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호가 되기까지

카무플라주 패턴 트렌치코트, 재킷과 팬츠, 스트라이프 셔츠, 화이트 슈즈 모두 셀린느(Celine).
아네모네 꽃 문양이 그려진 샴페인과 샴페인 잔 모두 페리에 주에 벨에포크(Perrier Jouet Belle Epoque), 나무를 형상화한 오브제 하이퍼 네이처 서빙 리추얼 바이 베단 로라 우드×메종 페리에주에(Hyper Nature Serving Ritual by Bethan Laura Wood ×Maison Perrier Jouet), 플로럴 패턴 재킷과 팬츠, 셔츠, 레이스업 슈즈 모두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진하고 톡 쏘는 블랙베리 과즙과 막 수확한 월계수 잎이 더해진 매력적인 향이 특징인 블랙베리 앤 베이 코롱 조 말론 런던(Jo Malone London), 더블브레스트 재킷, 플라워 패턴 톱, 셔츠, 블루 팬츠, 타이, 샌들 모두 구찌(Gucci).
그린 컬러 코튼 점프수트, 벨트, 샌들 모두 펜디(Fendi),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컬러 포인트 니트 톱, 블랙 팬츠 모두 발렌티노(Valentino), 실버 체인 브레이슬릿 베루툼(Verutum).
미네랄 향기와 씨 솔트가 더해져 영국 해안에 부는 바람처럼 활기 넘치는 향이 특징인 우드 세이지 앤 씨 솔트 코롱 조 말론 런던(Jo Malone London), 블루 재킷, 집업 후디, 터틀넥 톱, 팬츠 모두 지방시(Givenchy).
집업 재킷, 셔츠, 팬츠, 벨트 모두 디올 맨(Dior Men), 샌들 처치스(Church’s).
더블브레스트 재킷, 스트라이프 셔츠, 팬츠, 샌들 모두 구찌(Gucci).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첫 시즌을 마쳤습니다. 일단 별 탈 없이 잘 마무리되어 감사한 마음이에요. 그리고 잠시나마 의사 역을 맡아 지금 같은 시기에 그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조금은 알게 된 것도 의미 있고요. 참 대단하고 존경스러워요.

30대 초반 무렵, 흥행작에 대한 갈증을 얘기한 적이 있어요. 그리고 몇 년 뒤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만났죠.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은 작품을 만난다는 건 배우에게 어떤 영향을 주나요? 흥행작에 갈증을 느꼈다기보다 대중이 나를 원하지 않으면 내가 사랑하는 연기를 계속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가장 무서운 게 감독님의 오케이 사인이에요. 오케이 사인으로 내 연기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건데, 대중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두렵죠. 잘 안 될 수도 있고, 너무 잘될 수도 있지만 그런 평가 때문에 배우 생활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우정 작가님과 신원호 감독님을 만나면서 그런 걱정이 없어졌죠. 두 작품을 하면서 행복했던 것 같아요. 이 사람들이라면 평생 함께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흥행에는 여러 요소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모든 인물이 각자의 서사를 가진 채 매력적으로 그려진다는 것인데, 본인이 맡은 준완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솔직함. ‘왜 굳이 말을 저렇게까지 해’ 하는 사람도 있지만, 준완은 환자나 친구, 연인을 언제나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대해요. 츤데레 같은 매력도 있고요. 기본적으로 착한 사람이에요. 우정이나 사랑에 진심인 걸 보면요.

준완을 연기하는 데 대한 감독의 디렉션이 있었나요? 감독님은 디렉션을 많이 하기보다 배우를 믿어주는 편이에요. 상황을 만들고 그 안에서 알아서 놀게끔 해줬어요.

가장 준완다운 대사를 떠올린다면요? ‘익순’(곽선영)에게 했던 고백, “내가 좋아한다고 말했었나? 오빠랑 연애하자.” 그 말을 하기까지 서사가 길지 않았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준완의 나이가 마흔이에요. 뭘 재요. 그렇잖아요. 그 마음이 진심이면 되는 거죠. 하나 더 꼽아보면 ‘도재학’(정문성) 선생에게 했던 “의사가 환자를 포기하면 그걸로 의사는 끝이야”라는 대사도 생각나네요.

이번 작품은 연기와 연주라는 두 가지 일을 해내야 한다는 점에서도 독특한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연주가 더 어려웠을테죠? 110% 연주. (조)정석이 형이 기타를 잘 쳐서 묻어간 거라고 생각해요. 형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2004년부터 연기를 시작했으니까 배우로 산 지 벌써 16년이 되었어요.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순간이 있었나요? 대사가 잘 안 외워질 때? 좀 속상해요. 몇 년 전만 해도 대본에 손만 올려도 대사가 외워졌거든요. 진짜로요. 한두 번만 읽으면 됐었는데, 지금은 시간이 오래 걸려요. 읽으면서 중간중간 ‘좀 전에 이게 뭐였지?’ 싶어서 다시 보고요.

군에 입대한 시기를 제외하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작품을 한 편 이상 해왔어요. 꽤 두껍게 쌓인 필모그래피 중 한 단계 올라섰던, 성장했던 작품을 돌아본다면요? 한 단계 올라섰다기보다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를 하면서 ‘체력이 아직 대단하구나’ 하고 느낀 적이 있어요. 30일 넘게 밤을 샌 적이 있는데, 그게 되더라고요. 나 자신에게 ‘고생했다,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그리고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찍는 내내 놀다 온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내가 연기를 더 많이 즐길 수 있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애정을 품은 작품도 있을 것 같아요. 군대에 있을 때 연기를 못한 한을 풀고 싶었어요. 친한 형이자 선배인 하정우 형한테 술 먹고 이런 마음을 얘기한 적이 있는데, 형이 대뜸 “제목은 ‘롤러코스터’야. 한류 스타인 배우가 탄 비행기가 흔들리는데 착륙을 못 해. 어떨 것 같아?” 하는 거예요. 그게 영화 <롤러코스터>의 시작이었어요. 그렇게 하기로 한 후부터 예전에 형이랑 연극할 때처럼 두 달 동안 매일 만나서 대사 만들고, 리허설 하면서 영화를 찍었어요. 그걸로 한을 다 풀었죠.

16년 동안 쉬지 않고 연기할 수 있는 데는 어떤 동력이 작용했나요? 달리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요리는 할 줄 알지만 누군가에게 대접하거나 팔 정도는 아니에요. 그렇다고 사업 수완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골프나 농구, 축구도 하지만 못한다는 소리를 안 듣는 정도예요. 그런데 연기는 너무 잘하고 싶고, 좋고, 재미있어요.

연기를 잘한다는 건 어떤 걸까요? 결국 조화인 것 같아요. <슬기로운 의사생활>만 해도 캐릭터는 물론이고 실제로 연기를 하는 주연배우 5명 모두 달라요. 어떻게 성격이 이렇게 다를까 싶을 정도로요. 그걸 어떻게 조화롭게 만드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연기에서 절대 혼자는 없어요.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배우 정경호의 첫인상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최윤’이었을 겁니다. 지금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김준완’을 떠올리는 사람이 가장 많을 거고요. 다음은 어떤 어떤 캐릭터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아직 해보지 못한 역할이 너무 많아요. 그렇지만 당분간은 김준완으로 불렸으면 해요. 한 5년쯤은 이 이름으로 살고 싶어요. 간혹 의사로 오해하는 분들도 있죠? 실제로 의사를 만나서 얘기한 적이 있는데, 저한테 진지하게 의학 용어를 쓰면서 이런 건 이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셔서 약간 당황했어요.(웃음)

인스타그램도 하고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지만, 일에 관한 얘기가 대부분이에요. 일을 제외하면 어떤 것이 남나요? 강아지 두 마리의 배변 패드를 갈고, 털을 빗기고, 함께 산책하는 일상. 이 외에는 촬영하는 동안 못 했던 데이트나 운동을 하는 게 전부예요. 예전에는 조깅을 좋아해서 어디에 있든 아침마다 한 시간씩 뛰었는데, 미세먼지가 생기면서 그만뒀어요. 최근에 조깅이나 웨이트트레이닝을 다시 시작해보려고 하는 중이에요.

연기 말고 좋아하는 것은요? 강아지랑 운동. 그리고 연기 잘하는 사람들 연기를 보는 것이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어‘ 떻게 저렇게 잘하지!’ 하고 감탄하는 재미가 있어요.

지금의 정경호라는 사람을 만든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8년 넘게 한 사람이랑 연애를 하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사람 정경호를 만든 건 최수영 씨라고 생각해요. 수영 씨가 하라는 거 하고, 하지 말라는 건 안 하면서 사람이 됐어요. 밥 먹기 전에 손 닦을 것, 자기 전에 양치질하고, 술 많이 마시지 말 것, 옷 깔끔하고 예쁘게 입고 다닐 것 등.(웃음) 그래서 여자친구 말을 잘 들어야 해요.

30대가 지나기 전에 남기거나 얻고 싶은 것이 있나요? 몸을 좀 키우고 싶어요. 체력도 키울 겸. 속도 건강하고 보기에도 좋은 몸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이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다음 시즌 촬영까지 몇 달간 시간이 남았어요. 어떻게 보낼 생각인가요? 미처 못 본 대본들이 있어서 그것부터 빨리 보고 결정해야 해요. 그리고 기타 연습. 11월부터 촬영이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요즘 계속 기타만 치고 있어요. 하하.

더 빨리 더 높이, 한승우의 열망

핑크 재킷과 슬리브리스 톱 디올 옴므(Dior Homme).
티셔츠 벨루티(Berluti), 팬츠 르 주(Le Je).
니트 베스트 르 주(Le Je),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과 셔츠 모두 프라다(Prada).
그린 재킷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스트라이프 티셔츠 캘빈 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s).

오늘 빅톤의 새 음반 <Mayday>의 티저 영상이 공개됐다. 곡의 일부분이 아니라 내레이션으로 음악의 정서를 설명한 방식이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다. 우리가 그동안 발표한 음악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었고, 그건 노래보다 내레이션으로 담백하게 들려주는 방식이 좋을 것 같았다. 드라마처럼 앞서 한 이야기를 간결하게 정리해주고,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겠다는 의미다. 참고로 그 내레이션, 내 목소리다.(웃음)

<Mayday>는 장르와 컨셉트 모두 처음 시도하는 형태의 음악이다. ‘끝나지 않은, 끝내지 못하는 사랑’을 주제로 한 곡이다. 얼터너티브 R&B 장르로 그간 들려준 적 없는 묵직한 사운드다. 지금까지는 청량하거나 서정적인 분위기였다면, 이번에는 절제미가 있는 모습을 준비했다.

매번 빅톤의 멤버들이 작사와 작곡, 안무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참여했나? (도)한세와 내가 작사를 했고, 안무는 모든 멤버의 의견을 조금씩 반영했다. 모든 멤버가 매 음반에 조금씩 참여 해왔지만, 이번에는 유독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서로 부딪치더라도 의견을 내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그래서 과정이 치열했다.

왜 이번 음반을 만들면서 유독 열정적인 태도를 보인 건가? 빅톤이 2016년에 데뷔했는데, 지난해 말부터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그‘ 리운 밤’이라는 곡으로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처음 1위를 했다. 이어서 올해 3월에 낸 싱글 <Howling>의 반응도 괜찮았고. 이런 흐름 덕분에 다들 자신감과 계속 해보자는 기세가 생긴 것 같다.

음반을 내고 활동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도 이 시기를 택한 이유가 있나? 우리 생각으로는 어쨌든 지금이 노를 저어야 할 때인데, 시기와 환경을 탓하면서 마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최대한 상황에 맞춰서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했다.

이번 음반으로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멤버들이랑 얘기했는데 사실 이번 음반에 기대는 없다. 그냥 빅톤에게 이런 모습도 있다는 것, 그리고 꾸준히 음반을 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특히 뮤직비디오를 보면 알겠지만, 이번 음반은 빅톤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번 음반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자작곡도 꽤 많이 만들어뒀다고 들었다. 아주 많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곡도 있고, 여름에 신나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댄스 곡도 있고, 섹시한 퍼포먼스를 염두에 두고 만든 곡도 있다. 확실히 이전에 만든 곡들에 비해 완성도가 높아서 개인적으로는 빨리 공개하고 싶은데, 시기를 가늠해보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한 자작곡을 들어보니 R&B와 힙합의 경계에 있는 장르가 많은 편이다. 장르는 다양하게 시도하는데, 특히 좋아하는 게 R&B와 힙합이긴 하다. 요즘은 뮤지션 라우브나 롤 모델의 음악에 꽂혀 있다.

음악적으로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려는 것 같다. 노래도 하고 랩도 하고, 작사와 작곡에 안무까지. 이 모든 걸 언제 다 하나? 그러게. 언제 다 하는 건지 나도 신기할 때가 있다. 요즘 하루 일정을 정리해보면 아침에 작업실에 가서 음악을 듣고, 노래 연습을 한다. 그러다 작곡 프로그램을 켜서 곡을 만들고, 생각나는 가사가 있으면 곡에 붙여본다. 그러다 지치면 컴퓨터게임을 잠깐 하고(웃음), 저녁에 안무 연습을 한다. 그러고 밤이나 새벽에 다시 곡 작업을 하고. 최근 몇 달간은 아주 열심히 살고 있다.

아침부터 밤까지 음악만 하는 일상인데 지칠 때는 없나? 지친다기보다 가끔 막힐 때가 있다. 계속 무언가를 쏟아내다 더 이상 나올 게 없다 싶은 순간이 가장 답답하다.

어떤 지점에서 막히는 건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 일단 곡 하나를 완성하면 두 번째, 세 번째 곡에서 나도 모르게 똑같은 멜로디를 쓸 때가 있다. 이미 그 멜로디에 빠져서 비슷한 형태를 반복하게 되는 거다.

요즘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생각은 무엇인가? 계속 드는 생각은 ‘일하자, 쉬지 말자, 움직이자’. 일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움직이려고 한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있나? 해소가 안 돼서 그런 것 같다. 너무 하고 싶은데 못 하던 시절이 있어서 그런지 일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개인 작업도 많이 하고, 쉴 때도 작업실에 간다.

그렇게 일을 해서 얻고 싶은 결과는 어떤 것들인가? 팀도 그렇고 나 자신도 더 많이 알리고 싶다. 우리 음악이 음원 차트 상위권에 계속 남아 있기를 바라고, 음악이 좋다는 소문도 돌았으면 하고. 또 스스로 만족하는 곡을 계속 만들고 싶다.

그럴 때 누군가는 원하는 결과에 빨리 닿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천천히 한 단계씩 나아가는 쪽을 택한다. 예전에는 돌아가더라도 결과를 튼튼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만 돌아가도 될 것 같다. 천천히 조금씩 하면서 뿌리가 많이 깊어졌으니, 지금부터는 속도를 내려고 한다.

올해 음반을 벌써 두 개나 냈다. 연말까지 몇 번이나 컴백을 더 하게 될까? 이번 음반을 제외하고 적어도 두 번은 더 내려고 한다. 욕심인지 모르지만 일단 시도하는 중이다.

멤버 모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멤버들도 그렇지만 매니저 형들도 요즘 잠을 못 잔다. 내가 쉬면 안 된다고 매일 새로운 일을 제안하고 있다. 아마 10월쯤 되면 다들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올 것 같다. 일단 홍삼 세트 하나씩 선물해야겠다.

음악 말고 한승우라는 사람을 알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팬들한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아이돌이 아니라 사람으로 다가가겠다는 말. 그래서 최대한 많이 소통하려고 한다. 브이앱이나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많이 하는데, 그걸 보면 다 알 수 있다. 거기선 그냥 사는 얘기를 많이 한다.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등 최대한 친구랑 만난 것처럼 대화한다.

그 때문인지 팬잘알(팬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라는 별명이 있다. 지금 팬들이 빅톤에게 원하는 것도 알고 있나? 일단 빨리 보는 것. 그리고 다시 한 번 청량한 컨셉트를 시도하는 것. 빅톤이 3집 때까진 청량한 음악을 선보였는데 그 이후 몽환적이거나 서정적인 무드로 바뀌었다. 요즘 나오는 음악도 좋아해주지만, 옛날의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반응도 꽤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것을 해보고 싶나? 다른 뮤지션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것. 나와 결이 다른 뮤지션을 만나 공동 작업을 하면서 그 사람이 가진 음악적 재능을 배우고 싶다. 태양, 박재범, 딘, 크러쉬, 헤이즈, 수란, pH-1 등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매우 많다.

작사도 하고 있으니 음악으로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도 있을 것 같다. 일기처럼 꾸준하게 내 일상을 음악으로 얘기하는 방식을 생각 중이다. 너무 긴 시간 동안 생각이나 감정을 드러내는 걸 자제하고 숨겨온 탓인지 이제는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다.

그럼 오늘의 감정을 음악으로 풀어내면 어떤 곡이 나올까? 아마 팬들이 원하는 밝고 설레는 무드의 곡이 아닐까. 막 컴백을 했고, 좋아하는 화보도 찍고, 내 이야기를 실컷 할 수 있는 인터뷰도 하게 되어서 오늘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촬영장에 왔다.

아직 촬영을 시작하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닌가? 오늘 남은 일정이 꽤 많다. 좀 섣불렀나? 나중에 힘들다고 갑자기 장르를 바꿀 수도 있겠다. 하하. 일단 지금까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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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셔츠 시스템 옴므(System Homme).
화이트 재킷 디그낙(D.GNAK), 시스루 톱 자라(ZARA), 팬츠 에포님(Eponym), 로퍼 레드미티어(RedMeteor).
로브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핑크 티셔츠 오피신 제네랄(Officine Generale), 브라운 팬츠 이즈(Eeasee), 앵클부츠 알든 40288H 바이 유니페어(Alden 40288H by Unipair).
오버사이즈 수트 폴 스미스(Paul Smith), 스니커즈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반소매 니트 스웨터 더 캐시미어(the CASHMERE), 셔츠 네이비 바이 비욘드 클로젯(NAVY by Beyond Closet), 쇼츠 베르위치 바이 I.M.Z 프리미엄(Berwich by I.M.Z Premium), 구두 후망(Humant).

대본으로 만난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문상태’에게 느낀 첫인상이 궁금하다. 맑다, 이 친구 만나고 싶다, 상태를 연기하게 된다면 고민이 많아 지겠다, 힘들겠다, 쉽지 않겠다. 그리고 하게 됐을 때는 처음엔 기쁘다, 이후엔 두렵다, 어떡하지. 이렇게 조금씩 상태를 만나갔다.

극 중 상태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졌다. 이미 몇몇 작품에서 다른 배우들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참고한 인물이 있나? 다른 드라마나 영화 속 자폐 스펙트럼 캐릭터를 찾아볼까 하다가 오히려 독이 될수 있을 것 같아 내가 그린 상태를 믿고 가기로 했다. 과거에 있었던 캐릭터를 보고 계산하다 보면 상태를 제대로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다. 내가 느끼고 고민해 그린 상태를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장애를 가진 인물을 표현하다 보면 실제보다 과장하거나 왜곡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러울 것 같다. 조금이라도 잘못 이해하고 해석해 표현하면 자폐 스펙트럼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가령 평소 얘기할 때도 병이 아니기 때문에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다’ 하는 식으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상태를 이해하고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끝나면 상태라는 인물을 만났을때 저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보다 저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면 한다. 이 작품을 만났을 때부터 이런 정서가 가장 위에 있었다.측은하게 느껴지는 인물이 아니라 무언가 같이 하고 먹고, 보고 싶다는 정서를 중심으로 연기하려고 한다.

배우는 글로 적힌 인물에 여러 층을 더해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어간다. 어떤 식으로 인물을 입체화했나? 추측만으로 접근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분들을 만나거나 그분들의 부모님을 만나 조언을 얻었다. 이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보면 표현되는 것이 0부터 10까지 매우 다양하다. 티가 잘 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우 많이 드러나는 사람도 있다. 문상태라는 인물을 드라마에 녹였을 때 어느 정도 선이 가장 적절할지 많이 고민하며 만들어가고 있다. 드라마가 끝나면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과 겪을 사건들이 가볍지 않고 특별하며 매우 소중하고 무게감 있게 남을 것 같다. 사람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모그래피를 채운 작품 수가 아주 많다. 포털사이트의 필모그래피에 따르면 영화가 72편, 드라마가 25편이다. 이 중 지금 문득 떠오르는 작품이 있나? 모든 작품이 조금씩 다르게 의미 있다. 우선 <아버지>라는 영화에서는 단 한 마디였지만 배우로서 처음 입을 연 ‘행인2’ 역할을 연기했다. 비록 대사는 한 마디뿐이었지만 내게는 매우 소중하다. 독립영화 <8월의 일요일 들>을 통해 만난 ‘소국’이라는 인물도 의미 있는 친구다. 이 친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무미건조한 느낌의 인물인데, 보통 상업 영화에서 한 인물을 연기할 때면 어떤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표현해야 이 인물이 슬퍼 보이고 더불어 관객이 함께 슬퍼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면, 이 영화를 작업할 때는 그냥 내가 슬프면 굳이 슬픔을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도 내가 슬프면 오케이였다. 이렇게 한 신 한 신 만들어갔 다. 장면은 밋밋할 수 있지만 이런 장면이 쌓여가다 보니 한 인물의 정서가 충분히 그려지는 경험을 했다. 또 <남자사용설명서>라는 작품은 상업 영화에서 처음 주연을 맡아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작업했는데 귀여운 영화가 돼주어 소중하다. 최근 작품으로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규태’ 도 생각난다.

며칠 전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TV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수상 소감으로 “지금까지 1백 편 넘는 작품을 작업하며 어떤 작품은 성공하기도 하고, 또 어떤 작품은 심하게 망하기도 했지만 결과가 저마다 다른 모든 작품을 똑같은 마음으로 똑같이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런 크고 작은 부침에서 자유로운 편인가? 작은 역할이어서 위축되거나 비중이 큰 역할을 해서 좋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으니까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비중의 크고 작음이나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그냥 배우로서 가고 있는 길에서 만난 작품의 하나일 뿐이다. 그때문인지 어떤 작품이든지 크게 들뜨거나 위축되지 않는다.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그랬다. 70, 80세까지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하나 하나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내가 가는 길에서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 부수적인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아야 건강하게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영화 <파견;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 다>로 배우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에서 삶이 고단한 인물을 연기했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 관한 현실적인 이야기다. 굉장히 열심히 사는 사람이지만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단히 큰 걸 바라지 않더라도 최소한 이만큼은 보상받아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속 외침 같은 걸 가진 인물이다. 굉장히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친구가 하나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이 성실한 태도가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드는 친구다. 하지만 언젠가 그 건강한 성실함이 분명히 보상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마음으로 그 인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마음이 관객에게 전달되기를 바랐다. ‘열심히 살다 보면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보상받을수 있을 거야. 이 사회가 아직 이렇지만 쉽게 지치지 마라’ 하는 마음가짐으로 <파견;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를 만났다. 누군가는 내가 독립영화나 단편영화에 출연하면 도움을 주기 위해 선택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그 작품과 인물이 좋아서, 혹은 내가 부족하거나 경험하지 못한 연기를 해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실험적인 연기도 가능하고. 어떤 작품이든 똑같이 배우의 연장선이자 교육의 장이다.

지금까지 작품을 선택하며 포기하지 않은 기준이 있나? 항상 로그라인이 정확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로그라인이 여러 가지이거나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애매한 작품은 피하게 된다. 만드는 사람이 작품을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떻게 색칠해가야 할지 답을 찾기 힘들다.

70, 80세가 되어 필모그래피에 마침내 마침표가 찍어졌을 때 자신의 필모그래피가 어떻게 다가왔으면 좋겠나? 어땠으면 좋겠다 하는 기준 같은 건없다. 그냥 잘못 걸어왔어도, 잘 걸어왔어도 뿌듯할 것 같다. 다만 그때까지 지치지 않고 건강하게 지금처럼만 가면 뿌듯하지 않을까?

수십 년을 배우로 살아야겠다는 확신이 든다는 건 이 일을 그만큼 좋아한다는 의미일 텐데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이 뭔가? 예전에 이 일의 매력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지금 하는 일이 좋은데 내가 왜 배우라는 직업을 좋아하지? 내가 허리가 좀 아파서 주변에 허리 아픈 사람들이 있으면 마사지를 해준다. 어느 근육을 어떻게 풀면 나아지는지 대충 아니까 내가 마사지를 해주면 사람들이 시원해하고 기뻐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뿌듯하 다. 배우도 이런 거 아닐까? 내 연기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기뻐하고 슬퍼하며 공감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한 거.

배우로 살며 항상 같은 온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슬럼프였던 순간도 있었나? 없었다. 힘들고 지칠 때는 있었지만 슬럼프와는 다른 것이었다. 작품을 많이 할 수 없어 힘들 때는 그 정서를 내 안에 담아두려고 했다. 그리고 대중에게 인지도가 없어 창피하게 느껴질 때면 그 감정이 증폭되는 게 아니라 배우로서 필요한 감정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좋지 않은 상황도 배우로서 긍정적으로 담아두려고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