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플리트워크의 우아한 세계

ANNA JEWSBURY

독자들에게 브랜드를 소개해주기 바란다. ‘컴플리티드워크(Completedworks)’는 주얼리와 도자기를 통해 일상의 아름다움과 복잡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브랜드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수학과 철학을 전공했는데, 주얼리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학생 때부터 흥미로운 주제를 풀어낼 수 있는 플랫폼을 찾았는데, 주얼리라면 가능할 것 같아 레이블을 론칭했다. 수학과 철학 모두 세상을 표현하는 방식에 관한 학문이 아닌가. 이런 점이 주얼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해 브랜드를 운영할 때도 두 학문을 공부할 때와 비슷하게 접근하려고 한다.

지속 가능성이 패션계의 화두다. 컴플리티드워크 역시 지속 가능성에 기반을 두지 않나. 맞다.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생산 방식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주제다. 항상 소재 공급처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제품 생산이 환경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며 재활용 금속을 우선적으로 사용한다. 지속 가능성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감이다. 회사 규모를 떠나 책임감이 기업 문화에 녹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려한 곡선형 디자인과 일그러진 듯 독특한 형태가 인상적이다. 어디에서 영감을 받나? 예술 작품부터 일상적인 것까지 나에게 영감을 주는 요소는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타이드(Tied)’는 이스터섬 사람들이 모아이인 상을 움직이기 위해 밧줄을 사용한 방식에서 출발해 평소 물건을 어떻게 묶고, 어떻게 가지고 다니는지에 대한 탐구로 이어져 완성한 컬렉션이다. 반면 ‘폴드(Fold)’ 컬렉션은 드레이핑 원단의 시각적인 특성에서 영감을 받았다.

매치스패션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사실 브랜드 론칭 초기에는 18K 골드와 다이아몬드로 파인 주얼리를 제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매거진에서 화보 촬영용 주얼리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이 일을 계기로 순금보다 가벼워서 크고 조각 같은 디자인에 적합한 은도금 소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파인 주얼리 컬렉션을 보러 왔던 매치스패션의 바이어가 이 컬렉션을 계속 제작하길 권했다. 결국 매치스패션이 우리 브랜드의 방향성을 바꾸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셈이다. 매치스패션의 지원과 관심 없이는 컴플리티드워크가 오늘날의 모습으로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디자인을 보면 디자이너의 라이프스타일도 차분하고 우아할 것 같다. 평소에는 어떻게 생활하고 또 쉬는지 궁금하다. 사실 재작년에 아들이 태어난 뒤로는 조용할 틈이 없다.(웃음) 하지만 그 덕분에 자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작은 정원을 가꾸거나 도시 외곽으로 여행을 떠나는 일을 좋아하게 됐다. 작업을 하지 않을 때는 런던 거리를 거닐고, 갤러리나 중고 서점도 즐겨 찾는다.

분야에 관계없이 앞으로 디자인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 컴플리티드워크의 제품은 개발 초기 단계부터 일반 주얼리보다 훨씬 큰 규모로 발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도자기나 가구처럼 크게 제작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작업 방식을 바탕으로 미래에는 가구나 조각품처럼 큰 작품을 실험해보고 싶다.

한국 소비자들은 어디에서 컴플리티드워크 제품을 구입할 수 있나? 매치스패션을 통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패션 주얼리뿐 아니라 아티스트 예카테리나 바제노바 야마사키(Ekaterina Bazhenova-Yamasaki)와 협업해 만든 화병이나 매치스패션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익스클루시브 제품까지 다양하게 판매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브랜드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컴플리티드워크가 예술적인 패션 주얼리의 기준이 되는 것, 그리고 우리 고객이 브랜드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소통하는 것이다.

2020 FW 패션위크 리뷰 – PARIS

LONG LIVE THE QUEEN

모델 신현지가 지지 하디드, 모나 투가드와 함께 샤넬 쇼의 클로징을 장식했다. 샤넬 정규 쇼의 마지막 순서에 동양인 모델이 등장한 것은 처음 있는 일. 현장의 프레스와 관객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신현지는 언제나처럼 의연하고 당당한 워킹으로 멋진 마무리를 선사했다. 신현지뿐 아니라 패션 불모지인 한국에서 시작해 세계무대를 누비고 있는 최소라, 배윤영, 정호연 등 톱 모델들의 앞날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DRAMATIC MOMENT

새 시즌 테마인 ‘시간의 충돌’을 설명하는 루이 비통의 방식은 지극히 화려했다. 15세기부터 1950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를 표현하는 의상을 착용한 1백15명의 합창단원과 85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해 공연을 펼친 것. 이뿐 아니라 쇼를 위해 음악적 시간 여행을 모티프로 삼은 곡 ‘Three Hundred And Twenty’를 작곡해 선보이며 파리 패션위크의 손꼽히는 빅 쇼다운 스케일을 자랑했다.

 

FASHION & FANTASY

게라르도 펠로니의 부임 이후 신선한 시도로 주목받고 있는 로저 비비에가 또 한 번 엄청난 구성의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였다. ‘센소라마’라는 이름의 이번 행사는 ASMR 사운드와 허밍, 에코 등 다양한 소리로 채운 ‘청각’ 방, 요리사가 음식을 제공하는 동안 거대한 생일 케이크 모형 위에서 가수의 공연이 펼쳐지는 ‘미각’ 방, 자신만의 식스 센스에 집중하면 유령과 환영을 발견할 수 있는 ‘식스 센스’ 방 등으로 다채롭게 꾸며졌으며, 쇼를 능가하는 재미를 안겨주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FAMILY GATHERING

새 시즌 파리 패션위크에서 그 어떤 셀러브리티보다 뜨거운 화제를 모은 가족이 있다. 오프화이트 쇼에서 두 딸 지지 & 벨라와 함께 워킹한 엄마 욜란다 하디드, 그리고 이지 쇼에 등장한 카니예 웨스트의 딸 노스 웨스트가 그 주인공. 특히 노스 웨스트는 이지 쇼의 모델들처럼 땋은 머리와 낙낙한 팬츠, 부츠 차림으로 공연을 펼쳤으며, 어린이(?)답지 않은 패션 소화력과 랩 실력으로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NEW ERA OF KENZO

겐조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캐롤 림 & 움베르토 레옹 듀오와의 인연을 뒤로하고,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펠리페 올리베이라 밥티스타가 이끄는 첫 번째 쇼를 공개한 것. 너무나도 오랜 시간 고전해온 겐조를 침체기에서 구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라코스테에서 모던하면서도 우아한 스포티즘을 완벽하게 구현해온 그가 펼친 쇼는 기대 이상이었다.

느슨한 것이 좋아

 

바야흐로 실용주의의 시대다. 심미적인 부분에 두었던 가치를 편하고, 폭넓게 활용 가능한 것으로 옮겨왔다는 뜻이다. 영원히 아방가르드할 것 같던 하이패션계도 시대적 흐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몇 시즌째 아찔한 스틸레토 힐보다 납작한 굽의 샌들이, 인형 옷처럼 몸을 꽉 죄던 드레스 대신 낙낙한 팬츠가 런웨이를 메우던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슬링(sling) 트렌드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탄생했다. 그리고 보디콘셔스 실루엣의 불편함과 오버사이즈 실루엣의 거추장스러움, 둘 중 어느 쪽도 감수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완벽한 대안을 제시하며 단숨에 대체 불가능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골반에 살짝 걸쳐 입은 팬츠, 제 사이즈보다 약간 큰 느낌의 코트, 발목 부분을 묶어 헐렁한 실루엣을 강조한 팬츠처럼 긴장감과 여유 사이를 오가는 디테일이 극과 극의 실루엣 사이에서 유독 쿨하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사실 슬링은 설명하기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다. 슬링 백이야 이미 몇 시즌째 유행하며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지만, 옷은 ‘도대체 느슨하다는 게 어느 정도야?’라는 의문을 품게 만드니 말이다. 먼저 슬링을 하이패션계로 불러들인 보테가 베네타와 JW 앤더슨의 쇼를 예로 들어보자. 보테가 베네타는 소매길이 와 전체 길이 모두 기본적인 테일러드 코트보다 살짝 긴 코트를 선보였고, 허리 벨트까지 헐렁하게 묶으며 슬링한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반면 JW 앤더슨은 바지 밑단을 살짝 묶어 대비를 이루게 함으로써 다른 부분의 낙낙한 형태를 강조했다. 광택이 돋 보이는 로샤스의 팬츠와 랑방의 구조적인 데님 팬츠, 넉넉하다 못해 남의 바지를 빌려 입은 듯 보이는 사카이의 와이드 팬츠처럼 골반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디자인으로 슬링을 구현한 브랜드도 적지 않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달리 해석하자면 급박하게 돌아가는 패션계에 낯선 것이 끼어들 틈이 많지 않다는 의미이기도하다. 그렇기에 이름마저 생소한 슬링의 등장 역시 아직은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두고 보길.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고 모호하며 오묘한, 그러나 입을수록 편안하고 포근한 이 실루엣은 디자인만큼이나 분명하지 않고, 조급하지 않은 속도로 일상에 뿌리내릴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