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빨리 더 높이, 한승우의 열망

핑크 재킷과 슬리브리스 톱 디올 옴므(Dior Homme).
티셔츠 벨루티(Berluti), 팬츠 르 주(Le Je).
니트 베스트 르 주(Le Je),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과 셔츠 모두 프라다(Prada).
그린 재킷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스트라이프 티셔츠 캘빈 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s).

오늘 빅톤의 새 음반 <Mayday>의 티저 영상이 공개됐다. 곡의 일부분이 아니라 내레이션으로 음악의 정서를 설명한 방식이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다. 우리가 그동안 발표한 음악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었고, 그건 노래보다 내레이션으로 담백하게 들려주는 방식이 좋을 것 같았다. 드라마처럼 앞서 한 이야기를 간결하게 정리해주고,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겠다는 의미다. 참고로 그 내레이션, 내 목소리다.(웃음)

<Mayday>는 장르와 컨셉트 모두 처음 시도하는 형태의 음악이다. ‘끝나지 않은, 끝내지 못하는 사랑’을 주제로 한 곡이다. 얼터너티브 R&B 장르로 그간 들려준 적 없는 묵직한 사운드다. 지금까지는 청량하거나 서정적인 분위기였다면, 이번에는 절제미가 있는 모습을 준비했다.

매번 빅톤의 멤버들이 작사와 작곡, 안무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참여했나? (도)한세와 내가 작사를 했고, 안무는 모든 멤버의 의견을 조금씩 반영했다. 모든 멤버가 매 음반에 조금씩 참여 해왔지만, 이번에는 유독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서로 부딪치더라도 의견을 내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그래서 과정이 치열했다.

왜 이번 음반을 만들면서 유독 열정적인 태도를 보인 건가? 빅톤이 2016년에 데뷔했는데, 지난해 말부터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그‘ 리운 밤’이라는 곡으로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처음 1위를 했다. 이어서 올해 3월에 낸 싱글 <Howling>의 반응도 괜찮았고. 이런 흐름 덕분에 다들 자신감과 계속 해보자는 기세가 생긴 것 같다.

음반을 내고 활동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도 이 시기를 택한 이유가 있나? 우리 생각으로는 어쨌든 지금이 노를 저어야 할 때인데, 시기와 환경을 탓하면서 마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최대한 상황에 맞춰서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했다.

이번 음반으로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멤버들이랑 얘기했는데 사실 이번 음반에 기대는 없다. 그냥 빅톤에게 이런 모습도 있다는 것, 그리고 꾸준히 음반을 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특히 뮤직비디오를 보면 알겠지만, 이번 음반은 빅톤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번 음반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자작곡도 꽤 많이 만들어뒀다고 들었다. 아주 많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곡도 있고, 여름에 신나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댄스 곡도 있고, 섹시한 퍼포먼스를 염두에 두고 만든 곡도 있다. 확실히 이전에 만든 곡들에 비해 완성도가 높아서 개인적으로는 빨리 공개하고 싶은데, 시기를 가늠해보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한 자작곡을 들어보니 R&B와 힙합의 경계에 있는 장르가 많은 편이다. 장르는 다양하게 시도하는데, 특히 좋아하는 게 R&B와 힙합이긴 하다. 요즘은 뮤지션 라우브나 롤 모델의 음악에 꽂혀 있다.

음악적으로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려는 것 같다. 노래도 하고 랩도 하고, 작사와 작곡에 안무까지. 이 모든 걸 언제 다 하나? 그러게. 언제 다 하는 건지 나도 신기할 때가 있다. 요즘 하루 일정을 정리해보면 아침에 작업실에 가서 음악을 듣고, 노래 연습을 한다. 그러다 작곡 프로그램을 켜서 곡을 만들고, 생각나는 가사가 있으면 곡에 붙여본다. 그러다 지치면 컴퓨터게임을 잠깐 하고(웃음), 저녁에 안무 연습을 한다. 그러고 밤이나 새벽에 다시 곡 작업을 하고. 최근 몇 달간은 아주 열심히 살고 있다.

아침부터 밤까지 음악만 하는 일상인데 지칠 때는 없나? 지친다기보다 가끔 막힐 때가 있다. 계속 무언가를 쏟아내다 더 이상 나올 게 없다 싶은 순간이 가장 답답하다.

어떤 지점에서 막히는 건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 일단 곡 하나를 완성하면 두 번째, 세 번째 곡에서 나도 모르게 똑같은 멜로디를 쓸 때가 있다. 이미 그 멜로디에 빠져서 비슷한 형태를 반복하게 되는 거다.

요즘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생각은 무엇인가? 계속 드는 생각은 ‘일하자, 쉬지 말자, 움직이자’. 일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움직이려고 한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있나? 해소가 안 돼서 그런 것 같다. 너무 하고 싶은데 못 하던 시절이 있어서 그런지 일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개인 작업도 많이 하고, 쉴 때도 작업실에 간다.

그렇게 일을 해서 얻고 싶은 결과는 어떤 것들인가? 팀도 그렇고 나 자신도 더 많이 알리고 싶다. 우리 음악이 음원 차트 상위권에 계속 남아 있기를 바라고, 음악이 좋다는 소문도 돌았으면 하고. 또 스스로 만족하는 곡을 계속 만들고 싶다.

그럴 때 누군가는 원하는 결과에 빨리 닿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천천히 한 단계씩 나아가는 쪽을 택한다. 예전에는 돌아가더라도 결과를 튼튼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만 돌아가도 될 것 같다. 천천히 조금씩 하면서 뿌리가 많이 깊어졌으니, 지금부터는 속도를 내려고 한다.

올해 음반을 벌써 두 개나 냈다. 연말까지 몇 번이나 컴백을 더 하게 될까? 이번 음반을 제외하고 적어도 두 번은 더 내려고 한다. 욕심인지 모르지만 일단 시도하는 중이다.

멤버 모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멤버들도 그렇지만 매니저 형들도 요즘 잠을 못 잔다. 내가 쉬면 안 된다고 매일 새로운 일을 제안하고 있다. 아마 10월쯤 되면 다들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올 것 같다. 일단 홍삼 세트 하나씩 선물해야겠다.

음악 말고 한승우라는 사람을 알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팬들한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아이돌이 아니라 사람으로 다가가겠다는 말. 그래서 최대한 많이 소통하려고 한다. 브이앱이나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많이 하는데, 그걸 보면 다 알 수 있다. 거기선 그냥 사는 얘기를 많이 한다.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등 최대한 친구랑 만난 것처럼 대화한다.

그 때문인지 팬잘알(팬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라는 별명이 있다. 지금 팬들이 빅톤에게 원하는 것도 알고 있나? 일단 빨리 보는 것. 그리고 다시 한 번 청량한 컨셉트를 시도하는 것. 빅톤이 3집 때까진 청량한 음악을 선보였는데 그 이후 몽환적이거나 서정적인 무드로 바뀌었다. 요즘 나오는 음악도 좋아해주지만, 옛날의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반응도 꽤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것을 해보고 싶나? 다른 뮤지션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것. 나와 결이 다른 뮤지션을 만나 공동 작업을 하면서 그 사람이 가진 음악적 재능을 배우고 싶다. 태양, 박재범, 딘, 크러쉬, 헤이즈, 수란, pH-1 등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매우 많다.

작사도 하고 있으니 음악으로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도 있을 것 같다. 일기처럼 꾸준하게 내 일상을 음악으로 얘기하는 방식을 생각 중이다. 너무 긴 시간 동안 생각이나 감정을 드러내는 걸 자제하고 숨겨온 탓인지 이제는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다.

그럼 오늘의 감정을 음악으로 풀어내면 어떤 곡이 나올까? 아마 팬들이 원하는 밝고 설레는 무드의 곡이 아닐까. 막 컴백을 했고, 좋아하는 화보도 찍고, 내 이야기를 실컷 할 수 있는 인터뷰도 하게 되어서 오늘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촬영장에 왔다.

아직 촬영을 시작하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닌가? 오늘 남은 일정이 꽤 많다. 좀 섣불렀나? 나중에 힘들다고 갑자기 장르를 바꿀 수도 있겠다. 하하. 일단 지금까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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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셔츠 시스템 옴므(System Homme).
화이트 재킷 디그낙(D.GNAK), 시스루 톱 자라(ZARA), 팬츠 에포님(Eponym), 로퍼 레드미티어(RedMeteor).
로브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핑크 티셔츠 오피신 제네랄(Officine Generale), 브라운 팬츠 이즈(Eeasee), 앵클부츠 알든 40288H 바이 유니페어(Alden 40288H by Unipair).
오버사이즈 수트 폴 스미스(Paul Smith), 스니커즈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반소매 니트 스웨터 더 캐시미어(the CASHMERE), 셔츠 네이비 바이 비욘드 클로젯(NAVY by Beyond Closet), 쇼츠 베르위치 바이 I.M.Z 프리미엄(Berwich by I.M.Z Premium), 구두 후망(Humant).

대본으로 만난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문상태’에게 느낀 첫인상이 궁금하다. 맑다, 이 친구 만나고 싶다, 상태를 연기하게 된다면 고민이 많아 지겠다, 힘들겠다, 쉽지 않겠다. 그리고 하게 됐을 때는 처음엔 기쁘다, 이후엔 두렵다, 어떡하지. 이렇게 조금씩 상태를 만나갔다.

극 중 상태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졌다. 이미 몇몇 작품에서 다른 배우들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참고한 인물이 있나? 다른 드라마나 영화 속 자폐 스펙트럼 캐릭터를 찾아볼까 하다가 오히려 독이 될수 있을 것 같아 내가 그린 상태를 믿고 가기로 했다. 과거에 있었던 캐릭터를 보고 계산하다 보면 상태를 제대로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다. 내가 느끼고 고민해 그린 상태를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장애를 가진 인물을 표현하다 보면 실제보다 과장하거나 왜곡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러울 것 같다. 조금이라도 잘못 이해하고 해석해 표현하면 자폐 스펙트럼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가령 평소 얘기할 때도 병이 아니기 때문에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다’ 하는 식으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상태를 이해하고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끝나면 상태라는 인물을 만났을때 저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보다 저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면 한다. 이 작품을 만났을 때부터 이런 정서가 가장 위에 있었다.측은하게 느껴지는 인물이 아니라 무언가 같이 하고 먹고, 보고 싶다는 정서를 중심으로 연기하려고 한다.

배우는 글로 적힌 인물에 여러 층을 더해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어간다. 어떤 식으로 인물을 입체화했나? 추측만으로 접근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분들을 만나거나 그분들의 부모님을 만나 조언을 얻었다. 이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보면 표현되는 것이 0부터 10까지 매우 다양하다. 티가 잘 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우 많이 드러나는 사람도 있다. 문상태라는 인물을 드라마에 녹였을 때 어느 정도 선이 가장 적절할지 많이 고민하며 만들어가고 있다. 드라마가 끝나면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과 겪을 사건들이 가볍지 않고 특별하며 매우 소중하고 무게감 있게 남을 것 같다. 사람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모그래피를 채운 작품 수가 아주 많다. 포털사이트의 필모그래피에 따르면 영화가 72편, 드라마가 25편이다. 이 중 지금 문득 떠오르는 작품이 있나? 모든 작품이 조금씩 다르게 의미 있다. 우선 <아버지>라는 영화에서는 단 한 마디였지만 배우로서 처음 입을 연 ‘행인2’ 역할을 연기했다. 비록 대사는 한 마디뿐이었지만 내게는 매우 소중하다. 독립영화 <8월의 일요일 들>을 통해 만난 ‘소국’이라는 인물도 의미 있는 친구다. 이 친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무미건조한 느낌의 인물인데, 보통 상업 영화에서 한 인물을 연기할 때면 어떤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표현해야 이 인물이 슬퍼 보이고 더불어 관객이 함께 슬퍼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면, 이 영화를 작업할 때는 그냥 내가 슬프면 굳이 슬픔을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도 내가 슬프면 오케이였다. 이렇게 한 신 한 신 만들어갔 다. 장면은 밋밋할 수 있지만 이런 장면이 쌓여가다 보니 한 인물의 정서가 충분히 그려지는 경험을 했다. 또 <남자사용설명서>라는 작품은 상업 영화에서 처음 주연을 맡아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작업했는데 귀여운 영화가 돼주어 소중하다. 최근 작품으로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규태’ 도 생각난다.

며칠 전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TV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수상 소감으로 “지금까지 1백 편 넘는 작품을 작업하며 어떤 작품은 성공하기도 하고, 또 어떤 작품은 심하게 망하기도 했지만 결과가 저마다 다른 모든 작품을 똑같은 마음으로 똑같이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런 크고 작은 부침에서 자유로운 편인가? 작은 역할이어서 위축되거나 비중이 큰 역할을 해서 좋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으니까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비중의 크고 작음이나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그냥 배우로서 가고 있는 길에서 만난 작품의 하나일 뿐이다. 그때문인지 어떤 작품이든지 크게 들뜨거나 위축되지 않는다.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그랬다. 70, 80세까지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하나 하나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내가 가는 길에서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 부수적인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아야 건강하게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영화 <파견;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 다>로 배우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에서 삶이 고단한 인물을 연기했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 관한 현실적인 이야기다. 굉장히 열심히 사는 사람이지만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단히 큰 걸 바라지 않더라도 최소한 이만큼은 보상받아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속 외침 같은 걸 가진 인물이다. 굉장히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친구가 하나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이 성실한 태도가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드는 친구다. 하지만 언젠가 그 건강한 성실함이 분명히 보상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마음으로 그 인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마음이 관객에게 전달되기를 바랐다. ‘열심히 살다 보면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보상받을수 있을 거야. 이 사회가 아직 이렇지만 쉽게 지치지 마라’ 하는 마음가짐으로 <파견;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를 만났다. 누군가는 내가 독립영화나 단편영화에 출연하면 도움을 주기 위해 선택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그 작품과 인물이 좋아서, 혹은 내가 부족하거나 경험하지 못한 연기를 해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실험적인 연기도 가능하고. 어떤 작품이든 똑같이 배우의 연장선이자 교육의 장이다.

지금까지 작품을 선택하며 포기하지 않은 기준이 있나? 항상 로그라인이 정확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로그라인이 여러 가지이거나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애매한 작품은 피하게 된다. 만드는 사람이 작품을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떻게 색칠해가야 할지 답을 찾기 힘들다.

70, 80세가 되어 필모그래피에 마침내 마침표가 찍어졌을 때 자신의 필모그래피가 어떻게 다가왔으면 좋겠나? 어땠으면 좋겠다 하는 기준 같은 건없다. 그냥 잘못 걸어왔어도, 잘 걸어왔어도 뿌듯할 것 같다. 다만 그때까지 지치지 않고 건강하게 지금처럼만 가면 뿌듯하지 않을까?

수십 년을 배우로 살아야겠다는 확신이 든다는 건 이 일을 그만큼 좋아한다는 의미일 텐데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이 뭔가? 예전에 이 일의 매력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지금 하는 일이 좋은데 내가 왜 배우라는 직업을 좋아하지? 내가 허리가 좀 아파서 주변에 허리 아픈 사람들이 있으면 마사지를 해준다. 어느 근육을 어떻게 풀면 나아지는지 대충 아니까 내가 마사지를 해주면 사람들이 시원해하고 기뻐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뿌듯하 다. 배우도 이런 거 아닐까? 내 연기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기뻐하고 슬퍼하며 공감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한 거.

배우로 살며 항상 같은 온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슬럼프였던 순간도 있었나? 없었다. 힘들고 지칠 때는 있었지만 슬럼프와는 다른 것이었다. 작품을 많이 할 수 없어 힘들 때는 그 정서를 내 안에 담아두려고 했다. 그리고 대중에게 인지도가 없어 창피하게 느껴질 때면 그 감정이 증폭되는 게 아니라 배우로서 필요한 감정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좋지 않은 상황도 배우로서 긍정적으로 담아두려고 노력했다.

여전히, 여자친구

예린 핑크 크롭트 톱과 팬츠 모두 잉크(EENK), 체커보드 스니커즈 반스(Vans), 골드 네크리스는 예린 본인 소장품. 은하 핑크 미니드레스 잉크(EENK), 핑크 그러데이션 스니커즈 아쉬(Ash), 화이트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크롭트 티셔츠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 데님 팬츠 잉크(EENK), 선글라스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진주 브레이슬릿 먼데이에디션(Monday Edition).
라임 컬러 재킷과 팬츠 모두 자크뮈스 바이 네타포르테(Jacquemus by NET-A-PORTER), 화이트 티셔츠 미스치프(Mischief), 베이스볼 캡 기준(Kijun), 진주 네크리스 밀서울(Mil Seoul).
예린 오버사이즈 재킷 그레이 양(Grey Yang), 롱 원피스 인스턴트펑크(Instant Funk), 블랙 샌들 닥터마틴(Dr. Martens), 베이스볼 캡 기준(Kijun). 은하 오버사이즈 재킷 문선(Moonsun), 티셔츠와 베이스볼 캡 기준(Kijun), 데님 팬츠 올세인츠(All Saints), 블랙 워커 닥터마틴(Dr. Martens).

오늘 지켜보니 예린과 은하 두 사람은 그야말로 단짝 친구 같아요. 은하 이렇게 단둘이 화보를 찍는 건 처음이지만, 앨범 재킷을 찍을 때 보통 예린 언니와 같이 찍게 되더라고요. 한결같은 느낌이라 카메라 밖에서도 편하게 있었어요.예린 은하는 제 오른팔이고 전 은하에게 왼팔인 존재예요.(웃음) 생각해보니 스케줄을 위해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늘 은하가 제 옆자리에 앉네요. 은하 서로에게 반쪽인 셈이죠.(웃음)

취향도 비슷한가요? 예린 일단 지금 둘 다 금발이고요.(웃음) 음식 취향도 비슷해서, 만약 둘이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면 아마 ‘먹방’ 채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은하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취향도 똑같아요. 울고싶은 날에는 슬픈 로맨스영화를 봐요. 액션영화도 좋아하고요. 예전에는 둘이 영화관에도 자주 갔어요.

반대로 이건 나와 조금 다르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나요? 은하 언니는 파스타를 좋아하지만 저는 싫어한다는 것? 유일하게 다른 음식 취향이에요. 예린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점은 별로 없어요. 오랜 시간 같이 지내서 닮아버렸나 봐요.(웃음)

여자친구의 팀워크는 이미 ‘완성형’이네요. 아직도 무대를 보면 연습량이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하고요. 초심을 유지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잊지 않으려고 하는 것들이 있어요? 예린 여자친구 멤버들 모두, 무대에서 잘하려는 욕심이 여전히 많아요. 무대에 오를 때마다 좀 더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개개인이 노력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새로운 제스처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조금이라도 안무가 맞지 않으면 될 때까지 계속해요. 한 명이 맞지 않아도 모두가 같이 연습하면서 도와주죠. 화합과 조화를 가장 중시해요. 은하 멤버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아, 나도 좀 더 연습해야지’ 하고 자극을 받아요. 솔로가 아니라 그룹으로 활동하니까 서로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죠.

데뷔 초에 비해 변화한 것도 있을까요? 예린 예전에는 이런 인터뷰를 할 때 무척 긴장했어요. 지금은 그때에 비해 편안해요. 어떤 대답을 했을 때 그게 정답일지 늘 고민했던 것 같아요. 사실 인터뷰에는 정답이 없는데, 그때는 정답을 찾아 헤맸죠. 마치 수험생처럼요. 하지만 방송을 하거나 무대에 서는 건 여전히 긴장되는 일이에요. 특히 새 앨범의 첫 무대가 그래요. 아무
리 연습을 많이 해도 무대에서 실수를 하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요. 저를 5년이나 지켜본 팬들이 제가 긴장한 걸 알아채기도 하더라고요. 그럴 때 내가 보지 못하는 내 모습까지 아는 팬들이 참 대단하고 고맙게 느껴져요. 은하 저도 마찬가지예요. 아직도 쇼케이스를 앞둔 밤에는 잠을 못 이뤄요. ‘별로 긴장되지 않는데?’ 하다가도 쇼케이스 직전에 갑자기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더라고요.

그럼에도 여전히 회자되는 여자친구의 레전드 무대가 많죠.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나요? 은하 많은 가수들이 모이는 대형 콘서트에서 ‘오늘부터 우리는’ 무대를 했는데, 다른 가수의 팬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가사를 정확히 따라 불러줬어요. 그때 소름이 돋았어요. 예린 역시 ‘오늘부터 우리는’ 무대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지금까지 타이틀 곡 무대 중에 가장 긴장했는데, 안무 중에 제가 엄지의 등을 짚고 뜀틀을 넘는 동작이 있거든요. 무대에서 실수할까 봐 늘 긴장의 연속이었어요.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어서 다행이에요.

이제는 음악 방송을 위해 방송국에 가면 후배 그룹도 많겠어요. 은하 네. 우리의 무대 순서가 엔딩일 때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걸 실감해요. 보통 연차순 대로 무대를 하거든요. 그리고 엔딩 무대가 끝나면 곧바로 그 주의 1위 곡을 발표하기 때문에 모든 가수들이 무대 옆에 나와 대기해요. 그때 다들 우리의 무대를 지켜보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요. 괜히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요.(웃음) 예린 훗날, 좋은 선배로 남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는것 같아요.

예린과 은하가 동경하는 뮤지션은 누구예요? 예린 음악 차트에 있는 모든 노래를 다 듣는 편인데, 요즘은 여성 솔로 뮤지션들이 특히 눈에 띄더라고요. 아이유, 태연, 선미, 청하 선배님은 혼자서 노래를 부르는 데도 늘 무대가 꽉 차 보여요.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여자친구가 데뷔했을 때 ‘연약한 소녀’가 아니라 ‘씩씩한 소녀’라서 좋았어요. 무대에서 감정 표현은 어떻게 해요? 마냥 예쁘기보다는 격한 안무가 많아서 더 어려울 것 같아요. 예린 늘 생각하는 건데 자연스럽게 표현하는게 가장 어려워요. 그래서 무조건 노래를 많이 들어요. 노래를 듣다 보면 감정이입이 되고 각자에게 맞는 제스처와 눈빛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은하 사실 저희 멤버들이 다들 씩씩하고 털털한 성격이라서 자연스럽게 컨셉트에 녹아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여자친구는 ‘가사 맛집’으로 유명한 그룹이죠. 좋아하는 가사가 있다면? 은하 ‘유리구슬’의 ‘불안해 마요. 꿈만 같나요. 널 위해서 빛나고 있어’ 부분을 가장 좋아해요. 꼭 팬들에게 하는 말 같거든요. 제가 가수를 하는 이유 같기도 하고요.

자신에게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은하 ‘유리구슬’이 데뷔 곡이라, 데뷔 전에 이 가사를 알게 됐는데, 불안해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위로를 받은 적이 있어요.

지금은 불안을 많이 덜어냈나요?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을 것 같아요. 예린 침착해졌어요. 전에는 저한테 얼마나 많은 감정의 종류가 내재되어 있는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슬프면 너무 슬퍼했고, 기쁘면 한없이 기뻤는데, 지금은 어떤 상황에서든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은하 악플을 보면서 크게 상처받고 힘들어한 시기가 있는데, 지금은 어떤 선을 정해두고 차단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어요.

지금까지 여자친구 앨범을 살펴보면 조금씩 성숙한 느낌이 들어요. 앞으로 여자친구의 음악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은하 그동안 순수한 소녀들의 노래를 들려주었다면 이제는 조금 더 당당한 여성으로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린 나이마다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지금까지 그랬듯 멤버 모두 계속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7월에 새 앨범을 발매하죠. 힌트를 준다면? 은하 아직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서 아쉽지만, 분명한 건 아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는 거예요.(웃음) 이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연습실에 가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컴백을 앞두고 가장 기대되는 일은 뭔가요? 예린 팬들의 반응이 가장 기대되죠. 내 휴대폰으로만 듣던 노래를 대중에게 공개할 때 어떤 반응을 보일 지가 가장 궁금해요. 은하 음원 사이트에서 스트리밍도 하고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도 많이 봐요. 공식적으로 음원이 공개되면, 우리 노래지만 우리 노래 같지 않은 느낌이 들어요.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랄까.(웃음)

벌써 2020년이 반이나 지나갔어요. 올해 세운 계획을 잘 실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을 해볼 시기예요. 은하 올해는 책을 많이 읽는 게 목표였는데, 몇 권 읽기는 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해요. 방금 이 계획을 떠올리고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읽자고 다시 다짐했습니다. 예린 올해 초에 버킷 리스트를 작성했어요. 리스트 중에 탈색이 있었는데, 지금 금발이에요. 이 외에 비밀스러운 일도 많이 이뤘어요.(웃음)

원래 계획 세우는 걸 좋아해요? 예린 네. 계획대로 이루어지면 뿌듯해요. 그리고 뭐든 끄적거리는 걸 좋아해서, 일기도 쓰고 있어요.

일기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나요? 예린 예전에는 숙제처럼 일기를 썼는데, 억지로 쓰면 의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나중에도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남겨요. 중요한 일이 있거나 내가 쓰고 싶은 날 골라서 쓰고 있어요. 전에 <정글의 법칙>에 출연해 오지에 다녀왔는데, 거대한 자연 속에 있다 보니 제가 아주 작게 느껴지더라고요. 제 삶과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정글에서는 물이나 음식을 직접 구해서 먹어야 하고, 지금 편하게 앉아 있는 소파도 당연히 없거든요. 그 이후 생각이나 감정을 기록 하게 됐어요.

요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을 텐데,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요? 은하 3일 전에 가족들과 친척 집에 놀러 갔다가 ‘루미큐브’라는 게임을 접했어요. 새벽 3시까지 그 게임을 하면서 완전히 푹 빠져버렸죠. 물론 승률은 아직 형편없지만요.(웃음) 예린 액세서리에 관심이 생겨서 인터넷 쇼핑을 즐기고 있어요. 저한테 어울리는 패션 아이템을 찾는 일이 꽤 재미있더라고요.

방금 예린과 은하의 다른 점을 찾았어요. 지금 입고 있는 패션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요. 예린은 원피스를 입고 있고 은하는 편안한 티셔츠를 입고 있네요. 은하 저는 무조건 편안한 옷을 사는 편인데, 그래서 좀 걱정돼요. 옷장에 커다란 티셔츠나 후디, 트레이닝 팬츠 밖에 없더라고요.(웃음)

그 사실은 최근 만든 인스타그램에서도 알 수 있었어요. 멤버 모두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은하 코로나19 때문에 팬들이랑 만날 기회가 없어서 저희의 소소한 일상이나 사진을 공유하려고 만들었어요. 조금 더 멋진 옷을 입고 멋쟁이인 척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서 조금 고민스러워요.(웃음) 예린 어떤 사진을 어떻게 올릴지 고민하는 과정이 재미있더라고요. 자존감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만약 개인 활동을 한다면 어떤 일에 도전하고 싶어요? 은하 노래를 좋아하니까 제가 꾸민 커버 무대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예린 유튜브 채널에서 조금 더 다양한 제 모습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지금 20대를 함께 보내고 있죠. 매일 마주하면서요.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응원의 말을 해준다면? 은하 우린 아직 젊고, 젊은 날은 아직 많이 남았어. 그러니까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 예린 20대는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예쁜 나이일 거야. 지금 그대로도 너무 아름답지만, 훗날 돌아봤을 때 조금 더 부끄럽지 않은 삶을 함께 꾸렸으면 해. 이 시간을 공유하면서 나아갈 수 있는 우리여서 참 좋아. 앞으로도 행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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