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F/W 패션위크 다이어리 – 파리

LONG LIVE THE QUEEN

모델 신현지가 지지 하디드, 모나 투가드와 함께 샤넬 쇼의 클로징을 장식했다. 샤넬 정규 쇼의 마지막 순서에 동양인 모델이 등장한 것은 처음 있는 일. 현장의 프레스와 관객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신현지는 언제나처럼 의연하고 당당한 워킹으로 멋진 마무리를 선사했다. 신현지뿐 아니라 패션 불모지인 한국에서 시작해 세계무대를 누비고 있는 최소라, 배윤영, 정호연 등 톱 모델들의 앞날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DRAMATIC MOMENT

새 시즌 테마인 ‘시간의 충돌’을 설명하는 루이 비통의 방식은 지극히 화려했다. 15세기부터 1950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를 표현하는 의상을 착용한 1백15명의 합창단원과 85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해 공연을 펼친 것. 이뿐 아니라 쇼를 위해 음악적 시간 여행을 모티프로 삼은 곡 ‘Three Hundred And Twenty’를 작곡해 선보이며 파리 패션위크의 손꼽히는 빅 쇼다운 스케일을 자랑했다.

 

FASHION & FANTASY

게라르도 펠로니의 부임 이후 신선한 시도로 주목받고 있는 로저 비비에가 또 한 번 엄청난 구성의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였다. ‘센소라마’라는 이름의 이번 행사는 ASMR 사운드와 허밍, 에코 등 다양한 소리로 채운 ‘청각’ 방, 요리사가 음식을 제공하는 동안 거대한 생일 케이크 모형 위에서 가수의 공연이 펼쳐지는 ‘미각’ 방, 자신만의 식스 센스에 집중하면 유령과 환영을 발견할 수 있는 ‘식스 센스’ 방 등으로 다채롭게 꾸며졌으며, 쇼를 능가하는 재미를 안겨주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FAMILY GATHERING

새 시즌 파리 패션위크에서 그 어떤 셀러브리티보다 뜨거운 화제를 모은 가족이 있다. 오프화이트 쇼에서 두 딸 지지 & 벨라와 함께 워킹한 엄마 욜란다 하디드, 그리고 이지 쇼에 등장한 카니예 웨스트의 딸 노스 웨스트가 그 주인공. 특히 노스 웨스트는 이지 쇼의 모델들처럼 땋은 머리와 낙낙한 팬츠, 부츠 차림으로 공연을 펼쳤으며, 어린이(?)답지 않은 패션 소화력과 랩 실력으로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NEW ERA OF KENZO

겐조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캐롤 림 & 움베르토 레옹 듀오와의 인연을 뒤로하고,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펠리페 올리베이라 밥티스타가 이끄는 첫 번째 쇼를 공개한 것. 너무나도 오랜 시간 고전해온 겐조를 침체기에서 구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라코스테에서 모던하면서도 우아한 스포티즘을 완벽하게 구현해온 그가 펼친 쇼는 기대 이상이었다.

느슨한 것이 좋아

 

바야흐로 실용주의의 시대다. 심미적인 부분에 두었던 가치를 편하고, 폭넓게 활용 가능한 것으로 옮겨왔다는 뜻이다. 영원히 아방가르드할 것 같던 하이패션계도 시대적 흐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몇 시즌째 아찔한 스틸레토 힐보다 납작한 굽의 샌들이, 인형 옷처럼 몸을 꽉 죄던 드레스 대신 낙낙한 팬츠가 런웨이를 메우던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슬링(sling) 트렌드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탄생했다. 그리고 보디콘셔스 실루엣의 불편함과 오버사이즈 실루엣의 거추장스러움, 둘 중 어느 쪽도 감수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완벽한 대안을 제시하며 단숨에 대체 불가능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골반에 살짝 걸쳐 입은 팬츠, 제 사이즈보다 약간 큰 느낌의 코트, 발목 부분을 묶어 헐렁한 실루엣을 강조한 팬츠처럼 긴장감과 여유 사이를 오가는 디테일이 극과 극의 실루엣 사이에서 유독 쿨하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사실 슬링은 설명하기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다. 슬링 백이야 이미 몇 시즌째 유행하며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지만, 옷은 ‘도대체 느슨하다는 게 어느 정도야?’라는 의문을 품게 만드니 말이다. 먼저 슬링을 하이패션계로 불러들인 보테가 베네타와 JW 앤더슨의 쇼를 예로 들어보자. 보테가 베네타는 소매길이 와 전체 길이 모두 기본적인 테일러드 코트보다 살짝 긴 코트를 선보였고, 허리 벨트까지 헐렁하게 묶으며 슬링한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반면 JW 앤더슨은 바지 밑단을 살짝 묶어 대비를 이루게 함으로써 다른 부분의 낙낙한 형태를 강조했다. 광택이 돋 보이는 로샤스의 팬츠와 랑방의 구조적인 데님 팬츠, 넉넉하다 못해 남의 바지를 빌려 입은 듯 보이는 사카이의 와이드 팬츠처럼 골반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디자인으로 슬링을 구현한 브랜드도 적지 않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달리 해석하자면 급박하게 돌아가는 패션계에 낯선 것이 끼어들 틈이 많지 않다는 의미이기도하다. 그렇기에 이름마저 생소한 슬링의 등장 역시 아직은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두고 보길.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고 모호하며 오묘한, 그러나 입을수록 편안하고 포근한 이 실루엣은 디자인만큼이나 분명하지 않고, 조급하지 않은 속도로 일상에 뿌리내릴 테니 말이다.

치노 팬츠와 친하게 지내야 할 때

치노(Chino)는 두꺼운 능직 코튼을 말한다.
보통 팬츠로 많이 만들어지는데,
이는 제 1차 세계대전에 미 육군이 입던 작업복에서 유래됐다.

색은 보통 짙은 녹색(카키색), 옅은 베이지, 베이지와 같은
토양색(Earth Tone)이 많다.
남성복에서 팬츠 또는 사파리 재킷으로 많이 만들어지며
여성복에서도 팬츠, 스커트 등으로 제작된다.

흔히 ‘프레피 룩’이라 불리는 아이비 리그 룩에
꼭 필요한 아이템으로 코튼 셔츠, 운동화 등과 매치된다.

그렇다고 매일 학생처럼 입을수도 없는 일,
스트리트 씬에서 치노 팬츠멋지게 차려 입은 여자들에게서 영감을 얻어보자.

이번 시즌 치노 팬츠는 어떻게 스타일링해야 할까?



베이지색 치노 팬츠를 가장 멋스럽게 입는 방법은
트렌치코트와 매치하는 것.

버버리(Burberry)의 웨스트민스터 롱 헤리티지 트렌치코트.
가장 클래식한 디자인의 오버사이즈 코트로
사두면 평생 입고 물려줘도 될 정도로 기본 중 기본이다.
버버리에서 판매 중이며 가격은 2백90만원대.


꽤나 클래식하게 만들어진 톰보이(TOMBOY)의 트렌치코트.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오버사이즈 핏으로 어떻게 입어도 멋스럽다.
게다가 가격도 합리적! SI 빌리지에서 구매 가능하다.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의 치노 팬츠.
이자벨 마랑 틀유의 실루엣이 매력적이다.
가격은 40만원대로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 가능하다.

커버낫(Covernat)의 와이드 치노 팬츠.
헐렁한 티셔츠와 와이드 팬츠 그리고 트렌치코트의 조합은
남녀를 불문하고 멋스럽다.
흰색 운동화도 잊지 말 것.


요즘 유행하는 퍼프 블라우스랑도 은근 잘 어울린다.

보카바카(vocavaca)의 심플한 퍼프 블라우스.
여성스럽게 스타일링하기 보다
사진에서처럼 데님 팬츠나 치노 팬츠에 매치해 보자.
훨씬 스타일리시한 룩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가격은 15만8천원으로 공식 홈페이지에서 프리오더 가능하다.

씨바이끌로에(See by Chloe)의 사랑스러운 퍼프 블라우스.
검은 실로 수 놓은 디테일이 매력적이다.
가격은 30만원대로 네타포르테(Net-a-Porter)에서 구매 가능하다.


가니(GANNI)의 하이웨이스트 와이드 치노 팬츠.
은근히 사랑스러운 퍼프 블라우스에 와이드 핏 팬츠가 잘 어울린다.
가격은 20만원대로 매치스패션(Matches Fashion)에서 구매 가능하다.

 


아주 살짝 여유 있는 핏의 코스(COS) 치노 팬츠.
퍼프 블라우스와도, 여름 린넨 재킷과도 무난하게 잘 어울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