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동물도 존중받는 세상

타자의 고통에 아픔을 느끼며 보다 많은 존재가 덜 고통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비건의 삶을 선택한 작가 보선의 이야기 <나의 비거니즘 만화>를 열어본 이상, 우리는 외면할 수 없는 진실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귀여운 그림체와 쉽고 간결한 글에 빠져 책장을 넘겼겠지만 평화로운 동물과 사람 이야기는 없다. 대신 태어나자마자 칼이나 인두로 마취 없이 부리가 잘리는 암평아리와 바로 죽임을 당해 비료로 쓰이는 수평아리, 송아지가 아닌 인간을 위해 305일간 매일 40kg의 우유를 짜내야 하는 젖소, 철봉이나 전기충격기로 맞으며 도축장으로 향하는 트럭에 실리는 돼지의 삶이 그려져 있다. 그렇지만 작가는 이 책을 읽은 모든 사람이 반드시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진 않는다. 다만 진실을 마주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 우리에겐 비거니즘에 한발 더 다가갈 작은 용기가 필요하다.

포털 사이트에서 연재하던 동명의 웹툰 시리즈를 엮은 책입니다. 웹툰에서 책으로 이어지기까지, 지금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예전부터 제 생각이나 가치관을 글과 그림으로 만드는 걸 좋아했는데, 최근 몇 년간 제게 있어 가장 큰 화두가 비건이었어요. 채식주의자가 된 다음부터 마치 각성된 것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거든요. 그래서 이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데, 가능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화라는 형식을 선택했어요.

제목만 보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책장을 열면 비건과 동물권에 관한 강력한 메시지가 촘촘히 담겨 있습니다. 일종의 캠페인 같달까요. 비건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장벽을 낮추고 싶었어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불완전해도 좋으니 평소에 조금이라도 비거니즘을 실천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책에 관한 리뷰를 살펴본 적이 있나요? 분명히 공격적으로 받아들이거나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포털 사이트나 SNS에 연재했을 때 그런 반응이 꽤 있었거든요. ‘식물은 안 불쌍하냐’부터 시작해서 ‘공장식 축산을 하면 오히려 동물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데 그게 왜 문제가 되느냐’까지요. 그런데 다행히 아직까지 책에 관해 그런 리뷰는 없었어요.

이런 이야기를 할 때 항상 나오는 반대 의견 중 하나가 비건이 아닌 사람들을 나쁜 사람으로 매도한다는 말입니다. 머리말에서 ‘비거니즘은 누군가를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기 위한 가치관이 아닙니다’라고 말했지만, 분명 누군가는 불편하고 찔리는 느낌이 나를 비난하는 거라 해석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건 피할 수 없는 반응 같다고 생각했어요. 육식이 동물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고통받게 하는 건 사실인데, 이 사실을 말하는 것 자체가 사람들의 일상을 긁는 것이기 때문에 불편함 없이 이야기하는 건 불가능한 것 같아요. 그리고 불편함을 느껴야 바뀐다고 생각했고요.

아마 대부분의 독자가 그런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이 도축에 관한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린 ‘음식 이전의 삶’ 에피소드일 것 같습니다. 그 에피소드만큼은 제 생각을 말하기보다 직접 발견한 사실만 가지고 구성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도축 관련 에피소드는 한 편당 2주 정도의 시간을 두고 책이나 논문을 찾아보면서 정확한 사실만 담아내려고 했어요. A4 크기보다 작은 면적의 케이지에서 서로의 발톱에 짓눌리며 매일 알을 낳는 닭, 비좁은 스톨에서 격리되어 출산하다 보니 욕창이 생기거나 자신도 모르게 새끼를 깔아 죽게 만들기도 하는 돼지의 이야기에 굳이 제 감정을 강요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거든요. 이런 고통스럽고 불편한 진실을 건넬 때 중요한 건 스스로 읽고 느끼는 것이니까요.

실제로 채식뿐 아니라 동물성 성분이 들어가거나 동물실험이나 서비스도 지양하는 비거니즘을 실천하고 있다고요. 어떤 자각을 통해 비건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몇 년 전 동네 서점에서 동물권에 관한 책을 발견한 적이 있어요. 그 책을 읽고 동물도 사람과 같이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고, 그때부터 세상이 너무 인간만의 세상 같고 왠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정적으로 동물권 운동가 게리 유로프스키(Gary Yourofsky)의 강연을 보고 더 이상 선택을 미룰 수 없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 강연에 ‘당장 채식을 해라’, ‘동물권 운동가가 되어라’라는 말은 없어요. 그저 현실을 보여주고 개인의 행동과 동물의 고통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죠. 그다음에 어떻게 선택할지 물어요. 그 뒤론 어떤 선택을 해도 제 책임이 되는 거죠. 그걸 보고 이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채식을 하게 됐어요.

때에 따라 육류와 생선을 먹는 플렉시테리언부터 고기, 생선, 유제품, 그리고 동물 착취로 얻은 모든 것을 소비하지 않는 비건까지 여러 채식주의자의 단계를 넘어서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육식을 끊자’가 아니라 줄이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그런데 한번 마음을 먹고 나니까 여러 단계가 필요하지 않더라고요. 처음 1백 일 동안은 허기지고 먹어도 배부르지도 않고 불만족스러웠거든요. 그런데 이후로는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이 오래가고 오히려 건강해졌어요.

스스로를 어떤 비건이라 칭할 수 있을까요? 만만하지만, 단단한 비건. 저의 단점이자 장점이 누구나 경계없이 쉽게 다가올 정도로 편안한 인상을 지녔다는 거예요. 덕분에 비건이 아닌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기고, 비거니즘에 대해 말할 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어요. 사람들이 만만한 저를 보고 채식주의자의 대열에 들어설 수 있게 하는 거죠. 그렇지만 한편으론 남들한테 휘둘리거나 주눅 들면서 채식을 하지는 않으니까 물렁하진 않아요.

사람들이 더 만만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그동안 잘 몰랐거나 오해하고 있는 비건에 관한 사실을 알려준다면요? 땅콩버터는 버터가 들어 있지 않고 땅콩으로만 만들어졌다는 것. 그리고 <더 게임 체인저스>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뛰어난 운동선수 중에도 채식주의자가 있다는 거요.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것을 드는 남자가 비건이고, 플랭크를 4시간 넘게 해서 세계신기록을 세운 여자분도 비건이라는 거예요. 그런 걸 보면서 채식이 보통 체격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서 강한 체력을 유지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보통 에너지가 부족할 때 고기를 먹자고 하잖아요. 채식 중에도 그런 메뉴가 있을 것 같아요. 제 취향으로는 봄동전. 이름도 산뜻하고, 색도 푸르러서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지만, 기름에 부쳐 먹으면 아삭하고 고소한 맛 때문에 기운도 나고 기분도 더 좋아져요.

당장 비건을 실천하기 어렵거나 어떤 것부터 행동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한 방식도 있을까요? 일상을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SNS에 고기 사진을 올리지 않는 것도 하나의 시작이 될 수 있어요. 다음으로 일주일에 한 번 고기 안 먹는 날을 정하거나 먹더라도 동물 복지 인증 표시가 된 제품을 소비하는 거죠. 텀블러를 챙기는 것, 휴지 대신 손수건을 쓰는 것, 비닐봉지를 최대한 안 쓰는 것도 모두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방법이에요.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면, ‘비건은 단순한 채식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라는 말인 것 같습니다. 삶에 대해 어떤 태도를 견지하고 있나요? 지속 가능한 삶을 추구하고 있어요. 그게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는 게 아니라 내가 나다울 수 있는 삶을 만들고, 내가 존재하는 삶터를 잘 가꿔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환경을 보호하려는 거고요. 환경이나 동물권에 대해서도 지속 가능성을 생각하지만 동시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실천하고 있어요.

비건으로서 바라는 가장 높은 이상은 무엇인가요? 동물 해방. 엄청나게 까마득하죠. 그렇지만 이를 지향하면서 한 걸음씩 걸어가보려는 사람들이 조금씩 는다면 영원히 극단적인 꿈은 아닐 거예요.

펭귄의 삶이 계속되기를

‘터벅터벅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펭귄 몇 마리가 내 앞에 멈춰 섰다. “저 인간 뭐냐. 왜 여기 있냐” 하고 저들끼리 속삭이는 것 같다. 모르긴 몰라도, 다른 동물을 보겠다고 서른 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먼 남극까지 와서 순전히 보기만 하고 돌아가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할 것이다.’

극지연구소 선임 연구원 이원영 박사가 남극에서 보고 느낀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에서 가장 관심이 없는 건 책의 주인공, 펭귄일 거다. 그는 벌써 6년째 겨울마다 남극으로 가 이들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알아낸 건 빙산의 일각에도 못 미치며 여전히 펭귄들에겐 환영받지 못하는 이방인일 뿐이라 말했다. 그리고 이 책에는 놀랄 만한 과학적 연구 결과가 아닌 동물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닌 관찰자의 시선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토록 사랑스럽지만 생경한 동물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내고 싶은 욕구, 이들이 삶의 터전을 잃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저희가 펭귄을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구의 위험을 대표하는 지표종이자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생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에요.

 

시작의 글에 이런 문장이 적혀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막막할 땐 펭귄을 떠올린다.’ 펭귄은 저한테 가르치려 한 적이 없지만 저도 모르게 배우는 건 있어요. 그중 하나가 유연함, 일상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에요. 날마다 계속 왔다 갔다 치열하게 움직이다가도 가끔 해변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바다를 바라보기도 해요. 둥지에서 열심히 새끼를 키우다가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요. 그런 걸 보면서 펭귄도 나름대로 자기만의 흐름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리듬을 잘 타는 동물 같다고 할까요. 그래서 저도 저만의 리듬을 잘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본받아야겠다기보다 약간의 위안을 받을 때가 있어요.

정작 본문에는 펭귄에게서 얻는 삶의 지혜 같은 내용은 없습니다. 그보다 담백하게 사실을 기록한 일기에 가까운데요, 책을 준비하면서 꼭 거론하고 싶은 내용이 있었나요? 그와 반대로 넣으면 안 되겠다고 경계한 내용이 있어요. 동물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전달될 때 조심스러운 게 동물의 세계가 이러니까 인간이 거기서 배움을 얻으려는 것, 그리고 직관적으로 동물의 삶과 인간의 삶을 동일시하는 자세예요. 그래서 교훈을 주려고 하기보다 관찰자로서 바라본 펭귄의 삶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 안에 어떤 감상이 있다면 가급적 과학자로서보다 펭귄을 좋아하는 한 사람의 시선을 넣자는 게 목적이었고요.

펭귄에게서 어떤 매력을 발견한 건가요? 굳이 좋아하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일에 이렇게 깊은 애정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관찰하는 걸 좋아했는데 다행히 그런 직업을 얻게 됐어요. 일종의 덕업일치를 이루게 된 것 같습니다. 펭귄에게는 생경한 매력이 있어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 아니잖아요. 독특한 환경에서 오랫동안 적응해온, 다른 세상에 사는 동물을 보는 생경함과 그로 인한 호기심이 있죠. 처음에는 ‘저런 녀석들이 다 있네, 재미있다, 신기하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그런데 가까이에서 보다 보니 그들의 삶에서 느껴지는 매력도 발견하게 됐어요. 아름답기만 할 것 같은 이들이 살기 위해 치열해지는 모습을 보면서요. 먹이를 구하러 갔다 오는데 며칠씩 걸리면서도 계속 같은 일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얘네들도 열심히 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가장 애착이 가는 사진이 있을까요? 굉장히 가파른 경사면을 내려가는 사진이 있어요. 사실 그 장면을 실제로 보면서 마음이 힘들었어요. 끙끙거리면서 잘 못 올라가는 애는 안아서 올려주고 싶고, 굴러떨어져서 다리가 부러진 것 같은 애는 치료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는데 관찰자 이상의 행동을 할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도와주지 않아도 어떻게든 오르더라고요. 그걸 보고 어떤 절실함을 느꼈어요.

최근 남극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100년 이내에 황제펭귄의 86%가 사라지고,
최악의 시나리오는 멸종할 거라고 합니다.
이건 단순히 펭귄 한 종류가 없어지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에요.

 

6년째 남극을 오가며 연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펭귄에게 얼마만큼 다가갔다고 생각하나요? 식상한 말이지만 빙산의 일각도 안 될 정도예요. 보통 빙산의 일각이라고 하면 수면 아래에 비해 1/10 크기라고 보면 되는데, 저는 그것보다 모르는 것 같아요. 아직 펭귄이 얼마나 오래 사는지, 한 번 짝지으면 얼마나 같이 사는지, 어떤 경우에 헤어지는지 등 아는 게 별로 없어요. 알아가야 할 것이 훨씬 많습니다.

책을 읽어보면 펭귄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만큼은 확신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건 피부로 느낄 수 있어요. 저희가 보통 한 해에 100마리 정도를 포획했다가 놔주는 작업을 해요. 어디까지 갔는지 알기 위해GPS를 부착하고, 얼마나 깊이 잠들었는지 알려면 수신기록계를 달아야 하거든요. 그걸 펭귄 입장에서 보면 외계 행성에서 온 듯한 커다란 포유동물이 다가와서 자기를 붙잡고 뭔가를 했는데, 며칠 뒤에 다시 나타나서 또 잡고. 엄청 스트레스일 것 같아요. 게다가 새끼를 키우는 기간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할 때마다 무척 미안해요. 덕후라고는 했지만 가장 많이 괴롭히는, 악성 팬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웃음) 그렇지만 지금 하는 행동이 나중에 이들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제 자신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실제로 국가적인 약속을 만들 때 반영되는 걸 보면서 헛된 일도 아니고, 단순히 개인적인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보람을 느낍니다.

펭수라는 캐릭터로 인해 펭귄이 의도치 않게 요즘 가장 핫한 동물이 되었습니다. 연구하는 입장에서 사람들이 펭귄을 너무 귀엽게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나요? 염려되죠. 펭귄을 하나의 캐릭터로 소비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펭귄을 대할 때 북극곰이 코카콜라 먹는 이미지처럼 얼음 위에 가만히 있으면서 사람들이 쓰다듬어도 될 것 같은 귀여움의 상징으로 여기는 건 걱정됩니다. 최근 에코 투어리즘이라는 이름으로 번식지 가까이에 가서 사진을 찍고 구경하는 관광이 늘고 있는데,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 때문에 번식성공도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로 펭귄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든요. 펭귄을 인간의 손길을 기다리는 길들여진 강아지나 고양이가 아니라 남극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잘 적응한 야생동물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최근에 아델리펭귄의 진짜 모습이라고 해서 엄청 잔인하고, 무섭고, 일진이고, 심지어 강간까지 하는 동물인 것처럼 표현하는데 사실 위협에 대응하고, 짝을 지었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건 대부분의 야생동물이 보여주는 행동이거든요. ‘펭귄은 이래야 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사람이 보고 싶은 대로만 해석하기 때문에 여러 편견과 오해가 쌓인 것 같아요. 귀여워하는 마음은 좋지만, 펭귄이 그들만의 삶을 살도록 두는 것이 가장 좋은 태도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발견한 과학적 사실이 있을까요? 지난 1월에 연구한 건 ‘어떻게 잠을 자는가’였어요. 얘네들이 먼 바다로 나갔다 올 때 일주일에서 길게는 보름간 계속 헤엄을 치면서 돌아오거든요. 그래서 과연 그 기간 동안 잠을 안 자고 어떻게 버틸까 궁금하더라고요. 아무리 헤엄을 잘 치는 동물이라도 잠을 자면 물에 빠질 거고, 또 잠드는 사이 포식자가 덮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잠은 자야 하잖아요. 아직 확실한 연구 결과는 아니지만 돌고래랑 비슷한 것 같아요. 우뇌와 좌뇌를 번갈아 자는 거예요. 그래서 움직이면서도 잠을 잘 수 있는 거죠.

펭귄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대의적인목표와 개인적인 목표는 다를 것 같아요. 대의적인 목표라고 하면 남극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온난화에 대응해 펭귄을 보호하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서식처와 행동을 잘 파악해 보호구역을 설정하는 데 근거 자료를 제공해요. 또 올해 펭귄들이 이렇게 힘들게 살았으니까 주 먹이인 크릴의 어획량을 줄이자는 국가적 약속에 힘을 보태기도 해요. 개인적인 목표는 좀 달라요. 그저 펭귄을 조금 더 알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들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할 때가 많거든요. 그럴 때마다 영화 <닥터두리틀>처럼 동물들과 소통하는 상상을 많이 해요. 물론 그건 불가능하긴 하죠. 하지만 그럼에도 저희 같은 동물행동학자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최대한 이들의 행동을 이해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과연 이들은 어떻게 진화했고, 어떤 적응의 이점이 있고, 그래서 어떻게 행동을 하는 건지 하나하나 비밀을 알아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대의적인 목표는 실제로 모든 사람이 각성해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건 펭귄이지만, 이는 곧 다른 동물과 인간의 삶으로 이어질 테니까요. 최근 남극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100년 이내에 황제펭귄의 86%가 사라지고, 최악의 시나리오는 멸종할 거라고 합니다. 이건 단순히 펭귄 한 종류가 없어지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에요.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평균온도가 1℃ 정도 증가했는데,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2100년에는 4~5℃ 정도 증가한다는 전망이 있어요. 그렇게 되면 펭귄뿐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생명이 지구에서 사라질 거예요. 저희가 펭귄을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구의 위험을 대표하는 지표종이자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생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에요. 온도가 올라가는 걸로만 설명하면 ‘에어컨 켜면 되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걸 황제펭귄이 멸종하는 문제라고 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좀 더 움직일 수 있거든요. 그래서 펭귄 연구 결과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해요. 그리고 펭귄이 못 사는 환경이 되면 지구의 다른 지역은 훨씬 더 심하게 황폐해지거나 변해 있을 거예요. 예를 들면 지금 투발루 같은 섬나라들의 영토는 사라지고 있거든요. 산호초로 된 섬은 조금만 수면이 상승해도 완전히 물에 잠겨요. 그래서 여러 연구 결과를 내세워 지구의 온도 상승률을 몇 도 이하로 낮춰보자고 하고, 국가 간의 협의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죠. 하지만 아직도 이런 얘기에 귀를 막고 듣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요.

지구온난화에 따른 지구환경의 변화를 직접 목도하는 입장에서 느끼는 절실함은 훨씬 강할 것 같습니다. 기후변화 우울증이라고 부를 정도로 참담함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실제로 남극에서 펭귄을 비롯한 동물들이 어떻게 변화를 겪고 있는지 보고 있거든요. 해가 갈수록턱끈펭귄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매년 세종과학기지 근처에 있는 빙하의 경계선이 20~30m씩 뒤로 물러나고 있어요. 6년 전에 비해 150m 이상 후퇴했죠. 남극에 도착할 때마다 ‘아 여기 또 변했구나’라는 게 보이는 거죠. 누군가는 겨우 한 해에 얼마나 변했다고 그러냐 할 수 있지만 극지는 달라요.

극지를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내 삶의 변화도 클 것 같아요. 많이 변했어요. 예전에는 지구온난화에 대해 이해하고 아는 것처럼 말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점점 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질적 고민을 하게 됐어요. 그레타 툰베리 같은 어린 학생이 말할 때 어떤 사람들은 맹랑하다 하고 어떤 사람들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후자에 가까워요. 왜냐하면 눈에 보이니까요. 그 친구가 어른이 되었을 때 북극의 여름 해빙을 못 볼 수도 있거든요. 정말 10년도 안 남았어요. 너무 안타깝고 미안하고 일견 무기력한 마음도 들어요. 어쨌든 이건 무조건 행동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일단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중요한 행동 중 하나가 고기 소비를 줄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 완전 채식은 못하고 있지만 채식주의자를 지향하고 있어요. 또 물건을 살 때 온라인 쇼핑을 잘 안 해요. 택배로 간편하게 시킬 수 있지만 돈이나 편리함의 문제가 아니라 이 물건이 오기까지의 이력을 살펴보려고 해요. 내 손에 오기까지 발생한 온실가스가 얼마일지에 대한 마일리지를 계산하는 거죠. 같은 채식을 하더라도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을 배출시키며 배송된 아보카도 샌드위치를 먹는 것과 집 근처에서 키운 토마토 샌드위치를 먹는 건 다르다는 걸 인식하고 행동하려 해요.

다음 겨울에도 남극행이 예정되어 있나요? 네. 10월 마지막 주에 출발 예정이고, 아마 내년 1월까진 남극에 있을 것 같아요.

이번 남극행에서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요? 펭귄도 연구하지만 이번에는 펭귄과 같이 사는 물범에 대한 연구도 계획하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거의 처음 시도하는 연구라 큰 기대와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또 저희가 2006년부터 매년 펭귄의 번식 지표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데, 이 정도면 꽤 장기간 데이터를 축적한 거라 이를 통해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펭귄의 반응
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카메라도 들고 가실 거죠? 들고 가야죠. 하하. 이번에는 더 예쁘게 잘 찍어주고 싶어서 휴대폰도 바꿨어요. 요즘 매일 찍는 기술을 익히고 있습니다.

3월 넷째주 #신작 추천

이번 주, 새롭게 공개된 신작 5편을 소개한다.

 

어서와

고아라 작가의 인기 웹툰 <어서와>드라마로 제작됐다.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고양이 홍조(김명수)와
강아지 같은 매력을 가진 인간 김솔아(신예은)의 이야기.
사람을 바라보는 반려동물의 시점을 반영한 것이 특징으로
점점 깊어지는 두 주인공의 관계를 통해 감동을 전한다.
<내성적인 보스>의 주화미 작가가 극본을,
<파랑새의 집>의 지병현 PD가 연출을 맡았다.

편성 수·목요일 오후10시 KBS
첫방송 3월 25일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강력계 형사 지형주(이준혁)를 비롯한 10명의 인물이
완벽한 인생을 위해 1년 전 과거로 되돌아가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담은 드라마 <365 : 운명을 거스르는 1년>.
일본 작가 이누이 구루미의 추리 소설 리피트‘가 원작이며
인생 리셋‘을 소재로 빠르게 전개되는 스토리가 흥미를 높인다.
이수경, 이서윤 작가가 공동 집필했고
<운빨로맨스>의 김경희 PD가 연출했다.

편성 월·화요일 오후 8시55분 MBC
첫방송 3월 23일

반의반

드라마 <반의반>은 인공지능 프로그래머 하원(정해인)이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된 타인의 인격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D 프로그램‘의 테스트 기기를 제작하며 시작된다.
기기를 사용하며 과거의 짝사랑 상대를 회상하는 하원
그의 앞에 새롭게 나타난 음향 엔지니어 서우(채수빈)의 감정을 다룬다.
짝사랑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통해 공감을 자아낼 예정.
<유열의 음악앨범>의 이숙연 작가, <아는 와이프>의 이상엽 PD가 함께했다.

편성 월·화요일 오후 9시55분 tvN
첫방송 3월 23일

하트 시그널 시즌 3

남녀 8명이 ‘시그널 하우스’에서 합숙하며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예능 프로그램 <하트 시그널>시즌 3로 돌아왔다.
지난해 10월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개 모집을 통해 선정된 인물들이 출연한다.
이들의 심리를 추리하는 ‘썸벤저스 예측단‘으로는
한혜진, 윤시윤, 피오가 새롭게 합류했고
이진민 PD를 비롯한 지난 시즌의 제작진이 참여했다.

편성 수요일 오후9시50분 채널A
첫방송 3월 25일

주디

20세기 할리우드의 인기 배우 겸 가수 주디 갈랜드
런던에서 개최한 생애 마지막 콘서트를 다룬 영화 <주디>.
스타의 화려한 생활부터 그 이면의 모습까지 담았으며
그가 ‘도로시’ 역으로 출연한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OST ‘Over The Rainbow’ 등
여러 명곡도 다시 들어볼 수 있다.
주디를 연기한 배우 르네 젤위거가 이 영화를 통해
올해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트루 스토리>를 제작한 루퍼트 굴드 감독의 작품.

개봉일 3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