해요.

거대한 스크린 속 자신을 마주했을 때 기분이 어떻던가요? 좀 이상했어요. 신기하면서도 ‘목표를 이루었구나’라는 대견스러움도 조금 들고요. 울산에서 태어나 ‘울산의 아들’로 서울에 와서… (웃음) 복합적인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드라마 촬영만 해오다 이번에 영화라는 특수한 현장을 경험했어요. 배우로서 새로운 즐거움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드라마는 연기한 내용을 추후에 TV로 확인하고, 시청자들의 의견을 참고하며 연기를 수정해나갈 수 있다면 영화는 실시간으로 현장 편집을 거치며 감독님, 선배님들과 함께 그때그때 연기에 대해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것 같아요. 이‘ 장면은 이렇게 하면 이런 느낌이 나오는구나, 다음에는 이런 식으로  해볼까?’ 식으로 소통하며 디테일을 잡아간다는 점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웃긴 신이 있으면 같이 모니터링하면서 깔깔깔 웃기도 하고요. 그런 촬영장 분위기나 에너지가 저를 조금 더 편하게 만들고 부담도 줄여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야기 나눌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까 빠르게 적응 할 수 있었고요. 지금은 ‘아, 조금 더 현장을 즐길 걸’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영화란 이렇구나 하며 배운 게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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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재킷 랩101(Lab 101).
장기용 BIFF
블랙 터틀넥 지이크 파렌하이트(Sieg Fahrenheit), 와이드 팬츠 코스(COS).

‘고유성’이라는 역할은 원작에는 없던 캐릭터입니다. 처음 해석하는 과정에서 배우로서 어떻게 접근하고, 발전시켜갈지 고민도 있었죠? 고유성은 형사 출신이고, 경찰 집안의 엘리트로 바르게 살아오다 감옥에 들어가게 된 인물이에요. 그러니 자신이 감옥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말이 안 되게 느끼는 거죠. 성폭행범, 살인범과 한 공간에 있다는 것이 용납이 안 되는 거예요. 그 분노가 결국 독기로 변하게 된 거라 봤어요. 그러니 독기 있는 캐릭터라고 해서 무작정 힘을 넣어 오버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고요. 또 무엇보다 새로 추가된 캐릭터인 만큼 원작 드라마의 멤버들과 있을 때 한 팀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에 가장 신경을 썼어요. 내가, 그리고 관객들이 봤을 때도 ‘아, 진짜 나쁜 녀석들 같다, 신입이지만 진짜 팀처럼 보인다’라고  느낄 수 있도록. 이 점에 중점을 둬서 연기 준비를 했어요.

2개월 동안 고강도 액션 훈련도 받았어요. 드라마를 통해 액션을 해봤지만 영화로 실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됐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영화다 보니  조금 더 섬세하게 동작을 잡을 수 있었어요. 캐릭터 자체가 거침없는 성향이니 제가 영화가 처음이라고 해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캐릭터의 성정대로 돌진하려 했고요. 촬영 한두 달 전부터 서울 액션스쿨에서 무술 감독님과 합을 맞추고, 연습 영상을 휴대폰으로 찍은 뒤 집에 와서 연구하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진짜 잘하고 싶었거든요. 영화에서는 신인이지만 ‘장기용이라는 사람이 영화는 처음인데, 처음치고 곧잘 하네?’라는 말이 듣고 싶었어요.

최근 종영한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탄탄한 마니아층이 만들어지며 깊이 사랑받은 작품입니다. 이런 반응이 배우로서 새롭고 즐거웠을 것 같습니다. <검블유> 속 박모건은 제가 처음 보여드린 모습이었어요. 웃는 모습이나 말투 등 실제 저의 모습과 가장 가까운 편이었고요. 제 경우에는 매 작품 처음 글로 읽은 느낌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옮겨질지, 내가 어떻게 얼마큼 소화하고 표현할 수 있을지 그 궁금증과 설렘으로 연기를 시작해왔거든요. <고백부부> 끝나고 <나의 아저씨> 속 거친 캐릭터를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고요. <검블유> 역시 마찬가지예요. 대중들에게 처음 보여드린 모습이기 때문에 걱정도 있었지만 박모건이라는 캐릭터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참 좋은 글이잖아요. 아쉽고 미흡한 부분도 있겠지만 연기한 지 얼마 안 된 신인 배우로서 대중이 ‘장기용이라는 배우가 이런 것도 가능하네’라고 느꼈다면 그걸로도 충분해요. 그런 면에서 <검블유>는 대중들께 또 다른 사랑을 받은 고마운 작품이고요. 모델로 활동을 시작해 진지하게 연기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진지하게 고민했다기보다 모델이 너무 되고 싶어 울산에서 상경했어요. 카메라 앞에 서서 멋진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일에 희열을 느꼈고요. 그렇게 5년 동안 순수하게 최선을 다해 즐기며 모델 장기용으로서 이름을 알릴 수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뮤직비디오 출연 제안을 받게 됐고, 그 후 드라마 오디션 기회가 왔어요. 처음 연기 오디션을 보는데 너무 긴장됐고, 또 볼 때마 다 안 됐어요. 다 떨어졌어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실패를 거듭하다 보니 ‘그래, 한번 진지하게 해보자. 제대로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커졌어요.

오기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오기보다 더 큰 다른 마음이 연기를 잘하고 싶게 만들 것 같은데요. <고백부부>도 <나의 아저씨>도 그렇고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제 입장에서 보면 작품마다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잘하면 됐는데, 왜 이렇게 안 했지?’ 하는 크고 작은 후회가 저를 더 열심히 연기하게 만드는 힘 같아요. 성실히 보완해서 다음 작품에서는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 그게 지금 저를 불사르는 포인트인 것 같아요. (웃음)

연기를 시작하기 전 장기용과 시작하고 난 뒤 장기용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뭔가요? 성향이 조금 바뀐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엄청 낯가리고 소심했거든요.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도, 내가 말할 때 사람들이 주목하는 시선도 무서웠어요. 한데 이렇게 점차 사람들 앞에서 일을 하는 직업을 갖다 보니 예전보다는 적극적이고 개방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이제는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도 하고요. 제 자신이 점점 열리고 있는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 특성상 현장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일한다는 것이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네요. 맞아요. 지금 기자님과 말하는 것도 예전 같으면 거의 음소거 수준의 미세한 목소리로 인사나 겨우 했을 거예요. (웃음) 이렇게 만나자마자, 마주 앉자마자 눈 마주치며 인터뷰하는 게 자연스러워진 것도 배우를 하면서 변화한 거죠.

낯가림을 극복해가며 지금의 자리까지 오는 데에 인간 장기용의 어떤 면이 도움을 준 것 같나요? 아무리 작은 기회라도 이걸 어떻게 내가 좀 더 잘 잡을 수 있을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매달리며 소중하게 여긴 것이 힘이 된 듯해요. 예전 모델 일 할 때도 처음 1년간은 일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잡지에 작게 얼굴이 실리는 기회가 왔어요. 그 촬영이 다른 모델들, 혹은 서울에 사는 친구들에게는 흔히 접하는 일거리겠지만 저에게는, 저이기 때문에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한 촬영이었던 거예요. 내가 이 기회를 내 색깔로 제대로 잡으면 그다음 더 큰 기회가 올 것 같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드라마 기회가 왔을 때도 어영부영하지 않고 온전히 매달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점이 지금까지 나아갈 수 있었던 힘 같아요.

작년과 올해는 유독 바쁜 날을 보냈습니다. 2019년은 배우 장기용에게 어떻게 기억될까요? 사실 ‘배우 장기용’으로 불리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됐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인터뷰할 때 스스로 ‘모델 장기용입니다’라고 말했고 내가 내 입으로 배우 장기용이라 칭하는 것이 쑥스럽고, ‘그래도 되나? 괄호 치고 ‘긁적긁적’이었거든요.(웃음) 부끄러웠고, 아직까지는 스스로 마음의 준비가 안됐기 때문에 육성으로 터져 나오지 않았던 거예요. 근데 올해 초 <나의 아저씨>를 지나며 주변에서 ‘배우 장기용’이라고 많이 불러주시더라고요. 앞으로 한 작품, 한 작품 거듭할수록 대중이 봤을 때도 자연스럽게 배우 장기용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배우 장기용 했을 때 ‘아, 저 배우 어떤 작품 했는데 연기 괜찮더라,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라고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고요. 2019년, 부지런히 해왔기 때문에 이 기운들로 2020년에도 배우 장기용으로서 대중에게 더 친근하고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싶어요.

새로운 세계로 빠져드는 #안지호

안지호 BIFF
스웨트셔츠와 안에 입은 셔츠, 코듀로이 팬츠 모두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슈즈 커먼 프로젝트(Common Projects),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안지호
<보희와 녹양> <나의 특별한 형제> <우리집>

연기를 처음 시작한 게 언제였나? 초등학교 5학년 겨울에 시작했다.

처음부터 연기에 재미를 느낀 건가? 그런 것 같다. 연기를 배울 때 어떤 상황을 설정하고 자유롭게 즉흥 연기를 해보라고 한 적이 있다. 그게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하듯이 놀았다. 그때부터 연기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아무 대본도 없는 즉흥 연기를 즐기는 사람은 드문데, 확실히 타고난 면이 있는 것 같다. <우리집> 오디션도 즉흥 연기로 봤다. 주어진 어떤 영화에 나오는 상황에서 자유롭게 연기하는 것이 최종 오디션이었는데 되게 재미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부족한 점을 어떻게든 보완하고 싶어서 노력하고 있다. 그나마 재능이라면 평소에 그리는 걸 좋아하는데, 그리면서 상상하는 것이 많다. 그런 상상이 연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긴 하다.

안지호라는 배우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영화 <보희와 녹양>이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감독님이 영화 <가려진 시간>을 보시고 거기서 내가 맡았던 역할이 ‘보희’와 비슷한 점이 있다며 나를 캐스팅하셨다.

보희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보희는 섬세하고 겁 많고 소심하지만 순수한 아이다. 보희가 가진 그런 특징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그중 가장 신경  쓴 건 보희가 앓고 있는 신경성 기흉이라는 병을 표현하는 거였다. 이 병의 증상을 찾아보고 이해하고 표현하려고 애썼는데 잘 못한 것 같아서 아직도 그 부분이 많이 아쉽다.

혹시 연기하면서 자신이 보희와 닮았다고 생각한 지점이 있나? 보희의 소심한 어떤 부분에 공감한 적이 있다. 또 나도 보희처럼 겁이 좀 많다. 그것 빼고는 다 다르다. 보희는 수영 말고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데, 나는 학교에서 맨날 축구나 농구를 하며 논다. 특히 축구를 무척 좋아한다. 축구 하다가 다리가 두 번이나 부러졌는데도 축구가 좋다. 얼마 전에도 학교 대표로 나가서 준우승을 했다.

영화에서 꽤 과감한 노출도 감행했다. 대본에 그렇게 써 있기는 했지만 정말 벗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진짜 벗어야 한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같이 연기하는 서현우 선배님이 먼저 벗으셔서(웃음) 그때부터 부끄럼 없이 정말 재밌게 놀면서 연기했다.

어느 때보다 배우로서 특별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보희와 녹양> <나의 특별한 형제> <우리집>이 연이어 호평받았다.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 작품 모두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다. 정말 행복하고 한편으론 긴장도 되면서 설렌 해로 기억이 남을 것 같다.

<우리집>에서 부모의 싸움을 겪는 ‘찬희’나 <보희와 녹양>에서 아빠 얼굴을 모르는 ‘보희, ’,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장애를 가진 ‘세하’ 모두 실제로 겪어본 적 없는 일을 연기해내야 했다. 이를 표현하는 데 어떤 과정이 필요했나? 그냥 그 인물이 처한 상황에 더 들어가보려고 했다. ‘이건 이런 감정으로 생각하고 표현해야겠다’고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그 인물로서 느껴지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려고 한다. 그리고 계속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나의 특별한 형제>는 처음으로 몸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연기를 해야 했는데, 그래서 화가 나거나 눈물이 터지는 감정의 변화가 일어날 때 본능적으로 생기는 움직임을 자제하려고 연습을 많이 했다. <우리집>은 상대적으로 인물이 처한 상황에 몰입하기가 수월했다. 사실 <우리집>은 대본이 없었다. 촬영 전에 다 같이 만나서 감독님이 상황을 알려주면 연기하고, 그때 나온 말을 대사로 옮겨 써주셨다. 내 입에 편한 말로 대사를 만들다 보니 외우기도 쉽고, 촬영할 때도 ‘아 이때 이랬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상황에 빠질 수 있었다.

세 작품 모두 우는 연기가 압권이다. 초등학교 때 엄마한테 혼날 일이 있었는데, ‘울면 혼내지 않겠지’ 하는 생각에 울었던 적이 있다. 그랬더니 진짜 혼내지 않으셨다. 그때부터 사소한 일에도 잘 울게 됐다.(웃음) 요즘은 안 그런다. 울 일도 별로 없고.

이른 나이에 연기를 시작해서 좋은 점도 있고, 어려운 점도있을 것 같다. 내 나이에 경험해보지 못할 것을 경험할 수 있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신기하고 새롭고 좋다. 하지만 아직 경험이 적어서 표현하는 데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

연기를 위해서 해보고 싶은 경험이 있을까? 그냥 내 또래 애들이랑 똑같이 잘 지내면서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경험해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영화에서 배우는 것이 완전히 다를 것 같다. 영화를 통해 어떤 것을 배우고 있나? 학교에서 지식과 교우 관계를 배운다면, 영화에서는 예의와 협동심을 더 많이 배우게 된다. 한 작품을 위해 다 같이 한마음으로 작업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영화를 만드는 데는 엄청난 협동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감독이 있나? 봉준호 감독님 작품에 출연하는 게 꿈이다.

<우리집>으로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그 얘기를 했나? 떨려서 말 못했다.

안지호 BIFF

나를 알아가는 과정 속의 #이재인

이재인 BIFF
레이스업 원피스 레하(Leha), 안에 입은 흰색 티셔츠 아이디어(Idea), 비즈 네크리스 토요일(Toyoil).

이재인
<사바하> <우리들의 시간> <봉오동 전투>

상반기 <사바하>를 마친 이후에도 쉴 틈 없이 작품을 이어가는 중이다.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에 이어 <봉오동 전투>도 개봉했고, 곧 <아워 바디>도 개봉한다. 올해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나? 드라마 찍을 때를 제외하고는 무대 인사를 다니는 시간이 많았다. 이전에는 해본 적 없던 일인데, <사바하>와 <봉오동 전투>로 무대 인사를 다니면서 관객을 만나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처음에는 엄청 긴장했는데 갈수록 관객이 박수도 많이 쳐주고 반응이 좋으니까 자신감이 좀 생겼다. <사바하>로 한창 무대 인사를 다닐 때였는데, 인사하자마자 반응이 너무 좋아서 말을 하다가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무대 인사를 마친 뒤에도 마음이 벅차 한참 울었다.

확실히 <사바하>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고, 이를 배우 이재인의 대표작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바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영화인데, 그런 영화가 내 대표작으로 남는다는 것이 신기하고 감사하다.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이 남아 있다. <사바하>를 하면서 만난 ‘금화’라는 캐릭터도 좋았고, 감독님이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도 좋았고, 열정 넘치는 스태프들과 같이 작업할 수 있었던 것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사바하>를 대표작으로 꼽아주시는 게 굉장히 감동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사바하>로 신인상을 무려 세 번이나 받았다. 혹시 수상 소감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하나? <사바하> 속 ‘금화’와 ‘그것’은 내가 만들어낸 인물이지만, 동시에 많은 분의 영향을 받아서 만든 캐릭터다. 그래서 금화와 그것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가장 많이 했다.

혹시 미처 못해서 아쉬운 말이 있나? 수상 소감 얘기할 때 반 친구들이랑 선생님을 빠뜨려서 친구들한테 불만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에 상을 탈 때는 반 친구들 이름을 꼭 말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다음에는 나에게도 말을 해주고 싶다. 사실 나 스스로 칭찬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남들이 해주는 칭찬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나도 날 한 번쯤 칭찬해줄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바하>와 <아름다운 세상><봉오동 전투>에서 완전히 다른 인물을 연기했는데도 묘하게 세 인물 간의 접점이 있다. 보는 사람에게 연민을 갖게 만드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그동안 연기한 캐릭터들이 주로 슬픈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린 배우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폭넓지 않고, 슬픈 연기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그렇지만 모두 각각의 이야기를 가진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다.

박정민, 이정재, 유해진, 엄태구 등 여러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을까? 말 그대로 어깨너머로 배우고 있다. 어떤 배우의 연기에서 좋은 부분을 바로 옆에서 보면서 ‘아, 이런 건 이렇게 하는구나’ 하고 조금씩 배우고 있다. 엄태구 선배님과 영화 <어른도감>을 함께 찍었는데, 능청맞은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을 보면서 ‘연기를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태구 선배님이 촬영하기 전에 긴장을 풀기 위해 점프하는 걸 보고 나도 따라 해보면서 긴장을 풀어보기도 했다. 또 박정민 선배님이 눈앞에서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더 깊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다.

작품을 해나가면서 조금씩 익숙해지는 부분이 있다면? 반대로 여전히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연기는 매번 새로운 것 같다. 항상 적응이 안 되고 카메라 앞에 서는 건 늘 떨리지만, 그나마 익숙해진 부분이 있다면 눈물 연기인 것 같다. 아무래도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많아서 이에 대해 계속 고민하다 보니까 지금은 나만의 작은 해답을 찾은 것 같다. 그런데 반대로 밝은 모습을 표현하는 건 어렵다. 어릴 때는 촬영이 되게 재미있고, 놀러 온 기분으로 하다 보니까 잘 나왔는데 이제 ‘나는 배우다. 꼭 잘해서 이제 보여드려야지’ 하는  책임감이 생기니까 오히려 어려워지는 것 같다.

혹시 본인을 캐스팅한 이유를 물어본 적 있나? 오디션을 볼 때마다 대본을 나름대로 세세하게 분석해가는 편이다. 이걸 장점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분석한 것을 설명 할 때 감독님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이른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해 아쉬운 건 무엇인가? 아직 내 성격을 잘 모르겠다. 성인이 되거나 자아가 확실히 확립되면 ‘내가 어떤 사람이다’라고 정의 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은 그게 안 되는 것 같다. 나는 소심할 때도 있고, 되게 적극적일 때도 있고, 우울한 사람처럼 보이다가도 금세 밝아지기도 한다. 그런 부분이 혼란스럽지만 배우로서 연기할 때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 캐릭터에 따라서 이리저리 바꿀 수 있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역할에 따라서 내 인격 자체가 많이 흔들리면 안 되겠지만, 그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인 것 같다.

빨리 성인이 돼 더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은가, 아니면 이 과정 자체를 조금 천천히 즐기고 싶은가? 성장하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 내가 이만큼, 여기까지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좀 뿌듯하기도 하고. 성급하게 쌓아가다 보면 무너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천천히 나를 메워가고 싶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나? 요즘 흥미 있는 장르가 액션이다.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하고, 스포츠도 굉장히 좋아하는데 요즘은 검도를 배우고 있다. 액션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 볼 때마다 되게 신기했다. 합을 맞추고 그런 부분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또 언젠가 내가 아주 좋은 작품을 쓰게 된다면, 내가 쓴 작품에 직접 출연해보고 싶다. 내가 썼으니까 내가 제일 잘 알 수 있고, 그래서 더 재밌는 작업이 될 것 같다.

이재인 BI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