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나를 찾아서 #김재영

김재영 BIFF
니트 터틀넥과 와이드 팬츠 모두 김서룡(Kimseoryong).

김재영
<돈> <은주의 방>

드라마 <은주의 방>, 영화 <돈>에 이어 지금은 두 편의 드라마를 촬영 중이다. 배우로 데뷔한 이래 가장 꽉 찬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내지  않았나 싶다. 새로운 역할에 도전했고, 전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어디 가서 배우라고 당당하게 말하진 못한다. 내 입으로 쉽게 말하기 어려운 직업인 것 같다. 그래도 올해는 ‘내가 배우의 길을 향해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확고하게 든 것 같다.

영화 <돈>을 보면서 ‘우성’이라는 인물을 소화하기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우성처럼 완벽하다는 이유로 생겨난 캐릭터 전우성을 표현해야 하는 데다 유지태, 조우진,류준열 등 강렬한 힘을 가진 배우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연기를 해내야 했을 테니. 전우성이라는 캐릭터는 냉정한 돈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돈보다 친구 일현(류준열)을 좇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 어려웠다. 혼자만 다른 지점에서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주눅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밝고 위트 있는 우성의 분위기를 더 재미있게 살릴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크다. 작품을 보면 늘 아쉬운 부분이 크게 보인다.

그럼에도 전작에 비해 유연해졌다,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는 반응도 있다. 그동안 주로 어둡고 차가운 분위기의 역할을 많이 맡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게 내 본모습이라 그런 것 같다. 평소에는 <돈>의 우성처럼 까불거리고 장난스러운 성격이다. 오디션을 볼 때 엉뚱한 짓도 많이 하고, 말도 웃기게 했는데 감독님이 영화에도 그런 모습으로 나오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셨다. 나 스스로도 멋있거나 어두운 역할에서 벗어나 가볍고 밝은 역할을 해보고 싶은 갈증이 있었는데, <돈>과 드라마 <은주의 방>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만족한다.

연기하면서 대중의 반응에 신경 쓰는 편인가? 엄청 쓴다.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요즘은 더욱 그렇고. 실수를 안 해야겠다, 허점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진다. 편해지고 싶고,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완벽히 떨쳐내기엔 아직 부족한 단계인 것 같다. 모델 출신이라는 사실도 지금은 괜찮지만, 전에는 신경 쓰이는 부분 중 하나였다. 오디션 볼 때 연기를 보여주기도 전에 모델은 연기를 못하니까 이미지만 보면 된다는 반응이 있었다. 그런 부분에 대해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지만 모델로 활동한 시간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 덕분에 연기를 하게 된 거니까.

지금까지 한 작품 중에서 스스로 만족하는 장면 하나를 꼽는다면? 영화 <두 남자>를 찍으면서 처음으로 연기하는 새로운 방식을 배우고 재미를 붙인 것 같다. 처음에는 무조건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는데, <두 남자> 때는 달랐다. 영화를 찍기 두 달 전부터 거의 매일 감독님과 만나서 같이 밥 먹고 영화 보면서 캐릭터 얘기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가 살아온 환경을 대입해보기도 하고 캐릭터를 다른 방식으로 이해해보기도 했다. 악역이라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어떤 작품보다 감정이입이 잘됐다. 나름 만족하는 장면이 있다면 마동석 선배님을 때리는 신이다. 연습할 때는 솔직히 무서웠다. 누가 감히 마동석 선배님을 때릴 수 있겠나 싶어서. 그런데 막상 촬영할 때는 ‘성훈’이라는 캐릭터에 몰입해서 겁 없이 들이댄 것 같다.

캐릭터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나? 일단 이 캐릭터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혼자서 고민하는 시간을 한참 갖는다. 그러고 나서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감독님과 상의한다. 사실 <두 남자>의 성훈이라는 인물은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렇게까지 악하게 굴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고준 선배님과 대화하면서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됐다. 선배님이 <청년경찰>에서 장기 밀매를 하는 조선족 역할을 맡았었는데, 연기할 때는 자신이 하는 범죄가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해줬다. 범죄인 건 알지만 이걸 하지 않으면 우리 조선족 식구들이 굶어 죽는다, 그러니까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다가갔다고. 그 얘기를 듣고 나서 내가 아니라 그 캐릭터의 시선에서 바라보면 달리 보이는 것들이 생겼다.

배우로서 표현해내고 싶은 역할이나 작품이 있나? <은주의 방>에서 ‘민석’은 현실에서 찾기 힘든, 로망 같은 남자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현실의 연애에 있을 법한 남자를 연기해보고 싶다. 영화 <연애의 온도> 같은 로맨스물. 사실 망가지는 역할을 무척 해보고 싶다. 모델 때부터 지금까지 표현하기 가장 어려운 것이 멋있는 캐릭터다. 돈 많고, 일 잘하고, 선망의 대상으로 살아온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러지 못해서 그런지 자꾸 속으로 ‘그래도 사람인데’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멋있는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이질적이라고 느끼는 거다. 그래서 나를 내려놓고 맘껏 망가지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내게서 나오는 에너지 중 가장 큰 밝음을 제대로 표출해보고 싶다.

배우로서 지금 고민하는 건 무엇인가?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필모그래피를 쌓을 때마다 반대로 나의 색을 잃어버리는 느낌이다. 요즘 그런 생각에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내가 맡은 캐릭터 말고 실제 내가 좋아하는 것, 나랑 잘 맞는 것이 뭔지에 대해서. 나에 대한 생각이 무뎌지는 것 같다. 아직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고민 속에서도 연기를 계속 해나가는 동력은 무엇인가? 어렵긴 하지만 내 안에서 무언가를 찾아가는 과정이 한편으로는 즐겁다. 연기하면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새로운 걸 알아가는 과정도 좋다. 그럴 때마다 연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김재영 BIFF
니트 터틀넥 김서룡(Kimseoryong).

두려움을 이기는 열망 #김혜준

김혜준 BIFF
크림 컬러 블라우스 렉토(Recto), 팬츠 르메르(Lemaire), 메리제인 슈즈 트리커즈 바이 유니페어(Tricker’s by Unipair),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혜준

<킹덤> <미성년> <변신>

올해만 벌써 <킹덤> <미성년> <변신> 세 작품을 선보였다. 지금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나? 얼마 전까지 <변신>으로 무대 인사를 다니다가 지금은 <싱크홀>이라는 영화에 합류하게 됐다. 올해 하반기는 <싱크홀>을 찍으면서 보낼 것 같다.

매번 색깔이 완전히 다른 장르의 작품을 시도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좇는 성향인가? 그보다 아직 한 게 별로 없어서 지금 하는 모든 것이 새로울 뿐이다. 사극도 공포물도 코미디물도 해본 적 없어서 다 처음일 수밖에 없다. 사실 소심한 편이고 도전도 잘 못하는 편인데도, 작품에서는 이건 나에게 큰 도전이라는 생각은 잘 하지 않는다. <변신>을 하면서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걸 제외하고는 처음이라 오히려 무서울 것 없다는 생각으로 한 것 같다.

그중 가장 익숙했던 처음이 있다면? 지금 찍고 있는 <싱크홀>의 ‘은주’ 역할. 은주가 신입 사원이라 주변 사람들 눈치도 많이 보고 주눅 들어 지내는데, 나도 평소에 낯을 많이 가리고 주변을 살피는 편이라 캐릭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웹 드라마 <대세는 백합>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연기를 시작했을 때, 어떤 모습이었던 것 같나? 그때는 학교에서 단편 작업을 해서 나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몰랐던 것 같다. 지금 보면 뭣도 모르고 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무것도 몰라서 다 새로웠다.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나? 문득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이 찾아왔다. 어떤 작품을 보고 연기를 하고 싶어진 것이 아니라 어느 날 문득 내 안에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외부의 자극으로 하기로 결심하게 됐다.

그럼 배우의 길을 계속 가도 되겠다는 확신을 가진 시기는 언제인가? 아직은 길을 찾아가는 중이다. 내가 연기로 사람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시기가 오면 확신을 갖게 될 것 같은데, 아마 내가 아는 나는 평생 만족하지 못할 거다. 자존감이 낮은 편인지 연기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편이다.

그럼에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는 반응이 있다. 전에는 무조건 아니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 흘려들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말들을 곱씹으면서 힘을 얻으려고 한다. 내 자존감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자신이 연기한 작품을 볼 때 어떤 생각을 하나? 당연히 내가 못한 부분이 먼저 보인다. 그래서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해 항상 작품을 몇 번씩 다시 본다. 처음에는 나만 보이다가 두 번째는 같이 연기한 사람들과의 앙상블이 보이고, 세 번째는 전체를 보면서 분석해간다. 현장의 상황을 떠올리며 내가 여기서 어떻게 했어야 하고, 그래서 다음 작품에서는 이렇게 대처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다. 작품을 계속 들여다보는 과정이 나에게는 일종의 오답 노트를 만드는 것과 같다.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상상하거나 꿈꿨던 일이 이뤄진 적이 있나? 감사하게도 조금씩 이뤄나가고 있어서 행복하다. 그중 하나가 멋있는 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추는 거다. 첫 작품이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였는데, 거기서 한석규 선배님과 호흡을 맞췄다. <최고의 이혼>의 배두나 선배님이나 <미성년>의 염정아, 김윤석 선배님 같은 분들을 만날 때마다 꿈이 이뤄진 기분이고, 마냥 신기하다.

<미성년>에서 배우 겸 감독 김윤석과 아빠와 딸로 호흡을 맞추는 동시에 감독과 배우로도 촬영했다. 연기를 잘하는 감독에게 디렉팅을 받는 것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 촬영하는 동안에는 무척 어려웠다. 그런데 감독님이 늘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신 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거짓으로 연기하고 있거나 감정이 충분히 쌓이지 않았는데 대사를 내뱉는 부분은 날카롭게 잡아내셨지만, 다시 어떻게 해볼지는 내 몫이었다. 또 잘했다거나 못했다는 평가를 한 번도 하지 않으셨다. 그 점에 굉장히 감사한다. 못한다고 하면 주눅 들고, 잘한다고 하면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부담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건 배우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배려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떤 작품에 욕심이 생기는 편인가? 오디션 대본을 읽다 보면 유독 내 말처럼 느껴지는 작품이 있다. 그런 작품은 늘 오디션을 재미있게 봤고, 욕심이 생기고, 결과도 좋은 편이었다. 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가 그랬다.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에서 실제와 나이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역할을 맡았다. 그래서 항상 그때의 자신을 투영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사실 연기를 할 때마다 내 성격을 완전히 배
제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구축하지 못한다. 일부러 투영하려는 건 아니지만, 모든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내 성격과 말투를 조금씩 투영한 것 같다.

지금 가장 자연스럽게 나오는 감정과 어렵게 표현되는 감정은 무엇인가? 자연스러운 건 멍때리는 것과 자는 것.(웃음) 그 외에는 다 어렵다. 생각보다 일상적인 평범한 대화도, 극단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어렵다.

연기하면서 언제 가장 큰 희열을 느끼나? 다 힘든데 그게 또 재미있다. 원래 힘들면 안 하는 스타일인데, 연기는 그런 생각이 안 들고 어떻게 하면 극복할지를 고민한다.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을 해결해나갈 때, 영화가 나왔을 때, 그에 대한 평을 볼 때 매번 짜릿함을 느낀다. 현장에서도 긍정 에너지를 많이 받는다.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있다면? “내년은 너의 해야.” 하하. 3년째 이 말을 듣고 있다. 그리고 내 입으로 얘기하긴 민망하지만 이해가 빠르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자신의 얘기를 꺼내는 걸 조심스러워하고,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부끄러워하는 성격이라고 들었다. 그럼에도 배우라는 직업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이 있을까? 진짜 신기하다. 어릴 때부터 수업 중에 발표하는 걸 제일 싫어했고, 지금도 발표하는 날에는 학교에 안 간다. 그런 내가 배우가 된 게 아직도 의문이다. 아마 부끄러움을 견뎌내고 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한 것 같다.

배우로서 어떤 식으로 다음을 만들어가고 싶나? 이렇게 된 이상 모든 장르를 섭렵해보고 싶다. 아직 해보지 않은 장르가 많다. 그런 기회가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김혜준 BIFF

youthful moments

레드벨벳 슬기 웬디
웬디 니트 스웨터, 슬랙스, 앵클부츠 모두 위크엔드 막스마라(Weekend MaxMara). 슬기 니트 스웨터, 코트, 패턴 팬츠, 로퍼 모두 위크엔드 막스마라(Weekend MaxMara).
레드벨벳 슬기 웬디
웬디 니트 터틀넥 톱 잉크(EENK), 레더 플리츠스커트 자라(ZARA), 클래식한 디자인의 워커 닥터마틴(Dr. Martens). 슬기 재킷 스튜디오 톰보이(Studio Tomboy), 파이톤 가죽 팬츠 에잇 바이 육스(8 by YOOX), 브라운 로퍼 닥터마틴(Dr. Martens).
레드벨벳 슬기 웬디
화이트 오버핏 셔츠 베트멍 바이 매치스패션닷컴(Vetements by MATCHESFASHION.COM), 레더 스커트 아워코모스(Our Comos), 14홀 블랙 롱 부츠 닥터마틴(Dr. Martens), 골드 프레임 안경 아이반7285(eyevan7285).
레드벨벳 슬기 웬디
화이트 셔츠 제인송(Jain Song), 슬랙스 레하(Leha), 과민감성 피부 진정 톨레덤 수딩 크림 유리아쥬(URIAGE).
레드벨벳 슬기 웬디
니트 터틀넥, 카디건, 팬츠, 앵클부츠, 백 모두 위크엔드 막스마라(Weekend MaxMara).
레드벨벳 슬기 웬디
웬디 블라우스 와이씨에이치(YCH), 팬츠 320쇼룸(320SHOWROOM), 부츠 레이첼 콕스(Rachel Cox), 부드러운 형태의 토트 겸 크로스 백 폴스부띠끄(Pauls Boutique). 슬기 크롭트 톱, 셔츠, 팬츠 모두 레하(Leha), 스니커즈 컨버스(Converse), 골드 네크리스 캘빈 클라인 주얼리(Calvin Klein Jewelry), 클래식한 디자인의 크로스 백 폴스부띠끄(Pauls Boutique).
레드벨벳 슬기 웬디
원피스 레하(Leha), 손상된 헤어 케어부터 피니시까지 가능한 모로칸오일 트리트먼트와 피부노화와 손상 예방 모로칸오일 나이트 바디 세럼 모두 모로칸오일(Moroccanoil).
레드벨벳 슬기 웬디
화이트 블라우스 로맨시크(Romanchic), 민감성 피부용 미셀라 클렌징 워터 센서티브 유리아쥬(URIAGE).

슬기 레드벨벳

톱, 셔츠, 코듀로이 재킷, 팬츠, 앵클부츠 모두 위크엔드 막스마라(Weekend MaxMara).

앨범 활동을 막 끝내고 뉴욕으로 달려왔다. 소감이 어떤가? 슬기 올해 발표할 앨범 3개 가운데 <Day 1>과 <Day 2>를 마쳤고, <Day 3> 발표가 남았기 때문에 완벽하게 끝난 건 아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연습하고 뮤직비디오도 찍어야 한다. <Day 1>과 <Day 2>로 활동하면서 여유로운 마음을 갖는 법을 배운 것 같다. 그 전에는 늘 바짝 긴장해 예민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그런 면에서 특별한 활동이었다. 웬디 <Day 1>의 타이틀곡 ‘짐살라빔’은 워낙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준비 단계에서는 춤과 노래 모두 많이 걱정됐다. 그런데 막상 활동을 시작하니까 좋았다. 지금 생각하면 크게 아쉬운 점은 없는 것 같다.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슬기 물론 바빴다. <Day 1>과 <Day 2> 사이에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는데도 오히려 마음은 이전과 달리 편안했다. 활동을  계획적으로 할 수 있었고, 구체적인 내용까지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진행할 수 있었다. 각기 다른 모습을 빠른 시간 내에 바꿔가며 보여드리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웬디 짧은 시간에 최대치를 완성해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부담된 것이 사실이고. 많은 분이 이번 앨범을 들으며 레드벨벳이어서 소화할 수 있는 장르고, 레드벨벳이기에 이렇게 다양한 곡과 앨범을 연이어 선보일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조금이나마 갖게 되셨으면 좋겠다.

이제 모든 면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슬기 이제 방송국에 가도 고참에 속한다. 리허설 때 후배 가수들이 공연하는 모습을 보면 ‘아, 참 귀엽다’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싶어서 가끔 놀란다.(웃음) 웬디 나는 이 여유를 우리만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여유로워진 만큼 우리 음악을 듣는 분들도 편안하게 즐겼으면 좋겠다.

벌써 데뷔 6년 차다. 돌이켜보면 어떤 감정이 드나? 웬디 아쉬운 적도 종종 있었다.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나 시절도 있다. 하지만 돌아갈 수 없지 않은가. 그런 시간이 다 경험이 된 것 같다. 데뷔한 지 5년이 넘은 지금, 레드벨벳이 이제야 우리만의 컬러를 찾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만 해도 ‘짐살라빔’은 새롭고 취향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 있는 곡이지만, 두 번째 앨범 <Day 2>의 ‘음파음파’는 누구나 마음 편히 들을 수 있는 노래가 아닌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다양한 시도를 즐길 계획이다. 슬기 가끔 팬들이 만든 영상을 보는데 ‘참 다양하게 시도하고 열일했구나’ 싶다. 컨셉트별로 정리한 자료를 보면서 자랑스럽기도 했다. 과거 모습을 보면 풋풋하다는 느낌도 들고, 지난 5년여 동안 각자 개성을 찾는 과정이 시기별로 느껴져서 색다르다. 신인 시절에 비해 지금은 각자의 개성과 컨셉트를 좀 더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지난 5년이 자신에 대해 점차 알아가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연차에 비해 아직 신인 같은 풋풋함도 느껴진다. 슬기 새로운 시도를 한 덕분이 아닐까? 매번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색다른 컨셉트 안에서 다섯 멤버가 전과 다른 모습을 그려내려고 노력했다. 물론 힘든 적도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 우‘ 리 참 열심히 했구나’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만큼 보람도 크다. 웬디 데뷔한 지 5년이 넘은 사실을 깨달았을 때 믿기지 않았다. 그 정도로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사실 10주년이 되어도 실감이 날 것 같지 않다. 그때서야 ‘5년 정도 된 거 아닌가?’ 싶을 것 같다.

10주년에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본 적 있나? 슬기 가끔 우리끼리 10년 뒤를 그려볼 때가 있다. 핑클 선배님들이 옛날을 추억하며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시시콜콜한 추억에 대해 이야기하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5주년인 지금 여유가 이정도 생겼으니 그땐 방송국이 더 편안하지 않을까? 완전히 내 집 같겠지?

자신을 칭찬하는 데 후한 편인가? 웬디 나는 그동안 나를 계속 다독이면 발전이 없고 긴장이 풀어질 것 같았다. ‘아니야, 아직 괜찮지 않아’ 했었다. 그런데 그런 태도가 나를 자꾸 가두더라. 그래서 지금은 칭찬하지도, 비판하지도 않는다. 그저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려고 한다. 책임감을 갖되 자만하지 않는다. 슬기 나를 칭찬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한 무대를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좌절하지 않는 대신 준비를 철저히 하려고 노력한다. 최선을 다한 무대는 스스로 칭찬한다.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는 어떻게 하나? 웬디 흐트러지는 느낌이 들 때는 팬미팅 같은 곳에서 마음을 다잡거나 팬레터를 읽는다. 그러면 잠시 잊고 지낸 소중한 것이 생각나면서 정신이 퍼뜩 든다. 슬기 멤버들과 가장 많은 대화를 한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멤버들도 비슷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서로 위로하면 이겨낼 수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전에는 서로 예민하거나 기분이 처질 때는 그냥 말없이 지켜보고 기다려주는 편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툭툭 건드리면서 장난을 치고 웃으며 푼다. 이것도 마음의 여유가 생긴 증거일까?

그룹 내 위트 담당은 누군가? 슬기 나는 예리가 가장 재미있다. 예리는 괜히 장난치고 싶어지는 타입이다.

평소 삶의 균형은 어떻게 맞추며 사나? 슬기 스케줄을 마치면 나름의 휴식 시간을 갖는다. 친구를 만나 맛있는 걸 먹는다든지. 스케줄 중간중간 대기 시간이나 이동하는 시간에 나만의 여유를 즐기기도 한다. 주로 영화를 보거나 노래를 듣는다.

이번 화보에 슬기와 웬디를 섭외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웬디 94년생의 케미?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 둘만의 이야기를 담은 적이 없으니 이번 기회에 새로운 느낌으로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슬기 처음 만났을 땐 우리 사이에 공통점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내보니 자라온 환경은 다르지만, 부모님의 성향이 비슷하더라. 그래서 우리 가치관도 비슷하다. 어떨 때는 맞춘 듯 똑같아서 놀라기도 한다. 그런 비슷한 부분이 영향을 준 것 같다.

94년생이면 스물다섯이다. 둘이 가진 남다른 감성이나 가치관이 궁금하다. 슬기 가장 재미있는 나이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 세대를 보며 간접경험을 한 것이긴 하지만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성 둘 다 있어서 양쪽 다 공감한다. 개인적으로 스물다섯이라는 나이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 뭔가 책임져야 하는 나이기도 하고. 웬디 가장 좋은 나이지만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30대가 통째로 변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뭐든 잘하고 싶지만 너무 잘하려고 기를 쓰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하루하루를 충실히, 재미있게 보내자고 다짐한다. 그런 것들이 모이면 그럴듯한 내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요즘 개인적인 화두가 있다면? 웬디 갈수록 노래가 더 좋아지고, 인정받고 싶다. 그런 면에서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한다. 노래를 할 때마다 더 그렇게 느낀다. 노래를 부를 때 무척 행복하지만 잘하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

둘에게 뉴욕의 공기는 어떻게 다가왔나? 웬디 어쩐지 더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든다. 패션위크 기간에 와서 더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것 같다. 근사한 옷을 멋있게 입은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이런 공간에 우리가 합류했다는 느낌에 들뜨지 않을 수 없었다. 슬기 뉴욕의 매력을 제대로 알게 된 것 같다. 이렇게 재미있는 도시인 줄 지금껏 몰랐다.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스타일만 들여다봐도 흥미로웠다. 워낙 개성이 뚜렷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슬기 웬디와 예능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적은 있지만 화보 촬영은 처음이라 어떻게 나올지 기대된다. 웬디와 여행을 온 기분이었다. 예쁜 사진은 덤이고.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바쁜 시기를 보낸 후 여행다운 여행을 즐긴 기분이다. 편안하고 자유로웠다. 모든 것이 다 마음에 쏙 들고 좋았다. 그만큼 결과물도 기대된다. 슬기와 함께 있어서 더 편하고 즐거웠다.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레드벨벳 슬기 웬디
슬기 니트 크롭트 톱 손정완(Son Jung Wan), 팬츠 코스(COS), 부츠 레이첼 콕스(Rachel Cox), 튤립 모양 크로스 백 폴스부띠끄(Pauls Boutique). 웬디 블라우스 와이씨에이치(YCH), 슬랙스 제인송(Jain Song), 부츠 레이첼 콕스(Rachel Cox), 에나멜 크로스 백 폴스부띠끄(Pauls Bou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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