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8세 유권자 ③

선거법 개정으로 선거 연령이 만 18세 이상으로 낮아졌다. OECD 가입 국가 중 가장 마지막으로 투표권을 쟁취한 이들은 4월 16일, 생애 첫 번째 투표를 앞두고 있다. 우리는 지난한 시간 속에서 치열한 논쟁 끝에 투표권을 갖게 된 14명의 만 18세 유권자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직업도, 선택한 삶의 방향도, 취향도 각기 다른 이들은 자신과 친구들에 대해서, 사회에 대해서, 선거에 대해서 아주 솔직한 생각을 들려줬다. 여기에는 나이와 성별, 금전적 환경에 따른 편견이 없는 세상,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사회를 바라는 열망이 담겨 있다. 이 글을 읽으며 잠시라도 이들의 바람대로 우리 사회가 꿈을 꾸길 바란다.

권재범(축구 선수)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축구를 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이 아니라 프로 구단인 강원 FC에 입단했다. 포지션은 골키퍼. 리버풀FC의 알리송 베커처럼 수비와 빌드업이 모두 가능한 골키퍼로 성장하고 싶다. 일단 올해는 한 경기라도 뛰어보는 것이 목표다.

내가 자라온 사회적 환경은 남들보다 좋은 조건이었다. 부모님이 지원해주어 축구부가 있는 학교를 다녔고, 좋은 선생님과 즐겁게 같이 뛸 수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 어린 나이에 가족과 떨어져 합숙 생활을 하는 것과 축구 외적인 경험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가장 신경 쓰는 사회적 이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많은 사람과 접촉해야 하고, 단체 생활을 하다보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제일 많이 보는 건 축구 관련 기사. 가장 많이 본 건 강원 FC에 내가 입단했다는 기사.(웃음) 내가 속한 K-리그 소식을 많이 찾아 본다. 확실히 축구에 대한 열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또래 사이에서 가장 핫한 것은 힙합과 유튜브, 넷플릭스. 특히 힙합은 주변에 운동하는 친구들밖에 없는데도 유행하는 걸 보면 확실히 지금 가장 핫한 음악인 것 같다. 그리고 요즘 우리 또래 중 유튜브랑 넷플릭스 안 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나는 개인적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를 좋아한다.
지금 만 18세는 자유와 다양성을 꿈꾼다. 예전에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 의사가 되는 것이 많은 사람이 원하는 일이었다면 지금은 꿈이 훨씬 다양해진 것 같다. 축구 분야에서도 선호하는 포지션이 다양해졌고, 꼭 선수가 아니더라도 에이전트나 트레이너처럼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재능을 펼치려는 친구가 늘고 있다. 또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분위기가 있다. 강압적인 것을 싫어하고, 자기 의견을 밝히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가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것은 나의 노력. 다른 직업이라면 모르겠지만 나는 제반 시설이 이미 갖춰진 프로 팀에 들어왔기 때문에 좋은 환경에서 꿈을 키울 수 있다. 그러니 나만 잘하면 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세상은 모두가 행복한 세상. 여건이 안 돼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는 사람 없이 모두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세상.
만 18세부터 유권자에 포함하는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들끓었던 찬반 여론은 찬성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만 18세면 세금을 내고 국방의 의무를 지며 면허도 딸 수 있다. 투표권만 없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 나라에서 같이 살아가는 사람인 이상 나라의 미래를 선택하는 투표권은 꼭 필요한 의무이자 권리다.
만약 내가 총선에 나간다면 일단 축구와 관련한 제반 시설을 확충하겠다. 그리고 청소년이 꿈을 실현하도록 나라에서 도울 수 있는 정책과 시설을 찾아보겠다.

안소현(피겨스케이팅 선수)
집 앞에 아이스링크가 있는 덕분에 어린 나이에 우연찮게 피겨스케이팅을 접했다. 스케이트를 좋아하고, 소질도 어느 정도 있어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앞으로 더 많은 경험을 쌓아 지도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내가 자라온 사회적 환경은 비교적 괜찮았고, 비교적 좋지 않았다. 또래 친구들에 비해 이른 나이에 꿈을 발견하고 이를 위해 노력한 덕분에 국가대표까지 됐다. 그렇지만 늘 걱정과 불안을 안고 살았다. 그리고 스케이트를 맘껏 타기에 한국의 빙상 환경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열악하다. 빙상장이 적은 탓에 늘 새벽이나 밤늦게 훈련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신경 쓰는 사회적 이슈는 집값. 부모님에게서 독립할 시기라고 생각하는데, 수도권의 집값을 보면 내 나이에 살 집을 구하는 건 불가능하다. 성인이 되었다고 해도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우리 기성 세대가 이렇게 답이 안 나오는 시대를 물려주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노답’이라는 말이 유행하나 싶다.
지금 우리 사회는 불평등의 시대. 본인의 노력보다는 이미 누리고 있는 환경에 따라서 미래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이런 불합리가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심해지고 고착화된다는 점이다.
내가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것은 풍성한 빙상 인프라. 그리고 당장의 성과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선수들을 교육하는 환경. 내 꿈은 세계적인 빙상 지도자가 되는 거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빙상 환경에서는 선수도 지도자도 더 큰 꿈을 펼치기 힘들다. 지금보다 훨씬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만 18세부터 유권자에 포함하는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들끓었던 찬반 여론은 결국 당사자인 만 18세 유권자의 투표율로 옳고 그름이 판가름 날 거다. 각자 어떤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에게 투표할지 고민하고, 그래서 실제로 투표율이 높게 나오면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존중받는 동시에 우리를 위한 더 많은 정책이 실현될 거다.
선거에서 표를 잃을 만한 공약이나 행동은 당장 표를 얻기 위한 무모한 공약. 세대나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는 공약.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이익을 침해하는 공약.
바람직한 유권자란 투표소에 나가는 사람. 아무리 공약을 판단하고 정치인을 평가해도 투표하지 않으면 책임을 다하지 않는 사람일 뿐이다. 좋은 공약, 모두에게 이로운 공약을 고를 줄 아는 안목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실제 투표하는 사람이 바람직한 유권자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총선에 나간다면 운동선수 출신으로서 체육계 시스템을 공정하게 정비하고, 전반적으로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겠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종목별 선수 선발 규칙을 재정비하고, 사회적으로도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입시, 투명한 금융 시스템을 제안할 거다.

박희주(문예창작과 학생)
글, 사진, 그림, 음악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 관심이 높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여행 에세이 <낯설게 보기>를 전시했다. ‘물들지 않고, 날것으로’를 좌우명으로 삼고 스스로를 탐구하는 중이다.

내가 자라온 사회적 환경은 많은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성공을 배우기 전에 회의감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고 배웠고, 그래서 꿈이나 성공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항상 고민했다.
만 18세가 살기에 한국은 가르침과 깨달음을 주지만 동시에 불가능을 전제로 두게 하는 나라. 그래서 ‘헬조선’이니 ‘탈조선’이니 하는 말을 학생들이 쉽게 입에 담는 것 같다. 아무래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것이 사실이다.
가장 신경 쓰이는 사회적 이슈는 부동산 정책. 최근에 방송에서 부동산 규제를 피하고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1인 법인을 설립하는 다주택자에 관한 내용을 봤다. 사실 크게 와닿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우울해졌다.
내가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것은 포용력. 사회가 발전할수록 많은 가치가 등장하고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사람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 사회는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옳다는 말이 아니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거다. 그 가치가 어떻게 나왔고 그 배경에 어떠한 사건들이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만 18세의 삶을 방해하는 것은 자기 확신의 결여. 이런 상태가 가장 증폭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자아 탐색에 관한 다양한 검사를 진행하지만 아무리 많은 결과지를 갖는다고 해도 이것이 곧 자기 확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자기 확신의 결여는 자기애의 결핍으로 이어져 대인 관계뿐 아니라 학업과 진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자기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이를 바탕으로 진로로 정할 수 있는데, 실상은 반대로 일단 대학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서 발생하는 혼란과 떨어진 자존감이 우리 삶을 방해하고 위협한다.
선거에서 표를 잃을 만한 공약은 자신감만 있고 현실성 없는 말. 물론 급진적인 개선을 원하지만, 이런 공약일수록 제자리걸음이나 퇴행을 가져오기 십상이다. 모두에게 좋은 꿈을 가지게 하는 동시에 책임 있는 공약이 필요하다.
바람직한 유권자란 줏대를 지키고 그 줏대에 걸맞게 투표하는 사람. 조금이라도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무거운 표를 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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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8세 유권자 ②

선거법 개정으로 선거 연령이 만 18세 이상으로 낮아졌다. OECD 가입 국가 중 가장 마지막으로 투표권을 쟁취한 이들은 4월 16일, 생애 첫 번째 투표를 앞두고 있다. 우리는 지난한 시간 속에서 치열한 논쟁 끝에 투표권을 갖게 된 14명의 만 18세 유권자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직업도, 선택한 삶의 방향도, 취향도 각기 다른 이들은 자신과 친구들에 대해서, 사회에 대해서, 선거에 대해서 아주 솔직한 생각을 들려줬다. 여기에는 나이와 성별, 금전적 환경에 따른 편견이 없는 세상,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사회를 바라는 열망이 담겨 있다. 이 글을 읽으며 잠시라도 이들의 바람대로 우리 사회가 꿈을 꾸길 바란다.

김효동(래퍼)
우연히 길을 걷다 들은 힙합 음악에 꽂혀 랩을 시작했다. 왠지 내가 해도 잘할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다. <고등래퍼 2>에 지원해 본선에 진출했고, 이후 지금까지 랩을 하고 있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톤을 살린 개성 있는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꿈이다.

내가 자라온 사회적 환경은 랩을 하기에 적합하진 않았다. 랩을 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고등래퍼 2> 방송이 나가기 전까지 언제나 반대에 부딪혔다. 부모님을 포함해 선생님, 심지어 친구들도 일단 공부하고 랩은 나중에 하는 게 좋을 거라며 말렸다. 이유는 하나였다. ‘공부를 잘하는데 아깝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서 혼자 했다. 랩을 배울 수 있는 학원도 없고, 선생님도 없었지만 혼자 사운드클라우드와 유튜브를 보면서 장비를 사고 연습을 했다.
만 18세가 살기에 한국은 아직 꼰대가 많다. 내가 생각하는 꼰대는 닫혀 있는 사람이다. 모든 것을 본인의 생각으로만 판단하는 사람.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사고가 유연한 사람이 늘었으면 한다.
가장 신경 쓰는 사회적 이슈는 미국과 이란의 대립. 뉴스를 보다 보면 전쟁이 아주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무섭기도 하고, 남북 관계는 어떻게 될지 걱정도 된다. 만약 전쟁이 나면 6·25전쟁 때 미국이 파병을 온 것처럼 나와 같은 세대들이 미국으로 파병을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신경을 쓰게 된다.
내가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것은 좀 더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원하는 일에 몰두하도록 내버려두는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비트 메이킹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생겼으면 한다. 또 이미 꿈을 이룬 유명한 아티스트를 만날 기회도 있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세상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을 꿈을 이루기 위해서 공부하는 세상. 청소년의 인생 최대 목표가 대학이 아닌 세상. 대학이라는 공통 목표만 없어져도 사람들이 자신을 직면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을 거다. 대학이 아니라 꿈에 목메는 사회를 바란다. 그리고 전쟁 없는 세상.
만 18세부터 유권자에 포함하는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들끓었던 찬반 여론은 찬성의 편을 들어줘 기쁘다. 물론 반대 여론도 인정한다. 어른들이 보기에 만 18세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많은 아이들로 보일 테고, 잘 모르는 애들이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 걱정될 거다. 그런데 지금은 학생들도 정치에 다가갈 수 있는 플랫폼이 많다. 그리고 요즘 애들은 생각보다 뉴스에 민감하다. 지금 사회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고 있는지는 고등학교 1학년도 안다.
투표권 외에 만 18세에게 주어졌으면 하는 것은 청소년에서 성인이 되는 과도기에 있는 사람을 배려해주는 정책. 얼마 전에 영화를 보러 갔는데 12월까지만 해도 8천원이던 입장료가 1만원으로 올라 조금 부담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교통비도 마찬가지다. 대학생 할인이 있긴 하지만, 대학에 가지 않는 사람도 스무 살까지 배려해주는 제도가 있으면 더 좋겠다.

이시은(유튜버)
‘아트비트’라는 댄스 크루에서 활동하면서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흥부자시은’이라는 계정을 만들었다. 공고 학생들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제작한 학교생활을 담은 영상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27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게 됐다. 앞으로 유튜브를 통해 하고 싶은 건 다 해볼 작정이다.

가장 신경 쓰는 사회적 이슈는 일본 관련 뉴스. 이에 관한 영상도 많이 찾아 봤다. 영상을 보기 전에는 가볍게 생각했는데, 보다 보니 애국심이 불타오르는 중이다. 또래 사이에서 가장 핫한 것은 K-Pop. 그중에서도 트와이스랑와 방탄소년단이 핫하다. 댄스 영상을 올릴 때도 두 팀의 곡은 언제나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다.
내가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것은 직업의 다양성. 여러 가지를 시도할 수 있는 기회의 장. 나는 지금 댄스 크루에서 춤을 추면서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 유튜버를 직업으로 삼는 동시에 디제잉도 배우고 싶고, 홍보나 마케팅 관련 일도 해보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하나라도 제대로 하라는 말이 돌아온다. 아직 시간이 많은데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면 안 되나. 남들처럼 떠밀려서 가는 대학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걸 찾고 싶어서 재수를 선택했는데, 이런 내 상황을 알면 뭐라고 하는 어른이 있을 거다. 뭐든지 할 수 있도록 인정하고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지금 내게는 가장 필요하다.
내가 바라는 좋은 세상은 편견 없는 세상. 내 유튜브에서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영상이 ‘공고에서 여학생으로 살아남기’다. 이 영상을 만든 이유는 공고에 다니는 여학생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응 중에 무섭고 불량한 애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는 말도 많다. 그렇지만 제일 좋은 건 애초에 편견 없이 바라보는 시선이다.
만 18세부터 유권자에 포함하는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들끓었던 찬반 여론은 처음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전에는 투표권을 얻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컸는데, 막상 투표권이 생기니 관심이 생기더라. 생각해보니 우리는 그간 크고 작은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니 투표할 권리가 충분하다. 나도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한 표를 행사할 생각이다.
만약 내가 총선에 나간다면 교육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어른들 말고 교육 당사자인 만 18세를 포함한 학생들이 직접 의견을 내고 정책에 관여할 수 있는 폭을 넓히겠다.

강지원(영화과 학생)
어릴 때부터 영화를 보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했으며, 앞으로 대학교에서 연출 공부를 이어갈 예정이다. 캐서린 비글로 감독을 존경하고, 스릴러 장르를 사랑한다.

내가 자라온 사회적 환경은 성적으로 평가받는 세상. 초등학교 때부터 선생님들은 학생을 성적만으로 평가했다. 간혹 숨은 재능과 가능성을 알아봐주는 선생님도 계셨지만 드물었다. 특히 고등학교 때는 성적으로 학생을 줄 세우는 방식이 더 노골적이었다. 다행히 나는 이런 폭력적인 잣대에도 불구하고 영화라는 꿈을 꾸면서 좋아하는 것을 배웠기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많은 친구들이 꿈을 발견하지 못한 채, 점수에 맞추어 대학을 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다.
가장 신경 쓰는 사회적 이슈는 젠더 문제. 지난 2017년 시작된 미투 운동을 보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가부장제와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는 견고히 버티고 있다. 또 성범죄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도 많다. 최근 여론을 보면 무작정 성별로 나뉘어 싸우는 것을 목격할 수 있는데, 젠더 문제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 같이 평등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지금 우리 사회는 개인주의로 정의할 수 있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간다. 삶이 팍팍해서, 일이 바빠서, 이유는 다양하지만, 어쨌든 주변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으면 굳이 나서서 누군가를 도우려고 하지 않고 대화조차 꺼린다. 최근 뉴스에서 홀몸노인 고독사 소식을 자주 접하는데, 소통의 단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요즘 ‘나만큼은 다르게 살자’라는 생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안부를 묻고, 눈을 맞추면서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내가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것은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 확충. 영화감독을 지망하는 사람으로서 좀 더 다양한 영화가 사람들에게 닿기를 바란다. 그런데 우리나라 영화 시장에서 독립영화의 비중은 매우 낮은 편이다. 대중이 독립영화를 선호하지 않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영화 제작에 대한 지원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이유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보다 활발한 투자나 지원이 이루어져 꿈 많은 감독들이 보다 자유롭게 영화를 통해 이야기를 펼칠 수 있었으면 한다.
내가 바라는 좋은 세상은 모든 사람들이 ‘나답게’ 사는 것. 누구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귀하게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 누구나 존재만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타인의 시선을 걱정할 필요 없이 원하는 삶이길 바란다.
선거에서 표를 잃을 만한 공약은 소신과 철학 없이 정당을 계속 옮겨다니는 철새 같은 국회의원의 헛말.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없는 유명무실한 정책. 극단적인 진영 논리에 치우친 공약.
바람직한 유권자란 수많은 사람이 이 권리 하나를 위해 치열하게 투쟁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 누구나 학교 역사 수업을 통해 참정권이 얼마나 힘든 과정을 통해서 주어졌는지 알 거다. 앞선 사람들이 미래의 우리를 위해 얻어낸 권리를 귀찮다거나 놀러 가기 위해 포기 하진 말자. 그리고 표를 보다 신중히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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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8세 유권자 ①

선거법 개정으로 선거 연령이 만 18세 이상으로 낮아졌다. OECD 가입 국가 중 가장 마지막으로 투표권을 쟁취한 이들은 4월 16일, 생애 첫 번째 투표를 앞두고 있다. 우리는 지난한 시간 속에서 치열한 논쟁 끝에 투표권을 갖게 된 14명의 만 18세 유권자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직업도, 선택한 삶의 방향도, 취향도 각기 다른 이들은 자신과 친구들에 대해서, 사회에 대해서, 선거에 대해서 아주 솔직한 생각을 들려줬다. 여기에는 나이와 성별, 금전적 환경에 따른 편견이 없는 세상,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사회를 바라는 열망이 담겨 있다. 이 글을 읽으며 잠시라도 이들의 바람대로 우리 사회가 꿈을 꾸길 바란다.

아노락과 셔츠 모두 프라다(Prada).

한현민(모델)
야구 선수를 꿈꾼 적도 있다. 중학교에 갓 입학한 무렵, 옷에 관심을 가졌고 결국 패션모델로 데뷔했다. 미국 타임지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30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모델뿐 아니라 예능인, MC, 연기자로도 활약 중이다.

만 18세가 살기에 한국은 경쟁의 연속. 나는 운 좋게도 어린 나이에 꿈을 찾았고 차차 이뤄가는 중이지만, 주변 친구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이라는 피니시 라인에 다다를 때까지 기나긴 마라톤을 해야 한다. 입시가 끝나면 또다시 취업 경쟁이 시작된다. 나 역시 좋은 무대에 서기 위해 수많은 오디션을 경험했다. 경쟁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과열된 분위기는 많은 폐해를 낳는다고 생각한다.
또래 사이에서 가장 핫한 것은 군입대. 막 성인이 된 내 또래의 남자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일 것이다. 군대에 언제 가야 할지를 놓고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것은 안전망.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경험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어른들 사이에서 소통하는 게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또래 친구들에 비해 일찍 사회에 나온 것이 장점이 됐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일을 하는 청소년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 있으면 좋겠다. 청소년들의 꿈이 다른 용도로 이용되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세상은 주저하지 않고 꿈에 도전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더라도, 누구나 최소한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세상.
만 18세부터 유권자에 포함하는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들끓었던 찬반 여론은 당연하다. 청소년에게 정치는 마냥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이번 투표권 행사를 통해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 세대를 아우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바람직한 유권자란 투표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 무엇보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투표권을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투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다. 쉬는 날이라고 생각해 투표하는 것을 귀찮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만약 내가 총선에 나간다면 꿈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주변 친구들에게 ‘제대하면 뭐 할 거야?’라고 물으면 70% 이상이 계획이 없다고 답한다. 일찍부터 자신이 뭘 좋아하고 뭘 잘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진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 이것은 실질적으로 일자리, 취업과 연결될 것이다.

블레이저,니트 톱과 스커트 모두 레하(Leha)

노정의(배우)
2011년 채널A 드라마 <총각네 야채가게>로 데뷔했다. 그후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연기 경험을 쌓는 중이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입학을 앞두고 있다.

내가 자라온 사회적 환경은 비교적 안전하고 평탄했다. 다만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이에 발맞춰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또래 사이에서 가장 핫한 것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4관왕을 한 것. 한류가 점점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배우로서 내가 가진 목표를 다시금 상기했다. 3월 예정된 대학 입학을 앞두고 캠퍼스 생활의 로망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세상은 차별 없는 사회. 그리고 차별에 노출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든든한 세상.
만 18세부터 유권자에 포함하는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들끓었던 찬반 여론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얼마 전 이를 주제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가 겪는 고충은 우리 세대가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적어도 목소리를 낼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의견과 투표권 하나가 가지는 의미가 중요하기 때문에, 올바른 선택을 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기에는 아직 어리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바람직한 유권자란 한 표가 가지는 무게를 알고 신중하게 투표하는 사람. 이왕이면 개인의 욕심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공약에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
만약 내가 총선에 나간다면 대학 입시 과정을 좀 더 수월하게 만들 것이다. 과열된 경쟁을 줄이고,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길 바란다. 결과에만 집중하지 않고 과정에 박수를 쳐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모두가 즐겁게 맡은 일에 임할 수 있지 않을까.
투표권 외에 만 18세에게 주어졌으면 하는 것은 교육. 만 18세는 학생과 어른의 경계에 놓인 나이다. 법적으로는 성인이 되지만, 그렇다고 내면까지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성인의 권리에 천천히 접근할 수 있도록 사전 교육을 받는다면, 굳이 부딪혀보지 않아도 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레이블리스(Labeless), 허리에 묶은 데님 재킷 사카이(Sacai),팬츠 로클(locle), 부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시은(댄서)
어릴 적 꿈은 가수였다. 좋아하는 뮤직비디오를 틀어놓고 무작정 따라 췄다. 중학생이 되어서 처음 안무 수업을 들었고, 3년 만에 원밀리언댄스스튜디오에서 강사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안무를 창작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한다.

내가 자라온 사회적 환경은 걱정과 불안이 늘 함께 했다. 의견 차이로 매일 갈등을 빚는 사회이기도 하다. 특히 2014년 세월호 참사는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또래 사이에서 가장 핫한 것은 유튜브와 영상 콘텐츠. 특히 틱톡 같은 영상 애플리케이션이 인기가 많다.
내가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것은 금전적 지원. 주변에 집안 환경이 어려워 배움에서 멀어진 친구가 많다. 이들을 모두 포용하는 사회 안전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세상은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고, 갈등을 좁히기 위한 대화가 이루어지는 사회.
만 18세부터 유권자에 포함하는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들끓었던 찬반 여론은 찬성. 그동안은 정치에 대해 잘 몰랐더라도, 투표를 하며 정치를 알아가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특히 청소년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펼치려면 당사자인 청소년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람직한 유권자란 내가 살아갈 사회를 위한 일임을 잊지 않고 신중하게 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 나 또한 공약을 세세하게 따져볼 생각이다.
만약 내가 총선에 나간다면 청년들의 불안한 미래를 보장해줄 정책을 마련하고 싶다. 장학금 확대와 교육 투자 및 지원을 통해, 청년들이 더 이상 포기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는 것처럼.

베스트형 재킷 미우미우(Miu Miu), 데님 팬츠 일립시스(Ellipsis), 슈즈 반스(Vans), 시계 예거 르쿨트르 바이 빈티크(Jaeger-LeCoultre by Be-Antique).

이진솔(가수)
에이프릴의 메인 보컬. 어릴 때부터 가수를 꿈꿨다. 청소년 노래 경연 대회에서 수상한 뒤 기획사 연습생 생활을 거쳐 2015년 데뷔했다.

가장 신경 쓰는 사회적 이슈는 뉴스를 점령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빠른 대처로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래 사이에서 가장 핫한 것은 유튜브와 드라마.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친구들이 가장 쉽게 영감을 받을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영상을 보며 춤이나 노래 연습을 하기도 한다.
내가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것은 연습 공간. 가수의 꿈을 이룬 지금은 연습실이 생겼지만, 소속사에 들어오기 전에는 연습할 공간이 별로 없었다. 노래와 춤을 연습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커뮤니티와 악기나 작곡, 작사를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시설이 많아진다면 K-Pop 꿈나무들이 성장할 기회가 더욱 더 많아질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세상은 평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사회. 사회적 목소리의 크기가 가진 것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바람직한 유권자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기본 원칙에 따라 한 표를 행사하는 사람.
투표권 외에 만 18세에게 주어졌으면 하는 것은 인권 교육의 의무화.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인권 침해에 해당하는 일을 아무 거리낌 없이 행하거나, 반대로 피해를 입은 경우에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적어도 인권에 무지하지 않은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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