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의 포옹 ①

SACAI

NORDIC PATTERN

1 페어아일 패턴 카디건 55만8천원 바네사 브루노 아떼(Vanessa Bruno Athe). 2 잔잔한 무늬와 은은한 색의 조합이 매력적인 카디건 1백70만원 로에베(Loewe). 3 블랙 앤 화이트 페어아일 패턴 터틀넥 풀오버 3만9천9백원 에이치앤엠(H&M). 4 과감한 노르딕 패턴의 로브 스타일 카디건 85만8천원 바네사 브루노(Vanessa Bruno). 5 풍성한 소매가 사랑스러운 니트 풀오버 7만9천원 자라(ZARA). 6 브랜드 로고와 포니 모티프로 포인트를 준 니트 스웨터 80만원대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NEW CHANEL CODE

샤넬 컬렉션
샤넬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의 첫 공방 컬렉션은 2002년 선보인 하우스 첫 공방 컬렉션으로의 회귀로 귀결된다. 가브리엘 샤넬의 아파트를 채운 다양한 요소에서 경감을 받은 이번 컬렉션은 그랑 팔레에 아파트의 중심이 되는 나선형 계단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무대를 배경으로 펼쳐졌다.

등을 맞댄 듯한 더블 C 로고, 클래식 한 트위드 재킷, 블랙 샤넬 백, N˚5 향수 그리고 샤넬을 향한 여성들의 열망. 샤넬의 위대한 유산은 세기를 뛰어넘어 그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무엇을 더해도 그 이상 넘어설 수 없을 것 같은 샤넬의 가치와 철학은 시간의 흐름과 다른 길을 걷는다. “샤넬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단순해요. 많은 걸 할 필요가 없죠. 먼 곳으로 떠났던 지금까지의 공방 컬렉션을 반복하고 싶진 않았어요. 파리에 머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방식을 생각해야 했어요. 그런데 우리에겐 가브리엘 샤넬이 만들고 칼 라거펠트가 드높인 하우스 코드들이 있잖아요? 저도 그것들을 조합하는 걸 좋아하고요. 전 이 컬렉션이 현실과 같은 선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늘 제가 던지는 질문과 같죠. 수십 년 전 사람들이 살았던 방식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요. 대신 ‘오늘날의 여성은 어떨까? 그녀는 어떤 옷을 입을까?’ 하고 묻는 거죠.” 버지니 비아르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자신의 첫 번째 공방 컬렉션을 위한 영감을 샤넬의 출발지인 프랑스 파리, 캉봉가 31번지에서 얻었다.

2019년 12월 4일, 2019-20 샤넬 공방 컬렉션을 선보이기 위해 파리 그랑 팔레에 캉봉가 31번지의 모습이 고스란히 재현됐다. 특히 가브리엘 샤넬이 살았던 아파트는 이번 컬렉션의 중심이 됐다. 샤넬을 열망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려봤을 법한 공간, 가장 사적인 동시에 신화적인 가브리엘 샤넬의 아파트는 이번 공방 컬렉션을 선보이는 장소로 완벽했다. 쇼장에 들어서면 바로 나타나는 샤넬의 아파트는 그녀가 생전 사랑했던 책과 오브제와 코로만델 병풍이 어우러진 바로크풍의 거실 공간이었다. 마치 가브리엘 샤넬이 어딘가에 앉아서 의상을 스케치하거나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을 듯한 이 거실은 아늑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공방 컬렉션이 펼쳐지는 런웨이는 샤넬 아파트의 중심이 되는 나선형 계단이었다. 거울과 계단이 어우러진 무대는 샤넬 하우스의 오랜 동반자인 영화감독 소피아 코폴라와 함께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구체화됐다고 한다. “과거 캉봉가 31번지에서 열렸을 오리지널 쇼를 상상해봤어요. 모델들이 가까이에서 워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얼마나 대단했을까. 그것도 가브리엘 샤넬의 거울 계단을 배경으로 말이죠. 저는 그 계단을 볼 때마다 전율을 느끼거든요.”

거울 계단은 1920년대 초반, 입체적으로 면을 살려 만들었는데 가브리엘 샤넬은 그곳에 앉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자신의 쇼를 지켜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테두리에 흰색이 칠해진 베이지색 계단 중 다섯 번째 계단이 하우스를 상징하는 심벌 중 하나가 됐다고 전해진다. 버지니 비아르 역시 이번 공방 컬렉션을 구상하기 시작했을 때 이 계단에 앉아 생각했다. “계단을 걸어 내려오는 소녀를 상상했죠. 어떤 드레스를 입고 있을까? 신발은 어떤 걸 신었을까? 샤넬 하우스의 코드는 가브리엘 샤넬의 아파트에서 대부분 발견할 수 있었죠.”

가브리엘 샤넬의 아파트는 그녀를 오롯이 보여주고 있었다. 가브리엘 샤넬의 별자리를 상징하는 한 쌍의 황금 사자가 자리 잡고 있고, 더블 C 로고가 웅장한 주얼 펜던트 샹들리에에 얽혀 있었으며, 그 바로 옆에는 가브리엘 샤넬에게 행운의 숫자이자 전설이 된 샤넬의 첫 향수 이름인 숫자 5가 쓰여진 오브제가 놓여있다. 그리고 코로만델 병풍에는 불사조와 함께 가브리엘 샤넬을 대변하는 꽃 까멜리아, 생명과 번영을 상징하는 밀 이삭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늘 가까이 두고 사랑했다.

이 우아한 샤넬의 코드들은 이번 공방 컬렉션에도 섬세하게 녹아들었다. 니트만큼이나 부드러운 트위드 소재로 완성한 점프수트와 가장자리를 둥글린 짧은 수트 재킷은 앞을 터 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한 로 웨이스트 스커트와 어우러져 실용적이면서 우아한 느낌을 자아냈고, 이번 컬렉션에 가장 많이 사용된 리본은 체인과 펄 소재의 얇은 벨트로 자리했다. 가브리엘 샤넬이 1960년에 만든 핑크 트위드 수트의 안감에 블랙, 블루, 핑크, 모브 컬러로 홀치기염색한 천을 사용한 데서 영감을 얻은 수트들은 겉감을 홀치기염색 하기도 했고, 아이코닉한 11.12 백과 2.55 백에도 컬러가 입혀졌다.

샤넬의 또 다른 코드인 투톤 컬러 역시 블랙과 화이트가 교차하는 그래픽적인 수트, 마사로(Massaro) 공방에서 제작한 슈즈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중에서도 블랙 토와 작은 리본으로 포인트를 준 골드 레더 펌프스는 곧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긴 대기 리스트를 만들 것이 뻔했다.

샤넬의 이번 공방 컬렉션은 컬러 사용 면에서도 독보적인 매력을 드러냈다. 블랙과 골드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핑크가 핵심 컬러로 쓰였는데 소프트 핑크, 애프리콧, 라즈베리, 심지어 짙고 어두운 가닛 컬러까지 스커트와 팬츠, 수트, 트위드 재킷 등 여러 룩에 등장했다. 액세서리 역시 특별했는데, 공방 컬렉션에 걸맞게 좀 더 세심하고 완성도 높은 커스텀 주얼리를 겹쳐 착용한 것이 눈에 띄었다. 커프 브레이슬릿, 펄과 스트라스 소재의 가슴 부위를 가득 채운 네크리스, 같은 소재로 반짝거리는 소트와르(sautoir) 네크리스와 다른 펜던트들, 화이트 스트라스 별로 장식한 초커가 자주 등장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고, 체인 벨트는 펄과 리본, 까멜리아 모티프로 꾸민 모습이었다.

모델들이 계단을 걸어 내려와 런웨이를 입장하는 순간부터 피날레로 계단을 꽉 채우기까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던 이번 공방 컬렉션은 의심의 여지 없이 샤넬의 위대한 유산을 집대성한 컬렉션이었다. 또한 샤넬은 앞으로 1년 안에 총 11개 공방을 ‘19M’이라 불릴 유니크한 공간으로 통합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새로운 샤넬의 핵심이 될 이곳이 어떤 새로운 샤넬 코드를 만들어낼지 자못 기대된다.

NOW & THEN

까르띠에의 팬더

까르띠에의 팬이 아니더라도, 익숙할 법한 표범 모티프의 ‘팬더’ 컬렉션은 1914년 루이 까르띠에가 아프리카 여행 중 먹이를 찾아 헤매는 표범의 모습에 매료돼 창조한 컬렉션이다. 당시 그는 파리 사교계 모임에서 늘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드러내던 뮤즈이자 ‘팬더’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잔 투상에게 두 그루의 사이프러스 나무 사이를 거니는 팬더로 장식한 담배 케이스를 선물했다. 이를 시작으로 까르띠에는 표범의 관능적인 반점 무늬를 적용한 손목시계를 비롯해 다채롭게 재해석한 팬더 컬렉션을 꾸준히 선보였다. 2019년엔 기존 팬더 컬렉션보다 한결 간결한 디자인으로 ‘라 팬더’ 라인을 성공리에 론칭하며 까르띠에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구찌의 홀스빗

승마할 때 말에게 물리는 재갈 모양을 본떠 만든 ‘홀스빗’ 컬렉션. 이는 1950년대 최초로 태닝한 가죽 핸드백에 사용한 이래 전설이 된 구찌의 시그니처 라인이다. 1953년 출시한 남성용 홀스빗 모카신은 알랭들롱, 클라크 게이블, 존 웨인, 프레드 아스테어 등 당대 최고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사랑받았으며, 1968년 탄생한 여성용 모카신 역시 로렌 바콜, 조디 포스터 등 우아한 여배우들이 즐겨 신는 슈즈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아이템에 활용된 홀스빗은 2020 크루즈 쇼를 통해 ‘구찌 1955 홀스빗’ 백으로 변모해 다시금 존재감을 발휘했다. 더블 링과 바로 디자인된 이번 백은 60년 전 등장한 숄더백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해 클래식한 느낌을 부각한 것이 특징. 특히, 적색 가죽 GG 로고를 조합한 캔버스 트리밍과 백은 구찌 특유의 빈티지한 멋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루이 비통의 도핀 백

클래식한 모노그램과 금장 직사각형 버클, 미니멀한 실루엣의 조합이 매력적인 도핀 백은 1976년 탄생했다. 도핀 백은 사실 루이 비통의 수많은 아이코닉 백 컬렉션에 비해 다소 뒤늦게 재해석된 컬렉션이다. 니콜라 제 스키에르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도핀 백은 2019 크루즈 컬렉션을 통해 성공적으로 부활했고, 2020 크루즈 시즌 역시 새롭게 변주된 버전을 선보이며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번 시즌 도핀 백은 부드러운 송아지 가죽으로 제작됐으며 실버 톤 기요셰 트리밍을 더한 골드 LV 서클 잠금장치로 독특한 매력을 부각시켰다.

 

발렌시아가의 실루엣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예술적인 실루엣은 무수히 많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제공할 만큼 천재적이다. 누에고치처럼 둥근 코쿤 셰이프 코트는 물론 볼륨감 넘치는 베이비돌 드레스, 색(sac) 드레스 등 건축적인 라인을 부각한 옷들은 매 시즌 발렌시아가 역대 디자이너들의 손을 거쳐 부활하고 있다. 2020 리조트 컬렉션을 통해 뎀나 바잘리아가 현대적으로 구현한 실루엣도 눈여겨보길.

 

샤넬의 트위드 재킷

“항상 여성에 대해 고민해요. 그 결과 편안하면서도 여성성을 잃지 않는 수트를 창조하고 싶었죠.” 가브리엘 샤넬의 의도를 명민하게 구현해낸 옷이 바로 트위드 재킷이다. 과거 남성복에만 사용하던 트위드 소재를 1920년대 중반 코코 샤넬이 브랜드의 시그니처 요소로 정착시켜 재킷으로 탄생시킨 것. 섬세한 라이닝과 체인 장식, 더블 C 로고를 정교하게 새긴 버튼 등 샤넬의 트위드 재킷은 매력적인 요소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가브리엘 샤넬이 창조한 트위드 재킷은 칼 라거펠트의 마법으로 다채롭게 재해석됐다. “절대 유행을 타지 않는 옷은 청바지, 화이트 스커트, 그리고 샤넬 트위드 재킷”이라는 명언을 남긴 그는 2012년 <리틀 블랙 재킷> 사진집을 출간하며 이 특별한 옷에 경의를 표했다. 그리고 샤넬의 새로운 수장이 된 버지니 비아르는 2020 S/S 시즌 이 전설적인 컬렉션에 현대적인 색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포켓 수를 2개, 4개, 6개로 변주하고, 부드러운 라운드 숄더와 날카로운 스퀘어 숄더를 적재적소에 배치했으며 바이올렛 그린, 푸크시아 핑크 등 달콤한 컬러 팔레트를 더한 트위드 재킷으로 또다시 패션 피플을 매료시키고 있다.

 

프라다의 테스토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가능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흔한 나일론 소재를 고급스럽게 만든 일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죠.” 미우치아 프라다의 의도는 적중했다. 그녀는 1980년대에 군용 텐트나 낙하산의 주요 소재로 쓰이던 방수 나일론(포코노)을 사용해 여성용 ‘TOTE’ 백을 만들었다. 울, 코튼, 리넨 등 고전적인 소재에서 벗어나 스포티한 합성 소재를 사용했다는 면에서 이 토트백은 파격 그 자체였고, 프라다의 ‘테스토(나일론)’ 라인은 1990년대에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는 1994년 론칭한 프라다 스포츠 라인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거의 매 시즌 레디투웨어(RTW) 라인에 다채롭게 활용되고 있다. 2020 S/S 시즌 남성 컬렉션에 등장한, 현란한 컬러를 입은 테스토 라인을 보라. 쿨하지 아니한가!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레인보우

전통과 혁신을 중시하는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매 시즌 아카이브의 유서 깊은 컬렉션을 재해석하는 데 열과 성을 다한다. 최근엔 1938년 출시한, 플랫폼에 무지개색을 입힌 레인보우 슈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42 디그리즈(42 Degrees)’ 컬렉션을 론칭했다. 태양의 빛이 정확히 42도 기울기에서 물방울을 맞아야 무지개가 생기는 현상에서 착안해 컬렉션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이번 컬렉션은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젊은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연 콘테스트를 통해 탄생했으며, 지속 가능한 친환경 재료를 사용해 이탈리아에서 전적으로 만들어 특히 의미 깊다.

 

펜디의 바게트 백

바게트 백의 유래는 참 재미있다. 펜디의 액세서리 디자이너 실비아 벤추리니 펜디가 1997 S/S 시즌 프랑스 여인들이 제과점을 나설 때 기다란 바게트 빵을 옆구리에 끼고 나가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것. 그 결과 가로로 길고 얇은 직사각형 프레임과 둥근 핸들의 조합이 근사한 바게트 백이 탄생했다. 펜디는 매 시즌 이 시그니처 백에 다양한 소재와 컬러, 브로케이드 디테일, 패턴 등 예술적인 요소를 더해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다. 이 독특한 백은 형태가 극도로 미니멀하기 때문에 독특한 요소를 가미해도 과하게 느껴지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가 나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2020 S/S 시즌엔 목걸이로 활용한 마이크로 미니 바게트 백 펜던트가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