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Y STRONG ⑥

시나브로

브런치 작가 | 코로나19 완치 판정자

코로나19에 대한 경험을 브런치에 공유한 이유 확진 판정을 받고 국가의료원의 음압 병실에서 28일 동안 있었다. 뉴스에서 숫자로 마주하던 확진자가 내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직장 동료에게 감염된 남편을 통해 나 역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2월 말쯤 확진자가 되고 보니, 확진 판정 이후의 과정이나 경험담을 전혀 찾을 수 없어 답답하고 두려웠다. ‘확진자’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분위기여서 그랬을 것이다. 나라도 기록을 남기면 누군가는 덜 당황하고 덜 무섭지 않을까 생각했다. 망설임 끝에 ‘나는 코로나19 확진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고, 약 60만 명이 공감해줬다. 덕분에 지금은 격리 해제되어 가족의 곁으로 돌아왔다.

실제로 경험한 코로나19 발열 여부가 코로나19를 판별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알려졌지만 우리 부부는 모두 열이 나지 않았다. 뉴스에서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중환자 소식을 많이 접하다 보니 코로나19에 걸리면 병원에서 모두 그런 모습으로 지내는 줄 알았다. 나는 무증상이었기 때문에 상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겉은 멀쩡해도 확진자일 수 있기 때문에 퇴원 후에도 철저하게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을 지키고 있다.

가장 절망적이었던 순간과 희망을 보았던 시간 확진 판정 소식을 전해 들은 순간이 가장 절망적이었다. 나는 양성 판정을 받았고 아이들은 모두 음성이어서 당장 아이들과 분리되어 병원으로 이송될 거라는 전화였다. 백일이 채 지나지 않은 둘째는 당시 모유 수유 중이었고 온종일 품에 안고 지낸 시간이 많아 혹시 아이가 코로나19에 걸리진 않았을까 무척 불안했다. 이와 동시에 감사했던 건 그럼에도 살아날 희망이 있다는 것이었다. 증상이 없고 아이들이 음성임에, 우리 부부 때문에 다른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고 입원할 수 있는 병실이 있음에 감사했으며, 확진 소식을 빠르게 확인해준 보건소 공무원과 의료진에게도 고마웠다. 또 따뜻한 말로 위로해준 지인과 응원의 댓글을 달아준 익명의 이웃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평온한 일상에 대한 소중함이 마음속 깊이 울려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라는 극한 상황에서 절망과 희망이 함께 찾아왔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막연한 불안으로 생긴 혐오보다는 배려와 연대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힘든 시간이다. 지금의 상황에서도 감사한 일을 찾아 몸과 마음의 근육을 키워나가다 보면 어느새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겠지만, 현장에서 고군분투한 분들의 땀과 노력은 결코 잊히지 않을 거다. 조만간 모두가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갈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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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RD TIME

“이탈리아 정부는 4월 중순까지 이동 제한을 명령했다. 이런 조치에도 확진자 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감염 속도까지 빨라 아마 4월 말까지 이동 제한이 연장될 것 같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규칙을 잘 따르지 않는 편인데 지금 동네의 거리는 텅 비었고 문을연 슈퍼마켓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다. 좀처럼 정치인을 신뢰하지 않는 우리는 매일 총리의 기자회견에 귀 기울인다. 믿기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두려워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적응해가고 있다. 물론 여전히 지시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개를 데리고 산책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는 세계인의 일상을 바꿔버렸다. 자유롭게 외출할 수 없게 되었고 친구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할 수도 없고 집 앞 공원으로 산책을 갈 수도 없다. 이탈리아의 외곽 도시 포를리(Forli)에 사는 필리포 벤투리 (Filippo Venturi)는 지난가을 중국에서 작업을 준비하던 중에 코로나19 관련 소식을 듣고 프로젝트를 연기한 채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백신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가까운 시간 내에 다시 사진 작업을 할 수 있을지 확신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탈리아도 한국처럼 확진자의 동선을 빠르게 추적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을 검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외출할 수 없게 된 이후 집에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낸 다. 나의 아들 율리스는 집 안의 모든 물건을 들여다보고 탐험한다. 물론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걱정이 든다. 앞으로 오랫동안 사진 작업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우리가 잘 이겨낼 수 있으리라 다독이지만 마음속으로는 많은 생각을 한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필리포는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 <이창>의 주인공처럼 창문 너머로 보이는 이웃을 바라보 았다. 빨래나 말리던 작은 공간인 정원과 테라스는 이제 사람들이 밖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하고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내가 사는 도시 포를리를 사랑한다. 집근처에 큰 공원이 있고 대체로 날씨도 좋다. 가까운 곳에 친구와 친척이 살아 종종 그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곤 했다. 내게는 이 도시가 작은 천국 이었다. 쉽지 않겠지만 언젠가 이 천국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때가 되면 가보지 않은 나라에 여행 가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와 함께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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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말하는 책

시작의 글에 ‘죽음과 시신들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를 읽고 싶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맞지 않는 책을 고른 셈이다’라는 경고문이 적혀 있다. 왜 사람들이 죽음과 시신에 대한 적나라한 사실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은 늘 우리와 함께한다.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죽음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는 것은 일종의 공포다. 사람들은 대부분 일상에서 죽음에 관한 냉정한 사실을 굳이 직면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죽음을 직면하는 과정은 자의식을 강화하고, 스스로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처음에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무척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알아가다 보면 죽음에 대해 훨씬 담대한 마음을 갖게 된다. 몇몇 독자가 이 책을 읽고 남긴 말이 있다. “예전에는 죽음을 생각하면 초조하거나 우울한 기분이 들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감정을 많이 해소할 수 있었다. 이제는 죽음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어떠한 것을 알아야 할지 생각하는 보다 합리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다.”

책에 담긴 죽음과 시신에 관한 묘사가 꽤 적나라하다. 어느 정도까지 말해야 할지 고민한 적이 있었나? 없다. 정직이야말로 진정한 자유고 힘이니까. 게다가 나는 장례 산업의 개혁을 바라는 사람으로서 이 산업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조금도 포장하지 말자는 기조를 가지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누군가는 방부 처리나 화장 등에 관한 내용이 뭔가 잘못됐고 이상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생각을 오히려 더 반긴다. 사람들은 장례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떻게 돈을 버는지, 어떻게 유족들에게서 시신을 떼어놓는지를 계속 관심있게 지켜봐야 한다. 그러다 보면 ‘뭔가 변화가 필요하겠다’, ‘어쩌면 장례 산업이 그다지 환경 친화적이지 않을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몇몇 챕터에서 현대사회에서 당연시 여기는 장례 풍습에 의심을 품을 만큼 과거나 다른 나라의 다양한 장례 풍습에 대해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세계 곳곳의 장례 풍습을 소개함으로써 올바른 장례 방식이란 없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세계 곳곳의 사람들은 문화에 따라 시신을 다양한 방법으로 대한다. 그리고 각 나라의 장례 풍습은 시대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예전에는 미국도 매장했지만, 요즘은 대부분 화장한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에서 매장한다고 하면 다들 믿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망자를 기리는 데는 셀 수 없을 만큼 여러 가지 방식이 있고, 이것이 각자의 문화에서 장례를 치르는 방식과 다르다 하더라도 무언가 배울 만한 점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했다.

이 책 외에도 서로 다른 문화권의 장의 의례를 다룬 또 다른 책을 발간하고, 강연도 하며, <장의사에게 물어보세요(ASK A MORITICIAN)>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다. 배움의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열심히 지식을 쌓으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유튜브는 고양이 동영상이나 뮤직비디오를 보려고 이용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가능한 한 여러 경로로 정보를 전달하고 싶다. 나 말고는 이 일을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러므로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튜브 영상에는 온갖 여성 혐오성 댓글이 달리고, 이 책을 두고 장의업계 종사자조차 그저 재미로 저러는 거라는 소리를 하는데도 계속해서 죽음에 관한 글을 쓰고 말하게 만드는 동력은 무엇인가? 그런 댓글이 많긴 하다.(웃음) 일단 나는 장의업계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대중을 위해 일한다. 그러니까 업계를 주름 잡고 있는 나이 든 남성들에게는 내가 고깝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돈을 아낄 수 있어요.” “이런 부분은 좀 다르게 해볼 수 있어요.” “보다 친환경적인 선택지, 보다 가족들에게 이로운 선택지가 있어요.” 유족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다니니까. 하지만 대중은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을 좋아하고, 내 일을 존중한다. 장의업계에서 내가 하는 일을 인정해준다면 고맙겠지만, 나는 업계의 나이 든 남성들의 사랑을 받는 것보다는 대중을 위해 일하는 것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책이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나? 그런 부분에 관해 말하려면 끝도 없을 것 같다.(웃음) 가장 원하는 게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이 죽음에 대한 지식이 자신의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비밀스러운 산업의 전유물도, 의학 전문가나 장례 전문가가 독점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에 죽음은 우리 모두의 것이고, 우리는 전문가들만큼 죽음에 대해 명확하고 자세하게 알 권리가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

‘죽음이 28세에 찾아오든 93세에 찾아오든, 나는 만족한 채 무(無)로 돌아가 미끄러져 죽기로 선택했다’라는 문장을 마지막에 남겼다. 아마 누구나 자신의 죽음에 이렇게 의연해지고 싶을 것이다. 그렇지만 당장은 두려움이 앞서는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이런 사고의 전환을 위한 첫발을 내밀라고 조언하겠는가? 우리의 목표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죽고 나서 천국에 갈지 지옥에 갈지에 대해 말해주는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신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매장이란 어떤 것인지, 화장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있다. 죽은 육신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다른 생각으로 바꾸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죽음에 관해 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책도 읽고, 영상도 찾아 보고, 공동묘지에도 가고, 할 수 있는 만큼 공부해보라. 죽음에 초조감을 느낀다면,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이야말로 스스로를 바꿀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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