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기를 선택함 #염혜란

영화 <증인> <야구소녀> <걸캅스>

배우 염혜란

BIFF 염혜란

출연한 영화 중 2편이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야구소녀>와 <비밀의 정원>이 초청됐다. <야구소녀>는 제목 그대로 야구를 하고 싶은 소녀가 주인공인 영화다. 집안 형편도 좋지 않은데 야구를 하려고 애쓰는 주인공의 엄마가 내가 맡은 인물이다. 처음에는 전형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체를 두고 봤을 때는 매력적인 부분이 있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엄마는 딸의 길을 응원한다. <비밀의 정원>에서 맡은 인물은 출연 분량이 많지는 않다. 오래전 주인공을 성폭행한 범인이 잡히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작품 모두 영화 속 달라진 여성 캐릭터를 담아내는 것 같다.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여성 캐릭터와 많이 다르다. 그렇다. <야구소녀>의 엄마는 결국 딸을 응원하는데, 그 엄마처럼 여성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해봐. 앞으로 더 힘들겠지만 힘을 내.’ 이런 응원. <비밀의 정원>은 이보다 첨예한 문제를 다룬다. 남편에게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고 결혼했는데, 그 일이 뒤늦게 밝혀지며 삶을 뒤흔들어놓는다. 내가 연기한 인물은 그 주인공의 상처를 다른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위로한다. 같이 울어주는 것이 아니라 ‘네 잘못은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올해 개봉한 <증인>에서 맡은 인물도 여성 배우가 쉽게 만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극에 반전을 주도하는 인물이며 피해자도 아니다. 작품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역할이 참 좋았다. 기분 좋은 긴장감이 생기는 작품이었다. 온전히 착하기만 할 수 있는 영화인데, 내가 연기한 캐릭터가 예상 밖의 갈등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오랜 시간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다. 연극배우로 사는 건 경제적으로도 쉽지 않았을 텐데 그럼에도 계속 연기할 수 있도록 힘을 얻은 원동력은 뭘까? 멀리 내다보지 못한 마음, 좁은 식견?(웃음). 나는 현재에 충실하며 살아왔다. 이 일을 계속 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는 고민하지 않았다. 다만 당장의 작품을 열심히, 그리고 잘해내고 싶었다. 그래서 견딜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미래를 내다봤더라면 못 했겠지. 당장 이 순간에 충실한 대책 없는 긍정.

왜 연극이었나? 처음 동아리에서 연기를 접하고 처음으로 내가 귀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 전에는 잘하는 게 별로 없었는데, 연극을 시작하고 주변에서 잘한다 해주니까 좋았다. 그런데 연극계에는 잘하는 사람이 참 많더라. 깨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웃음) 지금껏 확신에 차서 뭔가를 선택해본 적이 없다. 대학교 때 연극 동아리에서 활동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배우의 길이 아닌 출판사에 들어갔다. 책을 아주 좋아하거나 출판사에 큰 뜻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어딘가에 취업해야 했다. 출판사에서 인턴 기간이 끝나고 상사가 그만뒀는데 회사에서 나더러 출판 아카데미에 다니며 일을 제대로 맡아보라는 거다. 그때는 정말이지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됐다. 우선 출판사에 다닐지 말지 결정해야 했다. 그 와중에 운명이었는지 동아리 후배들이 연극 연출을 맡아달라 했다. 그런데 너무 재미있는 거다. 그렇게 궁지에 몰려 선택했다. 대단한 용기를 가지고 연기를 선택했다기보다는. 연극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첫 무대는 너무 떨려서 심장박동 소리가 밖으로 들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 긴장을 뚫고 희열이 느껴지더라. 내 안에 연기를 좋아하는 씨앗이 있었는데 내가 내 욕구를 들여다보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배우의 삶이 시작된 곳이니 무대 경험이 여전히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나이가 들어도 없어지지 않는 근육 같은 느낌이다. 연기하는 데 내 기초체력이 된 무대 경험이 사라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지. 전에는 영화와 드라마가 연극에 비해 예쁘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드라마와 영화를 경험해보니 그렇지 않더라.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가 처음 출연한 드라마인데, 주인공뿐 아니라 조연 배우들까지 각자의 얘기가 모두 16부작인 것 같았다. 출연 분량과 상관없이 서사가 단단했다. 연기는 결국 근본적으로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매번 할 때마다 너무 힘들고, 이 긴장감으로 살다가는 수명이 단축될 거라는 생각이 들 만큼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고, 그럼에도 계속 연기를 하는 걸 보면 미친 것 같다.(웃음)

지금도 연기는 답을 내기 힘든 숙제 같은가? 얼마 전에 나문희 선생님이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셨는데, 지난해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소감을 물었더니 연기에 자신감이 좀 생긴 것 같다고 답하셨다. 세상에. 과연 얼마큼 더 해야 자신감이 붙는 걸까? 그런데 위안이 되기도 했다. 선생님에 비해 경력이 턱없이 짧은 내가 떨리는 건 당연한 거라고. 글을 쓰는 사람이 제1 창작자라면 배우는 제2 창작자라고 생각한다. 배우는 이야기 구조를 만들 수 없다. 그런데 어떤 작품을 보면 배우가 구조를 만들기도 한다. 엉성한 구조 속에서도 그 구조를 단단하게 받치는 배우. 계속 정진하다 보면 제2 창작자로서 가지는 한계를 부수고 뭔가를 만들어내는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과거의 염혜란이 가진 생각이 있다면 뭘까? 우선 달라진 점은 내가 과거에 비해 너무 쉽게 연기하는 것 같다는 거다. 그래서 늘 반성하고. 그때는 열정만으로 연기하는 대학생 같았다면 지금은 좀 더 유연해졌다. 그런데 진심에 대해 고민하는 건 여전하다. 얼마 전에 드라마를 준비하기 위해 레퍼런스 삼아 다큐멘터리 한 편을 찾아 봤는데, 도대체 진짜를 어떻게 이겨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래도 애써봐야지.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짜라고 느껴지는 그런 연기를 말이다.

지금껏 진심이 전해졌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차력사와 아코디언>이라는 연극이다. 연극에서 ‘써니’라는 인물을 연기했는데 순진하고 순수한 캐릭터다. 남들이 보기엔 바보 같을 만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길>의 ‘젤소미나’와 닮았다. 그 작품을 하며 진심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했다. 써니의 진심에 대해.

작품 수만으로 따지면 필모그래피에서 영화도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많은 작품의 단역으로 출연했는데, 그럴 때면 조바심이 들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전혀 그러지 않았다. 그냥 무사히 찍고 와서 다행이라고만 생각했다. 연극만 하던 사람이라 영상의 메커니즘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내가 연기한 장면을 확인하기도 힘들었다. 영화에 이렇게 많이 출연했는데 왜 나를 못 알아보지, 이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그보다는 좀 더 많은 사람이 연극을 보러 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극장에 가는 사람 반만 왔으면, 대학로에 오는 사람의 10분의 1만 연극을 보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 연극은 내게 태생 같은 존재다. 하지만 당분간 아이가 혼자 있을 수 있을 때까지는 매체 연기만 하게 될 것 같다. 연극은 아이가 나를 찾을 시간쯤 되면 공연하러 나가야 하니까.

많은 인물을 연기해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보고 싶은 장르와 캐릭터가 있다면 무엇인가? 운 좋게 드라마와 영화에서 과분할 만큼 다양한 인물을 연기했다. 앞으로 만나고 싶은 역은 단단한 성정을 가진 인물이다. 어떤 고민이든 들어줄 것 같은 따듯한 사람. 자존감을 찾아가는 여자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싶다. 난 강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어느 강력한 인물이나 극적인 사건으로 인한 드라마틱한 변화가 아니라 작은 변화를 겪으며 자신을 찾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나 역시 작고 소소한 것을 좋아하고.

배우로서 지향하는 모습이 있다면? 작품마다 되고 싶은 배우가 달라진다. 본질적으로는 진짜를 해내는 배우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삶을 잘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배우의 얼굴에는 삶을 살아가는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나는 눈 감지 않고 살고자 한다. 보통의 삶을 소홀히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내가 혹시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려고 한다. 개인이 아니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그런 시선으로 살아야 잘 사는 삶 아닐까?

BIFF 염혜란
가죽 소재의 셔츠형 아우터, 캐주얼한 팬츠 모두 자라(ZARA), 안에 입은 니트 터틀넥 코스(COS), 이어링과 구두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BE BEWHY

래퍼 비와이
메탈릭한 소재의 셔츠, 그레이 팬츠, CD 로고 벨트 모두 디올 맨(Dior Men).
래퍼 비와이
화이트 언밸런스 셔츠, 블랙 트라우저, 커머번드, 검지에 낀 태양 문양의 실버 링, 앵클부츠 모두 지방시(Givenchy), 약지에 낀 링은 본인 소장품.
래퍼 비와이
선명한 색상 조합과 번개 모양 자수가 돋보이는 니트 스웨터, 레더 셔츠, 블랙 팬츠, 더블 랩 스타일의 나일론 벨트와 레더 벨트, 스터드 장식 블랙 슈즈 모두 프라다(Prada).
래퍼 비와이
화이트 자카드 재킷, 안에 입은 톱, 블랙 팬츠, 스카프 모두 김서룡(Kimseoryong), 첼시 부츠 던힐(Dunhill). 링은 본인 소장품.
래퍼 비와이
블랙 울 코트, 데콜타주 네크라인의 니트 풀오버, 실크 시스루 톱, 팬츠, 러버솔 부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페도라 유니버셜 케미스트리(Universal Chemistry).

한옥에서 화보를 촬영했다. 한옥에 온 건 오랜만이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건축물은 아니다 보니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원래 한옥을 좋아하고 어릴 때부터 나중에 한옥 스타일로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옥은 운치가 있는 것 같다. 그냥 멋있다.

7월 25일에 발매한 정규 2집 <The Movie Star>는 어떤 앨범인가? 비와이가 가진 무기, 비와이의 색깔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전곡을 직접 프로듀싱했는데, 앨범 제목을 <The Movie Star>로 정한 만큼 영화적인 사운드를 많이 넣었고 나만의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흔하지 않은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찾아 직접 편집해 사용하고, 트랩 스타일의 비트를 벗어나 테크노를 접목하는 식이다. 내 음악이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향할 거라고 믿는데, 외국 사람들이 들을 땐 메시지보다는 소리에 먼저 반응한다. 그들이 내 음악에 귀 기울이게 하려면 뭔가 색다른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다른 장르와 조합을 많이 시도했다. 총 12곡을 수록했고, 들었을 때 제일 신나며 공연장에서도 즐기기 좋은 11번 트랙 ‘가라사대’를 타이틀곡으로 정했다.

대한민국 래퍼로서 비와이가 가진 생각이 앨범 전체에 담겨 있다. 이 중 딱 한 곡만 대중에게 들려줄 수 있다면 어떤 트랙을 고르고 싶나? 4번 트랙 본‘토’. 힙합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 본‘ 토’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 고향의 지명을 말한다. 근데 힙합 팬들은 ‘본토’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미국을 떠올린다. 물론 힙합 음악과 그 문화는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미국의 것만이 힙합은 아니다. 그러니 나는 ‘탈본토’를 하고, 미국이 아닌 내가 밟고 있는 우리 땅을 본토라고 재정의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노래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영향을 받은 앨범이라고 들었다. 평소에도 영웅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인가? 그렇다. 특히 ‘아이언맨’을 가장 좋아한다. 본인의 것을 계속 가져가며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아이언맨이 항상 완벽하지는 않다. 가끔은 외로운 내면을 보이기도 한다. 비와이도 이를 느낀 적 있나? 이에 대한 생각을 담아 7번 트랙 ‘장미는 아름답지만가시가있다’를 만들었다. 직업상 대중의 반응을 신경 안 쓸 수 없다. <쇼미더머니 5> 우승 이후 사람들이 방송에서 보여진 모습만을 원하는 것 같았다. 장미인데, 가시는 없는 모습 말이다. 그들이 내게 기대하는 것을 채워주지 못하면 비난이 들리고 별로다, 구리다는 소리를 듣는다. 타당한 근거가 있을 땐 인정하지만, 그‘ 냥 싫다’가 이유라면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장 납득할 수 없는 평가는 뭔가? ‘비와이의 랩은 다 똑같다.’ 내가 두각을 나타내는 곡들이 자극적인 편이다 보니 그 안에서 플로나 라이밍을 다르게 하고 톤에 변화를 줘도 비슷하다고 느끼는 듯하다. 더 다르게 하려고 노래하는 트랙도 만들어봤는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 같아 아쉽다.

9번 트랙 ‘초월’은 도입부가 웅장하지만 반전이 있는 노래다. ‘초월’ 바로 전 트랙인 ‘찬란’이 아주 자극적이다. 원래 ‘초월’에서 더 빡세게 달리려고 했지만 그러면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존 비트의 일부분을 지워버리고 새로 만들었다. 도입부는 일종의 맥거핀으로 노래와 상관없는 웅장한 사운드를 넣었다. ‘찬란’을 다 듣고 ‘초월’이 시작되면 ‘비와이가 또 똑같은 랩을 하겠네’라고 판단하겠지만, 도입부 이후 잔잔한 기타 리프가 이어진다. 절친한 씨잼이 피처링 아티스트로 참여했는데, 요즘 씨잼이 음가를 많이 넣으며 랩을 하니 잘 어울릴 것 같았다.

<The Movie Star>의 앨범 소개에 ‘주연에서 주인공으로. 나는 영화가 되었다’라고 적혀 있다. 스스로 주인공이 아닌 주연배우라고 느낀 때는 언제인가? 힙합 음악을 알게 되고 랩을 시작한 순간부터 정규 1집 <The Blind Star>를 만들기까지. 이 기간에 나는 ‘미국 래퍼’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을 따라 하며 ‘연기’를 했다. 당연히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미국 래퍼를 모방하는 게 나쁘다는 뜻도 절대 아니다. 하지만 멋과 음악, 더 나아가 나의 삶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The Blind Star> 이후 2년 동안 심경의 변화가 있었고, <The Movie Star>에 그 결과가 담겨 있다.

음악 작업을 안 할 땐 주로 뭘 하나? 요즘엔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며 시간을 보낸다. 가끔씩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취미는 쇼핑인데, 미래를 위해 소비를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쇼미더머니 8>에 프로듀서로 출연하고 있다. 참가자일 때와 비교해보면 어떤가? 참가자는 당장 앞에 있는 목표에만 힘을 쏟으면 되는데, 프로듀서는 전체를 봐야 한다. 각 래퍼들이 다양한 프로듀싱에 두루 잘 맞을지, 이번 무대는 어떤지, 다음 무대에서는 어떨지 등을 고려하며 평가한다. 막상 해보니 프로듀서의 역할이 훨씬 어렵다.

<쇼미더머니> 시즌 5와 시즌 8 사이에 한국 힙합 신이 달라졌다고 느끼나? 많이 달라졌다. 나도 적응이 필요할 정도로 빨리, 계속 바뀌고 있다. 래퍼들이 표현하는 색깔도 아주 다양해졌다.

개성이 중요한 시대다. 힙합 신에서 비와이가 가진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단 나처럼 랩을 하는 사람이 없다. <The Movie Star>처럼 거대하고 웅장한 스케일의 음악을 하는 사람도 지금 없다. 나의 가장 큰 장점이자 멋은 신앙이다.

비와이가 유일한 아티스트로 소속돼 있는 데자부 그룹을 직접 이끌고 있다. 레이블 단위의 작업을 해보고 싶지는 않나? 물론 나도 레이블에 들어가고 싶었던 적이 있었고, 다른 래퍼들과 함께하며 시너지를 일으키길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레이블을 만들고 나만의 공동체를 꾸리겠다는 목표를 빨리 이루려는 생각이 컸다. 앞으로 데자부 그룹을 확장할 예정이다.

<The Movie Star>가 이센스의 <이방인>, 씨잼의 <킁>과 함께 올해의 앨범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앨범들과 같이 언급된다는 것 자체로 무척 감사하다. 이센스 형은 래퍼들의 영웅으로 꼽히기 때문에 함께 후보로 설 수 있어 영광이다. 씨잼도 내가 무척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고 <킁> 또한 멋진 앨범이다. 과거에는 내 노래가 음원 차트에 올라가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The Movie Star>는 그렇지 않다.

앞으로 어떤 음악을 시도하고 싶나? 내 음악에 팝 사운드를 더해보고 싶다. 그래서 요즘 브리트니 스피어스, 마룬 파이브, 찰리 푸스 등의 음악을 많이 듣는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의 ‘Mr. Blue Sky’를 부른 밴드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도 좋아한다. 제일 자주 듣는 노래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Toxic’이다.

음악으로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가 궁금하다. 여전히 빌보드를 꿈꾸나? 빌보드도 그래미 어워드도 당연히 꿈꾼다. 최종 목표는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비와이의 음악이 더 비와이의 것이 되고 세계적으로 성공했으면 좋겠다. 전 세계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듣고 ‘한국에도 이런 음악, 이런 사람이 있구나’라고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세워둔 계획이 있나? 영어 공부를 하려고 한다. 그리고 미국판 <쇼미더머니>라고 불리는 <리듬 앤 플로(Rhythm + Flow)>에 나갈 거다. 그냥 나가고 싶다. 처음 봤을 때 피가 끓었다.

주인공이 된 비와이가 만들어갈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 비와이가 점점 커지는 것.

현재 그 영화는 얼마큼 상영됐나? 전엔 결말에 다다른 줄 알았다. 근데 전혀 아니었다. 지금은 뭔가가 갖춰진 기분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배워 나가고 계속 발전할 거다. 이제 정말 시작이다.

래퍼 비와이
스카프 디테일의 재킷, 니트 터틀넥, 팬츠, 옷핀 모양 브로치 모두 디올 맨(Dior Men), 첼시 부츠 던힐(Dun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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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지점

이주영 배우
드레스 와이씨에이치(YCH), 오른쪽 이어 커프 레끌라(L’éclat), 이어링 캘빈 클라인 주얼리(Calvin Klein Jewelry), 왼쪽 이어링 레끌라(L’éclat).
이주영 배우
에나멜 재킷 클루드클레어(Clue de Clare), 오른쪽 이어링과 반지 모두 레끌라(L’éclat), 왼쪽 이어링 모니카 비나더(Monica Vinader),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주영 배우
윤세(Yunse), 퍼 코트와 팬츠 모두 키미제이(Kimmy J), 슈즈 자라(ZARA), 오른쪽 이어링과 이어 커프 모두 레끌라(L’éclat), 왼쪽 이어링 모니카 비나더(Monica Vinader).

9월 26일 영화 <메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요즘 20, 30대 관객 사이에서 <‘ 우리집> <벌새> 뛰고 2차로 <메기>로 간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흐름이 반갑고 좋을 것 같다. 신기하다. 여성 감독이 만들고 여성이 주연한 영화가 한 해에, 그것도 시기적으로 이어서 개봉한다는 사실이 우연인가 싶다가도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그 덕분에 관객과의 대화(GV) 등 영화 관련 행사에 초대받을 일이 생겨서 주변 배우들과 감독님들 볼 일도 많아지고, 또 서로 도우며 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즐겁고 계속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 감독의 여성 주연 영화를 반가워하는 관객이 전보다 많아진 걸 느끼나? 영화 <벌새>는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처음 봤고 이번에 개봉하고 한 번 더 봤다. <밤의 문이 열린다> 역시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람하고 이번에 개봉했을 때 또 봤다. 막상 상영관에 가면 여성 관객도 많지만 남성 관객 역시 많이 찾아 주시더라. 많은 관객이 여성 캐릭터의 새로운 점을 흥미롭게 보고 궁금해한다는 건 배우로서도 물론 좋지만 그보다 관객의 수요가 이런 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현상 자체만도 반갑다.

영화 <메기>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됐고, 이 영화를 통해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더불어 시민평론가상, CGV아트하우스상, KBS독립영화상을 수상하며 4관왕에 오른, 이미 검증된 기대작이다.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른 작품이라 작품상은 조금 기대했는데, 배우상을 받을 줄은 몰랐다. 내가 상을 받아도 되는 건가 싶어 얼떨떨했다. 무엇보다 이옥섭 감독님이 크게 주목을 받으며 입봉할 수 있게돼 함께 기뻐했다. 예산이 넉넉지 않은 영화라서 촬영하는 동안 고생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분이 궁금해하는 영화가 된 것 같아 나 역시 개봉이 기대된다.

이주영 배우
검정 터틀넥 코스(COS), 블랙 스커트 엠에스지엠(MSGM), 슈즈 엠포리오 아르마니(Emporio
Armani), 이어 커프 레끌라(L’éclat), 이어링 캘빈 클라인 주얼리(Calvin Klein Jewelry).

영화 <메기>의 장르는 ‘미스터리 펑키 코미디’다. 낯선 장르만큼이나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이 작품을 두고 ‘힙하다’고 표현하는데, 우리가 흔히 영화를 두고 힙하다는 평은 잘 하지 않는다. 영화의 어떤 점 때문에 이런 평을 받는다고 생각하나? 이옥섭 감독님이 그동안 연출한 단편을 보면 굉장히 독특하고, 우리가 익히 봐온 영화와는 그 문법과 결이 다르다. 이번에 첫 장편을 찍으면서 감독님이 공을 많이 들였고 이옥섭이라는 장르를, 자기 스타일을 잘 만들어내셨다. 아마 관객도 처음에는 ‘이게 무슨 영화일까’ 하고 궁금해할 것 같다. 나는 영화제나 개봉 전 상영회, 내부 시사 까지 포함해 다섯 번 정도 본 것 같은데, 작품에 참여한 배우인 나조차 서너번 봐야 아, 결국 이런 영화구나 하고 느낌이 오더라. 보시는 분들도 여러 번 보면(웃음) 감이 조금 잡히지 않을까 싶다.

N차 관람이 충분히 가능한 것이(웃음) 그 모‘ 르겠다’는 감상이 아‘ , 모르겠다’ 하고 끝내버리는 것이 아니라 ‘알고 싶다’로 이어지는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라. 이 영화를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없던 영화가 나왔다는 반증인 것 같기도 하다. 개봉 전 영화제에서 <메기>를 본 분들이 남긴 감상을 많이 찾아보는 편인데 이 영화가 어떤 영화다라고 해석하고 정의하는 평보다 독특하고 그간 보지 못한 장르라는 평을 볼 때 되게 재미있다.

큰 맥락에서 영화 <메기>는 믿음과 의심에 관한 이야기다. 지독하게 믿는 편인가, 철저하게 의심하는 편인가? 둘 다 아닌 것 같다. 그러면 너무 피곤하다고 해야 할까. 우리 영화에서도 지독한 믿음, 철저한 의심이 결국 파멸로 이어지지 않나. 나는 평소 모든 것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려고 하는 편이다. 오디션을 봐도 내가 저걸 꼭 해내야지 하고 지독하게 마음먹기보다 하게 되면 내 것이고, 안 되면 다른 사람 몫이구나 하고. 순리대로.

작품에 참여하며 실제 믿음과 의심을 오간 적도 있나? 작품을 하는 동안에도 스스로 ‘지금 옳게 연기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심을 끊임없이  했다. 나는 잘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감독님은 좋다고 하는 것 같고, 다르게 해봐야 할 것 같은데 (구)교환 오빠도 괜찮다고 하는 것 같고. 언제까지 연기를 하게 될진 모르지만, 배우로서 자신에 대한 의심은 연기를 하는 한 계속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연기는 의심만 가지고는 못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 합리적인 자신감은 있어야 한다. 의심과 자신감을 조절하며 연기하는 것 같다.

‘합리적인 자신감’을 구성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누가 잘한다 잘한다하면 잘하고, 못한다 못한다 하면 못한다.(웃음) 주변에서 잘한다고 하면 ‘내가 좀 괜찮나 오늘은?’ 하는 편이라 합리적인 자신감은 주변 사람을 통해 많이 얻는다. 주변에서 ‘너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면 그런가 보다 하며 쌓아가는 면이 있다.

의외의 대답이다. 그간 맡은 캐릭터가 그렇기도 하고, 배우 이주영 하면 어떤 역할을 해도 견고하게 보이는 면이 있다. 그리고 그게 딱 이주영 같은데, 본인의 실제 모습이 얼마큼 투영된 건가? 많은 분이 그렇게 봐주는 것 같다. 아주 친한 사람들조차 내가 견고한 사람인 줄 알거든. 나 스스로 되게 견고하고 단단해 보이고 싶어 한다. 약해 보이고 싶지 않아 애쓰는 것이 습관이 됐다고 할까. 이런 성격이 연기할 때 어느 정도 투영되지 않나 싶다. 나 역시 한없이 약해질 때가 있다. 그 기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아무것도 못 할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배우로서 입지를 다진 후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던 중이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지치더라. 특별한 계기 없이. 조금씩 쌓여 있던 것들이 순간적으로 폭발한 것 같다.

언제였나? 1년 반 전? 그 시기를 견뎌내기 위해 그간 해보지 않은 걸 이것 저것 하며 노력해봤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흘려보내면서 괜찮아졌다. 신기한 것이 그런 힘든 순간이 내가 어떤 큰 타격을 받아서 오는 것이 아니고, 치유되는 것 역시 큰 노력을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사람은 모든 게 자연스러운 리듬이 있구나.’ 이 점을 느낀 시기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 엄청 좋다가도 갑자기 한두 달 뒤에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것 역시 체득하고 받아들이게 됐다.

그 혼란 속에서도 배우 이주영은 비교적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맡아왔다. 영화에 주체적인 여성이 등장한다는 건 얼마나 중요한 일이라고 보는가? 이제는 좀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본다. 2011년부터 독립영화를 시작했고 다양한 작품에서 많은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나 역시 때때로 어떤 시나리오가 좋은 시나리오인지 모르고, 어떤 작품이 좋은 작품인지도 모른 채 그저 ‘재미있겠다’는 판단만으로 작품을 맡은 적이 있다. 배우가 좋은 작품, 좋은 시나리오를 보는 눈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작품을 만드는 분들 역시 밝은 눈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여성 배우들이 맡을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 표현 가능한 스펙트럼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느낀다. 지금 시작된 변화가 앞으로 10년, 20년에 걸친 큰 흐름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 이렇게 변화하고 있고, 좋은 기류를 만들어내고 있다면 나를 비롯한 또래 배우들이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많아지지 않을까.

영화라는 세계 안에서 이주영에게 영감을 주는 여성은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나? 드라마, 영화 할 것 없이 요즘 현장에 가면 확실히 여성 스태프의 수가 많이 늘었다. 소위 현장에서는 힘을 써야 하고 그래서 남자가 필요하다는 말에 나 역시 그‘ 런가?’ 하며 동의한 적도 있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하다 보면 우리가 못 드는 장비를 들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많은 사람이 현장에 남자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여자 스태프들 만나면 더없이 반갑고, 존경스럽고 감사하다. 힘들어 보이면 걱정되기도 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여자이기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라 남자든, 여자든 다 힘든 게 촬영 현장이니까. 촬영 팀이나 조명 팀의 여성 스태프도 몇 년 뒤에 조명감독, 촬영감독으로 만났으면 하고.

배우의 삶에서 여성이라는 한계를 처음 느낀 건 언제인가? 특정 사건이 있다기보다 시나리오나 대본을 볼 때 남자 캐릭터는 무척 흥미롭고, 작품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것 같은데, 내게 제의가 들어온 여자 캐릭터는 부수적이고 장치적으로 활용된다는 걸 느낄 때 한계를 느꼈다. 표현할 수 있는 폭이 워낙 좁아서 누가 해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을 때, 이 이야기에서 성별만 바꾸면 참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아쉽다.

배우에 대한 가치 평가가 매순간 뒤바뀌는 이곳에서 자신을 붙들고 서있기란 쉽지 않다. 자기 중심을 잡는 일, 그게 배우의 전부인 것 같다. 중심만 있으면 뭐든 하고 싶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중심이 흔들릴 때마다 힘들어지는 거고. 모든 일이 그럴 테지만 특히 배우라는 직업은 개인적인 성취나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한 객관적인 수치가 없다. ‘내가 이 정도 했으면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거지?’, 이‘ 렇게 하는 게 잘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심도 자주 들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주변의 같은 일을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계속 성취가 달라지고, 그게 달라진다고 해서 지금 누가 더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내 중심을 잡고 있는 것, 그 자체가 이 일을 할 때 가장 필요한  일인 것 같다. 나는 질투가 없는 편인데 때때로 주변 배우 친구들을 보면 질투가 난다. 저 친구는 나보다 더 잘하고 있는 것 같고, 나는 뒤처지는 것 같고. 한데 그 친구는 오히려 나를 부러워하는 면이 있다.

중심을 잡으려면 매 순간 깨어 있고 각성해야 하는데 어디 그게 쉽나. 먼 미래를 보지 않으려고 한다. 5년, 10년 뒤에는 무엇이 되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힘들어지니까. 예상한 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거고, 뭐가 될지도 모르고.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는 엄청 유명한 배우가 되면 행복할까? 돈이 아주 많으면 행복할까? 둘 다 내가 바라는 바는 아니다. 그러니 지금처럼 하루하루, 하나씩 해나가는 일에서 최대치의 행복을 느끼려고 한다.

온갖 무례와 간섭을 뒤로하고 인간 이주영으로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연기를 하고, 배우를 직업으로 삼는 이유나 계기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다만 나는 연기할 때 가장 즐겁고, 그러니 계속할 것 같다 하는 정도의 추측을 할 뿐이다. 확실한 것은 내 강아지와 아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다. 요즘은 일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강아지다. 내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내 강아지도 행복하다. 사랑만으로 강아지를 돌볼 수는 없으니까.(웃음) 내 강아지와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것, 맛있는 것 먹이고 싶은 마음. 이런 욕구가 들 때마다 열심히 일해야지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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