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러 인터뷰 ③츄카피

자취로운생활 츄카피 안가연

좋아서 그리는 웹툰

개그우먼 겸 웹툰 작가 안가연(츄카피)

ONE 2013년 tvN 소속 개그우먼으로 데뷔했다. <코미디 빅리그>의 코너 ‘석포빌라B02호’, ‘흔남흔녀’ 등에 출연했다.

ANOTHER 2018년 8월부터 네이버 웹툰 <자취로운 생활>을 연재 중이다.

장래 희망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만 해도 만화가가 되고 싶었는데, 지금처럼 만화가 흥행하지 않던 시기였고 부모님이 반대하셨다. 그래서 대신 꿈꾼 것이 개그우먼이었다. 지금은 두 가지 꿈을 모두 이뤘다.

작가명 만화 <포켓몬스터>의 피카츄를 좋아해 역방향으로 읽은 ‘츄카피’를 작가명으로 사용한다. 생긴 게 귀엽기도 하고 몬스터 볼로 잡을 수 없다는 점이 나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웹툰 <자취로운 생활>의 캐릭터 이름도 ‘츄카피’인데, 평소 쥐를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들어 골든 햄스터를 떠올리며 그렸다.

자취로운 생활 4년 차 자취생으로서 겪은 일화에 약간의 재미를 더한 웹툰이다. 자취하는 사람들을 봤을 땐 모두 집 안을 예쁘게 꾸며놓고 깔끔한 생활을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경험해보니 그렇지 않았고, 나와 비슷한 생활을 하는 사람도 주변에 제법 있었다. 그래서 전국의 자취생이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를 담은 웹툰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 번은 자취생들이 직접 만든 음식 사진을 SNS에 올리는 걸 보고 ‘자취생의 허세’라는 주제를 유쾌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똑같이 음식 사진을 촬영하고 웹툰 안에 넣어봤더니 ‘괴상망측하다’며 재미있게 봤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지금까지 가장 반응이 좋았던 에피소드다.

마감 그리고 녹화 <자취로운 생활>은 월요일과 수요일에 마감해야 하고, 매주 화요일이 <코미디 빅리그> 녹화 날이다. 지금은 새 코너를 기획하는 단계라 녹화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데, 두 가지 일이 겹칠 땐 거의 밤을 새워가며 일했다. 일주일을 주기로 돌아가고 날짜와 시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게 개그 프로그램과 웹툰의 공통점인 것 같다.

<코미디 빅리그> 동료 친한 개그맨 대부분이 <자취로운 생활>을 보고 있고 응원도 많이 해준다. 동료들의 자취 이야기를 그리기도 하는데, 가끔 내게 에피소드의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자신을 출연시켜달라고 할 때도 있다. ‘멋있게 그려달라’는 말도 덧붙이더라.(웃음)

안가연 말고 츄카피 본업이 개그우먼이라는 사실을 웹툰을 통해 직접 밝히지 않았다. 편견 없이 작품만으로 솔직한 평가를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취로운 생활>을 본 독자들이 내가 누군지 궁금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 SNS 계정 주소만 남겨뒀는데, 나중에야 소문이 나며 츄카피와 개그우먼 안가연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활력소 웹툰 작업을 일이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흥미를 가지고 하니까 버틸 수 있었다. 어릴 때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해도 게임은 하지 않나. 내게는 웹툰이 일종의 활력소다.

작은 목표부터 처음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을 때 ‘반드시 웹툰 작가가 되겠다’는 마음이었다면 분명 중간에 포기했을 거다. ‘조회 수 70회’, ‘댓글 3개’ 등 작은 목표를 설정해두고 한 계단씩 밟아 올라간 덕분에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취미로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에게 어려워하거나 부담을 갖지 말고 마음껏 그려보며 웹툰 작가에 도전해보길 권한다.

투잡러 인터뷰 ②다미

플로리스트 투잡러

화사한 꽃의 힘

회사원 겸 플로리스트 윤다미(다미)

ONE 서울의 한 로펌에서 비서로 8년째 근무하고 있다.

ANOTHER 4년 차 프리랜스 플로리스트. 국내 플라워 스쿨에서 창업반 수강을 마쳤고 파리로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꽃의 생명력 예전에 양초 공예가 취미였는데, 양초 위에 꽃이 올라간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꽃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후 국내 플라워 스쿨에서 취미반부터 창업반 클래스까지 수강했다. 평일에 잠을 줄여가며 일한 다음 토요일 아침부터 대여섯 시간 동안 작업을 해도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일은 힘들더라도 오래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꽃이 주는 에너지가 정말 강하다. 작업할 때마다 꽃의 생명력에 영향을 받는 게 느껴진다.

꽃 시장 주말에 한 번, 평일에 두세 번꼴로 간다. 재직 중인 회사가 남대문시장 근처라 그 주변에 있는 작은 꽃 시장에도 종종 다닌다. 점심시간에 잠깐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다.

로펌 비서 8년 차 로펌 비서로 근무 중이다. 변호사가 재판에 가거나 법원에 서면을 제출할 때 돕는 일을 주로 한다.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변호사와 회사 내 다른 직원들, 클라이언트, 법원 사이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다. 내가 프리랜스 플로리스트로 활동하는 걸 밝혔을 때 동료들이 회사만 다니기도 힘든데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해하면서도 잘 어울린다고 했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다 보니 플로리스트 활동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아쉽긴 하지만, 고정적인 수입이 있으니 꽃의 가격을 생각하지 않고 마음껏 작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로맨틱 빈티지 꽃 작업은 크게 영국식과 프랑스식으로 나뉘는데, 나는 프랑스식으로 많이 작업한다. 단정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리는 것이 특징이다. 사랑스러우면서도 빈티지한 느낌을 주는 연보라색이나 분홍색 꽃을 자주 사용하고 초록빛 식물을 더하는 것도좋아한다.

연차 1년에 한 번씩 연차를 내고 휴가를 겸해 해외의 플라워 스쿨로 연수를 떠난다. 파리의 ‘카트린 뮐러’에서 수업을 들을 때 선생님이 “꽃은 반드시 한 방향으로 자라지 않고 바람이나 햇빛에 따라 바라보는 곳이 달라진다”고 하신 말씀을 잊을 수 없다. 그곳에서 현지 플로리스트가 작업하는 모습을 다른 학생들과 함께 지켜보곤 했는데, 완성된 작품이 너무 아름다워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

회사원의 주말 생생하고 예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벽에 꽃 시장에 다녀와 곧바로 작업해야 한다. 그래서 평일에는 주문이 들어와도 받지 않고, 주말을 이용해 개인 작업을 하거나 웨딩업체와 호텔에서 의뢰받은 일을 한다.

플라워 클래스 매주 토요일에 정기적으로 열었는데, 지금은 새봄에 새로운 작업실로 이전하기 위해 잠시 중단한 상태다. 당시 수강생 대부분이 힐링하러 오는 20~30대 직장인이라 내가 처음 꽃을 배울 때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내가 꽃을 사랑하듯 앞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꽃 작업에 대해 가르쳐주려고 한다. 몇 년 전쯤 우리나라에서 꽃 작업이 유행했는데, 그 덕분에 해외에서 배우러 오거나 국내 플로리스트가 해외로 강의를 하러 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 누군가 내 작품을 보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플로리스트 투잡러

첫 경험 토크

섹스칼럼 첫만남

모든 게 자연스러웠던 우리의 처음

1년 연애, 1년 동거를 거쳐 2년째 결혼 생활 중인 부부

Y(33세, 그래픽 디자이너) & K(32세, 회사원)

첫 만남에서 호감의 정도는? K 소개팅으로 만났는데 딱 중간이었어. 한눈에 반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비호감도 아닌. Y 나도. 소개팅이니까 일단 밥 먹으면서 대화를 해보자는 심산이었지. 그런데 대화를 하면서 호감 지수가 급격히 올라갔어. 5시간 동안 엄청 많은 대화를 나눴고 헤어질 때는 완전 호감으로 바뀌었지.

첫 만남에서 연애로 이어지는 과정은 어땠나? Y 다음 날 또 만났고 3일째 되던 날 어떻게 하고 싶으냐는 물음에 내가 먼저 사귀어보자고 했지. K 둘째 날은 7시간 정도 대화한 것 같은데. 사귀기로 한 날도 엄청 많은 대화를 나눴고, 기본적으로 우리 관계의 진전에는 대화가 주효했던 것 같아. 가치관이나 취향이 맞는 부분도 있었고.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얘기 자체가 재미있어서 좋았어. 그래서 어떤 주제가 나오든 끊이지 않고 이어졌어. 디자인, 전시, 영화, 음악 등 어떤 얘기를 해도 재미있었거든.

연애 관계를 맺을 때 처음이 중요한가? Y 호감형과 비호감형을 나누는 나만의 기준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호감을 느껴야 대화의 진전이 있는 것 같아. 비호감이었다가 호감으로 간 적은 없어. 그런 면에서 첫인상이 중요하긴 하지. K 나도 비슷한 것 같아. 다만 나는 중간도 있어. 비호감은 아예 기회가 없고, 중간 혹은 호감 정도의 영역에 있어야 첫발이라도 내디디니까.

연애할 때 처음을 규정짓고 시작하는 스타일인가? Y 썸 타는 관계와 사귀는 건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해. ‘오늘부터 1일’이 낯간지러운 말이긴 하지만 그게 없으면 쓸데없는 ‘밀당’이 지속되는 것 같아 싫어. K 나도 관계를 명확히 하는 편인 것 같아. 그렇게 해야 나의 100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도 100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Y 시간도 아깝고. K 그렇지. 밀당하는 시간이 관계에서 가장 아까워. 그럴 시간에 빨리 사귀기로 해서 키스라도 한 번 더 하는 게 낫지 않나.

‘첫 키스나 첫 섹스는 작정하기 마련’이라는 말에 동의하나? K 어느 정도 작정했겠지. 그런데 그걸 어느 한쪽이 마음을 품었다기보다 서로 자연스럽게 알았던 것 같아. Y 나도 ‘오늘인가?’ 이런 건 없었어. 사실 처음에는 상대가 능글맞게 나를 꾀는 느낌을 받기는 했어. 빠르다는 생각도 잠깐 했고. 그런데 너무 자연스럽게 흐르니까 특별히 거부감을 갖지는 않았어.

연애와 결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처음의 순간은? Y 처음으로 둘이서 여행 갔을 때. K 거기서 내가 프러포즈를 했지. 그래서 기억에 남는 것 같아. 그리고 동거 첫날도 기억에 남지 않아? Y 맞아. 같이 누워 있는데 기분이 아주 이상했어. 독립도 동거도 처음이었거든. 물론 결혼도.(웃음) K 연애하면서 같이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그게 결국 내 삶에 플러스가 돼야 하잖아. 그래서 동거 첫날은 고민이 있었어. 마음이 맞지 않아서 결국 서로에게 마이너스가 되면 안 되니까. 그래서 처음에는 꽤 긴장했던 것 같아. 그런데 예상보다 편안하고 좋았어. 첫 일주일이 좋아서 그런가. 좋은 감정이 계속 고조되더라고. 그래서 결혼하게 됐어. 만약 동거를 안 했으면 결혼도 안 했을 것 같아.

첫 섹스 이후 관계에 확신이 생겼나? Y 확신이 들진 않았어. 그냥 스킨십의 하나라고 생각했어. K 나는 조금. 앞으로는 이 사람과 더 즐겁게 오래 관계를 맺고 싶다고 생각했어.

둘의 처음은 충동과 계획 중 주로 어느 쪽이었나? Y 충동적인 게 더 많지 않을까? 그때그때 느낌에 따랐고, 계획적으로 한 건 없었어. 성격이 그렇게 치밀한 스타일도 아니고. K 나는 반대야. 사실 계획이 조금씩 있었어. 그러니까 상대의 충동을 불러일으킬 계획으로 접근하는 거지. 이를테면 프러포즈를 할 계획으로 여행을 제안한다든지, 동거를 승낙하도록 설득을 하는 식이었어. Y 그 때문이었나? 충동적인 걸 알면서도 두려운 마음이 없었어.

반대로 처음 싸운 날은? 관계에서 처음 이견이 생긴 순간. Y 정확히 처음으로 싸운 날이 언젠지는 모르겠어. 그런데 결혼식을 할지 말지에 대해 이견이 있긴 했지. 어떻게 보면 무척 큰 이슈였는데도 싸움으로 이어지진 않았어. 서로 대화를 충분히 나누고 빨리 해결을 보려고 했지. K 처음으로 싸운 날을 기억할 필요는 없지만 그때의 해결 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처음에 대화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면 관계가 이어지는 내내 힘들고 피곤할 수밖에 없어. 우리는 그런 면에서 처음에 냉각기를 짧게 두고 금방 푼 게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

관계에서 처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K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 만약 처음이 별로였으면 안 만났을 거야. 그러면 우리가 지금까지 밟아온 역사는 없는 거겠지. 돌이켜보면 처음 소개팅을 한 날부터 지금까지 좋은 방향으로 난 길을 걸어 여기에 이른 것 같아. 처음 섹스를 했을 때나 처음 여행을 갔을 때나 동거 첫날이나 하루라도 삐끗했으면 우리 관계가 지금과 다를 테니까. Y 맞아. 우리는 모든 처음의 순간에 이견이 없었어.

처음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K 처음에 대해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은 ‘자연스럽다’야. 우리의 처음은 언제나 당연한 듯이 흘러왔어. 그래서 오히려 처음이 뚜렷하지 않았던 것 같아. 이를테면 첫 키스의 순간이 워낙 강렬해서 바로 얘기하는 그런 사람도 있잖아. 우린 그렇진 않아. 그런 처음이 쌓여서 우리 관계가 편안하게 물 흐르듯 가는 형태가 된 것 같아. 결국 처음이 관계의 형태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첫 스킨십 혹은 첫 섹스는? K 우리는 처음 손잡은 날, 첫 키스 한 날, 첫 섹스 한 날이 모두 같은 날이었어. 그것도 사귀기 시작한 지 일주일 내에 벌어졌지. Y 그런데 신기하게 주저하지 않았어.

 

처음이 뭐가 중요해

긴 연애의 후유증을 안고 짧은 만남을 반복 중인 Y(33세, 번역가), 몇 번의 연애 후 비연애주의를 선언한 P(34세, 일러스트레이터)

기억하는 첫 키스나 첫 섹스의 순간이 있다면? Y 키스는 몰라도 첫 섹스는 기억 못 할 수 없지. P 상황은 거의 비슷했어. 상대가 덮치듯이 달려들고, 나는 조금 수줍게 받아들이는 입장이었지. 생각해보면 그다지 좋지도 않았어. Y 사실 섹스를 하기 전까지 과정이 설레잖아. 그래서 일부러 그 기간을 길게 둔 적도 있었어. 반대로 걱정도 있었고. ‘잘 안 맞으면 어떻게 하지’, ’막상 자고 나서 연애로 이어지지 않는 건 아닐까’ 싶은 거지. 실제로 섹스를 하고 나서 그다지 좋지 않아 그대로 헤어진 경우도 있었어. P 결국 섹스는 섹스일 뿐이니까.

최악의 처음을 떠올려본다면? Y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처음이 몇 가지 있어. 식사, 상대의 친구를 소개받는 자리, 여행, 술. 그중에서도 첫 식사가 제일 중요해. 상대의 성향을 알기 좋은 방식이거든. 사람은 생각보다 먹을 때 솔직해져. 그런데 최악의 식사를 한 적이 있어. 첫 식사 자리인데도 엄청나게 게걸스럽게 먹는 데다 서버한테 굉장히 무례하기까지 했어. 결국 그것 때문에 관계를 끝냈지. P 나는 최악의 첫 키스를 경험한 적이 있어. 장소는 평범했지. 헤어지는 길에 그의 차 안이었는데, 그렇게 거칠고 무례한 키스는 처음이었어. 내가 그의 욕정을 채우는 도구가 된 것 같았어. 그 자리에서 당장 뺨이라도 때렸어야 했는데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분해. 내가 비연애주의자가 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경험이었어.

뭐든 처음이 가장 강렬한가? 아니면 처음 이후 고조되는 편인가? P 고조되는 편. 처음부터 다 좋을 수는 없으니까. Y 여행이나 데이트는 처음보다 하면 할수록 좋아지는데, 섹스는 고조되다가 떨어지는 편인 것 같아.

반대로 가장 기억에 남는 처음은? Y 첫 연애에서는 첫 섹스. 상대가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라 나를 리드했는데, 자존심 상하거나 좋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거든. 그런데 막상 해보니 내가 리드당하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더라고. 그 일로 상대와 관계도 진전되고, 연애할 때 진짜 내 모습에 대해서도 알게 됐어. P 첫 여행. 매번 비슷한 패턴의 데이트만 하다가 여행을 가니까 생소한 장소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첫 연애의 순간처럼 설렜어. Y 오히려 말도 안 통하고 생소한 공간이라 싸울 일이 많지 않아? P 그렇긴 한데 그마저도 여행이라는 쾌감 때문인지 나름 추억이라며 웃어넘기게 되는 것 같아.

처음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Y 나는 딱히 없는 것 같아. 몇 번의 연애를 하고 나니까 처음은 그냥 처음이라고 생각하게 됐어. P 나도. 의미 부여를 할 것도 없고, 그래서 처음이 별로라고 실망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아.

처음의 순간에 얼마큼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나? Y 40% 정도. 솔직하게 말하면 이것도 높게 잡은 거라고 생각해. 다 거짓은 아니었지만 상대가 싫어할 것 같은 모습은 안 보여주지. P 그럼 진짜는 언제 드러나?섹스라는 게 한 번 하고 나면 엄청난 친밀도가 생기잖아. 자기까지는 많은 걸 숨기고 있을지 몰라도 자고 나면 서로 금방 자연스럽게 자기를 드러내는 것 같아. 그건 남자들의 착각 아닌가.

연애를 시작하게 되는 순간이 명확한가? 오늘부터 1일 같은. P 아무래도 사귀자는 말을 듣고 나서 연애를 시작하니까 명확하지. Y 난 명확한 상태에서 연애를 해본 적 없어. 굳이 선을 긋는다면 첫 섹스를 하는 날이 사귀기 시작하는 날이었지. 대부분 상대 생각도 비슷했고.

관계에서 로망 같은 처음이 있다면? Y 만나던 사람한테 이런 말을 들은 적 있어. 우리는 이 관계 안에 있되 성적인 욕구를 채워주는 사람은 따로 있으면 안 되느냐고. 그때는 어리고 경험도 적어서 무척 불쾌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성적인 부분이 중요한 사람한테는 가능한 관계라고 생각해. 그리고 솔직히 지금의 내게 이상적으로 여겨지는 관계이기도 하고. P 좋게 말해 폴리아모리(다자 연애)? 그런 관계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Y 어렵지. 나도 상대도 동의해야 하는 거니까. 안 될 것 같은데, 그래서 더 로망을 갖는 것 같아. 가장 짜릿할 것 같은 첫 관계라. P 나는 로망 같은 처음은 없어. 이미 비연애주의를 선언하기도 했고, 연애의 첫 순간들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할 게 없거든.

연애를 시작하게 만드는 처음은? Y 떨림. 상대가 나를 보는 눈빛. 처음에는 그런 것이 연애를 시작하게 만드는 것 같아. P 말. 대화 말고 말. 나는 사실 연애에 수동적인 사람이었어. 대부분의 연애가 사귀자는 말에 넘어간 경우였어. Y 한 마디 말로 연애를 할 수 있다고? P 못 할 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