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거나, 반갑거나

전 세계가 혼란한 사이, 몇몇 패션 브랜드는 거대한 변화를 겪었다. 브랜드의 대소사를 책임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새롭게 부임한 것. 오랫동안 공석이던 토즈에는 보테가 베네타 출신의 발테르 키아포니가, 몇 시즌째 고전하며 역사상 가장 깊은 슬럼프에 빠진 겐조에는 라코스테를 맡았던 펠리페 올리베이라 밥티스타가 합류했다. 이들은 각각 올해 초 열린 2020 F/W 밀라노와 파리 컬렉션을 통해 첫 쇼를 선보였으며, 이전 브랜드에서 키운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호평받았다.

루이 비통도 오랜만에 새로운 인재를 영입했다. 여성 레더 굿즈 부문 디렉터를 맡은 조니 코카가 그 주인공이다. 피비 필로가 이끄는 셀린느에서 경험을 쌓고, 멀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수년간 일하며 침체돼 있던 브랜드에 활기를 불어넣은 인물이기에 어떤 성과를 이끌어낼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가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방시의 클레어 웨이트 켈러와 로샤스의 알레산드로 델라쿠아가 브랜드를 떠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시 최초의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수식어를 달고 화려하게 등장해 하우스를 다시금 최정상의 자리에 올려놓은 클레어 웨이트 켈러의 사임 소식에 많은 팬들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반면 로샤스를 6년간 이끈 알레산드로 델라쿠아는 마지막을 기념해 부임 초기에 선보였던 컬렉션을 오마주하며 작별 무대를 근사하게 장식했다.

코로나 시대의 패션

국내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섰다. 뉴스에서는 연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와 부작용에 관해 이야기하고, ‘사망’, ‘감염’과 같은 일상적이지 않은 단어들도 익숙해진 지 이미 오래다. 해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4대 패션 도시로 꼽히는 프랑스와 미국, 이탈리아, 영국은 적게는 수십만 명, 많게는 수백만 명에 이르는 확진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분투 중이다.

패션은 힘이 없다. 하이패션이 가지는 예술성은 분명 유의미하지만 예술이니, 인간이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3요소이니 하는 논의도 평범하고 건강한 삶이라는 전제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은 묵묵히 나아간다. 닫았던 매장을 다시 열고, 중단됐던 공장 가동을 재개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이 거대한 산업도 결국에는 보통의 사람이 모여 만드는 것이며, 동시에 그보통의 사람들을 살아가게 만드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패션 하우스는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보테가 베네타와 티파니, 구찌, 샤넬을 포함해 셀 수 없이 많은 브랜드가 코로나19 관련 기구나 기금에 적지 않은 금액을 기부했으며,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시도도 눈에 띈다. 루이 비통은 프랑스 내 공방 12곳의 용도를 변경하고 3백여 명의 장인을 동원해 수십만 장의 보건용 마스크를 생산하도록 지시했으며, 12명의 자원을 받아 의료용 가운을 제작한다. 디올과 버버리, 조르지오 아르마니 역시 브랜드 인력과 생산설비를 동원해 마스크와 의료 가운을 만들며 힘을 보탰다. 물품을 기부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푸마와 나이키는 운동화를, 랄프 로렌은 랄프 커피(Ralph’s Coffee)라는 이름의 트럭을 만들어 커피와 간단한 음식을 제공하며 의료진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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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집에 머무는 사람들을 위한 소소한 이벤트도 이어지고 있다. 발렌시아가는 ‘하트@홈’이라는 스토리 태그를 통해 집에서 발렌시아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위트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유했고, 알렉산더 왕은 집에 있는 천과 재료를 이용해 화이트 티셔츠를 가장 멋지게 만들어내는 우승자에게 1천 달러 상당의 경품을 지급하는 ‘화이트 티셔츠 콘테스트’를 열었다. 이 밖에 카린 로이펠트는 패션계 저명인사들과 함께 제작한 가상 런웨이 영상을 공개했으며, 영국패션협회(BFC)도 영국 국민들이 집에서 촬영한 런웨이 영상을 수집하고, 편집을 거쳐 온라인으로개최되는 런던 패션위크에 활용할 예정이다.

시대의 위기는 패션계의 소통 방식도 단숨에 바꿔놓았다. 전통을 고수하던 이탈리아와 영국패션협회가 일제히 패션위크의 디지털 전환을 예고했고, 매 시즌 대규모 오프라인 쇼를 열던 샤넬은 하우스 역사상 최초로 디지털 패션쇼라는 방식으로 2021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였다. 자라는 전문 스태프가 아닌 모델들이 직접 기획하고 자신의 집에서 촬영한 캠페인 이미지를 공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많은 사람이 물리적 지원에 앞장서는 하우스 브랜드의 행보에 신뢰를 느끼고, 패션 산업이 근간을 이루는 ‘패션 도시’에 거주한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더불어 지금까지 프레스와 바이어, 일부 VIP 고객만 초청되어 마치 그들만의 리그처럼 여겨지던 패션 이벤트가 국경과 직업을 넘어 모두 함께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 또한 패션 팬들이 반가움을 표시하는 요인이다.

‘삶은 계속 되어야 한다(Life Must Go On)’라는 상투적인 문장이 지금처럼 깊이 와닿은 적이 없다. 코로나19 시대의 말로 풀면 슬픔에 공감하고, 서로 격려하는 동시에 각자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앞서 언급한 패션 하우스들의 노력을 두고 ‘고작 마스크 몇 장, 가운 몇 벌 만드는 게 도움이나 될까?’ 혹은 ‘이런 상황에도 신제품을 만들어 판단 말이야!’ 하며 혀를 차고 비난한다. 혹시 이런 생각을 했다면, 시선을 조금만 바꿔주시길. 우리가 일상을 살아내는 동시에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활동 반경을 제한하는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처럼, 패션이라는 환상의 나라와 그곳에 종사하는 평범한 구성원들 역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작게나마 세상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니 말이다.

레인부츠의 매력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리는 계절이 돌아왔다.
지금부터 2020 F/W 시즌까지 꾸준히 존재감을 반짝일 레인부츠를 눈여겨보자.
한 마디로 지금 구입해두어도, 계절과 상관없이 마음껏 레인 부츠를 신을 수 있다는 말씀.
그 이유는? 바로 여러 브랜드에서 레인 부츠를 키 아이템으로 제안했기 때문이다.
특히 프라다의 런웨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여러 룩에 포인트로 사랑스러운 파스텔컬러 레인 부츠를 스타일링 했으니!
이 외에도 2020 F/W 컬렉션에서 미리 체크해두면 좋을 레인 부츠의 활약을 소개한다.

PRADA 

VERSACE 

OSCAR DE LA RENTA

BOTTEGA VENETA 

DI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