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여진 이름들

한국 사진가 최초로 주제 의식을 가지고 연작 형태로 작업한 사진을 소개한 기념비적인 전시가 있다. 1966년, 서울 중앙공보관화랑에서 열린 주명덕의 사진전은 홀트씨 고아원 아이들의 초상 95점을 공개하며 전쟁이 낳은 혼혈 고아 문제를 다뤄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후 전시를 정리한 사진집 <섞여진 이름들>을 출간하기도 했는데, 이 사진집에 실린 사진 51점을 한미사진미술관의 2020년 소장품전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당시의 시대상 그리고 대상과 풍경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제3 전시장에는 사진집과 관련된 당시의 방명록, 기사, 소감, 에세이 그리고 55년이 지난 지금 다시 전시를 마주한 주명덕의 인터뷰 영상 등으로 구성된 아카이브 자료도 담았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며, 예매는 관람 1일 전까지 가능하다.

기간 2020년 8월 8일(토)까지
주소 서울시 송파구 위례성대로14 한미타워 19, 20층 한미사진미술관
문의 02-418-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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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어리 여행 ② 대전 더랜치브루잉

대전 도심에서 벗어나 한적한 정림동에 들어서면 작은 공장에 닿는다. ‘더랜치브루잉’이라는 나무 푯말은 이곳이 수제 맥주 공장임을 알린다. ‘더 랜치(The Ranch)’는 ‘목장’이란 뜻으로, 이곳 대전(한밭)의 목장에서는 맥주를 양조한다. 공장 운영을 책임지는 수장은 프랑스인 프레데릭 휘센(Frédéric Huyssen). 배낭여행을 왔다가 한국 음식과 문화에 감명을 받은 그는 카이스트에서 물리학 석사 학위를 받기 위해 다시 한국을 찾았고, 한국인 아내를 만나 약 17년째 대전에 머무르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공장을 운영한 것은 아니다. 결혼 당시 아내가 운영하던 궁동의 수제 맥주 가게 ‘더 랜치 펍’이 그 시작이다. “프랑스 파리 출신인데도 와인보다 맥주가 좋아요. 갑천이 흐르는 아름다운 대전, 그리고 맥주와 사랑에 빠져 핸드앤몰트, 바이젠하우스의 헤드 브루어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맥주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대전에 브루어리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큰 아쉬움을 느꼈죠. 그래서 브루어리를 내기로 했고 맥주에 대전의 정체성을 담고 싶었어요.”
그가 공장을 가동하며 가장 먼저 개발한 것은 이곳의 시그니처 맥주인 ‘빅필드 IPA’. ‘빅필드’는 ‘한밭’을 영어로 표기한 것이다. 흐린 오렌지 색을 띄며 4가지홉을 사용해 5일간의 드라이 홉핑을 거친다. ‘정림페일에일’은 공장이 위치한 정림동의 이름을 딴 과일 맛이 나는 맥주다. 이외에도 밀 맥아를 사용해 부드러우면서도 효모 특유의 화사한 맛을 자랑하는 ‘파리지엥’과 견과류의 고소한 맛이 나는 ‘피칸스타우트’ 등의 맥주를 만든다. 전국적으로 지역의 이름을 딴 다양한 맥주가 등장한 가운데, 대전 시민들의 자부심이 되길 바라는 소망을 담아 대전의 대표 맥주를 양조하고 있다.

프레데릭이 만드는 맥주의 특징은 바로 ‘과학’이다. 카이스트에서 배운 공학 지식을 활용해 공장 내 고품질 설비를 대부분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다. 공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탭 룸’의 큰 유리 통창 너머로 거대한 양조 시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본래 탭 룸에서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지만, 현재는 임시 휴업 중이다. “양조의 핵심은 일관된 제품을 내놓는 데 있습니다. 오늘 나온 맥주와 내일 나올 맥주의 맛이 다르지 않도록 높은 품질 유지에 애쓰고 있어요.” 더랜치브루잉은 양조의 기본에 충실한다. 원재료는 수입하고 당화, 여과, 가열, 침전, 냉각, 발효, 숙성, 포장에 이르기까지 두 달여에 걸쳐 맥주를 세심하게 디자인하고 만든다. 특히 맥즙을 만드는 과정에서 화학적 장치로 산도와 산소를 세밀하게 조절하고, 발효 단계에서는 온도를 철저히 맞춰 관리하며, 발효가 완료된 맥주는 미생물과 산소의 접촉을 최소화해 제품으로 내놓는다. 시간을 들여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그의 열정에 공학적 지식이 더해져 더랜치브루잉의 맥주는 좋은 향과 맛은 물론 겉으로 보기에도 깨끗하고 예쁜 색깔을 지녔다.

이렇게 세심한 과정을 거쳐 만든 맥주는 전국의 주류 회사에 유통된다. 특히 서울 을지로의 핫 플레이스 ‘맥주덕후’와 협업해 그가 만든 맥주를 서울에서도 직접 맛볼 수 있다. 더랜치브루잉의 맥주와 가장 잘 어울리는 안주는 맥주덕후의 랍스터피자와 더랜치펍의 퀘사디아다. 그는 새로운 제품 개발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최근 새로 내놓은 제품은 ‘유자 맥주’. 달콤한 유자 향이 나는 투명한 빛깔의 맥주로 현재 심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새로운 맥주에 대한 고민은 ‘내가 마시고 싶은 것’에서 출발해요. 현재 한국에 1백30여 개의 브루어리가 생겼는데 각 브루어리의 장점, 즉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서로 공유해 새로운 맥주를 탄생시키기도 하죠. 7월 초에 서산의 칠홉스브루잉코, 평창의 화이트 크로우 브루잉과 공동으로 개발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마지막으로 그는 대전을 여행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대전은 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도시가 분명해요. 술 관련 축제가 많이 열리거든요. 이 중 대전 수제맥주&뮤직페스티벌은 꼭 즐겨보아야 할 이벤트 중 하나죠. 우리 말고도 20개 이상의 업체가 모일 예정입니다. 올해 9월에 열리는 대전국제와인페스티벌도 빠뜨릴 수 없어요. 대전에 온다면 꼭 다양한 술 문화를 즐겨보세요.”

주소 더랜치브루잉 대전시 서구 계백로1249번안길 62 / 더랜치펍 대전시 유성구 궁동로18번길 88
영업시간 더랜치펍 18:00~02:00, 일요일 휴업
문의 더랜치브루잉 042-581-2060, 더랜치펍 042-825-4157

 

SUMMER PICK
빅필드 IPA

“라거의 맛을 가진 더랜치브루잉의 대표 제품으로 웨스트 코스트 스타일,
즉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에서 즐기는 맥주다.
보통 자몽이나 파인 맛이 강하며 더랜치브루잉의 정림페일에일과 비교하면
도수가 높고 쌉싸름한 맛이 난다.”

-더랜치브루잉 대표 프레데릭 휘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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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어리 여행 ① 남해 여행 스팟

보통의집

“상주은모래해변 사진을 보고 왔다가 단번에 남해의 매력에 빠졌어요. 결국 3년 전 이곳으로 이사를 왔고, 보통의 집이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열었어요.”

보통의 가정처럼 온 가족이 같이 밥 먹고, 자고, 웃고 떠들며 살자는 부부의 바람을 담아 만든 게스트하우스, ‘보통의 집’. 위로는 독일마을, 아래로 내려가면 바다가 있는 작고 귀여운 동네에 자리하고 있다. 방은 총 4개로, 큰 방 하나는 4인, 나머지 방은 2인까지 숙박할 수 있다. 모든 방은 목제 소품과 식물, 하얀 침구 등으로 미니멀하고 깔끔하게 꾸몄다. 소박하고 사랑스러운 에너지가 가득한 공간이다.

주소 경남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1122번길 13
문의 010-3253-8381

 

B급상점

“누구나 부담 없이 친근한 마음으로 이곳에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에요. 이곳에서도 여행 중 작은 즐거움을 누렸으면 해요.”

논밭이 길게 펼쳐진 석교마을을 지나가다 보면 바닥에 ‘B급상점’이라는 도장이 찍힌 작은 골목길을 발견할 수 있다. 그 도장을 따라 들어가면 나오는 상점에는 손재주 좋은 부부가 만든 소품과 직접 디자인한 에코백, 인도에서 수입한 패브릭, 다양한 수목으로 만든 도마 등이 있다. 상점 이름과 달리 모두 여행지에서 기분 내는 걸로 그치기에는 아까운 품질을 갖춘 물건들이다. 구경하고 고르는 재미에 빠져 꽤 오랜 시간을 머무르게 되는 곳이다.

주소 경남 남해군 남면 남면로66번길 41
문의 055-864-6638

 

아마도책방

“연고도 없는 남해로 간다고 했을 때 다들 ‘거기서 뭐 하려고?’ 하고 물었어요. 그때마다 ‘아마도 책방을 하지 않을까?’라고 대답했죠. 그래서 아마도책방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죽방멸치를 잡는 지족항 근처에 조용히 터를 잡고 있는 ‘아마도책방’.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노래와 책장 넘기는 소리가 전부인 이 책방은 주인의 취향대로 가져다 놓은 시, 사진집, 소설, 에세이가 가득하다. 대부분의 책에는 인상적인 글귀나 주인의 서평이 작은 메모지에 적혀 있어, 보고 고르는 재미가 있다. 가끔 일이 생겨 문을 닫을 때도 있으니 인스타그램 공지를 확인하고 가야 한다.

주소 경남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1876번길 19
문의 010-4134-0695

 

앵강마켓

“메뉴 중에 양갱이 있어서 가끔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지역 이름이 앵강이라 지은 이름이에요. 근처에 앵강만이라는 고요한 바다도 있고, 산책하기 좋은 앵강다숲도 있어요.”

일본 교토의 오래된 찻집을 연상시키는 ‘앵강마켓’은 남해의 바다와 밭에서 나는 건강한 식재료를 판매하는 로컬 푸드 편집숍이다. 전통어업 방식으로 잡아 흠집 없이 깨끗하고 고소한 맛을 내는 죽방멸치부터 미역, 다시마, 돌김 등을 정갈하게 소분해 판매한다. 여행을 마치고 선물용 특산품을 찾는 사람이라면 꼭 찾아가야 할 곳. 한편에서 차와 양갱을 즐길 수도 있다.

주소 경남 남해군 남면 남서대로 772
문의 055-863-0772

 

카페 유자

“남해의 특산품 중 하나인 유자는 다른 지역에서 나는 것보다 향이 강해요. 이 유자를 활용해 차를 만들고, 카스테라도 만들었어요.”

독일마을로 올라가는 찻길에 있는 작은 시골집을 개조해 만든 ‘카페 유자’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유자를 넣은 차와 빵을 판다. 특히 새콤한 향이 코를 자극하는 유자 카스테라는 남해 여행객 사이에서 ‘남해 굿즈’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야외에 앉아 작은 마당과 찻길 너머 보이는 바다를 감상하며 빵과 음료를 즐긴다.

주소 경남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 1423
문의 055-867-5201

 

헐스밴드

“남해로 귀촌해 카페를 열기로 마음먹고 1년 넘게 장소를 물색했어요. 그러다 산과 바다, 숲이 어우러진 이 자리를 발견했죠. 이 동네 풍광을 실컷 감상할 수 있게 입구를 크게 개방해두고, 반대편도 큰 창을 냈어요.”

뒤로는 산과 논, 앞으로는 숲과 바다가 있는 장항 마을에 위치한 카페 ‘헐스밴드’. 기가 막힌 입지 덕분에 논 뷰와 바다 뷰 그리고 옥상에 올라가면 펼쳐지는 파노라마 뷰까지 즐길 수 있는 선택의 범위가 넓다. 페루 유기농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 내린 커피와 가공하지 않은 자연 치즈를 올린 화덕 피자가 시그니처 메뉴인데, 근사한 풍광을 값으로 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맛이 좋다.

주소 경남 남해군 서면 남서대로1517번길 44
문의 010-7445-9332

 

금산산장

“여기가 1백여 년 전에는 비구니들이 지내던 암자였어요. 그분들이 떠난 자리에 산장을 연 지 벌써 60년이 넘었고요.”

해발고도 681m의 금산 정상 부근 바위에 자리 잡은 이곳에서는 남해의 절경을 감상하며 라면, 파전, 나물비빔밥 등을 맛볼 수 있다. 짧으나마 등산을 한 때문인지, 감탄이 나올 만한 전망 때문인지 다른 곳보다 라면이 맛있게 느껴진다. 산 정상에 있는데도 값이 과히 비싸지 않고 심지어 카드 결제도 가능하다.

주소 경남 남해군 상주면 보리암로 691
문의 055-862-6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