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S/S 패션위크다이어리 #런던

STARS ARE BORN

세계적인 하우스 브랜드들의 대규모 쇼가 연이어 펼쳐지는 파리, 밀라노, 뉴욕 컬렉션과 달리 런던 패션위크의 관전 포인트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신선한 쇼다. 이번 시즌 큰 주목을 이끌어낸 슈퍼 루키는 독창적인 예술 세계로 유명한 매티 보반(Matty Bovan)과 처음으로 단독 쇼를 선보인 수프리야 렐레(Supriya Lele). 매티 보반은 다양한 소재와 프린트의 조합, 얼굴을 확대해 보여주는 독특한 직사각형 렌즈를 통해 브렉시트로 인한 혼란의 시대를 표현했고, 수프리야 렐레는 시스루 소재의 레이어링과 섬세한 주름 디테일을 활용해 부드럽고 섬세한 쇼피스를 완성했다.

‘LO’VE FOR ‘LO’NDON

런던 패션위크가 진행되는 5일 내내 런던에는 로맨틱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에르뎀부터 몰리 고다드, 에밀리아 윅스테드, 록산다, 프린 바이 손턴 브레가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브랜드가 선명한 색감과 플로럴 패턴, 풍성한 볼륨 숄더의 사랑스러운 드레스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런던의 한 공원에서 열린 에르뎀의 쇼는 챙 넓은 모자와 실크 스카프, 장갑 등 고풍스러운 액세서리와 흐린 날씨, 아름다운 공간이 어우러져 마치 중세 영화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런던패션위크 패션이슈
RICHARD QUINN

DRAMATIC MOMENT

리차드 퀸의 쇼를 보기 위해 런던의 한 실내 레저 경기장에 들어서자, 영국을 대표하는 필하모니아 관현악단의 연주가 프레스를 맞았다. 곧이어 2층 객석에 관객처럼 앉아 있던 합창단의 노래와 함께 쇼가 시작됐고, 리차드 퀸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긴 드라마틱한 작품들이 공간을 채웠다. 후반부에는 1990년대를 풍미한 모델 재케타 휠러가 어린아이들과 함께 등장해 사랑스러운 피날레를 선보였고, 피날레 이후에는 엉성하게(?) 가려져 있던 무대 뒤 공간이 열리며 리차드 퀸의 첫 웨딩드레스 컬렉션이 공개돼 시선을 끌었다. 규모와 완성도, 어느 측면에서 보나 기억에 남을 만한 감각적인 쇼였다.

KOREAN DESIGNERS

새 시즌 런던 패션위크에서는 한국인 디자이너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우아한 실루엣으로 런더너의 주목을 받고 있는 표지영 디자이너의 레지나 표를 필두로 지난 가을과 봄에 이어 세 번째 런던 컬렉션을 진행한 박승건 디자이너의 푸시버튼, 서울디자인재단이 주최한 2019 해외교류패션쇼의 일환으로 런던에 진출한 윤춘호 디자이너의 YCH 쇼가 이어진 것. 세 브랜드는 어느 때보다 완성도 높은 컬렉션을 선보이며 호평받았다.

런던패션위크 패션이슈
info@imaxtree.com

AMAZING GRACE

시몬 로샤는 1875년에 개관해 팬터마임과 오페라, 발레 등 역사적인 공연의 성지로 불린 알렉산드라 궁전 극장으로 프레스를 초대했다. 최근 80년간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은 이곳이 지닌 비밀스럽고도 웅장한 아름다움은 고딕적인 동시에 동화적인 시몬 로샤의 새 시즌 쇼피스들과 더없이 잘 어우러졌고, 컬렉션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

2020 S/S 패션위크다이어리 #뉴욕

WELCOME TO RALPH’S CLUB

생각지도 못한 멋진 장소에 초대받는 건 패션위크의 빼놓을 수 없는 묘미. 이번 시즌 랄프 로렌은 월스트리트의 한 공간을 클럽으로 변신시킨 다음 이곳으로 프레스들을 초대했다. 마치 1930년대의 뉴욕 상류층 파티에 초대받은 듯 고급스러운 ‘랄프 클럽’은 들어서자마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호화로웠다. 컬렉션이 시작되자 턱시도 차림의 모델들이 관객의 테이블 사이를 여유롭게 거닐고, 가수 모네의 공연도 이어졌다. 그녀의 목소리에 푹 빠진 관객은 일어나서 함께 춤을 췄고 파티는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또 한 가지, 한국 배우 송혜교가 참석한 점 역시 랄프 로렌 컬렉션의 빼놓을 수 없는 핫 이슈였다.

 

뉴욕패션위크 패션이슈
NEW YORK, NEW YORK – SEPTEMBER 06: A model performs during Tomo Koizumi – Spring 2020 – New York Fashion Week: The Shows on September 06, 2019 in New York City. (Photo by Cindy Ord/Getty Images for Tomo Koizumi)

 

NEW & HOT

많은 사람이 뉴욕 패션위크의 슈퍼 루키로 손꼽는 토모 코이즈미. 이번 시즌 그는 런웨이가 아닌 독특한 퍼포먼스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거대한 콘 헤어에 과장된 메이크업을 한 모델이계속해서 옷을 갈아입는 형식의 프레젠테이션은 마치 현대무용 같기도, 무언극 같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거대한 드레스를 어떻게 입고 벗는지 알고 싶은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를 주목받는 신인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무지갯빛 드레스는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쿠튀르 드레스를 방불케 할 만큼 화려했다. 토모 코이즈미 컬렉션의 프레젠테이션은 상업적인 룩이 주를 이루는 뉴욕에서 새로움에 목마른 프레스들에게 단비 같은 존재였다.

 

LET’S SINGING

마이클 코어스, 타미 힐피거, DKNY 컬렉션의 공통점은? 바로 라이브 공연으로 드라마틱한 순간을선사했다는 것. 음악과 패션이 함께할 때 엄청난 시너지를 낸다는 사실을 잘 아는 디자이너들의 계획은 이번에도 빗나가지 않았다. 합창단원들의 청아한 노래가 인상적이던 마이클 코어스 컬렉션부터 이번 시즌의 주제인 1970년대의 룩과 함께 온몸이 들썩이는 할렘 공연을 선보인 타미 나우쇼, 30주년을 기념하며 펼친 할시의 공연으로 브루클린 일대를 마비시킨 DKNY까지. 실제 공연장을 방불케 하는 멋진 음악은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완성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FULL OF HAPPINESS

마크 제이콥스는 18년 전인 2002 S/S 컬렉션과 동일한 주제인 ‘생에 대한 기쁨’을 탐구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주제를 드러내는 플라워 패턴 드레스, 새틴 수트, 거대한 선글라스 등 화려한 룩 자체도 인상 깊었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쇼의 시작과 동시에 재즈곡 ‘Dream a Little Dream of Me’에 맞추어 관객에게 산발적으로 걸어오던 모델들, 무대를 뛰어다니며 춤추는 마크 제이콥스의 모습은 뉴욕 패션위크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인상적이었다.

 

뉴욕패션위크 패션이슈
BROOKLYN, NEW YORK – SEPTEMBER 10: Rihanna performs onstage during the Savage X Fenty Show Presented by Amazon Prime Video – Show at Barclays Center on September 10, 2019 in Brooklyn, New York. (Photo by Dimitrios Kambouris/Getty Images for Savage X Fenty Show Presented by Amazon Prime Video )

BRAVO! RIHANNA

이것이 바로 2019년형 란제리 쇼! 리한나가 LVMH와 함께 만든 란제리 브랜드 펜티×세비지(Fenty × Savage)가 뉴욕 패션위크를 위해 독특한 공연을 준비했다. 이 특별한 쇼의 반응은? 기존 속옷 브랜드처럼 정형화된 미의 기준을 충족하는 모델들이 등장하는 대신 인종과 체형, 성별이 제각기 다른 사람들을 모델로 기용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역시 리한나!’라는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보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긴 리한나의 공연은 뉴욕 패션위크의 최고의 순간으로 손꼽힌다.

2020 S/S 패션위크다이어리 #밀란

GREEN FASHION WEEK

9월 20일부터 27일까지 기후 파업(Climate Strike) 운동이 진행됐다. 1백85개국의 7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한 이 운동은 컬렉션 런웨이에도 이어졌다. 마르니는 지난 남성 컬렉션에 사용한 재활용 플라스틱을 재사용해 무대를 꾸몄고, M 미쏘니는 창고에 있던 원단을 재활용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2019 G7 중 처음 공개된 에마뉘엘 마크롱의 ‘패션 팩트(Fashion Pact)’에 가입한 프라다는 재생 나일론만 사용할 것을, 구찌는 모든 생산을 탄소 중립 공장에서 할 것을 약속했다.

 

BOTTEGA VENETA ON STREET

보테가 베네타의 최신 컬렉션은 매장이 아닌 스트리트에 있었다. 밀라노 패션위크 내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보테가 베네타의 가방, 신발, 액세서리, 주얼리, 기성복을 입고 신고 든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나만 빼고 모든 사람이 다니엘 리의 보테가 베네타를 소유하고 있는 듯해 외로웠을 정도.

 

밀라노 패션위크
MILAN, ITALY – SEPTEMBER 22: Models walk the runway at the Gucci Spring/Summer 2020 fashion show during Milan Fashion Week on September 22, 2019 in Milan, Italy. (Photo by Jacopo Raule/Getty Images for Gucci)

‘STRIKING’ GUCCI

인류와 유니폼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스물한 벌의 구속복을 구찌 쇼 오프닝으로 선택했다. 그중 아이샤 탠 존스(Ayesha Tan Jones)라는 모델이 ‘정신병은 패션이 아니다(Mental Health is Not Fashion)’라는 문구를 쓴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간 이 ‘사건’은 밀라노 패션위크의 큰 이슈 중 하나였다.

 

밀라노 패션위크
MILAN, ITALY – SEPTEMBER 20: Jennifer Lopez walks the runway at the Versace show during the Milan Fashion Week Spring/Summer 2020 on September 20, 2019 in Milan, Italy. (Photo by Jacopo Raule/Getty Images)

BREAK THE INTERNET

‘구글 이미지 검색’ 기능에 크게 기여한 전설적인 드레스. 2000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제니퍼 로페즈가 입은 바로 그 드레스. 베르사체의 일명 ‘정글 드레스’가 2020 봄·여름 컬렉션에 등장했다. 그 누구도 아닌 제니퍼 로페즈가 직접 입고 피날레 워킹을 한 것. 20여 년 전, 말 그대로 인터넷을 부쉈던 그 레드 카펫 룩이 이번에는 각종 SNS를 장악했다.

 

NEW IN MILAN

뉴욕을 본거지로 하는 보스, 런던 출신의 피터 필로토가 밀라노 패션위크로 자리를 옮겼다. 두 브랜드 모두 이탈리아의 장인정신에 남다른 애정이 있었다고 한다. 피터 필로토는 밀라노에서 처음으로 젠더 뉴트럴 감정의 남성 컬렉션을 선보였고, 보스는 특유의 미니멀한 룩을 이어갔다. 두 브랜드 모두 당분간 밀라노에서 쇼를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