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풀 가죽!

가죽에서 느껴지는 힘은 그 어떤 소재로도 대체할 수 없다. 은은한 광택과 탄탄한 두께감에서 고급스럽고 중후한 매력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다른 소재에 비해 조심히 다뤄야 하고 다소 두껍기 때문에 실용적인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가죽이 점차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겠다. 이번 시즌엔 특히 다양한 컬러 팔레트로 가죽 하면 연상되는 전형적인 쎈‘ ’ 이미지를 탈피한 점이 흥미롭다. 먼저 살바토레 페라가모, 에르메스, 토즈처럼 가죽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브랜드들을 살펴보자. “가죽을 다른 직물처럼 사용하고 싶었어요.” 에르메스를 이끄는 나데주 바니 시불스키의 바람은 컬렉션 전반에 갖가지 유려한 가죽으로 결실을 맺었다. 특히 쇼 중반부에 등장한 개나리색 실크 프릴 드레스를 피날레에 똑같은 디자인의 초콜릿색 가죽으로 구현해 소재의 경계를 허물어 감탄을 금치 못하게 했다. 컬러에서는 살바토레 페라가모와 토즈 컬렉션의 결과물이 한층 흥미롭다. 짙은 오렌지색, 피코크 그린, 페일 핑크, 딥 그린 등 생생한 색감으로 검은색과 낙타색을 연상하게 되는 가죽 컬러에 대한 고정관념을 흔들어놓았다. 그 덕분에 품격을 유지한 채 한층 젊은 기운과 부드러운 감성을 담은 가죽 제품이 탄생했고, 가죽을 다루는 데 능란한 브랜드의 기술력을 증명했다. 이들 외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컬러 레더를 사용한 컬렉션을 선보인 브랜드가 수두룩하다. 펜디, 카이트, 스텔라 매카트니는 가죽 코트에 가죽 부츠를 신고 시스 마잔, 아크네 스튜디오는 수트를 제안하며 과감한 스타일링으로 컬러 가죽의 매력을 어필했다. 그리고 에코 레더를 사용해 새로운 측면에 주목한 디자이너도 많았다는 점은 앞으로 비비드한 컬러의 갖가지 가죽 제품을 지속적으로 보게 될 것임을 예고했다. 다음 시즌엔 또 어떤 레더 아이템이 런웨이에 오를지 벌써부터 기대되지 않는가?

빈티지 마스터

보드 BODE
애밀리 애덤스 보드

한국의 독자, 특히 여성들에겐 보드(BODE)라는 브랜드가 조금 생소하다. 브랜드 소개를 부탁한다. 나는 에밀리 애덤스 보드(Emily Adams Bode)고, 내 이름을 딴 남성복 브랜드 보드(Bode)의 디자이너다. 미국 남부 애틀랜타 출신으로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남성복을 전공했고, 유진 랭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후 2016년 브랜드를 론칭했다. 빈티지한 감성의 보드는 남성복 브랜드지만 여성 고객의 비율도 매우 높다.

최근 파리에서 선보인 보드의 2020 F/W 컬렉션에 대해 설명한다면. 이번 시즌 컬렉션을 위해 우리 집안의 역사를 재구성했다. 나의 조상들은 지금도 유명한 링링 브라더스 앤 바넘 앤 베일리 서커스단에서 사용하는 마차를 1900년대 초부터 만들어왔다. 이번 컬렉션은 마차 작업장과 서커스의 관계가 노동자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표현하고 있다. 우리 집안의 역사를 내 컬렉션에 담는다고 생각하니 더 애착이 갔다.

당신의 시그니처 스타일인 앤티크한 취향에 대해 듣고 싶다. 복고적 취향을 가진 엄마와 이모 덕에 어릴 때부터 앤티크한 분위기에서 자랐다. 나는 역사와 추억을 사랑한다. 심지어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도 매우 앤티크한 디자인이었다. 가장 좋아한 건 1940년대에 만들어진 미니어처 장난감이었다.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는 습관이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었고, 컬렉션을 구성하는 기반이 되었다.

모든 룩을 공장에서 대량생산하지 않고 수작업으로 제작한다고 들었다. 어떤 공정을 거치는지 궁금하다. 보드는 기본적으로 모든 컬렉션을 앤티크 직물과 팔다 남은 패브릭으로제작한다. 모두 뉴욕 차이나타운 스튜디오나 도시 주변의 재단사들이 만든 것이다. 오늘날의 컬렉션은 이렇게 독특한 작품을 포함하고 있고, 옛 기법과 직조 방식을 연구하고 재현하기 위해 뉴욕과 인도 뉴델리의 소규모 공장과 협업하고 있다. 보드의 옷은 주문받아 제작하기도 하고, 소규모로 제작하기도 하며, 수작업으로 자수를 놓기도 한다. 현재 차이나타운에 2층 규모의 작업실과 10여 대의 기계가 있는데 올해의 목표는 샘플 작업과 생산을 위해 스튜디오를 확장하는 것이다.

2020 S/S 컬렉션을 준비할 때 에피소드 중 생각나는 게 있다면? 파리 패션위크를 준비할 때 임시로 빌린 좁은 아파트 원룸에서 4명의 남자 직원들과 함께 숙소 생활을 했다. 음악을 함께 듣거나 야식을 먹으며 밤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잠을 못 잔 상태에서 아침 8시에 원단 시장에 가거나 미팅을 위해 일찍 출근하는 생활을 몇 달간 지속했다. 패션위크가 끝날 무렵에는 혼자 자고 싶어 미칠 지경이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내 인생에 다시없을 힘들고 즐거운 기억이다.

보드는 남성복이지만 여성들도 탐내는 옷이다. 여성들이 입을 때 팁은? 보드의 옷을 입는 여성으로서 추천하는 몇 가지 스타일링 요령이 있다. 셔츠를 여러 벌 겹쳐 입되 하나는 꺼내서, 다른 하나는 바지 속에 넣어서 겉에 입은 셔츠를 재킷처럼 연출하는 것을 좋아한다. 바지 역시 허리를 꽉 졸라매서 헐렁하게 입으면 핏이 예뻐 보인다. 오버사이즈를 두려워하지 않는 고객이라면 보드의 룩을 구매해도 충분히 활용할 것이다.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개인적인 역사나 가족 이야기.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는 문화에서 주로 영향을 받는다.

여느 패션 피플처럼 옷을 컬렉팅하는 편인가? 스타일은 모두가 예상하듯 앤티크하고 빈티지하겠지? 당연하다. 내 옷장은 빈티지 옷으로 채워져 있다. 엄마가 입던 옷,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간직하고 있는 옷이 대부분이다. 디저트 빈티지(Desert Vintage)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친구가 있는데 내가 요새 입는 옷은 모두 이 브랜드에서 구입한다.

보통 성인 컬렉션을 확장한 후에 베이비 라인을 론칭하는데, 남성복 이후에 베이비 컬렉션(BABY BODE) 론칭한 행보가 이채롭다. 나는 실루엣이 복잡한 여성복보다는 남성과 아동을 위한 박스형 셰이프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성인 옷을 만들기에는 조금 부족한 작은 앤티크 원단은 아기용 셔츠를 만들기에 알맞다. 현재로서는 몇 가지 스타일만 출시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확장할 예정이다.

뉴욕에서 앤티크하고 빈티지한 소품이나 옷을 득템 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뉴욕에서는 이스트 빌리지나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있는 벼룩시장이나 빈티지 매장에 간다. 제일 좋아하는 곳은 러들로 스트리트의 엘렌(Ellen)이나 리빙턴 스트리트의 이디스 머시니스트(Edith Machinist), 9번가의 듀오(Duo) 등이다. 브루클린에서는 가정용품을 보려면 스텔라 달라스(Stella Dallas), 작업복을 보려면 퀄리티 멘딩(Quality Mending)에 간다. 나만의 비밀 장소다.

한국에도 팬이 많다. 한국 고객들이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보드는 이미 매치스패션과 미스터포터에 입점해 있다. 또 내년 봄 한국 매장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 무척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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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자이너육성

NET-A-PORTER

전 세계를 아우르는 패션 플랫폼이 발 벗고 나서 자신의 이름을 알려준다는 건 신진 디자이너에게는 꿈 같은 기회다. 네타포르테의 신진 디자이너 멘토링 프로그램인 ‘더 뱅가드’가 대표적인 예. 지난 시즌에는 한국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구드가 후원 대상이 돼 눈길을 끌었으며, 새 시즌에는 셀린느 출신의 피터 두(Peter Do), 콩과 가지에서 영감 받은 작품을 선보인 안네 만스(Anne Manns)를 비롯한 네 팀이 멘티로 선정돼 전문가로 구성된 네타포르테 팀의 교육과 지도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네타포르테는 “신진 디자이너들을 의미 있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은 네타포르테의 중요한 과제다. 글로벌 온라인 유통업체로서 우리는 브랜드를 육성하고 개발해 패션계의 미래에 대비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네타포르테의 이 같은 행보는 패션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많은 기업이 본받아야 할 자세라는 평가와 함께 호평받고 있다.

 

BFC FASHION TRUST

영국패션협회(British Fashion Council)가 주관하는 BFC 패션 트러스트의 수혜자 명단에 한국인 디자이너 유돈 초이가 이름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2011년 협회 설립 이후 9년째 진행 중인 이 프로그램은 영국에 기반을 둔 디자이너에게 재정 지원과 멘토링을 통한 사업 지원을 제공한다. 크리스토퍼 케인, 에밀리아 윅스테드, 에르뎀, 조나단 앤더슨 등 그간 BFC 패션 트러스트를 거쳐간 디자이너의 리스트만 보아도 그 규모와 공정성을 짐작할 수 있으니, 이번 소식을 통해 한국 패션을 유럽에 전파하고 싶다던 그의 도전이 성공 가도에 올랐음이 입증됐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KANYE WEST

패션 아이콘이자 패션 브랜드 이지(Yeezy)를 이끄는 힙합 아티스트 카니예 웨스트가 신진 디자이너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첫 번째 수혜자가 된 인물은 이지의 여성복 디자인 팀 멤버였던 메이지 슐로스(Maisie Schloss). “카니예의 지원을 받게 되어 영광이고 감사하다. 카니예는 나에게 환상과 영감 그 자체이며, 나의 꿈을 실현시켜준 사람이다”라며 지원을 받게 된 감개무량(?)한 소감을 전한 그는 프로젝트를 통해 로봇공학과 리듬 체조에서 영감 받은 브랜드 ‘메이지 윌렌(Maisie Wilen)’을 론칭했고, 카니예 웨스트의 엄청난 명성과 카일리 제너, 아나스타샤 카라니콜라우 등 톱 셀러브리티의 관심에 힘입어 단숨에 라이징 디자이너로 도약했다.

 

패션 디자이너육성

K-FASHION AUDITION

국내에도 국가적 차원의 디자이너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한국패션산업협회가 주관하는 K-패션 오디션이다. 신진 브랜드뿐 아니라 중견 브랜드, 글로벌 유망 브랜드 등으로 세분화해 지원 브랜드를 선정하며, 대기업과 협력해 유통망을 확보해주고 룩 북 촬영이나 패션 필름 제작을 지원하는 등 브랜드 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프로그램을 늘릴 예정이다.

 

패션 디자이너육성

SFDF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지원하는 SFDF(삼성패션디자인펀드)는 국내에서 가장 주목도 높은 디자이너 지원 프로그램이다. 해외 컬렉션에 참가하고 있거나 괄목할 만한 해외 판매 실적을 보여준 디자이너를 선정해 국내외 심사를 거친 후 10만 달러(약 1억2천만원)를 지원하는 에스에프디에프(SFDF)와 국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해  약 1억원의 상금과 함께 서울패션위크 참가 기회를 제공하는 스몰 에스에프디에프(sfdf)로 나뉜다. 지원금도 그렇지만, 신진 디자이너에게는 한국을 대표하는 컬렉션에서 자신의 옷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갈 터. 그 덕분에 SFDF와 sfdf 모두 해를 거듭할 수록 쟁쟁한 디자이너들의 참가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