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나날들

김명수 화이트 셔츠 와이씨에이치(YCH), 니트 베스트와 와이드 팬츠 모두 로샤스 바이 무이(Rochas by MUE). 신예은 크롭트 재킷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니트 슬리브리스 톱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팬츠 로우클래식(Low Classic).

우리 집 고양이 혹은 강아지가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 같이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물어볼 수도 있을 텐데.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생각들. 드라마 <어서와>는 사람이 된 고양이 홍조(김명수)와 강아지 같은 여자 솔아(신예은)의 만남을 통해 이런 상상을 현실로 이뤄준다. 그리고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이 이야기는 괜찮다고 여기며 앞만 보던 삶을 위로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판타지인 걸 알면서도 우리는 늘 이런 순간을 꿈꿔왔을지도 모른다.

 

머스터드 컬러 니트 스웨터 폴 스미스(Paul Smith), 스트라이프 셔츠 리스(Reiss), 블랙 팬츠 메종키츠네 바이 비이커(Maison Kitsune by BEAKER).

 

데님 셔츠 아미리 바이 무이(Amiri by MUE), 팬츠 메종키츠네 바이 무이(Maison Kitsune by MUE), 스니커즈 컨버스(Converse)

김명수

드라마 <어서와>의 인물 중 원작과 싱크로율이 가장 높다는 반응이 많아요.
주변 사람이나 팬들이 그런 말을 많이 하는데, 솔직히 저는 지금까지 한 캐릭터 중 가장 저와 닮은 점이 없는 역할인 것 같아요. 고양이가 인간 남자로 변신한 ‘묘인’ 캐릭터인데, 일단 제가 고양이가 아니니까요.(웃음) 그런 일차원적인 점에서도 닮은 점이 없지만, 성격이나 성향도 꽤 다른 편이에요. 오히려 달라서 궁금하고, 연기하면서 캐릭터에 대해 알아가고 캐릭터와 친해지는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어요?
대사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좋았어요.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몽글몽글한 분위기거든요. 제 캐릭터로 봤을 때는 고양이에서 사람으로 변한다는 지점이 흥미로웠어요. 고양이와 사람의 감정을 모두 헤아려야 해서 어렵기는 한데, 그래서 대사가 신선하고 재미있어요.

<어서와>의 따뜻한 분위기를 단번에 이해시킬 수 있는 대사가 있을까요?
극 중 고양이의 시점이 내레이션 형태로 많이 나와요. 그중에 이런 말이 있어요. “사람이라면 안아줄 수 있다.”

고양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표현하기 위해 참고한 것이 있나요?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고 있어요. 이름은 별, 제 성을 붙여서 김별인데요. 별이를 보면서 연구해볼까 싶었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더라고요. 워낙 사람을 잘 따르는 ‘개냥이’ 스타일이거든요. 그냥 하품하거나 기지개를 켜거나 놀라는 모습 같은 걸 보고 따라 하긴 했어요. 고양이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는 건 사실 불가능하죠. 그래서 그보다는 ‘홍조’라는 캐릭터가 가진 성향을 잘 파악하려고 해요. 고양이에서 사람이 된 캐릭터라 초반에는 사람의 말 너머에 담긴 속내를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시‘ 계 좀 봐’라는 말에는 상대가 늦었을 경우 불쾌감을 드러내는 속뜻이 담겨 있는데 홍조는 그 말을 일차원적으로 생각해서 시계를 바라봐요. 그렇게 순수하고 아기 같은 면을 잘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전작에서는 천사였잖아요. 사람이 된 고양이와 천사 중 어떤 연기가 더 어려운가요?
항상 지금 하고 있는 역할이 가장 어려워요. 천사뿐 아니라 왕도 했고, 천민도 했고, 판사도 했는데 그것들은 어찌 됐든 끝난 거고, 이미 살았던 삶이잖아요. 그런데 이건 현재 진행형이고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어려워요.

지난해 연말 시상식에서 드라마 <단, 하나의 사랑>으로 신인상을 받았어요. 배우로서 처음 받은 상이라 의미가 컸을 것 같아요. 그날 어떤 생각이들었나요?
좀 얼떨떨했어요. 실제로 그런 마음이 드러난 표정이 그대로 방송에 나가기도 했고요.

좋은 모습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는 짧은 소감을 남겼는데요. 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모습이 어떤 거라고 생각하나요?
일관성 있게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이요. 그게 곧 성실성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에 대해 ‘전보다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그걸 해내고 싶어서 지금까지 노력하며 살아왔거든요.

그간의 노력에 걸맞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하나요?
얻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제가 해낸 일에 대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고, 심지어 주관적으로 좋지 않게 평가할 때도 있어요. 조금이라도 좋게 보면 나태해질 것 같아서요. 스스로 자신을 옭아매는 편이에요. 여유를 가지고 템포 조절을 하는 것도 필요한데, 언제나 긴장감에 사로잡혀 있어요. 항상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이 저의 기조거든요.

몸도 마음도 바쁜 삶이겠네요.
네 굉장히. 심적으로 늘 더 나은 목표를 갈망하고 갈증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항상 스케줄표를 가득 채우며 살아요. 매년 1년치 계획을 짜두고 한 해를 시작하죠.

그럼 올해도 12월까지 계획이 이미 짜여 있나요?
그럼요. 그러다 어쩔 수 없이 틀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계획을 수정해요. 컴퓨터로 치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계속 하는 거죠. 간혹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일이 생기면 흔들리긴 해요. 그럴 때 조금 쉬고요. 너무 힘들게 사는 것 같죠?(웃음)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첫 작품부터 지금까지 맡은 캐릭터가 한 사람이라고 가정했을 때, 조금씩 나이 들고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설마 이것도 배우로서 계획한 일 중 하나인가요?
완벽히 의도한 건 아니지만 염두에 둔 부분이기는 해요. 저는 그때 나이에서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캐릭터를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표출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언제나 지금 제일 잘할 수 있는 것만 하진 않아요. 가끔은 도전 의식이 발동하기도 하거든요. 물론 큰 오차를 내지 않는 선에서요.

배우로서 자신을 얼마큼 인정하나요?
촬영하는 동안에는 저를 믿어요. 그 와중에도 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있지만 선택과 노력을 믿고 가는 거죠. 그런데 끝나면 ‘현타’가 오긴 해요. 집에 가서 혼자 ‘이렇게 했어야 하나?’ 싶어 괴로워하기도 하고요. 늘 그런 시간을 반복하고 있어요.

데뷔한 지 벌써 11년이 지났어요. 자신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나요?
많이 변했죠. 얼굴도 많이 변했고, 생각하는 것도 달라졌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본래의 나를 찾아가는 듯한 기분이에요. 어릴 때는 누가 꾸며주는 상황이 많았거든요. 그들이 만들어준 상황에 들어가야 했고요. 지금은 제가 해내야 하는 일이 많다는 것, 그런 부분이 가장 많이 변한 점이기도 해요.

그 시간 속에서 발견한 자신의 모습이 있다면요?
그냥 열심히 사는 사람. 언제나 시행착오는 있기 마련이고 성취감은 얼마 안 가거든요. 상을 받았다고 해도 하루만 지나면 일상으로 돌아오고, 콘서트에서 아무리 많은 환호를 받아도 집에 가면 그냥 나잖아요. 언제나 본질적인 나를 유지하는게 중요한데, 제 본질은 ‘열심히 사는 사람’인 것 같아요.

열심히 사는 게 적성에 맞아요?
매사에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모든 일에 있어서 배우고 성취하는 과정에 보람을 느끼는 편이에요.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에요. 전 여전히 이 일이 재미있고, 의욕도 넘치거든요. 지금은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라워 패턴과 물방울무늬가 어우러진 블라우스와 스커트 모두 포츠 1961(Ports 1961), 브라운 레더 뷔스티에 렉토(Recto), 화이트 앵클부츠 지미추(Jimmy Choo).

 

아이보리 재킷 듀이듀이(Dew E Dew E), 화이트 블라우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신예은

드라마 <어서와>가 사전 제작 형태라 벌써 촬영 중반부를 넘어섰다고 들었어요. 이제 ‘솔아’라는 캐릭터와 꽤 가까워졌을 것 같아요.
그렇죠. 그런데 솔아라는 캐릭터 만들어갈 때 새로운 인물을 데려오기보다 제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걸 많이 써서 그런지 처음부터 익숙했어요. 저랑 솔아랑 닮은 점이 많거든요.

어떤 점이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드라마 소개에도 나오는데, 솔아는 강아지 같은 사람이에요. 기본적으로 밝고 에너지가 넘쳐요. 간혹 혼자일 때는 울기도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는 쾌활한 모습만 보이려고 해요. 그런 솔아 특유의 밝은 면이 저랑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동경과 질투를 샀던 <에이틴>의 ‘도하나’나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던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의 윤‘ 재인’과는 확실히 결이 다른 캐릭터일 것 같아요. 이렇게 따뜻하고 밝은 캐릭터를 만난 건 처음인가요?
네. 신기하게 학교 다닐 때도 어둡거나 무섭고 날카로운 인물만 맡았어요. 마냥 해맑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 나름 새로운 도전이기도 해요. 겁도 나고 한편으론 기대가 돼요.

연기하는 방식도 이전과 다른 방법이 필요했을 텐데, 솔아를 연기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엄청 많은 걸 준비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솔아는 어떤 캐릭터니까 여기서는 이런 식으로 표현해야겠다’라고 의도하기보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그냥 제 안에서 계속 찾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솔아랑 더 편하게 닮아갈 수 있었어요.

예고편만 봤을 때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울 것 같은데, 이게 이 드라마의 전부는 아닐 것 같아요.
맞아요. 연기를 하는 저로서는 연기를 하면서 삶의 소중함을 많이 느꼈어요. 드라마에 사람과 사람뿐 아니라 동물과 사람의 관계도 그려지는데요. 뭐랄까, 사람도 동물도 영원할 수 없잖아요. 정해진 시간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더 아름다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는 하루를 더 소중하게 살았을 때 남는 것이 무엇일지를 얘기하는 작품이에요. 실제로 저도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강아지들과 보내는 시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연기를 하기 전 비올라를 연주했다고 들었어요. 음악을 한 경험이 연기하는 데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나요?
저는 살면서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음악 들을 때 감정의 변화가 크기도 하고, 또 어딜 가든 음악이 잘 들려요. 그래서 연결선이 없이 갑자기 감정을 터뜨려야 할 때 음악을 들으면 도움이 돼요. 그게 비올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오감 중 청각이 확실히 예민한 편이에요.

배우로서 가진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고 있나요?
저를 잘 모르거나 얼굴만 아는 분들은 조용하고 차분하다고 생각하고, 제 팬들은 긍정적이고 활발하다고 알고 있어요. 제가 팬들 앞에서 유독 밝은 모습을 많이 보이나 봐요. 그게 카메라가 있으니까, 팬들 앞이니까 이렇게 해야겠다 하는 게 아니라 무의식중에 나오는 본능인 것 같아요.

실제 본인은 그 둘의 중간쯤에 있겠죠?
밝지도 않고 어둡지도 않아요.아직 저도 모르는 어딘가.

연기를 하면서 그 지점이 어디인지 찾아가고 있나요?
점점 잃어가는 것 같아요. 어느 날은 너무 행복하고 신나다가도, 어느 날은 조용히 있고 싶어요. 침착하게 있다가 갑자기 들뜨기도 하고요. 정체성이 없어요.

정체성을 찾고 싶어요?
아니요. 그냥 모르면서 살려고요. 어쩌면 연기하는 데 그게 더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내가 누군지 모르는 혼란한 느낌이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도록 도와줄 거라고 생각해요.

삶에서는 연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돼요?
전에는 엄청 컸어요. 데뷔하기 전에는 배우라는 꿈을 위해 사느라 일상을 연기하는 데 다 썼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크지 않아요. 꿈을 이뤘기 때문이 아니라 지나치게 붙잡고 있으면 제가 많이 힘들 것 같아서요. 그냥 제 삶에서는 제가 가장 중요하고 배우라는 직업과 연기는 제 한 부분으로 두려고 해요. 다만 크기가 큰 한 부분으로요.

이제 시작 단계이니 배우로서 체득한 것보다 배우고 싶은 것이 훨씬 많을 것 같아요.
너무 많죠. 아직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내공이 부족해요. 촬영만 해도 정해진 순서대로 가는 것도 아니고 여러 환경과 상황을 고려하며
늘 유동적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 안에서 혼자 마음이 바빠요. 더 경험을 쌓아서 침착하게 제 몫을 해내고 싶어요.

연기하면서 본인에게 가장 많은 가르침을 준 무언가가 있다면요?
제 작품들이요. 작품마다 목표가 있었고, 끝난 이후에는 새로운 것을 꼭 하나씩 얻었어요. 특히 이번 작품은 아주 특별한 것을 얻었어요. 지금까지는 연기가 재미있고 연기했을 때 내 모습이 뿌듯해서 한다기보다는, 그때마다 세워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데 몰두하는 편이었어요. 이전 작품들이 노력에 대한 성과를 얻게 해주었다면, 이번 작품은 연기의 재미를 깨닫게 해줬어요. 저는 항상 미래만 보며 달려갔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이 순간의 삶을 소중하게 느끼는 법을 연기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구나’, ‘배우라는 직업이 이런 걸 얻을 수도 있구나’ 하는 뿌듯하고 신비로운 기분을 느끼고 있어요.

작품 할 때마다 세운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사실 제 목표는 굉장히 소소해요. 다음에도 주인공을 하고 싶다거나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거나 모두에게 연기력을 인정받는 목표 같은 건 없어요. 그냥 우리 집 앞 편의점 아저씨가 제가 하는 드라마를 보고 계시는 것, 자주 가는 음식점 아주머니가 재미있게 봤다고 말해주는 것 같은 거예요.

이미 그 목표를 넘어선 결과를 얻었죠?
그렇죠. 하하. 감사하게도.

‘주목하는 신예’, ‘기대주’란 말을 많이 들었죠? 분명히 듣기 좋은 말이지만, 반대로 굉장한 부담이 될 것 같기도 해요.
조금 의문이기도 했어요. 저 말고도 연기 잘하고 멋있는 사람이 많은데, 제가 그런 소리를 들어도 되나 싶은 거예요. 아직 한 게 없는데 기대주라고 하니까 뭘 보여줘야 하나 싶고요. 촬영할 때는 연기라는 임무가 있으니까 집중하다가 누가 “너 이번에 주인공이야”, “이번 작품도 기대하고 있어”라고 하면 문득 놀라요. ‘내가 어떻게 주인공이 된 거지?’, ‘어쩌다 이렇게 주목받고 있지?’ 싶은 거죠. 물론 기대만큼 해낼 거고 주목해주시는 만큼 보답할 거지만 현재로서는 뭔가 죄송해서 감사한, 감사해서 죄송한 느낌이에요. 아직은 그런 말에 적응하는 중인 것 같아요.

사람들의 기대 말고, 스스로 기대하는 부분도 있을까요?
기대한다기보다 바라는 건 있어요. 덜 흔들리고 더 단단해지고 싶어요. 배우는 제 상태나 주변의 상황에 따라 변화가 많이 일어나는 일이잖아요. 한결같고 싶지만 쉽지 않을 거고요. 제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는 일도 많을 테죠. 그래서 저만의 신념을 잘 잡고 가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어디로 갈진 모르겠지만요.

연관 검색어
, ,

Face To Face

전종서 그레이 크롭트 재킷, 그레이 점프수트 모두 제곱(X2). 박신혜 수트 재킷, 베스트, 팬츠 모두 제이백 쿠튀르(Jay baek Couture).

 

전종서 블루 재킷, 블루 팬츠 모두 제인송(Jain Song). 박신혜 크롭트 재킷, 네이비 셔츠, 팬츠 모두 듀이듀이(Dew E Dew E).

 

박신혜

영화 <콜>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의 어떤 점이 마음을 끌었어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작품이 있어요. 영화 <콜>은 집 안의 벽지까지 상상이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전화로 과거와 미래를 잇는다는 설정 때문에 드라마 <시그널>을 떠올리기도 했는데, 읽어보니 완전히 다른 이야기더군요.

배우 박신혜가 해석한 ‘서연’은 어떤 인물인가요?
영화 초반의 서연은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는 수동적인 캐릭터예요. 그러다 전화 한 통으로 1999년에 살고 있는 ‘영숙’과 이어지면서 주체적인 여성으로 변하고, 상황을 뒤집으려고 반격하죠. 같은 공간에서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두 여성의 미묘한 감정 변화가 매우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연기 변신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어요?
영화 촬영이 끝나간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로 즐거웠어요. 이충현 감독님의 단편영화 <몸 값>을 참 재미있게 봤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감독님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그 누구보다 박신혜가 해석해낸 서연이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것 같다는 감독님의 말씀에 감사했어요.

상대가 전종서 배우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종서 배우의 영화 <버닝>을 인상 깊게 봤어요. 이름을 듣자마자 영숙과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저와 상반된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에 영화에서 좀 더 극명한 대비가 드러날 수 있었어요.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 옆에서 지켜보면서 자극도 많이 받았고요.

이번 영화는 박신혜 배우와 동갑인 이충현 감독의 입봉작인데요. 함께 작품을 만들면서 어떤 대화를 가장 많이 나눴어요?
감독님이 촬영 내내 절 꿰뚫어 보셨어요.(웃음) 소품이나 조명의 위치, 배우의 작은 손동작 습관 하나까지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제가 시나리오에서 놓친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요. 현재와 과거 장면을 따로 촬영해서 자칫 끊어질 수 있는 배우들의 감정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중간에서 소통을 맡아주셨어요. 그래서 전종서 배우와 서로 마주 보고 촬영하는 느낌까지 들었죠.

이충현 감독은 영화 <콜>을 두고 ‘집이 곧 캐릭터인 영화’라고 말했는데, 공간의 한계 때문에 좀 더 섬세한 심리묘사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표현하는 데 힘든 점은 없었어요?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서연과 영숙의 집 세트를 네 번 정도 바꿨어요. 시간순으로 촬영하지도 않았고 혼자서 연기를 해야했기 때문에 몰입하는 데 어려운 점은 분명히 있었어요. 하지만 중요한 장면을 촬영할 때는 전종서 배우가 촬영이 없는 날에도 현장에 와서 함께 호흡을 맞춰줬어요. 이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무척 고마웠죠. 그리고 이번 영화의 색감이나 톤이 참 아름다워요. 촬영 전에 감독님과 대화
를 충분히 나누고, 공간의 벽지와 조명 하나까지 섬세하게 조율해 현장 분위기를 완성했죠. 시나리오를 읽으며 제 머릿속에 그렸던 그림과 어떤 점이 같고 다른지 찾아보는 일도 촬영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현재 한국 영화계는 여성이 주축이 되는 장르물이 적습니다. 그런 지점에서 영화 <콜>은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여성이 중심이 되는 장르영화가 아직 많지 않다는 사실이 이 작품에 출연하기로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줬어요. 하지만 <콜>이 꼭 여성 중심의 영화라기보다는, 작품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콜>은 모성애를 다루는 작품이기도 해요. 엄마와 딸의 관계는 아주 미묘한 것 같아요. 동성이니만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아빠와는 또 다르니까요. 영화 속에 숨겨진 메시지를 발견하실 수 있길 바라요.

관객은 이번 영화에서 무엇을 기대하면 좋을까요?
전화 한 통으로 인생이 완전히 바뀌는 극적인 지점이 무척 흥미로워요. 편집본을 본 스태프들이 그동안의 박신혜와 완전히 다른 얼굴을 봤다는 말을 많이 해줬는데, 이 부분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한다는 건 배우에게 즐거운 일인가요?
배우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볼 기회를 얻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때때로 저 자신조차 몰랐던 제 얼굴을 발견하기도 하고요.
배우가 아닌 박신혜의 삶은 어떤가요? 에너지 소모가 큰 촬영 직후에는 여유롭게 지내요. 늦잠을 자다 일어나서 친구들을 만나거나 반려묘와 노는 게 취미의 전부인데, 이런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것만으로도 재충전이 돼요. 만약 시간이 허락된다면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요. 하루 종일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만 있어도 충분해요. 다작을 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바쁘게 지내기보다는 어떤 방식으로든 휴식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삶과 일의 밸런스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어느 순간 제 일상이 행복해야 배우로서의 삶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엇이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배우로 성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시절에도 늘 가진 생각이에요. 내가 준비되어 있으면 기회는 언제든 잡을 수 있는 거니까, 공허하게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일상을 즐겁게 채워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 박신혜를 가장 행복하게 한 건 무엇인가요?
부모님과 시간을 좀 더 많이 보내고 싶어서 LA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어요. 그곳에서 외갓집 친척들도 만났고요. 외할머니의 가족은 자라면서 한 번도 뵌 적이 없는데 정말 가깝게 느껴지더라고요.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참 단단한 것 같아요. 물론 대부분의 가족 여행이 그렇듯, 서로 투닥거리며 싸우기도 했지만요.(웃음)

동물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특집 다큐멘터리 <휴머니멀> 촬영을 위해 아프리카 보츠와나도 다녀왔죠?
제가 반려묘를 키우는 터라 처음에는 동물에 대한 관심 때문에 흔쾌히 출연하기로 결정했어요. 그런데 촬영을 시작한 후에는 단순히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간의 손에 참혹하게 죽어가는 동물이나 인간의 욕심 때문에 황폐해진 자연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니까 마음도 무거웠고요. 기후변화 때문에 일어난 호주 산불이나 홍수도 인간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또 한 번 들었어요.

배우로서 꾸는 꿈이 있나요?
얼마 전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니 저는 10대에도, 20대에도, 30대에도 연기를 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그저 이 순간을 즐기는 데 집중하고 싶어요. 현재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이후에 어떤 일을 하게 되더라도 즐거울 것 같아요.

박신혜 배우의 올해는 어떨 것 같아요?
그동안 가꾼 것을 거두는 수확의해예요. 얼마 전 유아인 배우와 촬영을 끝낸 영화도 아마 올해 개봉할 거예요. 5월에는 드라마 촬영을 앞두고 있고요. 그래서 요즘 더없이 행복해요. 저 또한 영화 <콜>의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웃음)

전종서 블랙 팬츠 렉토(recto.), 블랙 니트 하이넥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박신혜 블랙 풀오버 제인송(Jain Song), 베이지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전종서 

영화 <콜>의 홍보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최근 한 달은 무엇을 하며 지냈어요?
해가 바뀐 후 집 밖으로 나간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집에서는 영화 보는 걸 가장 좋아해요. 최근에는 넷플릭스에 푹 빠졌어요. 열다섯 시간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요.(웃음) 낮잠도 자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푹 쉬었습니다.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습니다. 처음 <콜>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어요?
세밀하게 잘 쓴 웰메이드 책을 읽은 느낌이었어요. ‘영숙’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너무나 많았고요.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지만, 영숙에게는 폭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요. 그래서 단순히 악역이라고 구분하기는 어렵죠. 영숙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영숙
의 감정에 이입하시는 순간이 있을 거예요. 그만큼 잘 쓰인 시나리오였다고 생각해요.

영화 <콜>은 단편영화 <몸 값>으로 주목받은 이충현 감독의 입봉작입니다. 이 감독과 어떤 작업 과정을 거쳤나요?
<몸 값>을 공개 당시에 봤는데, 이번 영화를 위해 미팅하기 전에 다시 찾아봤어요. 엽기적이면서 압도적이고 놀라운 반전까지 갖췄죠. 제가 먼저 적극적으로 미팅을 요청했을 정도로 이 감독님과 꼭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는 감독님께 많은 질문을 던졌어요. 영화는 특정한 어느 날부터 시작되니, 개연성을 갖춘 캐릭터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설명되지 않은 사전의 일들을 알아야 해서요. 관객을 설득하기 위해서 제 스스로 납득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고요. 게다가 영화 <콜>은 현재와 과거를 수십 번 넘나들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흐름을 놓치면 혼란이 올 수 있어요. 다행히 시나리오를 꼼꼼히 살피며 감독님과 사전에 이야기를 많이 나눠서 촬영이 시작된 후로는 대화가 필요 없을 정도로 합이 잘 맞았어요. 제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감독님이 현장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셔서 늘 재미있게 촬영에 임했습니다.

전작 <버닝>이 화제를 모은 터라 주변의 기대가 클 것 같은데, 이로 인한 부담감이 있어요?
음…, 그건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영화를 다 찍은 후에 생각해보니 영숙은 <버닝>의 ‘해미’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더라고요.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박신혜 배우와 호흡은 잘 맞았나요?
영숙이라는 캐릭터를 그리기 위해 시간을 내 서연이라는 캐릭터를 깊이 들여다봤어요. 처음 박신혜 선배님이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참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같이 촬영한 분량은 얼마 되지 않지만, 스크린에서 보지 못한 박신혜 선배님의 새로운 모습도 발견했고요. 영숙이 폭주해서 밀어붙인 만큼, 서연 역시 같은 양의 에너지로 맞받아쳤어요. 눈뜨면 촬영장에 나가 감정을 쏟아내고, 기절 직전의 상태로 집에 돌아와 잠들던 때가 떠오르네요.(웃음) 그만큼 큰 에너지가 오간 촬영이었어요.

이충현 감독은 <콜>을 준비하며 영숙 역의 전종서 배우를 가장 먼저 캐스팅했습니다. 영숙으로 살아보니, 실제로 자신과 닮은 지점이 있던가요?
실제로 극 중 영숙처럼 폭주해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아무리 연기라 해도 영숙과 비슷한 에너지를 쏟을 수 있었다는 건 제 안에 잠재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거예요. 물론 저도 불같은 구석이 있긴 해요. 뭐 하나에 꽂히거나 좋아하는 게 생기면 앞뒤 가리지 않고 직진하거든요.

영화 <콜>은 여성이 주축이 되는 영화입니다. 이충현 감독은 “여성이 장르영화에서 굉장한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어요.
성별에 따라 맡아야 하는 배역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남성이 표현할 수 있는 압도적인 캐릭터라면 여성도 충분히 해낼 수 있고요. 앞으로도 이런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런 지점에서 영화 <콜>이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관객은 이번 영화에서 무엇을 기대하면 좋을까요?
현재와 과거를 빠른 스피드로 오가는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서연과 영숙, 각자의 엄마까지 네 여자가 가진 선명한 매력도요. 과거와 현재처럼 엄마와 딸의 관계도 명확한 대조를 보이죠. 하지만 모든 걸 끌어안는 공통점도 존재해요. 영화를 보다가 자연스레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영숙은 극 중에서 서연과 통화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알게 되죠. 만약 실제로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아요?
예전에는 미래를 알고 싶어서 타로점을 보러 다닌 적도 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요. 현실에 무게를 두고 사는 성격이라, 당장 내일 일도 계획을 세우지 않거든요. <콜>에서도 이야기하듯 미래는 지금 당장의 선택에 따라 쉽게 뒤집힐 수 있기 때문에 미래를 모르고 살아가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럼 과거로 돌아가볼게요. 지난해 촬영한 할리우드 영화 <모나 리자 앤드 더 블러드 문>은 전종서 배우에게 어떤 경험이었어요?
한국에서 비디오를 만들어 오디션을 본 후 합류하게 됐어요. 할리우드 영화라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이 또한 제게 소중한 경험이라 생각하며 도전했어요. 영화 촬영 기간 동안 타지에서 색다른 감정들을 느꼈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휴머니즘에 대한 메시지가 담긴 영화인데, 아직 영화 편집본을 보지 못했어요. 어떻게 나올지 저도 궁금해요.

배우로서 꾸는 꿈이 있나요?
희로애락 네 가지 중 뭐가 됐든 어떤 감정을 관객에게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많이 만나고 싶어요.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거나 겁내거나 주저했던 캐릭터를 저돌적으로 해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그 결과가 실패든 성공이든, 일단 경험해보는 거죠. 그래서 배우로서 올라가야 할 정확한 목표를 정해둔 것은 아니에요. 좀 전에 말씀드렸듯 제게는 내일보다 지금 당장이 더 중요하거든요.

내일 계획을 지금 한번 세워볼까요?
아마 내일도 집에 있을 것 같아요. ‘배달의 민족’ 앱으로 음식을 시켜 먹고 다시 눕는 일상의 반복이 될 거예요. 그리고 며칠이 지나 몸을 일으켜 영화 <콜> 제작보고회에 가지 않을까 생각해요.(웃음)

연관 검색어
,

I can be great in whatever I want to do

파스텔 블루 재킷과 와이드 팬츠, 실크 셔츠, PVC 슈즈 모두 디올 옴므(Dior Homme).

최근 뉴스가 영화 <범죄도시 2>의 새로운 캐릭터로 합류한다는 소식이다. ‘장첸’ 못지않게 극악무도한 ‘빌런’으로 등장할 예정이라고.
이상하게 악역을 많이 제안받는 편이다. 감독들이 내게 날카로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범죄영화는 친숙한 장르는 아닌데, 여러 차례 제안받다 보니 ‘그래 할 거면 제대로 센 거 한번 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결정했다.

선택에 어려움은 없었나? 전편의 성공으로 부담이 클 수도 있을 텐데.
나보다 오히려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 그 말을 듣고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해봤지만, 이상하게 부담이 없다. 왜 부담스러울 거라고 하는지는 안다. 전편이 큰 성공을 거뒀고, 윤계상 선배님이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했으니까. 비교될 수밖에 없고, 2편이니까 좀 더 나아야 한다는 기대도 있을 테고. 그런데 나는 전편의 존재가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 오히려 참고할 수 있는 교과서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전편의 조감독을 맡았던 이상용 감독님을 포함해 피디, 촬영감독 등 <범죄도시>라는 브랜드를 만든 사람들이 그대로 함께하기 때문에 든든하다. 이 영화가 왜 관객에게 사랑받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다음에는 뭘 해야 할지 정확한 방향을 가지고 있어서 ‘나는 이들이 하라는 대로 잘 따라가면 되겠구나’ 생각한다.

블랙 재킷과 쇼츠, 셔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맡은 배역의 이름이 궁금하다.
‘강해상’. 이번에는 한국 사람이다.(웃음)

드라마 <마더>의 ‘이설악’을 포함해 <슈츠>의 ‘데이빗 킴’, 그리고 <범죄도시 2>까지. 이쯤 되면 내게 악인 기질이 있나 살펴보게 될 것 같다.
그렇게 악한 사람은 아닌데.(웃음) 악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저렇게 행동하는지 찾아볼 때도 있었다. 뉴스도 보고 다큐멘터리도 보면서. 어릴 때 학대당한 사람도 있고, 다른 이유를 가진 사람도 있는데, 사실 그걸 다 알기는 불가능하고 알려고 하는 것도 괴롭더라. 그래서 지금은 내가 정서적으로 어떨 때 어두워지는지 찾아보려고 한다.

프린트 셔츠와 레이어링한 티셔츠, 블랙 팬츠, 로고 장식 스니커즈 모두 발렌티노(Valentino).

촬영은 시작했나?
아직. 준비하는 중이다.

이런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 요즘도 빠져 있는 유튜브 영상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전 인터뷰를 보니 그때 빠져 있는 영상 얘기가 꼭 있더라. 먹방에 빠졌다가, 댄스 리뷰에 빠졌다가.
물론 있다. 요즘은 ‘장삐쭈’ 영상을 보고 있다. 만화 병맛 더빙으로 유명한 분인데, 구독자가 2백만 명이 넘는다. 초반에는 기존 만화에 자기 목소리를 재미있게 더빙했는데, 요즘에는 직접 만화도 만든다. 심지어 카톡에 장삐쭈 이모티콘도 있는데, 요즘 말보다 이 이모티콘을 더 많이 쓴다. 이걸로 모든 대화가 가능하다.

혹시 직접 유튜버로 나설 생각은 없나?
같이 일하는 친구이자 스타일리스트가 <새신을신고>라는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는데, 최근 거기에 출연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내 계정을 만드는 건 잘 모르겠다. 나중에 드라마 하면 현장 스케치를 해볼까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 만드는 것 말고 보는 데 관심이 더 많다.

블랙 재킷과 플라워 패턴 셔츠 모두 펜디(Fendi).

유튜브에서 ‘손석구’를 검색하면 조회 수가 가장 높은 영상이 어떤 건지 알고 있나?
모른다. 연기 영상 아닐까? 내 영상은 아마 그게 전부일 거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전여빈 배우와 같이 나온 장면의 편집본. 조회 수가 무려 2백30만 회다.
<멜로가 체질>에 내가 등장하는 장면이 다 합해도 10신 내외인데, 의외로 반응이 열광적이었다. 여빈이와의 케미 때문인가? 시청률이 엄청 높은 드라마는 아니었는데 마니악하게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작품 활동을 하지 않는 동안 유튜브를 포함해 의외의 매체에 느닷없이 등장했다. 강한나 배우가 진행하는 라디오에도 출연했고, 팟캐스트 <창밖의 영화>에 나와 영화 얘기도 했다.
그런 데 가끔 나가는 거 재미있다. 친한 사람들이랑 하는 거라 부담도 없고, 나를 좋아해주는 분들한테 작품 안 할 때 인사할 수 있는 계기도 되어 괜찮은 것 같다. 특히 <창밖의 영화>는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또 나가고 싶다. 라디오 부스에 앉아서 영화 얘기만 3시간 정도 하다 오면 영화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 나고 무척 즐겁다. 진행자들의 능력이 출중하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손석구라는 사람은 배우이기 이전에 영화를 너무나 사랑하는 시네필이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가 왜 그렇게 좋은 건가? 어릴 때 친구가 거의 없는 시기가 있었다. 그때 영화가 친구 같은 존재였다. 미국에 살 때 ‘블록버스터’라고 DVD를 대여해주는, 우리나라로 치면 비디오 가게가 있었다. 거기에 가서 영화를 고르는 일이 너무 좋았다. 한두 시간씩 골랐다. 그리고 집에 와서 보고, 연체료도 내고(웃음), 이러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다. 그때 아주 많은 영화를 봤다. 처음에는 제일 앞줄에 진열된 흥행작을 보고 그걸 다 보면 점점 구석으로 간다. 나중에는 인터내셔널과 아트 섹션 영화까지 거의 다 봤다.

그때 본 작품 중 하나가 <브로크백 마운틴>인가?
그건 캐나다에 있을 때 봤다. 그것도 나오자마자 바로 보지 않고 ‘블록버스터’에 가서 빌려 봤다. 보자마자 단번에 꽂혀서 엄청 여러 번 빌려 본 기억이 있다. 그때 나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 큰 위로를 받았다. 너무 좋아서 나중에는 설거지할 때도, 청소할 때도 내내 틀어놓기도 했다.

꽤 다양한 곳에서 <브로크백 마운틴>과 이안 감독을 향한 팬심을 고백했다. 이안 감독과 작업하는 게 바람이라고 말한 적도 있는데,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가장 좋은 어필은 어필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웃음) 무슨 말을 하기보다 그분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만 하고 싶다.

이안 감독에게 본인의 필모그래피 중 한 작품을 보여준다면?
드라마 <마더>와 예전에 최희서 배우와 함께 찍은 단편영화 <접점>. 감독님의 감수성과 가장 잘 맞지 않을까 싶은 작품이고, 나도 그런 장르를 좋아한다. 얼마 전에 우연히 <마더>를 다시 봤는데 뭔가 좋았다. 미국 드라마 <센스8>을 찍고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출연한 상업적인 작품인데, 무지한 상태에서 연기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 봤자 한두 해 차이지만 지금과 완전히 다르더라. 어떤 면에서는 그때 연기가 좋고, 그래서 다시 이런 걸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무지한 상태에서 한 순수한 연기를 다시 하는 게 가능할까?
가능할 거다. 왜냐하면 지금도 크게 똑똑해지지 않아서. 하하. 그건 태도의 문제인 것 같다. 많이 돌아보고 살피다 보면 다시 할 수 있지 않을까.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과 캐멀 컬러 쇼츠 모두 프라다(Prada), 화이트 셔츠 휴고 보스(Hugo Boss).

일과 일상을 잘 분리하는 편인가? 아무리 바빠도 지키고자 하는 일상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일상을 건강하게 잘 유지하는 것도 더 나은 연기를 보여주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할 때도 일상도 알차게
보내려고 한다. 운동은 꼭 하고, 잠을 잘 자려고 한다. 나가서 노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촬영할 때도 생각보다 여유 시간이 많다.

운동이라면 농구를 말하는 건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 농구라고 들었다.
요즘엔 날이 추워서 잘 안 한다.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얼마 전에 슬픈 사건이 생겨서 안 보고 있다.

헬리콥터 사고로 세상을 떠난 코비 브라이언트 말인가?
아침에 운동을 하려고 일어났더니 LA에 사는 친구가 그 기사를 보내줬다. 너무 놀랐고, 마치 가까운 사람의 죽음으로 느껴질 정도로 슬펐다. 아마 우리 세대에 맞닥뜨린 가장 충격적인 셀럽의 죽음이 아닐까 싶다. 되게 웃기게 들릴 수도 있는데 나는 그를 보면서 연기를 배우기도 했다. 농구를 대하는 그의 태도를 보며, 나도 연기를 저렇게 대해야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스승이 가셨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 되게 슬펐고, 나름 혼자서 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생각했다.

그에게서 어떤 정신을 물려받았다고 생각하나?
할 수 있는 한 최고가 되기 위해 돌아보지 않고 가는 것. 내가 좋아하는 걸 하는 데 눈치 보지 않는 태도. 실제로 그는 타고난 조건도 좋았지만 그걸 최대치로 끌어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고 한다. 또 평소 질문을 아주 많이 했다는 말도 들었다. 감독이나 코치뿐 아니라 사업가든, 음악가든 영역을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배움을 얻고자 한 거다. 나는 그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창피하게 생각할 것 없이 모르면 물어보고, 눈치 보지 않고 어떻게든 열심히 하는 것. 그에게서 이런 태도를 배우고 물려받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배운 대로 실천하면서 살고 있나?
확실히 나는 그처럼 열심히 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고, 무엇보다 질문하고 의견 내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고집부린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의견을 냈다가 아니면 빨리 접고, 모르는 건 물어본다. 그게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설사 거절당하는 의견일지라도?
그렇다. 아니면 말고.(웃음)

연관 검색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