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바디 pH-1의 첫 단독 콘서트

ph1 피에이치원
플로럴 프린트 재킷, 코듀로이 셔츠와 쇼츠 모두 디올 맨(Dior Men), 스니커즈 준지(Juun.J),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ph1 피에이치원

ph1 피에이치원
니트 풀오버 하울린 바이 비이커(Howlin by BEAKER), 스터럽 팬츠 1017 ALYX 9SM 바이 아데쿠베(1017 ALYX 9SM by ADEKUVER), 스니커즈 벨루티(Berluti).
ph1 피에이치원
화이트 셔츠 코스(COS),패턴 베스트 르주(LEJE),피셔맨 팬츠 피망(Piment),하이톱 스니커즈 디올 맨(Dior Men).

2월 15일 국내 첫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제목을 <Roommate Search>라고 지은 게 흥미롭다. 내 이미지에 맞는 컨셉추얼한 콘서트를 열고 싶어 직접 기획했다. pH-1 하면 사람들은 대체로 홈바디(homebody), 집돌이, 주황색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린다. 이를 차용하다 보니 단독 콘서트를 일종의 집들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내 무대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을 초대하는 거니까. 그래서 ‘나의 집에 당신들을 초대한다, 룸메이트가 되어줄 사람을 찾는다’라는 의미를 담았다.

콘서트 소개 영상 하단에 ‘홈바디’를 시작으로 10여 개의 단어가 나열돼 있다. 무엇을 기준으로 적어놓은 건가?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보통 취향이나 성향이 서로 잘 맞아야 룸메이트가 되지 않나.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알려줄 수 있는 단어들을 적어놓은 거다. 이를테면 그중 ‘미스터 화이트(Mr. White)’는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의 주인공인데, 작업실에 그의 피규어를 놓아두고 반려견의 이름까지 미스터 화이트의 딸과 똑같이 ‘홀리’라고 지었을 정도로 좋아한다.

다른 아티스트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고 페스티벌 무대에도 여러 번 올랐다. 그동안 단독 콘서트에 대한 갈증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 내 스타일로 꾸미는 공연을 갈망하긴 했지만 준비가 될 때까지 하지 말자는 생각이 있었고, 이왕이면 더 많은 관객이 찾아오길 바랐다. 그래서 나와 내 음악의 인지도가 가진 몸집을 키우는 것이 우선인 것 같았다. 이번 콘서트의 좌석이 매진되어 감사한 마음이 든다.

<Roommate Search> 티케팅을 직접 해봤다고 들었다. 예상보다 훨씬 어려웠다. 예매 시작 시간에 맞춰 웹사이트에 들어갔는데, 앞쪽의 몇 좌석에 도전했다가 놓쳤고 안전하게 뒷좌석을 공략했을 때에야 비로소 성공했다. 내가 구매한 티켓 두 장을 이벤트를 통해 팬들에게 나눠 주려고 한다.

2월이면 한창 추울 시기다. 겨울에 콘서트를 여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추운 계절에 하게 됐다. 그렇지만 여름이었다면 콘서트를 열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 듯하다. 분위기가 뜨겁고 뭔가 빵빵 터져야 여름 공연 같은데, 내 음악은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이 많으니 여름보다는 겨울이 더 어울린다고 느낀다.

콘서트를 앞둔 기분은 어떤가? 기대되는 한편 걱정과 긴장감이 90%쯤 차지한다. 약 2시간을 혼자 채워야 하는 단독 콘서트인 만큼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노력 중이다. 관객이 자주 가봤을 힙합 공연이나 페스티벌과 다를 수 있게 신경 쓰고 있는데, 무대장치와 비주얼적 요소에 공을 들이고 있고 라이브 밴드와도 협업할 예정이다.

1월 9일 싱글 앨범 <Nerdy Love>를 발매했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백예린을 염두에 두고 만든 곡이다. 목소리가 좋고 가창력이 뛰어난 것은 물론 음원까지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는 아티스트와 협업하니 여러 사람이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을 주제로 다루면 좋을 것 같았다. 또 내가 무의식적으로 자존감 낮은 인물의 입장에서 가사를 쓴다고 느끼는데, 그래서 자연스럽게 너드(nerd)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 듯하다. ‘가진 게 난 없고, 아주 가끔 너도 나보다 멋진 사람을 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랑 말이다.

이번에도 모키오(Mokyo)가 프로듀서로 함께했다. 오랜 기간 같이 작업하며 서로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내 음악의 분위기가 밝다면 모키오는 조금 어둡고 축축한 감성의 곡을 주로 만든다. 그래서 모키오는 나와 작업하면 상대적으로 밝은 느낌이 들고, 반대로 나는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 밸런스가 좋아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

지난해 모키오가 전곡 프로듀싱에 참여한 첫 정규 앨범 <HALO>를 발매했을 때 상반된 느낌의 더블 타이틀곡 ‘Like Me’와 ‘Malibu’로 대중성 실험을 해보겠다고 말한 적 있다. 최근에는 대중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당시 대부분 ‘Like Me’를 선호할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는 진한 랩을 하는 ‘Malibu’도 그만큼 인기가 있어 기분이 좋으면서도 놀라웠다. 전에는 랩만 들려주면 사람들이 어려워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제는 조금 더 용기를 내도 되겠다고 느꼈다. 힙합의 파이가 점점 커지고 있기도 하고.

앞으로 그러한 생각을 반영한 곡을 발표할 계획이 있나? 콘서트 이후에 믹스테이프를 내려고 한다. 처음부터 ‘힙합 팬을 섭렵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작업하기 시작했다. 약 10곡으로 구성할 예정이고 많은 곡이 완성돼 있는 상태인데, 거의 다 말 그대로 랩이다. 협업해보지 않은 아티스트들의 조합으로 탄생한 곡도 들어볼 수 있을 거다.

다수의 곡에 피처링 아티스트로 참여하고 있다. 피처링 제의가 들어오면 큰 고민 없이 하고 있나? 하기 싫으면 안 하고 거절하는 경우도 많다. 스스로 세워놓은 나름의 기준이 있는데, 평소 그 아티스트의 작품을 인정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일단 곡 자체가 좋은지 생각해본다. 참여하기로 결정한 다음에는 내 음악의 색을 돋보이게 하되 곡과 잘 어우러져 분위기를 살려줄 수 있도록 노력한다. 원래 이런 척 저런 척하지 않고 내 성향을 그대로 반영하며 음악을 하기 때문에 여러 작업을 해도 나만의 색이 저절로 지켜지는 것 같다. 피처링을 부탁받으면 보통 당일 저녁이나 다음 날 완성한다. 몇몇 아티스트는 내가 작업을 빨리 끝낸다며 놀라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대충 만들지 않았으니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단골 멘트처럼 덧붙인다.

가사를 빨리 쓰는 편인가 보다. 맞다. 하지만 그만큼 비트와 피처링을 부탁한 아티스트가 그려놓은 그림이 흥미로워야 한다.

‘집돌이’로 알려져 있다. 여전히 집에 오래 머무르나? 집 안에 작업실이 있고 그곳에서 모든 작업을 한다. 그래도 영감을 받기 위해선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걸 느꼈다. 가끔 놀 땐 나와 같은 하이어뮤직에 소속된 아티스트들을 주로 만나는데, 내가 노는 모습만 보고 ‘집돌이라고 컨셉트 잡는다’고 말하기도 하더라.(웃음)

혼자 있는 걸 좋아하지만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SNS를 통해 팬들과도 교류한다. 실제로 내가 태그된 스토리를 보고 다이렉트 메시지도 자주 읽지만 답장을 많이 하진 않는다. 이 사 람에게 정을 주면 저 사람이 서운해하는 상황을 종종 맞닥뜨리는데, 그 때문에 자책감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고마운 팬들이라도 약간 거리를 두고 사랑을 보여주려고 하는 편이다. 사람 마음이 참 어려운 것 같다.

SNS 프로필에 ‘I’m Not Yours But You Could Borrow’라는 문장이 있다. 이 또한 비슷한 맥락인가? 누가 나에게 강제로 뭔가를 하려는 순간 뒤로 빠지는 성향이 있다. ‘나는 나고 내 공간은 나의 것이지만, 너에게 어느 정도 사랑은 줄 수 있다’라는 의미를 담았다.

별명 ‘홈바디’를 집이라는 물리적인 공간뿐 아니라 개인의 감정적인 측면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을 듯하다. 그런 것 같다.

국내 콘서트를 마친 후 3월에 <Roommate Search> 로 유럽 투어를 떠난다. 첫 지역을 유럽으로 정한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가을쯤 박재범 형의 <SEXY 4EVA> 투어에 게스트로 참여하며 유럽에 처음 가봤는데 너무 좋았다. 각 도시가 예쁜 것도 그렇지만 유럽에서 공연할 때 현지 팬들의 반응이 특히 엄청났다. 미친 듯이 놀고 춤추고 난리가 난 거다. 그 순간 무대 위에 있으니 록 스타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때가 그리워 유럽을 먼저 가고, 그곳에서 힘을 얻어 다른 지역의 도시들도 방문할 예정이다.

장르를 떠나 스스로 pH-1의 음악을 표현한다면 뭐라고 말하고 싶나? 고급스러운 편안함. 사람들이 내 음악을 편하게 듣고 그냥 ‘좋다’고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하지만 ‘짜치는 것’으로 보이기는 정말 싫다.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을 거다. 이번에 ‘Nerdy Love’가 그동안 냈던 곡들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pH-1의 음악은 언제나 지금처럼 좋을 테니까.

연관 검색어
,

유쾌한 요한씨

티셔츠, 아우터, 팬츠 닐바렛
블랙 셔츠 송지오옴므(SONGZIO Homme), 블랙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블로퍼 바나나핏(Bananafit), 팔찌 락킹에이지(Rocking AG)
셔츠, 가죽자켓 벨루티, 팬츠,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베이지 트렌치코트 골든구스(Golden Goose), 화이트 셔츠 골든구스(Golden Goose),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가방 파인드카푸어(FIND KAPOOR)
페인팅 데님 자켓 리바이스(Levi’s), 화이트 코듀로이 팬츠 리트(Lit), 화이트 스니커즈 라코스테(LACOSTE)
네이비 셔츠 던힐(Dunhill), 화이트 와이드 팬츠 주수루(JOOSOOLOO), 화이트 스니커즈 라코스테(LACOSTE), 가방 파인드카푸어(FIND KAPOOR)

my youth

권나라 이태원클라쓰
니트 스웨터 이로(Iro).
권나라 이태원클라쓰
재킷과 팬츠 모두 오프닝넘버(Opening Number), 시스루 블라우스 티백(ti:baeg), 앵클부츠 덱케 × 유돈 초이(Decke × Eudon choi), 사각 프레임 원석 링 에스실(S_S.il).
권나라 이태원클라쓰
시스루 셔츠와 블라우스 모두 레하(Leha), 팬츠 빈스(Vince).
권나라 이태원클라쓰
재킷과 팬츠 모두 앤아더스토리즈(& Other Stories), 셔츠 분닥세인츠(The Boondock Saints), 스니커즈 컨버스(Converse), 오각 펜던트 네크리스 에스실(S_S.il).

지난해 마지막 스케줄이 KBS 연기대상 시상식이었어요. 신인상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올랐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어요? 믿기지 않고 얼떨떨했어요. 수상 소감을 말하면서 비로소 정말 상을 받았구나, 싶었죠. 그 무대가 그렇게까지 떨릴 줄 몰랐어요. 무대 위에서 객석을 내려다보는데 <닥터 프리즈너>에서 함께한 선배님들이 눈에 바로 보이는 거예요. 너무 떨렸지만 선배님들이 흐뭇하게 웃어주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좀 진정됐어요.

2020년에 대한 다짐도 했을 것 같아요. 지난해를 돌이켜보면 여전히 서툴고 부족한 점이 많았어요. 올해는 저와 함께하는 스태프들을 더 많이 챙기고 돌아보고 싶어요. 아이돌로 무대에 올랐을 때와 배우로 촬영장에 섰을 때 많은 것이 달랐어요. 달라서 부담도 많이 됐고, 드라마 촬영장에서 역할을 충실히 잘해내야겠다는 생각에 저한테만 집중했죠. 올해는 주변을 좀 더 보려고 해요.

이제는 자신에게서 좀 덜어내고 싶은 것도 있나요? 아직 덜어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할 수 있다면 욕심을 덜어내고 싶어요. 큰 욕심이 저 자신을 힘들게 할 때가 있거든요. 자꾸 되돌아보게 되고. 그런 마음을 아주 조금이라도 덜어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올해는 해보고 싶은 일도 있어요. 반려견을 키우면서 유기견을 위한 봉사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올해를 동명의 웹툰을 드라마로 만든 <이태원 클라쓰>로 시작해요. 소설이 아니라 웹툰을 원작으로 하면 기존 캐릭터가 훨씬 구체적이어서 배우로서 준비하기 오히려 까다로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싱크로율에 대해 고민하게 돼요. 제가 연기하는 ‘수아’는 원작에서는 붉은 톤의 머리를 가졌어요. 박서준 선배가 극 중 인물인 ‘새로이’와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등장한 모습을 보고 저도 원작처럼 스타일을 바꿔야 하나 싶었어요. 원작을 본 친구가 왜 안 바꾸느냐고 물어볼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수아는 원작과 비교했을 때 변화가 좀 있어요. 현재의 수아를 있게한 서사가 있죠. 다른 캐릭터들은 천재, 영웅 같은 느낌이 드는 데 반해 수아는 현실적인 인물이에요. 그런 점을 보여주고 싶어요.

배우로서 때론 맡은 캐릭터를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맞아요. 수아는 타인보다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무엇보다도 자신의 꿈을 가장 우선시하죠. 늘 그렇게 살 수는 없겠지만 가끔은 나만 생각해야 할 때도 필요하니까요.

이제 촬영장에 많이 익숙해졌나요? 매일 즐거워요. 전에는 긴장도 많이하고 조금 무서울 때도 있었어요. 언젠가 박서준 선배가 촬영장이 놀이터가 되어야 편하다고 말해줬어요. 그래서 현장에서 더 많이 대화하고 웃고 그래요. 그러다 보니 촬영장이 훨씬 편안해졌죠. 그리고 이번 작품이 <나의 아저씨> 팀이에요. 그래서 더 편해요. 제가 얼마나 많이 긴장하는지 잘 아니까 더 잘 챙겨주시거든요. 요즘은 매일 행복하게 촬영하고 있어요.

함께하는 스태프들이 있으니 <나의 아저씨> 때 생각도 많이 날 것 같아요. <나의 아저씨>란 작품이 특히 그래요. 드라마 DVD 코멘터리를 위해 선배들을 만나 명장면을 다시 보는데 눈물이 났어요. (송)새벽 선배가 커피차를 보내줘서 촬영감독님과 인증샷을 남겼어요. 가끔 새벽 선배랑 통화하는데 지금도 여전히 감독님이라고 불러요. 아, 얼마 전에는 (김)예원 선배가 <수상한 파트너> 촬영장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줬어요. 사진 속 저와 선배가 파릇파릇해 보이더라고요.(웃음) 작품을 마치고 나면 가끔 꺼내볼 수 있는 추억이 생겨서 좋아요.

오늘 문득 떠오르는 <나의 아저씨>의 장면이 있다면요? “감독님이 망해서 좋아요.” 처음에는 이 대사가 이해가 안 됐어요. 그런데 이제야 그 속뜻을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아요.

이번 현장에 또래 배우가 많겠어요. 그래서 현장이 시끌벅적하고 재미있어요. 마치 그룹 수업을 하는 것처럼 편하게 생각을 주고받아요. 같이 밥 먹으면서도 계속 물어보게 되고요. 어려서는 잘 못 물어봤는데 조금씩 용기 내서 제 생각을 얘기하기도 하고, 감독님이나 다른 배우들 의견도 귀 기울여 들어요. 물론 연기는 할수록 어려워요. 작품을 거듭할수록 고민도 많아지고. 계속 연기할 수 있기에 할 수 있는 고민이니 행복한 거죠. 지금 배우로서 시작 단계이고 그저 잘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지만 늘 좋은 사람으로 살며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금까지 작품을 통해 만난 선배님들이 배우라는 꿈을 가지고 멋진 배우가 되신 것처럼요.

연기할 수 있는 촬영장이 행복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힘든 점이 있겠죠? 잘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여전히 힘들어요.

연기만큼 잘해내고 싶었던 것이 있었나요? 연습생 때 잘해내서 살아남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연습생 생활은 결국 서바이벌이잖아요. 굉장히 치열하고. 데뷔만을 꿈꾸며 엄청 열심히 했어요. 연기를 시작하고 꼭 연습생 생활을 다시 하는 기분이에요.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 느낌이죠. 마치 청춘이 다시 시작된 것 같아요.

열심히 살았으니 그 청춘의 시간에는 후회가 없을 것 같아요. 큰 후회는 없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달려왔고.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나요? 집에 돌아오면 매일 저를 칭찬해줘요. 주변 사람들이 매일같이 제게 고생했다고 말해주지 않잖아요. 말하기 쑥스러울수도 있고. 지난해부터 부모님 집을 나와 독립해서 살고 있는데,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촬영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맛있는 음식도 해주시고, 대화도 나누며 하루를 보상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빈집에 돌아오면 너무 적막해요. 그래서 저 자신에게 ‘오늘 수고했어’ 하고 스스로 칭찬해줘요. 그럼 이상하리만큼 힘이 나요.

지금은 배우로서 최종 목적지를 향해 가는 데 중요한 시점이겠죠.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도 중요하고요. 늘 그런 고민을 많이 해요. 그런데 가고 싶은 길을 꼭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다만 잃고 싶지 않은 점이 있어요. 함께 일했을 때 기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지금 함께하는 사람들과 오래도록 즐겁게 일하고 싶어요. 그것만은 놓치지 말아야죠.

사람들과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전에는 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 사람이 없으면 제가 지금까지 해올 수 없었겠다 싶어요. 요즘은 문득 가끔 헬로비너스 멤버들과 싸웠던 일이 생각나서 전화해서 그때 얘기를 하며 웃기도 해요.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사람 사이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현장에서 만나는 새로운 스태프들과 동료, 선배 배우들이 많이 챙겨주시니까 저도 의지하게 되거든요. 저도 제가 받은 만큼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겨야겠다고 다짐하죠.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이태원 클라쓰>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조금은 덜 후회되는 작품, 그리고 <나의 아저씨>처럼 마음이 따듯해지는 작품으로 남았으면 해요. 오늘 아침에 일어나 제 장면에 붙여놓은 스티커를 떼어 책꽂이에 꽂아놨어요. 여전히 갈 길이 많이 남았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있기에 이미 제게 소중한 작품이에요.

권나라 이태원클라쓰
니트 스웨터 이로(I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