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 SOLAR GLOW by 청하

이어링과 셔츠 모두 돌체앤가바나
골드 체인 네크리스와 팔찌 모두 돌체앤가바나
플라워 패턴의 스카프와 원피스, 이어링, 네크리스 모두 돌체앤가바나
도트 원피스와 이어링 모두 돌체앤가바나
이어링과 셔츠 모두 돌체앤가바나
지브라 프린트 원피스와 디보션 마이크로 백, 이어링 모두 돌체앤가바나

 

 

쌓이고 쌓이는

화이트 원피스 파스칼(Paskal).

티셔츠 위크엔드 막스마라(Weekend MaxMara), 데님 재킷 산드로(Sandro).
플라워 패턴 원피스 마르니(Marni), 샌들 레이첼 콕스(Rachel Cox),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배우에게 영상과 화보 촬영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질 것 같아요. 사진 촬영을 하면 낯선 기분이 들어요. 평소 인물 사진뿐 아니라 어떤 사진이든 사진 보는 것 자체를 좋아해요. 화보는 큰 얼개가 정해져 있고 제가 따라가는 형태라 그런 데서 오는 즐거움이 있어요. 큰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뭔가 열려 있어 현장에서 뭐가 만들어질지 몰라서 재미있죠.

사진 보는 것 말고 또 뭘 좋아하나요? 정적인 것. 보고 듣고 읽는 것이요. 요즘은 극장에 많이 가려고 해요. 얼마 전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준비한 대만 영화 기획전에 가고 싶었지만 결국 열리지 못했어요. 기획전을 기다리며 어떤 영화가 있는지 살펴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없게 된 후 영화 DVD를 샀어요. 어제 본 영화는 <남색대문>인데 아, 정말 엄청 좋은 영화예요. 옛날 대만 영화를 보니 여행을 가고 싶더군요. 영화 속 캐릭터도 무척 매력적이에요. 전 그런 인물들에 마음이 많이 가요. 혼란스러운 시기를 애쓰면서 지나며 자기 안에 너무 다양한 것들이 있어서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잘 모 르는 인물이요. <아침의 피아노>라는 책도 읽었어요. 친한 동료가 <화양 연화>의 ‘지수’에게 주고 싶다며 선물해줬는데, 철학자 김진영 선생이 투병하며 남긴 글을 모은 책이에요. 마음의 일기인 셈이죠. 제가 지금 뭔가 손에서 놓아야 할 시기를 보내다 보니 이 책에 더 마음이 가요.

놓아야 할 순간이란 건 지금이 지수를 보내는 시간이기 때문인가요? 지금 여전히 지수를 떠나보내는 중이에요. 늘 연기한 인물을 떠나보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느냐고 묻는다면 아직 출연한 작품이 많지 않아 확신을 가지고 답하기는 어려워요. 지금 당장은 지수를 잘 보내기 위해 이것저것 하고 있어요. 지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영화도 많이 보고 책도 많이 읽으면서.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건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들과 동료, 선배 배우들이에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죠. 그런데 이런 저 자신이 조금 웃겨요.(웃음) 주책맞은가 싶기도 하고. 왜 이렇게 유난스러운가 싶거든요. 스스로 ‘이제 좀 그만해라’ 이런 생각도 해요. 제가 유달리 연기한 인물을 좋아하나 봐요. 짝사랑하는 마음으로 연기하는 것 같아요.

지수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자 19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인물이에요. 과거의 시간을 연기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 있었을 듯해요. 처음엔 첫사랑에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어요. 스무살이 되어 사랑에 빠졌고, 그 상대가 자신의 삶의 방향을 바꿔놓은 사람이었죠. 그로 인해 쏟아지는 생각과 감정의 홍수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그러면서 성장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지수의 변화가 멋졌어요. 지수를 연기하며 늘 사랑하는 마음을 잘 가지고 있으려고 했어요. 그 시대의 사랑도 좋았죠. 지금은 할 수 없는 것들, 이를테면 삐삐가 울리기를 기다리고 집 앞에서 눈이 쌓일 때까지 기다리고 연락이 끊기면 속절없이 혼자가 되고. 연기를 통해 이런 상황을 겪어보고 싶었거든요. 이런 순간을 하나하나 기대하며 준비했어요.

1990년대는 그리 오래전이 아니지만 감성이 지금과 완전히 다른 시대인 것 같아요. 저는 90년대 문화를 좋아해요. 드라마에도 이런 요소가 많이 등장해요. <화양연화>를 만나기 전에도 언젠가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연기하고 싶었어요. 제가 나오는 예고편에 빛과 소금의 노래가 깔리는 게 무척 신기했어요. 마치 특권처럼 느껴졌죠. 드라마에서 그 시대의 음악과 함께 살아갈 수 있어 좋았어요.

오늘 문득 떠오르는 그 시대의 한 장면이 있나요? 비 오는 날 극장 앞에 서 있는 장면. 극장 안에서 영화를 보는 장면도 이번 드라마를 하며 처음 연기해봤어요. 연기해보고 싶었던 장면이라 더 기억에 많이 남아요.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키스하는 신이나 책이 쏟아지는 걸 막아주는 장면처럼 클래식하고 클리셰가 되어주는 장면들도 떠올라요. 새로운 것을 해보는 것과는 다른 감정이 들었고, 해보고 싶었던 연기이기도 했어요.

지수를 비롯한 인물 중에 전소니와 가장 닮은 구석이 많은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저는 어떤 인물에 마음을 뺏기는 이유가 항상 저와 다른 점 때문이에요. 제게 없는 점을 작품 속 인물에게서 발견하고 연기하는 동안 그런 척하는 게 재미있어요. 닮은 점이 꽤 있더라도 다른 점을 많이 보게 돼요. 그 점이 연기하는 즐거움이기도 하고. 내게 없는 점을 감정과 행동으로 표현하면 내가 잘 연기해내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어요. 그 때문인지 작품이 끝나면 공허해요. 내 것인 줄 알고 지낸 것들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배우라는 직업은 처음 예상한 대로인가요? 의외의 지점을 발견할 것 같기도 해요. 이제야 이 일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조금씩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이 바뀌고 있어요. 전에는 그저 즐거움과 행복감으로 연기했는데, 지금은 마냥 그렇지만은 않아요. 과거에는 연기만 생각했지 이 직업이 어떤 건지 잘 몰랐어요.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고, 그 시간이 조금 두렵기도 해요. 이 일을 보다 건강하게 해나가는 방식을 알아가고 싶어요. 아직 그 답을 잘 모르지만, 생각과 마음이 많이 다치지 않고 잘해내려고요. 어쩌면 저라는 사람이 단단하지 못해서 지레 걱정하는 건지도 모르죠. 적당히 단단하고 적당히 유연하게 계속 배우로 잘 서 있길 바라요. 어려운 일이겠지만.

오늘 인터뷰하러 오기 전에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를 봤어요. 이 작품에서 연기한 ‘효연’은 지수와 완전히 다른 인물이자 청춘의 시간을 무모하게 보내는 인물이더군요. 그 작품을 할 때 처음으로 어떤 공포를 느꼈어요. 작품 속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데, 윤리적으로 옳지 못한 인물을 이해하면 안 되겠다 싶었죠. 영화는 분명 허구지만 이를 통해 살인 등의 범죄를 낯설지 않게 받아 들이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현실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위에 작품을 위해 현실감 없이 쉽게 다가가선 안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죠.

배우는 특정 인물을 연기하는 일이지만 그 인물이 되는 순간 속하는 세상도,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지겠어요. 맞아요. <밤의 문이 열린다>를 할 때는 특히나 공감하려고 하다 보니 부정적이고 힘겨운 방식으로 이 도시를 바라보게 됐어요.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기회가 작품을 하며 얻는 일종의 보너스 같기도 해요.

전소니에게서 떼어놓을 수 없는 요소가 독립영화예요. 배우로서도 소중하지만 관객으로서는 더 소중해요. 영화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더 다양한 영화가 존재하기를 바라요. 작은 영화들은 보고 싶으면 애써 찾아가야 하잖아요. 볼거리 많고 규모가 큰 영화도 좋지만 제한이 많은 환경에서 꼬물꼬물 만든 영화를 보는 재미는 또 달라요. 제게 매우 소중한 존재죠.

차기작이 정해졌어요.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리메이크한 작품이죠. 중국에서 개봉했을 때 뜨거운 인기를 얻었고 우리나라에서도 평이 매우 좋았어요. 요즘 가장 큰 관심사가 <소울메이트>예요. 원작 개봉 당시에도 너무너무 좋았어요. 굉장히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작품이자 어떻게 보면 마이너 감성의 영화지만 그 화법은 충분히 대중적이에요. 다수의 얕은 공감보다 소수의 깊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영화랄까? 서사는 감정적으로 깊게 남는 한편 연출은 매우 유려해요. 어려운 방식으로 우리끼리만 아는 이야기를 풀어놓지 않는 점도 좋아요. 무엇보다 두 배우가 연기를 아주 잘해요. 한 장면 한 장면 지나갈 때마다 당장 돌려 보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엄청 울고 가슴을 부여잡고 집에 돌아왔어요. 혼란스러운 나이에 둘이 주고받는 섬세한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거든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예요. 아마 배우로서도 쉽지 않은 작품이 되겠죠. 그만큼 욕심도 나요. 원작을 사랑하는 만큼 잘해내고 싶어요. 그래서 한국의 좋은 여성 영화로 남기를 바라요. 아, 그래도 너무 앞서 나가 욕심부리지 않으려고요. 욕심에 잡아먹히면 안 되니까.

수많은 고민과 질문, 대답이 오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태풍의 눈에 들어온 기분이에요.(웃음)

작품을 마칠 때마다 이루고 싶은 성취가 있어요? 사람이 진실로 마음을 주면 뭐라도 남아요. 내가 마음을 준 만큼 돌려받아 기쁘고 행복할 때도 있고 반대로 그렇지 못해 상처받고 아플 때도 있죠. 이런 경험을 계속 하고 싶어요. 일을 한다는 이유로 그냥 보내버리지 않고 사람으로서 보고 들으며 사람이 남았으면 좋겠어요. 이런 순간들이 보이면 작품 끝나고 제가 달라져 있을 거예요. 이런 좋은 변화를 겪다 보면 다른 연기를 할 수 있을 테고, 작품을 마칠 때마다 이런 기대를 해요. 어떤 한 시기를 화양연화로 꼽기보다 지나온 시간들이 하나씩 쌓여 아름다운 나날을 만들어갈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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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윤과 경수진의 A or B

윤시윤 패턴 셔츠, 스카이블루 재킷, 베이지 팬츠 모두 우영미(WooYoungMi). 경수진 오버핏 수트 라코스테 패션쇼 컬렉션(Lacoste Fashion Show Collection), 이어링 애나플레어(Anna Flair), 실버 네크리스 아티카(Attica), 비즈 네크리스와 반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 셔츠, 팬츠, 타이 모두 막스마라(MaxMara), 반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셔츠, 니트, 팬츠, 모두 디올 맨(Dior Men).
오버사이즈 셔츠, 쇼츠, 워커 모두 우영미(WooYoungMi), 반지 트렌카디즘(Trencadism).

스카이블루 셔츠 원피스 플랜씨(Plan C).
윤시윤 패턴 셔츠, 네이비 코트, 스카프, 화이트 저지 팬츠, 운동화, 반지 모두 디올 맨(Dior Men). 경수진 프린트 셔츠 플랜씨(Plan C), 라벤더 컬러 치마바지 마쥬(Maje), 니트 베스트 체리코코(CherryKoko), 화이트 플랫폼 스니커즈 호간(Hogan), 실버 이어링 타티아나쥬얼리(Tatiana Jewelry), 반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폐역의 낡은 기찻길 위에 두 세계가 공존한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 12년 전 어느 날 밤, 순간의 선택으로 갈라진 두 세계에서 주인공 ‘서경’(경수진)과 ‘도원’(윤시윤)은 완전히 상반된 삶 속에서 다른 방식으로 숨겨진 진실을 파헤친다. 이들이 마주한 사건 역시 평행 세계를 넘나들며 각각 다른 국면을 맞는다. 매 순간의 선택으로 세계(삶)가 바뀌고, 머무는 세계 건너에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 것. 어쩌면 판타지가 아닐지도 모를 드라마 <트레인>의 이야기.

장르물, 평행 세계, 1인 2역 등 드라마 <트레인>은 보는 사람에 따라 흥미를 느낄 지점이 다른 작품이에요. 연기하는 배우로서 느낀 흥미는 무엇인가요? 윤시윤 1, 2부를 본 사람은 알 텐데 초반에는 일반적인 형사물의 플롯을 따라가요. 그러다 결정적인 사건을 마주하고 이를 뒤쫓는 과정에서 평행 세계가 등장하고요. 자칫 복잡해 보일 수 있는 세계관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시작하죠. 연기하는 배우로서도, 보는 사람들도 판타지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만드는 흐름이 좋았어요. 경수진 복잡하지만 극을 잘 끌어가고 전개가 재미있다는 점이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예요. 또 제가 맡은 서경이라는 인물이 유독 감정 신이 많은 데, 한편으로 부담이 되면서도 배우로서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흥미를 가진 지점이 반대로 연기하기에 어려운 점이 되기도 했을 텐데요. 경수진 두 세계를 A와 B로 나누는데, 이 중 B 세계의 서경(이하 B 서경)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려워요. 아빠를 죽인 범인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가득 찬 상태라 굉장히 어둡고 감정이 메말라 있어요. 이 캐릭터의 감정을 어느 정도까지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윤시윤 소재가 흥미롭기도 하고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가는 게 재미 중 하나지만, 이 작품의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하면 중간 유입이 어렵다는 거예요. 중간부터 보는 사람은 ‘쟤는 누구고, 저긴 어딘가’ 싶은 거죠. 그래서 유치하고 뻔할지언정 친절하게 연기해야 했어요. 이를테면 서경이를 바라볼 때도 ‘좋아하는구나, 그리워하는구나’ 하고 알아채게요. 그게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해요. 자칫 고급스럽지 않고 과한 연기로 비칠 수 있거든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드라마는 시청자가 보기 쉬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볼 때마다 돈을 내고 티켓을 사야 하 는 매체가 아니니까요.

첫 회를 볼 때 각자 나름의 걱정을 안고 있었겠네요. 윤시윤 그렇죠. 대화로 치면 농담이 아니라 되게 진지한 대화를 하는 드라마인데, 그 와중에 상대가 지루하지 않았으면 하는 딜레마가 있거든요.

서경과 도원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했나요? 경수진 A 세계의 서경(이하 A 서경)은 힘든 일이 있었지만, 늘 자신을 지켜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도원 덕분에 건강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요. 반대로 B 서경은 그런 존재가 없어서 더 외롭고 복수로 가득한 혼자만의 삶을 살고요. 결국 서경에게 가장 중요한 인물은 도원이에요. 그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두 세계의 서경에게 많은 변화가 있거든요. 그 지점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어요. 윤시윤 도원 역시 마찬가지로 서경이라는 존재가 중요해요. 서경을 지키고 보호하면서 오히려 위로받고 치유받는 것이 A 세계의 도원의 삶이라면, 그런 존재를 만나지 못한 것이 B 세계 도원의 삶이에요.

드라마는 두 주인공이 같은 날 각각 아빠의 죽음을 목격하는 것으로 시작해 시간이 흘러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게 돼요. 서경은 어린 시절 이복 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일도 있었고요. 이런 사건을 마주하는 건 연기라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에요. 실제라면 살면서 절대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니까요. 경수진 맞아요. 연기하면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순간도 많아요. 그렇지만 배우로서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큰 것 같아요. 윤시윤 오히려 두렵고 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더 연기에 도움이 되기도 해요. 사건에 얼마나 몰입해 실제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데, 작품 속에서 이어지는 사건이 흔히 겪는 일은 아니지만 익숙한 공포를 불러오거 든요. 살인이나 성추행 같은 범죄가 사실 현실적인 일이잖아요. 그래서 억지로 두렵고 무서운 상황이라고 상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 어요. 경수진 맞아요. 평소에 실제 범죄 사건을 다루는 시사 프로그램을 즐겨 보거든요. 보면서 저런 사건이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나도 저런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거든요. 사건을 마주하는 검사(B 세계에서는 형사) 역이지만 그런 감정을 억지로 배제하지 않고 연기에 담아내려고 해요.

연기를 위해 모티프로 삼은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나요? 경수진 감독님과 작가님이 B 서경을 연기할 때 참고하길 바라는 캐릭터들이 있었어요. 드라마 <터널>의 ‘신재이’(이유영)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킬링> 시리즈의 여자 캐릭터들 얘기를 해서 이 작품을 보고 방향을 잡았어요. 두 작품의 캐릭터와 비교하면서 서경을 바라봤죠. 윤시윤 저는 레퍼런스를 대단히 중요하 게 생각해요. <지붕 뚫고 하이킥!>의 ‘준혁 학생’ 때도 연기의 맥을 못 잡고 있을 때 감독님께서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에 나오는 소년이 모티프라고 하셨어요. 그 소설을 다섯 번 정독하고 소년을 따라 하다 보니 욕을 안 먹게 되더라고요. 어떤 역할을 만들 때 첫 단계는 누군가를 따라 하는 거라고 생 각해요. 그래서 항상 모티프를 찾는데, 이번에는 영화 <맨 온 파이어>에서 ‘크리시’ 역을 맡은 덴젤 워싱턴의 연기에서 착안했어요. 삶의 질감이 딱딱하고 건조한 사람이 작고 따뜻한 존재로 인해 같이 말랑해지거든요. 그게 모티프였죠.

이 작품이 결국 하고자 하는 얘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경수진 순간의 선택에 따라 세계가 바뀌는 내용이잖아요. 저는 이 작품을 통해 선택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어요. 배우라는 직업을 택하지 않았다면 어떤 세계가 펼쳐 졌을지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실제 제 삶과 배우 경수진의 삶은 굉장히 다르거든요. 그 두 세계에서 어떤 선택을 어떻게 하며 살아야 할지, 더 단단하게 두 가지 삶을 유지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어요. 드라마를 보는 분들도 내 삶에서 ‘선택’이라는 행위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해요.

실제로 일상과 배우의 삶, 두 세계를 오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경수진 저는 그래요. 많이 다르거든요. 실제 저는 작고 소소한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면 배우일 때는 어떤 일을 하든 훨씬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게 돼요. 그래서 반대로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성취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고요. 윤시윤 이런 점에서 수진 씨가 부러워요. 사실 저는 자신을 희생하고 접어두면 서 연기에 모든 걸 쏟아부었거든요. 연기 이외에 다른 내가 없었어요. 그래서 큰 성취감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배우라는 직업은 그게 한 달에 한 번 찾아올지 10년 후에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삶은 언제 올지 모르는 큰 성공을 기다리기보다 작은 성취를 여러 번 얻음으로써 더 단단해지잖아요. 그런 면에서 수진 씨가 저보다 더 건강한 삶을 사는 것 같아요.

일과 삶을 분리하는 방식과 달리 비슷한 점도 있을까요? 윤시윤 기본적인 성향은 비슷해요.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났는 데도 어렵지 않게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경수진 대화가 워낙 잘 통해서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 없었어요. 진지할 땐 한없이 깊은 방향으로 빠져들다가도 또 둘 다 능청스러운 면이 있어서 장난도 잘 쳐요.

대화의 범위가 굉장히 넓을 것 같아요. 윤시윤 맞아요. 그래서 좀 좁히려고 해요. 사실 시시콜콜한 얘기도 하고 싶고, 그동안 사 모은 이모티콘 자랑도 하고 싶은데 어쨌든 지금은 작품을 하는 중이잖아요. 거기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해요.

같이 작품을 하면서 발견한 서로의 모습을 얘기해준다면요? 경수진 시윤 씨는 준비 과정에서 100% 다 채워지지 않으면 결핍이 생기는 사람 같아요. 저는 70%까지만 채워져도 하면서 100%를 만들어보자는 쪽인데, 시윤 씨 는 훨씬 완벽주의자에 가까워요. 윤시윤 저는 오히려 수진 씨를 보면서 부족한 게 없는 사람인데 스스로 결핍을 느낀다고 생각했어요. 본인이 느끼는 두려움을 엄청난 노력을 통해서 지우려고 하는 욕구가 있어요. 늘 스스로 안심하기 위해서 무언가에 에너지를 쏟는 사람이에요. 경수진 서로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진짜 징하다.” 촬영 날 아침에 운동을 하고 온다는 거예요. 그럴 때 쓰는 말이에요. 윤시윤 진짜 징한 건 아침에 운동하는 사람보다 일 끝나고 밤 12시에 운동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경수진 그건 시윤 씨 때문에 더 하게 되는 거예요. 옆에서 너무 열심히 사니까 그 에너지를 받아서 저도 하게 되는 거죠. 윤시윤 무슨 소리야.(웃음) 먼저 밤에 테니스를 치러 가니까 제가 아침에 운동을 하는 거죠. 경수진 이거 되게 이상한 굴레다. 하하.

이 정도면 호흡에 관해 따로 물어보지 않아도 되겠네요. 윤시윤 박혁권 선배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작품이 끝나고 나면 작품은 잊히더라도 사람은 남기를 바란다고요. 사실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하는 만큼 결과 를 얻을 순 없잖아요. 결국 좋은 사람과 즐거운 작업을 했다는 사실이 참 행복하고 고마웠다고 말할 수 있다면 좋은 거라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잘 맞는 동료를 만난 것이 이 작품을 통해 얻은 한 가지예요. 경수진 저한테는 동료가 아니라 선생님이에요. 진심으로요. 다른 작품을 할 때도 아마 조언을 많이 구하게 될 것 같아요.

미리 준비하고 온 거 아니죠? 윤시윤 저희 리허설 하고 온 거예요. 경수진 3시간 전에 연습하고 왔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