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지다운 생각

아일릿 장식 톱 로에베 바이 육스(Loewe by YOOX), 베이지 팬츠 JW 앤더슨(JW Anderson), 슈즈 로우클래식(Low Classic), 스트라이프 매트 자라홈(ZARA Home).

대한민국과 대한제국 두 개 차원을 오가는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에서 명승아와 명나리, 1인 2역으로 등장한다.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면? 대한제국의 ‘명승아’는 황실 홍보를 담당하는 역할로 본인의 일을 사랑하는 밝은 사람이다. 대한민국의 ‘명나리’는 금수저 건물주이자 카페 사장이다. 1인 2역이긴 하지만 캐릭터 간의 차이가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처럼 보이려고 하기보다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 몰입하는 것을 더 신경 쓰면서 연기하고 있다.

모델로 시작해 지금까지 활동한 시간은 꽤 긴 편인데,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들려주기 시작한 건 1년이 채 안 됐다. 심지어 첫 작품인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도 말을 못 하는 역이었다. 사실 목소리를 내는 데 의미를두진 않았다. 모델 활동을 할 때도 어떤 콘텐츠에서는 내 목소리가 들어가는 부분이 있고, <미스터 션샤인>에서도 행동이나 표정으로 하고 싶은 말을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연기를 하는 것, 배우가 되는 것 자체에 더 큰 감흥이 있었다.

처음으로 오디션을 본 작품이 데뷔작인 <미스터 션샤인>이다. 이어 짧은 시간 안에 드라마 <왓쳐>와 <모두의 거짓말>, 그리고 <더 킹: 영원의 군주>까지 쉴 틈 없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배우라는 세계에 들어갈 마음의 준비를 할 새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모두 운이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준비라는 건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것 같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정도면 준비를 완벽히 다 했으니 시작해도 되겠다’라는 게 가능할까 싶다. 어떻게 시작하든 아쉬움은 남기 마련이고. 그래도 다행인 건 적응력이 좋은 편이라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는 데 두려움이 적다는 거다.

어떤 지점에서 적응이 빠른 편인가? 변하는 환경에 낯설어 하지 않는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낯을 가리거나 불편해하는 편도 아니다.

언제 배우가 됐다는 확신이 들었나? 모델을 할 때 처음 광고를 찍고 며칠 뒤에 TV를 보다가 ‘어, 저거 난데!’ 하며 놀란 것처럼, 드라마도 작품 안에 내가 나오는 장면을 볼 때면 아직 신기하고 낯설다. 그렇지만 아직 배우가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배우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배우로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내가 제자리에 있을 수 있고, 나를 보는 사람들도 그렇게 볼 테니까.

‘신비로움’. 지금까지 김용지라는 인물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쓰인 단어다. 물론 긍정적인 말이기 때문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내가 보지 못한 나의 모습을 발견한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나는 스스로가 신비롭지 않아서 그런지 그런 말에 대해서는 그냥 ‘내가 그렇게 보이는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미지란 건 언제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딱히 집착도 없다.

앞으로 생겼으면 하는 다른 이미지가 있을까? 그냥 ‘김용지스럽다’. 예쁘다, 섹시하다, 귀엽다라는 식으로 정의되는 말보다 ‘김용지 같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스스로 생각하는 ‘김용지스러움’에는 무엇이 있나? 털털함. 느긋함. 그리고 세상 모든 강아지를 좋아하는 마음.

벨티드 랩 드레스 스포트막스(Sportmax), 슈즈 아카이브앱크(Archivepke), 옐로 스트라이프 쿠션과 담요 모두 자라홈(ZARA Home).

많은 작품은 아니지만 그 안에서 꽤 감정의 변곡점이 많은 연기를 보여줬다. <미스터 션샤인>에선 내내 참다가 울분을 터뜨리기도 하고, <왓쳐>에선 나름의 수를 부리다 결국 덜미가 잡혀 소리를 내지르는 장면도 있었다. <모두의 거짓말>에서는 자살하는 것과 자살당하는 것 두 가지 연기를 했다. 연기를 하면서 만나는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하나? 세 작품 모두 캐릭터의 서사가 길게 흐르지 않고, 에피소드 형식으로 나왔기 때문에 대본에 나온 정보로는 연기하는 감정을 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 인물이 되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 말을 내뱉기까지 어떤 상황이 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일기를 쓰며 나름 추적해본 거다. 그래야 캐릭터가 갑자기 감정의 변화를 일으켜도 충분히 납득해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도와 생각이 잘 반영된 장면이 있었나? 늘 내가 생각하고 표현한 것보다 결과가 훨씬 나았다. 혼자 만든 결과물이 아니라 그런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 개인적인 경험이나 생각을 꺼내 쓰는 편인가? 오히려 활용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냥 연기하는 캐릭터로서 작품 속에 있어야지, 다른 걸 끌고 들어가면 안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슬픈 감정을 연기할 때 키우는 강아지와 헤어지는 장면을 상상하는 건 표현을 위한 표현일 뿐이다. 그 대신 최대한 캐릭터가 처한 상황과 생각에 고립되려고 한다. 나로서 출발했지만 ‘나였다면’이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부딪히는 게 많아진다. ‘나라면 이렇게 안 할 것 같은데?’라고 반기를 들면 역할에 온전히 몰입하기 어려워지니까.

배우고 싶어서 연기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연기를 하면서 어떤 배움을 얻어가고 있나?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연기할 때는 내가 평소에 말하는 패턴, 상대방 말에 대답하는 속도 같은 템포를 다르게 써야 한다는 것. 너무 빨리 움직이면 안 되는 카메라도 있다는 것. 옆모습을 찍을 때 상대 배우의 눈을 보면 흰자만 나온다는 것. 그래서 시선을 다른 방향에 둬야 한다는 것. 아직도 배울 게 너무 많다.

가능하다면 꼭 얻고 싶은 배움이 있다면? 대사를 정확히 기억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대본에 써 있는대로 글을 어순 그대로 기억하는 거다. 그런데 정도는 없는 것 같다. 그냥 시간을 들여서 보고, 또 보고 있다.

오디션 볼 때든 촬영할 때든 잘하려고 애쓰는 편인가? 반대로 비워두는 편인가? 비워두려 한다. 물론 현장에 가기 직전까지는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것도 세상에서 제일 잘하고 싶은 마음. 그런데 그걸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마음으로 여기진 않는다. 최대한 편안하게 하고 싶다. 그래야 같이 연기를 하는 상대방도 편할테니까.

의미 부여하는 것을 즐기는 편인가? 때마다 다르다. 의미 부여해서 더 좋은 것들은 의도하지 않아도 내게 좋은 의미로 남는 것 같다.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는 의미 부여를 하게 될까? 이 작품이 어떤 의미로 남기를 바라나? 나에게 온 소중한 기회를 잘 살린 작품. 그게 무슨 인생 역전의 기회라기보다 이 작품을 좋은 사람들과 같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중하게 남길 바라는 마음이다.

배우가 되면서 생각이나 시선이 달라진 부분이 있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모든 캐릭터에 나를 대입해본다. ‘내가 만약 저 역할이라면?’이라고 상상해보는 거다. 상상의 끝은 ‘진짜 어렵겠다’가 대부분이지만.(웃음) 최근에 대입해본 작품은 <이태원 클라쓰>. 모든 캐릭터에 나를 씌워봤는데 역시 어렵겠더라. 또 드라마를 보면서 자꾸 제작 현장을 생각한다. 이를테면 밤 신이 나오면 ‘저거 찍으려고 밤까지 기다렸겠지. 추웠겠다’라고 생각하는 거다. 두세 번쯤 다시 봐야 순수하게 작품으로 보게 된다.

꿈도 달라졌을까? 예전에 꿈이 세계 여행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는데, 애들이 비행기를 탈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서울 시내에 우리 강아지 이름으로 된 강아지 공원을 만드는 것. 서울 시내에 강아지들이 맘껏 뛰어놀 곳이 없다. 산책만으로는 부족한데 말이다. 내가 만든 공원에서 강아지가 뛰노는 걸 보면 행복할 것 같다. 기왕이면 유기견들이 지낼 공간도 있고, 거기서 입양처도 찾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그러려면 꽤 넓어야 할 것 같다. 지금 있는 스튜디오도 되게 넓은데, 이곳보다도 훨씬 넓어야 할 것 같다. 열심히 살아야겠다.(웃음)

웃지 않는 남윤수

코튼 프린트 재킷, 블랙 셔츠 모두 프라다(Prada).
레더 트렌치코트, 코튼 점프수트, 블랙 슬립온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넷플리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인간수업>이 곧 공개돼요. 흑백 포스터가 드라마의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아요. 범죄를 저지른 고등학생들이 그 때문에 혹독한 수업을 치르게 되는 내용이에요. 전 고등하교 일진 ‘기태’를 연기했어요. 다른 학생들을 악랄하게 괴롭히는, 누구보다 집요하고 냉정한 인물이죠. 어른을 상대할 때도 두려워하거나 움츠리지 않고 당당해요.

그간 여러 웹드라마에서 고등학생을 연기했어요. 지난 작품에서 모두 선한 캐릭터를 맡았으니 이번에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겠네요. 김진민 감독님이 기태라는 인물을 구상할때 순하게 생겨서 사람들이 전혀 짐작할 수 없지만 싸움을 하면 끝을 보는 잔인한 친구를 떠올렸다고 했어요. 윤리적으로는 올바르지 않은 인물이지만 배우로서는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아직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기태만의 순수한 면도 있어요. 나쁜 행동을 하지만 자신만의 선이 있어 그 선을 넘지 않아요. 지난해 촬영을 끝낸 <인간수업>은 제가 처음으로 긴 호흡으로 연기한 작품이에요. 그래서 한 장면 한 장면 더 연구하고 싶었어요.

감정적인 소모가 큰 인물이었을 것 같아요. 당시에는 무척 힘들었어요. 집중력도 많이 필요했고. 아쉬움도 많아요. 좀 더 고민하고 하나라도 더 해볼걸, 이런 생각도 들고. 그리고 선배들의 연기를 현장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김여진 선배가 경찰로 등장하는데 실제 경찰 같아서 넋을 잃고 지켜봤죠. 경찰 연기가 워낙 실감 나서 제가 정말 죄를 지은 기태처럼 느껴졌어요.

어떤 과정 끝에 기태를 준비했나요? 기태는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캐릭터여서 학생들이 나오는 영화를 많이 봤어요. 그중 한 편을 꼽으라면 <파수꾼>이 있어요. 영화에서 이제훈 선배가 연기한 인물도 ‘기태’예요. 두 인물 모두 언제 터져 버릴지 모를 감정을 품고 있죠.

배우는 수많은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직업이란 생각이 들어요. 다양한 감정을 어떻게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캐스팅된 작품이 아니어도 여러 대본을 구해 읽어봐요. 지금까지 퉁명스러운 듯하면서도 따듯한 일명 ‘츤데레’ 같은 인물을 많이 연기했거든요. 그래서 더 많은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다른 감정선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는 대본을 구해 연기해봐요. 상상도 많이 하고요. 감정을 극단으로 몰아가는 인물도 해보고 싶어요. 폭력적인 기태를 연기할 때도 심리적으로 힘들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연기하는 순간이 너무 즐겁더라고요. 감정적으로 지치는 기분이 들면 연기할 때 도리어 힘이 돼요.

그런 감정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겠죠. 전 마음을 다스릴 때 잠을 자요.(웃음) 커피 한 잔 마시고 혼자 쉬는 걸 좋아해서 조용히 보내는 시간도 많이 내고요. 집 근처에 저수지가 있어서 산책도 하고 밤하늘도 쳐다보며 시간을 보내요. 친구들과 어울려 놀 때는 얘기도 잘하고 활기찬 편이지만 혼자 카페에 가서 책 읽는 것도 좋아해요. <언어의 온도: 우리의 열아홉>을 촬영하고 읽은 <말의 품격>과 <글의 품격> 같은 책도 좋고. 내가 무심코 내뱉은 말 한 마디에 상대방이 힘들 수 있다는 사실에 공감되고, 그런 의미를 담아낸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 깊이 와닿았어요.

블랙 나일론 재킷, 니트 톱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연기를 시작한 후 생긴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 많이 고민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색다른 캐릭터를 만났을 때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게 고민이라면 고민이죠.

<인간수업> 공개를 앞둔 지금은 어떤 고민이 있나요? 고민이라기보다 걱정인데, 아직 완성본을 보지 않아 제 연기가 어떨지 걱정돼요. 그래도 얼마 전에 후시녹음 때문에 해당 장면을 봤는데 그것만으로도 좋았어요. 촬영할 때 기억도 떠오르고.

반면 공개된 후 기대되는 점은요?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이미지로 기억되길 바라요. ‘저 나쁜 놈’이란 소리를 듣고 싶어요.(웃음) 스스로에게 냉정한 편인가요? 아니요.(웃음)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 하려고 노력하지만 냉정하진 않아요. 제 연기에서 모자란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하지만 그래도 긍정적이에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연기하며 흔들릴 때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진 않아요. 스스로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눅들기보다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다만 늘 하는 다짐은 있어요. 열정을 가지고 조금씩, 더욱더 성장해가야겠다는 다짐이요. 그리고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존중하고 싶어요.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렇게 초심을 잃지 않고 연기했으면 좋겠어요.

오늘 문득 떠오른 촬영 현장의 기억이 있나요? 스튜디오에 오기 전에 <인간수업> 현장이 떠올랐어요. 배우와 스태프가 50명 가까이 모여 있는 현장에서 느낀 긴장감이 문득 기억나더라고요. 현장의 긴장감. 왜 그렇게까지 긴장했을까 하고 웃음이 났어요.

20대를 앞으로 어떻게 채우고 싶나요? 누구보다 바쁘게 살고 싶어요. 바빠서 힘든 나날이기를 기대해요. 지난해에 그렇게 지냈어요. 몸은 피곤한데 오히려 힘이 났어요.

이제 막 필모그래피가 시작되었으니 해보고 싶은 역할이 많을 테죠? 로맨스물의 나쁜 인물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온통 따듯한 사람들인데 저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나쁜 행동을 하는 건지 궁금할 때가 있어요. 언젠가 병에 걸린 인물도 만났으면 해요. 아프면 몸과 마음에 변화가 생기잖아요. 그런 변화를 겪는 일이 어떤 것인지 느끼고, 어떻게 표현하는지 배우고 싶어요.

올해 5월은 어떤 시간으로 남을까요? 나를 많이 알릴 수 있는 시간. 남윤수라는 배우에게 이런 얼굴도 있었구나, 기태를 연기한 배우가 남윤수구나 하고 알아채는 사람이 많은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요.

다시 새롭게, 기도훈

민트 니트 톱 오디너리 피플(Ordinary People), 데님 팬츠 리빙컨셉 바이 원엘디케이(Living Concept by 1LDK).
베이지 코튼 셔츠 레이 바이 매치스패션(RAEY by MATCHESFASHION), 블랙 스니커즈 컨버스(Converse), 블랙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서 연기하는 전직 유도 선수 ‘효신’은 어떤 인물인가요? 라이벌이자 친한 친구와 시합하다 그 친구가 죽었어요. 그때 받은 충격이 워낙 커서 운동을 관두고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죠.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안은 채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냉담해요. 시장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다 만난 다양한 사람들에게 점점 따듯한 정을 느끼면서 마음을 열고 차츰 밝아져 웃을 수 있게 돼요.

효신을 만나 배우로서 기대하는 부분이 있나요? 많은 선생님과 선배 배우들이 함께하는 현장이라는 점이 가장 기대돼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준비를 많이 해가는데도 선배들 앞에서는 제가 한없이 모자라게 느껴져요. 현장에서 부딪힐수록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 명확히 다가오고요. 선배들이 많이 가르쳐주기도 하고, 현장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느끼는 점이 있어요. 많은 걸 배우는 과정이 될 것 같아 설레요.

선배들을 보면 연기뿐 아니라 배우로서 갖춰야 할 태도 면에서도 배우는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선배들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까지 지켜보게 돼요. 이를테면 저는 대본을 받으면 제 부분에 테이프를 붙여두곤 했어요. 그런데 선배들은 자신이 등장하는 장면을 떼어놔요. 연기할 때 신경 쓰는 부분도 좀 다른 것 같기도 하고. 배울 수 있는 매일이 즐거워요.

현장에서 막내겠죠? 초등학생인 막내를 제외하면 제가 제일 나이가 적어요. 중학생 때 모델 일을 시작해 제가 막내인 현장이 많았어요. 선배들과 일하는 게 마음이 편해요. 배우가 된 것도 모델 선배들의 영향이 있죠. 모델의 수명이 길지 않은 편인데 배우를 꿈꾸는 선배 모델을 보며 저도 배우로 빨리 자리 잡아야겠다고 생각 했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얼마나 빨리 배우가 되느냐는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어느 정도 내면이 단단해졌을 때 연기를 시작하는 편이 좋은 것 같아요. 자아가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배우가 되면 혼란스러울 때가 있어요. 연기를 시작한 지는 몇 년 됐지만 오히려 지금이 좋아요. 나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고, 힘든 상황에 처하면 오히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며 쟁취하고 싶은 마음도 커지거든요.

이번 드라마를 하며 배우고 싶은 것이 있나요? 선배 배우들처럼 진짜 사람 같은 인물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기 위한 디테일을 배우고 싶고요.

주말드라마는 호흡이 길어요. 회차가 많다 보면 때때로 자신이 흐트러 지기도 하겠죠? 그럴 때면 ‘이렇게 하면 현장 가서 깨질 텐데 괜찮겠어? 가서 칭찬받고 싶지 않아?’하며 자신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스스로 몰고 가야 흐트러지지 않아요. 전 굉장히 자유분방한 편이어서 즉흥적으로 뭔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그런 마음이 들 때 자신에게 질문하면 자연스레 내일의 연기를 준비하고 연습하게 돼요.

화이트 티셔츠 유니버셜 프로덕츠 바이 원엘디케이(Universal Products by 1LDK). 데님 팬츠 리바이스(Levi’s).

세상일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 봐요. 이것저것 많이 해봤어요. 드라마 FD도 해봤고, 독립영화 프리 프로덕션에도 참여해봤어요.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 잘해내며 시간을 꽉 채워 보내고 싶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도 많은 것을 해요.(웃음) 그런 거 있잖아요. 누워 있을 때도 어떤 노래를 들을지, 어떤 자세로 누워 있을지, 누워서 뭘 할지 이런 걸 계속 생각해요. 세상에 궁금한게 많고 누군가 저를 대신해 시나리오를 써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호기심이 가는 것 중 작품으로 만들 만한 게 있나요? 별자리. 별자리를 중심으로 한 사랑 이야기를 만나고 싶어요. 우리나라에서 혈액형에 따라 성격 등이 다르다고 믿는 것처럼 중화권에서는 별자리를 믿거든요.

아직 드라마가 초반이긴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로 만나고 싶은 인물이 있을까요? 아직 거기까진 생각을 못 하겠어요. 지금은 효신에게 집중하고 있어요. 선배들에게 좋은 자극을 많이 받아 제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선배들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어떤 때는 멘붕이 와요. 어제 그랬어요. 선배들은 캐릭터를 정확히 분석해 몸을 움직이고 감정을 표현 하는데 어느 하나 튀는 부분이 없고 모든 것이 조화로웠어요. 상대를 돋보이게 했다가 다시 자신의 감정을 강조하는 과정이 일사천리로 이어지며 밸런스를 이뤘죠. 그렇게 한 테이크가 끝나는데 할 말을 잃었어요. 나는 이제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뿐이었죠. 어제는 제 촬영 분이 없었지만 세트장에 갔어요. ENG 카메라가 아니라 1, 2, 3번 카메라가 동시에 돌아가는 현장을 경험한 적이 없었거든요. 마치 부딪혀보고 싶은 시험의 장 같았어요.

아직 신인 배우이니 처음 경험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처음이 두려울 때도 있을 테죠? 전 승부욕이 굉장히 강해요. 배우가 된 것도 승부욕이 어느 정도 작용했어요. 처음으로 무섭고 못하는 것을 만났거든요. 연기가 그랬어요.

무섭고 못할 것 같으면 피하면 되잖아요. 그런 마음도 있었지만 뭔가를 한번 피하면 두려움만 커지고 계속 피할 것 같았 어요. 지고 싶지 않아요.

올해 5월은 기억에 어떻게 남을까요? 리프레시. 새 작품을 만나 시작했 고, 배우로서 새롭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으니까. 이번에는 캐릭터보다 제가 주도권을 쥐고 연기해보려고요. 효신이라는 인물에만 집중하지 않고 기도 훈에 집중하며 연기하려고 해요.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오래 연기하려면 제가 연기하는 인물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라는 일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은 뭐예요? 단 하루도 평범한 날이 없고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

본인의 20대가 잘 채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열심히 온 힘을 다해 살고 있어요. 집에 있을 때도 계속 일할 거리를 생각해요. 하다못해 정리라도 해요. 잠시도 편히 쉬고 싶지 않아요. 이렇게 열심히 보내다 언젠가 기도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인정받는 캐릭터를 해낼 수 있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