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여기 ①

영앤도터스

매장 안에 로스팅 룸을 갖춰 직접 생두를 선별하고 로스팅해 원두 납품과 판매를 겸한다. 싱글 브루잉, 아메리카노, 카페 라테, 딥 카라멜 라테, 바닐라 밀크 이 다섯 가지 메뉴에 집중하며 시즌별로 메뉴를 한두 가지씩 변경할 예정이다. 올여름에는 콜드 브루 원액을 얼린 아이스크림에 바닐라 밀크를 조절해가며 부어 먹는 ‘멜팅 라테’를 새롭게 출시한다.

딥 캐러멜 라테 캐러멜 베이스의 따듯한 음료로 컵 끝에 캐러멜 시럽과 설탕, 잘게 부순 견과류 쿠키를 둘렀다. 한곳으로 마시기보다는 컵을 돌려가며 남김없이 먹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 156
영업시간 평일 07:00~17:00, 주말 12:00~17:00
문의 02-6487-0207

 

업사이드 커피 뚝섬점

해방촌 꼭대기의 골목 끝에 자리한 로스터리 카페 ‘업사이드 커피’가 뚝섬에 2호점을 열었다. 매일 친숙한 일상의 커피를 지향하는 업사이드 커피에서는 구운 땅콩, 발아 보리 향이 나는 ‘필업’과 좀 더 가볍고 잎차 느낌을 내는 ‘써니 사이드’ 두 가지 블렌드를 제공하며 매장과 온라인을 통해 원두도 판매한다. 뚝섬점에서는 각 지점의 지역 이름을 딴 시그니처 음료 두 가지를 모두 마실 수 있다.

해방촌 커피, 뚝섬 커피 시럽을 넣은 달달한 라테에 크림을 올린 ‘해방촌 커피’와 달달한 라테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넣고 견과류 쿠키 크럼블을 올린 ‘뚝섬 커피’는 균형 잡힌 단맛과 고소함이 특징.

주소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14길 19-1
영업시간 평일 08:00~20:00, 주말 12:00~20:00
문의 070-8802-7579

 

내자상회

조선시대 궁중의 식품을 관리하던 내자시의 터인 현재 건물의 위치에서 영감을 얻었다. 킨토, 본에나멜웨어 등 주방용품 중심의 생활 잡화를 판매하는 겸 카페로 1백 년 가까이 된 한옥의 미감을 곳곳에 간직하고 있다. 시그니처 메뉴는 대부분 쑥과 관련돼 있으며 시즌마다 스페셜 시그니처 메뉴가 추가된다.

쑥 라테, 단풍 라테 ‘쑥 라테’는 쑥 파우더를 넣은 우유에 분홍빛 팥 크림을 올려 달콤 쌉싸름하고, 얼그레이 시럽을 가미한 ‘단풍 라테’는 베르가모트 향을 진하게 풍기는 크림 커피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10길 3
영업시간 매일 10:00~22:00
문의 070-7755-0142

 

하프커피 안국점
커피와 크림이 반씩 조화를 이룬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하프커피’. 북촌의 오래된 로스팅실을 개조해 첫 로드숍을 오픈했다. 안국점에는 원두 본연의 맛을 살려 로스팅한 7종 이상의 싱글 오리진이 마련돼 있으며, 최근 딜리버리 서비스를 시작해 집에서도 하프커피의 시그니처 음료를 맛볼 수 있다.

버터 크림 라테 순도 99.9% 이상의 우유를 함유한 크림과 버터에 최적의 밸런스로 블렌딩한 에스프레소를 더해 완성되는 메뉴. 스카치 캔디 맛 커피로 이름을 알렸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82
영업시간 매일 10:00~21:00
문의 070-7780-6665

BE THE VOICE 성폭력에 맞서는 사람들 ③

이정연 <한겨레> 젠더데스크

언어가 이끄는 변화

지난해 신설된 한겨레신문사의 젠더데스크는 콘텐츠의 성 인지 감수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젠더 이슈를 논의하는 역할을 한다. 성 인지 감수성에 맞지 않는 표현과 용어, 일러스트와 사진 등은 수정하거나 교체하기도 한다. 심의라기보다는 구성원 전체가 젠더 이슈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의견을 개진하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함께 바꿔나간다. 한겨레신문사의 이정연 기자는 지난 4월부터 젠더데스크를 맡았다.

먼저 젠더데스크의 역할을 소개해주십시오. 편집국은 지면 기사와 디지털 기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합니다. 이런 콘텐츠가 젠더 감수성에 비춰 합당한지, 누군가에게 이차적으로 피해를 주지는 않는지 살펴보고 문제를 제기하는 역할을 합니다. 지난해 5월 만들어진 젠더데스크의 시작점은 사내 학습 동아리인 ‘페미라이터 인 한겨레’입니다. 강남역 살인 사건과 미투 관련 보도 등이 터져 나오던 시기에 페미라이터를 만들었고, 모임에서 젠더를 주제로 한 여러 이야기가 오갔어요. 자연스레 <한겨레>의 성폭력, 젠더 관련 기사의 표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게 됐고 관련 영상과 사진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이러한 내용을 전반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젠더데스크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끝에 만들어졌습니다.

페미라이터 모임에서 자사 기사도 리뷰했을 텐데, 기사의 어떤 부분이 동시대 젠더 감수성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했나요? 사실 <한겨레>의 기사를 검토하는 일은 늘 조심스럽습니다. 개인에 대한 지적이 아닌데도 콘텐츠를 검토하다 보면 이를 만든 사람에 대한 지적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 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폭력 스캔들 관련한 사진 기사에서 짧은 치마를 입은 피해 여성이 법정에 출두하며 구두를 벗고 보안검색대를 지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또 성폭력 관련 보도에 사용하는 일러스트에 가해자의 범죄 사실이 중요한 문제임에도 위축되어 있는 피해자를 담은 일러스트가 쓰일 때도 있었습니다. 젠더데스크가 생기기 전에는 페미라이터 단체 채팅방에서 이런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페미라이터를 만든 이유가 궁금합니다. 미투 운동이 한창일 때 우리의 보도 방향에 불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가 입사하며 후배 기자들도 분명 의문을 가진 부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젠더 이슈에 예민하고 민감한 기준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싶어 하는 동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몇몇이 관련 책을 읽는 독서 모임으로 시작했습니다.

젠더데스크의 보도 가이드라인이 궁금합니다. 사용하지 않는 단어에 대한 지침이 있나요? 최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권력형 성범죄가 문제가 됐습니다. 당시 <한겨레> 디지털 기사에서 피해자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거나 2차 가해로 이어지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를 본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했고 <한겨레>는 바로 공식적으로 사과했습니다. 물론 지면에는 문제가 되었던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젠더데스크의 성범죄, 성 평등 관련 기사 보도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여직원, 여배우, 여판사 등 직업 앞에 ‘여’자를 붙이지 않고, 꼭 필요할 때는 여성 OO라고 쓸 것, 성범죄 관련 사건을 거론할 때 피해자 이름이 아니라 가해자 이름을 사용할 것, 가해행위가 모호하게 표현되는 몹쓸 짓이나 검은 손, 나쁜 손, 파렴치한 짓 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 것, 성폭력이 범죄란 점이 희석되는 성관계나 성 추문이라는 단어 대신 성범죄나 성폭력 범죄라는 단어를 사용할 것, 만취해 참변이나 나 홀로 거주처럼 피해자가 방어에 취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성폭력이 발생한 것처럼 보일 수 있는 표현은 쓰지 말 것, 가해자를 짐승이나 늑대, 악마로 표현하지 말 것, 은밀한 부위라는 표현을 쓰지 말고 신체라고 표현할 것, 몰래카메라가 아니라 불법 촬영물, 리벤지 포르노가 아닌 보복성 영상물, 음란물이 아닌 성 착취물이나 성 착취 동영상이라 표현할 것 등이 있습니다.

젠더데스크의 의견을 반영해 수정하는 부분도 있나요? 많습니다. 최근 최말자 씨의 56년 만의 미투 기사를 <한겨레>에서 단독으로 보도했는데, 첫 보도 이후 부제로 ‘56년 만의 미투 최말자 할머니 재심 청구’라고 썼습니 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한해서 할머니라는 표현은 계속 쓰고 있지만, 이 외에는 성별이 드러나는 용어를 지양하고 있어요. 한 주체에게 굳이 할머니라는 단어로 이미지를 덧씌우지 않으려는 태도입니다. n번방 성 착취 범죄와 관련해서도 20대 국회에서 3대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에서 지면에 정부에서 합동으로 대책안을 발표하는 사진과 더불어민주당이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발표하는 기자 간담회 사진을 실었습니다. 이를 보고 기사에 필요한 사진은 여성들의 시위 사진이라고 판단해 사진을 교체했습니다.

기자 한 명이 젠더데스크를 담당하고 있으니 자신의 젠더 감수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도 필요할 텐데요. 서울 YWCA가 만드는 대중매체 보도 모니터링 보고서가 있습니다. 예전 보고서도 찾아 읽어보곤 합니다. SNS도 도움이 많이 돼요. 언론 보도에 대한 비평의 글이 자주 올라오는데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지적하면 좋은 자극이 되고요. 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요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젠더 감수성의 변화가 느껴지는지요. 물론입니다. 회사 안에서도 그런 변화가 느껴집니다. 성 인지 감수성에 부합하지 않는 단어나 표현을 지적하면 수용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젠더데스크가 하자는 대로 다 하겠다며 응원하는 동료 기자도 있고요. 기사가 지향하는 방향성이 기민하게 변화하고 있어요. 사실 기자 입장에서는 기사 수정을 요청하면 방어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는데도 모두 잘 수용해요. 편집국의 편집위원 가운데 여성 비율도 높아졌고요. 개인적으로는 어디까지 밀어붙일 것인지도 고민합니다. 언론이 앞서 나가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면도 있지만, 현재 대중의 언어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 상식 수준을 잘 지켜가고자 해요.

처음 젠더데스크를 맡고 가장 크게 고민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페미라이터를 만들었고, 꾸준히 활동해왔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해야 할지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상처받지 않고 변화를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 걱정했어요. 또 미처 모니터링하지 못한 빈틈에서 큰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는 걱정도 했습니다. 얼마 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관련 보도도 속보로 나가면서 부적절한 표현이 있어 한겨레사는 적극적으로 사과 했어요. 온라인 기사에 사과 문구를 넣는 데 그치지 않고 지면에 한 번 더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국장과 편집위원 모두 적극적으로 사과문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며 함께 싸우고 있는 부산 성폭력 상담소에도 전화를 걸어 피해자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고요. 실수는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이에 대한 대응을 보며 성 인지 감수성이 크게 나아 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제가 젠더데스크를 맡은 지 한 달쯤 되었고, 그 전에는 임지선 젠더데스크가 있는 동안 좋은 방향으로 변화했습니다. 페미라이터 채팅방에서 오가던 내용이 이제는 공식적인 입장과 방향 성이 되어가는 변화가 흥미롭습니다.

n번방 보도와 관련해 언론사마다 조금씩 다른 단어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한겨레>에서는 n번방 성 착취라고 표현하는데, 단어를 신중하게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사건을 보도 하는 과정에서 분명하게 이름을 짓고 호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성 착취라는 범죄 유형을 명확히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n번방 성 착취 범죄를 취재한 기자에 따르면 취재 당시 n번방에서 유포되는 영상은 성을 착취한 불법 영상물이고, 이를 시작점 삼아 취재가 시작되었지요. 엄연한 범죄에 대해 명확히 이름 짓지 않으면 언론을 신뢰하고 의지하며 제보할 수 없을 겁니다.

지금도 n번방 성 착취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른 언론사도 마찬가지고요. 기사 가운데 성 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기사도 그치지 않고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잠입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취재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에요. 한겨레사 취재팀은 잠입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돈을 내고 들어가지 않은 거죠.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한겨레>에서는 앞으로도 n번방 성 착취 범죄 관련 취재를 꾸준히 지속할 예정인가요?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후속 취재를 준비 중입니다.(인터뷰가 있고 일주일 뒤 <한겨레>는 성착취와 불법도박 산업의 공생 관계 실태를 다룬 ‘n번방과 불법도박, 범죄의 공생’ 4회 기사 중 1회 기사를 공개했다.)

현재 SNS에서도 n번방 가해자 처벌을 위한 해시태그 공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 여론을 들끓게 한 성범죄도 가벼운 처벌로 끝난 적이 많습 니다. 이런 움직임이 과연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칠지 회의감마저 드는데요. 그렇다 해도 여론이 지속적으로 사건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뜨거운 여론이 있기에 언론에서도 좀 더 취재하려고 하고 경찰도 제대로 수사하겠다고 움직이고 있거든요. 여론이 있어야 세상이 조금씩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n번방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만 해도 이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을 때 증거물을 가져와 보여줄 때까지 제대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 없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변화한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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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뫼’라는 장르

실험적인 서사와 탐미적인 언어로 고유한 스타일을 구축한 작가 박솔뫼가 소설 <고요함 동물>로 돌아왔다. 소설 속 ‘나’는 작가가 선사하는 공간과 기억 그리고 사람들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간다. 고양이 탐정 ‘차미’와 함께 수상한 기미와 징조들을 성실히 따라가보길. 평범한 일상이 특별하게 반짝이는 순간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언젠가 탐정소설을 쓰고 싶다고 밝혔고, 드디어 탐정소설 <고요함 동물>을 출간했다. 사실 언젠가 탐정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지금도 여전히 갖고 있다. <고요함 동물>은 탐정소설이라기보다 탐정소설의 여러 장면을 가져와 본래 내가 쓰는 스타일에 활용했다고 하는 편이 더 알맞다.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을 쓰고 싶은데 본격적으로 쓰기에는 아직 그에 맞는 상태가 되지 않은듯해서 내가 좋아하는 탐정소설의 순간들을 가져왔다. 소설 제목은 깊이 고민하기보다는 길을 걷다 우연히 떠오른 단어에서 착안했다.

소설 속 구성이 반복된다. 작품은 주인공의 ‘일상’과 고양이 발자국이 찍힌 ‘사건’, ‘대화’와 ‘대화의 끊김’같은 구성으로 이어지는데, 나의 다른 소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런 구성을 자연스럽게 여기기는 듯하다.

고양이 차미가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으로 등장한다. 고양이를 등장시킨 이유가 있나? 주변에 고양이와 함께 사는 친구들이 많다. 차미 역시 친구의 고양이 이름이다. 함께 있을 때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만큼 고양이만 보고 있어서 언젠가는 고양이가 등장하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거대한 시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친근한 소재를 선택했지만 반복 어구나 리드미컬한 문장의 흐름으로 서사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내 소설에 일관된 공통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때그때 다른 것 같다. 처음 작품을 쓰고자 한 순간이나 장면에 집중하려고 한다. <고요함 동물>은 전작들과 달리 좀 더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귀여운 이야기다.

‘좋아하는 소설들과 긴장감을 유지하며 글을 쓰고, 그 태도를 좋아한다’고 말한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글을 쓰며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작가가 있다면 누구인가? 최근 수년간은 로베르토 볼라뇨의 소설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결과물인 내 소설이 볼라뇨의 소설과 비슷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부정적이다. 아무리 좋아해도 비슷한 결과로 출력되기는 어렵다는 생각도 종종 한다. 지난해에는 루시아 벌린의 <청소부 매뉴얼>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책 <실내연구>와 연결된 ‘방의 복원’, 즉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소설 전체를 관통한다.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태도는 전작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각 공간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늘 공간과 장소에 흥미를 느낀다. 항상 어딘가를 궁금해하고 그곳이 어떤지, 어떤 과거를 가졌는지 생각하는 편이다. 평소 생각에서 소설이 시작되기 때문에 공간이 중심이 되는 소설을 많이 쓰게 되는 것 같다. 밖에 나갔다가 방으로 돌아오면 방이 평소와 다르게 보이고 그러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편해지지 않나. 이런 식으로 미세하게 변화하는 상태를 ‘방의 복원’이라고 표현했다.

<실내연구>를 쓴 작가 피에르 소골의 집은 김포발 하네다행 비행기 내부다. 공간이 어떤 방식으로든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흥미로웠다. 비행기 내부에 관해 쓸 때 가장 몰입했고, 글을 쓰며 기분도 좋았다. 비행기 안에서는 평소에 하던 행동을 쉽게 하지 못하고 제한된 상황에 놓인다. 비행하는 동안은 행동에 제약이 있으니, 다른 일에 신경 쓰기보다는 책을 읽기에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해왔다. 현실에서도 여러 방식으로 다른 곳에 존재할 수 있다는 감각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5장의 ‘고양이는 소리 냄새 촉감 움직임 등으로 고유의 실내를 구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라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방에 떨어진 회색 캐시미어 니트가 회색 고양이로 변하는 장면에서는 공간뿐 아니라 고양이까지 만들어진 셈이다. 작품에는 친구들의 고양이와 길에서 스친 고양이들의 특징이 섞여 있다. 특히 ‘작가의 말’에 쓴 고양이들이 많은 영향을 주었다. 우아한 표정의 흰 고양이 ‘두모’, 분홍색 입이 매력적인 큰 고양이 ‘꼼이’, 초록색 눈을 가진 ‘오이’, 고등어 고양이 ‘짱이’ 등이다. 특히 5장의 ‘나’가 도쿄 여행을 마치고 호텔 방에 들어섰을 때 만난 회색 과학자 고양이 ‘미오’는 ‘나’가 벗어놓은 회색 캐시미어 니트로 묘사되지만 실제로 니트로 구성된 것은 아니다. 작품 속 ‘나’는 평상시에 좋아하는 방의 장면들을 마음속으로 꼽아보며 잠이 드는데, 이런 생각들은 실제 형태로 존재하며 또 다른 방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공간을 만드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작품 속 세계를 구축할 때 중시하는 점이 있나? 이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늘 어렵다. 다만 ‘이상한 자연스러움’의 상태를 설득력 있게 묘사하는 데 집중한다.

12장의 마지막 구절 ‘모든 방은 스스로를 복원하며 방 바로 그 자신이 될 것이다’는 결국 작품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말, 즉 공간을 통해 진짜 자아를 찾는 과정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비슷한 구절을 <Viewers>라는 전시 관련 출판물에 수록된 글에 쓴 적이 있다. 이 글을 쓰며 방이 복원되는 상태에 대해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다가 이번 소설에서 확장하게 됐다.

<고요함 동물>의 마지막에는 해설 대신, 동화 <차미 새미 보미>가 담겨 있다. 원래 해당 시리즈에는 작품 해설이 들어가는데, 해설이 붙는 것이 어울리는 소설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즈음 전시 도록에 쓴 <차미 새미 보미>를 수록해도 괜찮을 것 같아 마지막 장에 담았다. 난해하거나 복잡한 소설은 아니기 때문에 자유롭게 해석하며 읽기 바란다. 한 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도 좋지만 읽다가 잠시 쉬면서 커피도 마시고 산책도 하며 읽는 것을 추천한다.

박솔뫼의 작품에는 항상 다양한 평론과 독자들의 반응이 따른다. 다양한 시각을 담은 다채로운 해석을 볼 때 작가로서 어떤 기분이 드나? 늘 흥미롭게 읽는다. 그 중 가장 좋아하는 반응은 부산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다 보면 부산에 가고 싶어진다는 평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늘 기분이 좋다.

박솔뫼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전에는 이런 질문을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삶에서 무척 중요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가 될까? 곧 단편집을 시작한다. 평소처럼 자리에 앉아 간단히 목과 어깨를 스트레칭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글을 쓰다가 또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일어나 산책한 뒤 원고 쓰기를 반복할 것이다. 하반기에는 장편소설 연재도 시작한다. 그 전까지 무사히 원고를 잘 고쳐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