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세계

셔츠와 원피스 모두 프라다(Prada).
재킷과 티셔츠, 팬츠, 스니커즈 모두 디올 맨(Dior Man).
셔츠 레이 바이 매치스패션(Raey by MATCHESFASHION), 팬츠 르메르 바이 매치스 패션(Lemaire by MATCHESFASHION), 브레이슬릿 일레란느(illelan), 네크리스 마니에피에디 (Mani e Piedi).
원피스 발렌티노(Valentino).

고경표 재킷과 팬츠,톱, 부츠, 링 모두 지방시(Givenchy). 서현 드레스 레하(Leha), 슈즈 지안비토로시(Gianvito Rossi).
고경표 니트 스웨터 마르니 바이 분더샵(Marni by BoonTheShop),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서현 원피스 발렌티노(Valentino).

오랜만에 미니시리즈로 돌아왔어요. JTBC 드라마 <사생활>을 복귀작으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궁금해요. 고경표 제대 후 첫 드라마예요. 극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캐릭터보다는 서포트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사생활>은 주현이(서현)가 연기하는 ‘주은’이라는 캐릭터를 따라가요. 여성 캐릭터가 극을 이끌어가는 이야기여서 더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고.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도 컸죠. 제가 맡은 ‘정환’ 이란 인물은 대기업 팀장이에요. 회사에서 나쁜 일을 도맡아  리하죠. 사회에 드러나지 않는, 거대기업 이면의 조금 악한 팀을 이끌어요. 서현 1부 대본을 보자마자 욕심이 났어요. 등장하는 인물이 모두 매력적이고 스토리가 대단히 스펙터클했거든요. 주은이라는 인물은 부모님이 사기꾼이어서 자연스레 생활형 사기꾼으로 자라요. 그리고 굉장히 주체적인 삶을 살아요. 지금까지 제가 연기한 인물들이 슬픔과 고난의 시간이 많았다면 이번에 맡은 인물은 현실적이면서 자신의 욕심이 이끄는대로 살아가죠.  그렇게 살기 위해 늘 올바른 방법만을 선택하지도 않아요. 함께하는 배우들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아요. 고경표 맞아요.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성향도 비슷하고 착한 사람들이 모였어요. 착한 사람들이 만드는 착하지만은 않은 이야기예요.

첫 촬영 때 유독 긴장되었을 것 같아요. 고경표 군대에 있는동안 그 전에 배우로서 당연히 접하던 모든 환경을 접할 수 없었어요. 이번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내가 과연 연기를 했던 사람인가 싶을 만큼 경직되고 어려웠죠. 카메라 테스트가 있던 날에는 현장의 모든 것이 어색했어요. 호수공원에서 첫 촬영을 하던 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해요. 다행히 주현이가 극을 끌어가야 하는 인물을맡아서 부담이 클텐데도 제가 긴장 하지 않게끔 많이도와줬어요. 함께하는 선배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있어 잘 적응할 수 있었죠.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차분해요. 무엇보다 주현이가 현장에 임하는 태도가 참멋져요. 제가 미처 깨닫지 못한 디테일이나 캐릭터의 성격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하고 하나하나 의심하며 고민하죠. 배우로서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맡은 인물의 감정에 타당성을 부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 타당성을 찾기 위해 주현이와 함께 고민을 많이하죠. 주현이는 제 얘기도 잘 들어줘요. 그래서 주현이가 현장에 있을 때와 없을 때 제 기분이 엄청달라요. 대본상 아직 다른 배우들과는 겹치는 장면이 많지 않아 더 그런거겠죠. 서현 <사생활>에 들어가기 전에 단막극을 했기 때문에 몸을 좀 풀어놓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새 드라마를 시작할 때면 매번 모든 게 새로워요. 그때마다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요. 저 역시 상대 배우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어요. 현장에서 고맙다는 생각도 늘 해요. 제가 집중할 수 있도록 항상 배려해주거든요.

드라마에 다양한 인물이 등장해요. 많은 선배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에너지를 얻을 것 같아요. 고경표 선배들의 자세를 보면 저 자신을 돌아보게 돼요. 저희를 후배로 대하지 않고 동료로 대하는 모습이 참 멋지게 다가와요. 오랜만에 드라마로 돌아온(김)효진 선배는현장에서 늘 열심히하고, (김)영민 선배는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요. 저와 나이가 많이 차이 나는데도 그 사실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후배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오세요. 그리고 (이)상근 선배는 그야말로 짱이에요.(웃음) 아직 첫 회도 방영하지 않았지만 촬영을 모두 마치고나면 눈물날 것 같아요. 몸에 익은 루틴을 그만두는 날이기도하고, 다시 올 수 없는 좋은 시간들을 보냈을테니까요. 제 인생에서 좋은 사람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 즐거운 현장으로 기억에 많이 남을거예요. 서현 효진 선배, 영민 선배, 그리고 제 아버지를 연기하시는 상근 선배 모두 참 좋은 분이에요. 후배를 아끼는 마음도 느껴지고, 서로 인정하고 배려해 주시거든요. 어떻게 이런 조합으로 만날 수 있는지 신기할 만큼 좋아요. 이렇게 좋은 선배들과 함께 으쌰으쌰하며 힘든 장면을 끝낼 때마다 성취감도 들고요.

이번 드라마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다면요? 고경표 전체적인 감정의 톤을 정할 때 그동안 하지 않은 것을 해보고 싶었어요. 감정을 조금 내려놓고 연기하면서 감정이 과잉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비주얼 면에서도 신중하게 다가가는 중이에요. 다이어트도 하면서.(웃음) 서 있는 자세나 작은 행동 하나까지 의식하고 하는 편이에요. 제대하고 제가 출연한 최근 작품을 다시 보니 제 한계가 보이더라고요. 그 한계를 깨고 싶어요. 서현 드라마 속 인물은 글로 만들어지긴 하지만 배우가 가진 베이스에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캐릭터의 시작이 저이기 때문에 저한테서 주은이가 가진 모습을 많이 끌어내려고 애썼어요. 집에서 혼자 막 욕도 하면서요. 평소에도 저와 많이 다른 주은이의 성격과 태도를 많이 보이려고 했죠.

그런 준비 끝에 완성하고 싶은 인물은 어떤 모습일까요? 고경표 거대한 일의 뒤처리를 맡고 있지만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고 사람에 대한 연민이 있는 인물로 그리고 싶었어요. 가정사 때문에 어두운 일을 하게 됐지만 마음만은 그렇지 않은. 그래서 인물의 감정이 과잉되지 않도록 하고 싶어요. 서현 주은이는 겉보기에 굉장히 화려해요. 자칫 화려하기만 하고 빈껍데기 같은 인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왜 겉모습을 이렇게까지 화려하게 꾸미는지 그 심리를 설득력 있게 그리고 싶어요.

오늘 화보 컨셉트와 달리 드라마는 로맨스 코미디나 멜로가 아니에요. 말하자면 우리가 모르는 세계, 그리고 있을 법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죠.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도 있을 것 같아요. 고경표 주인공이 살아가는 세상이너무 무서웠어요. 캐릭터마다 각자 사연이 있고, 사건을 품고 있는 가운데 무서운 인물도 등장하죠. 그런 인물과 사건들이 실제로 있을 법한 게 더 무서웠어요. 실제로 마주한다면 굉장히 두렵고 큰 사건이죠. 서현 제가 만약 극중 인물이 처한 상황에 직면하면 어떨지 고민하게 돼요. 처음에는 이 캐릭터는 왜 이렇게 행동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했는데, 극이 진행될수록 저 자신을 이입하게 돼요. 드라마 내용이 재미있어서 무조건 하고 싶었는데, 매회 대본을 볼수록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자꾸 질문하게 돼요.

<사생활>은 결국 막강한 권력에 대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지금껏 무언가를 이겨내며 살아왔다고 생각하나요? 고경표 매순간 뭔가를 이겨 내며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배우도 결국 직업의 하나지만, 배우가 속한 세상은 일반적인 세상과 다른 모습이에요. 대중에 드러낸다는 점에서 무게감을 느낄 때도 있고, 그 무게감을 버티고 이겨내며 살아가고 있어요. 서현 촬영현장에서 카메라 앞에서는건 배우 뿐이에요. 수많은 분이 작품을 위해 일하고 있는데, 배우가 맡은 역할을 잘해내야 그분들의 노력이 비로소 빛을 발하죠. 그래서 책임감이 크게 다가와요. 중압감이 들기도 하고. 배우는 이성과 감성을 적절하게 잘 써야하는 일인 것 같아요. 매순간 배워가는 중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로 일하는 것이 즐거운가요? 서현 즐겁죠. 하지만 모든 일이 즐거울 수만은 없으니까요. 힘든 걸 이겨낼 만큼의 즐거움이 있기에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고경표 네. 즐거워요. 그런데 연기를 공부하다 그만둔 친구들이 연기를 다시 시작 할지 말지 고민하면 하지말라고 해요. 배우로 살아가려면 감당해야 할 게 많은데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이겨내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라는 사람의 성향은 연예인으로 살아가는 걸 어려워하는 것 같기도해요. 저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호감이면 너무 좋죠. 그런데 그 시선이 부정적으로 변하는 일이 생기면 힘들고 속상해요. 자연인 고경표로 누려야할 것들이 직업 때문에 제약을 받으면 아쉬울 때도 있고. 그래서 언젠가 배우라는 일을 그만두더라도 고경표로서 삶을 채워가야겠다고 늘 생각해요. 물론 좋은 점도 무척 많은 직업이에요. 질타를 받으면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게 돼요. 배우는 텍스트를 보고 이해하고 표현해야 하는 일인데,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접하다 보면 포용력과 이해심이 넓어지거든요.

연기를 시작하고 자신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뭔가요? 고경표 전 엄청변했어요. 앞으로도 변할 것 같아요. 저 자신이 변하고 있는 게 느껴져요. 전 원래 굉장히 주관적이고 독단적이었어요. 지난 날을 돌아보며 반성할 때도 있는데, 그러다 보면 저 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하게 돼요. 이렇게 변하고 있는 제 모습이 좋아요. 제가 포용하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의 폭도 점점 넓어졌어요. 과거에 편견을 가지고 상대방을 바라볼 때가 있었는데 그러면 뭔가 해소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저 자신이 아프더라고요.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어요. 서현 연기는 결국 저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이어서 공부가 많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 가고 있어요. 제가 가진 게 많아야 나올 수 있는 연기도 많으니, 세상에 대해서도 공부를 많이 해야하고. 작품 속 캐릭터가 좋다는 마음만으로 연기해서는 안되겠다 싶어요. 할 때마다 부족한 점도 깨달아가고. 연기를 잘하는 것이 뭔지 정해진 답도 없고, 대중의 평가를 즉각적으로 받는 직업이어서 저 자신을 지키는 힘도 필요하죠. 예전에는 룰을 정해놓고 거기에 저를 맞췄다면 지금은 저자신을 좀 더 깊이 바라보려고 해요. 연기를 시작하고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고 있어요.

유연하게 변화하는 와중에 변치 않고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서현 최후의 승자는 선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야 힘든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어요. 고경표 주현이는 아주 강한 사람이에요. 선하게 살려는 마음을 가지는 게 가장 어렵거든요. 선이 악보다 행하기 힘든 일이에요. 선한 믿음을 실천하고 인생을 그런 선택으로 가득 채운 사람들은 참 멋있어요. 제가 그렇게 하지 못했기때문에 자꾸 더 선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좋은 사람이 되고싶고, 타인에게 고마운 존재로 남고싶어요. 서현 현장에서 충분히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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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에 물든 고윤정

가을 노을에 잠긴 베니스의 오후

NEW 립 마에스트로 베니스 컬렉션-선셋 MLBB

해 질 녘 베니스의 빈티지한 건물과 벽돌 위로 내려앉은 노을의 감성을 고스란히 메이크업으로 담아낸다면?
굳이 떠나지 않아도 어느새 베니스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새롭게 출시하는 베니스 컬렉션-선셋 MLBB는
2020년 가을, 이탈리아 베니스를 입술 위에 그대로 재현한다.
부드러운 벨벳 텍스처와 누디-오렌지-브릭-버건디로 이어지는 색감이 조화를 이뤄
베니스가 지닌 낭만적인 가을 무드를 얼굴 위에 표현할 예정이다.

시간에 따른 다양한 베니스의 무드를 느끼고 싶다면,
새롭게 출시하는 4가지 컬러(#103 베니스 누드,
#208 선라이즈 오렌지, #209 선셋 브릭, #212 미드나잇 버건디)를 주목하자.

그중 햇살에 비친 베니스의 아침을 연상시키는 #208 선라이즈 오렌지
한층 짙어진 베니스의 가을 노을에서 영감을 받은 #209 선셋 브릭을 추천한다.

 

고윤정 립마에스트로 아르마니 조르지오아르마니 아르마니뷰티

피부는 UV 마스터 프라이머 #모브로 베이스를 연출한 뒤
디자이너 리프트 파운데이션 #1.5호로 마무리했다.
눈매와 볼, 입술 모두 립 마에스트로 #208 선라이즈 오렌지로 은은하게 펴 발라 색감 완성. 모두 조르지오 아르마니 제품.
새틴 소재의 블랙 원피스와 페이턴트 블랙 장갑 조르지오 아르마니.

 

고윤정 립마에스트로 아르마니 조르지오아르마니 아르마니뷰티

 

피부는 디자이너 리프트 파운데이션 #1.5호를 바른 뒤
메쉬 쿠션 #2호로 마무리했다.
눈매는 립 마에스트로 #209 선셋 브릭으로 눈두덩에 넓게 펴 바른 다음
아이즈 투 킬 웻 마스카라 #1로 완성.
입술은 립 마에스트로 #209 선셋 브릭을 스머지하듯 펴 발라 연출했다. 모두 조르지오 아르마니 제품.
블랙 턱시도 베스트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베니스 무드에 임팩트 있는 가을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다면
립 마에스트로 베스트 컬러를 더해볼 것.

붉게 물든 단풍 컬러를 담은 #415 메이플 레드
빈티지 벽돌에서 느껴지는 낡은 듯한 묘한 분위기와
감성을 보여주는 #206 브릭 레드를 고르면 된다.
이번 가을, 조르지오 아르마니 베니스 컬렉션-선셋 MLBB로
당장 떠날 수 없는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보자.

고윤정 립마에스트로 아르마니 조르지오아르마니 아르마니뷰티

피부는 UV 마스터 프라이머 #모브
베이스를 연출한 뒤 디자이너 리프트 파운데이션 #1.5호로 마무리했다.

눈매는 아이틴트 #24 샌드누드를 베이스로 바르고
그 위에 립 마에스트로 #206 브릭 레드를 두들기듯 얹어 색감을 표현했다.
아이즈 투 킬 웻 마스카라 #1로 또렷한 눈매를 완성했다.
입술은 립 마에스트로 #206 브릭 레드를 풀립으로 발라 마무리. 모두 조르지오 아르마니 제품.
화이트 슬리브리스 블라우스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고윤정 립마에스트로 아르마니 조르지오아르마니 아르마니뷰티

피부는 UV 마스터 프라이머 #모브로 베이스를 연출한 뒤
디자이너 리프트 파운데이션 #1.5호로 마무리했다.
눈매는 아이틴트 #24 샌드 누드를 눈두덩에 넓게 바른 뒤
아이틴트 #23 샌드 브라운을 쌍꺼풀 라인에만 살짝 얹고
아이즈 투 킬 웻 마스카라 #1로 또렷한 눈매를 완성했다.
입술은 립 마에스트로 #415 메이플 레드를 풀립으로 마무리.  모두 조르지오 아르마니 제품.
텍스처 오브제가 장식된 블랙 블라우스 조르지오 아르마니.

 

Running To

니트 스웨터와 팬츠 모두 마르니(Marni).
블랙 시스루 블라우스 막시제이(MAXXIJ), 팬츠 네이비 스튜디오(Navy Studio), 샌들 렉켄(Rekken).

니트 스웨터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팬츠 몽클레르(Moncler).

<어쩌다 발견한 하루> 제작 발표회가 있던 날 인터뷰했으니 거의 1년 만이네요. 맞아요. 늦은 시간에 촬영했죠.

그때 한 인터뷰에서 작품을 준비할 때 인물에 대해 메모를 한다고 말했어요. 첫 주연작인 <도도솔솔라라솔>의 ‘선우준’을 만들기 위한 메모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뭔가요? ‘싫어’. 선우준의 ‘싫어’라는 말에 담긴 감정을 생각하고 있어요. 좋은 말에도 싫다고 하고 나쁜 말에도 싫다고 하는 선우준의 마음은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죠. 왜 그 말을 이렇게나 많이 하는지 생각하는 중이에요. 이 친구는 왜 이렇게 힘든 건지부터 시작해서 선우준의 거칠고 차가운 말투와 어두운 마음을 살피고, 그 이유를 주변 관계나 환경에서 찾아가며 뿌리를 뻗어나가고 있어요. 선우준은 말이 많지 않아 대사로 전달하는 감정보다는 표정으로 설명해야 할 부분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메모하고 나서 더 펼쳐나가는 게 아니라 쓴 걸 다시 들여다보게 돼요.

선우준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어요? 텍스처가 굉장히 거칠었어요. 준이 말하는 언어는 굉장히 거칠지만 이상하게 부드러움이 느껴졌어요. 작가님이 대본에 쓰신 ‘슬며시 웃는 우리 준’이란 표현처럼 츤데레 같은 면이 있죠. 표현은 거칠게 하지만 부끄러움도 많고 서툰 아이예요.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달리 부드러운 친구죠. 그래서 더 해보고 싶었어요.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재미있나요? 재미있기만 할 수는 없어요. 영화나 드라마 속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면 인물을 굉장히 입체적으로 잘 표현해서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 된 것 같은데, 저는 아직 멀었죠.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 보니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는 자꾸 의심하게 돼요. 새로운 작품에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재미보다는 불안한 감정이 더 커요. 고민 끝에 완성한 인물을 현장에서 보여줬는데 감독님이 생각한 그림과 다를 수도 있고…. 다양한 카드를 들고 현장에 가지만 여전히 부족한 게 많은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현장에서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전혀 없을 거예요. 그런 확신은 무엇으로부터 올까요? 들여다보고, 들여다보고, 다시 들여다보는 것으로 확신을 가지려고 해요. 그리고 슛 들어가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죠. ‘지금 이곳에서 선우준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고 고민한 건 나야.’ 그렇게 되새기면 촬영 들어가기 전에 위로가 될 때도 있어요. 이렇게 두세 달간 준비한 끝에 첫 촬영을 하게 되면 그제야 많은 생각과 고민을 거친 인물이 입체적으로 변해요. 입체적으로 변하는 순간이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빨리 현장에서 결과물을 확인하고 싶어져요. 그래서 첫 촬영이 늘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도도솔솔라라솔>은 첫 촬영을 혼자 했어요. 몇 달간 글로 쓰고 생각한 끝에 저와 선우준이 만나는 날이었죠.

니트 스웨터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팬츠 몽클레르(Moncler).
재킷과 셔츠 모두 구찌(Gucci).

선우준을 어떤 인물로 완성하고 싶나요? 준이는 굉장한 비밀을 가졌어요. 그 비밀을 시청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싶어요. 베일에 가려진 비밀을 교묘하게 숨기는 게 제게는 쉽지 않은 숙제예요.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분명 밝고 명쾌하고 상큼하지만 그 안에 갈등도 많이 담겨 있죠. 인물에 대한 기승전결을 잘 구축하고 싶어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인 <나의 아저씨>처럼 ‘기억에 남는 드라마’라는 숲에 잘 어울리는 나무가 됐으면 해요.

시놉시스에는 선우준에 대해 ‘알바 만렙’이라고 쓰여 있어요. 실제로도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봤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난 덕분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작업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 적은 것 같아요.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일해봤고 세차장이나 고깃집에서도 일했어요. 아마도 연기하면서 만나게 될 다양한 직업군의 인물들을 표현할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일하면서 만난 한 사장님 말씀이 제가 오디션 볼 때 큰 힘이 됐어요. 멋진 분이었는데 항상 너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가게를 벗어나면 손님과 너는 모르는 사이일 뿐이니 부당한 상황을 참을 필요가 없다는 말씀이었죠. 그런데 이 말이 오디션 볼 때 생각났어요. 내가 지금 오디션에 합격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지만, 어차피 합격하지 않으면 모르는 사람 앞에 서 있는 것뿐이니 떨 필요 없다고 되뇌었어요.

오늘은 오랜만에 드라마 촬영이 없는 날이겠어요. 내일 아침부터 촬영해야 해서 드라마 의상 피팅하고 바로 목포에 내려가요. 아름다운 도시에서 촬영하다 보니 그 풍광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져요.

작품을 하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요. 그러다 보면 자신을 너무 몰아붙인다는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할 수 있는 표현의 한계를 뛰어넘어 좀 더 다양하고 입체적인 인물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한 성장 과정. 고민하고 글로 적어보고 모니터링하고 다시 해보고 부딪혀보고 또 모니터링하며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보고 싶어요. 작품을 선택해야 할 때면 잘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스스로 저울질해봐요. 어렵고 힘들고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것을 해보려고 해요. 로맨틱 코미디는 아직 해보지 않은 장르여서 <도도솔솔라라솔>을 하고 싶었어요. 이 다음에는 제가 좋아하는 장르물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더 크게 느껴지는 즐거움이 있나요? 현장은 항상 즐거워요. 이 작업을 해나가는 과정에는 슬픔보다 기쁨의 순간이 더 많죠. 한 장면 한 장면을 연기해 한 회가 되고, 그게 다시 16부작으로 완성되어가는 것도 즐거움이죠. 그렇게 완벽하게 즐거움을 느끼려는 순간 작품이 끝나요. 그러고 나면 다시 새로운 작품에 대한 갈증이 생기죠. 빨리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고 싶고, 인물을 분석하며 공부하고 싶거든요. 물론 늘 즐거운 순간만 있는 건 아니에요. 쉬지 않고 작품을 하다 보니 주변에 사람들이 점점 없어지는 기분이에요. 드라마에 들어가기 전에 혼자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친구들을 만날 시간이 많지 않고, 만나더라도 금방 헤어져요. <어쩌다 발견한 하루>를 함께한 로운이 형과 (김)혜윤이 누나도 가끔씩 만나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지는 못해요. 그래서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럴 때 로운이 형이 많이 의지가 돼요. 형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많은 위로를 받거든요.

배우의 세계에 들어와서 좋은 인연도 많이 만난 것 같아요. 맞아요. 없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로운이 형은 친형 같아요. 집도 가까워 종종 만나는데, 형이 제 얘기를 잘 들어줘요. 그렇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도 이 일의 큰 즐거움이에요. 사람들이 있어서 촬영하며 지나온 시간이 더 소중하게 남아요.

배우로서의 삶을 위해 지금의 20대를 어떻게 보내고 싶나요?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 뒤돌아봤을 때 좀 더 어릴 때 해볼걸 하는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달리는 중이에요. 작품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고 감정의 소모가 크더라도 지금은 그저 열심히 달려야 할 때예요. 그리고 나이와 상관없이 늘 도전적이고 캐릭터를 만나는 과정을 즐거워하는 배우이고 싶어요. 앞으로 많은 시간이 흐르면 저도 현실과 어느 정도 타협할지도 모르죠. 잘할 수 있는 것, 꼭 해야 하는 것을 선택할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더 도전적이고, 더 많이 고민하는 배우로 살아갔으면 해요.

지난해 <마리끌레르>와 인터뷰했을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가장 달라졌나요? 아, 그때가 제 생애 첫 화보였어요. 나중에 잡지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이거였어요. ‘어? 걱정한 것보다 괜찮은데!’(웃음)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달라진 게 분명 있어요. 형식적이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더 애쓰고 있고, 저만의 말투와 행동, 표정을 가지고 싶어요. 그런 점이 결국 배우가 가지는 무기가 되는 것 같아요. 저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쌓기 위해 지난 1년간 많이 노력했어요. 내가 책임질 수 있다면 정해진 대로 연기하기보다 내 생각대로 해봐야겠다고 다짐하죠.

반면에 변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여전히 작품을 하고 있다는 것. 문득 제 복을 올해에 다 써버린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요. 신인 배우들에게는 특유의 에너지가 있는 것 같아요. 말하자면 날것 같은 거죠. 그 에너지를 기반으로 잘 성장하지 못하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신인 배우로서의 가치도 사라져요. 지금 이 순간을 잘 깎고 다듬어야 오래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끔 제가 잘못 깎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해요. 연기가 어려운 점은 배움의 끝이 없다는 거예요. 부족한 점이 계속 생겨요. 그래서 스스로 배우로서의 가치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돼요. 저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고 싶지 않지만, 제 가치가 아직 높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더 많이 달리고 저 자신을 예쁘게 다듬으려고 노력해요.

배우라는 직업을 떠나 스물세 살은 참 좋은 나이인 것 같아요. 아름다운 나이죠. 청춘의 시간을 잘 배우며 보내려고 해요. 서핑이나 웨이크보드도 배우고 싶고, 외국어 공부도 해야 하고, 연기 관련 서적도 읽고 싶고. 연기 서적은 틈 날 때마다 읽는데 못 읽은 지 꽤 됐어요. 계속 이렇게 배움을 갈구하며 20대를 꽉 채워 보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