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의 정원 – 강한나 Preview

반소매 셔츠 앤아더스토리즈(& Other Stories).
재킷 로우클래식(Low Classic), 셔츠 렉토(Recto), 데님 팬츠 오피신 제너럴(Officine Generale), 슈즈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 화이트 슬립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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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라는 동력

체크 반소매 셔츠 메종키츠네(Maison Kitsune), 브라운 수트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 안에 입은 옐로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버건디 수트 재킷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 체크 후드 재킷 에르노(Herno), 안에 입은 레드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누는 동안 마땅한 답이 생각나지 않아 머뭇거린 순간은 딱 한 번이었다. 조병규는 모든 질문에 말이 끝나는 순간부터 거침없이 대답을 이어나갔다. 그렇지만 인터뷰라는 방식에 능숙해 보이진 않았다. 적당한 선에서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식의 정제된 답변을 하는 인터뷰이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연기를 하지 않는 시간의 불안을 덜기 위해 쉼 없이 작품을 이어온 것처럼 지금 이 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는 기세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불안과 결핍을 동력으로 연기하는 그가 촘촘히 쌓아온 자신의 시간을 복기했다.

우스갯소리로 ‘스’로 시작하고 배우 조병규가 나오는 드라마는 잘된다는 말이 있다. <SKY 캐슬>에 이어 <스토브리그>까지, 이른바 대박이 났다. 둘 다 그렇게 잘될 거라 예상치 못했다. 대본 구성이나 서사가 치밀해서 웰메이드 드라마가 될 거란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흥행할 줄 몰랐는데, 기분도 좋고 뿌듯한 마음이다.

<스토브리그> 팀은 드라마가 끝난 이후에도 작품 속 이름을 부르며 단단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들었다. 다들 과하게 몰입했던 것 같다. 포상 휴가도 우리끼리는 전지훈련이라고 칭할 정도였다. 이제 시간이 좀 지나 몰입에서 살짝 벗어나 그런지 그런 표현이 민망하긴 하지만. 다들 작품에 대한 애정이 굉장했다. 그런 마음이 모였기 때문에 작품도 잘되고, 이후로도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지 않나 싶다.

두 번의 흥행을 경험한 지금의 기분을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너무 좋다, 행복하고. 한편으로는 어떻게 하면 이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한 고민도 있고, 밑천이 드러나면 어떻게 하나 싶은 생각도 있다. 행복감과 불안감이 공존하는 것 같다.

앞으로의 커리어에 <스토브리그>라는 드라마가 어떤 식으로 기록될 거라 생각하나? 두 번째 시발점. 예전에는 계속해서 나를 소비하면서 사람들에게 존재를 알리려는 시간의 연속이었다면, <스토브리그>는 나름대로 이름을 알린 다음 처음 선택한 작품이다. 그래서 여기서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이 있었다. 지금까지 해온 작업 방식을 다 버리고 처음 시작할 때처럼 접근했다.

최근 몇 주 사이에 굉장히 많은 인터뷰를 소화했던데, 작품을 제외하면 어떤 이야기가 가장 많이 오갔나? 보조 출연부터 시작했다는 말을 전제로 깔아서 그런지 그동안 힘든 순간은 없었는지, 어떻게 버텼는지 묻는 질문이 많았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는 하나같이 답변에 막힘이 없다거나 40대 아저씨랑 대화하는 것 같다는 칭찬인지, 타박인지 모를 반응이 돌아왔다. “그런가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물으면 그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늙은 사람 같다고 하더라.

여러 얘기를 했겠지만, 그 와중에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실 내가 모든 사람이 호의적으로 볼 만한 캐릭터는 아닌 것 같다. 그게 항상 고민거리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시선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한다. 간혹 좋게 보이고 싶어서 내가 아닌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고, 반대로 사람들이 나를 호의적으로 바라봐주지 않을지언정 내가 아닌 가짜는 보여주지 말자는 다짐도 한다. 나 자체를 사랑해줄 거라는 확신을 가져야 할 것 같은데, 여러 생각이 오가는 중이다. 정답은 없겠지만 이런 고민을 하다 보면 좋은 인간으로 성장 해갈 것 같긴 하다.

어떤 지점에서 호감을 얻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사람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가는 성격이 아니다. 항상 조심스럽고 낯도 많이 가린다. 소통이 적어지다 보니 행동이 튀어 보일 때도 있고, 내 생각이 고집스럽게 보일 때도 있는 것 같다. 보통 스물다섯이라는 나이에 대해 떠올리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지 않나. 많은 사람에게 호감을 사려면 그에 맞게 행동하고 말하는 게 좋을텐데, 내가 봐도 나는 그런 모습이 별로 없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스물다섯의 모습이라면, 밝고 경쾌한 청춘의 모습을 말하는 건가? 그런 모습도 있을 거고, 삶을 바라보는 태도도 있다. 너무 깊게 들어가거나 너무 확신에 차서 말을 하면 허세 부린다는 느낌이 들어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어렵다. 그래서 항상 조심하는 것 같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건 판타지에 가깝다. 그럼에도 애쓰고 싶은 마음인 건가? 그렇다고 불호가 더 많은 걸 지향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최대한 줄이고 싶은 거지. 또 불호가 많을수록 오히려 고집스러워지는 것 같다. 불호에 지지 않으려고, 내가 다치지 않으려고.

요즘 ‘배우 조병규’를 검색하면 헤드라인에 가장 많이 뜨는 말이 5년 동안 무려 70편의 작품을했다는 거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단역이나 보조 출연을 한 것까지 합치면 그정도 된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땐 정말 열심히 살았다. 스무 살부터 5년 동안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새해 첫날을 모두 현장에서 맞았다. 쉬는 날도 다음 작품이나 중간에 겹치는 단편을 준비하기에 바빴고.

단시간에 많은 작품을 연기한 게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고,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단편만 하거나 비슷한 캐릭터만 계속했다면 마이너스였을 거다. 그런데 나는 단편부터 독립영화, 웹드라마, 상업 드라마를 오가며 다양한 작품을 할 수 있었다.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배우로서는 오히려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작품을 많이 한 건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였나? 아니면 작품이 없는 시간을 견디기 힘들어서였나? 후자였다. 아침에 오디션 보고 점심에 촬영하고, 저녁에 또 다른 오디션 보고, 감독님이랑 시나리오 미팅까지 하면서 정말 바쁘게 지냈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다. 스스로 남들보다 뛰어난 게 없기 때문에 가만히 여유 있게 앉아서 작품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여기저기 다니면서 나를 더 피력하자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작품을 쉬는 데 대한 조급증이 있었다. 그건 아직도 있다. 최근 작품이 잘돼서 그 마음이 조금 덜어진 것뿐이지, 만약 안 됐으면 불안이 여전히 같은 크기로 남아 있었을 거다.

그때의 작품들을 다시 보기도 하나? 잘 안본다. 연기하는 인물이 보이는 게 아니라 그때의 내가 너무 초라하고 불쌍해 보여서. 의욕에 차서 산 건 알겠는데 그때의 나를 보면 자기 연민이 생긴다. 심지어 <스토브리그>를 봐도 그렇다. ‘뭘 위해서 저렇게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순수하게 작품으로 볼 수 있는 노련미가 아직은 없는 것 같다.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다양한 길이 있다. 누군가는 좋은 사람부터 되어야 한다고 하고, 누군가는 호흡을 중요시 여겨야 한다고 하고. 답이 없는 세계에서 어떻게 답을 찾아가고 있나? 결국 자기 확신인 것 같다. 연기라는 게 정답도 실체도 없어서 가끔은 ‘잘한다, 못한다’고 말하는 것도 맞나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더 자신을 믿고, 굴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연기할 때 스스로를 자극하는 것이 있나? 결핍. 내가 친구들한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내가 너처럼 키 크고 잘생겼으면 연기 안 했을 거야’, ‘너만큼 공부를 잘했으면 연기 안 했을 거야’. 나는 결핍 때문에 연기를 시작했다. 뭐 하나 잘난 게 없는데 이건 남들보다 잘할 수 있겠다 싶어서 시작한 게 연기다. 그리고 여전히 부족한 게 있으니까 계속 다그쳐서 끌어내고, 그렇게 계속 하고 있다.

보통은 어떤 작품에 꽂혀서, 혹은 배우라는 직업이 멋있어 보여서 시작하는데. 나는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진 않았다. 내가 이걸 하면 남들이 듣는 칭찬을 나도 들으면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결핍을 채우고 싶었고, 칭찬이 고파서 시작했다.

프린트 티셔츠 라르디니(Lardini), 데님 팬츠 골든구스(Golden Goose), 체인 네크리스 우영미(WooYoungMi).
화이트 니트 스웨터 비바스튜디오(Vivastudio), 펜던트 네크리스 존 하디(John Hardy), 체인 네크리스 우영미(WooYoungMi).
집업 재킷 톰 브라운 바이 육스닷컴(Thom Browne by YOOX.com), 안에 입은 블랙 슬리브리스 톱 디그낙(D.GNAK), 팬츠 송지오 옴므(Songzio Homme), 네크리스 존 하디(John Hardy).

지금까지 들었던 칭찬 중 마음에 남는 말이 있다면? 자존감이 없나? 왜 칭찬은 기억이 안 나지. 칭찬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 같다. (그러곤 한참 생각하다가) 아, 이번 작품에 대한 댓글 중에 ‘재벌 3세 낙하산인데 안심이 됐던 건 너가 처음이야’라는 말. 이렇게 보이고자 의도했던 걸 알아줘서인지 힘이 많이 됐다. 그 댓글 써주신 분 DM 주세요.

보내면 감사의 인사라도 해주는 건가.(웃음) 기프티콘이라도. 하하!

결핍으로 시작해서 여전히 불안을 안고 연기하지만 한편으로 좋고, 재미있는 순간도 발견하고 있을까? 이렇게 괴로운데 계속 하는 걸 보면 나도 모르게 좋아하는 것 같다. 열여섯 살 때부터 연기해서 9년째인데, 그동안 재미있었던 순간을 떠올리면 손에 꼽힌다. 괴로웠던 순간이 훨씬 많다.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건 좋기때문이 아닐까. 9년이라는 시간이 증거라고 생각한다.

그 말을 앞으로도 계속하겠다는 다짐으로 해석해도 될까? 물론이다. 다음 생이 있다면 절대 안 할 건데, 이번 생에서 선택한 이상 포기하고 싶진 않다. 끝까지 할 거다.

다음 생이 있다면 뭘 할 생각인가? 공부할 거다. 공부해서… 그냥 평범하게 남들 하는 거 하고 싶다. 갑자기 무슨 유언 얘기하는 거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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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따뜻한

이준혁
셔츠, 가운 모두 노앙(Nohant), 팬츠 리스(Reiss), 슈즈 알든 바이 유니페어(Alden by Unipair), 이탤리언 코발트블루 유리 화병 빅슬립(Bigsleep).

이준혁

화보를 촬영하는 내내 모니터를 보지 않더라. 도대체 왜 이렇게 쑥스러워 하나? 나도 모르겠다.(웃음) 사실 내가 출연하는 방송 화면도 잘 못 본다. 그래도 방송 카메라 앞에서는 좀 덜한 편이다. 내가 아닌 캐릭터를 연기하는 거니까. 그런데 화보 촬영은 좀 다르다. 아직은 좀 어색하고 민망하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적응한 듯하다. 현재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을 촬영 중인데, 현장은 얼마나 익숙해졌나? 코로나19 때문에 어수선하지만, 그래도 현장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함께 감내하는 사람들을 만나 촬영하고 있다. 현장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건 큰 축복이다. 특히 김지수 선배님이 현장 분위기를 잘 이끌어주신다. 남지현 배우는 오랜시간 현장에서 삶을 보낸 사람이 가진 탄탄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편하게 의지하는 중이다.

이번 작품은 1년 전으로 시간을 리셋할 수 있는 ‘리세터’들의 이야기다. 어떤 점이 마음을 끌었나? 전작이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이었다.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이 비교적 많은 스릴러물이기도 했고, 캐릭터 자체가 가진 우울감도 큰 편이라 늘 그 감정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스토리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캐릭터도 귀여운 편이다.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가 늦은 밤에도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웃음)

이미 영화나 드라마에서 ‘타임 슬립’이라는 소재를 많이 다뤘는데, 이번 작품에서 이와 구별되는 지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타임 슬립’이라는 소재 자체가 하나의 규칙이다. 스릴러보다는 추리극에 가깝다. 만화에 비유하면 <라이어 게임>이나 <신이 말하는 대로>를 꼽을 수 있다. 어떤 규칙을 놓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이기 때문에 ‘방 탈출 게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초반에 나오는 룰을 잘 파악한 뒤, 편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따라와주기 바란다.

‘지형주’라는 인물은 어떻게 해석했나? 시청자에게 편안히 다가갈 수 있는 캐릭터다. 주인공이 워낙 유능해서 모든 걸 해결하는 전지적인 시점이 아니라, 시청자와 비슷한 눈높이에서 사건을 맡고 해결해간다. 그래서 조금 더 친근함이 느껴질 수 있도록 펌도 했다.(웃음) 지형주는 적당히 뺀질거리고 적당히 유능한데, 이건 ‘보통 사람’에 더 가깝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니 아무래도 실제 나와 더 닮았을 테고. 지난해 선보인 <60일, 지정생존자>의 ‘오영석’이 완벽한 캐릭터였다면, ‘지형주’는 만능 형사는 아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분위기도 좀 더 밝아졌다.

최근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극과 극의 캐릭터를 오갔다. 수트를 입고 연기하는 모습이 나조차 지겨울 때가 있다. 그 때 독립영화 <야구소녀> 같은 작품을 만났다. 언젠가 또 다른 이야기에 도전하고 싶어지는 날이 다시 오겠지. 지‘ 겨움’은 일종의 원동력인 셈이다.

지형주와 본인이 얼마나 닮았다고 생각하나? 지형주가 불같은 성격이라 비유한다면, 나는 물에 가까운 것 같다. 다만, 가장 나무늘보 같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불같이 고민 중이다. 나무늘보는 게으르게 사는데도 지금까지 종족을 잘 유지해오지 않았나. 그런 걸 보면 다 나름의 노하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전략을 분석해봐야 할 때다.(웃음)

하지만 수년간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쉼 없이 달려왔다. 계속해서 작품을 하다 보니, 최근에는 개인 시간을 별로 갖지 못했다. 물론 자유 시간이 생겨도 영화나 게임, 운동을 하는 정도지만. 하지만 삶은 원래 그런 것이다. 많은 사람이 힘든 일을 감내하며 살아가고, 우리 선조 역시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선조들은 밥 한 끼만 잘 먹어도 성공했다고 하지 않았나. 그들이 봤을때 우리는 완전 금수저인 셈이다. 그래서 일단 그냥 한다.(웃음)

그게 연기를 해나가는 두 번째 원동력인가? 내 곁에 나를 지탱해주는 좋은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동기다. 스타일리스트, 헤어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매니저, 회사 식구들. 연기 활동은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힘들어도 분명 의미 있는 일이라고 믿으며 함께 나아가
고 있다.

배우로 살아가는 재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생각하는 ‘재미’의 의미는 보통과 조금 다른 것 같다. 사실 재미있는 건 집에 누워서 피자를 먹으며 영화를 보는 일이 제일 재밌지.(웃음) 하지만 앞서 말했듯 연기가 어떤 가치를 지닌 일이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다. 현장에서 수십 명의 스태프가 내가 연기하는 모습을 촬영하며 애쓰고 있지 않나. 옆에서 나와 함께 고생하는 많은 사람과 같은 목적을 이뤘을 때 성취감이 크다는 것은, 이 일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만약 지금 당장 집에서 영화를 볼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떤 작품을 선택하겠나? 당장 보고 싶은 건 <1917>. <인비저블맨>과 <온다>도 보고 싶다. 최근에 예고편으로 접한 일본 영화 <악마> 또한 기대된다. 최근에 도저히 뭘 볼 시간이 없어서 마음이 아프다. 내 인생에서 가장 영화를 못 보고 있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어쩌면 ‘집에서 퍼질 수 있는 시간’을 길게 갖기 위해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니까.(웃음)

배우 이준혁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 가장 평온한 곳. 우리 집에서는 다양한 문화생활을 편히 할 수 있다. 영화도 많고, 게임기도 많다. 영화 <올드보이> 같은 상황이 와도 두세 달은 재밌게 지낼 수 있을 거다.(웃음)

이준혁
수트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스니커즈 핸스(Hance).
이준혁
레더 크롭트 재킷 노앙(Nohant), 와이드 팬츠 노이어(Noirer), 스니커즈 디올 맨(Dior Men).

동경하는 영화 장르나 감독이 있나? 어릴 때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을 좋아했다. 아마 우리나라에 장르물이 많지 않던 시절이라 더 관심이 갔을 것이다. 지금은 거의 모든 작품을 즐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을 좋아하지만, 마블 영화의 개봉도 기다린다.

몇 번이고 보고 또 본 작품이 있다면? 당장 생각나는 건 영화 <가타카>. <세븐> <가을의 전설> <파이트 클럽>처럼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작품도 많이 봤다. 시대를 타지 않는 작품들이 있다. 어느 시간에 놓여도 공감되는 영화 말이다.

작품을 보며 쌓는 간접적인 경험은 연기에 어떤 도움을 주나? 영상도 하나의 문법이다. 작품을 계속 보는 것은, 그 문법을 이해하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 현장에서 소통할 때도 그렇게 배운 영상 문법으로 대화한다. 내일은 다시 드라마 촬영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가오는 생일에도 촬영을 하게 될까? 올해 3월 13일이 ‘13일의 금요일’이라 호러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이미 촬영이 잡혀 있다. 그리고 그날은 감독님의 생일이기도 해서, 선물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웃음)

이번 드라마의 설정처럼 1년 전으로 리셋한다면, 생일을 즐길 수 있을까? 딱 1년 전이면 <60일, 지정생존자>를 촬영하고 있을 땐데 극심하게 다이어트를 했다. 직전 영화인 <야구소녀> 때 살을 찌워서 한 달 만에 9kg을 빼야 했다. 모든 배우가 그렇겠지만 다이어트는 평생의 숙제다. 그러니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생일날 촬영이 조금 일찍 끝난다면 매니저와 집에가서 ‘랭전’을 할 생각이다.

‘랭전’이 뭔가? 게임 랭킹전. 내 선물은 그거면 된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