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THE VOICE 성폭력에 맞서는 사람들 ②

브리 리 작가 겸 여성운동가, 퀸즐랜드 지방법원 前 재판연구원

눈물을 닦고 상처를 마주해 진실을 고발하기까지

어린 시절 오빠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십 수 년의 시간을 버텨왔다. 그러다 사춘기를 겪으며 내적 방향성이 ‘진실과 정의’를 향해 있음을 깨달았고, 정의 같은 걸 찾으려 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말을 뒤로하고 지방법원의 재판연구원이 되었다. 1년간 법원에서 일하며 수많은 성범죄 사건을 마주하는 건 더없이 고통스러웠지만, 이를 통해 과거의 상처를 직면할 수 있었다. 결국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건을 고발했고, 피고인은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는 작가이자 여성운동가 브리 리의 실제 이야기이며, 그는 법조인이자 성폭력 피해자로서 감내하고 고통받다 용기를 낸 경험을 담아 책 <계란껍질 두개골 원칙>을 썼다. 자해까지 이어지던 성폭력 피해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고소인으로서 법정 싸움에서 승리를 쟁취한 그는 자신과 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울어야지. 울고 싶은 만큼 실컷 울고 나서는 눈물을 닦고 다시 정신을 차려야지. 그 러곤 분노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해야 할 일을 시작해야지. 그래야지.”

십 수 년 동안 혼자 견뎌온 일을 가족, 애인, 친구에게 말하고 고소하기까지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듯 이 책을 내는 데도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법률 시스템의 명암을 모두 아는 특수한 위치에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법조계에서 일하는 사람 중 정작 자신의 불만을 법정에 호소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자신의 법조 경력을 담보로 시스템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변호사도 거의 없고요. 저처럼 특권을 가지고 주변의 지지를 받는 사람도 이런 일을 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책은 창작자가 온전히 자기 마음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특별한 예술의 종류라는 생각에서 책을 통해 제 이야기를 전하기로 했습니다.

책 제목을 <계란껍질 두개골 원칙>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계란껍질 두개골 원칙(가해자 완전책임)’은 무척 흥미로운 개념입니다. 이름만 듣고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원리는 간단합니다.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을 때렸는데 B가 죽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B의 두개골이 마치 계란 껍데기처럼 얇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다 해도 A는 자신의 행동이 일으킨 파문에 대해 완전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범죄자는 행위의 심각성을 가늠할 자격이 없으며, 피해자가 나올 때마다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죠. 이 원칙은 약자인 고소인을 배려하고 보호하기 위해 고안되었습니다. 로스쿨 시절에 처음 배운 뒤로 오랫동안 이 개념에 대해 철학적으로 고민해왔고, 성범죄 사건에서 중요한 원칙 중 하나라는 생각으로 이를 책 제목
으로 택했습니다.

책은 크게 두 가지 내용으로 나뉩니다. 1부에는 재판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마주치는 성범죄 사건을 통해 과거 자신이 겪은 일을 밖으로 꺼내는 과정이, 2부에는 과거 성폭력의 가해자를 고소하고 끝내 유죄판결을 얻어내는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읽는 것만으로도 힘들고 지치는 이 과정을 견딜 수 있는 힘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아주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이 책을 통해 제대로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제게는 훌륭한 친구들과 의지가 되는 동반자와 사랑하는 부모님이 있었으니까요. 제가 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 모두 저를 믿어주었습니다. 그들의 지지 없이는 저는 살아남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브리즈번에서 2시간 떨어진 지역 워릭(Warwick)에서 마주한 사건의 피해자가 결정적으로 제게 용기를 심어줬습니다. 피해자가 자신의 상황을 언급한 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곧 끝을 맺는다는 사실과 그에 대한 안도감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저는 마침내 스스로를 위해 정의를 되찾는 노력을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성폭행 피해의 트라우마로 폭음, 폭식, 자해까지 했다는 내용은 충격적이지만, 사실 이는 성범죄 피해자 대부분이 겪는 일입니다. 이런 행동과 감정은 어디에서 기인한 거라고 생각하나요? 이건 무척 복잡한 문제입니다. 지금도 괴로워하는 분이 있다면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라고 권합니다. 저는 심리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전문 분야가 아닌 부분에 대해 조언하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저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적 학대나 성인 간의 성폭력을 비롯한 성범죄가 널리 퍼져있고, 이 사회가 가해자보다 피해 생존자를 비난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사실이 이유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 문제를 해결할 힘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것보다 피해 생존자들을 비난하는 게 훨씬 쉬우니까요. 사회가 전가하는 수치와 비난을 피해자가 완전히 떨쳐버리기는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여타 사건과 달리 성범죄 사건은 유독 피해자에게 가혹한 측면이 있습니다. 피해자는 피해 당시 야한 옷을 입고 있어서는 안 되고, 관계를 원치 않았다는 명확한 증거도 제시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가해자는 술을 마셨다거나, 어린 시절 학대당한 트라우마가 있다거나, 자신의 힘이 얼마나 센지 몰랐다거나 이 중 하나에만 해당해도 이를 이유로 유죄판결을 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법과 절차는 피해자가 인간으로 존중받거나 신뢰받지 못하는 세상의 산물입니다. 피해자를 존중한다면 이러한 범죄는 지금보다 덜 일어날 겁니다. 또 피해자를 신뢰한다면 이러한 범죄에 대한 고발도 많아질 겁니다. 우리의 법률 시스템은 많은 사람의 태도만큼이나 과거에 갇혀 있습니다. 진보는 이처럼 느리고 어려운 일입니다.

성범죄 사건의 법적 절차에 필요한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모든 사람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때, 하다못해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도 보호받고 존중받고 신뢰받아야 합니다. 피고인은 무죄 추정의 원칙으로 보호받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고발인은 공정한 재판을 받고 있지 못합니다. 시스템이 고발자의 반대편에 서 있는 셈입니다. 고발인은 이런 시스템 속에서 아무런 힘도 없고, 아무런 존중도 받지 못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보다 공평하게 만들면 더 많은 고발이 뒤따를 것이고, 사람들은 이러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될 것입니다.

“자신을 위해 싸우기를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이 모든 해악에 대해 책임져야 할
유일한 사람은 바로 가해자입니다.”

용기를 내어 과거의 사건을 고소하고 유죄판결을 얻어낸 이후 내적, 외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무적입니다. 스스로를 위해 싸운 저 자신이 자랑스러워요. 그 마음은 배심원의 평결이 다른 방향으로 내려졌더라도 똑같았을 겁니다. 싸우는 과정은 제가 겪은 가장 무섭고 어려운 사건이었고, 앞으로 그보다 더 힘든 일이 있을지 상상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제 제게 너무 강하거나 무서운 적 따위는 없습니다. 뭐든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시간 동안 호주 법조계와 사회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나요? 미투 운동은 많은 것을 완전히 바꾸어놓았습니다. 그간 여성들이 높은 확률로 학대와 추행, 폭력을 당해왔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라도 알 정도로 널리 퍼졌습니다. 퀸즐랜드에서는 저를 포함한 사람들이 성범죄를 다시 심의하도록 하기 위해 싸워왔고, 실제로 현재 심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2년 전 미투 운동이 일어난 이후 성범죄 근절을 위한 여성들의 적극적인 행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엄청난 백래시도 있고, ‘혐오’라는 이름의 갈등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투 운동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때때로 못된 짓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때로 유죄판결을 받고 감옥에 가기도 하지만, 법적 절차가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권력자들은 이런 걸 좋아하지 않죠. 그들이 두려워하고 방어적으로 나오리라는 것은 예측 가능한 일이에요. 인류 역사 전반에 걸쳐 아무 거리낌 없이 여성을 학대하고 유린하다가, 갑자기 이런 행위로 유죄로 잡혀 들어가고 있으니까요. 당연히 화도 나고 무섭기도 하겠죠. 페미니즘은 평등을 위해 싸우는 것이며, 평등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무언가가 바뀌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페미니즘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답답한 일이기도 해요. 변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모든 이에게 사랑받고 모두와 친하게 지낼 수는 없어요. 그건 불가능한 일이죠.

책 말미에 ‘그가 건드렸던 여자아이가 분노한 페미니스트로 성장했으니까’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던 소녀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인가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제가 믿는 가치를 위해 싸우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가치는 바로 평등입니다. 모두가 평등하길 바라는 마음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여전히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여러분은 강합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합니다. 그러니 자신을 위해 싸우기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목소리를 내고 항의한다고 해서 그로 인해 일어나는 힘든 일이나 귀찮은 일을 여러분이 책임질 필요는 없습니다. 이 모든 해악에 대해 책임져야 할 유일한 사람은 바로 가해자입니다. 계속해서 경찰의 도움을 받으십시오. 끊임없이 가족과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사랑받으십시오. 그들이 좋은 사람이라면, 이러한 모든 부정적인 감정의 원천이 당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라는 것쯤은 충분히 알 겁니다.

마지막으로 바라는 가장 아름다운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모든 세대는 새로운 형태의 평등을 쟁취하기 위해 싸워왔습니다. 다만 모두가 바라는 최종적인 결과물을 얻지는 못했고, 지금을 사는 저 역시 완벽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렇지만 아름답고 멋진 세상은 어떻게 그것을 발전시킬지, 그리고 옳다고 믿는 가치를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저는 이미 가장 아름답고 멋진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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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섹스 라이프

자가격리 삼주 차, 싱글인 나는 결국 그동안 망설이던 데이팅앱을 깔아보았다. 다짜고짜 누드 사진을 보내라는 놈, 당장 만나자는 바보도 있었지만, 천만다행으로 적당히 점잖으면서 종종 야시시한 대화를 흘리는 그와 연결되었다. 왕년에 취미로 야설을 쓰셨나, 그의 유려한 문장력은 매번 나를 흥분시킨다. 온라인으로 누굴 만나는 데 회의적이라 실제 그를 보게 될진 모르겠지만,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그와 나눌 ‘터치’를 상상하면 또 몸이 달아오른다. 만날 수 없어 더 짜릿한 나의 섹스팅 파트너다.  피비(영국, 24)

상점이 문을 닫고 모든 집합은 두 명 이하로 극히 제한되었지만 다행히 외출은 자유로이 할 수 있기에 남자친구와 산책이나 집 데이트는 계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둘 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키스조차 참아왔다. 한 달 즈음 되었을 때 고비가 왔다. 끓어오르는 욕망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지만 또한 다짜고짜 달려들기가 꺼림칙하기도 했다. 우리의 결론은? 안전장치로 마스크를 쓰고, 마주보지 않게 섹스를 했다. 심히 유난스러울 수는 있겠지만 뭐, 특별한 상황엔 특수한 해결책이 필요한 법이니까. 슈테피(독일, 30)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자가격리에 지루해진 커플들 덕분에 코로나 베이비붐이 일 거라고 하는데, 슬프게도 신혼인 우리에겐 먼나라 얘기다. 나는 얼마 전 직장에서 임시 해고통보를 받았고, 요식업에 종사하는 남편은 시에서 내린 레스토랑 휴업명령으로 손님을 받을 수가 없어 고심하고 있다. 너무나 급작스럽게 생계를 위협받으니 스트레스가 심해 성욕 따위는 잃은 지 오래다. 2세 계획은 말할 것도 없다. 알리사(미국, 30)

재택 근무를 하게 된 이후로 우리는 평일 모닝 섹스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었다. 잠도 푹 잤고, 숙취도 없고, 말짱한 정신과 상쾌한 마음으로 커튼 사이사이 스며드는 햇살을 받으며 그와 사랑을 나누는 요즘은 인생에서 손꼽히는 건강한 순간이다. 긴 통근시간에 지쳐 평일에 잠자리를 하는 건 꿈도 못 꾸었고, 주말에는 대부분 놀러 나갔다가 거나하게 취한 채 돌아와 반쯤만 기억되는 섹스를 해 온 우리였다. 재택 근무 만세다. 엘리(미국, 33)

남자친구과 함께 살지만 그는 회사 내 헬스장을, 나는 집 근처 요가원을 다니기에 서로 운동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코로나 사태로 도시가 완전히 봉쇄된 후 우리는 거실에서 함께 홈트를 하기 시작했다. 운동하며 솟은 엔돌핀 때문일까, 땀에서 나온 페로몬일까, 그저 서로의 섹시한 뒤태에 홀리는 걸까, 우리는 벌써 몇 번 홈트 직후에 약속이나 한 듯 격한 스킨십을 나눴다. 여러분, 홈트로 유혹하세요. 소피아(스페인, 29)

지구를 지켜라

아이슬란드는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지열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을 연구 중이다.

지구온난화를 목도한 자들의 움직임, 아이슬란드

“기후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느냐고요? 지난 며칠간 날이 너무 더워 낮에 일을 거의 하지 못하고, 해 질 녘이 되어서야 온실에 가서 일을 했습니다. 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죠.” 녹고 있는 빙하들 아래에 위치한 레이크홀트 마을에 사는 농부 시그퍼스 존슨이 말했다. “기후변화로 새로운 식물과 동물이 나타나고 있어요. 지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분명해요. 이를 막기 위해 우리는 어떤 행동이든 해야 해요.” 그는 전적으로 지열 에너지에 의존해 축산업과 비교할 때 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적은 온실농장 시스템을 소개했다.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가장 빠르게 체감하고 있는 건 레이크홀트 마을 사람들만이 아니다. 지금 아이슬란드에서는 각 지역에서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크고 작은 움직임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중이다.

레이캬비크에서 자동차로 불과 30분 거리에 위치한 헬리셰이디 지열 발전소는 세계적인 규모의 지열 발전소 중 하나다. 이곳에서는 지금 수소전지 생산을 위한 시범 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면 수소전지가 미래의 수많은 산업을 위한 주요 연료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가진 에너지를 가지고 무얼 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예요. 전에는 이렇지 않았죠. 우리는 자연이 주는 혜택을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이제 우리는 보호할 영역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우리의 카브픽스 기술이 그중 하나입니다. 이는 일종의 이산화탄소 주차장으로, 지하 현무암 속에 이산화탄소를 무제한으로 저장해두는 방식입니다. 석유 위기가 절정이었을 때 우리는 이 저장소를 활용해 불과 몇 년 만에 난방 에너지원을 화석연료에서 지열 발전소와 온천으로 완전히 전환했습니다.” 레이캬비크 에너지 공공기관 커뮤니케이션 부서장 에이리커 히알마르손의 설명이다.

지구를 지키기 위한 행보는 레이캬비크에 이어 아이슬란드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아쿠레이리에서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벌써 몇 년 전부터 경유와 휘발유 차 비율을 낮추는 것과 폐기물 처분 면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쿠레이리는 전기차와 수소차 비율이 높은 도시 중 하나이며,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유기성 폐기물 중 80%는 퇴비화 처리소로 보내지고, 처리한 결과물을 지역 농부들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심지어 이곳은 향후 몇 년 안에 탄소 배출 계획을 갖고 있다. 지역 내에서 환경 친화적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그뷔드민드르 H. 시구르라손이 이에 관해 설명을 이어갔다. “아직도 많은 장애물이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난 몇 년간 많이 개선됐어요.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결과를 접하고 있어요. 대기업들도 마침내 관심을 기울이고 수요에 대응하기 시작했고요. 이기주의와 냉소주의는 오래전에 사라졌어요. 기후변화에 있어 우리 모두 한 배를 타고 있는 겁니다.” 아이슬란드는 이미 전역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배를 타고 보다 깨끗한 환경을 향해 나아가는 노를 젓기 시작했다.

 

 

집을 찾은 이산화탄소, 노르웨이 오슬로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는 지난해 유럽환경수도로 선정된 이후 적극적인 환경보호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탄소 포집 및 저장 프로젝트다. 오슬로 클레멧스루드(Klemetsrud) 지역에 있는 동명의 난방 및 소각 공장은 노르웨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장이자,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획하고 저장하는 시범 사업의 시작을 알린 곳이다. 저장소 유지 비용과 성공에 회의적인 여론으로 인해 진척이 없던 이 사업은 아미노(한 개의 질소 원자와 두 개의 수소 원자로 이뤄진 원자단)를 활용한 새로운 방식이 특허를 받으면서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진행 방식은 다음과 같다. 난방 및 소각 공장에서 액화한 이산화탄소를 전기 및 수소 트럭에 실어 가장 가까운 항구로 운송한다. 항구에 도착하면 액화천연가스 수송에 사용되는 탱커에 적재해 약 200km 떨어진 서부 노르웨이 해안으로 다시 운송한다. 그곳에서 액화 이산화탄소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집’이라 불리는 공간으로 보내진다. 해저 1000~3000m 사이 어딘가에 자연적으로 생성된 구덩이와 지진에 의해 벌어진 틈새, 그리고 석유와 천연가스 채굴 과정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만들어진 구덩이들이다.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자료에 따르면 탄소 포집과 저장 시스템은 대기 중 배출량을 80~90%까지 줄일 수 있다. 나아가 2100년까지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55%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의결한 나라들은 2022년까지 온실가스를 50% 감축하고 2030년까지 9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각지에서 탄소 포집 및 저장 프로세스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여전히 우리가 한 발 앞서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노르웨이의 정치적 의지와 지원 덕분이죠. 이 프로젝트는 기후변화에 대항하는 중요한 무기가 될 만큼 기술이 5년 안에 충분히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해요. 더 나아가 앞으로는 탄소를 포획하고 저장하는데 드는 비용이 배출 가스를 생산하는 비용보다 훨씬 적을 거예요. 환경을 해치는 것보다 지키는 데 더 적은 비용이 드는 거죠.” 클레멧스루드의 난방 및 폐기물 소각 공장의 프로젝트 매니저 얀니케 비에르카스의 설명이다. 그의 말처럼 이제 환경을 보호하는 일은 보다 쉽고 비용이 적게 들며 당연한 일로 나아가고 있다.

 

 

태양전지판은 대부분 섬을 연결하는 도로변에 건설되었다.

지중해 최초의 에너지 자급자족, 그리스 틸로스

고요하고 평화로운 휴양지로 알려진 그리스의 작은 섬 틸로스는 얼마 전 새로운 칭호를 얻었다. 지중해에서 에너지 자급자족을 달성한 최초의 섬이 된 것이다. 이는 풍력과 태양에너지를 조합한 에너지로 지난해 3월 6일에 공식적으로 그리스 전력 시스템의 일부로 승인받았다.

틸로스 에너지 프로젝트는 현재 섬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고 있으며 특수 에너지 저장 배터리 시스템(ESS)이 이미 겨울에 소비할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다. 소규모 지역 네트워크 관리자들은 잉여 전력 중 일부를 인근 칼림노스섬(Kalymnos Island)과 코스섬(Kos Island)에 해저 라인을 통해 수출하고 있다.

“우리에게 이건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자연과 조화롭게 살고, 환경과 유대감을 형성해왔습니다. 우리는 무엇에도 돈과 자원을 과도하게 쓰지 않으며 소박하고 겸손한 삶을 삽니다. 또한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하지요. 우리는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믿습니다.” 지난 7년간 틸로스의 시장을 역임 중인 마리아 캄마(Maria Kamma)의 말이다.

캄마에 따르면 에너지 프로젝트는 틸로스가 만들어내는 많은 이야기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그는 청정 에너지 프로젝트의 다음 단계는 섬의 교통 시스템을 전기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이 섬에 첫 전기 충전소가 건설되었다. 이미 보조금 일부를 전기 버스를 구입하는 데 사용했고, 내년 여름쯤이면 틸로스의 공공 교통 시스템 전체가 전기로 운행될 것이다. 공공 가로등부터 섬사람의 생존에 중요한 수도 펌프에 이르기까지 공공 기반 시설도 모두 전기로 운영할 예정이다.

마리아 캄마는 틸로스의 멋진 청정 에너지 이야기가 지중해 전체를 자극해 세계 각지의 도시와 섬이 자신들의 뒤를 따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에너지의 배터리 저장은 우리 섬만의 독특한 자랑입니다. 하지만 이 개념을 다른 섬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어요! 많은 그리스 섬들이 이미 우리의 노하우에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줬고 독일, 폴란드, 코르시카 등지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아직 달성하지 못한 것도 많습니다. 단지 첫 스타트를 끊었을 뿐이죠.” 놀랍게도 이건 겸손의 말이 아니다. 실제로 틸로스는 에너지 자급자족 섬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가격이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완전히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을 보장하는 첨단 기술을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