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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효 조우진

권해효 조우진
니트 피케 스웨터와 팬츠 모두 맨온더분(Man on the BOON), 슈즈 자라(ZARA).

올해 ‘배우 프로젝트-60초 독백 페스티벌’에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조우진 내가 먼저 선배에게 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처음 이 프로젝트에 대해 듣고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었다. 이렇게 말하기는 쑥스러운데, 좋은 어른이란 어떤 어른인지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 선배님을 뵙게 됐고, 먼발치에서나마 따라가보자는 마음이 강했다. 그런 마음을 고백하기도 했고. 올해 너무나 감사하고 영광스럽게도 함께하게 됐다. 심사는 사실 명목이고 응원하고 격려하는 행사라는 취지에 동감했고,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참여하게 돼 무척 뜻깊다. 권해효 배우 프로젝트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독백 페스티벌은 선배 영화인들이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호스트가 되는 방식이다. 올해는 조우진 씨와 함께하게 되었다. 조우진 배우와 함께한다는 건 여러 의미가 있다. 조우진 배우도 무명의 시간이 꽤 길지 않았나. 그 시간을 견뎌온 거지. 서울독립영화제 배우 프로젝트에서 조명하고 싶은 것도 그런 부분이다. 함께 버티는 것. 배우로 살아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배우로 살겠노라는 일념으로 견뎌온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었고, 그들에게 좋은 경험의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또 한 가지는 방향성에 관한 것이다. 연기 생활을 하면서 가장 갈증을 느끼는 점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그런 객관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의 방향성에 대해 좀 더 깊이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예심에서 뽑힌 24명의 배우뿐 아니라 독백 영상을 보낸 모든 배우에게 ‘당신 지금 잘하고 있는 거야’라는 메시지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지난해 독백 페스티벌 이후 영화 현장에서 본선에 올라왔던 두 배우를 만났다. ‘고 어겐(Go Again)’ 한 배우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작업하는 걸 보면서 우리가 선택한 일이 잘못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우진 씨가 합류해 너무 좋다.(웃음) 조우진 이 페스티벌을 시발점 삼아 이런 기회가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여전히 볕이 들지 않은 곳에서 자신의 꿈을 키우는 사람들이 격려받고 응원받을 수 있는 기회들. 서울독립영화제의 독백 페스티벌이 그런 기회의 출발선상에 있는 행사가 되길 기대한다.

1천2백27편의 독백 영상 중 본선에 오를 24편을 고르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조우진 영상을 탈락시킬 때 마치 당사자가 내 앞에 있는 것처럼 고개 숙여 ‘미안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영상을 보며 짠할 때가 많았다. 불과 수년 전 내 모습 같기도 했고, 배우들의 절실한 마음과 한이 느껴졌다. 그 힘듦에 덩달아 힘들어져 쉬어가며 봤다. 영상 속 대사의 느낌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배우의 길을 가며 각자 어렵게 어렵게 버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두 그렇게 정성 들여 촬영했을 테니 한 편도 대충 넘길 수 없었다. 수년 전 내 모습과 닮은 배우들의 영상을 보며 이렇게 흔들리지 않고 가다 보면 과거의 나와 그분들이 닮은 것처럼 시간이 지난 후에는 지금의 나와 선배님의 모습을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독백 영상을 보며 나 자신을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에 감사했다.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 이 직업에 대해 전방위적 요소를 하나씩 꺼내 스스로에게 따져 물었다. 물론 여전히 답은 찾지 못했고 찾는 과정에 있지만. 권해효 지난해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1분짜리 독백 영상을 찍는 환경은 그야말로 제각각 달랐다. 어떤 친구는 DSLR 카메라로 그럴듯하게 찍고, 어떤 친구는 아르바이트를 하는중인지 일하는 가게에서 유니폼을 입고 찍었다. 대한민국의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 세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1천여 개의 독백 영상을 이틀 반에 걸쳐서 봤다. 그렇게 우선 1차로 체크한 영상을 여러 번 반복해 보며 걸러냈다. 여러 번 볼 수밖에 없다. 24편의 영상을 고른 후 모든 참가자에게 감사 영상을 보냈다. 안타까운 지점도 있었다. ‘좋은 연기란 뭘까’라는 질문에 답하기는 참 어렵다.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저 사람은 뭘 맡겨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좋은 배우’라는 것과 ‘좋은 연기’라는 것은 조금 차이가 있다. 가령 어떤 배우는 살아온 삶 때문인지 몰라도 어느 공간, 어느 위치에 있는 것만으로도 완벽한 연기가 되는 순간이 있다. 그냥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런데 그 배우가 다른 연기도 잘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단정 지을 수 없다. 이번에 영상을 보내준 배우 중에도 안타깝게도 오래전 연기 학원에서 가르쳤을 법한 틀에 박히고 낡은 연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선발된 24명의 연기가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들의 연기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면 24편에 속하지 못한 다른 참가자들이 새로운 발견을 하며 좋은 연기의 방향을 잡아갔으면 좋겠다. 영상을 보다 보면 과연 내가 그들의 연기만 보고 있나 하는 의심도 하게 된다. 영상 속 사람이 궁금하면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매력은 배우에게 아주 큰 힘이다. 왠지 모르게 궁금한 배우. 어느 순간은 나도 모르게 내가 만약 감독이라면 이 사람에게 뭘 맡길 수 있을지 생각한다. 주제넘게.(웃음)

권해효 조우진
그레이 니트 스웨터와 그레이 슬랙스 모두 에스.티. 듀퐁(S.T. Dupont).

무엇이 이토록 많은 배우들로 하여금 포기하지 않게 하는 걸까? 오랜 시간 연기하며 무엇에서 이 길을 포기하지 않을 힘을 얻었나? 조우진 오랜 무명 생활을 보냈다, 그걸 견뎌냈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많이 부끄럽고 민망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배우로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꿈을 꾼다.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계속 꿈꾸는 것, 그때 나를 버티게 한 힘이다. 권해효 나를 포함한 모든 배우가 다음 영화를 찍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나의 쓰임새는 언제까지 유효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늘 한다. 배우는 누구나 죽는 순간까지 이런 고민을 한다. 대중이 이름을 아는 배우가 됐다고 해서 해결되는 고민이 아니다.

독백 페스티벌을 통해 24명의 배우들을 만난다. 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권해효 아주 오래전에 수상 소감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때 생각한 것이 상을 받더라도 그 상이 내 연기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는 것이었다. 본선에 올랐든, 그렇지 않든 연기 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좋은 경험을 했다는 정도지. 뭐든지 하루아침에 달라질 건 없다. 내일도 어제처럼. 그게 현실이다. 아무튼 이런 기회에 만나서 반갑다고 말하고 싶다. ‘영화계가 먹고살기 참 복잡한 곳인데, 너희 인생도 힘들어졌어. 그래도 우리 한번 같이 개겨보자. 어서 와, 잘 왔어’ 하고 맞아주는 선배 역할 정도를 했으면 좋겠다. 독백 페스티벌도 마찬가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주 만나요. 조우진 업이 되기 위해서는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업으로 삼으면 그 전보다는 불안감이 사그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내일을 알 수 없고 기회가 내일 날아갈지, 앞으로 수년 동안 오지 않을지 가늠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일이 어려운 것 같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지금도 힘들겠지만 권해효 선배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저 건투를 빈다. 권해효 덧붙여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쪽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오해가 한 가지 있다. 어떤 관계가 무엇을 만들어줄 거라는 오해. 많은 배우와 감독을 알고 지내며 인간관계를 만든다고 해서 도움 되는 것은 없다. 배우가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건 하나의 작품, 하나의 배역이면 충분하다. 인맥이 기회를 열어줄 거라는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직업은 묘하게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는다. 전 세계에 조우진은 한 명이고 권해효도 한 명이지 않은가. 누구의 것도 뺏지 않는다. 내 몸뚱어리를 움직이면서 살아가는 일이라는 데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지난해 열린 첫 번째 독백 페스티벌과 달라진 점이 있나? 권해효 첫째 조우진 배우가 조윤희 배우, 나와 함께 예심을 진행했다는 점. 그리고 지난해에는 본선 무대를 영화관에서 진행했다. 그런데 극장이라는 공간이 사람의 육성을 라이브로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독백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 그래서 올해에는 작은 음악 공연장에서 본선 무대가 펼쳐진다. 또 하나는 배우를 직접 만나는 것과 영상으로 매력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올해는 영상만 보고 특별상을 정하기로 했다. 본선 심사위원들에게 영상을 보내 특별상 수상자를 뽑을 예정이다.

올해 유독 독립영화계 감독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한국 영화계에서 독립 영화가 지니는 의미는 무엇일까? 권해효 <82년생 김지영>의 김도영 감독을 비롯해 <벌새>의 김보라 감독 등 올해 여성 감독의 약진이 두드러지는데 사실 독립영화계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일어나고 있는 변화다. 올해만 하더라도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의 46%가 여성 감독의 영화다. 독립영화를 보면 한국 영화의 내일을 볼 수 있고 현재 상황도 알 수 있다. 좋은 영화가 관객에게 다가갈 수 없는 상황들. 2009년에 개봉한 독립영화의 평균 일반 관객 수는 3만 명이었는데 올여름을 기점으로 1만 명으로 떨어졌다. 극장은 느는데 독립영화를 개봉하기는 점점 더 어렵다. 영화제에서 상영하고 끝나는 상황이 많다. 독립영화계의 상황이 과연 지금이 건강한 생태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매년 아주 좋은 영화가 많이 나온다. 디지털 시대의 축복인 것 같다. 서울독립영화제가 올해로 45년째인데 2003년까지는 단편영화제였다. 필름으로 장편 독립영화를 만들기는 예산이 여의치 않다 보니 독립영화는 곧 단편영화였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되며 보다 많은 장편 독립영화가 등장하고 있다. 조우진 나는 독립영화에 대한 바람을 말하고 싶다. 한국 영화라는 장이 있다면 독립영화가 그 아래에 있거나 뒤에 있지 않다. 독립영화가 늘 옆에 있기를 바란다.

많은 후배 배우들에게 어떤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나? 조우진 권해효 선배님처럼 행동하는 사람.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이 아니라 행동하는 선배가 되고 싶다. 사실 이번 예심에 참여하면서 오히려 후배들을 보며 자극을 더 많이 받았다. 지금보다 더 치열해져야겠다는 자극.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가는 후배들에게 주저하지 않고 행동하는 선배가 되어 직업에 대해 책임지는 배우이고 싶다. 권해효 질문에 대답하기에 앞서 독백 페스티벌과 관련해 두 가지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오늘의 인터뷰에서 정리하고 싶다. 배우의 세계에 단계가 있는 것처럼 여기지 않기를 바란다. 독립영화는 상업 영화로 가기 위한 단계 같은 것이 결코 아니다. 배우가 어떤 영화를 찍든 자신의 일을 잘하고 있으면 멋있고 존경받을 만하다. 우리는 그저 오래 버티고 배우로 살아가는 일에 대해 말하고 싶을 뿐이다. 또 한 가지는 이번에 ‘심사’를 했다고 표현했지만 우리 모두 ‘개취(개인의 취향)’로 선택한 거다. 우리가 보고 싶은 사람이라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촬영장에서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며, 누군가를 평가할 자격이 없고 그럴 위치도 있지도 않다. 다만 ‘우리 같이 갑시다’라고 응원하고 싶어 독백 페스티벌을 준비한 거다. 이제 질문으로 돌아와서, 나는 후배들에게 ‘같이 놀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요즘 후배들과 술 한잔 하고 집에 돌아오면 ‘놀아 줘서 고맙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낸다.(웃음) 그거 말고는 특별히 없다. 조우진 독백 페스티벌을 콘테스트가 아닌 페스티벌로 만드신 것도 그런 취지의 결과물이다. 이름도 심사위원이 아니라 응원위원이라고 하면 좋겠다. 권해효 어? 너무 좋다. 응원단. 위원 말고 응원단원들.

WAY TO GO

윤찬영 스타화보
오버사이즈 니트 풀오버 듀이듀이(Dew E Dew E).
윤찬영 스타화보
파란색 아가일 패턴 카디건 메인부스(Main Booth), 안에 입은 귤색 니트 톱과 머플러 모두 스투시(Stussy), 운동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 코듀로이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영화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의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처음으로 1인 2역을 맡은 작품이자 10대 시절의 마지막 영화라 더 특별할 것 같아요. 지난해 1월부터 준비에 들어가서 봄까지 촬영한 작품인데, 돌이켜보면 그때가 처음으로 연기하는 재미에 빠져 있던 시기였어요.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한 것 같아요. 다른 건 신경 쓰지 않고 제 내면에만 집중하면서요. 그래서 제게는 1인 2역을 한 것보다 그때라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누구보다 결과물에 기대가 컸을 것 같아요. 지난해 첫 시사회 때 담임선생님이랑 반 친구들을 불렀거든요. 몇 명은 울기도 했고, 영화 속 청소년의 슬픔이나 아픔에 공감된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선생님은 당신이 처음 교사가 되려고 마음먹었던 때가 생각난다며 많은 것을 떠올리고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라서 좋았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도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것이 있었고요.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 만족해요.

영화를 준비하면서 참고한 작품이 있었나요? 원작인 에세이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를 읽었어요. 특히 본드에 중독돼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준영’은 원작에 나오는 실존 인물이라 최대한 책에서 힌트를 얻으려고 했어요. 반대로 ‘지근’은 영화에서 만들어진 가상의 인물이라 어떤 작품을 참고하기보다 지근이의 마음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어요. 도통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인데, 그래서 더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탐구하면서 알아간 것 같아요.

촬영 당시에 느낀 연기의 재미는 어떤 것이었나요? 제가 어릴 때는 외향적인 성격이었어요. 그래서 단순히 사람들한테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죠. 그러다 중학교 3학년 때 영화 <라라랜드>에 빠지면서 본격적으로 ‘배우가 되고 싶다’, ‘어떻게 하면 연기를 더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그리고 예고를 들어가 연극 수업을 받으면서 처음으로 그 방법을 고민하고 시도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됐어요. 집 한쪽에 방음 부스를 설치해 독백 연습도 하고, 매일 아침에는 신문 보고 저녁에는 영화 보고, 책도 읽고, 친구랑 재미있게 본 영화의 한 장면을 따라 하면서요. 영화 <노트북>에 남녀 주인공이 길에서 춤을 추다가 드러눕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런 장면을 연기하는 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서 친구랑 학교 앞 차 없는 도로에서 따라 한 적도 있어요. 어릴 때부터 촬영은 많이 했지만 연기를 공부한 적은 없었거든요. 이런 시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 실력을 키우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신문은 어떤 이유에서 보기 시작한 건가요? 그냥 따라 해보고 싶었어요. 아침에 신문을 보는 배우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신문을 보면 뭐가 달라질까 싶어서 읽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재미없더라고요.(웃음) 얼마 전부터는 잡지로 바꿨어요. 잡지에서 읽는 인터뷰나 기사가 더 재미있고 마음에 와닿는 내용이 많더라고요. 매달 잡지 나오는 날마다 서점에 가서 읽어 보고 마음에 드는 걸로 한두 권씩 꼭 사요. 저 <마리끌레르> 11월호도 샀어요. 이재욱 배우랑 조현철 배우 인터뷰가 재미있었어요.

연기를 위해 시도한 방식 중 가장 효과가 있는 건 어떤 방식이었나요? 생각을 정리하는 데는 소설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특히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나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요. 말이 아닌 글로 정리된 누군가의 생각을 읽으면서 제 생각을 정리하고, 대본을 해석하는 방식도 배우고 있어요. 어쨌든 대본에 적힌 건 대사와 지문이 전부고, 연기하는 캐릭터의 속마음을 정리하는 건 제 몫이잖아요. 그럴 때 소설이라면 이런 생각들이 쓰여 있을 거라고 생각해보는 거죠. 그리고 저를 관찰하는 데는 일기가 효과적이에요. 처음에는 학교 연기 선생님이 3년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일기를 써서 졸업할 때 인증을 받으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해서 시작했어요.(웃음) 결국 매일 쓰는 건 실패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저를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머리가 복잡할 때 쓰고 나면 해소되는 느낌도 좋고요.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해 보여요. 하면 할수록 더 잘하고 싶어요. 가끔은 너무 진지해지는 건 아닌가 고민이 되기도 하는데, 그렇더라도 잘하고 싶어요.

잘하는 연기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모두를 100% 만족시키는 연기는 없을 거예요. 그래서 그보다는 자신이 만족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이 담겼을 때, 내 연기가 부끄럽지 않을 때쯤에 스스로에게 잘한다는 말을 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연기인가요? 아무래도요. 며칠 전에 대학교 입시 실기 시험을 봤거든요. 그거 준비하느라 최근 몇 달은 오로지 연기에만 매달린 것 같아요. 입시 준비가 진짜 할 것도 많고 치열하더라고요. 독백도 여러 가지 버전으로 준비해야 하고, 제시 대사도 외워야 하고, 읽어야 할 대본이랑 책도 많고요. 친구들이랑 학교에서 밤새 연기만 했어요. 힘들긴 했는데, 나름 즐겁기도 했어요.

이미 실전의 경험치가 많이 쌓여서 대학의 필요성을 못 느낄 거라고 생각 했어요. 만약 일반고에 갔으면 어땠을지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그랬다면 좀 더 일상적이고 보통의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결국은 예고를 가길 잘했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연기에 대해서 치열하게 공부하고 쫓아가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되고, 다 같이 열심히 나아지는 경험을 하는 게 좋더라고요. 연기는 현장에서 배우는 것도 있지만, 선생님께 학문적인 내용을 배우고 동기들과 생각을 나누는 삶이 일상이 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연기 밖의 질문을 해볼게요. 연기를 하지 않을 때는 어떤 모습인가요? 주로 축구를 보거나 하거나 축구 게임을 하고 있어요.(웃음) 경기가 있는 날에는 새벽에 축구 보고 학교 가는 게 일상이죠. 오늘도 새벽에 토트넘이랑 츠베르나 경기가 있어서 보고 싶었는데, 오전 촬영이라 참고 잤어요. 손흥민 선수가 두 골이나 넣었는데 생방송으로 못 봐서 아쉬워요. 음악 듣는 것도 좋아해요. 힙합 음악은 신곡 나오면 다 들어보는 편이에요.

10대로 보내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돌이켜보면 10대 시절을 어떻게 보낸 것 같나요? 순탄치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특히 최근 3년 동안 개인적으로 힘든 순간이 있었어요. 잘은 모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사춘기를 겪었던 것 같아요. 별것 아닌 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생각들로 힘든 시간을 보냈거든요. 그래서 내년부터는 더 재미있고 행복하게 지내면서 연기하기를 바라요.

바라는 스무 살의 모습 혹은 스무 살이 되어 해보고 싶은 것들은요? 제 고민 중 하나가 또래에 비해 어려 보인다는 소리를 듣는 거예요. 나쁜 말은 아니지만 배우로서는 고민이 되더라고요. 20대가 되면 좀 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갖춰서 성숙한 역할도 소화해보고 싶어요. 로맨스물도 해보고 싶고, 좀 더 과감한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연극 무대에도 올라보고 싶어요. 얼마 전 에 류덕환 선배님이 출연하는 연극 <에쿠우스>를 보러 갔는데, 보면서 ‘알런’ 역할을 언젠가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아, 제가 제일 많이 보고 좋아하는 영화가 <라라랜드>거든요. 언젠가 데이미언 셔젤 감독님과 작업해보는 게 꿈이에요.

‘해볼 수 있는 것, 하고싶은 건 다 해볼 작정이다’라는 기세가 느껴지네요. 네. 보여주지 못한 것도 해보지 못한 것도 아직 많거든요. 그래서 빨리 어른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어요.

윤찬영 스타화보
네이비 코트와 니트 스웨터 모두 와이엠씨(YMC), 니트 비니 오베이(Ob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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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벨트 가격 미정 모두 로로피아나(Loro Pi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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