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신혜와 전종서가 이룬 시너지.

전종서 그레이 크롭트 재킷, 그레이 점프수트 모두 제곱(X2). 박신혜 수트 재킷, 베스트, 팬츠 모두 제이백 쿠튀르(Jay baek Couture).

 

전종서 블루 재킷, 블루 팬츠 모두 제인송(Jain Song). 박신혜 크롭트 재킷, 네이비 셔츠, 팬츠 모두 듀이듀이(Dew E Dew E).

 

박신혜

영화 <콜>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의 어떤 점이 마음을 끌었어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작품이 있어요. 영화 <콜>은 집 안의 벽지까지 상상이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전화로 과거와 미래를 잇는다는 설정 때문에 드라마 <시그널>을 떠올리기도 했는데, 읽어보니 완전히 다른 이야기더군요.

배우 박신혜가 해석한 ‘서연’은 어떤 인물인가요?
영화 초반의 서연은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는 수동적인 캐릭터예요. 그러다 전화 한 통으로 1999년에 살고 있는 ‘영숙’과 이어지면서 주체적인 여성으로 변하고, 상황을 뒤집으려고 반격하죠. 같은 공간에서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두 여성의 미묘한 감정 변화가 매우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연기 변신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어요?
영화 촬영이 끝나간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로 즐거웠어요. 이충현 감독님의 단편영화 <몸 값>을 참 재미있게 봤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감독님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그 누구보다 박신혜가 해석해낸 서연이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것 같다는 감독님의 말씀에 감사했어요.

상대가 전종서 배우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종서 배우의 영화 <버닝>을 인상 깊게 봤어요. 이름을 듣자마자 영숙과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저와 상반된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에 영화에서 좀 더 극명한 대비가 드러날 수 있었어요.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 옆에서 지켜보면서 자극도 많이 받았고요.

이번 영화는 박신혜 배우와 동갑인 이충현 감독의 입봉작인데요. 함께 작품을 만들면서 어떤 대화를 가장 많이 나눴어요?
감독님이 촬영 내내 절 꿰뚫어 보셨어요.(웃음) 소품이나 조명의 위치, 배우의 작은 손동작 습관 하나까지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제가 시나리오에서 놓친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요. 현재와 과거 장면을 따로 촬영해서 자칫 끊어질 수 있는 배우들의 감정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중간에서 소통을 맡아주셨어요. 그래서 전종서 배우와 서로 마주 보고 촬영하는 느낌까지 들었죠.

이충현 감독은 영화 <콜>을 두고 ‘집이 곧 캐릭터인 영화’라고 말했는데, 공간의 한계 때문에 좀 더 섬세한 심리묘사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표현하는 데 힘든 점은 없었어요?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서연과 영숙의 집 세트를 네 번 정도 바꿨어요. 시간순으로 촬영하지도 않았고 혼자서 연기를 해야했기 때문에 몰입하는 데 어려운 점은 분명히 있었어요. 하지만 중요한 장면을 촬영할 때는 전종서 배우가 촬영이 없는 날에도 현장에 와서 함께 호흡을 맞춰줬어요. 이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무척 고마웠죠. 그리고 이번 영화의 색감이나 톤이 참 아름다워요. 촬영 전에 감독님과 대화
를 충분히 나누고, 공간의 벽지와 조명 하나까지 섬세하게 조율해 현장 분위기를 완성했죠. 시나리오를 읽으며 제 머릿속에 그렸던 그림과 어떤 점이 같고 다른지 찾아보는 일도 촬영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현재 한국 영화계는 여성이 주축이 되는 장르물이 적습니다. 그런 지점에서 영화 <콜>은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여성이 중심이 되는 장르영화가 아직 많지 않다는 사실이 이 작품에 출연하기로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줬어요. 하지만 <콜>이 꼭 여성 중심의 영화라기보다는, 작품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콜>은 모성애를 다루는 작품이기도 해요. 엄마와 딸의 관계는 아주 미묘한 것 같아요. 동성이니만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아빠와는 또 다르니까요. 영화 속에 숨겨진 메시지를 발견하실 수 있길 바라요.

관객은 이번 영화에서 무엇을 기대하면 좋을까요?
전화 한 통으로 인생이 완전히 바뀌는 극적인 지점이 무척 흥미로워요. 편집본을 본 스태프들이 그동안의 박신혜와 완전히 다른 얼굴을 봤다는 말을 많이 해줬는데, 이 부분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한다는 건 배우에게 즐거운 일인가요?
배우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볼 기회를 얻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때때로 저 자신조차 몰랐던 제 얼굴을 발견하기도 하고요.
배우가 아닌 박신혜의 삶은 어떤가요? 에너지 소모가 큰 촬영 직후에는 여유롭게 지내요. 늦잠을 자다 일어나서 친구들을 만나거나 반려묘와 노는 게 취미의 전부인데, 이런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것만으로도 재충전이 돼요. 만약 시간이 허락된다면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요. 하루 종일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만 있어도 충분해요. 다작을 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바쁘게 지내기보다는 어떤 방식으로든 휴식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삶과 일의 밸런스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어느 순간 제 일상이 행복해야 배우로서의 삶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엇이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배우로 성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시절에도 늘 가진 생각이에요. 내가 준비되어 있으면 기회는 언제든 잡을 수 있는 거니까, 공허하게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일상을 즐겁게 채워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 박신혜를 가장 행복하게 한 건 무엇인가요?
부모님과 시간을 좀 더 많이 보내고 싶어서 LA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어요. 그곳에서 외갓집 친척들도 만났고요. 외할머니의 가족은 자라면서 한 번도 뵌 적이 없는데 정말 가깝게 느껴지더라고요.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참 단단한 것 같아요. 물론 대부분의 가족 여행이 그렇듯, 서로 투닥거리며 싸우기도 했지만요.(웃음)

동물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특집 다큐멘터리 <휴머니멀> 촬영을 위해 아프리카 보츠와나도 다녀왔죠?
제가 반려묘를 키우는 터라 처음에는 동물에 대한 관심 때문에 흔쾌히 출연하기로 결정했어요. 그런데 촬영을 시작한 후에는 단순히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간의 손에 참혹하게 죽어가는 동물이나 인간의 욕심 때문에 황폐해진 자연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니까 마음도 무거웠고요. 기후변화 때문에 일어난 호주 산불이나 홍수도 인간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또 한 번 들었어요.

배우로서 꾸는 꿈이 있나요?
얼마 전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니 저는 10대에도, 20대에도, 30대에도 연기를 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그저 이 순간을 즐기는 데 집중하고 싶어요. 현재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이후에 어떤 일을 하게 되더라도 즐거울 것 같아요.

박신혜 배우의 올해는 어떨 것 같아요?
그동안 가꾼 것을 거두는 수확의해예요. 얼마 전 유아인 배우와 촬영을 끝낸 영화도 아마 올해 개봉할 거예요. 5월에는 드라마 촬영을 앞두고 있고요. 그래서 요즘 더없이 행복해요. 저 또한 영화 <콜>의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웃음)

전종서 블랙 팬츠 렉토(recto.), 블랙 니트 하이넥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박신혜 블랙 풀오버 제인송(Jain Song), 베이지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전종서 

영화 <콜>의 홍보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최근 한 달은 무엇을 하며 지냈어요?
해가 바뀐 후 집 밖으로 나간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집에서는 영화 보는 걸 가장 좋아해요. 최근에는 넷플릭스에 푹 빠졌어요. 열다섯 시간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요.(웃음) 낮잠도 자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푹 쉬었습니다.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습니다. 처음 <콜>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어요?
세밀하게 잘 쓴 웰메이드 책을 읽은 느낌이었어요. ‘영숙’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너무나 많았고요.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지만, 영숙에게는 폭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요. 그래서 단순히 악역이라고 구분하기는 어렵죠. 영숙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영숙
의 감정에 이입하시는 순간이 있을 거예요. 그만큼 잘 쓰인 시나리오였다고 생각해요.

영화 <콜>은 단편영화 <몸 값>으로 주목받은 이충현 감독의 입봉작입니다. 이 감독과 어떤 작업 과정을 거쳤나요?
<몸 값>을 공개 당시에 봤는데, 이번 영화를 위해 미팅하기 전에 다시 찾아봤어요. 엽기적이면서 압도적이고 놀라운 반전까지 갖췄죠. 제가 먼저 적극적으로 미팅을 요청했을 정도로 이 감독님과 꼭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는 감독님께 많은 질문을 던졌어요. 영화는 특정한 어느 날부터 시작되니, 개연성을 갖춘 캐릭터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설명되지 않은 사전의 일들을 알아야 해서요. 관객을 설득하기 위해서 제 스스로 납득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고요. 게다가 영화 <콜>은 현재와 과거를 수십 번 넘나들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흐름을 놓치면 혼란이 올 수 있어요. 다행히 시나리오를 꼼꼼히 살피며 감독님과 사전에 이야기를 많이 나눠서 촬영이 시작된 후로는 대화가 필요 없을 정도로 합이 잘 맞았어요. 제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감독님이 현장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셔서 늘 재미있게 촬영에 임했습니다.

전작 <버닝>이 화제를 모은 터라 주변의 기대가 클 것 같은데, 이로 인한 부담감이 있어요?
음…, 그건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영화를 다 찍은 후에 생각해보니 영숙은 <버닝>의 ‘해미’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더라고요.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박신혜 배우와 호흡은 잘 맞았나요?
영숙이라는 캐릭터를 그리기 위해 시간을 내 서연이라는 캐릭터를 깊이 들여다봤어요. 처음 박신혜 선배님이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참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같이 촬영한 분량은 얼마 되지 않지만, 스크린에서 보지 못한 박신혜 선배님의 새로운 모습도 발견했고요. 영숙이 폭주해서 밀어붙인 만큼, 서연 역시 같은 양의 에너지로 맞받아쳤어요. 눈뜨면 촬영장에 나가 감정을 쏟아내고, 기절 직전의 상태로 집에 돌아와 잠들던 때가 떠오르네요.(웃음) 그만큼 큰 에너지가 오간 촬영이었어요.

이충현 감독은 <콜>을 준비하며 영숙 역의 전종서 배우를 가장 먼저 캐스팅했습니다. 영숙으로 살아보니, 실제로 자신과 닮은 지점이 있던가요?
실제로 극 중 영숙처럼 폭주해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아무리 연기라 해도 영숙과 비슷한 에너지를 쏟을 수 있었다는 건 제 안에 잠재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거예요. 물론 저도 불같은 구석이 있긴 해요. 뭐 하나에 꽂히거나 좋아하는 게 생기면 앞뒤 가리지 않고 직진하거든요.

영화 <콜>은 여성이 주축이 되는 영화입니다. 이충현 감독은 “여성이 장르영화에서 굉장한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어요.
성별에 따라 맡아야 하는 배역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남성이 표현할 수 있는 압도적인 캐릭터라면 여성도 충분히 해낼 수 있고요. 앞으로도 이런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런 지점에서 영화 <콜>이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관객은 이번 영화에서 무엇을 기대하면 좋을까요?
현재와 과거를 빠른 스피드로 오가는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서연과 영숙, 각자의 엄마까지 네 여자가 가진 선명한 매력도요. 과거와 현재처럼 엄마와 딸의 관계도 명확한 대조를 보이죠. 하지만 모든 걸 끌어안는 공통점도 존재해요. 영화를 보다가 자연스레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영숙은 극 중에서 서연과 통화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알게 되죠. 만약 실제로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아요?
예전에는 미래를 알고 싶어서 타로점을 보러 다닌 적도 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요. 현실에 무게를 두고 사는 성격이라, 당장 내일 일도 계획을 세우지 않거든요. <콜>에서도 이야기하듯 미래는 지금 당장의 선택에 따라 쉽게 뒤집힐 수 있기 때문에 미래를 모르고 살아가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럼 과거로 돌아가볼게요. 지난해 촬영한 할리우드 영화 <모나 리자 앤드 더 블러드 문>은 전종서 배우에게 어떤 경험이었어요?
한국에서 비디오를 만들어 오디션을 본 후 합류하게 됐어요. 할리우드 영화라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이 또한 제게 소중한 경험이라 생각하며 도전했어요. 영화 촬영 기간 동안 타지에서 색다른 감정들을 느꼈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휴머니즘에 대한 메시지가 담긴 영화인데, 아직 영화 편집본을 보지 못했어요. 어떻게 나올지 저도 궁금해요.

배우로서 꾸는 꿈이 있나요?
희로애락 네 가지 중 뭐가 됐든 어떤 감정을 관객에게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많이 만나고 싶어요.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거나 겁내거나 주저했던 캐릭터를 저돌적으로 해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그 결과가 실패든 성공이든, 일단 경험해보는 거죠. 그래서 배우로서 올라가야 할 정확한 목표를 정해둔 것은 아니에요. 좀 전에 말씀드렸듯 제게는 내일보다 지금 당장이 더 중요하거든요.

내일 계획을 지금 한번 세워볼까요?
아마 내일도 집에 있을 것 같아요. ‘배달의 민족’ 앱으로 음식을 시켜 먹고 다시 눕는 일상의 반복이 될 거예요. 그리고 며칠이 지나 몸을 일으켜 영화 <콜> 제작보고회에 가지 않을까 생각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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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 be great in whatever I want to do

파스텔 블루 재킷과 와이드 팬츠, 실크 셔츠, PVC 슈즈 모두 디올 옴므(Dior Homme).

최근 뉴스가 영화 <범죄도시 2>의 새로운 캐릭터로 합류한다는 소식이다. ‘장첸’ 못지않게 극악무도한 ‘빌런’으로 등장할 예정이라고.
이상하게 악역을 많이 제안받는 편이다. 감독들이 내게 날카로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범죄영화는 친숙한 장르는 아닌데, 여러 차례 제안받다 보니 ‘그래 할 거면 제대로 센 거 한번 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결정했다.

선택에 어려움은 없었나? 전편의 성공으로 부담이 클 수도 있을 텐데.
나보다 오히려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 그 말을 듣고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해봤지만, 이상하게 부담이 없다. 왜 부담스러울 거라고 하는지는 안다. 전편이 큰 성공을 거뒀고, 윤계상 선배님이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했으니까. 비교될 수밖에 없고, 2편이니까 좀 더 나아야 한다는 기대도 있을 테고. 그런데 나는 전편의 존재가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 오히려 참고할 수 있는 교과서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전편의 조감독을 맡았던 이상용 감독님을 포함해 피디, 촬영감독 등 <범죄도시>라는 브랜드를 만든 사람들이 그대로 함께하기 때문에 든든하다. 이 영화가 왜 관객에게 사랑받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다음에는 뭘 해야 할지 정확한 방향을 가지고 있어서 ‘나는 이들이 하라는 대로 잘 따라가면 되겠구나’ 생각한다.

블랙 재킷과 쇼츠, 셔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맡은 배역의 이름이 궁금하다.
‘강해상’. 이번에는 한국 사람이다.(웃음)

드라마 <마더>의 ‘이설악’을 포함해 <슈츠>의 ‘데이빗 킴’, 그리고 <범죄도시 2>까지. 이쯤 되면 내게 악인 기질이 있나 살펴보게 될 것 같다.
그렇게 악한 사람은 아닌데.(웃음) 악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저렇게 행동하는지 찾아볼 때도 있었다. 뉴스도 보고 다큐멘터리도 보면서. 어릴 때 학대당한 사람도 있고, 다른 이유를 가진 사람도 있는데, 사실 그걸 다 알기는 불가능하고 알려고 하는 것도 괴롭더라. 그래서 지금은 내가 정서적으로 어떨 때 어두워지는지 찾아보려고 한다.

프린트 셔츠와 레이어링한 티셔츠, 블랙 팬츠, 로고 장식 스니커즈 모두 발렌티노(Valentino).

촬영은 시작했나?
아직. 준비하는 중이다.

이런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 요즘도 빠져 있는 유튜브 영상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전 인터뷰를 보니 그때 빠져 있는 영상 얘기가 꼭 있더라. 먹방에 빠졌다가, 댄스 리뷰에 빠졌다가.
물론 있다. 요즘은 ‘장삐쭈’ 영상을 보고 있다. 만화 병맛 더빙으로 유명한 분인데, 구독자가 2백만 명이 넘는다. 초반에는 기존 만화에 자기 목소리를 재미있게 더빙했는데, 요즘에는 직접 만화도 만든다. 심지어 카톡에 장삐쭈 이모티콘도 있는데, 요즘 말보다 이 이모티콘을 더 많이 쓴다. 이걸로 모든 대화가 가능하다.

혹시 직접 유튜버로 나설 생각은 없나?
같이 일하는 친구이자 스타일리스트가 <새신을신고>라는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는데, 최근 거기에 출연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내 계정을 만드는 건 잘 모르겠다. 나중에 드라마 하면 현장 스케치를 해볼까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 만드는 것 말고 보는 데 관심이 더 많다.

블랙 재킷과 플라워 패턴 셔츠 모두 펜디(Fendi).

유튜브에서 ‘손석구’를 검색하면 조회 수가 가장 높은 영상이 어떤 건지 알고 있나?
모른다. 연기 영상 아닐까? 내 영상은 아마 그게 전부일 거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전여빈 배우와 같이 나온 장면의 편집본. 조회 수가 무려 2백30만 회다.
<멜로가 체질>에 내가 등장하는 장면이 다 합해도 10신 내외인데, 의외로 반응이 열광적이었다. 여빈이와의 케미 때문인가? 시청률이 엄청 높은 드라마는 아니었는데 마니악하게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작품 활동을 하지 않는 동안 유튜브를 포함해 의외의 매체에 느닷없이 등장했다. 강한나 배우가 진행하는 라디오에도 출연했고, 팟캐스트 <창밖의 영화>에 나와 영화 얘기도 했다.
그런 데 가끔 나가는 거 재미있다. 친한 사람들이랑 하는 거라 부담도 없고, 나를 좋아해주는 분들한테 작품 안 할 때 인사할 수 있는 계기도 되어 괜찮은 것 같다. 특히 <창밖의 영화>는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또 나가고 싶다. 라디오 부스에 앉아서 영화 얘기만 3시간 정도 하다 오면 영화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 나고 무척 즐겁다. 진행자들의 능력이 출중하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손석구라는 사람은 배우이기 이전에 영화를 너무나 사랑하는 시네필이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가 왜 그렇게 좋은 건가? 어릴 때 친구가 거의 없는 시기가 있었다. 그때 영화가 친구 같은 존재였다. 미국에 살 때 ‘블록버스터’라고 DVD를 대여해주는, 우리나라로 치면 비디오 가게가 있었다. 거기에 가서 영화를 고르는 일이 너무 좋았다. 한두 시간씩 골랐다. 그리고 집에 와서 보고, 연체료도 내고(웃음), 이러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다. 그때 아주 많은 영화를 봤다. 처음에는 제일 앞줄에 진열된 흥행작을 보고 그걸 다 보면 점점 구석으로 간다. 나중에는 인터내셔널과 아트 섹션 영화까지 거의 다 봤다.

그때 본 작품 중 하나가 <브로크백 마운틴>인가?
그건 캐나다에 있을 때 봤다. 그것도 나오자마자 바로 보지 않고 ‘블록버스터’에 가서 빌려 봤다. 보자마자 단번에 꽂혀서 엄청 여러 번 빌려 본 기억이 있다. 그때 나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 큰 위로를 받았다. 너무 좋아서 나중에는 설거지할 때도, 청소할 때도 내내 틀어놓기도 했다.

꽤 다양한 곳에서 <브로크백 마운틴>과 이안 감독을 향한 팬심을 고백했다. 이안 감독과 작업하는 게 바람이라고 말한 적도 있는데,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가장 좋은 어필은 어필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웃음) 무슨 말을 하기보다 그분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만 하고 싶다.

이안 감독에게 본인의 필모그래피 중 한 작품을 보여준다면?
드라마 <마더>와 예전에 최희서 배우와 함께 찍은 단편영화 <접점>. 감독님의 감수성과 가장 잘 맞지 않을까 싶은 작품이고, 나도 그런 장르를 좋아한다. 얼마 전에 우연히 <마더>를 다시 봤는데 뭔가 좋았다. 미국 드라마 <센스8>을 찍고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출연한 상업적인 작품인데, 무지한 상태에서 연기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 봤자 한두 해 차이지만 지금과 완전히 다르더라. 어떤 면에서는 그때 연기가 좋고, 그래서 다시 이런 걸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무지한 상태에서 한 순수한 연기를 다시 하는 게 가능할까?
가능할 거다. 왜냐하면 지금도 크게 똑똑해지지 않아서. 하하. 그건 태도의 문제인 것 같다. 많이 돌아보고 살피다 보면 다시 할 수 있지 않을까.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과 캐멀 컬러 쇼츠 모두 프라다(Prada), 화이트 셔츠 휴고 보스(Hugo Boss).

일과 일상을 잘 분리하는 편인가? 아무리 바빠도 지키고자 하는 일상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일상을 건강하게 잘 유지하는 것도 더 나은 연기를 보여주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할 때도 일상도 알차게
보내려고 한다. 운동은 꼭 하고, 잠을 잘 자려고 한다. 나가서 노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촬영할 때도 생각보다 여유 시간이 많다.

운동이라면 농구를 말하는 건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 농구라고 들었다.
요즘엔 날이 추워서 잘 안 한다.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얼마 전에 슬픈 사건이 생겨서 안 보고 있다.

헬리콥터 사고로 세상을 떠난 코비 브라이언트 말인가?
아침에 운동을 하려고 일어났더니 LA에 사는 친구가 그 기사를 보내줬다. 너무 놀랐고, 마치 가까운 사람의 죽음으로 느껴질 정도로 슬펐다. 아마 우리 세대에 맞닥뜨린 가장 충격적인 셀럽의 죽음이 아닐까 싶다. 되게 웃기게 들릴 수도 있는데 나는 그를 보면서 연기를 배우기도 했다. 농구를 대하는 그의 태도를 보며, 나도 연기를 저렇게 대해야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스승이 가셨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 되게 슬펐고, 나름 혼자서 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생각했다.

그에게서 어떤 정신을 물려받았다고 생각하나?
할 수 있는 한 최고가 되기 위해 돌아보지 않고 가는 것. 내가 좋아하는 걸 하는 데 눈치 보지 않는 태도. 실제로 그는 타고난 조건도 좋았지만 그걸 최대치로 끌어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고 한다. 또 평소 질문을 아주 많이 했다는 말도 들었다. 감독이나 코치뿐 아니라 사업가든, 음악가든 영역을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배움을 얻고자 한 거다. 나는 그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창피하게 생각할 것 없이 모르면 물어보고, 눈치 보지 않고 어떻게든 열심히 하는 것. 그에게서 이런 태도를 배우고 물려받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배운 대로 실천하면서 살고 있나?
확실히 나는 그처럼 열심히 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고, 무엇보다 질문하고 의견 내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고집부린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의견을 냈다가 아니면 빨리 접고, 모르는 건 물어본다. 그게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설사 거절당하는 의견일지라도?
그렇다. 아니면 말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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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의 첫 정규 앨범

루피 메킷레인 loopy
점프수트와 티셔츠 모두 버버리(Burberry), 스니커즈 컨버스 (Converse), 모자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첫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이번 앨범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은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한 앨범이다. 타이트한 랩, 감성적인 표현, 춤추고 싶은 분위기 등을 다양하게 담았다. 스무 곡 이상 수록할 예정이고, 지금은 곡을 다 써놓고 세공하는 단계다. 첫 정규 앨범인 만큼 명작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지만, 이런 마음을 조금 내려놓았고 잘 마무리하는 중이다.

활동 기간이 짧은 편은 아니다. 이 시점에 정규 앨범을 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가진 것들을 활용하는 방법을 거의 다 찾았다고 느꼈다. 빠르게 랩을 할 수 있고, 노래하는 능력도 있고, 음의 높낮이는 어느 범위 안에 있어야 하는지 알게 된 거다. ‘나’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방법을 깨달았으니 이를 바탕으로 작업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다수의 수록곡을 미리 공개했다. 의도한 것이 있었나? 보통 앨범이 나오면 타이틀곡이나 뮤직비디오가 있는 곡이 주로 사랑받는다. 발매에 앞서 수록곡 일부를 차례로 선보였을 때 여러 트랙이 골고루 관심을 받고 앨범에 대한 기대치도 최고로 높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일 처음 공개한 ‘NO FEAR’는 일종의 선전포고로, ‘나는 지금 여러 이유로 두려움이 많지만 두려워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제목에 표현했다. 한편 2월 중순에 발표한 ‘DANCE 4 U’는 주스 월드와 코비 브라이언트, 그리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국내 스타들을 떠올리며 만든 곡이다. 슬픈 감정은 남아 있지만, 눈물의 배웅이 아닌 그들을 기리는 축제 같은 분위기를 담았다.

‘DO NOT UNDERSTAND’, ‘IN N OUT’은 랩과 비트가 강렬하다. 수년 전 발표한 ‘Gear 2’가 떠오르기도 한다. ‘Gear 2’는 내 랩 스킬을 보여주려고 만든 곡이고 플로에도 변화를 많이 줬다. 음악의 평가 기준은 명확하지 않지만 트렌드는 분명히 있는데, ‘Gear 2’로 발표 당시에 잘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도 지금 그렇게 한다면 올드한 것이 된다. 요즘에는 좋은 플로를 계속 반복하는 게 유행이고 그래야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니까. 이러한 트렌드를 따르는 동시에 화려한 랩을 선호하는 일부 대중의 의견도 수렴할 수 있도록 플로를 일부러 바꾸는 것 등에 대해 고민하며 앨범 작업을 했다.

‘SAD BOY’는 루피 특유의 외로우면서도 차분한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들을 것 같다. 유년기부터 초등학교 때까지 있었던 슬픈 기억 몇 가지에 집중하며 만들었다. 행복했던 날이 더 많았으니 ‘SAD BOY’가 내 어린 시절을 대변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자전적인 이야기인 건 맞다. 힘든 상황에서 말보다는 생각을 하며 굉장히 많은 걸 이해했고, 이 과정을 겪으며 내가 조금 더 성숙한 것 같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 비트를 틀어놓고 자유롭게 놀 듯이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평소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나? 먼저 비트를 들어보고 곡을 구성한다. 그리고 곡에 어울리는 멜로디를 만들기 위해 외계어를 입혀 수없이 시도한다.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텐데, 그냥 아무렇게나 흥얼거리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게 몇 가지를 녹음해 테트리스 게임을 하듯 맞춰보고, 그다음에 가사를 쓴다. 메시지보다는 소리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집착하는 편이다.

선공개한 곡들의 프로듀서가 다양하다. 여러 프로듀서와 작업하는 걸 좋아하나? 그렇다. 한 명의 프로듀서와 작업하면 표현의 한계가 있는 듯하다. 아무리 다양한 표현을 하는 유능한 프로듀서라도 유독 잘하는 게 있을 테고, 나는 그가 두 번째로 잘하는 걸 쓰고 싶지 않다. 종종 프로듀서들이 내게 1백여 곡을 보내는데, 하나씩 다 들어보면 뭘 잘하는 사람인지 보인다. 그게 마음에 들 때 같이 작업하는 거다. 그리고 유명하지 않은 어린 프로듀서와 협업하는 게 더 재미있다. 이번 앨범에서는 ‘SAD BOY’를 포함해 가장 많은 트랙을 만든 배드트리(Bad Tree), ‘NO FEAR’와 ‘DANCE 4 U’ 그리고 타이틀곡을 작업한 데이릭(Dayrick) 등과 함께했다. 한편 내게 자신의 곡을 들려주려고 먼저 다가온다는 점도 무명 프로듀서의 곡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누가 놀러 온다고 하면 반갑게 맞으면서도 내가 먼저 나가진 않는다. 하지만 마음에는 사랑이 넘친다.

혼자만 사랑이 넘치면 힘들지 않나? ‘이해’는 상대의 전부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누가 어떤 행동을 하든 ‘그럴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를 포함한 모두의 생각과 감정은 매번 변하기 마련이니까. 타인은 말 그대로 완벽하게 다른 존재다. 그래서 나는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더 나아가 인간관계가 내 존재 가치를 만들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느낀다.

<쇼미더머니 777> 이후 나플라와 듀오 활동을 이어왔고 현재 각자 정규 앨범을 준비 중이다. 따로 하는 작업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같이 공연할 때 내가 조금 실수하더라도 나플라가 잘하면 보완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도움이 없는 건 아쉽다. 반면 둘 다 아티스트로서 음악적 욕심이 있으니 타협하는 과정이 가끔은 괴롭다. 그리고 방송을 통해 ‘루플라’ 조합에 연예인 같은 프레임이 씌워져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내가 지향하는 음악 세계에서는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 편하고, 나플라와도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당분간은 각자 솔로로 치열하게 활동할 예정이다.

음악뿐 아니라 비주얼 작업에도 각별히 신경 쓴다고 들었다. 비주얼은 음악을 살려줄 수 있어야 가장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미감으로는 내 음악의 비주얼을 보는 사람들이 ‘리얼하다’고 느꼈으면 한다. 뮤직비디오를 찍을 땐 누군가를 연기하지 않고 나를 그대로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며 모든 앨범의 커버에 내 얼굴을 담으려고 한다.

올해 초부터 메킷레인 레코즈 소속 아티스트들과 함께 일일 장사를 하는 유튜브 콘텐츠 <메킷원>에 출연하고 있다. 매주 꾸준히 업로드하기 위해 바쁘게 지내는 중이다. 전문 방송인이 아니다 보니 내가 아닌 듯 행동하는 습관이 생기려고 하는 것 같다.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려는 행위가 내 타이틀에 영향을 미치는 걸 경계한다. 그래서 잘하려는 욕심 없이 촬영한다. 하지만 기존에 해보지 않은 콘텐츠고 팬들도 좋아하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촬영을 계기로 메킷레인 아티스트들이 함께 모이는 것도 좋은 점이다.

메킷레인에서 루피는 어떤 형이자 리더라고 생각하나? 사랑이 넘치는 게으른 형인 것 같다. 미국에서 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 내 인생의 마지막 친구들이 될 거라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한국으로 넘어온 초반에는 그야말로 우리끼리만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 친구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나도 행복할 수 없다는 마음이 생겼다. 반면 팀을 이끌어가려고 힘쓰느라 정작 ‘루피’라는 캐릭터는 녹슬어 있는 게 보이더라. 지난해쯤 내가 세상에 온 이유와 사명에 대해 깊이 생각해봤다. 결론은 메킷레인 아티스트들이 더 올라가도록 만드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선 나 스스로 루피로서 본분에 충실한 게 중요하다고 인식했다. 우리가 함께 잡고 있는 끈을 내 허리에 묶고 위로 향하는 거다. 이번 앨범도 나 자신에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결과다.

메킷레인 아티스트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오픈 마인드. 사람이든 사물이든 뭔가를 볼 때 각각 고유의 매력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그렇다면 반대로 자신은 어떤 점이 달라야 하는지 고민하며 차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직업이다 보니 타협점을 찾을 필요는 있지만, 누구보다 잘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것’을 하면 항상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과 목표가 궁금하다. 정규 앨범이 나오기 전에 몇 곡을 추가로 공개하고 발매 이후에는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장기적인 목표는 거창하지 않다. 그냥 메킷레인 식구들이 성공하고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최근 경영에 관심이 생겨 공부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동기부여를 하는 리더를 넘어 실무에도 관여하고 책임감까지 가지는 보스가 되어야 한다고 느낀다. 메킷레인이 5년 차에 접어든 만큼 향후 5년의 방향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건 어디에나 적용되는 진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두에게 음악을 들을 여유가 생기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럴 수 있다는 건 삶이 괜찮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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