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삶이 계속되기를

‘터벅터벅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펭귄 몇 마리가 내 앞에 멈춰 섰다. “저 인간 뭐냐. 왜 여기 있냐” 하고 저들끼리 속삭이는 것 같다. 모르긴 몰라도, 다른 동물을 보겠다고 서른 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먼 남극까지 와서 순전히 보기만 하고 돌아가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할 것이다.’

극지연구소 선임 연구원 이원영 박사가 남극에서 보고 느낀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에서 가장 관심이 없는 건 책의 주인공, 펭귄일 거다. 그는 벌써 6년째 겨울마다 남극으로 가 이들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알아낸 건 빙산의 일각에도 못 미치며 여전히 펭귄들에겐 환영받지 못하는 이방인일 뿐이라 말했다. 그리고 이 책에는 놀랄 만한 과학적 연구 결과가 아닌 동물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닌 관찰자의 시선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토록 사랑스럽지만 생경한 동물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내고 싶은 욕구, 이들이 삶의 터전을 잃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저희가 펭귄을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구의 위험을 대표하는 지표종이자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생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에요.

 

시작의 글에 이런 문장이 적혀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막막할 땐 펭귄을 떠올린다.’ 펭귄은 저한테 가르치려 한 적이 없지만 저도 모르게 배우는 건 있어요. 그중 하나가 유연함, 일상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에요. 날마다 계속 왔다 갔다 치열하게 움직이다가도 가끔 해변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바다를 바라보기도 해요. 둥지에서 열심히 새끼를 키우다가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요. 그런 걸 보면서 펭귄도 나름대로 자기만의 흐름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리듬을 잘 타는 동물 같다고 할까요. 그래서 저도 저만의 리듬을 잘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본받아야겠다기보다 약간의 위안을 받을 때가 있어요.

정작 본문에는 펭귄에게서 얻는 삶의 지혜 같은 내용은 없습니다. 그보다 담백하게 사실을 기록한 일기에 가까운데요, 책을 준비하면서 꼭 거론하고 싶은 내용이 있었나요? 그와 반대로 넣으면 안 되겠다고 경계한 내용이 있어요. 동물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전달될 때 조심스러운 게 동물의 세계가 이러니까 인간이 거기서 배움을 얻으려는 것, 그리고 직관적으로 동물의 삶과 인간의 삶을 동일시하는 자세예요. 그래서 교훈을 주려고 하기보다 관찰자로서 바라본 펭귄의 삶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 안에 어떤 감상이 있다면 가급적 과학자로서보다 펭귄을 좋아하는 한 사람의 시선을 넣자는 게 목적이었고요.

펭귄에게서 어떤 매력을 발견한 건가요? 굳이 좋아하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일에 이렇게 깊은 애정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관찰하는 걸 좋아했는데 다행히 그런 직업을 얻게 됐어요. 일종의 덕업일치를 이루게 된 것 같습니다. 펭귄에게는 생경한 매력이 있어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 아니잖아요. 독특한 환경에서 오랫동안 적응해온, 다른 세상에 사는 동물을 보는 생경함과 그로 인한 호기심이 있죠. 처음에는 ‘저런 녀석들이 다 있네, 재미있다, 신기하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그런데 가까이에서 보다 보니 그들의 삶에서 느껴지는 매력도 발견하게 됐어요. 아름답기만 할 것 같은 이들이 살기 위해 치열해지는 모습을 보면서요. 먹이를 구하러 갔다 오는데 며칠씩 걸리면서도 계속 같은 일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얘네들도 열심히 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가장 애착이 가는 사진이 있을까요? 굉장히 가파른 경사면을 내려가는 사진이 있어요. 사실 그 장면을 실제로 보면서 마음이 힘들었어요. 끙끙거리면서 잘 못 올라가는 애는 안아서 올려주고 싶고, 굴러떨어져서 다리가 부러진 것 같은 애는 치료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는데 관찰자 이상의 행동을 할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도와주지 않아도 어떻게든 오르더라고요. 그걸 보고 어떤 절실함을 느꼈어요.

최근 남극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100년 이내에 황제펭귄의 86%가 사라지고,
최악의 시나리오는 멸종할 거라고 합니다.
이건 단순히 펭귄 한 종류가 없어지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에요.

 

6년째 남극을 오가며 연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펭귄에게 얼마만큼 다가갔다고 생각하나요? 식상한 말이지만 빙산의 일각도 안 될 정도예요. 보통 빙산의 일각이라고 하면 수면 아래에 비해 1/10 크기라고 보면 되는데, 저는 그것보다 모르는 것 같아요. 아직 펭귄이 얼마나 오래 사는지, 한 번 짝지으면 얼마나 같이 사는지, 어떤 경우에 헤어지는지 등 아는 게 별로 없어요. 알아가야 할 것이 훨씬 많습니다.

책을 읽어보면 펭귄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만큼은 확신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건 피부로 느낄 수 있어요. 저희가 보통 한 해에 100마리 정도를 포획했다가 놔주는 작업을 해요. 어디까지 갔는지 알기 위해GPS를 부착하고, 얼마나 깊이 잠들었는지 알려면 수신기록계를 달아야 하거든요. 그걸 펭귄 입장에서 보면 외계 행성에서 온 듯한 커다란 포유동물이 다가와서 자기를 붙잡고 뭔가를 했는데, 며칠 뒤에 다시 나타나서 또 잡고. 엄청 스트레스일 것 같아요. 게다가 새끼를 키우는 기간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할 때마다 무척 미안해요. 덕후라고는 했지만 가장 많이 괴롭히는, 악성 팬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웃음) 그렇지만 지금 하는 행동이 나중에 이들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제 자신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실제로 국가적인 약속을 만들 때 반영되는 걸 보면서 헛된 일도 아니고, 단순히 개인적인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보람을 느낍니다.

펭수라는 캐릭터로 인해 펭귄이 의도치 않게 요즘 가장 핫한 동물이 되었습니다. 연구하는 입장에서 사람들이 펭귄을 너무 귀엽게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나요? 염려되죠. 펭귄을 하나의 캐릭터로 소비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펭귄을 대할 때 북극곰이 코카콜라 먹는 이미지처럼 얼음 위에 가만히 있으면서 사람들이 쓰다듬어도 될 것 같은 귀여움의 상징으로 여기는 건 걱정됩니다. 최근 에코 투어리즘이라는 이름으로 번식지 가까이에 가서 사진을 찍고 구경하는 관광이 늘고 있는데,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 때문에 번식성공도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로 펭귄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든요. 펭귄을 인간의 손길을 기다리는 길들여진 강아지나 고양이가 아니라 남극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잘 적응한 야생동물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최근에 아델리펭귄의 진짜 모습이라고 해서 엄청 잔인하고, 무섭고, 일진이고, 심지어 강간까지 하는 동물인 것처럼 표현하는데 사실 위협에 대응하고, 짝을 지었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건 대부분의 야생동물이 보여주는 행동이거든요. ‘펭귄은 이래야 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사람이 보고 싶은 대로만 해석하기 때문에 여러 편견과 오해가 쌓인 것 같아요. 귀여워하는 마음은 좋지만, 펭귄이 그들만의 삶을 살도록 두는 것이 가장 좋은 태도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발견한 과학적 사실이 있을까요? 지난 1월에 연구한 건 ‘어떻게 잠을 자는가’였어요. 얘네들이 먼 바다로 나갔다 올 때 일주일에서 길게는 보름간 계속 헤엄을 치면서 돌아오거든요. 그래서 과연 그 기간 동안 잠을 안 자고 어떻게 버틸까 궁금하더라고요. 아무리 헤엄을 잘 치는 동물이라도 잠을 자면 물에 빠질 거고, 또 잠드는 사이 포식자가 덮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잠은 자야 하잖아요. 아직 확실한 연구 결과는 아니지만 돌고래랑 비슷한 것 같아요. 우뇌와 좌뇌를 번갈아 자는 거예요. 그래서 움직이면서도 잠을 잘 수 있는 거죠.

펭귄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대의적인목표와 개인적인 목표는 다를 것 같아요. 대의적인 목표라고 하면 남극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온난화에 대응해 펭귄을 보호하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서식처와 행동을 잘 파악해 보호구역을 설정하는 데 근거 자료를 제공해요. 또 올해 펭귄들이 이렇게 힘들게 살았으니까 주 먹이인 크릴의 어획량을 줄이자는 국가적 약속에 힘을 보태기도 해요. 개인적인 목표는 좀 달라요. 그저 펭귄을 조금 더 알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들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할 때가 많거든요. 그럴 때마다 영화 <닥터두리틀>처럼 동물들과 소통하는 상상을 많이 해요. 물론 그건 불가능하긴 하죠. 하지만 그럼에도 저희 같은 동물행동학자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최대한 이들의 행동을 이해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과연 이들은 어떻게 진화했고, 어떤 적응의 이점이 있고, 그래서 어떻게 행동을 하는 건지 하나하나 비밀을 알아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대의적인 목표는 실제로 모든 사람이 각성해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건 펭귄이지만, 이는 곧 다른 동물과 인간의 삶으로 이어질 테니까요. 최근 남극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100년 이내에 황제펭귄의 86%가 사라지고, 최악의 시나리오는 멸종할 거라고 합니다. 이건 단순히 펭귄 한 종류가 없어지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에요.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평균온도가 1℃ 정도 증가했는데,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2100년에는 4~5℃ 정도 증가한다는 전망이 있어요. 그렇게 되면 펭귄뿐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생명이 지구에서 사라질 거예요. 저희가 펭귄을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구의 위험을 대표하는 지표종이자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생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에요. 온도가 올라가는 걸로만 설명하면 ‘에어컨 켜면 되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걸 황제펭귄이 멸종하는 문제라고 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좀 더 움직일 수 있거든요. 그래서 펭귄 연구 결과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해요. 그리고 펭귄이 못 사는 환경이 되면 지구의 다른 지역은 훨씬 더 심하게 황폐해지거나 변해 있을 거예요. 예를 들면 지금 투발루 같은 섬나라들의 영토는 사라지고 있거든요. 산호초로 된 섬은 조금만 수면이 상승해도 완전히 물에 잠겨요. 그래서 여러 연구 결과를 내세워 지구의 온도 상승률을 몇 도 이하로 낮춰보자고 하고, 국가 간의 협의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죠. 하지만 아직도 이런 얘기에 귀를 막고 듣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요.

지구온난화에 따른 지구환경의 변화를 직접 목도하는 입장에서 느끼는 절실함은 훨씬 강할 것 같습니다. 기후변화 우울증이라고 부를 정도로 참담함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실제로 남극에서 펭귄을 비롯한 동물들이 어떻게 변화를 겪고 있는지 보고 있거든요. 해가 갈수록턱끈펭귄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매년 세종과학기지 근처에 있는 빙하의 경계선이 20~30m씩 뒤로 물러나고 있어요. 6년 전에 비해 150m 이상 후퇴했죠. 남극에 도착할 때마다 ‘아 여기 또 변했구나’라는 게 보이는 거죠. 누군가는 겨우 한 해에 얼마나 변했다고 그러냐 할 수 있지만 극지는 달라요.

극지를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내 삶의 변화도 클 것 같아요. 많이 변했어요. 예전에는 지구온난화에 대해 이해하고 아는 것처럼 말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점점 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질적 고민을 하게 됐어요. 그레타 툰베리 같은 어린 학생이 말할 때 어떤 사람들은 맹랑하다 하고 어떤 사람들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후자에 가까워요. 왜냐하면 눈에 보이니까요. 그 친구가 어른이 되었을 때 북극의 여름 해빙을 못 볼 수도 있거든요. 정말 10년도 안 남았어요. 너무 안타깝고 미안하고 일견 무기력한 마음도 들어요. 어쨌든 이건 무조건 행동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일단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중요한 행동 중 하나가 고기 소비를 줄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 완전 채식은 못하고 있지만 채식주의자를 지향하고 있어요. 또 물건을 살 때 온라인 쇼핑을 잘 안 해요. 택배로 간편하게 시킬 수 있지만 돈이나 편리함의 문제가 아니라 이 물건이 오기까지의 이력을 살펴보려고 해요. 내 손에 오기까지 발생한 온실가스가 얼마일지에 대한 마일리지를 계산하는 거죠. 같은 채식을 하더라도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을 배출시키며 배송된 아보카도 샌드위치를 먹는 것과 집 근처에서 키운 토마토 샌드위치를 먹는 건 다르다는 걸 인식하고 행동하려 해요.

다음 겨울에도 남극행이 예정되어 있나요? 네. 10월 마지막 주에 출발 예정이고, 아마 내년 1월까진 남극에 있을 것 같아요.

이번 남극행에서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요? 펭귄도 연구하지만 이번에는 펭귄과 같이 사는 물범에 대한 연구도 계획하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거의 처음 시도하는 연구라 큰 기대와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또 저희가 2006년부터 매년 펭귄의 번식 지표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데, 이 정도면 꽤 장기간 데이터를 축적한 거라 이를 통해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펭귄의 반응
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카메라도 들고 가실 거죠? 들고 가야죠. 하하. 이번에는 더 예쁘게 잘 찍어주고 싶어서 휴대폰도 바꿨어요. 요즘 매일 찍는 기술을 익히고 있습니다.

3월 넷째주 #신작 추천

이번 주, 새롭게 공개된 신작 5편을 소개한다.

 

어서와

고아라 작가의 인기 웹툰 <어서와>드라마로 제작됐다.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고양이 홍조(김명수)와
강아지 같은 매력을 가진 인간 김솔아(신예은)의 이야기.
사람을 바라보는 반려동물의 시점을 반영한 것이 특징으로
점점 깊어지는 두 주인공의 관계를 통해 감동을 전한다.
<내성적인 보스>의 주화미 작가가 극본을,
<파랑새의 집>의 지병현 PD가 연출을 맡았다.

편성 수·목요일 오후10시 KBS
첫방송 3월 25일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강력계 형사 지형주(이준혁)를 비롯한 10명의 인물이
완벽한 인생을 위해 1년 전 과거로 되돌아가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담은 드라마 <365 : 운명을 거스르는 1년>.
일본 작가 이누이 구루미의 추리 소설 리피트‘가 원작이며
인생 리셋‘을 소재로 빠르게 전개되는 스토리가 흥미를 높인다.
이수경, 이서윤 작가가 공동 집필했고
<운빨로맨스>의 김경희 PD가 연출했다.

편성 월·화요일 오후 8시55분 MBC
첫방송 3월 23일

반의반

드라마 <반의반>은 인공지능 프로그래머 하원(정해인)이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된 타인의 인격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D 프로그램‘의 테스트 기기를 제작하며 시작된다.
기기를 사용하며 과거의 짝사랑 상대를 회상하는 하원
그의 앞에 새롭게 나타난 음향 엔지니어 서우(채수빈)의 감정을 다룬다.
짝사랑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통해 공감을 자아낼 예정.
<유열의 음악앨범>의 이숙연 작가, <아는 와이프>의 이상엽 PD가 함께했다.

편성 월·화요일 오후 9시55분 tvN
첫방송 3월 23일

하트 시그널 시즌 3

남녀 8명이 ‘시그널 하우스’에서 합숙하며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예능 프로그램 <하트 시그널>시즌 3로 돌아왔다.
지난해 10월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개 모집을 통해 선정된 인물들이 출연한다.
이들의 심리를 추리하는 ‘썸벤저스 예측단‘으로는
한혜진, 윤시윤, 피오가 새롭게 합류했고
이진민 PD를 비롯한 지난 시즌의 제작진이 참여했다.

편성 수요일 오후9시50분 채널A
첫방송 3월 25일

주디

20세기 할리우드의 인기 배우 겸 가수 주디 갈랜드
런던에서 개최한 생애 마지막 콘서트를 다룬 영화 <주디>.
스타의 화려한 생활부터 그 이면의 모습까지 담았으며
그가 ‘도로시’ 역으로 출연한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OST ‘Over The Rainbow’ 등
여러 명곡도 다시 들어볼 수 있다.
주디를 연기한 배우 르네 젤위거가 이 영화를 통해
올해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트루 스토리>를 제작한 루퍼트 굴드 감독의 작품.

개봉일 3월 25일

트레쉬 버스터즈

왼쪽부터 ‘트래쉬 버스터즈’의 공동 창립자인 디자이너 최안나, 설치 작가 곽동열, 축제 기획자 곽재원, 브랜드 컨설턴트 김재관.

132.7kg. 한국은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1회용 컵 사용량은 2백57억 개, 1회용 빨대는 1백억 개, 1회용 비닐봉지는 2백11억 개로, 미국의 수치 93.8kg을 훨씬 앞선다. 생산과 소비의 사이클 자체를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재활용되지 않고 폐기되는 일회용품의 수가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일회용품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축제장, 행사장에서의 플라스틱 사용량은 아예 계산이 불가능한 상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이벤트를 제외하면 그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아직까지 정부는 아무런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트래쉬 버스터즈’가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민 이유다.

정확히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인가?
한마디로 ‘일회용품 대체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일회용품의 대체재를 개발했고, 작년부터 편하고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회 용기 대여 시스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것은 일회용품 대신 다회 용기를 행사나 축제 관객에게 빌려주고 다시 수거해서 세척한 다음, 또 다른 장소에서 빌려주는 ‘리사이클 렌탈 서비스’다. 기업 고객에게는 다회 용기의 구매와 관리, 그리고 세척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나? 근시안적 편리 때문에 매일매일 어마어마한 양의 일회용기가 소비되고 폐기된다. 서울시 산하 기관에서 행사를 기획하는 일을 했을 당시, 축제가 끝나고 나면 현장을 정리했는데,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일회용품 쓰레기를 보며 늘 죄책감을 느꼈다. ‘일회용품이 없는 축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결국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뜻을 모아 ‘트래쉬 버스터즈’를 설립했다.

축제 기획자, 브랜드 컨설턴트, 디자이너, 설치 작가 등이 모여 이룬 시너지는 무엇인가? 이전에 해왔던 일들을 어떻게 우리의 사업에 접목시킬 수 있을지 가장 먼저 고민했다. 그 결과 현재 트래쉬 버스터즈는 기획, 브랜드 마케팅, 제작, 연구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각 분야의 ‘어벤져스’가 모인 셈이다.(웃음) 서로에 대한 믿음 덕에 어떤 아이디어가 생기면 빨리 진행되는 편이다.

‘트래쉬 버스터즈’라는 재미있는 이름에 눈길이 간다. 직역하면 ‘쓰레기를 잡는 사람들’이란 뜻이다.(웃음) 1980년대에 유행한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를 오마주했다. 그들이 유령을 잡는 방식이 우리가 쓰레기를 대하는 생각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환경문제에 무겁게 접근하기보다는 유쾌하게 해결해나가고 싶은 마음도 담았다.

트래쉬 버스터즈를 이루는 디자인적 요소도 인상 깊다. 브랜드의 핵심 컬러는 오렌지다.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띌 컬러를 선택했다. 식기 또한 오렌지 컬러를 사용해 식감을 돋울 수 있도록 했다. 흔히 쓰레기를 줄이는 사업이라고 하면 ‘친환경, 에코, 착한 기업’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그린 컬러가 등장하곤 하는데, 그런 진부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했다. ‘우리 착해요!’보다 ‘뭔가 멋지다!’라는 인상이 우리의 서비스를 표현하기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궁극적으로는 이것이 대중에게 더 호소력이 있을 거라 믿는다.

‘서울시 청년 임팩트 프로젝트’ 투자 사업에 당선되어 사업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서울시 청년 임팩트 프로젝트는 일반 투자 사업과는 다르게 소셜 임팩트(사회적 가치)에 투자하고 있다. 일회용품 문제 개선과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가지 이슈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서울시 청년청과 트래비스 파트너스의 시드 투자 덕에 사업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투자금의 대부분은 다회 용기 개발과 제작, 세척 공간에 사용됐다. 세척기 덕분에 시간당 4천5백 개의 용기를 세척하고 살균, 건조할 수 게 됐다.

첫 베타 서비스에서 관객의 반응은 어땠나? 관객은 훨씬 늘었는데, 쓰레기는 그 전에 비해 98%가 줄었다. 나머지 2%는 푸드 입점 업체에서 발생한 쓰레기였다. 더 놀라운 건 관객의 반응이다. 사전에 충분히 홍보했더니 관객이 자발적으로 SNS에 바이럴 포스팅을 해줬다. 축제 자체의 내용보다 트래쉬 버스터즈의 언급이 더 많을 정도였다. 작년 9월 법인을 설립한 뒤 현재까지는 크고 작은 행사 여덟 번을 치르며 총 1만9천8백60개의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였다.

다회 용기를 개발한 과정이 궁금하다.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축제에 참여하는 관객들의 편의성과 음식 종류를 범용적으로 포괄하는 실용성에도 집중했다. 푸드 트럭에서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음식의 종류를 모두 조사해 완성했다. 다회 용기의 재질은 화상의 염려가 적고 대량 세척과 살균에 용이한 폴리프로필렌(PP)이다. 물론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아직 이를 대체할 만한 소재가 충분하지 않다. 생분해성 플라스틱도 실제 자연 조건에서는 분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문제는 플라스틱 자체가 아니라 한 번 쓰고 재활용되지 못하는 것이니, 우리는 순환 시스템을 택하기로 했다. 그린피스 역시 플라스틱 제로는 현실적으로 불가하며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사용하는 다회 용기는 일정 기간 뒤 다시 분해해서 재생산할 예정이다.

다회 용기 시스템은 축제 내내 들고 있어야 한다는 불편함과 보증금을 주고받아야 해서 번거롭다는 지적도 있다. 버려지는 일회용품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지만, 문제의식을 행동으로 연결하려면 일종의 명분이 필요하다. 번거로움의 이면에 더 큰 목적이 있다는 의식 때문인지 현재까지 다회 용기 반환율은 99%에 달한다.

비슷한 해외 사업 사례도 있나? 생각보다 많지 않다. 우리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영국과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일본 기업 정도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시민들의 환경 의식이 높아 정책으로 강제하지 않더라도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축제 문화가 정착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문화를 관객에게 자연스레 전파시키는 것도 우리의 목표 중 하나다.

트래쉬 버스터즈를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축제가 끝난 뒤 깨끗한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 일회용품이 없는 축제가 가능하냐고? 가능하다. 앞으로 평균 한 해에 열리는 1만여 건의 축제(5천 명 기준)에서 연간 700억원의 일회용품 제작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힘든 점은 없나? 아직도 이 서비스를 왜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을 설득해야 할 때 가장 힘들다. 아직도 소비 중심적인 생각을 하거나 환경문제에 대해 당사자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꽤 많다.

플라스틱 외에 관심이 가는 환경문제가 있나? 대부분의 환경문제는 하나의 원인을 공유한다. 플라스틱 문제 역시, 조금 더 큰 대목에서는 ‘기후 위기’와 근접하게 닿아 있다. 지구온난화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어떻게 조절하고 억제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이를테면 다회 용기를 배송할 때 전기차를 사용하고, 식기 생산 시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대책 등을 연구하고 있다.

올해 새로운 계획이 있다면? 다양한 협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축제 때 사용되는 다회 용기뿐 아니라 배달 음식 용기, 스포츠 경기장과 장례식장의 일회용 식기, 카페의 테이크아웃 컵, 극장의 일회 용기, 전시장의 일회용품 등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일회용품을 다회 용기로 대체하려 노력 중이다.

트래쉬 버스터즈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세상은? 우리는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지속 가능한 기업이고 싶다. 트래쉬 버스터즈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행동하며 이 시대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