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빌에서 만난 샤넬

영화를 사랑한 샤넬

가브리엘 샤넬은 생전 영화를 사랑했고, 배우와 감독을 비롯한 수많은 예술가들과 친분을 맺었다. 샤넬과 영화의 인연은 1930년대 MGM 영화사 대표 새뮤얼 골드윈에 의해 시작됐다. 1929년 뉴욕 주식시장이 대폭락한 ‘검은 목요일’ 이후 침체에 빠진 미국 영화계를 부흥하기 위해 새뮤얼 골드윈은 그녀에게 MGM 영화사의 배우들을 패션 아이콘으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그 후 미국으로 건너간 샤넬의 마법은 그레타 가르보를 시작으로 많은 여배우에게 통했다. 그러나 샤넬 고유의 스타일은 할리우드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한편 프렌치 시네마는 샤넬 하우스의 우아한 쿠튀르 룩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영화 <안개 낀 부두>를 위한 의상을 찾고 있던 미셸 모르간을 비롯해 로미 슈나이더까지 많은 프랑스 여배우들이 이른바 ‘샤넬 양식’으로 정의된 스타일에 매혹됐기 때문이다. 샤넬의 매력은 특히 누벨바그 영화에 고혹적으로 녹아들었다. 가브리엘 샤넬은 1960년 알랭 레네 감독의 영화 <지난해 마리앙바드에서>에 출연하는 델핀 세리그의 의상을 직접 제작했는데, 이는 2018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알랭 레네의 걸작을 복원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다시 공개됐다.

칼 라거펠트 역시 ‘영화가 내 삶을 채워줬다’란 명언을 남길 만큼 영화광이었다. 1989년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영화 <뉴욕 스토리>에 출연한 10대 배우들에게 샤넬의 옷을 입혀 기존 샤넬 하우스의 이미지에 생동감 있는 에너지를 더하는 데 일조했고, 이후에도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하이힐>, 프란코 제피렐리 감독의 <칼라 스 포에버> 등 다양한 영화를 통해 샤넬은 드라마틱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칼 라거펠트와 친분을 맺은 배우들의 콜라보레이션 역시 눈에 띄었다. 칼은 2016년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를 위해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의상을 특별히 제작했으며, 2018년엔 <마담 싸이코>의 여주인공 이자벨 위페르를 위해 2016-17 파리 코스모폴라이트 공방 컬렉션 수트를 디자인했다. 샤넬 하우스와 영화의 고고한 예술성은 이토록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공통분모로서 다채로운 방식으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샤넬과 도빌의 역사

노르망디 지역의 소도시 도빌과 샤넬의 인연은 매우 특별하다. 파리지앵이 파리를 떠나 해안가에서 자유롭게 수영하며 여유를 만끽하던 벨에포크 시대인 1912년 봄, 샤넬은 도빌로 하우스를 이전했다. 당시 도빌은 앵글로노르만 건축양식 특유의 로맨틱한 분위기가 더없이 잘 어울리는 리조트 지역 중 하나였다. 1912년 7월 문을 연 카지노와 르 노르망디 호텔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선보인 화려한 쇼와 퍼포먼스는 벨에포크의 모토인 ‘좋은 시대’를 향유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샤넬은 당시 보이 카펠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아 카지노 맞은편 공토비롱(Gontaut-Biron)가에 두 번째 부티크를 오픈했다. 예상하겠지만 이 매장은 머지않아 명소가 되었다. ‘매일 아침 이 장소엔 다양한 사람이 모여든다. 귀족, 예술가, 운동선수 등 유명인들이 서로 이름을 부르며 자연스레 대화를 나눈다. 아름다운 의상을 감상하고 셈(Sem)의 앨범에 관해 이야기한다….’ 1913년 여성지 <페미나(Femina)>에 실린 기사 내용처럼 샤넬 도빌 부티크는 예술과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이 소통하는 창구로 사랑받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곳에서 가브리엘 샤넬의 새로운 의복 스타일이 창조되었다는 것. 매 순간 혁신적인 패션을 갈망하던 그녀는 모자 컬렉션을 비롯해 휴양지에서 입기 적합한 저지 소재를 중심으로 한결 편안하고 가벼운 실루엣의 의상을 디자인했다. 시작은 물론 가브리엘 샤넬이었다. 이 영민한 디자이너는 보이 카펠의 스웨터와 카디건은 물론 당시 어부가 입던 스트라이프 패턴 저지 톱을 즐겨 입었고, 가난한 이들의 소재로 치부되던 저지를 앞세운 옷을 만들었다. 샤넬의 이런 대담한 의상은 도빌에서 안식처를 찾던 파리지앵을 단번에 유혹했을 뿐 아니라 패션 전문지들의 호평을 얻어냈다.

샤넬과 도빌의 인연은 그 이후로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2011년 7월 15일 칼 라거펠트가 제작한 기념 명판이 도빌 샤넬 부티크 정면에 걸렸고, 디자이너는 헬레나 크리스텐센을 모델로 1990 S/S 시즌 광고 캠페인을 촬영했다. 이뿐 아니다. 2018년엔 레 조 드 샤넬(LesEaux de CHANEL) 컬렉션을 위해 조향사 올리비에 뽈쥬와 협업한 향수 ‘파리-도빌’을 성공리에 론칭했다. 그리고 2019년 9월 제45회 도빌 미국 영화제 역시 샤넬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한층 더 의미 있는 시간을 기록했다.

샤넬 도빌영화제

샤넬과 도빌 미국 영화제

샤넬이 2019년 9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제45회 도빌 미국 영화제를 협찬했다. 샤넬은 이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 산업을 후원해왔으며 소피아 코폴라 감독을 비롯해 크리스틴 스튜어트, 마고로비, 키라 나이틀리, 아나 무글라리스, 바네사 파라디, 페넬로페 크루즈, 저우쉰, 키쿠치 린코, 릴리로즈 뎁 등 세계적인 배우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올해 도빌 미국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은 1970년대 미국에서 샤넬 N˚5 향수의 뮤즈로 활동했던 카트린 드뇌브가 맡았으며, ‘블루 드 샤넬’의 모델인 가스파르 울리엘이 심사위원으로, 샤넬 하우스 앰배서더인 아나 무글라리스가 ‘레벌레이션(Revelation)’ 부문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했다.

도빌에서 부티크를 오픈한 이후 1백여 년의 시간을 보낸 샤넬 하우스는 이번 영화제로 또 하나의 아름다운 순간을 남겼다.

 

 

101 겨울 스타일링 아이디어 #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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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터를 어깨에 걸친 듯 연출할 수 있는 숄 스타일의 숄엣 머플러 9만9천원, 헤링본 셋업 울 재킷 39만9천원, 차콜 그레이 컬러의 기모 크롭트 랩 팬츠 19만9천원, 블랙 배색 레그 워머 1만5천원, 클래식한 더비 슈즈 15만9천원 모두 에피그램(epigram).

SHAWL + @

2020 S/S 러시아 패션위크 다이어리 #1

러시아패션위크 러시아

4대 패션위크가 끝나고 2020 S/S 서울 패션위크가 열리던 그때, 지구 반대편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도 패션위크가 열렸다. 미지의 세계였던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패션위크라니!

러시아 패션이라 하면 자연스럽게 ‘은하철도 999’ 메텔의 의상이 떠오른다. 잘록한 허리선이 들어간 롱코트와 윤기가 흐르는 털모자.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러시아 패션계를 떠오르게 만든 브랜드, 베트멍과 고샤루브친스키가 있었다. 두 브랜드 모두 구소련의 90년대 유스컬처에서 영감을 얻어 기존의 틀을 거부했다. 바닥까지 닿는 긴 소매와 비정상적으로 큰 재킷, 다른 브랜드의 로고 활용과 그림 같은 러시아어가 쓰여진 스웻셔츠. 1990년대 포스트 소비에트 시절 문화가 격동하고 혼란스러웠던 청춘들의 반항과 비주류문화를 새로운 패션 문화로 창조했다.

두 브랜드 외에도 러시아 패션계는 생각보다 다양했고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메르세데스 벤츠 러시아 패션위크에 초대받아 그곳에서 만난 주목할 만한 순간들!

충격적인 퍼포먼스 패션쇼

패션위크의 마지막은 티그란 아베티샤(Tigran Avetisya)의 프레젠테이션으로 장식했다. 보통의 패션 쇼와는 다른 퍼포먼스 형식으로 쇼를 선보이는 그는 의류를 하나의 제품으로 인식하고 마케팅의 언어로 사용한다. 이번 퍼포먼스에서도 그의 작품들은 컨셉츄얼했다. 의상을 입은 모델은 없고  얼핏 보면 사람의 모형 같은 애매모한 하얀 조각품이 런웨이에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다 컬러풀한 페인트를 천천히 들이부었다. 쇼를 감상하던 사람들도 밖에서 스크린으로 지켜보던 사람들도 모두 웅성 되기 시작했다. 그의 의도는 이랬다. 런웨이에 세워진 조각품은 ‘모델’이었고, 천천히 떨어지고 있는 컬러풀한 페인트는 ‘옷’이었다. 퍼포먼스가 끝난 후 쇼를 보던 모든 이들이 런웨이로 들어와 굳어진 페인트를 촬영했다. 난생 처음 보는 패션쇼에 충격이 가시지 않았지만 굉장히 철학적이었고 예술적인 쇼였다.

신선한 브랜드들의 향연, 팝업스토어

러시아 패션위크가 열리고 있는 마네지 중앙 전시장 아래층에서는 다양한 러시아패션 브랜드들이 참가한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메르세데스 벤츠 러시아 패션위크에서는 자국의 패션 브랜드들을 홍보하고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매시즌 팝업스토어를 오픈한다. 약 70여개의 브랜드가 참여해 다양한 스타일의 의류와 액세서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일러스트를 활용하여 하나의 예술작품 같은 제품들을 선보이는 오노마(ONOMA)와 리아나J(LiANAJ)가 눈에 띄었다. 뿐만 아니라 지퍼를 활용한 변형 가능한 옷, 가죽과 같은 소재를 다양하게 변주해 만든 액세서리와 같이 실험적인 패션 브랜드들이 많이 보였다. 팝업 스토어에서는 신선한 패션 바람이 불었다.

컬러풀 스트리트 패션

유니크한 패션 브랜드들을 많이 볼 수 있었던 러시아 패션위크는 쇼장 밖, 스트리트 패션도 한몫 했다. 패션 모델, 패션 블로거, 러시아의 셀러브리티, 다양한 나라에서 취재 온 기자들까지. 2020 S/S 러시아 패션위크를 즐기러 온 이들의 스타일은 다양했다. 화려한 패턴과 컬러 매치, 클래식과 트렌디한 아이템의 믹스매치가 키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