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패션 아이템 ②

GOGGLES

퓨처리스틱한 매트릭스 선글라스, 볼드한 레트로풍 선글라스의 인기에 밀려 잠시 종적을 감췄던 고글 선글라스가 돌아왔다. 얼굴이 반쯤 가려질 만큼 커다랗고 존재감 넘치는 고글 선글라스, 일명 실드 선글라스는 여러 컬렉션에서 룩의 무드에 상관없이 매치돼 눈길을 끌었다. 이를테면 지방시는 사랑스러운 미니드레스에, 아크네스튜디오는 파워풀한 팬츠 수트에 실드 선글라스를 스타일링해 쿨한 느낌을 배가했으니! 어떤 룩도 힙한 1990년대 무드로 완성해주는 실드 선글라스의 힘은 스트리트 패션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GLOVES

패션 아이템이라기보다 기능성 제품으로 인식되는 장갑. 이젠 꼭 춥지 않아도 장갑을 껴야 할지도 모르겠다. 지난 2019 F/W 패션위크 기간, 반소매 재킷과 니트 풀오버 차림에 가죽 글러브를 낀 패션 피플이 길거리에서 포착됐기 때문이다. 장갑을 제외한 옷차림은 분명 초가을 스타일이라는 건 장갑을 액세서리처럼 활용했다는 증거다. 랑방, 알렉산더 왕, 아크네 스튜디오 등의 컬렉션에 모습을 드러낸 장갑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장갑은 어떤 스타일에 제격일까? 아주 클래식한 룩에 품격을 한층 더하고 싶다면, 주저 없이 장갑을 집어들 것.

 

BELTS

얇은 가죽 밴드 하나로 다양한 스타일링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니, 어떻게 벨트에 마음을 주지 않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여러 가지 스타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 유혹적이다. 보테가베네타의 아티스틱한 금속 장식 벨트는 단숨에 잇 아이템으로 등극했고, 클래식한 로고 버클을 선택한 셀린느, 뷔스티에 버금가게 넓은 디자인을 내놓은 조나단 앤더슨 등 수많은 컬렉션에서 벨트의 맹활약을 엿볼 수 있다. 로에베의 오비(Obi) 벨트는 2017 S/S 시즌 처음 선보인 후 브랜드의 시그니처 액세서리로 자리 잡으며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가을과 겨울엔 오버사이즈 코트와 재킷을 벨트로 졸라매보라. 새로운 아우터를 사지 않아도 될 만큼 만족스러울 것이다.

 

HAIRBAND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치고 지난 시즌을 화려하게 장식한 프라다의 새틴 헤어밴드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터다. 이후 우리는 아주 쉽게 더욱 매혹적으로 재해석된 헤어밴드를 런웨이와 스트리트에서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이번 시즌엔 시몬 로샤, 쉬림프, 스텔라 진 등에서 제안한 것처럼 진주나비즈, 플라워 모티프 코르사주 등 과감한 장식을 더한 헤어밴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음엔 또 어떤 헤어밴드가 등장할지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다시 돌아온 패션 아이템 ①

TIGHTS

타이츠가 런웨이에서 이토록 주목받을 줄이야! 마린 세레, 삭스 포츠 같은 젊은 브랜드의 로고 패턴 타이츠가 히트를 치며 새로운 키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시즌부터 이런 조짐이 보이더니, 올가을엔 타이츠 전성시대라 할 만큼 다양한 디자인과 컬러의 타이츠가 그야말로 쏟아져 나왔다. 특히 엄마의 것으로 인식되던 시스루 스타킹의 도약이 남다르니, 이젠 불투명한 검정 스타킹은 옷장 깊숙이 넣어둘 것. 미니드레스나 스커트를 입을 때 어떤 타이츠를 신는지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31가지 아이스크림만큼이나 다채로운 타이츠 고르는 재미가 쏠쏠한 시즌이 도래했다.

GOLD CHAIN NECKLACE

한동안 아주 모던한 커스텀 주얼리가 트렌드였다. 매끈하고 얇은 주얼리는 조용하고 은은하게 룩을 빛내주는 역할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돌고 도는 패션계의 시계가 이번엔 볼드한 골드 체인 네크리스의 시대가 돌아왔음을 알리고 있다. 두꺼운 초커 스타일이 대세지만 아주 모던한 룩에 스타일링하는 것이 포인트다. 한마디로 체인하면 바로 연상되는 어두운 고스 룩이나 펑크 룩이 아니라 미니멀 룩에 단 하나의 강렬한 존재로 자리매김한 것. 깔끔한 어스 톤 룩에 체인 네크리스와 골드 후프 이어링을 짝지은 페르닐 테이스백의 스타일링 방식을 놓치지 말자.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EDITOR’S REVIEW, 2020 루이비통 크루즈

여행의 가장 큰 묘미는 목적지로 떠나기 전 공항 터미널에서 마주하는 기다림과 설렘이 아닐까. 여정의 시작점에서는 앞으로 맞닥뜨릴 이국적인 모습이나 새로운 경험보다 어딘가로 떠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떨리고 흥분된다. 이런 야릇한 기대감은 루이 비통 2020 크루즈 컬렉션의 초청장을 받고 뉴욕발 비행기에 오르기 전부터 시작됐다. 루이 비통은 모나코에서 최초로 공개한 크루즈 패션쇼를 시작으로 미국 팜스프링스의 밥 앤 돌로레스 호프 에스테이트(Bob and Dolores Hope Estate), 브라질의 니테로이 현대 박물관(MAC Niterói), 일본 교토 부근의 미호 박물관(Miho Museum), 프랑스 남부의 마그 재단 미술관(Fondation Maeght)등 각 지역의 주요 건축물에서 크루즈 패션쇼를 선보여왔다. 특히 루이 비통의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자신의 SNS를 통해 2020 크루즈 컬렉션이 공개되는 장소는 뉴욕일 거라고 공공연하게 소문을 내온 터라 기대가 배가됐다. 무엇보다 여성적이면서 세련된 실용미를 갖춘 컬렉션과 과감하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컬렉션을 선보이는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방대하고 다채로운 문화를 가진 도시 뉴욕의 어느 장소에서 어떻게 선보일지, 에디터를 비롯해 컬렉션에 초대받은 프레스, 전 세계에서 온 패션 관계자와 패션 피플의 기대감은 컬렉션 날짜가 다가올수록 커져갔다. 그리고 드디어 베일을 벗은 컬렉션은 역시 장소부터 남달랐다. 존 F. 케네디 공항의 TWA 터미널. 1962년 핀란드 건축가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의 지휘 아래 완공된 이래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공항 터미널 중 하나로 꼽히는 TWA 터미널은 외관이 새의 형상과 비슷한 것으로 유명하다. 건설 이후 2001년 경영 파탄을 맞기 전까지 미국 동해안의 운항 거점이었던 이곳은 곡선의 볼트 돔을 사용해 넓은 홀과 표지판, 안내도, 난간, 체크인 카운터 등 모든 사물이 크든 작든 구조적으로 미적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적 아름다움 덕분일까? TWA 터미널은 5백12개의 객실과 3백여 평의 피트니스 센터, 수영장, 전망대 등 다양한 이벤트 공간을 갖춘 호텔로 오픈 하기 전 2020 루이 비통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이는 장소로 선정됐다. 특히 에로 사리넨의 건축미가 여실히 드러난 터미널의 헤드 하우스는 컬렉션을 선보이는 메인 장소. 마치 날개를 펼친 갈매기처럼 곡선과 직선을 균형감 있게 살린 역동적 외관은 2020 크루즈 컬렉션 피스 곳곳에서 드러났다. 또 1990년대에 TWA 터미널에 들른 적이 있다는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그때를 회상하며, TWA 터미널에서 영감 받아 특유의 장기를 드러낸 스포티 스타일의 LV 에어라인 가방을 선보였다. 이와 더불어 뉴욕 맨해튼의 고층 빌딩이 즐비한 모습을 본뜬 다양한 프린트와 자수 장식이나 뉴욕 월스트리트를 거니는 비즈니스맨의 유니폼이라 해도 좋을 수트에서 영감을 받은 룩은 실용적이면서 에너지 넘치는 도시 뉴욕의 분위기를 그대로 표현한 듯했다. 옐로, 블루, 화이트, 골드 등의 컬러를 대범하게 사용한 모습은 뉴욕 맨해튼의 다운타운에서 업타운을 잇는 브로드웨이의 화려한 조명을 연상시켰다. “다소 클리셰에 가깝지만 뭐 어때요? 저는 프랑스 사람이에요. 제가 보고 느끼는 뉴욕은 이런 전형적인 모습인 걸요!” 제스키에르는 이런 말로 컬렉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컬렉션에는 제트 시대가 시작되며 호황을 누렸던 1960~70년대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로망과 흥분기도 드러났다. 쿠튀르적 손길이 가미된 화려한 엠브로이더리 장식이나 브로케이드를 이용한 아트 데코를 강조한 의상들은 과장되면서도 한때 호황을 누렸던 시대의 사치스럽고 고급스러운 무드를 드러냈다. 또한 한때 뉴욕의 별명으로 통하던 ‘고담 시티’의 주인공 배트맨에서 모티프를 얻은 룩과 각종 슈퍼히어로를 표현한 케이프 스타일에서는 제스키 에르만의 유머러스한 감각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전체적으로 1980년대의 터프하면서도 글래머러스하고, 대범하면서도 예쁜 룩이 줄줄이 이어진 이번 컬렉션은 뉴욕이라는 도시가 가진 다양한 문화와 그 안의 충돌까지 재미있게 담아냈다. 2020 루이 비통 크루즈 컬렉션의 순조로운 착륙을 함께한 줄리언 무어, 케이트 블란쳇, 에마 스톤, 미셸 윌리엄스, 제니퍼 코넬리, 로라 해리어, 레아 세이두, 배두나, 있지 등 전 세계에서 모인 스타 군단 역시 컬렉션이 끝난 후 백스테이지를 찾아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또 한 번의 크루즈 컬렉션을 오래도록 축하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