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게 말해 싫다고

섹스칼럼 SEX

사랑이라는 추상을 감각하게 만드는 가장 황홀한 수단인 섹스. 그러나 섹스는 더 이상 사랑을 방증하지 않는다. 계속되는 교감이 사랑을 만들어낼 거라는 확신과 절실함도 이제는 희미하다. 데이팅 앱을 깔자마자 속수무책으로 보이는 프로필 문구에는 캐주얼 섹스, FWB(Friends With Benefit),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같은 이상한 조어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그러니까 원나잇 스탠드, 여기에 관계의 시간성을 덧대면 소위 섹스 파트너를 찾고 있는 것이다. 섹스도 경제적일 수 있을까. 당연하다. 우리는 간명하고 편리한 시대를 살아가는 ‘쿨’한 사람들이니까.

섹스 앞에서 쿨하지 않으면 일단 지고 들어가는 거라고, 우리는 각종 매체를 접하며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심지어 주말 연속극에서도 선 섹스, 후 연애 이야기가 아무렇지 않게 방영된다. 그런 장면에서 섹스는 ‘실수’처럼 묘사된다. 술을 마시고 흥에 겨워 어쩌다 보니 섹스를 해버렸고, 그렇게 관계가 시작된다는 로맨스물의 클리셰는 사방에 넘친다. 섹스 후에 누가 먼저 연락을 하는가로 이른바 ‘밀당’이라는 권력 구조를 만들어낸다. 한때는 결말이었을 그것이 이제는 이야기의 전제, 그야말로 디폴트가 된 셈이다. 섹스는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내게도 섹스 파트너가 있었다. 제안을 받은 적도 있고 반대로 내가 먼저 손을 내민 적도 있다. 만난 지 몇 시간이 채 안 된 사람과 모텔을 찾은 적도 있고, 수년 동안 깔짝깔짝 간만 보다가 어느 날 기어이 해버리고 만 사이도 있다. 그때마다 내게 섹스는 단순히 관계의 지표나 애정의 척도로 비치지 않았다. 그저 구체적인 행위에 불과했다. 상대의 몸을 응시하고, 타인의 몸에 내가 파묻히거나 나를 묻어버리는 일. 그 잠깐 사이에 피어오르는 찰나의 교감이 존재할 수는 있으나, 섹스가 끝난 이후 그것이 오롯이 사랑에 가 닿는다고 여길 사람은 흔치 않을 터.

쿨하다는 건 무얼 뜻하는 걸까. 성적인 측면에서 주체성을 담보하는 것? 그렇다면 다시 묻는다. 주체성이라는 건 무엇일까. 섹스라는 행위에 수동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인다면 그것은 주체적인가? 다시 묻자. 그렇다면 섹스에 객체적일 수 있나. 섹스를 권력관계로 두고 볼 때, 객체성을 띠는 입장에 놓여 있다면, 그것은 섹스가 아닌 강력 범죄의 피해자일 것이다. 우리는 섹스를 할 때 모두 주체적이다. 행위를 합의한 당사자이므로. 그런데도 왜 여성에게는 ‘주체적인’이라는 수사적 표현이 이제야 마치 제자리를 찾았다는 듯이, 그것도 마치 ‘쿨’한 여자에게만 트로피처럼 주어지는 것일까. 그러니까, 도대체, 왜.

“쿨하게 섹스만 하자.” 이렇게 말하는 남성은 제법 많았다. 나의 연애가 험난했다기보다는 지금껏 살아온 기간에 비례해 통계적으로 추산한 결과다. 이는 나만이 아니라 주변의 지인들에게도 축적된 경험이다. 섹스‘만’ 하자는 말에서 ‘만’이란 뜻은 결국 책임지지 않겠다는 거 아냐? 섹스를 통해 감정의 전개를 이룩하려는 친구들은 그렇게 해석했고, 궁합은 좋은데 그냥 그것만 좋은 것이라고 재빠르게 단정해버린 친구들은 ‘만’이 제시하는 감정 노동 없는 상태를 기꺼이 만끽했다. 그들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할 때 ‘만’이라는 단서에 따라 반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나 역시 그 두 부류 사이를 맘껏 뛰어다녔다. 걔랑 하는 건 좋은데 걔 데리고 다니는 건 부끄러워. 그럴 경우엔 ‘만’을 택했고, 제발 나를 사랑해달라고 조르는 강아지처럼 구는 관계에서는 ‘만’따위는 당치도 않다며 떼를 쓸고 빌었다. 상대에 따라 나의 널뛰기는 상승과 하강을 반복했다. 잠깐, 그럼 난 쿨한 여자야, 아니면 질척대는 여자야? 나는 생각한다. 그때 내가 했던 결정들이 온전히 나 스스로 한 선택이라고 확신할 수 있느냐고. 어쩌면 떠밀리듯, 혹은 어떤 절박함이 나를 끝내 합의로 갈무리하게끔 만들지는 않았는지. 관계를 망칠까 두려워서, 그 순간을 즐기지 못하는 것 같은 압박감에서 어떻게든 피하려고 애를 쓴 건 아닌지. 일례로 나는 친한 남자 사람 친구와 함께 아침까지 술을 마시다가 그의 원룸에서 잠을 잔 적이 있다. 그는 잠결에 나를 더듬었고, 나는 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으나 완강히 거부하지는 못했다. 정색을 하면 그와 나의 관계가 어색해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냥 한 번만 해줘. 그가 말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그의 부탁을 들어줬다. 이건 나의 선택이었을까. 나는 그날의 섹스를 ‘실수’로 기억하려고 한다. 그러나 지금 내게 그날은 악몽이나 다름없다.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Liberated>에는 봄방학을 맞아 해변을 전투 기지로 삼은 남학생들이 등장한다. 이곳에서 보내는 하루의 승부를 판가름하는 관전 포인트는 얼마나 만족스러운 섹스를 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횟수의 섹스를 했느냐다. 그리고 만나서 섹스를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으로도 자기들끼리 내기를 한다. “Let me show you.” 남학생은 카메라 렌즈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말한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서, 정말 에니바디여도 상관없는 아무 여성에게 다가가 묻는다. 네 엉덩이가 탐스러워. 나한테키스해줄래? 여성은 1초도 고민하지 않고 그의 입술에 키스를 한다. 남학생은 보란 듯이 카메라를 향해 웃는다. 봤지? 다큐멘터리는 매체가 다루는 섹스의 방식이 여성들에게 마치 일종의 해방처럼 느껴지도록 의도한다고 고찰한다. 첫 경험이 중요하지 않은 세대에게 섹스는 주체적인 섹슈얼리티를 표방하려는 여성이 해내야 하는, 일종의 견습이며 숙련이다. 우리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과연 이러한 방식의 제안과 합의가 온당한지 말이다. 관계의 무게를 덜어내려는 감정적인 편의를 좇는 일이 굳이 섹스라는 결과로 이어져야만 하는지 말이다.

섹스에 있어서 여성은 더 주도적이어야 한다.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건 좀 쿨하지 않다고 퍼붓는 온갖 직간접적인 문화에 대항해 조금 더 강하게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 난 내가 섹스하고 싶을 때 해. 지금은 하기 싫어. 그리고 내가 거절하는 건 결코 쿨하지 않은 것이 아니야. 그냥 싫은 것뿐이야. 이것이 진정한 해방의 언어, 이른바 쿨한 애티튜드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실천해야 한다. 우리 다음 세대의 여성들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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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을 파는 곳

팀블룸

똑같은 제품들을 가득 찍어내고 있는 대량생산 시대에 한 땀 한 땀 사람의 손길로 만든 제품은 더 소중하게만 느껴진다. 좀처럼 보기 힘든 이 소중함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따뜻한 숍이 있다. 바로 팀블룸. 14년전부터 강남 가로수길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팀블룸은 강북의 서촌으로 거처를 옮겼다. 인왕산의 기운과 한적한 서촌의 분위기가 더해져 팀블룸은 더 운치있고 포근함이 느껴진다.

디자이너들의 작품들로 구성된 이곳은 작은 단추에서 레이스까지 모두 수공예로 제작되는 ‘미나퍼호넨 Mina Perhonen), 다양한 패턴과 귀여움으로 포인트 아이템으로 활용하기 좋은 양말 브랜드 안티파스트, 일본 특유의 독창적인 패션을 선보이며 리빙 소품들도 함께 만날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링 컬렉션 아트앤 사이언스 그리고 파리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핸드메이드 도자기 브랜드 아스티에 드 빌라트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팀블룸만의 특별함이 있다면 바로 음악이다.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매장 안의 물건들과 방문하는 고객들을 위해 따뜻하고 편안함을 가질 수 있도록 심의를 기울여 셀렉했다.

오감이 따뜻해지는 이곳에서 가을 날의 특별함을 보내기에 충분하다.

주소 : 서울시 필운대로46 무목적빌딩 1층&B1 (03036)
문의 : 02-518–8269
@thimbloom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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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의 슬기로운 커리어 상담소

상담 고민

Q1 영어, 얼마나 잘해야 할까

경직되고 답답한 국내 회사의 분위기가 맞지 않아 퇴직서를 늘 품고 다니는 주임입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훨씬 자유롭더라고요. 외국계 회사로 이직하고 싶지만, 영어를 잘 못해서 주저하고 있습니다. 외국계 회사에 가려면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하는지, 외국계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영어 공부 팁을 공유 해주세요. from 영잘못 최 주임

신 차장 현재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유럽계 회사에 다니고 있어요. 해외에서 연수한 적은 없고, 오로지 한국에서만 영어 공부를 했어요. 본사 동료들도 외국어인 영어가 능숙하지 않아서 제 완벽하지 못한 영어가 크게 문제 되지 않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전화가 올 때 조마조마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곧 통화하다가 막히면 서로 이메일로 소통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곤 했어요. 서로 의사소통만 되면 큰 문제는 아니잖아요? 이 과장 그런데 신 차장님은 영어를 잘 하지 않았는데도 외국계 회사에 어떻게 입사하셨어요? 신차장 제가 처음에 입사할 때 맡은 포지션이 영어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업무였는데, 몇 년 뒤 외부 고객이나 변호사를 상대하는 포지션으로 바뀌면서 영어 때문에 본격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됐죠. 그런데 영어를 더 많이 쓰는 포지션으로 옮길 수 있었던 이유는 제 욕심과 좋은 타이밍이었지 절대로 영어를 잘해서는 아니었어요. 이 과장 저도 한국에서만 영어를 공부한 케이스고, 회화 학원조차 다녀본 적 없어요. 토익 학원만 한 달 정도 다녔나? 처음에 영어를 잘하지 못해 외국계 회사에 갈 수 있을까 스스로 의문이었어요. 그런데 결론은 저와 비슷한 기간 영어에 노출돼 학습한 수준이라면 외국계 회사에 갈 수 있어요. 왜냐하면 최 주임님과 같은 주니어의 인터뷰는 정해진 예상 질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달달달 외우면 합격 가능해요. 제가 그렇게 해서 입사했거든요. 입사 후에도 예상보다 괜찮았어요. 영어 문서를 주로 보는 업무였거든요, 회화를 못해서 문제지(웃음) 메일과 업무에 필요한 문서도 대부분 반복되는 표현을 주로 쓰니까요. 김 부장 다만 한 가지 덧붙이면 직급이 높아질수록 의사 결정을 하고 본사에 보고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어가 유창할수록 유리하죠. 외국계 회사는 본사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승진에 큰 영향을 주니까요. 그래서 외국계 회사에서 계속 커리어를 쌓고 싶다면 미리 영어 공부를 해놓을수록 좋아요. 다른 분들은 영어 공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신 차장 저는 흥미 있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예를 들어 유명한 미국 드라마인 <프렌즈>의 2백 개 에피소드를 일곱 번씩 봤는데, 처음에는 자막이 있는 버전으로 보다가 나중에는 자막 없이 반복해서 보고 또 봤어요. 그리고 <해리 포터> 시리즈도 세 번씩 봤어요. 처음에는 60%만 이해해도, 또 읽으면 70% 이해하고 세 번째 읽으면 80% 이해하거든요. 이렇게 하다 보니 7권이 나왔을 때는 너무 재미있어서 이틀 만에 다 읽었어요.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끝내고 나니 영어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스스로 체감할 수 있었어요. 김 부장 저는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다녀왔고 처음부터 영어를 많이 활용하는 직무로 입사했기 때문에 평균보다 영어를 잘하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꽤 많은 분량의 보고서를 영어로 작성해야 하는 외국계 투자 은행의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보니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닌 사람이 사용하는 표현에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잘 써놓은 보고서를 미친 듯이 읽고 계속 필사했어요. ‘이러한 경제 상황은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등 활용할 수 있는 표현들을 항상 노트에 베껴 쓰고 업무에 바로바로 써먹었어요. 요즘도 영어 기사나 원서를 읽을 때 좋은 표현이 있으면 늘 메모해요. 이 과장 저는 두분과 달리 혼자 하기보다 여럿이 같이 하면 능률이 높아지는 스타일이라 스터디 그룹을 활용했어요. 시간을 따로 내기보다는 1시간이 좀 넘는 회사의 점심시간을 이용해 좋아하는 영어 잡지 외우기 모임에 일주일에 한 번 참여했어요. 짧은 기사를 발췌해서 외우면 5분 정도면 충분하니, 점심을 먹으며 서로 외우기 테스트를 했죠. 5분 정도 외우려면 며칠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공부할 양은 많았어요. 스터디를 위해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라 기대보다 효과가 제법 좋았고요. 일종의 ‘느슨한 사람의 효과’를 이용한 것이죠. 김 부장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소위 말하는 스펙이 비슷한 경우에는 당연히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뽑아요. 하지만 아무리 외국계 회사라도 영어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능력이 좋은 사람과 능력은 없고 영어만 잘하는 사람 중에서 선택하는 경우라면, 영어 실력이 최우선 기준이 되는 건 아닙니다. 최 주임님의 업무 능력이 충분하다면 지금부터라도 자신감을 갖고 외국계 회사에 도전해보세요. 영어는 뭐다? 결국 자신감이다!

 

상담 고민
문 대리

“ 남들은 내가 여자든 남자든 아무 관심 없어요. 내가 의식하지 않고 일하면 상대방도 나를 일로 맺은 관계로 생각해요.”

Q2 남초 거래처와 관계 맺는 법

여자가 극소수인 회사에 와서 내가 작아지는 경험을 많이 하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졌어요. 거래처도 남자가 많은 회사라 탁월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겨요. 무시당할까 봐 지레 걱정하고, “여자는 이래서 안 돼”라는 얘기를 들을까 봐 조마조마해요. 상대방이 앞으로 저를 거래 인맥으로 인정해 줄지도 걱정되고요. 남초 거래처와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까요? from 걱정 많은 양 사원

문 대리 신입 시절 외부 회의에 참석했는데 스무 명 가까운 사람들이 다 남자고 저만 여자인 거예요. 어찌나 긴장되는지 혼자 괜히 주눅 들어서 ‘나한테 뭐라고 하면 어쩌지, 우습게 보면 어떡해’ 하고 생각했어요. 일을 함께하는 상사가 있다면 혼자 끙끙대지 말아요. 일은 회사 대 회사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약 문제가 생겨도 상사를 믿고 상사와 모든 걸 공유해서 일을 처리하는 방법도 있어요. 신 차장 남자 동료 중에 거래처랑 ‘관계 맺기’를 잘하는 분이 있었어요. 어제 모 회사 누구누구랑 술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면서 저는 절대 알아낼 수 없는 정보와 사적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름도 얼굴도 모르다 보니 소외감이 들고, 술 접대 자리에 가지 않으면 저런 정보를 절대 얻을 수 없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들었어요. 저는 모르는 걸 저 사람은 알지 않을까 하는 씁쓸한 생각도요. 박 사원 때로는 할 수 없는 부분은 과감하게 놔버려야 해요. 예를 들어 술 마시면서 호형호제하고, 주말에 골프 치러 가는 걸로 승부 보긴 쉽지 않아요. 대신 그 사람들이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하느라 놓치는 부분이 분명이 있어요. 그럴 때 여자 동기는 모든 일 처리를 꼼꼼하게 팔로업해요. 대부분의 업무가 미팅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일의 진행 방향을 정리하기 때문에, 잘 정리해서 뿌리고 챙기는 것만으로도 일을 주도할 수 있어요. 여자가 더 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문 대리 차츰 시간이 지나면 회의가 익숙해지고 상대 직원들과 친분이 생겨요. 마음이 편해지니 결국에는 ‘여자라서 무시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은 나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들은 내가 여자든 남자든 아무 관심 없어요. 내가 의식하지 않고 일하면 상대방도 나를 일로 맺은 관계로 생각해요. 회사 간 거래는 서로 필요로 하는 것이라 대부분 호의적이에요. 신 차장 거래처가 남초라고 해도 여자는 분명 있어요. 그분도 자신의 회사가 남초이니, 남자한테 말 못 하거나 어려운 부분이 있을 거예요. 그분과 서로 하소연하거나 편하게 얘기하면서 친분을 쌓는 거죠. 그러면 거래처 남자 직원한테 직접 물어보기 꺼려지는 부분을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생기게 돼요. 그분도 저에게 정보를 얻으면서 저한테 감사하고 의지하게 되고, 그러면서 제가 신뢰를 얻었다는 생각이 드니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상담 고민
김 부장

“ 내가 이걸 얼마나 좋아하고, 얼마나 하고 싶은 일인가’를 먼저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중간에 포기하더라도 일단 발이라도 담가봐야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더라고요.”

Q3 자기 계발의 늪

마흔을 앞둔 말년 과장입니다. 과거에는 올라가는 데만 몰두했는데 이제는 점점 하강하는 느낌이 듭니다. 승진에도 필요하지만 퇴사 후 현상 유지라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불안감에 쫓기듯 강의나 자격증을 찾아다니며 자기 계발을 하고 있는데, 투자하는 시간과 돈에 비해 늘 만족감이 떨어집니다. 어떤 기준으로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from 갈팡질팡 우 과장

이 과장 저는 금융 회사에서 일하는데 경영 경제를 전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늘 걸렸어요. 그래서 준비한 게 CFA(국제재무분석사)랑 AI CPA(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이었죠. 실무를 하면서 늘 체계가 없는 느낌이었고, 일도 일이지만 나 스스로 부족하게 느끼니까 자꾸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 차례 시도했거든요. 그런데 결국 제대로 끝마친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무려 직장인 한 달치 월급을 쏟아부은 시험이었는데 말이죠.(웃음) 김 부장 저는 애널리스트를 그만두면 무얼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애널리스트 업무가 재무를 다루는 부분도 많고 해서 회계사 일이 제가 하던 일과 상당히 비슷하다고 생각했죠. 막연하게 미래를 위해 보험을 든다는 생각으로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따려고 시간과 돈을 투자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 회계사 공부가 생각만큼 나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맞지 않는데 억지로 하려니 결국 그만두게 되더라고요. 신 차 저는 30대 때 회사에서 승진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결국 승진했고요. 그런데 저는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어요. 승진이라는 목표를 이루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완벽한 자기 계발 수단이었던 건 분명해요. 다만 오로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투자한 시간이다 보니 저는 솔직히 그 시간이 너무 괴로웠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실용적인 목표는 없었지만 미친 듯이 즐겁게 했던 일들이 오히려 시간이나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지금도 합니다. 이 과장 어떤 경험이었는데요? 신 차장 20대에 배운 재즈댄스였어요. 벨리댄스랑 탱고까지 섭렵해서 강사 자격증 코스까지 밟았죠. 문제는 하체 비만을 해결하려고 시작한 건데, 당시 그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는 거예요. 다만 목표 달성과 상관없이 저에게는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어서 시간이나 돈을 낭비했다는 후회는 전혀 없었어요. 이 과장 저도 깨달은 것이 ‘세상에 쓸데없는 짓은 없구나’ 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내가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는 공부에 이런 돈 낭비, 시간 낭비를 왜 했나’하는 생각을 한 때도 있죠. 그런데 작년에 경제 관련 대학원에 진학하고 보니 CFA랑 AI CPA를 준비하면서 공부한 내용이 은근히 유용하더라고요. 많은 경우, 과거 일정한 목표 달성에 실패한 자기 계발에 쏟아부은 시간과 돈이 아까울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것이 미래에 또 다른 무엇을 하는 데 초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김 부장 혹시 우 과장님도 단순히 불안감이나 막연히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각종 강의와 자격증을 뒤지고 있다면 일단은 ‘내가
이걸 얼마나 좋아하고, 얼마나 하고 싶은 일인가’를 먼저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중간에 포기하더라도 일단 발이라도 담가봐야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더라고요. 목표를 달성하면 물론 좋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최소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했으니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고, 당장은 돈과 시간을 낭비한 것처럼 보이는 자기 계발도 이과장님 말씀처럼 종종 훗날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요.

PODCAST

상담 고민

언니들의 슬기로운 조직생활

업데이트 매주 목요일

금융, 투자, 건축 등 다양한 직군의 부장, 차장, 과장, 대리, 사원까지 5명의 여성 직장인이 모여 ‘직장 생활’을 키워드로 웃음과 눈물, 한숨을 떨어내는 범우주 직장인 팟캐스트 <언니들의 슬기로운 조직생활(언슬조)>. 사회생활에 정답이 있겠냐마는 다양한 직장 생활의 고민에 대해 경험과 연륜, 지혜와 해학을 모두 갖춘 5명의 직장 선배, 동료들이 맞춤 해답을 제시한다. 상담을 받고 싶다면 unsljo@gmail.com으로 보내주시길. 방송에 채택된 사연을 선별해 매달 <마리끌레르> 지면에 한 번 더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