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안소희

브라운 롱 코트 미우미우(Miu Miu).
블랙 원피스 발렌티노(Valentino).
라이트 브라운 스트라이프 셋업 수트 끌로에(Chloe), 베이지 니트 스웨터 페타르 페트로브 바이 무이(Petar Petrov by MUE), 크림색 로퍼 레이첼 콕스(Rachel Cox).
슬리브리스 원피스 끌로에(Chloe).
블랙 셋업 수트 셀린느(Celine), 아이보리 니트 톱 에잇 바이 육스(8 by YOOX), 블랙 부츠와 실버 이어링 모두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새 드라마 <미씽: 그들이 있었다>의 첫 회 방영을 앞두고 있어요. 해결되지 않은 실종 사건의 망자들이 모인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에요.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는 이들을 둘러싼 진실을 좇아 사건을 해결하는, 판타지가 가미된 이야기예요.

장르물 맛집으로 알려진 OCN의 신작이에요. 여타 장르물과 다른 이 작품만의 매력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장르물이지만 그 안에 따뜻한 기운이 있어요. 그 점이 다른 것 같아요. 저도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알게된 사실인데, 우리나라에 해결되지 않은 실종 사건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그 안에 담긴 사연도 천차만별이고요. 그 중 몇몇 이야기가 이 작품에 들어 있어요. 할머니, 연인, 어린아이, 심지어 강아지까지 아주 많은 존재의 삶이 담겨 있어요. 이들의 사연을 해결하면서 통쾌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가슴이 따뜻해지거나 먹먹해질 때도 있어요. 그게 좋아요.

9급 공무원이자 화이트 해커, ‘이종아’ 역을 맡았다고요. 종아는 대단히 정의롭고 똑똑한 사람이에요. 컴퓨터도 굉장히 잘 다루고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공무원으로 살다가 퇴근을 하면 욱(고수)을 도와 화이트 해커로서 망자들의 사건 해결을 돕는 일을 자청해요.

영화 <부산행>에서 쫓기는 역이었다면 이번에는 쫓는 쪽이네요. 그때는 ‘피해야 한다, 살아야 해’ 하는 생각만 하면서 도망갔는데, 쫓는 쪽이 되어 보니까 할 일이 많더라고요. 사건 자료도 조사해야 하고, 현장에도 가야하고, 어떤 때는 리더십을 발휘해 욱을 이끌기도 해요. 생각보다 바쁘죠. 다층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것 같아 더 재미있어요.

장르물은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들의 서사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때 가많아요.대본을 보면서 극에는 나오지 않는 종아의 서사를 어떻게 그렸나요? 감독님, 작가님과 얘기하면서 종아를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늦둥이 딸로 설정했어요. 늘 부모님의 걱정과 사랑 아래 있어서 오히려 더 독립적이고 싶어 하고, 그래서 자신의 재능과 힘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되어 있어요. 개인적으로 생각한 건데, 종아가 화이트 해커로 활동하는 걸 공무원으로 일할 때 만나는 주민센터 사람들은 모르거든요. 그렇게 뒤에서 정의로운 작당모의를 하는 걸 꽤 즐기는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밝은 에너지가 가득한 사람이에요.

설명을 들으니 종아라는 인물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될 거란 기대감이 드네요. 저에 대해 아이돌일 때의 귀여운 모습이나 조용하고 낯 가리는 면을 떠올렸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게 될 거예요. 불의를 마주했을 때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싸우는 장면도 있고, 반면 공무원일 때는 타성에 젖은채 일하는 모습도 나오거든요.

<부산행> 개봉 당시에 한 인터뷰에서 ‘안소희 연기하네’가 아니라 제가 연기한 그 인물로 보이면 좋겠더라고요”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지금은 종아로 보이고 싶은 마음일 테죠? 그럼요. 아이돌로서 제 이름으로 활동한 기간이 있기 때문에 제가 어떤 역할을 맡아 연기하든 ‘저 연기를 하는 사람은 안소희다’라고 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작품을 할 때 만큼은 제가 연기하는 인물로 보이고 싶어요. ‘저런 사람 있지 않아? 본 것 같아’ 하는 생각이 드는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작품은 현실에 있을 수 있는 이야기고,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배우는 연기로 대중을 납득시켜야 하니까요.

2007년에 개봉한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를 다시 봤어요. 13년 전 작 품인데도 겉모습이 그때나 지금이나 전혀 다르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볼살이 조금 빠졌어요.(웃음)

외적으로 큰 변화가 없다는 게 배우로서 득이 되나요? 아니면 실이 될 때가 많나요? 득일 때도 있고 실일 때도 있어요. 그런데 억지로 성숙한 이미지로 바꾸려 하진 않아요. 어차피 나이는 계속 들고 그러면 변하기 마련이니까요. 언젠가 변화를 줘야 할 때가 오겠지만, 그 시간을 무리하게 앞당기고 싶진 않아요. 나중에는 나이 어린 역할을 맡고 싶어도 못할 수 있잖아요. 할 수 있을 때, 지금의 제게 어울리는 캐릭터를 잘 풀어내고 싶어요.

배우로 살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갇히지 않는 것. 멈춰 있지 않는 것. 정체되지 않는 것.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면서 사람을 탐구하려고 해요. 사람을 관찰하다 보면 시야가 넓어 지고 얻는 것도 많거든요.

최근에는 어떤 사람들을 탐구하고 있나요? 지금 찍는 드라마 현장의 사람들이요. 70명 정도 되는데, 놀랍도록 다 달라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하기는 했지만, 사실 현실적으로 쉽진 않거든요. 그래서 되도록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해요.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겠어요. 사소한 행동을 보고 ‘저런 친구였구나’ 하고 생각하고, 대화하면서 ‘이렇게 말하네’ 하며 말하는 방식을 알아 내는 재미가 있어요.

현장에서 여유가 생겼다는 말로도 들리네요. 그런가요? 요즘 배우로서도, 삶을 사는 데도 타인을 들여다보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해요.

3년 전, 마리끌레르와 만난 적이 있어요. 그때 연기에 대해서 스스로 욕심쟁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지금은 연기에 어떤 욕심을 가지고 있나요? 일단 욕심은 아직도 많아요.(웃음) 그런데 지금은 어떤 욕심을 가지기보다 욕심의 크기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욕심을 과하게 부리면 어두운 감정이 따라올 때가 있잖아요. 지나치게 앞서 나가서 나를 누를 때도 있고요. 그러지 않을 정도의 욕심을 가지고 연기하려고 해요.

들뜨지 않으려고 하나요? 조금요. 들뜨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까 너무 안 들떠서 이제는 조금 들떠도 되지 않나 싶어요.

유튜브 영상에서는 조금 들떠도 되지 않을까요? 얼마 전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어요. 기대하지 못한 인물의 등장이라는 반응이 많던데요. 하려고 마음먹은 지는 꽤 됐어요. 생각해보니까 원더걸스의 소희, 연예인 안소희, 배우 안소희로 보여준 건 있는데 거기에 ‘사람 안소희’는 없더라고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평상시에는 어떻게 사는지를 사람들이 알면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 이질감 없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편하게 사람들의 삶에 스며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래서 채널 이름을 다른 수식 없이 ‘안소희’로 지은건가요? 네. 뭘 보여주려 하기보다 저 자체를 드러내려고 해요.

‘사람 안소희’를 보고 싶은 사람이 많았나 봐요. 팔로어가 벌써 10만 명을 넘었어요. 이렇게 빨리 팔로어가 늘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래서 요즘 기분이 좋아요. 영상은 앞으로도 계속 올릴거예요. 참고로 다음은 ‘왓 츠 인 마이 백’ 콘텐츠가 올라갑니다. 많이 봐주세요.(웃음)

HERE AND NOW

오프숄더 니트 롱 원피스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골드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머스터드 브라운 체크 수트, 블루 시스루 하이넥 톱 모두 우영미(WooYoungMi),벨트 버버리(Burberry).

스트라이프 수트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니트 스트라이프 톱 쿠카 카 와이 (Kuka Ka Wai), 블루 골드 링 디올(Dior), 골드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핑크 니트 볼레로 엠엠식스 바이 분더샵(MM6 by BoonTheShop), 블랙 뷔스티에 톱, 타탄체크 스커트 모두 프라다(Prada), 블랙 에나멜 가죽 부츠 미우미우(Miu Miu), 골드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체크 프린트 콘트라스트 드레스 토가 풀라 바이 분더샵(Toga Pulla by BoonTheShop), 블랙에나멜가죽부츠 닥터마틴(Dr. Martens), 골드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요즘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어떤 기분으로 지내고 있나? 바쁜 만큼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다. 일이 많은 걸 좋아해 여러가지를 진행하고 있고, 다음 앨범도 열심히 준비 중이다. AOMG 합류가 확정되기 전부터 ‘이하이가 AOMG에 간다’는 소문이 나 처음에는 걱정스러웠지만, 많은 대중이 내게 관심을 갖는다는 걸 알 수 있어 점점 기분 좋게 받아들인 것 같다. 새로운 회사를 찾는 과정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내가 동료 뮤지션들에게 어느 회사에 들어가면 좋을지 조언을 구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HOLO’ 시리즈로 제작해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했다.

AOMG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내게 첫 번째로 미팅을 제안한 회사가 AOMG였는데, 그때 대화를 나누며 ‘나를 정말 원하는 회사’라고 느꼈다. 나를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곳이 아니라, 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진심으로 아껴주는 곳 말이다. 이후 여러 회사와 미팅을 했지만, 처음의 좋았던 인상을 믿고 최종적으로 AOMG에 합류했다. 박재범 대표가 현역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점, 다른 AOMG 소속 아티스트들이 내게 오래전부터 회사 자랑을 해온 점 또한 선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하이의 합류를 축하하며 AOMG 아티스트 전원이 직접 녹음한 음성 메시지가 ‘트위터 블루룸 라이브’에서 공개됐다. 사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됐고 바로 컴백 준비를 하느라 회사 내 아티스트들과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음성 메시지만 들어보고 실제로 만나지 못한 이들도 많다. 아직 다 함께 모이지는 못했지만, 내가 환영받고 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어 기뻤다.

그중 코드 쿤스트와 특히 인연이 깊다. 2017년 그의 세 번째 정규앨범 <MUGGLES’ MANSION>의 수록곡 ‘X’를 시작으로 여러 번 협업했고, 지금까지 코쿤×하이의 조합이 큰 관심을 얻고 있다. 두 사람이 어떤 지점에서 잘 맞는다고 느끼나? 내 음악 취향은 그다지 대중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코드 쿤스트는 나와 좋아하는 음악이 비슷해 이야기가 잘 통한다. 그에게 ‘이런 걸 해보자’ 했을 때 그 느낌을 맞춰 가기가 수월한 편이다. 그래서 코드 쿤스트와 작업하면 더 나다운 음악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작업의 진행 속도도 꽤 빠른데, 내가 밤 늦게 데모를 보내도 다음 날 아침까지 완성해 보내주곤 한다.

지난 7월 23일에 싱글 ‘홀로’를 발매하며 길었던 공백을 깼다. 지난해 말부터 혼자 앨범 준비를 하며 곡을 많이 모으고 있었다.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곡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바버렛츠 멤버이자 작사·작곡가로도 활동 중인 안신애에게 연락했고, 이후 ‘홀로’를 받았다. 그는 내가 2016년에 발매한 <SEOULITE>의 타이틀곡 ‘손잡아줘요’를 썼고, 나와 개인적으로 친분도 있다. ‘홀로’는 그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에서 격리 생활을 하며 만들기 시작한 곡이라고 한다. 나 또한 모두가 밖으로 나가지 못해 걱정이 많던 올해 초에 ‘홀로’ 데모를 처음 들었다. 듣고 나니 ‘이걸 사람들에게 꼭 불러줘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

한편 4년 전 발표한 ‘한숨’도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하이의 목소리에 위로하는 힘이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듯하다. 위로하는 곡을 부를 땐 내가 그 곡을 처음 들었을 당시의 기분으로 부르는 것 같다. 데모 버전이 내 마음에 동요를 일으키는지 여부가 나의 위로 곡 선택 기준인데, 내가 느낀 그 감정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라며 담담하게 노래하는 편이다.

다른 사람의 곡이 아닌 자신의 곡을 통해 감정을 전하고 싶을 것 같기도 하다. ‘스쳐 간다’, ‘20분 전’, 코드 쿤스트 <PEOPLE>의 타이틀곡 ‘O’ 등의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듯 직접 곡을 쓰고 싶은 욕심이 있나? 물론 곡 작업은 재미있고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지만, 직접 만든 곡만이 좋은 곡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 같다. 나는 작사가나 작곡가가 아니라 가수이기 때문에 나만의 방법으로 노래를 해석하고 부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 이야기를 더 하고 싶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가사를 직접 완성했을 땐 그걸 앨범에 실으려고 하는 편이다. 나 자신 그리고 모두가 듣기 좋은 노래라면 누가 만든 곡이든 상관없다고 본다.

‘위로’를 직접 정의한다면? 위로는 공감이다. 위로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스스로 답을 알고 있을 듯하다. 그런데도 자꾸 그들에게 해결 방법만 말한다면 위로의 측면에서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상대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공감해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위로가 아닐까?

얼마 전 ‘홀로’ 댄스 비주얼이 AOMG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됐다. 노래만 듣거나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영상에 등장하는 우(Woo)는 나와 친한 동료이자 유명한 댄서다. 최근 재즈, 스윙, 탭댄스 등 이전과 다른 장르의 춤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의 영상을 본 후 내가 먼저 댄스 비주얼을 제작해보자고 연락했다. 뮤직비디오를 나에 관한 이야기처럼  풀었다면, 댄스 비주얼에는 강해 보이는 인물을 등장시켜 이런 사람들도 외롭다고 느끼고 결과적으로 그 감정을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나는 뮤직비디오의 흐름과 색감 정도만 설명하며 촬영 장소를 제안했고, 이후 그가 춤부터 아이디어와 소품까지 직접 구상했다. 뮤직비디오와 댄스 비주얼을 비교하며 감상하면 여러 흥미로운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앨범이 완성되는 과정에 다양하게 참여해보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홀로’를 준비할 때부터 거의 모든 미팅에 참여했고 앨범 커버, 무빙 티저, 믹싱과 마스터링, 음악방송, 해외 프로모션 등 세세한 부분까지 스스로 고민했다. 예전에는 좋은 곡을 받아 잘 부르고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정도였는데, 이젠 내가 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에게 직접 연락하는 등 자유로운 작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컴백 준비가 가장 바쁘면서도 재미있었다.

기존에 해보지 않은 방식의 작업을 하며 주변의 조언을 구하기도 하나? 사실 거의 ‘답정너’에 가까울 것이다.(웃음) 결과물을 사람들에게 들려주며 의견을 듣더라도 일부를 수정, 보완하는 식이다. 너무 많은 것을 받아들이려다 보면 딴 길로 새기 마련이니까. 기둥은 내가 가지고 있되, 부수적인 요소들과 관련한 조언은 자주 들으려고 한다.

직접 하는 일들이 늘어나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도 더 자주 맞닥뜨릴 것 같다. 결정은 되도록 빨리 내리려고 한다. 뭔가를 스스로 해야 한다면 해내는 순간까지 멈추지 않는 편이다. 끝내지 못한 일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다른 것을 못하게 만들더라. 정말 열심히 일했을땐 ‘이제 좀 쉬어도 되겠다’라고 느끼는데, 아직은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일단 현재에 충실하자’는 마음으로 당장 눈 앞에 놓인 일들을 하다보면 잠시 피로를 느끼더라도 금세 추스르는 듯하다.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주로 뭘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하다. 쉬는 날 바빠서 미뤄뒀던 집 정리를 한다. 그래야 다음에 퇴근 후 귀가했을 때 기분이 좋더라. 청소하고, 세탁기 돌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등 혼자 조용히 무언가 하는 것을 즐긴다. TV도 거의 안 보는데, <모던 패밀리>나 <웬만 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같은 옛날 시트콤은 좋아해 평소에도 습관처럼 틀어놓는다.

최근 <비긴 어게인 코리아>를 통해 오랜만에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다. 출연 소식이 알려지며 방송 전부터 크게 화제가 됐다. 섭외 연락을 받던 당시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제작진측에서 <비긴어게인>시리즈에 출연 중이던 (이)수현이를 통해 제의를 해왔다. 평소 수현이가 자주 칭찬했던 프로그램이라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방송에 나오는 것보다 더 많이 준비하고, 합주일에 모이면 8시간은 꼬박 연습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힘써주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인 만큼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다. 끝나고 나니 시원 섭섭한 기분이 들더라. 고생하기도 했지만, 의미 있는 촬영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제일 기억에 남는 무대는 무엇인가? 맨 처음 불렀던 ‘Rose’를 꼽고 싶다. 그동안 많은 공연을 해왔는데도, 마스크를 쓰고 멀찍이 앉아 있는 관객을 마주하니 긴장이 됐다. 노래를 따라 부르는 입 모양이나 함성을 들을 수 없어 이전에 무대에 오를 때와는 기분이 완전히 달랐다. 국내의 멋진 아티스트들과 함께해 더 떨리기도 했다. 나중에 방송을 보니 크루즈에서 노래하는 장면이 정말 예쁘게 담겨 있더라. 개인적으로는 <비긴 어게인 코리아>가 전 회사를 나온 이후 첫 공식 활동이라, 프로그램 제목처럼 ‘새로운 시작’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방송이 나간 후 사람들이 내 노래를 좋아해주는 걸 보며 용기도 얻었다.

앞으로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나? 좀 더 밝고 사적인 면을 드러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나가지 않아 방송 출연 자체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보다 많은 대중이 나를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본모습을 더 보여주고 싶다.

<K팝스타 시즌 1> 출연 당시 열여섯 살이었고, 이듬해인 2012년에 데뷔했다. 또래에 비해 재능을 빨리 찾아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한 셈인데, 돌이켜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후회는 없는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건 쉽지 않다. 우연히 나간 <K팝스타>를 통해 내 꿈이 무엇인지 확신하게 됐고, 이후 가수로 데뷔해 많은 지원을 받으며 지난 8년간 이름을 알려왔다. 지금 스물다섯의 젊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것도 그 과정을 거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가 있다면?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내 마음이 더 다양한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옛날에는 특정 장르가 좋아지면 그것만 듣곤 했는데, 지금은 여러 음악이 다 좋게 들린다. 그 곡을 만들기위해 아티스트들이 얼마나 고생했을지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뮤지션에게 존경심을 갖게 됐다. 그러다 보니 내가 부르는 곡들도 다양해졌고, 음악은 물론 어떤 대상이든 수용하는 폭이 넓어진 것 같다.

요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인가? 다음 앨범. 현재 막 작업을 시작한 단계로, 올해나 내년쯤 발매할 듯하다. 아마 ‘홀로’처럼 앨범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에 꼭 참여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이러한 다각도의 작업에 도전해보고 싶어 이전부터 여러 가지를 미리 준비해뒀는데, 다음 앨범은 그것들을 정리하는 식으로 작업하게 될 듯하다. 물론 발매 전 다른 아티스트의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하거나 싱글을 내는 등의 활동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24°C>를 발매하며 한 인터뷰에서 ‘다채로운 음악’을 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새롭게 출발한 지금, 이하이는 어떤 음악을 하고 싶나? 그때와 마찬가지다. 있는 그대로의 이하이를 보여주며 여러 의미로 다채로운 음악을 하고 싶다. 내가 잘 할 수 있고, 나 자신에게 와닿고, 지금 하고 싶다고 느끼는 음악일 것이다. 한번에 전부 보여주지는 않으려고 한다. 조금씩, 차근차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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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y to strike

장의수 옐로 니트 스웨터, 베이지 팬츠 모두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최연청 플라워 패턴 드레스 블리다(Vleeda), 화이트 재킷 오디너리 피플(Ordinary People).

장의수 베이지 수트 코스(COS), 화이트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최연청 베이지 셔츠, 스커트 모두 제이더블유 앤더슨 바이 육스(JW Anderson by YOOX).

장의수 화이트 셔츠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버건디 팬츠 하이더 아커만 바이 무이(Haider Ackermann by MUE), 어깨에 걸친 핑크 니트 스웨터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최연청 멀티컬러 니트 스웨터 바네사 브루노(Vanessa Bruno), 샤 스커트 쟈니 헤잇 재즈(Johnny Hates Jazz).

웹 드라마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재탄생한 작품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의 이야기는 명확하다. 동성 간 사랑을 그리고 있지만, 일부러 그 말만은 하지 않으려 애쓰거나 에둘러 표현하지 않는다. 주인공 국(장의수)과 태주(한기찬)는 자신의 감정에 확신을 가지는 순간, 사랑한다고 말한 다. 국을 짝사랑하는 해미(최연청) 역시 마찬가지다. 편견의 여지가 없는 당연하고 명확한 사랑의 고백, 이제 더 많은 이들이 누려야 할 사랑의 자유다.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가 국내 최초의 BL(‘Boys Love’의 준말)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소재에 부담은 없었나? 장의수 부담을 가지거나 불편하다고 느낀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배우로서 어떤 장르든 안해본 것을 시도하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퀴어물도, 학원물도 해본 적이 없어서 부담보다는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맡은 역을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했나? 장의수 국은 나이는 열여덟인데, 말이나 행동이 어른스럽고 진중하다. 생각이 많아서 말을 쉽게 내뱉지도 않는다.그래서 극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늦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이런 국의 생각이나 태도를 말이 아닌 눈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많이했다. 작품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거의 ‘눈으로 말해요’ 수준이다. 감독님도 눈빛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셔서 눈으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최연청 해미는 국과 태주 사이에 낀 유일한 여자인데다 국을 짝사랑하는 인물이다. 감정 표현에 망설임이 없고 굉장히 솔직하다. 매력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국과 태주 사이에 갑자기 나타난 인물이라 미움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세 사람이 잘 어울려 보일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연기했다.

국과 해미라는 인물을 가장 잘 설명하는 대사를 떠올려본다면? 최연청 “나 번호 좀.” 국에게 한눈에 반한 해미가 처음으로 꺼낸 말이다. 해미의 솔직한 성격을 잘 드러내는 말인 것 같다. 참고로 해미는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오로지 국에게 직진한다. 장의수 가장 강국다운 말이라고 하면, “맞아. 꼬붕이었던 것 같아”다. 태주 부모님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받는 대신 태주를 지키는 보디가드가 되어 하는 국이 자신의 위치를 되짚어보며 하는 말이다. 국은 늘 태주에 대한 마음을 감추고 선을 지켜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마지막에는 참았던 마음을 터뜨리지만.

대사의 톤이나 말투가 만화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최연청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부분이 있긴하다. 실제로 해미는 원작만화가 있는 일본드라마 <고쿠센> 시리즈의 캐릭터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웹 드라마로도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고,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직후엔 톱10 콘텐츠에 이름을 올렸다. 최연청 촬영하면서 감독님과 농담 삼아 우리 넷플릭스 가자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말하면서도 꿈을 너무 크게 가지는 건 아닌가 싶었다.  진짜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장의수 확신한  건 아닌데,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묘하게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촬영 중반부터 태주역을 맡은 기찬이한테 계속 이런 얘기를 했다. 심지어 엄마한테도 처음으로 이번에 진짜 잘될 것 같으니까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도 했다. 근거는 없지만 왠지 모를 믿음이 있었다.

인기의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최연청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 하는 BL물이라 보는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주인공으로 나오는 두 사람이 잘생겼으니까.(웃음)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장의수 부끄럽지 않은 작품. 처음으로 긴장감을 내려놓고 즐긴 작품.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게 해 준 작품. 그리고 앞으로 내가 더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작품. 최연청 중국에서 활동하다 돌아와 찍은 첫 작품이다. 내게는 한국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어줬다.

두 사람 모두 또래보다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어떤 시간을 거쳐 배우에 이르게 된 건가? 최연청 국악고를 나와서 대학에서도 가야금 연주를 전공했다.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국악을 하길 바라셨다. 그래서 대학에 들어간 이후에 오디션을 보러 다녔는데 쉽지 않았다. 솔직히 어릴 땐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해서 배우보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그런데 막상 오디션장에 가보니 지원자 모두 예쁜데다 연기도 잘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전에는 ‘예쁘니까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아무런 준비도 안했는데, 오디션을 보러 다니면서 제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준비하다 제안이 들어와 수년간 중국에서 활동했고,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국내에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장의수 모델 활동을 꽤 활발하게 했었다. 그러다 군대에 갔는데, 돌아오니까 같이 일했던 모델 친구들이 다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도 연기로 영역을 옮기게 됐다. 배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건 3년 전부터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하려니 연기가 안 됐다. 어려웠다. 연기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 건 정말 많이 혼났을 때다. 크게 혼나고 데어보면서 배우는 지점들이 생겼다.

연기하면서 어떤 점이 그렇게 어려웠나? 장의수 주변을 많이 의식했다. 연기하고 있는데 한쪽에서 피식 웃기만해도 나 때문에 웃나 싶었다. 내 연기를 못 믿었고, 누군가에게 잘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연기한 때가 있었다. 지금도 잘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시기는 지난 것 같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다는 사실 때문에 조급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나? 장의수 빨리 시작했으면 물론 좋았을 거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늦더라도 천천히 단계를 밟아 나가고 싶다. 최연청 어릴 때 많은 기회가 한꺼번에 온 적이 있었는데, 그걸 감당해내지 못했다. 오히려 이런 저런 경험을 쌓으며 나름 밀도를 높여 놓은 지금이 더 좋다.

연기하면서 이전의 경험이 도움이 될 때가 있나? 최연청 그동안 많은 걸 해봤다. 아이돌 연습생 생활도 해보고, 극단 조연출도 맡아보고, 대기업에서 일한 적도 있다. 별 걸 다 해봤는데, 사실 이 일들을 하고 싶어서 했다기보다 연기에 도움이 될 거란 생각과 작품을 기다리는 동안 지치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했었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해서 좋은 건, 이제 내게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안다는거다.

짧지 않은 시간 속에서 내공을 쌓은 후에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작품을 만났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장의수 맞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조심해야 할 시기다. 솔직히 무섭기도 하다. 예상보다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이건 잠깐일 수 있으니까. 내 작품을 봐준 사람들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나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최연청 지금이 다음을 위한 디딤판이 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걸 딛고 가면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고, 잘 딛지 못하면 그대로 정체될 테니. 다행히 어릴 때와 달리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점인지 인지하고 있고, 그래서 잘 딛고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럴 때 뭘 해야 할까? 최연청 당연한 말이지만 준비를 해야 한다. 연기는 물론이고,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놓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장의수 빨리 다음 작품을 만나는 것. 현장에서 경험하는 것만큼 좋은 연기 수업은 없다고 생각한다. 작은 역할이라도 현장에 있으면 보고 배우는 게 많다. 그래서 계속 현장에 있고 싶다. 연락주세요.(웃음)