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REVIEW, 2020 루이비통 크루즈

여행의 가장 큰 묘미는 목적지로 떠나기 전 공항 터미널에서 마주하는 기다림과 설렘이 아닐까. 여정의 시작점에서는 앞으로 맞닥뜨릴 이국적인 모습이나 새로운 경험보다 어딘가로 떠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떨리고 흥분된다. 이런 야릇한 기대감은 루이 비통 2020 크루즈 컬렉션의 초청장을 받고 뉴욕발 비행기에 오르기 전부터 시작됐다. 루이 비통은 모나코에서 최초로 공개한 크루즈 패션쇼를 시작으로 미국 팜스프링스의 밥 앤 돌로레스 호프 에스테이트(Bob and Dolores Hope Estate), 브라질의 니테로이 현대 박물관(MAC Niterói), 일본 교토 부근의 미호 박물관(Miho Museum), 프랑스 남부의 마그 재단 미술관(Fondation Maeght)등 각 지역의 주요 건축물에서 크루즈 패션쇼를 선보여왔다. 특히 루이 비통의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자신의 SNS를 통해 2020 크루즈 컬렉션이 공개되는 장소는 뉴욕일 거라고 공공연하게 소문을 내온 터라 기대가 배가됐다. 무엇보다 여성적이면서 세련된 실용미를 갖춘 컬렉션과 과감하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컬렉션을 선보이는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방대하고 다채로운 문화를 가진 도시 뉴욕의 어느 장소에서 어떻게 선보일지, 에디터를 비롯해 컬렉션에 초대받은 프레스, 전 세계에서 온 패션 관계자와 패션 피플의 기대감은 컬렉션 날짜가 다가올수록 커져갔다. 그리고 드디어 베일을 벗은 컬렉션은 역시 장소부터 남달랐다. 존 F. 케네디 공항의 TWA 터미널. 1962년 핀란드 건축가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의 지휘 아래 완공된 이래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공항 터미널 중 하나로 꼽히는 TWA 터미널은 외관이 새의 형상과 비슷한 것으로 유명하다. 건설 이후 2001년 경영 파탄을 맞기 전까지 미국 동해안의 운항 거점이었던 이곳은 곡선의 볼트 돔을 사용해 넓은 홀과 표지판, 안내도, 난간, 체크인 카운터 등 모든 사물이 크든 작든 구조적으로 미적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적 아름다움 덕분일까? TWA 터미널은 5백12개의 객실과 3백여 평의 피트니스 센터, 수영장, 전망대 등 다양한 이벤트 공간을 갖춘 호텔로 오픈 하기 전 2020 루이 비통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이는 장소로 선정됐다. 특히 에로 사리넨의 건축미가 여실히 드러난 터미널의 헤드 하우스는 컬렉션을 선보이는 메인 장소. 마치 날개를 펼친 갈매기처럼 곡선과 직선을 균형감 있게 살린 역동적 외관은 2020 크루즈 컬렉션 피스 곳곳에서 드러났다. 또 1990년대에 TWA 터미널에 들른 적이 있다는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그때를 회상하며, TWA 터미널에서 영감 받아 특유의 장기를 드러낸 스포티 스타일의 LV 에어라인 가방을 선보였다. 이와 더불어 뉴욕 맨해튼의 고층 빌딩이 즐비한 모습을 본뜬 다양한 프린트와 자수 장식이나 뉴욕 월스트리트를 거니는 비즈니스맨의 유니폼이라 해도 좋을 수트에서 영감을 받은 룩은 실용적이면서 에너지 넘치는 도시 뉴욕의 분위기를 그대로 표현한 듯했다. 옐로, 블루, 화이트, 골드 등의 컬러를 대범하게 사용한 모습은 뉴욕 맨해튼의 다운타운에서 업타운을 잇는 브로드웨이의 화려한 조명을 연상시켰다. “다소 클리셰에 가깝지만 뭐 어때요? 저는 프랑스 사람이에요. 제가 보고 느끼는 뉴욕은 이런 전형적인 모습인 걸요!” 제스키에르는 이런 말로 컬렉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컬렉션에는 제트 시대가 시작되며 호황을 누렸던 1960~70년대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로망과 흥분기도 드러났다. 쿠튀르적 손길이 가미된 화려한 엠브로이더리 장식이나 브로케이드를 이용한 아트 데코를 강조한 의상들은 과장되면서도 한때 호황을 누렸던 시대의 사치스럽고 고급스러운 무드를 드러냈다. 또한 한때 뉴욕의 별명으로 통하던 ‘고담 시티’의 주인공 배트맨에서 모티프를 얻은 룩과 각종 슈퍼히어로를 표현한 케이프 스타일에서는 제스키 에르만의 유머러스한 감각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전체적으로 1980년대의 터프하면서도 글래머러스하고, 대범하면서도 예쁜 룩이 줄줄이 이어진 이번 컬렉션은 뉴욕이라는 도시가 가진 다양한 문화와 그 안의 충돌까지 재미있게 담아냈다. 2020 루이 비통 크루즈 컬렉션의 순조로운 착륙을 함께한 줄리언 무어, 케이트 블란쳇, 에마 스톤, 미셸 윌리엄스, 제니퍼 코넬리, 로라 해리어, 레아 세이두, 배두나, 있지 등 전 세계에서 모인 스타 군단 역시 컬렉션이 끝난 후 백스테이지를 찾아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또 한 번의 크루즈 컬렉션을 오래도록 축하해주었다.

 

도빌에서 만난 샤넬

영화를 사랑한 샤넬

가브리엘 샤넬은 생전 영화를 사랑했고, 배우와 감독을 비롯한 수많은 예술가들과 친분을 맺었다. 샤넬과 영화의 인연은 1930년대 MGM 영화사 대표 새뮤얼 골드윈에 의해 시작됐다. 1929년 뉴욕 주식시장이 대폭락한 ‘검은 목요일’ 이후 침체에 빠진 미국 영화계를 부흥하기 위해 새뮤얼 골드윈은 그녀에게 MGM 영화사의 배우들을 패션 아이콘으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그 후 미국으로 건너간 샤넬의 마법은 그레타 가르보를 시작으로 많은 여배우에게 통했다. 그러나 샤넬 고유의 스타일은 할리우드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한편 프렌치 시네마는 샤넬 하우스의 우아한 쿠튀르 룩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영화 <안개 낀 부두>를 위한 의상을 찾고 있던 미셸 모르간을 비롯해 로미 슈나이더까지 많은 프랑스 여배우들이 이른바 ‘샤넬 양식’으로 정의된 스타일에 매혹됐기 때문이다. 샤넬의 매력은 특히 누벨바그 영화에 고혹적으로 녹아들었다. 가브리엘 샤넬은 1960년 알랭 레네 감독의 영화 <지난해 마리앙바드에서>에 출연하는 델핀 세리그의 의상을 직접 제작했는데, 이는 2018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알랭 레네의 걸작을 복원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다시 공개됐다.

칼 라거펠트 역시 ‘영화가 내 삶을 채워줬다’란 명언을 남길 만큼 영화광이었다. 1989년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영화 <뉴욕 스토리>에 출연한 10대 배우들에게 샤넬의 옷을 입혀 기존 샤넬 하우스의 이미지에 생동감 있는 에너지를 더하는 데 일조했고, 이후에도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하이힐>, 프란코 제피렐리 감독의 <칼라 스 포에버> 등 다양한 영화를 통해 샤넬은 드라마틱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칼 라거펠트와 친분을 맺은 배우들의 콜라보레이션 역시 눈에 띄었다. 칼은 2016년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를 위해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의상을 특별히 제작했으며, 2018년엔 <마담 싸이코>의 여주인공 이자벨 위페르를 위해 2016-17 파리 코스모폴라이트 공방 컬렉션 수트를 디자인했다. 샤넬 하우스와 영화의 고고한 예술성은 이토록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공통분모로서 다채로운 방식으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샤넬과 도빌의 역사

노르망디 지역의 소도시 도빌과 샤넬의 인연은 매우 특별하다. 파리지앵이 파리를 떠나 해안가에서 자유롭게 수영하며 여유를 만끽하던 벨에포크 시대인 1912년 봄, 샤넬은 도빌로 하우스를 이전했다. 당시 도빌은 앵글로노르만 건축양식 특유의 로맨틱한 분위기가 더없이 잘 어울리는 리조트 지역 중 하나였다. 1912년 7월 문을 연 카지노와 르 노르망디 호텔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선보인 화려한 쇼와 퍼포먼스는 벨에포크의 모토인 ‘좋은 시대’를 향유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샤넬은 당시 보이 카펠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아 카지노 맞은편 공토비롱(Gontaut-Biron)가에 두 번째 부티크를 오픈했다. 예상하겠지만 이 매장은 머지않아 명소가 되었다. ‘매일 아침 이 장소엔 다양한 사람이 모여든다. 귀족, 예술가, 운동선수 등 유명인들이 서로 이름을 부르며 자연스레 대화를 나눈다. 아름다운 의상을 감상하고 셈(Sem)의 앨범에 관해 이야기한다….’ 1913년 여성지 <페미나(Femina)>에 실린 기사 내용처럼 샤넬 도빌 부티크는 예술과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이 소통하는 창구로 사랑받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곳에서 가브리엘 샤넬의 새로운 의복 스타일이 창조되었다는 것. 매 순간 혁신적인 패션을 갈망하던 그녀는 모자 컬렉션을 비롯해 휴양지에서 입기 적합한 저지 소재를 중심으로 한결 편안하고 가벼운 실루엣의 의상을 디자인했다. 시작은 물론 가브리엘 샤넬이었다. 이 영민한 디자이너는 보이 카펠의 스웨터와 카디건은 물론 당시 어부가 입던 스트라이프 패턴 저지 톱을 즐겨 입었고, 가난한 이들의 소재로 치부되던 저지를 앞세운 옷을 만들었다. 샤넬의 이런 대담한 의상은 도빌에서 안식처를 찾던 파리지앵을 단번에 유혹했을 뿐 아니라 패션 전문지들의 호평을 얻어냈다.

샤넬과 도빌의 인연은 그 이후로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2011년 7월 15일 칼 라거펠트가 제작한 기념 명판이 도빌 샤넬 부티크 정면에 걸렸고, 디자이너는 헬레나 크리스텐센을 모델로 1990 S/S 시즌 광고 캠페인을 촬영했다. 이뿐 아니다. 2018년엔 레 조 드 샤넬(LesEaux de CHANEL) 컬렉션을 위해 조향사 올리비에 뽈쥬와 협업한 향수 ‘파리-도빌’을 성공리에 론칭했다. 그리고 2019년 9월 제45회 도빌 미국 영화제 역시 샤넬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한층 더 의미 있는 시간을 기록했다.

샤넬 도빌영화제

샤넬과 도빌 미국 영화제

샤넬이 2019년 9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제45회 도빌 미국 영화제를 협찬했다. 샤넬은 이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 산업을 후원해왔으며 소피아 코폴라 감독을 비롯해 크리스틴 스튜어트, 마고로비, 키라 나이틀리, 아나 무글라리스, 바네사 파라디, 페넬로페 크루즈, 저우쉰, 키쿠치 린코, 릴리로즈 뎁 등 세계적인 배우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올해 도빌 미국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은 1970년대 미국에서 샤넬 N˚5 향수의 뮤즈로 활동했던 카트린 드뇌브가 맡았으며, ‘블루 드 샤넬’의 모델인 가스파르 울리엘이 심사위원으로, 샤넬 하우스 앰배서더인 아나 무글라리스가 ‘레벌레이션(Revelation)’ 부문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했다.

도빌에서 부티크를 오픈한 이후 1백여 년의 시간을 보낸 샤넬 하우스는 이번 영화제로 또 하나의 아름다운 순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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